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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예전에 실없는 꿈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기억하시는 분? 아래의 연결문서를 잠깐 보고 오십시오. ☞ 김정은 꿈의 배경으로는 당시로선 생소하던 '치즈 바'가 나왔었지요. 그 꿈 꾸고 나서 로또 당첨돼 거금 생기면 치즈 바 차려 주말마다 블친들 초대해 먹고 마시면 참 좋겠다 생각했었습니다. 아아,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여라. 그런데 2019년 9월, 위 사진과 같은 회전(!) 치즈 바가 런던에 생겼습니다. 제가 귀국하고 난 다음이죠. 애통 원통 분통. 나 없이도 런던은 잘 돌아가고 있구나. 세계 최초라죠? 영국에 있었으면 개업 소식 듣자마자 다녀왔겠지만 코로나 시국에 한국에 있으니 아래의 영상으로 대리만족해 봅니다. 영국산 치즈들로만 낸다고 합니다. 곁들이도 영국산 아티잔 식품들이 주를 이루고요. ▣ ..
▲ 2013년 8월 30일자 신문 광고. 한국에도 이제 다양한 치즈가 수입되고 있으니 단단이 치즈의 혼합 사용법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홍차도, 커피도, 술도 섞는데 치즈라고 섞어 쓰지 말란 법 없지요. 제가 얼마 전에 에서 버거를 사면서 '콘 샐러드'를 같이 샀는데, 성분표를 보니 놀랍게도 스위트콘을 혼합해 쓰고 있습니다. '어쭈? 이 하찮은 사이드 메뉴에?' 콘 샐러드 특유의 새콤달콤한 어니언 크림 소스도 맛있었지만, 단단하고 야무진 식감의 태국산과 덜 단단하고 경쾌하게 씹히면서 즙 많은 미국산을 섞어 놓으니 강약과 다채로움이 느껴져 재미있었죠. ☞ 스위트콘 비교 치즈를 생산하고 상식하는 나라들은 요리할 때 치즈를 섞어 쓰는데, 아무렇게나 섞는 게 아니고 나름의 원칙이 있습니다. 제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혼자 갔다가 치즈 매대에서 스틸튼을 발견하고는 눈이 번쩍 뜨인 다쓰베이더. "스틸튼이 드디어 수입돼 들어왔소." 전화로 당장 마눌님께 보고하고는 한 덩이를 집어왔습니다. 부부가 감격하여 이틀에 걸쳐 먹어치우고는 ▣ 그 다음날 또 갔어요. ㅋ 이야, 한국은 이제 생활 수준이 매우 높아진 선진국임에 틀림없습니다. 내로라 하는 블루 치즈들이 종류별로 다 들어와 있어요. 에는 독일의 흰곰팡이+푸른곰팡이 치즈 '캄보졸라Cambozola'도 들어와 있죠. 사재기. 매대에 있는 거 몽땅 집어왔습니다. 여러분, 다음주에 크리스마스가 있지 않습니까? 스틸튼은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치즈'로 통합니다. ▣ 그래서 영국의 수퍼마켓들은 12월이 되면 스틸튼을 평소에 내던 작은 조각이 아닌 이렇게 반달 모..
▲ 버러 마켓점에서 사 온 영국 치즈들. ▲ 버러 마켓점의 데번 블루. ▲ 앞서 소개한 양젖 블루 치즈인 빈리 블루와 같은 곳에서 생산된다. 이건 소젖으로 만든다. ▲ 블루 치즈인데 푸른곰팡이가 거의 보이질 않는다. 치즈 초심자도 시도해볼 만한 순한 블루 치즈란 뜻이 된다. ▲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안에 푸른곰팡이가 자랄 수 있으므로 블루 치즈들은 압착을 많이 하지 않는다. 데번 블루 • Cheesemaker: Ben Harris ☞ Ticklemore Cheese • Region: Devon • Milk: Pasteurised cow’s milk • Breed: Friesian • Milk Source: Bought-in milk • Coagulant: Vegetarian coagula..
▲ 버러 마켓점에서 사 온 영국 치즈들. ▲ 닐스 야드 데어리 버러 마켓점의 빈리 블루. ▲ 블루 치즈 애호가가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한 조각 구매. ▲ 양젖 치즈라서 하얗다. ▲ 블루 치즈는 압착을 거의 하지 않아 잘 부서진다. 숙성이 진행될수록 크림처럼 부드러워진다. ▲ 너무 잘 부서지는 것들은 차라리 우묵한 그릇에 담아 퍼 먹는 편이 낫다. 그릇에 담으니 아이스크림처럼 보인다. ▲ 블루 치즈의 푸른곰팡이는 다른 치즈에 잘 옮겨 붙기 때문에 남은 것은 은박지에 싸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빈리 블루 • Cheesemaker: Ben Harris ☞ Ticklemore Cheese • Region: Devon • Milk: Pasteurised sheep's milk • Breed: Frieslan..
▲ 버러 마켓점에서 사 온 영국 치즈들. ▲ 에드먼드 테우. '튜'가 아니라 '테우'로 발음. "에드먼드 테우가 누구야?" ▲ 뇌처럼 쭈글쭈글, 향도 고약하기 짝이 없으나 빛깔만은 고운 살굿빛. ▲ 반을 갈라 펼치니, ▲ 속살도 먹음직스러운 진노랑. 가장자리와 안쪽의 색이 다르다는 것은 질감과 맛도 다르다는 것을 의미. ▲ 카리스마 넘치는 껍질. ▲ 냉장고에서 꺼내 실온에 30분을 두어도 흐르질 않는다. • Cheesemaker: Dave Holton and Tim Jarvis • (☞ Blackwoods Cheese Company) • Region: London • Milk: Raw cow's milk • Coagulant: Animal rennet 세 가지 점에서 흥미를 끈 치즈입니다. 우선, 런던에..
▲ 닐스 야드 데어리 버러 마켓점에서 사 온 래그스톤. ▲ 단면. 냉장고에서 막 꺼내 아직은 뻣뻣. ▲ 200g짜리 원통을 반 자른 것. ▲ 무른 치즈들은 차가워서 치즈가 아직 단단할 때 먹을 만큼 미리 썰어 놓아야 칼에 덜 들러붙고 편하다. ▲ 실온에 둔 지 30분 뒤. 바깥쪽부터 윤기가 돌면서 점차 흐르기 시작. ▲ 한 시간 뒤. 가운데 심지 면적이 더욱 좁아졌다. 이때 먹으면 풍미가 회복되어 맛이 진하고 식감도 좋다. • Cheesemaker: Charlie Westhead • ☞ Neal's Yard Creamery • Region: Herefordshire • Milk: Raw goat's milk • Breed: British Alpine and Toggenburg • Milk Source: ..
• Cheesemaker: Joe Bennett • ☞ Highfield's Farm Dairy (1987) • Region: Staffordshire • Milk: Raw goat's milk • Breed: Saanen and Toggenburg • Milk Source: Farm's own milk (200 goats) • Coagulant: Animal rennet • Minimum weight: 180g 버러 마켓의 닐스 야드 데어리에서 사 온 염소젖 치즈입니다. 180g짜리 긴 원통형 치즈인데 반만 잘라서 사 왔습니다. 생산자가 금요일 아침마다 닐스 야드 데어리에 납품하러 와 닐스 야드 데어리 사장과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고객들의 반응을 전해 듣고, 자기는 치즈가 만들어지는 농장이 돌아가는 이..
치즈 시식기가 30개 이상 밀렸습니다. 이것 때문에 숙제 안 한 것 같아 늘 골치가 아픕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순서 개의치 않고 그냥 쓰고 싶은 것부터 먼저 쓰기로 했습니다. 치즈 번호가 군데군데 비어 있을 겁니다. 건너뛴 번호들은 시간 날 때마다 하나씩 써서 채우겠습니다. 제 치즈 시식기의 반 이상은 떨이 치즈를 사 먹고 쓴 겁니다. 경성 치즈들은 떨이 하는 걸 사도 아무 문제 없지요. 집에서 추가로 숙성시키기도 하는데요.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도 떨이 하는 걸 사면 오히려 가장 농익었을 때를 맛볼 수 있어 좋습니다. 떨이 스티커를 살살 떼어 보겠습니다. 수퍼마켓의 프리미엄 치즈 매대에서 집어 왔습니다. 대량 생산 치즈가 아니라 수제 치즈라고 포장에 자랑을 해 놓았네요. 영국의 유명하다는 전통 경성 치..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에 가면 저는 늘 음식 양이 너무 많아 치즈 코스를 못 시킵니다. 집에서나 즐길 수밖에요. 오늘은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처럼 치즈 코스 내는 법을 귀띔해 드리겠습니다. 아, 이런 건 어디 가서 돈 받고 강의해야 하는데. ㅋ 식후에 내는 치즈 코스는 콕테일 파티나 와인 파티에 내는 치즈보드와 다릅니다. 식후 치즈 코스는 양이 훨씬 적어야 하고, 요리처럼 주최자가 개인 접시에 일인분씩 담아 제공을 해야 하죠. 콕테일이나 와인 파티 때처럼 식탁 가운데에 치즈들을 큼직한 덩어리로 올려 놓고 각자 알아서 잘라 먹게 내버려 두면 안 됩니다. 치즈를 담는 개인 그릇은 다음과 같은 여러 재질의 것을 쓸 수 있습니다. 왼쪽은 검은색 돌판slate, 오른쪽은 나무판입니다. 흰 대리석도 많이들 씁니다. 셋..
치즈 이름 좀 보세요. 숫자가 다 붙고 '멜랑콜리'한 것이 어쩐지 개성 강한 젊은이가 만든 신생 치즈같다는 느낌 안 드십니까. 포장에 알렉스 제임스라고 자기 이름과 얼굴도 떠억 박아 넣고 말이죠. 이 치즈를 만든 사람은 영국의 유명한 록 밴드 의 베이스 주자입니다. 다섯 아이의 아빠이자, 현재는 귀농을 해서 치즈를 만들고 있죠. 영국의 치즈 장인들 중에는 이런 엉뚱한 사람들이 많아요. 전직 포뮬라 원 드라이버도 있고요. 그런데, 감각이 있으면서 솜씨가 좋은 모양입니다. 영국의 제법 권위 있는 식품평가대전 에서 별을 두 개나 받았네요. 푸른곰팡이가 핀 양상이 ☞ 스틸튼과 비슷하죠. 자를 때의 느낌은 스틸튼보다 무르고 부드럽습니다. 사 와서 바로 먹지 않고 냉장고에 두 달 묵혔기 때문에 풍미가 강해졌습니다...
'치즈 비스킷'은 다음의 두 종류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Biscuits for cheese • Biscuits flavoured with cheese 차이를 아시겠지요. 오늘은 첫 번째 개념의 치즈 비스킷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치즈 먹을 때 곁들이는 비스킷을 말합니다. 크래커라고 부를 때도 있는데, 치즈 비스킷이 좀 더 큰 개념입니다. 치즈 비스킷 안에는 비스킷, 크래커, 버터 퍼프, 마쪼, 오트케이크, 크리습브레드, 토스트 비스킷 등이 다 포함되거든요. 치즈와 함께 먹어야 하므로 이런 비스킷들은 대개 간이 세지 않고 고소하면서 담백합니다. 수퍼마켓에 놀러갈 때마다 저는 치즈 선반과 비스킷 선반을 유심히 봅니다. 영국의 수퍼마켓 과자 매대는 크게 네 구획으로 구분됩니다. •..
작년 11월 말에 사 둔 웨스트 컨츄리 팜하우스 PDO 체다 덩이입니다. '정통' 체다인 거죠. 본고장인 영국에서 만들었다고 다 PDO를 달 수 있는 게 아니라 영국 남서부의 지정된 몇몇 마을에서 엄격한 조건의 원료 수급과 전통 제법에 따라 만들어야만 PDO 체다라고 불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체다가 매우 중요한 식재료이므로 어떤 곳에서 만들든 다 잘 만듭니다.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치즈인데다 경쟁이 치열해 정당한 값 치르고 산 영국산 체다라면 다들 기본 이상은 합니다. 저는 평소에는 이런 전통 체다 대신 모던 체다를 사 먹습니다. 예전에 공들여 쓴 체다 글을 먼저 읽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 체다 제대로 고르기 사진에 있는 것은 큰 체다 덩이를 가정용으로 작게 만들어 크리스마스 기념판으로 ..
▲ 잉글랜드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England. 바쓰의 ☞ 파인 치즈 컴퍼니에서 사 온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washed rind cheese'입니다. 훈남 점장이 치즈를 꼼꼼히 잘도 싸 줬습니다. 크으... 포장을 끄르자마자 발 냄새, 메주 냄새, 청국장 냄새, 북엇국 냄새, 온갖 고약한 냄새가... 영국 치즈 중 가장 냄새 나는 치즈로 정평이 나 있죠. 치즈 이름에 벌써 '냄새 고약한stinking'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잖아요. 제 치즈 시식기를 빼 놓지 않고 보신 분들이라면 이제 치즈 겉에 저렇게 주황색이 나는 것들을 보면 딱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겁니다. '아하, 특별 조제한 소금물이나 술로 숙성 기간 동안 반복해서 치즈 껍질을 닦아 주었구나. 냄새는 고약하지만 맛은 냄새만큼 ..
▲ 잉글랜드 노썸벌런드 Northumberland, England 바쓰의 ☞ 파인 치즈 컴퍼니에서 사 온 훈제 치즈입니다. 캬아, 센스하고는. 왁스 페이퍼도 자기네 가게 색과 맞췄잖아요? 이크, 포장을 끄르니 곰팡이가;; 사 와서는 너무 오래 방치했나 봅니다. 훈남 점장 아저씨가 기껏 잘 싸준 치즈인데 미안하네요. 바쓰 간 날 욕심을 부려 치즈를 너무 많이 사 왔어요. 무려 열한 개나 샀으니 부지런히 먹어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요. 치즈를 사고 나서 밖에서 대여섯 시간 돌아다닌 탓도 있고요. 그래도 다행히 그 많은 치즈들 중 이 치즈 하나에만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제아무리 치즈용 왁스 페이퍼에 싸고 냉장고에 보관을 했어도 오랫동안 포장지에 갇혀 있으면 습기가 차서 이렇게 됩니다. 잘됐습니다, 이참에 많은 ..
▲ Caws Cenarth Cheese in West Wales 바쓰의 ☞ 파인 치즈 컴퍼니에서 사 온 블루 치즈입니다. 영국 치즈인데 어째 어감이 좀 낯설죠? 이국스럽게 들리는 단어들은 대개 스코틀랜드, 웨일즈, 콘월 말 중 하나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 치즈는 웨일즈 치즈입니다. '펄 라스Perl Las'는 웨일즈어로 '파란 진주'라는 뜻입니다. 블루 치즈 이름으로 적절하죠. 이 치즈가 세상 빛을 보게 된 데는 복잡한 사연이 좀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이전에 존재했던 유럽경제공동체EEC가 1984년에 각 회원국들에게 우유 생산량 할당제milk quota를 시행할 것을 지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각 회원국의 낙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때 사업을 아예 접는 이도 있었고, 대를 이어..
바쓰의 ☞ 파인 치즈 컴퍼니에서 산 치즈를 소개합니다. 제가 왜 예쁜 접시를 꺼냈냐면요, 이 치즈가 예쁜 여자 이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치즈 이름이 레이첼이라니,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죠. 네에, 치즈 장인의 헤어진 전 애인 이름이라네요. 레이첼이 지금은 어떤 남자를 만나 잘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맛있는 치즈가 자기를 기려 만들어졌다니 아무튼 행복하겠습니다. 제 소원 세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치즈 이름으로 남는 거라서 저는 배가 좀 아픕니다. 나머지 두 개는 무어냐? 구글 스트리트 맵에 찍히는 것, 나머지 하나는 멋진 건축물에 그로테스크한 가고일gargoyle로 남는 것. ㅋ 치즈 전체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치즈 두 덩이를 합쳐 놓은 모습입니다. 하하, 치즈 모양을 보아 짐작컨대 레이..
바쓰에서 들른 두 번째 치즈 가게입니다. 규모가 꽤 커서 런던의 닐스 야드 데어리Neal's Yard Dairy처럼 도˙소매 판매뿐 아니라 자기들이 직접 납품 받은 치즈를 추가 숙성 시키기도 하고, 영국 밖에 영국 치즈들을 소개하고 납품하는 일도 합니다. 가게를 예쁘게, 멋있게 잘 꾸며놨어요. 간판을 보고 밖에서부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가게 설립자가 치즈 대회 심사위원을 하는 사람이라 치즈를 잘 압니다. 저온살균하지 않은 생유 치즈들을 주로 다루고 전통식으로 꼼꼼하게 만든 치즈들만 취급합니다.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홀란드 치즈들과 100종이 넘는 영국 수제 아티잔 치즈들을 다룹니다.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창에 대고 찍은 사진입니다. 수분 많은 연성 치즈들만 모아놓은 냉장고네요. 경성 치즈보다 보관..
바쓰의 길드홀 마켓에 입점한 에서 사 온 치즈입니다. 치즈 색상과 생긴 것 좀 보세요. 꽃분홍색 자연 치즈라니. 치즈 매대에서 이 치즈를 얼핏 보고는 '치즈들 사이에 뜬금없이 웬 살라미가 있어?' 했다가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제서야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전설의 빨간 치즈 '레드 윈저'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아, 자연 치즈인 걸 알면서도 불량식품 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분홍색은 강화 포도주인 포트와 브랜디를 섞어서 내거나, 보르도 같은 레드 와인으로 내거나, 엘더베리 술 같은 빨간 과실주로 낸다고 합니다. 더 선명한 분홍색을 내기 위해 간혹 코치닐 색소를 넣는 곳도 있는데, 색소를 쓰고 안 쓰고는 생산자마다 다릅니다. 제가 사 온 것은 포트와 브랜디를 써서 맛과 색을 냈습니다. 포트는 영국인들이..
바쓰에서 사 온 바쓰산 치즈를 소개합니다. 치즈를 생산지에서 사보기는 제 평생 처음입니다. 감동이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오는군요. 게다가, 작년 세계 치즈 대회World Cheese Awards에서 전세계 33개국이 출품한 2,700개 넘는 치즈들 가운데 1등을 수상했다고 하니 더 특별합니다. 선정 방식은 이렇습니다: 다양한 국적으로 이루어진 250명의 심사위원들을 우선 네 개의 조로 나눈 뒤 1차로 치즈들을 먼저 한 번 추려냅니다. 2차 심사에서는 1차에서 심사한 조와 겹치지 않는 다른조 심사위원들로 맛보게 해 다시 50개를 추려 금상을 수여합니다. 그 50개의 금상 수상 치즈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가장 맛있는 치즈 하나를 뽑아 그 해의 '챔피언'으로 임명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뽑힌 치즈가 이 바쓰 블루..
바쓰에 길드홀 마켓Guildhall Market이라는 옥내 시장이 있습니다. 바쓰에서 나는 특유의 노란색 돌로 지은 건물인데, 1770년대에 이 건물이 들어서기 전에도 이미 16세기부터 장터로 활용되던 장소였습니다. 둥글고 멋진 지붕은 1863년에 올렸습니다. 바쓰 길거리 곳곳에 근사한 부띠끄 숍들이 많이 들어서서 이 길드홀 마켓은 이제 손님이 적고 좀 쇠락한 느낌이 듭니다. 구글 맵Google Map에서 길드홀 마켓 가는 길을 찾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구글 스트리트 뷰street view를 통해 거리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실내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사진기 단 구글 자동차가 못 들어가니 사람이 직접 사진기를 들고 걸어 들어..
6월1일 월요일부터 주말까지가 올해의 입니다. 각종 영국 치즈 시상식과 치즈 관련 행사, 치즈 선호도 조사 등이 이루어지지요. 올해도 어김없이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치즈 순위가 발표되었습니다. 영국의 유명 피클 회사인 브랜스튼Branston이 조사해 발표를 합니다. 2천여 명이 응답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치즈 열 가지 (*표는 영국 치즈) 1위 체다 Cheddar * 2위 모짜렐라 Mozzarella 3위 레드 레스터 Red Leicester * 4위 브리 Brie 5위 파르마지아노 레지아노 (파마산) Parmigiano Reggiano 6위 스틸튼 Stilton * 7위 웬즐리데일 Wensleydale * 8위 페타 Feta 9위 꺄몽베흐 Camembert 10위 크림 치즈..
영국의 전통 치즈인 커드 치즈를 소개합니다. 코티지 치즈 다음으로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치즈가 아닐까 싶습니다. '커드curd'는 우리말로 '응유'라고 하지요. 응유란 우유에 식초나 레몬즙 같은 산, 젖산균, 응고 효소 등을 넣어 굳힌 우유의 고형 물질을 말합니다. 응유와 분리된 말간 액체는 '유장whey'이라 하는데, 치즈는 응유와 유장을 분리한 뒤 응유를 모아 뭉쳐서 만듭니다. 치즈 만들기의 초기 단계에서 끝마쳐 본격적인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은 치즈들은 '신선 치즈fresh cheese'로 분류가 됩니다. 수분이 많아 만들자마자 최대한 빨리 먹어야 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매우 짧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소젖, 염소젖, 양젖, 버팔로 물소젖 등으로 다 만들 수 있습니다. 숙성을 시키지 않으니 겉껍질이 ..
▲ 웨스트 웨일즈, 케레디기온Ceredigion, West Wales 웨일즈의 가장 오래된 유기농 농장에서 2008년에 창작해 선보인 치즈입니다. 신생 치즈이지만 생유와 동물성 효소를 써서 전통 방식으로 만듭니다. 치즈 이름이 웨일즈어로 되어 있어 다소 이국적으로 들리죠. 웨일즈는 영어와 자기네 언어를 둘 다 공식어로 씁니다. 웨일즈어에서는 'f'가 'v'로 발음돼 치즈 이름이 '하포드'가 아니라 '하보드'로 발음되는 겁니다. 웨일즈에서 만들긴 하지만 젖은 스코틀랜드 품종인 애쉬어Ayshire를 데려다 짜서 씁니다. 웨일즈에 웬 스코틀랜드 품종 소냐? 웨일즈 서부는 비가 많이 오고 지형이 스코틀랜드와 비슷해 좀 험하거든요. 하보드 만드는 농장이 위치한 곳이 언덕hill이 많고 비가 많이 오는 곳이라 이런..
영국 전통 치즈인 체다를 소젖으로만 만들라는 법은 없지요. 같은 제법을 써서 양젖으로도 염소젖으로도 얼마든지 체다를 만들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하우다gouda도 염소젖으로 만든 걸 먹어본 적이 있는데, 빛깔도 곱고 아주 맛있었어요. 염소젖 체다는 전에 한번 소개해드린 적 있지요. 같은 제법으로 만들더라도 염소젖으로 만들면 소젖으로 만든 것보다 색이 좀 더 밝고 버터스코치나 밀크캬라멜같은 단맛이 더 많이 납니다. ☞ 염소젖 하우다 ☞ 염소젖 체다 이 치즈는 체다를 염소젖으로 만든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 훈제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치즈 껍질과 속살에 갈색 기운이 도는 겁니다. 체다를 염소젖으로 만든 것도 신기한데 훈제까지 했다니, 안 궁금할 수가 없지요. 훈제 치즈들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갈색 껍질과 ..
▲ 스웨일데일 Swaledale, North Yorkshire, England ▲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1kg짜리 ▲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2.5kg짜리 ▲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220g짜리 왁스 포장 ▲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2.5kg짜리 왁스 포장 ▲ 스웨일데일 양젖 치즈 145g짜리 조각 잉글랜드 북쪽 요크셔에 풍광이 아름다워 한숨이 다 나온다는 '요크셔 국립 공원'이 있습니다. 그 공원 북쪽에 풍광이 특히 더 아름다운 스웨일데일이라는 고장이 있어요. (☞ 스웨일데일 절경과 그곳 고유 품종 양 감상) 오늘은 그곳에서 생산되는 양젖 치즈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 스웨일데일 염소젖 치즈를 전에 소개해드린 적 있었지요. 스웨일데일 치즈는 오백년 이상 만들어온 잉글랜드의 전통 치즈입니다. 양젖, 소젖,..
영국 아티잔 체다로 유명한 몽고메리 농장에서 만듭니다. 이 농장이 자체 보유한 저지Jersey 품종 소의 젖을 씁니다. 영국에서 저지 밀크는 그간 많이 마셔봤어도 저지 밀크로 만든 치즈는 처음 먹어 봅니다. 역시나 아티잔 치즈답게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고 동물성 응고 효소로 굳힙니다. 고로, 한국에는 이 맛있는 치즈가 수입돼 들어갈 수조차 없고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없습니다. 저지 밀크는 지방 입자가 커서 수분을 가두는 특성이 있는데, 이 때문에 체다를 만들면 너무 날카롭고 강한 맛이 나 치즈 원료로 쓰기에는 적합하지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간 우유로만 내다 팔았으나, 수퍼마켓들이 요즘 우윳값 경쟁을 하는 통에 낙농가들이 우유 납품만으로는 원가 보전도 하기 힘들어 재정적으로 큰 곤란을 겪고 있고 이..
▲ 잉글랜드 노팅엄셔 Nottinghamshire, England 영국 정부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생긴 '웃픈' 일 오늘 소개해드릴 치즈는 치즈 애호가들 사이에서 '원조' 스틸튼으로 여겨지는 스티첼튼이라는 치즈입니다. 법이 정한 스틸튼 생산지에서 스틸튼 제법과 똑 같은 제법을 써서 만들지만 스틸튼이라고 이름 붙여 팔 수 없는 이 기막힌 현상황은 놀랍게도 영국 농무부가 1980년대에 시행했던 '뻘짓'에 기인합니다. 당시 유제품으로 인한 리스테리아균 감염에 지나친 노이로제를 갖고 있었던 영국 농무부가 위해 요소를 없앤답시고 전통 치즈를 만드는 농가들에게 예로부터 써 왔던 숙성실의 나무 선반을 모두 스테인레스 스틸으로 바꾸게 하고 생유로 만들던 치즈들을 살균유로 바꾸도록 집요하게 압력을 가하며 괴롭힌 일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