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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음식

얘는 또 왜 이렇게 예뻐

단 단 2021. 8. 2. 14:33

 

 

 

 

후우...

(예쁜 걸 보면 한숨 쉬는 버릇이 있음.)

 

 

 

 

 

 

 

 

입당송introit을 부르며 입장하는 소년 성가대원들.

 

 

 

다쓰베이더의 사촌 누이께서 농사 지어 보내주신 자두를 7월 한달 동안 맛있게 먹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천도복숭아를 한 상자 보내셨는데, 날이 가물어서 그럴까요? 올해는 자두도, 천도복숭아도, 예년보다 맛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대신 요즘 나오는 오이는 무지 쓰더군요. 잉크를 먹는 듯하니 당분간은 오이를 사지 말고 기다려야겠습니다.

 

배송중에 상처 난 과일은 잘 손질해 잼으로 만듭니다. 매년 과일을 보내주시니 잼 만들기는 이제 연례 행사가 되었습니다. 

 

잼과 피클 만들기 취미가 있는 다쓰베이더가 귀국해서도 취미를 버리지 않고(휴~) 여러 과일들로 잼을 만들곤 하는데, 솜씨가 제법 좋아 어느 잼이든 다 맛있습니다. 저희 집 잼은 과일 함량이 높습니다. 레몬 즙 포함 무려 80%까지도 가니 서양식 표기로 옮기면 과일 함량 60% 이상의 'extra fruit jam'이라 할 수 있고, 함량이 많이 높으므로 그중에서도 상위에 올릴 수 있겠습니다.

 

옛 시절엔 상온에서 오래 보관할 목적으로 잼을 만들었지만 문명의 이기를 한껏 누릴 수 있게 된 오늘날엔 오직 자기 입맛에 맞춰 소량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둘 수 있지요. 그러다 보니 시판 잼은 성에 차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단맛은 충분하나 제 입맛에는 대개 신맛이 모자랍니다. 다쓰 부처 둘 다 과일 산미를 몹시 즐기므로 과일 자체도 신맛이 많은 걸 찾아 먹고 잼 만들 때도 레몬 즙을 넉넉히 넣는 편인데, 시판 잼들은 다수의 소비자 기호에 맞춰야 하고 유통과 식품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니 타협할 수밖에요. 이해는 합니다. 과일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한국에는 특히 더 많은 것 같고요.

 

자기 입맛에 맞춰 만들 수 있다는 것과 과육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용도에 맞춰 점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외에 잼을 직접 만들 때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점은, 끓이는 시간을 조절해 과일향의 생생함 정도를 결정할 수 있다는 거지요. 이것도 역시 문명의 이기, 냉장고의 힘을 빌리기에 가능한 것이고요. 오래 끓일수록 과일향이 달아나니 짧게 끓여 병입해 냉장고에 넣으면 됩니다. 향이 풍부한 내 집 잼을 먹고 있노라면 한숨이 푹푹 납니다. (지나치게 맛있는 걸 먹을 때도 한숨 쉬는 버릇이 있음.) 영국의 <The Great British Bake Off> 같은 아마추어 제과 경연 TV 쇼에서 참가자들로 하여금 왜 잼을 매번 직접 만들어 쓰게 하는지 이해가 갑니다. 

 

 

 

 

 

 

 

 

못마땅한 <쌍 달푸르St. Dalfour> 잼 성분.

 

 

 

저는 한국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 <쌍 달푸르> 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일로부터 얻은 것들만 담았어요.100% from FRUIT."라고 광고하기 위해 설탕 대신 시럽화한 농축 포도 즙, 대추야자열매dates 즙, 파인애플 즙을 넣어 제가 의도하지 않았던 과일 맛을 함께 경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잼을 사 먹든 주 과일 맛이 깔끔하게 살질 못 하고 첨가한 부 과일 즙 맛의 방해를 받죠. 마말레이드나 기타 감귤류citrus 잼을 먹을 때 이같은 단점이 특히 두드러지는데, 대추야자열매 즙이 내는 맛인지, 추상같은 짜릿함을 선사해야 할 감귤류 잼들에서 건과일 군내 같은 것이 느껴져 잼 먹는 즐거움이 반감됩니다. 좌우간 '천연', '무설탕'이라고 자랑하는 식품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잼 먹으면서 건강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요.

 

독자분들 중에 잼 만들어본 적 없는 분이 계시다면 과일이 많이 생겼을 때 한 번쯤은 손수 만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번거롭기는 해도 어렵지는 않으니 입맛에 맞게 만들어 즐겨보세요. 시판 잼에 비해 맛도 월등히 좋지만 뿌듯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플레인 요거트에 섞어 먹거나, 버터 바른 토스트, 클로티드 크림 바른 스콘 등에 올려 먹으면 내 집이 곧 티룸이 되고 디저트 카페가 되는 겁니다. 다쓰베이더가 내일은 천도복숭아 잼을 만들겠다고 합니다.   

 

 

 

잼 잘 만들기

올바른 사과

영원한 클래식, 버터와 잼 듬뿍 바른 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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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 달푸르> 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몇 병이나 사 먹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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