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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 무렵 찍은 클로티드 크림. 포장이 산뜻해졌습니다. 한국에도 클로티드 크림이 들어갔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그런데, 것으로 들어갔다면서요? 이곳 영국의 수퍼마켓들은 주로
아니, 요즘 한국이 그렇게 덥다면서요? 믿거나 말거나, 저흰 두꺼운 내복을 입고도 덜덜 떨다 못 견뎌 엊저녁엔 난방을 좀 했습니다. 추워 죽것어요, 아주. 차생활이 다소 단조로워졌습니다. 홍차는 무조건 머그 한가득 담은 수퍼마켓표 종이 티백 밀크티입니다. 우아하게 공부차 우려 '바디감'이 어쩌고 할 계제가 아녜요, 지금. 하도 추워 오늘은 매콤한 비스킷으로 몸이나 훈훈히 데워 보세 하고 난생 처음 진저브레드 비스킷을 다 구워 보았습니다. 사람 모양 비스킷 커터가 없어서 크리스마스 땡처리 할 때 사 둔 커터를 썼습니다. 생강가루만 넣으면 매가리가 없으니 이런저런 향신료를 더 넣어 제대로 풍미를 살려 봅니다. 비율은 취향껏 조절하시면 되겠습니다. 단것 싫다고 당밀 양을 줄이면 맛과 향이 제대로 안 나니 너무..
동양은 작은 찻잔 하나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사유한다. 막 피어 올린 가녀린 움싹을 유린 당한 차나무에게 진실로 머리를 숙인다. 특히 차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차나무의 입장에서는 생각해보지 않은 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또한 일일이 한 순 한 순 찻잎을 채집해서 덖고 비비기를 거듭해 차를 만들어 준 제다인의 노고에 감사한다. 이제 이런 귀한 차를 입에 머금고 주변과 자신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찻잔 속의 귀한 차를 마음 속에 떠올리며 너와 나, 자연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귀한 차, 귀한 생각이 담긴 찻잔은 그래서 두 손으로 꼭 안아야 하는 귀한 보석 같은 존재이다. 보석 같은 귀한 존재를 만든 사기장은 더 귀한 존재가 된다. 이것이 찻잔 하나에 ..
윈체스터는 다쓰 부처가 좋아하는 유서 깊은 중세 도시입니다. 아써 왕과 원탁의 기사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도시, 알프레드 대왕이 통치하던 옛 영국의 수도이기도 했지요. 집에서도 멀지 않아 그간 여러 차례 와서 사진도 많이 찍어 두었는데, 어쩐 일인지 블로그에 글을 올린 적이 없네요. 윈체스터 대성당은 다쓰 부처가 즐겨 방문하는 곳입니다. 이곳 코리스터와 성가대의 연주가 좋거든요. 해마다 이맘때면 교회 뜰에서 크리스마스 장터가 열리는데, 파는 물건들은 공예품 위주의 고만고만한 것들이지만 동네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예뻐 관광객이 많이 찾아옵니다. 저는 이 윈체스터 대성당의 대문을 정말 좋아합니다. 보통 이런 큰 교회들의 문은 중후한 색과 거대한 크기로 위압감을 주기 마련인데, 윈체스터 대성당은 작은 문을 여러..
오늘은 1968년에 나온 영국 동화를 한 편 소개할까 합니다. 사십년이 훌쩍 지나 요즘 다시 유행을 하고 있다는데, 어릴 때 부모님이 읽어주신 걸 듣고 자란 요즘 젊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대를 이어 읽어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줄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나 무언가 애틋함이 느껴지겠지요. 차 블로그 주인장 단단이 영국에서 홍차 이야기가 포함된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놓칠 수 없으니 우리 블로그 친구분들께도 소개를 좀 해야겠습니다. 한국의 엄마들은 기겁을 하겠지만 여기 영국에서는 꼬마들도 티타임이 되면 어른들과 함께 앉아 카페인이 든 홍차를 마십니다. '괜찮을까' 걱정이 앞서겠지만 어릴 때부터 카페인에 노출되면서 자랐어도 건강하게 장수하며 살다 가는 노인들 천지니 희한하죠. 아주 짧은 아가들용 이야..
Summer afternoon - Summer afternoon... the two most beautiful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 Henry James - 셰익스피어를 비롯, 수많은 작가들이 극찬했던 영국의 '글로리어스'한 여름 날씨. 9월이지만 아직까지는 유효합니다. 이런 날은 무조건 집 밖으로 뛰쳐 나와야 합니다. 영국에서는 여름에 햇빛을 쬐어 두지 않으면 비타민D 부족과 피부병으로 겨울을 날 수 없다고 합니다. 다들 기를 쓰고 밖으로 나옵니다. 1층 할머니가 또 머그 한가득 밀크티 담아 일광욕 하러 마당에 나오셨습니다. 햄퍼hamper와 담요는 아직도 못 샀습니다만, 오늘은 공원 벤치에라도 앉아 차를 즐겨야겠습니다. 간단하게 싸 들고 집 근처 공원으로 향합니다..
2006년 봄. 유럽연합 국가들이 카페의 나라 오스트리아에 모여 재미있는 일을 꾸민 적이 있었습니다. "심심한데 우리, 각 회원국들의 대표 과자들을 한번 정리해 볼까?" "거 좋지!" 그리하여 각 나라별로 커피나 홍차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대표 과자들을 정한 다음 레서피를 한데 모아 브로셔로 제작, 회원국의 카페나 티룸을 찾는 사람들에게 잠깐 동안 무료로 배포를 한 적이 있었지요. 위의 포스터를 보십시오. 저 많은 언어들이 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언어라고 합니다. 유럽연합 안에서만도 저렇게 많은 언어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어떻게 그런 유럽을 통합할 생각을 다 했는지는 더 놀랍죠. 유럽연합 내에서 통용될 새 기준을 하나 마련할 때마다 의견이 분분, 문자 그대로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이 포스터..
런던 남서쪽 써리Surrey 주에 리치몬드Richmond라는 작은 동네가 있다. 헨리 8세가 이곳에 있는 궁전Richmond Palace에서 맛있는 제과를 먹고 즐거워했다는 전설이 돌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제과제빵으로 유명한 동네인데, 국립 수목원 기능을 하는 왕립 큐 가든Kew Garden이 있어 맛있는 빵도 먹을 겸 자연을 벗삼아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는 곳이다. 전에 라는 글을 올리면서 "영국인들은 화려한 호텔 아프터눈 티보다는 꽃이 만발한 시골 동네 소박한 티룸에서의 차 한 잔을 더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늘은 큐 가든 앞에 있는 오래된 티룸 를 소개할까 한다. 우리말로는 뭐 '원조 시녀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는 이 '메이드 오브 아너'가 신부 들러리를 뜻한다..
▲ 천둥 번개만 없다면 이 정도 날씨에는 문제없이 야외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에서는. ▲ 오른쪽으로. ▲ 큐가든 속 큐 팔레스. 조지안 시대의 의상을 입은 도우미 여인이 입구에 서 있다. ▲ 영국에서는 딸기잼 병에도 저런 모자를 씌운다. ▲ 까칠하고 심드렁한 단단일지라도 공원의 나무 벤치만 보면 숙연해진다고 한다. ▲ 내 유산 중 일부가 영국에 가지 않도록 한국에도 이런 벤치 기증 문화가 있었으면. 공원에 제발 운동기구 좀 설치하지 말아줬으면. ▲ 큐가든의 수련들 ▲ 수련 중 가장 카리스마 넘쳤던 녀석 ▲ 이층집이 대부분인 영국에서는 남편들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이층 침실에서 기어나올 생각도 않고 마냥 뒹굴고 있는 마눌님께 브렉퍼스트 홍차와 토스트를 준비해 갖다 바치기도 한다. 꼭 저렇게 생긴 ..
오늘은 홍차 관련 옛 영국 필름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에 만들어졌으니 우리 부모님들이 코 흘리고 있을 때이거나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거죠. 프랑스 등 대륙 국가들은 일찌감치 나치에게 접수되고 영국만 끝까지 남아 겨우 버티던 때로, 물자가 턱없이 부족해 차를 비롯한 생필품을 배급제로 공급하던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영국인들이 가장 먼저 걱정했던 것 중 하나도 바로 '차 못 마시게 되면 어쩌지?'였다네요. ㅋ 그러니 이 필름은 어렵사리 구해 온 귀한 차, 이왕이면 제대로 우려 마시자는 취지에서 만든 공익성 필름인 겁니다. 폭격으로 불 타는 건물 소화하는 장면과 피해 지역의 아이들이 자동차 앞에서 차 마시는 장면이 잠깐 지나가는데, "피폭 지역의 곤궁한 사람들..
영국 출장을 오신 가필드 님을 모시고 다쓰 부처는 오늘도 또 티룸에 갔습니다. 오늘은 피카딜리 서커스 어느 뒷골목에 숨어 있는 모로칸 티룸입니다. 북적이는 피카딜리 서커스 안쪽,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골목에 이런 이색적인 공간이 다 숨어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토기 화분들을 이렇게 일렬로 늘어놓기만 해도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걸요. 내부는 이렇습니다. 술을 따르고 있는 직원 위로 보이는 알록달록 호리병들은 아라비아의 물담배인 '시샤'라고 합니다. 파이프 물고 시샤 피우고 있는 사람을 볼 때마다 꼭 관악기 불고 있는 연주자 같아 호기심에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죠. 여기서 잠깐 시샤에 대한 토막 공부. 우리나라 옛 노인들이 곰방대에 담배를 피웠듯 중동 사람들도 특이한 담배를 피워 왔다. 여행자들에게..
런던 브라운스 호텔 - • 170여년 전에 세워진 런던 최초의 호텔 • 발명가 그레이엄 벨이 영국에서 최초로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는 곳 • 아가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 를 쓰는 동안 머물면서 아프터눈 티를 즐기며 소설의 모델로 삼았다는 곳 • 영국차협회The Tea Guild, UK Tea Council가 뽑은 2009년 런던 최고의 아프터눈 티룸 영국 출장을 오신 명문대 화학과 출신 오르가니스트 대기업 과장님 (응?) 덕에 다쓰 부처는 오늘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 자리잡은 유서 깊은 브라운스 호텔 아프터눈 티룸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올해 런던 최고의 아프터눈 티룸이라니 몹시 궁금했지요. 제가 앉은 쪽에서 바라본 실내 사진입니다. 제 뒤로도 공간이 더 있습니다. 타이와 자켓 차림이 아니면 입장도 안 시..
▲ 한 외국인 관광객이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 담에 붙은 전시 일정을 살피고 있다. 런더너라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공간이 런던에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런던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화가의 솜씨와 더불어 초상화에 담긴 시대별 복식과 가구와 소품을 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을 영어로 '씨터Sitter'라 하는데, 초상화를 보면서 이 씨터들의 업적을 곰곰 머리 속에 떠올려 보는 것도 재미 중 한 가지가 될 수 있다. 가령, 제인 오스틴의 초상화를 보면서 작품의 여주인공과 연인(Mr Darcy! ♥), 그리고 그들이 나눈 대화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므로 영국에 ..
▲ 런던 소호Soho 차이나 타운 광장에 있는 시계 우리 집 낡은 똑딱이로 저 움직이는 인형들을 잡아내느라 매번 애먹다가 겨우 성공. 시계가 마침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영국인들에게는 참 각별한 시간이다. 다들 9시에 출근해 5시30분에 칼퇴근들을 하면서도 오전 티타임, 점심시간, 오후 티타임을 간단하게마나 꼭꼭 챙긴다. ■
▲ 영국의 하이스트리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 점원이 시음용 차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의 홍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재료나 향료를 넣어 향을 낸 가향차보다는 다른 종류의 찻잎끼리 섞은 블렌딩 차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스트레이트로 즐기기보다 우유 타서 마시기를 좋아하는 국민적 기호 때문일 것이다. 진하게 우린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타서 마시면 그냥 마시는 차에 비해 좀 더 푸근한 맛이 있긴 하다. 흐린 날씨 탓일지 모른다. 또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인데- 영국인들은 과장된 향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 (영국 과자나 케이크들은 프랑스 것들과 달라 바닐라 향이 과하지 않다.) 단, 재료 자체가 가진 향은 매우 즐기는 편이다. 왜 음식이 그토록 단순해 보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들은 ..
▲ 세미나실 한쪽에 마련된 간이 티테이블. 크림빛 식탁보도 다 깔았다. 영국인들의 차茶 사랑에 관해서라면 오늘 있었던 세미나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될 것 같다. 아침 9시에 시작되는 세미나를 위해 10분 정도 일찍 도착 - 시작하기 전 룸 한 켠에 조촐하게 마련돼 있는 뜨거운 차와 비스킷으로 몸을 녹인다. 세미나 시작 후 한 시간이 지나면 강사는 지친 목을 쉬게 하고 참석자들은 서먹함을 깨트릴 겸 차와 비스킷을 먹으며 또 티 브레이크를 가진다. 수줍음 많은 영국인들은 제삼자가 서로를 소개해 주기 전까지는 여간해선 자발적으로 통성명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훈훈한 차의 기운을 빌어야 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영국의 날씨는 매우 변화무쌍하므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났을 때는 실제로 날씨 이야기를 많이 한..
▲ 길 건너 편에서 찍은 사진. 유럽엔 작은 숍들이 많지만 이렇게 작은 숍은 처음이다. 1706년, 영국 최초의 티룸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줄곧 한자리를 지켜왔다는 숍에 다녀왔다. 트와이닝스는 영국의 차 문화를 대표하는 유서 깊은 회사. 영국에서 유원지나 야외 행사장, 회의실, 세미나실, 대학과 회사의 구내매점 등, 티포트에 제대로 차를 우려 내는 곳이 아닌 간이 공간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트와이닝스의 낱개 포장된 티백으로 차를 낸다고 보면 된다. 집에서 마시는 경우가 아니라면 밖에서 캐주얼하게 즐기는 홍차의 대부분은 트와이닝스의 티백 제품들인 것이다. 수퍼마켓 홍차 코너에서도 이 트와이닝스의 제품은 매대의 넓은 면적을 차지할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대개의 홍차 회사들이 자사 고유의 블렌딩 제품이나 아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