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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영국편 - 영국의 닭고기 수프, 닭육수 수프 본문
영국인 세 명이 한국의 예능 방송에 나왔다길래 궁금해서 리뷰를 찾아 보니 다쓰 부처도 먹어 본 적 없는 '엄나무 백숙'이란 걸 시켜 먹은 모양. ㅋ
ㅋㅋㅋㅋㅋㅋ
영국 손님들아,
방바닥에 긴 다리 접고 앉아 나뭇가지 피해가며 음식 뜨고 물에 젖은 닭 손에 들고 뜯느라 고생 많았어요.
이들이 말하는 영국의 '치킨 없는 치킨 수프'란, 닭육수chicken stock를 기본 국물로 써서 맛낸 수프들을 뜻한다. 종류가 많아 하나로 특정하기가 어려운데, 이 블로그에도 닭육수 써서 만든 영국 수프나 소스 글이 많으니 시간 나실 때 찬찬히 둘러보시면 좋겠다. 예를 들어,
☞ 콜리플라워 체다 수프
☞ 워터크레스 수프
☞ 브로콜리 스틸튼 수프
☞ 어니언 그레이비
☞ 터키용 그레이비
등등.
닭고기가 들어간 치킨 수프는 따로 있다. 아래와 같이 생겼다.
책 제목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서 그 닭고기 수프가 바로 이걸 말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먹는다. 유태인 이민자가 많은 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가정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나 대략 이런 모양에 이런 맑은 국물을 하고 있다. 사진은 제이미 올리버의 ☞ 치킨 수프. 몸 아플 때 먹으면 '힐링'된다고 '유태인의 페니실린Jewish Penicillin'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영국의 또 다른 '치킨 수프'로는 좀 더 걸죽한 성상의 'pot pie'가 있다[사진]. 영국인들은 이를 수프로 여기지 않고 소스 많은 파이로 여기기 때문에 <어서와..> 촬영 당시 이 음식을 떠올리지 못했던 것 같다. 만들어 먹어 보니 우리나라 닭백숙 비슷한 느낌이 난다. 파이이긴 하나 소스가 많아 파이지만으로 감싸는 건 불가능하고, 그릇pot에 담아 위에 파이지를 얹어 바삭하게 구워 낸다. 이 블로그에서 조리법을 소개한 적 있으니 참고하시라. (☞ 치킨 앤드 머쉬룸 파이) 우리는 닭백숙, 닭죽, 삼계탕을 보양식으로 먹는데, 영국인들은 치킨 파이를 '위로를 주는 음식comfort food'으로 생각하고 먹는다.
참, 위의 갈무리 영상을 보고 생각 났는데, 한식 먹을 때 불편한 점으로 외국인들은 '음식을 시켜 놓고도 무슨 음식이 나올지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꼽곤 한다. 메뉴에 요리 이름만 덜렁 있고 설명이 없어 그런데, 거기다 생각지도 못했던 반찬들이 잔뜩 깔리는 것도 놀라운 일이라고. 이는 경우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특정 재료에 알러지를 가진 사람들이 종종 있으므로. 못 먹지는 않더라도 싫어하는 재료로 만든 반찬들이 포함될 수도 있으니 어쨌거나 개선해야 할 문제다. 내 돈 주고 음식 시켰는데 내가 못(안) 먹는 음식이 나온다니 희한하지 않나? 나도 반찬 많이 깔리는 식당은 좋아하지 않는다. 되돌려 보내는 반찬이 두어 가지씩은 꼭 있다. 젓갈이라든가, 장아찌라든가, 익히지 않은 생해산물로 만든 것들이라든가, 번데기라든가, 살아서 식탁 위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라든가. 애초 이런 반찬들이 나올 법한 집은 잘 가지도 않지만.
갈무리 영상에서도 보듯 외국인들한테는 잔뜩 깔린 반찬들이 먼저 먹어야 하는 '에피타이저'인지, 기다렸다 메인과 함께 먹어야 하는 '사이드 디쉬'인지조차도 감 잡기가 힘들다. 한식은 음식이 맛있을지는 몰라도 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저 경우에는 주방에서 조리를 마친 뒤 못 먹는 나뭇가지와 잎은 건져 내고 손님상에 내는 게 맞지 않나. 흡사 영국인들이 가을에 가드닝 한 뒤 정원 쓰레기 쓸어담은 모양새다. 하도 못 믿을 사회라 엄나무 넣었다는 걸 저렇게 꼭 눈으로 확인시켜 줘야 하나 생각도 든다. ■
☞ 영국음식 열전
덧. 단단의 닭죽 트라우마.
어릴 때 양평에 물놀이 갔다가
가마솥에 끓인 닭죽을 마을 사람들로부터 한 그릇 얻어먹은 적이 있다.
오, 음식이 뽀얗다. 처음 보는 음식인데 맛있네? 냠냠.
먹는 도중 숟가락에 큰 감잣덩이 같은 게 걸리길래
작게 부수려고 암만 힘 줘도 꿈쩍없어 건져 보니
실눈 뜬 핏기 없는 허연 닭대가리가 떠억.
(벼슬도 붙어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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