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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기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옥스포드가 있습니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진작 와 보지 않았을까 의아해하며 기차에서 내렸습니다. 역에서 번화가 쪽을 향해 걸으면서 다쓰 부처는 거리에 한국인이 매우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관광객 신분으로 부모와 함께 돌아다니는 중고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영어를 배우러 온 젊은이들이라 하네요. 그러고 보니 곳곳에 영어학교 간판이 눈에 띕니다. 이름도 대개 '옥스포드 ○○○ 컬리지' 형태를 하고 있어 잘 모르는 사람은 옥스포드 대학인 줄 착각하겠어요. ㅋ 옥스포드 대학과는 아무 상관 없지만 같은 동네에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그럴듯하게 이름 지은 것 같습니다. 부모님 따라 관광 온 아이들은 영국의 공부 잘하는 언니·오빠들을 코 앞에서 보면서 자극도 받고..
▲ 솔즈버리 대성당. 이 건물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궁금하신 분은 ☞ 이곳을 클릭. ▲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회랑回廊. ▲ 내부 신랑身廊. 입장료를 받는 대신 마음껏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 교회 좋고 관광객 좋고. ▲ 영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되었다는 성가대석. 성가대석은 영어로 '콰이어Quire'. 성가대는 '콰이어Choir'. 철자는 다르나 발음은 같으니 주의. ▲ 생명과 거듭남의 상징, 물. ▲ 가까이서 담아본 성가대석과 오르간. 오르가니스트 가○○ 님이 좋아하시겠구나, 흥분하다 손 떪. ▲ 매우 정교한 작품이었으나 사진술 부재로 세부 못 잡아냄. ▲ 오른쪽 측면에서 다시 찍은 성가대석. 이곳에 앉아 조촐한 저녁음악예배Choral Evensong까지 참석하고 왔다. ▲ 돌계단 나..
하드 디스크가 잘못되는 바람에 수년간 찍은 소중한 가족 사진을 몽땅 날렸다는 사람이 하도 많아 작심하고 그간 찍은 사진들을 정리했습니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외장 하드까지 구입해 나름 안전하게 여러 곳에 나누어 저장을 해 두었습니다. 작년 여름 사진 중 차茶와 관련된 게 몇 장 있어 올려 봅니다. 귀한 분께 선물할 일이 있어 모로칸 티포트와 컵을 사러 집을 나섰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로칸 티포트를 사기에 알맞은 곳이 런던에 몇 군데 있는데 이 날은 포토벨로 골동품 시장을 갔었죠. 빠알간 2층 버스의 좌석에 몸을 맡기고 하염없이 흔들흔들 가던 중 눈에 띄는 담벼락이 있어 급하게 담아 보았습니다. 공사 현장을 저렇게 작품처럼 꾸며 놓았어요. 영국에 여행 오면 쇼핑만 하지 말고 담이나 바닥도 유심..
런던 남서쪽 써리Surrey 주에 리치몬드Richmond라는 작은 동네가 있다. 헨리 8세가 이곳에 있는 궁전Richmond Palace에서 맛있는 제과를 먹고 즐거워했다는 전설이 돌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제과제빵으로 유명한 동네인데, 국립 수목원 기능을 하는 왕립 큐 가든Kew Garden이 있어 맛있는 빵도 먹을 겸 자연을 벗삼아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는 곳이다. 전에 라는 글을 올리면서 "영국인들은 화려한 호텔 아프터눈 티보다는 꽃이 만발한 시골 동네 소박한 티룸에서의 차 한 잔을 더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늘은 큐 가든 앞에 있는 오래된 티룸 를 소개할까 한다. 우리말로는 뭐 '원조 시녀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는 이 '메이드 오브 아너'가 신부 들러리를 뜻한다..
▲ 천둥 번개만 없다면 이 정도 날씨에는 문제없이 야외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에서는. ▲ 오른쪽으로. ▲ 큐가든 속 큐 팔레스. 조지안 시대의 의상을 입은 도우미 여인이 입구에 서 있다. ▲ 영국에서는 딸기잼 병에도 저런 모자를 씌운다. ▲ 까칠하고 심드렁한 단단일지라도 공원의 나무 벤치만 보면 숙연해진다고 한다. ▲ 내 유산 중 일부가 영국에 가지 않도록 한국에도 이런 벤치 기증 문화가 있었으면. 공원에 제발 운동기구 좀 설치하지 말아줬으면. ▲ 큐가든의 수련들 ▲ 수련 중 가장 카리스마 넘쳤던 녀석 ▲ 이층집이 대부분인 영국에서는 남편들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이층 침실에서 기어나올 생각도 않고 마냥 뒹굴고 있는 마눌님께 브렉퍼스트 홍차와 토스트를 준비해 갖다 바치기도 한다. 꼭 저렇게 생긴 ..
영국 여행을 오신 친척 어르신을 모시고 이번에는 런던 클래리지스 호텔 아프터눈 티룸에 갔습니다. 내 돈 내고는 가기 힘든 곳, "돈 걱정 말고 먹을 곳을 한번 알아보라"는 지령이 떨어지자 '앗싸 가오리' 하고 예약했죠. 지난 봄에 갔던 브라운 호텔은 규모가 작고 가정적인 분위기, 이 클래리지스 호텔은 더 크고 더 호화롭습니다. 브라운 호텔이 올해 런던 최고의 아프터눈 티룸으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이 클래리지스 호텔이 리츠 호텔과 더불어 런던 아프터눈 티룸계의 지존이었습니다. 아르 데코Art Deco 인테리어의 정수를 맛보고 싶은 분 계시다면 그런 분은 이 클래리지스 호텔로 가시면 됩니다. 창틀부터 거울, 계단 손잡이 등 사소한 부분까지 아르 데코풍으로 세심하게 매만졌음을 눈썰미 있는 분들은 알아차릴 수 있..
영국 출장을 오신 가필드 님을 모시고 다쓰 부처는 오늘도 또 티룸에 갔습니다. 오늘은 피카딜리 서커스 어느 뒷골목에 숨어 있는 모로칸 티룸입니다. 북적이는 피카딜리 서커스 안쪽,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골목에 이런 이색적인 공간이 다 숨어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토기 화분들을 이렇게 일렬로 늘어놓기만 해도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걸요. 내부는 이렇습니다. 술을 따르고 있는 직원 위로 보이는 알록달록 호리병들은 아라비아의 물담배인 '시샤'라고 합니다. 파이프 물고 시샤 피우고 있는 사람을 볼 때마다 꼭 관악기 불고 있는 연주자 같아 호기심에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죠. 여기서 잠깐 시샤에 대한 토막 공부. 우리나라 옛 노인들이 곰방대에 담배를 피웠듯 중동 사람들도 특이한 담배를 피워 왔다. 여행자들에게..
런던 브라운스 호텔 - • 170여년 전에 세워진 런던 최초의 호텔 • 발명가 그레이엄 벨이 영국에서 최초로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는 곳 • 아가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 를 쓰는 동안 머물면서 아프터눈 티를 즐기며 소설의 모델로 삼았다는 곳 • 영국차협회The Tea Guild, UK Tea Council가 뽑은 2009년 런던 최고의 아프터눈 티룸 영국 출장을 오신 명문대 화학과 출신 오르가니스트 대기업 과장님 (응?) 덕에 다쓰 부처는 오늘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 자리잡은 유서 깊은 브라운스 호텔 아프터눈 티룸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올해 런던 최고의 아프터눈 티룸이라니 몹시 궁금했지요. 제가 앉은 쪽에서 바라본 실내 사진입니다. 제 뒤로도 공간이 더 있습니다. 타이와 자켓 차림이 아니면 입장도 안 시..
▲ 코벤트 가든 마켓에서 공연 구경 중인 동양인 관광객 날씨가 따뜻해지고 공기 중 날벌레 밀도가 높아지는 걸 보니 관광철이 슬슬 다가오는 모양이다. 런던 시내엔 벌써부터 관광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버글버글.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올 여름엔 해외 여행 하실 분들이 많이 줄었겠지만 그래도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런던에 잠깐 들르실 홍차 애호가들을 위해 오늘은 모처럼 도움이 되어 드릴 만한 일을 좀 해야겠다. 만일 비슷한 것을 하고 싶은데 런던에서 단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 분들, 이런 분들을 위해 동선을 알려 드리자면, 1. 일단 아침을 든든히 먹은 뒤 옷을 준정장풍으로 번듯하게 잘 차려입고 운동화나 밑창 좋은 단화를 신은 채 숙소를 나선다. 정장에 운동화라니, 좀 우스꽝스럽지만 런던엔 생활 속 빨리 ..
▲ 한 외국인 관광객이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 담에 붙은 전시 일정을 살피고 있다. 런더너라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공간이 런던에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런던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화가의 솜씨와 더불어 초상화에 담긴 시대별 복식과 가구와 소품을 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을 영어로 '씨터Sitter'라 하는데, 초상화를 보면서 이 씨터들의 업적을 곰곰 머리 속에 떠올려 보는 것도 재미 중 한 가지가 될 수 있다. 가령, 제인 오스틴의 초상화를 보면서 작품의 여주인공과 연인(Mr Darcy! ♥), 그리고 그들이 나눈 대화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므로 영국에 ..
권여사님. 이제 곧 설인데 이 먼곳에서 달리 해 드릴 건 없고 궁금해하시던 백화점 사진이나 찍어 올려요. 그동안 다른 티숍들은 방문할 때마다 제깍제깍 방문기를 올렸었는데 이상하게 이 매장만 사진 찍어 올릴 생각을 지금껏 못 하고 있었네. 눈 팽팽 돌게 하는 물건들이 많아 침 흘리며 구경하느라 그랬나? 입구는 이렇게 생겼어요. 저기 저 창틀의 당초문 비스무리한 것acanthus과 묵직한 나무 문 좀 보세요.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를 연녹청색eau de nil과 나무색으로 조화시킬 생각을 다 하다니. 미술하는 친구가 런던은 디자인의 도시라 했는데 정말이네요. 하여간 런던엔 이런 식의 기가 막힌 배색들이 많이 눈에 띄어요. 비 오는 회색조 겨울에 빠알간 이층버스가 그 중 최고. 국회의사당과 빨간 이층버스 배색도..
▲ 길 맞은편에서 찍은 티 팔레스. 두 여인이 창가에 앉아 티 브런치를 즐기고 있다. 얼마 전 트와이닝의 '레이디 그레이' 시음기를 올렸다가 불량소녀 님으로부터 청탁의 탈을 쓴 숙제를 하사받은 적이 있다. 꽃다운 소녀 시절 선물 받았던 홍차의 맛과 향을 지금까지 잊을 수가 없었다며 그 '라벤더 꽃봉오리가 든 얼그레이'를 영국에서 한번 찾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일부러 시간 내지 말고 한가할 때 천천히 찾아봐 달라는 주문에도 불구, 차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 홍차 애호가가 저 커피 애호가도 알고 있는 라벤더 얼그레이를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나 싶어 곧바로 그 특별한 홍차를 찾아 삼만리 장정에 나섰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면서 영국 전역에서 런던 안으로 범위를 좁혀나가는 전략을 짜보았다. 일단, 세인즈버리..
▲ 영국의 하이스트리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 점원이 시음용 차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의 홍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재료나 향료를 넣어 향을 낸 가향차보다는 다른 종류의 찻잎끼리 섞은 블렌딩 차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스트레이트로 즐기기보다 우유 타서 마시기를 좋아하는 국민적 기호 때문일 것이다. 진하게 우린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타서 마시면 그냥 마시는 차에 비해 좀 더 푸근한 맛이 있긴 하다. 흐린 날씨 탓일지 모른다. 또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인데- 영국인들은 과장된 향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 (영국 과자나 케이크들은 프랑스 것들과 달라 바닐라 향이 과하지 않다.) 단, 재료 자체가 가진 향은 매우 즐기는 편이다. 왜 음식이 그토록 단순해 보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들은 ..
▲ 길 건너 편에서 찍은 사진. 유럽엔 작은 숍들이 많지만 이렇게 작은 숍은 처음이다. 1706년, 영국 최초의 티룸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줄곧 한자리를 지켜왔다는 숍에 다녀왔다. 트와이닝스는 영국의 차 문화를 대표하는 유서 깊은 회사. 영국에서 유원지나 야외 행사장, 회의실, 세미나실, 대학과 회사의 구내매점 등, 티포트에 제대로 차를 우려 내는 곳이 아닌 간이 공간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트와이닝스의 낱개 포장된 티백으로 차를 낸다고 보면 된다. 집에서 마시는 경우가 아니라면 밖에서 캐주얼하게 즐기는 홍차의 대부분은 트와이닝스의 티백 제품들인 것이다. 수퍼마켓 홍차 코너에서도 이 트와이닝스의 제품은 매대의 넓은 면적을 차지할 만큼 종류가 다양하다. 대개의 홍차 회사들이 자사 고유의 블렌딩 제품이나 아쌈, ..
지난 여름에 갔던 전쟁 박물관 사진들을 찾아서 올려 본다. 우리 집 다쓰베이더가 밀리터리 매이니악이기 때문에 어딜 가든 전쟁 관련 박물관은 꼭 찾아 다니게 된다. 양차 세계대전사와 각종 현대 전쟁사는 물론이요, 각 나라 군대의 무기도 줄줄 다 꿰고 있는 다쓰베이더. 즐겨 찾는 누리집도 '군사세계', 정기 구독하는 잡지도 모형 디오라마 전문지인 '취미가Hobbist'였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전쟁영화 한 편을 봐도 그놈의 고증이란 것 때문에 마음 편히 볼 수가 없는 모양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다쓰베이더: (전쟁영화를 보다 말고) 뭐! (버럭) 미군 셔먼 탱크를 갖다 놓고 우리더러 이걸 독일군 탱크라고 믿으라는 거야? 이 사람들이 지금 장난하나! 이 날 보았던 전시품 중 단단 마음에 쏙 들었던 건 ..
▲ 런던 코벤트가든을 걷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티숍. 반가운 마음에 무작정 안으로. 이 의 매장 분위기는 런던의 여느 티숍과는 사뭇 다르다. 중국에 가본 적은 없다만 이 가게 안에 있으면 마치 옛날 중국 어느 번화가의 한 가게에 있다는 착각이 든다. 인테리어와 물건 쌓아 놓은 품이 그닥 세련돼 보이지는 않지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떤 '포스'가 느껴진다. 풍의 소녀들을 위한 선물의 집 분위기는 절대 아니다.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이 는 주로 양질의 녹차 공급에 주력하는 티숍이라 한다. 물론 홍차를 포함, 다양한 차와 인퓨전들을 선 보이고는 있지만 유기농 녹차가 이 집의 전문이라 한다. 근처에 차이나 타운이 있으니 중국인들도 많이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기나 차 우리는 데 필요한 기타 자잘한 용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