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텐동(天丼) - 밥과 튀김?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텐동(天丼) - 밥과 튀김?

단 단 2023. 4. 27. 19:00

 

 

 

 

아니, 저는 새로 생긴 이 유명 텐동집 분점이 그간 트렌디한 이발소인 줄 알고 그냥 지나쳤지 뭡니까.

'나이스 샤워'라니, 텐동집 이름으로는 좀 희한하죠. 

계단을 오르자마자 문이 있어 이렇게 불안한 구도의 사진이 나왔습니다.

 

[지도] <나이스 샤워> 선릉역점 위치

 

 

 

 

 

 

 

 

 

점심에는 텐동집, 저녁에는 이자까야로 변신합니다.

 

 

 

 

 

 

 

 

 

저기 저 냉장고 위 파란 바구니 속 살림살이.

다이닝 홀에 주방살림만 좀 안 나와 있어도 훨씬 깔끔할 텐데요. (→ 까타리나)

 

 

 

 

 

 

 

 

 

카운터석 일부.

아........... (탄식)

조리개 최대 개방인 f/2.8에

초점이 하필 촬영자로부터 너무 가까운 화면 맨 오른쪽에 맞아 심도 얕은 답답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몰래 찍는다고 후다닥 찍었더니 이래요.

카운터 왼쪽도, 주방 안쪽도 흐려졌습니다.

그래도 비 오는 날 찍었더니 창밖은 잘 보입니다.

 

 

 

 

 

 

 

 

 

의지의 한국인.

마음에 들 때까지 재도전.

 

2차 방문 때는 f/5.6으로 좀 더 조이고 중앙쪽에 가깝게 초점. 

주방 안쪽과 카운터석 끝까지 비교적 선명.

(스승님이 매의 눈으로 보고 계신다.;;)

 

 

 

 

 

 

 

 

 

1만3천원짜리 에비 텐동과, 사진발을 위해 2만원짜리 'The 스페셜 텐동'을 주문해 보겠습니다.

 

 

 

 

 

 

 

 

 

지금부터 나오는 음식 사진은 전부 아이폰으로 찍었습니다.

 

에비 텐동. 1만3천원.

새우4, 감자, 단호박, 꽈리고추, 김.

 

구성 요소들 모두 맛있었는데, 주인공답게 밑간 잘 된 새우 튀김이 특히 훌륭했습니다.  

튀김 밑에는 수란과 텐동 소스를 곁들인 흰쌀밥이 있습니다.

 

 

 

 

 

 

 

 

 

'The 스페셜 텐동'. 2만원.

양란꽃, 수삼, 바다장어(아나고), 새우2, 오징어, 감자, 가지, 깻잎, 단호박, 맛살, 꽈리고추, 김.

 

종류가 많아 화려합니다. 양란꽃과 수삼 들어간 텐동은 처음 먹어 보았는데, 난꽃은 별 맛이 없었으나 수삼은 잘게 갈라진 뿌리쪽은 의외로 고소했고 통통한 몸통쪽은 수삼 특유의 쌉쌀한 맛이 물씬 나 맛있었습니다. 저 길게 가로질러 놓여 있는 건 아나고입니다. 재료들 모두 밑손질이 잘 돼 있고 두께도 적당해 먹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으음...

 

이번에도 밥이 잔뜩 남았어요.

다른 돈부리는 괜찮은데 꼭 텐동 먹을 때만 밥이 남는단 말이죠.

마음을 고쳐먹으려고 오랜만에 텐동집을 찾았던 건데 튀김은 밥에 어울리는 음식이 아니라는 생각만 재확인했습니다. 

밥이 사족 같이 느껴져요. 저는 돈카츠 먹을 때도 쌀밥을 고사합니다. 

 

텐동 먹을 때 드는 의문 몇 가지

 

솜씨 있게 잘 튀기는 집 같은데 밥을 남기게 돼 미안하니 다음부터는 꼭 튀김만 주문해야겠습니다.

 

 

 

 

 

 

 

 

 

2차 방문. 

'스페셜 모듬 튀김'. 2만3천원. 

 

밥과 수란이 빠지는 대신 몇몇 튀김의 개수가 늘어납니다.

혼자서는 다 못 먹고, 2인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양란꽃, 수삼, 바다장어(아나고), 새우2, 오징어, 감자2, 가지2, 깻잎2, 단호박3, 맛살, 꽈리고추, 김2.

 

 

 

 

 

 

 

 

 

느끼하므로 일식 생강절임과 단무지는 이 순간 더없이 소중합니다.

제발 깍두기로 바꾸지 말아 주세요. 

저는 저 생강절임 먹으러 일식당 간단 말입니다.

 

 

 

 

 

 

 

 

 

텐동집들의 또 다른 특기인, 청주 단촛물에 절인 즙 많고 상큼한 '바질 토마토'도 필수. 4천원.

칼집 낸 뒤 뜨거운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기면 표면이 우툴두툴해져서 미워요. 

잘 벼린 칼로 얇게 저며 내세요. 

 

집에서 가까운 데다 줄 서서 먹는 인기 맛집의 분점이라고 해서 들러 보았습니다. 분위기, 맛, 다 괜찮고 직원분들도 친절합니다. 두 번째 방문에서 벌써 저를 알아보시고 반가워해 주시네요. 서울은 식당들 부침이 하도 심해 평균 이상 하는 집들에 대해서는 꼬장꼬장 트집 잡지 않기로 했습니다. 오래 잘 버텨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던 식당들이 자꾸 사라져 마음이 허합니다.

 

 

까칠하기 짝이 없는 독후감 『튀김의 발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