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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의 성부 되신 주 (Dear Lord and Father of Mankind) (1924) 본문

음악

만민의 성부 되신 주 (Dear Lord and Father of Mankind) (1924)

단 단 2024. 6. 5. 00:00

 

 

현충일을 하루 앞두고 전쟁과 찬송가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작시 존 그린리프 휘티어 (John Greenleaf Whittier, 1807-1892)

작곡 휴버트 패리 (Hubert Parry, 1848-1918)

 

올해로 정확히 100세를 맞은 영국인들의 애창 찬송가를 한 곡 소개하고 싶습니다. 영국 성공회 찬송가집에 353장로 등재되어 있는 곡으로, 미국의 퀘이커 교도 시인 휘티어의 「소마의 양조(釀造)The Brewing of Soma」에서 마지막 여섯 개 연을 떼어 영국 작곡가 패리의 오라토리오 《유디스Judith》 선율에 붙여 만들었습니다. 가사와 선율이 좋아 영국에서는 비신자들도 애창합니다.

 

정적주의, 침묵주의를 표방하며 '교회 건물은 없어도 된다', '목사나 사제를 통하지 않고 하나님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퀘이커교의 방침을 마뜩잖아하는 이들도 있지만 번잡한 세상을 사는 오늘날의 성도들에게는 때로 조용히 묵상하는 가운데 스스로 주의 미세한 음성을 듣는 훈련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사는 고요함 속에서 얻는 평화와 부르심에 대해 말합니다. 영국에서 퀘이커 교도들은 '직업 소명 의식이 철저한 사람들', 그리고 엉뚱하게도 '제과confectionary 분야에 공헌을 많이 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Dear Lord and Father of mankind

 

Dear Lord and Father of mankind,
Forgive our foolish ways!
Reclothe us in our rightful mind,
In purer lives Thy service find,
In deeper reverence, praise.

In simple trust like theirs who heard
Beside the Syrian sea
The gracious calling of the Lord,
Let us, like them, without a word
Rise up and follow Thee.

O Sabbath rest by Galilee!
O calm of hills above,
Where Jesus knelt to share with Thee
The silence of eternity
Interpreted by love!

With that deep hush subduing all
Our words and works that drown
The tender whisper of Thy call,
As noiseless let Thy blessing fall
As fell Thy manna down.

Drop Thy still dews of quietness,
Till all our strivings cease;
Take from our souls the strain and stress,
And let our ordered lives confess
The beauty of Thy peace.

Breathe through the heats of our desire
Thy coolness and Thy balm;
Let sense be dumb, let flesh retire;
Speak through the earthquake, wind, and fire,
O still, small voice of ca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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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찬송가집에 있는 악보를 다쓰베이더가 다시 그려주었습니다. 영국 찬송가집은  4성 합창 악보뿐 아니라 이렇게 오르간 반주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곡에 따라서는 데스칸트(descant. 코리스터가 내는 고음의 부선율)까지 붙어 있을 때도 있습니다. 이 곡은 음역이 낮아 주선율melody 아래로는 화음을 붙이지 않고 단선율로 부를 때가 많습니다.

 

저는 이 좋은 곡이 왜 한국 찬송가집에 실려 있지 않은지 의문입니다.

 

퀘이커 교도가 쓴 시라서?

그럼 가톨릭교에서 온 찬송가들은 어떻게 개신교 찬송가집에 남아 있는 걸까요.

 

기존 교회들의 형식을 비판하니 괘씸해서?

 

우리 한국인은 카리스마 넘치는 강력한 리더를 좋아하고 눈물 콧물 쏟는 시끄러운 신앙생활 체질이라서?

 

단단은, 굳이 밝히자면 태생은 장로교도이지만 정서적으로는 감리교에 좀 더 동조하고, 의외로 내성적이면서 시끄러운 거 싫어해 퀘이커교의 조용한 묵상 방식도 좋다고 여깁니다.

 

이 찬송가를 비판한 글을 한번 읽어봅시다.

문제적 찬송가의 문제 시인

 

글 쓴 분에 의하면 교파* 상관없이 이 곡을 애창하는 영국인들은 영적으로 둔한, 문제 있는 신앙인들이고, 개신교 찬송가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곡은 몇 곡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모든 교파*는 다 자기가 옳다고 우기는 법이지요. 다시 반복할게요. "우리가 천국 문에 설 때, 하나님은 우리의 신학이 아니라 삶에 대하여 물으실 것이다." 

 

* 참고로,

종단⊃종파⊃교파⊃교단.
기독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 등 종교별로 구분할 경우에는 '종단'(宗團). 
기독교 안에서 가톨릭, 정교회, 개신교 등의 대분류는 '종파'.
장로회, 감리회, 침례회 등의 중분류는 '교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등의 소분류는 '교단'.

 

퀘이커교의 입장도 한번 들어봅시다. 우찌무라 간조는 퀘이커 교도는 아니고 '무교회주의자'입니다만 상통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한국 퀘이커교 예배 모습 엿보기

퀘이커리즘으로의 초대

교회 문제: 우찌무라 간조

 

아래의 글은 잘 나가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산통을 깹니다.

한국 퀘이커교 진단

 

교파가 이토록 분화되고 의견이 이토록 분분한 세상에서는 각각에서 좋아 보이는 것만 취하면 됩니다. 퀘이커교에도 취할 만한 좋은 점들이 있지요.

 

 

 

 

 

 

 

 

 

 

군부대 위문 공연을 자주 다니는 영국의 '국민 가수' 캐서린 젠킨스Katherine Jenkins가 웨일즈 남서부의 세인트 데이비즈 커씨드랄St Davids Cathedral을 방문해 그곳 회중들과 함께 불렀습니다. (영국에서는 '커씨드랄'이 가톨릭교 예배 공간뿐 아니라 국교인 개신교 성공회 교회 건물을 뜻하기도 합니다.) BBC의 일요일 저녁 인기 프로그램 Songs of Praise의 한 장면입니다. 영국에 있을 때 즐겨 시청했었습니다.

 

노래 시작 전에 가수가 "코리스터chorister였던 어릴 때는 단순히 노래가락이 좋아서 애창했던 곡인데, 나이가 들어서는 선율뿐 아니라 가사가 주는 감동까지 느낄 수 있게 되어 여전히 사랑하는 찬송가입니다. 바삐 돌아가는 번잡한 세상에서 주는 변함없이 우리에게 조용히 말씀을 건네십니다."라고 설명을 합니다. 차분한 영국인들 성정에 잘 맞아서 설문 조사를 하면 항상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찬송가 상위권에 들곤 합니다.  2013년의 설문조사에서는 4위를 했네요.

 

 

영국인의 애창 찬송가 상위 30곡 (2013) (BBC) 

1. How Great Thou Art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2. In Christ Alone (예수 안에 소망 있네)

3. Be Still, For The Presence Of The Lord

4. Dear Lord And Father Of Mankind  (만민의 성부 되신 주)

5. Here I Am, Lord (I, The Lord Of Sea And Sky)

6. And Can It Be

7. Abide With Me

8. Guide Me, O Thou Great Redeemer/Jehova

9. Make Me A Channel Of Your Peace

10. The Day Thou Gavest, Lord, Is Ended

11. Jerusalem

12. Great Is Thy Faithfulness

13. Shine Jesus Shine (Lord, The Light Of Your Love Is Shining)

14. Love Divine, All Love Excelling

15. Be Thou My Vision (☞ 내 맘의 주여 소망 되소서

16. Amazing Grace

17. I Vow To Thee My Country

18. When I Survey the Wondrous Cross

19. What A Friend We have In Jesus

20. Thine Be The Glory

21. To God Be The Glory

22. Praise, My Soul, The King Of Heaven

23. Be Still, My Soul

24. How Deep The Father’s Love For Us

25. Will Your Anchor Hold In The Storms Of Life

26. Psalm 23 (by Stuart Townend)

27. O Love That Wilt Not Let Me Go

28. Lord, For The Years

29. Lord Of All Hopefulness

30. The Servant King

2013: The UK's Top 100 Hymns

 

 

 

 

 

 

 

 

 

영화 <어톤먼트>(2007)에도 이 찬송가가 쓰였습니다. 2차대전 당시 영국으로의 탈출을 기다리며 프랑스 덩케르트 해변에 집결해 있던 연합군의 모습을 그린 장면으로, 중단 없이 한숨에 촬영한 ‘원테이크’ 기법의 뛰어난 예로 회자되곤 합니다. 이 장면은 음악적으로도 훌륭합니다. 군인들의 씩씩한 제창이 애잔한 현악합주와 결합되었다가 다시 멀어지도록 하여 초현실적인 느낌을 물씬 살렸습니다. 근접close-up 촬영 시의 가사가 하필 “주가 주시는 아름다운 평화The beauty of Thy peace”여서 더 애처롭습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머나먼 타국 땅의 일이지만 하나님을 섬기는 영국 청년 제임스와 하나님을 섬기는 독일 청년 오토가 서로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20세기 전반부의 비극이 우크라이나 기독 청년 볼로디미르와 러시아 기독 청년 블라디미르 사이에서 오늘도 반복되고 있어 가슴 아픕니다.

 

 

 

 

 

 

 

 

 

영국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의 크리스마스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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