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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츄 선릉점 - 집 근처에 제대로 된 라멘집 하나 생겼으면 좋겠네 노래 불렀더니 뙇 본문

한식과 세계 음식

부탄츄 선릉점 - 집 근처에 제대로 된 라멘집 하나 생겼으면 좋겠네 노래 불렀더니 뙇

단 단 2023. 8. 5. 22:30

 

 

일본에서 들여온 <부탄츄> 분점이 생겼습니다!

신나서 이 집 음식도 술과 음료 빼고 다 먹어봤습니다. (꽈당)

글이 기니 대중교통 이용하시거나 식당에서 혼밥 하실 때 읽으세요.

여러 날에 걸쳐 쓴 글이니 여러분도 여러 날에 걸쳐 읽으셔도 됩니다. 

 

장마철에는 사진기를 갖고 나가지 않으므로 사진은 전부 아이폰 14 Pro Max로 찍었습니다.

가로로 긴landscape 사진들은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豚人 = 돼지인간.

돼지인간?

 

 

 

 

 

 

 

 

 

일본인 창업주가 설마 스튜디오 지브리의 《붉은 돼지Porco Rosso》(1992) 열혈 애호가일까요?

어쨌거나 콧테리(こってり 농후) 돈코츠 라멘집 이름으로는 적절해 보입니다. 

단단의 지브리 작품 선호 순위

 

 

 

 

 

 

 

 

 

영업 시간.

[지도] 부탄츄 선릉점

 

 

 

 

 

 

 

 

 

건물 2층의 가게 입구.

키오스크로 먼저 주문하고 들어가 앉게 돼 있습니다.

 

 

 

 

 

 

 

 

 

2005년 일본 교토에서 창업해 한국에는 홍대점을 본점으로 신촌점, 대학로점, 건대점, 선릉점, 다섯 곳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 한국에 들어왔으니 10년 넘게 영업했네요. 한국에서 일본 라멘집이 10년 넘게 버텼다니 경이롭습니다. 그것도 호불호 갈린다는 진한 콧테리 돈코츠 라멘으로요.  

 

 

 

 

 

 

 

 

 

이 집의 라멘 주문 요령입니다.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이라서 한꺼번에 인파가 몰렸다 빠지는 식사 시간대에 신속히 음식을 제공해야 하므로 다른 지점처럼 염도를 선택하거나 소스나 파, 마늘, 숙주 등의 양을 세세히 지정해 주문할 수는 없고 면만 고를 수 있습니다. 선릉점의 이 점을 아쉬워하는 라멘 애호가가 많지요.

 

 

 

 

 

 

 

 

 

제가 한국에서 다녀 본 라멘집 중 인테리어가 가장 근사합니다.

<오레노> 강남역점도 넓고 좋긴 한데 여기가 더 근사하네요.

부탄츄의 다섯 개 한국 지점 중 이 선릉점이 제일 멋있습니다.

 

 

 

 

 

 

 

 

 

4면 중 무려 3면에 창이 크게 나 있어 답답하지 않고요.

 

 

 

 

 

 

 

 

 

카운터석에 불도 다 들어옵니다.

 

 

 

 

 

 

 

 

 

자리에 앉아서 본 입구쪽.

4인용 식탁과 2인용 식탁 각각 두 개. 

 

가게 곳곳에 '에비스 비루' 판다는 판촉물을 붙여 놓았습니다.

이 에비스가 대중 식당에는 함부로 물건을 대지 않고 중급 이상의 식당만 상대하는 등 깐깐하게 군다면서요?

그렇다면 여기저기 붙여 자랑할 만하네요.

 

 

 

 

 

 

 

 

블친 더가까이 님의 일본 여행 사진.

도미와 함께 있는 것으로 보건대 아마도 일본의 칠복신(七福神, 시치후쿠진) 중 하나인 에비스.

홋카이도 오타루 식당 <기힌칸>(貴賓館)

 

 

 

 

 

 

 

 

 

일자 식탁 두 곳 중 한 곳. 가게 입구쪽.

 

 

 

 

 

 

 

 

 

 

일자 식탁 두 곳 중 나머지. 길가쪽.

 

걸어서 올 수 있는 곳에 이런 분위기 좋은 큰 라멘집이 생겼다니 꿈만 같습니다.

포스코센터에서 가깝습니다.

[지도] 부탄츄 선릉점 위치

 

 

 

 

 

 

 

 

 

그렇군요. 

(거참 말리니까 더 반대로 하고 싶네...)

 

 

 

 

 

 

 

 

 

첫 방문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진하고 걸죽한 수프와 센 염도의 '토코とこ' 쇼유 돈코츠를 주문했습니다. 1만원.

 

세아부라[背脂. 돼지 등지방을 삶아 체sieve에 쳐서 국물 위에 흩뿌린 것]가 덮여 있었는데, 영국의 대표 블루 치즈인 스틸튼stilton 맛이 나는 고릿하면서 진한 돈골 국물에, 세아부라가 내는 것 같은 식빵 속 향긋한 이스트풍 풍미가 아주 좋았습니다. 콧테리 돈코츠가 이런 거였군요. 라멘에서 제가 좋아하는 스틸튼 치즈와 식빵 속 이스트맛이 나다니요. 지금까지 경험했던 묽은 돈코츠 라멘들은 뭐였을까요? 기왕 먹는 거, 저는 개성 강한 토코 돈코츠 쪽이 좀 더 취향에 맞는 듯합니다.

 

다만, 농후한 국물의 장점을 뒤로 하고, 간이 지나치게 세서 건강을 조금 염려하며 먹었습니다. 간 맞추기용 쇼유 타레는 앞으로 3분의 1만 넣어 달라고 주방에 요청해야겠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밖에 나와 사 먹어 본 음식 중 가장 짰습니다. 타레에서 단맛도 함께 나니 양을 줄여도 괜찮겠어요. 라멘이 원래 짠 음식인 건 아는데 너무 짭니다.

 

2개월 뒤 추기:

지금은 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왼쪽부터 각각 1분, 2분, 4분을 삶는다고 합니다. 점장님께 여쭤봤더니 돈코츠 라멘에는 전통적으로 '호소멘細麺'을 쓴다고 해 호소멘으로 주문해보았습니다. 과연 국물과 잘 어울렸습니다. (굵은 중화면은 소화가 안 돼 먹고 싶어도 못 먹습니다.) 가는 면이지만 국물 속에서 급속도로 붇지 않고 단단함을 꽤 오랫동안 잘 유지합니다.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잘 안 되니 가급적 먹지 말라는 말

소화시키는 데 장장 30시간 걸린 라멘 

 

 

 

 

 

 

 

 

 

네네, 명심하고 제대로 잘 먹어보겠습니다.

 

일본 요리만화의 유명 대목 중 "에잇, 공들여 만든 국물 먼저 맛볼 생각 않고 마구 섞어서 면부터 후루룩 먹다니, 당신 같은 사람에겐 라멘 팔 생각 없어!" 손님한테 호통 치던 라멘 장인이 생각납니다.  

 

섞지 않고 맛본 국물 첫 술과, 섞어서 맛본 두 번째 술, 한참 먹다 말고 맛본 국물 맛이 다 달랐어요. 재미있습니다. 간을 맞추는 타레가 바닥에 깔려 있어 윗국물만 떠먹어서는 정확한 간을 알 수 없으니 유의하시고요.

 

이 집의 돈코츠 라멘 네 종류를 모두 맛보았는데,

토코 쇼유 돈코츠 [사진] → 토코 시오 돈코츠 → 쇼유 돈코츠 → 시오 돈코츠

순으로 국물이 담백해지고 간도 줄어듭니다.

 

'토코'가 붙은 건 100% 진한 돈골 육수에 세아부라를 흩뿌린 것, 

'토코' 자가 빠진 건 돈골 육수와 해산물 육수 혼합에 세아부라를 뿌리지 않은 것.

네 가지 다 맛이 좋으니 취향껏 골라 주문하세요.

가장 담백하다는 시오 돈코츠는 담백한 대신 파와 마늘 맛이 많이 드러납니다.

가장 담백하다는 것도 어쨌거나 다른 집들 돈코츠 라멘보다는 짙습니다.

 

그런데 맛달걀(아지타마고)에 단맛이 많이 나는 날이 있어 의아합니다. 밥반찬일 때는 단맛이 조금 있어도 괜찮지만 라멘 고명으로 먹을 때는 단맛이 없으면 좋겠는데요. 기름진 국물에 달걀까지 단맛이 나니 너무 느끼합니다.

 

2개월 뒤 추기:

맛달걀의 단맛도 많이 준 것 같습니다.

 

 

 

 

 

 

 

 

 

손님이 직접 담아 와야 하는 반찬 두 가지.

 

기름진 돈코츠 라멘에는 생강절임이 필수이건만 시어터진 김치라뇨, 이게 웬일입니까. 흑흑. (→ 일식 생강절임 애호가 단단.) 집에도 있는 김치, 밖에 나와서까지 먹고 싶지 않아요. 것두 일식집에서요. 생강절임으로 바꿔 줘요. 흑흑.

 

그런데 저만 이렇게 생각하지, 대개의 한국인들은 라멘집에서 김치 내주면 행복해하죠. 돈코츠 라멘집들도 개업 초기에는 일식 생강절임과 갓볶음을 냈다가 "김치나 깍두기 없어요?" 하는 손님이 하도 많아 고육책으로 이렇게 바꿨을 겁니다.  

 

단무지와 김치 뒤 그림자 좀 보세요. 역광 촬영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창이 크다 보니 광량이 과해 사진발이 영 살질 않는 겁니다. 맞은편에 앉은 영감한테 복어처럼 몸 부풀려 빛 좀 최대한 많이 가려주오 요청했더니 저렇게 한껏 가오 잡은 그림자가 생겼어요. 배꼽 잡습니다. ㅋㅋㅋㅋㅋㅋ

 

2개월 뒤 추기:

지금은 김치와 단무지 외에 고춧가루, 마늘, 설탕 넣고 버무린 한국식 단무지 무침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포장이나 배달 손님한테는 생강절임을 기본으로 보내는 것 같았고요. 매장에서 식사하는 손님도 요청하면 생강절임을 흔쾌히 내준다고 합니다.  

 

 

 

 

 

 

 

 

 

돈코츠 라멘용 돈골 육수에 매운 된장을 푼 카라미소辛味噌 라멘. 1만 2천원.

된장에 고춧가루 외에도 마늘, 유지, 기타 재료들을 넣는다고 하는데 이 집은 된장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된장에 매운 두반장을 섞기도 한다 하고요.

맛있게 양념한 간 고기를 별도로 넣어준다고 2천원 더 받나 봅니다. 

인심 좋게도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하나 정도 되는 넉넉한 양을 넣어주었고, 핵심 고명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미소 라멘은 지역 특산이자 어엿한 한 장르이면서도 '구색 갖추기'용 B급 라멘 취급 받을 때가 많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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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요리왕》 3권 17-19화 '삿포로 라면, 한여름의 대소동' 중에서.

 

 

그래서 미소맛에 뒤지지 않는 진한 돈코츠 육수를 써야 하는데, 맛이 또 너무 농후하면 남녀노소 전 연령대가 즐겨 먹을 수 없게 돼 딜레마라는 에피소드입니다.  

 

한국에서는 어차피 아이들이나 노인은 일본 라멘집의 고객층이 아니니 배제시키고 풍미 짙은 미소 라멘을 내기로 한 것 같습니다. 비교적 젊으면서(웃기시네) 기름지거나 개성 강한 음식을 좋아하는 저한테는 괜찮았습니다. 호감 가는 식당의 메뉴는 다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서 별 기대 않고 주문했다가 의외로 맛있어서 놀랐습니다. 

 

섞지 않고 맛본 국물 첫 술에서는 영국의 블루 치즈인 스틸튼 맛이 강하게 납니다. 된장이 진한 돈골 육수 속 스틸튼 맛을 증폭시키는 모양입니다. 된장 자체에서도 스틸튼 맛이 나기도 하고요. 이태리의 고르곤졸라나 프랑스의 록포르와 달리 영국의 스틸튼에서는 우리 된장 같은 구수한 맛이 난다고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 여기 돈코츠 라멘들과 카라미소 라멘 국물맛이 딱 그렇습니다. 

 

스틸턴, 스틸튼

☞ 로끄포르, 록포르

☞ 고르곤졸라

 

잘 섞어서 맛본 국물에서는 한국의 고추장찌개맛이 납니다. 신기하죠.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찌개맛이 나서 인기 있겠습니다.  

 

면은 중간 굵기의 고불고불한 치지레멘ちぢれ麺이 기본으로 쓰이는데 이 면이 또 별미입니다. 우리 수제비 같기도 하고 칼국수 같기도 해 푸근한 느낌을 주네요. 이 라멘은 부탄츄 선릉점에서만 낸다고 합니다. 다쓰베이더가 이 집에 오면 '스틸튼 라멘' 먹겠다며 이 라멘을 자주 시킵니다.    

 

그러고 보니,

 

 

 

 

 

 

 

 

 

라멘집 갈 때 착용하는 내 라멘 브로치가 이 카라미소 라멘이었구나!

국물이 빨개서 무슨 라멘일까 궁금했었는데 오랜 궁금증이 드디어 풀렸습니다.

 

 

 

 

 

 

 

 

 

선릉점이 생기기 전인 2019년 1월에는 이런 행사도 했었나 봅니다. 잠실롯데점이 없어지고 선릉점이 생겼습니다. 잠실롯데점 점장님이 우리 동네 점장님으로 오신 것 같고요. 우리 점장님 화이팅. 

 

미소 라멘은 삿포로의 특산품이죠. 일간지에 실렸던 일본 라멘 관련 글 중 몇 가지 중요한 문장들을 인용해봅니다.

 

"삿포로 라멘을 가리켜 '추위가 최대 향신료'라는 표현을 쓴다. 추운 지방에 최적화된 음식이라는 의미다. (중략) 삿포로의 모든 라멘은 대부분 숙성된 '치지레(꼬불꼬불)'면을 사용함으로 퍼짐 현상이 거의 없고 식감이 쫄깃하다."

 

종류별 미소 라멘 먹으러 부탄츄 전 지점을 다 도는 라멘 애호가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ㅋ 저도 궁금한걸요? 미소 라멘은 겨울 음식으로 통하니 겨울에 미소 라멘 집들을 돌아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닭과 어패류 '더블 스프'의 맑은 칭탕 라멘. 1만 1천원.

돈코츠 라멘 전문점이 칭탕 국물도 잘 만듭니다.

이 라멘을 주문해 드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맛있음이 있습니다.

 

그릇은 좀 안타깝습니다.

얼룩덜룩 지저분하게 벗겨지는 전사 그릇은 치우고 좀 더 뽀얀 백자에 같은 백자로 받침을 맞추면 예쁘겠는데요.

요즘은 세련된 백자에 근사하게 담아 내는 라멘집들이 많아졌죠.

 

 

 

 

 

 

 

 

 

달마다 바꿔 선보이는 한정 라멘들.

 

이 집은 7월의 라멘으로 냉라멘인 히로시마 츠케멘つけ麺을 내고 있었습니다. 

츠케멘은 여름 음식으로 통하는데, 뜨거운 츠케지루와 차게 식힌 면을 함께 내므로 먹을 때 온도 차가 상쇄돼 미지근해진다는 단점이 있잖아요? (저는 이걸 단점으로 보지 않습니다만.) 그래서 이 히로시마 츠케멘처럼 아예 츠케다레까지 '히야시冷やし'로 식혀서 내는 츠케멘들이 있습니다. 

히로시마 츠케멘이란?

 

 

 

 

 

 

 

 

 

7월 한 달만 선보인다고 하니 맛봐야지요. 1만원.

 

츠케다레는 간장 날내 + 참기름 + 참깨 + 해산물 다시 + 고춧가루 맛이 어우러지질 못하고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재료의 총합에서 오는 맛 + 알파가 있어야 솜씨 있게 잘 만든 요리일 텐데 재료들이 충분히 섞일 시간을 갖지 못해서인지 각 재료맛이 그냥 다 따로따로 느껴집니다. 날카롭고 거칠어요. 츠케다레 그릇 가장자리가 어수선한 걸 보니 주문 받으면 그제서야 각각의 재료를 츠케다레 그릇에 넣고 즉석에서 섞어 내는 모양입니다. 면을 그냥 집에서 만든 양념간장에 말아먹는 것 같고 너무 짭니다.

 

파도 녹색 부분을 지나치게 길게 채썰어 억세고 맵습니다. 그날그날 파 상태를 살펴서 특별히 질긴 날은 좀 더 짧고 가늘게 썰고 연한 흰 부분을 섞어야 합니다. 맵고 짠 츠케다레라서 실고추는 없어도 됩니다. 거추장스러요. 꾹 참고 두 번 사 먹어봤는데 이 라멘은 추천하지 않으렵니다. 역시 매운맛 찬 국수는 한국이 한 수 위. 비빔냉면 장처럼 재료들을 한데 섞어 좀 묵히거나 숙성시킨 다음 쓰면 어떨까 싶습니다. 

음식에 곁들이는 생파, 생양파의 맥락과 썰기에 대하여

 

 

 

 

 

 

 

 

 

8월의 라멘, 히야시츄카. 8천5백원.

 

포스터 아래쪽의 설명을 옮겨 봅니다.

"히야시츄카란 간장으로 맛을 낸 육수를 부은 일본식 중화 요리로, 계란 지단, 야채 등이 올라간 차가운 중화라멘."

 

히야시츄카는 지금까지 각기 다른 라멘집에서 총 네 번 먹어봤는데, 평양냉면이나 소바, 냉우동 같은 기품이나 카리스마는 없고, 그냥 시원한 맛에 한 끼 때우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마 식초, 겨자, 마요네즈를 같이 내줬습니다.

잘 섞은 뒤 면에 마요네즈를 뿌려 비벼 먹습니다.

일식 대중식당은 마요네즈 의존도가 높은 것 같아요.

 

 

 

 

 

 

 

 

 

간장맛과 감칠맛 나는 찬 국물이 바닥에 조금 깔려 있습니다.

섞어서 그냥도 먹어 보고 마요네즈 뿌려서도 먹어 보았는데,

이것도 그냥 그래요. 

구색 갖추기용 메뉴라 그런지 흥미를 끄는 요소 없이 지극히 예측 가능한 맛이 납니다. 

음식 설계도 좀 손쉬워 보이고요.

채소는 최소한 한 종류 정도는 더 올렸으면 하고,

산뜻한 해산물을 두어 종류 올리면 더 잘 어울릴 텐데, 

돼지고기와 닭고기만 취급하는 집에 1개월 잠깐 선보이는 메뉴를 위해 해산물까지 새로 다루라는 건 무리이겠지요.

차슈가 두꺼우니 맛과 질감이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채로 썰어 올리면 먹기가 조금 낫겠습니다만, 차슈 자체가 맛없으니 흥이 안 납니다.

 

 

 

 

 

 

 

 

 

이제부터는 라멘 곁들이용 양 적은 음식들입니다.

4천원만 내면 추가할 수 있고, 반드시 라멘을 주문해야만 주문할 수 있습니다.

 

가라아게. 

제대로 된 술안주용 단품 가라아게는 양이 이보다 좀 더 많고 7천원.

 

이 집이 가라아게 맛집이네요.

갓 튀겨 내 딱딱하지 않고 온화하게 바삭거리면서 촉촉.

은은한 생강향의 맛있는 양념.

뼈 없이 실한 살코기.

추천. 

 

 

 

 

 

 

 

 

 

가라아게 돈부리. 

단품은 이보다 양 많고 9천원.

식사 때는 쌀밥을 꼭 먹어야 쓰것다 하는 분들은 가라아게 대신 이걸 주문하시면 되겠습니다. 

가라아게에 간장 양념을 입혀 잘게 썰어 올렸고 김, 파, 양배추, 마요네즈를 섞어서 먹게 합니다.

 

 

 

 

 

 

 

 

 

챠항(炒飯 일본식 볶음밥).

단품은 양 많고 9천원.

 

이 집이 또 볶음밥 맛집이기도 합니다.

향 좋고 감칠맛도 훌륭하고.

중식과 일식의 장점만 모아 놓은 듯한 맛이 납니다.

추천.

 

 

 

 

 

 

 

 

 

소보루 돈부리. 

저 '소보루'란 게 카라미소 라멘에 올리는 양념 '민찌'와 같은 것으로 보입니다. 

잘 섞어서 먹으면 맵고 짠 맛있는 비빔밥이 되기는 하나 맨밥과 먹기에는 민찌맛이 어우러지질 못 하고 많이 튑니다. 제 입맛에는 볶음밥이 더 낫습니다.

 

달걀 노른자를 생으로 낼 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터뜨려서는 안 되지요. 

선도 떨어지는 달걀로 오해 받기 딱 좋습니다. 

 

 

 

 

 

 

 

 

 

이제부터는 라멘 곁들이가 아니라 단품.

 

바닥 한 쪽만 지진 교자. 4천 5백원.

들러붙은 피 떼어내다 잘못했는지 교자 여섯 개가 다 터져서 속에 든 소가 드러난 채로 왔습니다.

너무 흉측하게 담긴 음식은 제 블로그에 올릴 수 없어 예쁘게 담아 내올 때까지 돈 주고 재주문해 먹거나 제가 적당히 매만져 사진 찍곤 하는데 하도 기본이 안 돼 있어 언급해봅니다.

물리고 새로 받을까 하다가 5천원 안 되는 음식이라서 그냥 먹었습니다.

라멘집이면 교자에 신경 써야 할 텐데 맛도 그냥 그래요. 

 

 

 

 

 

 

 

 

 

튀긴 교자. 4천 5백원.

지진 교자와 같은 소.

돈이 너무 아까웠어요. 3천원만 받아도 되겠습니다.

윗부분 정가운데는 피가 무려 5겹입니다.

튀긴 만두는 이 집 근처에 있는 <보영만두> 것이 아주 맛있으니[1인분 8천원] 그 집 가서 사 드세요.

 

 

 

 

 

 

 

 

 

오츠마미(おつまみ 술안주) 차슈. 9천원.

라멘에 올리는 차슈를 약하게 양념해 토치로 살짝 불질한 뒤 숙주와 함께 제공하는데, 

이 집의 모든 라멘에 들어가는 차슈와 같은 차슈이니 라멘 드실 분들은 따로 주문할 필요 없어 보입니다.

천장에서 에어컨 바람이 세게 나와 가뜩이나 얇은 차슈가 더 금방 식고 더 금방 마릅니다. 

 

 

 

 

 

 

 

 

 

치킨난방チキン南蛮. 8천원.

간장 양념한 가라아게, 레몬 즙과 바질(?)로 맛낸 타르타르, 레몬 즙에 절인 양파 피클, 양배추채.

가라아게 하나를 참 여러 군데 써먹습니다.

 

담음새는 신경을 좀 써야겠습니다.

하도 엉망으로 담아와 보다 못한 우리 집 영감이 매만진 게 저 정도입니다.  

소스는 소스라서 봐준다 쳐도, 물기 흥건한 시큼한 피클을 누가 소스 끼얹은 튀김 위에 얹어서 내나요. 옆으로 놓든지 따로 담아 오든지 해야죠. 접시 바닥에 피클 즙이 고여 튀김을 적시고 있을 때도 종종 있습니다.

 

튀김에 기름진 소스를 끼얹어 보통 느끼한 게 아니므로 토코 돈코츠 라멘 드실 때 같이 시키는 건 말리고 싶습니다.

 

 

 

 

 

 

 

 

 

탕면집의 저 온갖 국자들.

조로록 걸려 있으니 보기에 심히 아름다워요.

세 배 확대 촬영해서 사진은 좀 흐립니다.

귀차니스트와 수납

 

 

 

 

 

 

 

 

 

마지막으로,

다쓰베이더가 그릇에 담아 온 단무지.

허, 단무지 따위를 이렇게 예쁘게? 

 

 

 

종합, 정리해 봅니다.

이 집에서 제가 맛있게 먹은 음식은 다음의 것들입니다.

 

돈코츠 라멘 4종 전부 (특히 토코 '쇼유' 돈코츠. 맛있으나 염도가 매우 높으니 간을 좀 낮춰 달라고 요청하세요.) 

 카라미소 라멘

 칭탕 라멘

 가라아게

 볶음밥

 

이 동네가 어떤 동네냐면요, 강남인데도 유명 라멘집이 제가 아는 것만 벌써 세 개가 들어왔다가 문 닫은 촌스러운 동네입니다. [킨톤 라멘, 유타로, 아오리 라멘] 홍대나 신촌처럼 젊은 라멘 애호가들이 멀리서도 찾아오는 '힙'한 동네가 아니라 아저씨 취향의 고깃집 즐비한 오피스가라서 라멘집들은 고전하는 악명 높은 먹자거리죠. 그래도 가만히 지켜보니 작년부터는 깔끔한 인테리어의 젊은이들 취향 음식점이 하나 둘 늘고, 올해 5월에는 부탄츄가 들어와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국수 좋아하는 한국인들이라지만 한국에서 일본 라멘은 아직까지 썩 인기 있는 음식이 아니지요. 우동, 소바 집과도 경쟁해야 하고, 짬뽕, 짜장면과도, 쌀국수, 우육면과도, 칼국수, 막국수, 냉면 파는 집과도 경쟁해야 하니 어렵겠습니다.

 

부탄츄 선릉점의 전 메뉴를 맛보고 나서 든 생각은,

 

(1) 전체적으로 염도를 낮췄으면 좋겠고,

(2) 곁들이나 술안주에 개운하고 산뜻한 음식 한두 개가 있으면 좋겠다.

 

국물에 유지를 많이 띄우거나, 유지를 많이 써서 볶거나, 튀긴 것에 기름진 소스 곁들인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이런 음식 아주 잘 먹는 단단인데도 금방 물리고, 라멘은 거기다 간까지 세니 부담스럽습니다.

 

일본 라멘 = 짜다, 일본 라멘 = 기름지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요. 방문기를 읽다 보면 제일 많이 맞닥뜨리는 표현도 이것들이고요. 다른 국수에는 부족한 기름진 맛이라서 저는 특장점으로 여깁니다만, 간이 세니 이 집에서 먹고 나면 늘 '귀 고혈압'으로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립니다. 음악인인데 라멘 자주 먹다간 청력 다 잃겠어요. 이미 나온 음식 갖다 주면서 "간이 세면 말씀해 주세요." 하지 말고 다른 지점들처럼 주문할 때부터 간 조절을 할 수 있게끔 키오스크 설정을 바꿔야 합니다. '본고장'처럼 맛낸다고 염도 지나치게 높이지 않아도 됩니다. 라멘뿐 아니라 곁들이나 술안주들도 많이 짭니다.

 

근처에 베트남 쌀국수 집이 있는데, 쌀국수는 담백한 데다 스프링롤과 신선한 채소를 곁들일 수 있으니 술 마신 다음날 해장을 원하거나 일상식으로 자주 먹기 원하는 이들한테는 라멘보다 우선하는 선택지가 되겠지요. 칼국수 집도 여럿 있고요. 권여사님과 친구분들, 저희 이모부 같은 노인들은 베트남 쌀국수는 즐겨 사 드셔도 일본 라멘은 절대 안 드십니다.

 

2개월 뒤 추기:

라멘 염도가 전체적으로 많이 낮아졌습니다. 안심하고 즐길 수 있겠습니다.

 

한동안 없었다가 모처럼 생긴 라멘집이니 또 사라지지 않게끔 동네 주민이 애써 조언하고 홍보해보았습니다.

쾌적한 환경에, 라멘집인데 붙박이 라멘들이 맛있으니 다행입니다. 직원분들도 친절하고요.

번창하기를 바랍니다.

 

 

[음식우표] 라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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