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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남긴 여운이 길어 며칠째 내용을 곱씹고 있습니다. 대사도 별로 없는 영화가 생각할 거리는 참 많이도 줍니다. 오늘은 영화에 쓰인 음악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 공간은 제 놀이터와 같아서 웬만하면 여기서는 일(음악)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드는데, 음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글이 없어 제가 한번 끄적거려 봅니다. 전문 용어는 가급적 쓰지 않겠습니다. 이 영화의 작곡가로 다들 한스 짐머를 언급하죠. 음악을 맡은 작곡가는 사실 한스 짐머 외에 두 명이 더 있습니다. ▲ Hans Florian Zimmer (1957- ) ▲ Benjamin Wallfisch (1979- ) ▲ Lorne Balfe (1976- ) 현대의 영화음악 작곡가들은 좋든 싫든 클래식 음악 악보를 많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각 악..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캐롤 두 곡을 소개해 드릴게요. 좋아하는 캐롤이 두 곡밖에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캐롤 중 오늘은 두 곡을 소개해 드리겠다는 겁니다. ㅋ 이 두 곡은 특별히 미국의 아카펠라 그룹인 의 편곡과 연주로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Hark! The Herald Angels Sing' 음반 《He is Christmas》(1991) 수록곡 가사는 1739년에 영국인이 썼고, 선율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작곡된 멘델스존의 것을 가져다 영국 작곡가가 1855년에 가사에 맞춰 변형해 붙였습니다. 이 연주에서 맨 마지막 종지 부분cadence 말입니다, 이 대목 들을 때마다 저는 세상 모든 연주 중 그 흔한 장3화음을 이토록 근사하게 들려 주는 연주는 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 치즈와 할라뻬뇨 얹어 그릴한 나초스와 블랙 빈 께싸디야의 중간쯤 되는 맛. 쌈바와 보사노바의 나라 브라질. 리우(히우) 올림픽을 앞두고 프링글스가 "브라질맛" 한정판을 내놓았습니다. 맛을 재미있게 잘 냈어요. 빨간 통 성분: Dehydrated Potatoes, Vegetable Oils (Sunflower, Corn), Rice Flour, Wheat Starch, Salsa Seasoning (Sweet Whey Powder {Milk}, Flavour Enhancers {Monosodium Glutamate, Disodium Guanylate, Disodium Inosinate}, Partly Hydrogenated Sunflower Oil, Tomato Powder, Onion Powder, ..
내가 미쳤다. 일주일 넘게 열이 펄펄 나고 마우스에 손 얹을 기운도 없이 늘어져 있는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생각이 갑자기 나 이 미친 곡을 또 찾아서 들었다. 이 곡이 주는 감동은 내 머리와 가슴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므로 듣고 나면 꼭 앓게 되는데 이걸 몸 아플 때 찾아서 들은 것이다. 이제 열병에 두통까지 더해졌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러시아를 무시하면 안 된다. 나는 러시아 작곡가들에 애착이 있다. 더 나은 남성 연주자가 있더라도 이 곡만은 반드시 여성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듣고 싶다. 유학비 마련하느라 팔아버린 내 분신과도 같던 그랜드 피아노 생각에 눈물이 난다. ■ ▲ 1900년대 초의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1873-1943). 이 곡은 190..
▣ 식빵 같은 머리를 한 이티E.T.를 빼닮은 저 삐걱삐걱 월이Wall-E가 과거에는 지구가 아름다웠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은 낡은 TV 수상기로 인간 남녀가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죠. 제가 '이 지구 위에서의 삶은 그래도 아직 살 만하다'라고 느끼는 순간도 바로 이 춤추는 모습을 목격할 때입니다.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보면 한없이 신나고 아름답고 모든 시름이 잊혀집니다. 취미로 춤 좀 배워둘걸, 늘 아쉬워요. 제 대중음악 취향은 매우 극과 극인데, 마일스 데이비스, 빌 에반스 같은 쿨 재즈와 느슨한 보사노바 같은, 조용하면서 복잡한 화음을 구사하는 음악. 그리고, 그 반대로 화음은 단순하지만 강하고 깔끔한 음악. 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스타일인고 하니, 베이스와 비트가 ..
영국 작곡가 중에 레이프 본 윌리암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Ralph'를 '랄프 로렌' 할 때처럼 '랄프'로 발음하지 않고 '레이프'라 발음할 때가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영국의 전통 발음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이 발음이 다소 예스럽고 상류층스러운 느낌이 난다고 해서 철자대로 '랄프'라 불리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이 이름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대로 불러 주는 게 가장 좋겠죠. 영국 배우 Ralph Fiennes는 '레이프 파인즈'라 불러 줘야 합니다. 이 양반이 좀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이거든요. 아, 대사 읊거나 말하는 걸 보면 발음이 벌써 '포쉬posh' 하잖아요. 오늘은 본 윌리암스의 작품 하나를 들어 보도..
헝가리 태생의 영국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가 2017년 에서 장시간에 걸쳐 바흐(J. S. Bach, 1685-1750)를 연주했습니다. 장소는 영국 런던의 입니다. 재생 단추를 누른 뒤 화면 하단에서 꽃모양 단추를 눌러 고화질로 전환해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 양반이 지금 바흐의 저 기나긴 곡을 전부 외워서 연주합니다. 암기력, 정신력도 대단하지만 예술가의 재능에는 체력도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연주자의 열정적이고 분방한 연주, 좋지요. 그런데 단단도 이제 나이가 드니 차분하고 관조적인 연주가 더 와닿습니다. 혹시 이 글 보시는 분들 중 어린 자녀를 둔 분 계세요? 아이에게 꼭 피아노를 가르쳐 주세요.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행복한 추억과 좋은..
'부부의 날'이라고 합니다. 기념으로 오늘은 부부의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노래를 한 곡 들어 보죠. 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는 짧은 곡으로, 음악 역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곡입니다. 망실된 부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형태로 기보되어 전해진 음악 중 최고最古의 것으로 학자들이 추정하고 있거든요. 음악 전공하신 분들은 음악사 수업 시간에 반드시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겁니다. 노랫말과 가락이 함께 비석에 새겨졌기 때문에 후대에 전해져 연주될 수 있었습니다. 기원전 200년에서 서기 100년 사이,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이천년 전, 터키의 아이딘Aydin 부근에 '세이킬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살았습니다. 그가 죽은 아내를 기려 기둥을 하나 세우고 그 위에 노랫말과 가락을 함께 새겼습니..
크리스마스 지나 수퍼마켓에 가면 크리스마스 식품들을 반값 이하에 살 수 있습니다. 다쓰 부처는 '크리스마스는 반드시 12월 25일에 기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는 실용적인 (돈 없는) 사람들이므로 이렇게 절기가 지난 다음 떨이 식품을 사다 뒷북 둥둥 울리며 즐기곤 합니다. 럭셔리 식품을 샀더니 포장이 과하군요. 다쓰베이더가 포장을 끄를 동안 우리는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듣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작곡가들이 곡을 쓰고 영국인들이 연주한 영국산 캐롤들 위주로 모아 보았습니다. 일단 당장 떠오르는 것들만 몇 곡 올렸습니다. 틈날 때마다 계속 추가하겠습니다. 가장 많이 불리는 곡은 . 한국 주부들에게는 이 가 노래보다 포트메리온 제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요. 도자기 표면에 그림과 함께 가사 1절이 쓰여 있으니..
▣ 성금요일을 맞아 옛날 사진첩에서 아름다운 영국 교회 사진을 찾아 올려 봅니다. 2009년 7월, 영국 여행을 오신 권여사님을 모시고 런던에 있는 어느 교회의 음악회를 갔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전문 공연장뿐 아니라 교회 건물에서도 음악회를 많이 합니다. ▣ 바로크풍과 현대풍을 적절히 조화시킨 실내. 창문의 모던한 십자가가 아주 인상적이죠. ▣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영국풍 천장 조명. ▣ 연주회 마치고 인사하는 연주자들을 몰래 찍어보았습니다. 임신해서 배가 불룩한 연주자가 무려 셋이나 있었습니다. 엄마가 연주자라니, 태교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했을 것 같네요. ▣ 오르간. ▣ 가필드 님을 위해 좀 더 밝게 한 장. 내일 모레면 부활절입니다. 부활절 직전 금요일을 'Good Friday'라 하지요. 영국인들이..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다들 올 한 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새해를 맞아 2012년 자정에 있었던 런던 불꽃놀이 동영상을 올려볼게요. 이 게시물로 우리 권여사님 놀래켜 드리려고 했는데 벌써 동영상을 구해서 보셨다네요. 허허... 어떻게 아시고 ^^; 불꽃놀이를 십분 즐기시려면 다음의 지시사항을 잘 따라주십시오. 우선, 재생 버튼을 눌러 동영상을 실행시켜 주시고요, 오른쪽 하단에 있는 [360p]를 [1080p HD]로 바꿔 화질을 높여주시고요, 화살표 네 개짜리 기호를 클릭, 보기를 선택해 화면을 키워주십시오. 스피커 볼륨도 왕창 올려주시고요. 방 불까지 꺼주신다면 더욱 좋죠. 2012년에는 런던 올림픽과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식이 있지요. 음악들이 이를 반영하고 있으니 주의 깊게 ..
▣ 크리스마스가 되면 캐임브리지 킹스 컬리지 채플에서 매년 캐롤 서비스를 하고 BBC가 이를 전국에 중계합니다. 영국은 기독교가 국교이기 때문에 수많은 무슬림과 힌두, 시크들이 있어도 눈치 보지 않고 꿋꿋하게 국가의 대소사 때 이렇게 기념 예배와 합창을 중계하곤 합니다. 여왕을 비롯한 왕실 사람들과 주요 정치인들이 참석해 앞줄에 앉기도 하고요. 이런 모습들을 TV에서 그대로 다 보여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영국 땅을 떠난 저 신앙심 엄청 깊은 사람들이 세운 미국에서는 현재 어림도 없는 일이 되어 버렸죠. 크리스마스에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인사하는 것도 금기라면서요. 크리스마스에 왜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자기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억눌려 있기 때문에..
차 우리는 짧은 시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는지요? 과자를 준비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는 분들 많지요. 단단은 집에 갖고 있는 가을 철관음을 우릴 때 가끔은 쇼팽의 전주곡Prelude 4번을 틀어 놓기도 합니다.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곡으로, 우리 말로는 '질식', '숨막힘' 정도가 되겠네요. 느리게 하강하는 왼손의 반음계적 진행이 요즘 같은 가을 분위기에 잘 맞습니다. 눈썰미 있는 분들은 아래 악보에서 반음계적 하강 선율이 왼손의 화음 구성음 세 개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으며, 일관성 있게 내려가는 듯하면서도 머뭇거리고 망설이고 주저하는 지점들이 있음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스물여섯 마디밖에 안 되는 짧은 곡에도 천재의 예민한 감수성과 파격이 여지없이 녹아 있죠.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