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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 야드 데어리Neal's Yard Dairy에서 사 온 치즈 세 가지 중 첫 번째 것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메리 홀브룩Mary Holbrook 씨가 만들었다고 써 있네요. 원래 치즈란 게 주로 농가 아낙네들이 만들던 것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요. 전직 고고학자였다고 합니다. 이런 작은 치즈들은 여자들이 만들기 좋지요. 영국 경성 치즈나 모짜렐라, 파마산, 에멘탈 같이 중노동이 필요한 치즈들은 여자들이 만들기엔 힘이 좀 부칠 겁니다. 치즈 장인들은 운동하러 헬쓰 클럽엘 따로 안 가도 된다잖아요. ㅋ 영국 남서부 서머셋에 있는 팀스버리 마을에서 만든다고 이름을 팀스보로라고 붙인 모양입니다. 원유를 외부에서 납품 받지 않고 자기 농장에서 키우는 염소들한테서 짜서 쓴다고 합니다. 전통식을 따라 밖에서 풀..
다쓰 부처가 큰맘 먹고 런던 가서는 달랑 아프터눈 티만 먹고 '쓩' 돌아왔을 리가 없죠. 이것저것 계획했던 볼일 보고 여기저기 들러 물건 구경 사람 구경 실컷 하다 왔습니다. 런던 코벤트 가든 근처에 '닐스 야드'라고 불리는 독특한 중정court yard이 하나 있어요. 한국인들이 런던 여행 와서 코벤트 가든 쪽에 오면 사진 한 장 꼭 담아 가는 예쁜 공간이지요. 작은 중정이라서 볼거리가 많진 않은데 중정을 둘러싼 건물들이 아기자기 알록달록해서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옵니다. 이곳에 입점한 가게들도 월드 푸드니, 힐링 푸드니, 대체 의약 유기농 화장품이니 해서 다소 히피스러운 데가 있어요. 중정 가운데 놓인 벤치에 앉아 햇빛 쬐면서 이런저런 음식 먹고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날씨도 좋았어요. 아아, 영국의..
음냐, 치즈 이름 좀 보세요. 처음엔 광고 문구인 줄 알고 포장에서 치즈 이름 찾아 한참 헤맸습니다. 이태리에서는 모짜렐라를 까만 버팔로 물소젖으로도 만들고 일반 소젖으로도 만들지요. 버팔로 물소젖 모짜렐라가 정통이죠. 값도 훨씬 비싸고요. 일반 소젖 모짜렐라와는 맛이 많이 다릅니다. 짠 맛이 부족한데 우마미가 짙으니 제 입맛에는 일반 소젖 모짜렐라에 비해 좀 닝닝하고 느끼했으나 먹다 보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영국에도 버팔로 물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버팔로 물소젖으로 모짜렐라도 만들고 브리도 만들고 이런저런 치즈들을 만들곤 합니다. 마피아들이 산업 폐기물을 무단으로 투기하는 바람에 이태리에서 전통적으로 모짜렐라를 만들어 오던 지역의 환경이 요즘 썩 좋지가 못합니다. 그래서 영국인들과 영국의 레스토랑들은 ..
▲ 레스터셔 Leicestershire, England 레드 폭스의 자매품 화이트 폭스입니다. 레드 폭스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 1월에 정식으로 출시한 치즈입니다. 그야말로 세상 빛을 본 지 한 달이 갓 넘은 따끈따끈한 신생 치즈입니다. 저온살균 소젖으로 만들고 18개월 장기 숙성을 시킵니다. 뭐, '화이트 폭스'라니, 레드 폭스에서 아나토annatto 색소만 뺀 거겠지, 생각을 하고 사 왔는데요, 포장을 끌러보니 체다와 똑같이 생겼네요. 아니, 이런 게으른 사람들 같으니. 이름은 성공한 전작에서 빌려오고 치즈는 원래 있던 체다를 본따 만든 건가. 향 허허, 이거, 쪼개고 난 치즈의 결까지 체다와 똑같구만. 외모도 체다와 똑같은데 향을 맡아보니 향도 체다와 똑같습니다. 엥이, 못마땅합니다. 새로 개발한 치..
▲ 레스터셔 Leicestershire, England 체다, 체셔, 랭카셔, 레드 레스터, 더블 글로스터 등 영국의 경성 치즈들을 전문으로 만드는 ☞ 벨튼 팜Belton Farm이 수년간 공들여 개발한 제품입니다. 전통 치즈인 레드 레스터의 변주라고 하는데, 12개월에서 18개월까지 장기 숙성시키기 때문에 풍미가 레드 레스터와는 많이 다릅니다. 제가 사 온 것은 18개월짜리 '빈티지'입니다. 레드 폭스는 선명한 주황색에, 마치 얼렸다 녹인 두부처럼 표면에 작은 구멍들이 점점이 패여 있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벨튼 팜은 제법 규모가 큰 치즈 생산자이지만 치즈들을 일일이 수작업해 만듭니다. 칼로 자를 때의 느낌은 여느 영국 경성 치즈들과 비슷합니다. 장기 숙성 체다보다는 좀 덜 부서지긴 하나 스위스..
어떤 영국 치즈든 뚝딱 다 만들어 내는 ☞ 롱 클로슨Long Clawson Dairy의 맛치즈입니다. 인기 있을 만한 치즈는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만들어 내는 치즈 생산자들을 제가 원래 높게 안 쳐 줍니다. 전문성이 결여된 곳이 많거든요. 저렴하긴 하나 맛없는 치즈들을 수두룩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 은 어떤 치즈든 다 잘 만듭니다. 대단한 능력이죠. 여기 치즈 먹어 보고 맛없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영국 경성 치즈, 영국 블루 치즈, 영국 맛치즈 등을 다양하게 내고 있는데, 다 잘 만듭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치즈는 영국의 주황색 경성 치즈인 레드 레스터red leicester 속에 빨간 페퍼와 매운 고추를 박은 맛치즈입니다. 빨간 페퍼를 그냥 쓰지 않고 불에 구워 단맛을 농축시..
(2016년 9월 30일에 맛보았던 치즈인데 영국 치즈 47번이 비게 되어 2015년 2월 15일자로 끼워 넣습니다.) 영국 수퍼마켓 는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즉석 식품과 포장 뜯어 바로 먹을 수 있는 점심 도시락, 가공식품으로 유명합니다. 좋은 재료를 쓰고 맛을 잘 내기 때문에 근사한 식당에 갈 여유가 없는 여행객들이 잘 이용하면 좋죠. 규모나 수준이 수퍼마켓의 치즈 카운터만은 못 하지만 치즈도 제법 여러 종류 갖다 놓고 팝니다. 오늘은 모처럼 치즈를 맛봅니다. 요크셔 지방에서 2010년에 탄생한 신생 치즈입니다. 치즈 표면에 푸른곰팡이와 흰곰팡이를 모두 피운 특이한 소젖 치즈입니다. 향 껍질에서는 흰곰팡이 연성 치즈 특유의 양송이 버섯향과 밤꽃향이 납니다. ('정액향'이라고 썼다가 다쓰베이더가..
▲ 노팅엄셔 Nottinghamshire, England 크어어, 이럴 수가. 사진만 찍어 놓고 기록을 안 해 놓다니. 밀려 있는 치즈 사진이 수두룩한데다 먹어볼 치즈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맛 기록을 안 해두어 똑같은 치즈를 다시 사 먹어야 합니다. 이런 어리석은 사람이 또 있습니까. 홍차 시음기도 그래서 못 쓰고 날린 게 얼마나 많은데요. 메모를 습관화해야 합니다. 미루지 말고 제때제때 일해야 하고요. 날 밝으면 다시 사 와서 시식기를 완성하겠습니다. 반면교사 삼으시라고 미완성 글 올려봅니다. - 다시 사 먹다 - 노팅엄셔 주의 베일 오브 비버Vale of Belvoir 마을에서 크롭웰 비숍Cropwell Bishop 치즈 농장이 일일이 수작업해 만듭니다. 크롭웰 비숍은 스틸튼으로 유명한 블루 ..
가만히 관찰을 해보니 영국에서 맛치즈를 만들 때 쓰는 치즈들이 대략 정해져 있는 듯합니다. 고추, 겨자, 양파, 차이브 등을 넣어 짭짤하게 만드는 맛치즈들은 대개 체다를 가져다 씁니다. (반)건조 과일, 당절임 생강, 캬라멜 등을 박아 단맛을 내는 맛치즈들은 신선한 우유 맛이 아직 남아 있는 순한 맛의 웬즐리데일이나 화이트 스틸튼을 쓰는 것 같고요. 껍질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보슬보슬한 질감의 염소젖 치즈나 양젖 치즈도 많이 씁니다. 이런 치즈들은 숙성이 많이 되지 않은 탓에 아직은 자기 성격이 덜 드러나 디저트용 단 치즈를 만드는 데 더없이 적합합니다. 식후에 기름지고 설탕 많이 넣은 푸딩을 내는 것보다는 좀 더 산뜻하고 덜 번거로워 많이들 찾습니다. 그런데 이 치즈는 특이하게도 ☞ 랭카셔 치즈를 도화..
이번에는 퀵스Quickes 농장의 염소젖 체다입니다. 퀵스 농장의 훈제 체다를 사 먹은 지 한참 지나서 사본 치즈였는데, 시식기를 쓰려고 보니 같은 농장에서 만든 자매품이었네요. 원료만 염소젖일 뿐 제법은 체다와 똑같습니다. 그래서 체다 느낌이 많이 납니다. 염소젖 치즈이다 보니 단맛과 견과류 같은 고소한 맛이 많이 나고 산미와 톡 쏘는 맛은 소젖 체다보다 덜 나긴 합니다. ☞염소젖 하우다와도 비슷한 맛이 나고, 염소젖 체다 계열인 ☞ 세인트 헬렌과는 거의 같은 맛이 납니다. 이 치즈는 6개월만 숙성을 시키기 때문에 장기 숙성 체다처럼 젖산염 결정이 서걱서걱 씹히거나 잘 부스러지지는 않습니다. 수분이 좀 더 있어 촉촉하면서 얌전히 씹히다가 미세한 입자를 입안에 남기고 식도로 넘어가지요. 알파인Alpine..
영국인들은 훈향을 좋아합니다. 영국에 살다 보면 왜 이들이 훈향을 좋아하는지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벽난로나 정원 있는 집들이 많아 11월부터는 대기중에 늘 은은한 훈향이 감돕니다. 벽난로를 때거나 정원 한쪽에서 무언가를 태우는 집이 많거든요. 해질 무렵 비 부슬부슬 올 때면 빨리 집에 돌아가 훈향 나는 따뜻한 무언가를 먹고 싶어져요. 늦가을과 겨울에는 영국의 대기와 기후와 자연 환경, 모든 것이 훈향과 잘 어울리게 변합니다. 훈향이 늘 익숙한 사람들이라 홍차도 훈향 내서 마시죠[lapsang souchong], 훈제 생선도 잘 만들고, 또, 고기 훈제도 잘 합니다. 날림으로 대충하지 않고 오랫동안 시간 들여 정성껏 연기를 쏘입니다. 치즈에도 훈향을 입혀 먹습니다. 영국 전통 치즈들에는 장기 숙성시키는 ..
▲ 웨일즈 몬머쓰셔Monmouthshire, Wales 염소젖 치즈와 맛체다를 전문으로 하는 ☞ 아버가베니 파인 푸드 사의 맛체다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전에 에일과 씨겨자로 맛낸 ☞ 어 베니를 소개해드렸었죠. 이번 것은 연두색 왁스가 씌워져 있는 차이브와 샬롯맛 체다입니다. 부재료를 넣어 맛을 냈지만 어쨌거나 자연치즈인 체다를 바탕으로 삼았기 때문에 이것도 엄연히 자연치즈로 분류가 됩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느냐? 저 옛날, 틴턴 마을에 있는 틴턴 사원Tintern Abbey의 수도승들이 수도원 경작지에 샬롯 농사를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는데, 샬롯이 든 치즈이니 샬롯 재배지 이름을 갖다 붙이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들을 한 모양입니다. '차이브와 샬롯맛 체다'보다는 이렇게 고유명사가 붙으면 뭔가 ..
아니, 이 사람들... 사진발 안 나오게스리 할인 스티커를 전면에 떠억. 아무리 떨이 제품이라도 그렇지, 치즈 이름은 알아야하지 않소! 수퍼마켓이 자사 상품PB으로 낸 살살 녹는 순한 염소젖 치즈입니다. 당절임 크랜베리로 단맛을 더했어요. 한국과 달리 영국은 PB 상품에 오히려 품질 좋은 것들이 더 많습니다. PB 상품들에도 계급이 있는데, 품질들이 정직해서 돈을 더 주면 확실히 더 좋은 품질의 식품들을 살 수 있어요. '품질이 좋을수록 값도 비례해서 올라간다.' 단순 명쾌하지 않습니까? 광고 문구와 포장 요란하고 값만 비싸면서 품질 형편없는 식품만큼 사람 짜증 나게 하는 게 없죠. 영국 수퍼마켓들의 최고급 PB 제품의 경우, 맛과 품질이 유명 브랜드 상품들보다 훨씬 좋습니다. 당절임 크랜베리를 박아 단..
한국 마트에 어떤 치즈들이 있나 죽 살펴보다가 발견한 사진입니다. 오른쪽 하단에 노란색 빨간색의 PDO 마크가 보이십니까? 매일유업에서 만든 '가공치즈' 포장에 어떻게 해서 유럽연합의 저 PDO 마크가떡 하니 붙었는지 어안이 벙벙. "체다 슬라이스"라는 이름도 기만적이죠. 진짜 치즈를 아무리 많이 넣었어도 치즈 외의 물질과 섞으면 자연치즈가 아닌 가공치즈로 분류가 됩니다. 김치 80% 넣은 샐러드가 김치 함량이 아무리 높더라도 김치가 될 수 없듯이요. 그런데 이름을 "체다"라고 붙였네요. 덩어리에서 얇게 베어낸 것을 우리는 슬라이스라고 부릅니다. 낱장 비닐에 대고 어떤 물질을 부어 눌러 찍어낸 것을 슬라이스라고 하지는 않지요. 포장의 그림 좀 보세요. 마치 진짜 치즈 덩어리에서 저며낸 것처럼 묘사를 하고..
▲ 이스트 서섹스East Sussex. 남의 동네에 놀러갔다가 그 곳 수퍼마켓 치즈 카운터에 우리 동네에선 못 보던 귀여운 고슴도치 치즈가 있길래 덥석 집어왔습니다. 에서 만듭니다. 이 농장의 고트 치즈는 전에도 한번 소개해 드린 적 있어요. 고트 치즈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농장입니다. ☞ 영국 치즈 - 서섹스 요우먼 겉이 북실북실해서 이게 무슨 치즈인지 못 알아보시겠죠? 부재료를 첨가해 맛을 냈기 때문에 고트 치즈이면서 'flavour-added' 치즈로도 분류가 됩니다. 로즈마리 말린 것을 잔뜩 붙이고 주니퍼 베리와 작은 고추를 올렸네요. 속살을 보니 고트 치즈가 맞습니다. 소젖 치즈보다 훨씬 뽀얗습니다. 치즈 뒤에 보이는 얇고 길죽한 크래커와 함께 먹도록 하겠습니다. 와, 맛이 상당히 강합니다. 치즈..
▲ 노팅엄셔Nottinghamshire 스틸튼Stilton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치즈 농가 이 낸 신제품입니다. 이것도 블루 치즈입니다. 2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해 올해 시장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스틸튼은 단단하면서도 잘 부스러는 반경성 치즈로 분류가 되는데, 이 보베일은 이태리의 고르곤졸라 피칸테처럼 수분이 좀 더 많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질감을 내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7주 숙성을 시킵니다. 국자로 응유를 떠서 치즈 틀에 살살 담은 뒤 천천히 유장을 빼기 때문에 수분이 비교적 많고 부드러운 질감이 납니다. 프랑스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 특히, 꺄몽베흐 만들 때와 비슷한 기법을 쓰는 거지요. 보기에도 벌써 스틸튼보다 훨씬 수분이 많고 부드러워 보이죠? 스틸튼은 껍질을 먹지 않지만 보베일은 껍질까..
체다에 부재료를 첨가해 맛을 낸 '맛체다'들은 지구상에 너무나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다루지 않으려 했는데요, 수퍼마켓에 도시락용 1회 분량의 작은 포장 맛체다가 떨이로 나와 있길래 호기심에 한번 사 보았습니다. 우리돈 500원 주고 사 왔네요. 이럴 때 먹어 보지 언제 내 돈 다 주고 맛치즈 '따위'를 사 먹겠습니까. 여러분이 잘 아시는 미국의 타바스코 홋 소스로 매운 맛을 낸 체다입니다. 뭐, 보나마나 체다 조각을 타바스코 소스에 찍어 먹는 그런 맛이 나겠지요. 으응? 상당히 맛있습니다! 맛을 아주 잘 냈어요. 성깔 있고 매력적입니다. 그냥 체다를 타바스코 소스에 찍어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듯한데요? 영국에 계신 분들은 이 치즈를 꼭 사 드셔 보시길 바랍니다. 맛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치즈입..
▲ 북요크셔 North Yorkshire. 훈제한 웬즐리데일이 다 있길래 호기심에 사 보았습니다. 훈제해서 바싹 말랐을 줄 알았는데 오리지날 플레인 웬즐리데일과 마찬가지로 치즈에 물기가 제법 있고 껍질도 촉촉합니다. 훈향이 물씬 나네요. 참나무oak 조각들을 불때서 18시간이나 훈향을 씌운다고 합니다. 오리지날 플레인 웬즐리데일은 잘 부서지면서도 부드러운 질감에 기분 좋은 산미가 나는 순둥이 치즈인데요, 그걸 장시간 훈제하고 나니 질감이 꼭 튀긴 두부 같기도 하고, 유부 같기도 하고, 얼었다 녹은 두부 같기도 합니다. 질깃질깃 꼬득꼬득 씹혀서 재미있네요. 마치 두부를 기름 듬뿍 두른 지짐판에 지진 뒤 식혀서 가볍게 가다랑어 간장 양념을 입힌 것 같은 맛과 질감이 납니다. 훈향이 나면서 씹는 맛이 있어 술..
체셔 지방에서 탄생한 섬세하고 우아하기 짝이 없는 염소젖 치즈입니다. 우리 한국인들은 치즈 장인 하면 대부분 남자의 모습을 떠올리는데요, 수도원의 수도승들이 치즈를 만들었다는 기록들이 많이 전해져 오긴 하지만 치즈와 버터를 만드는 일은 예로부터 원래 농가 아낙네들의 몫이었습니다. 영국에서도 여자들 손에 의해 탄생한 걸작 치즈들이 많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이 키더튼 애쉬도 그중 하나입니다. 속이 촉촉하면서 쫀득한 치즈들은 구멍 뚫린 치즈칼로 썰어야 모양 덜 망가뜨리고 잘 썰 수 있어요. 흰곰팡이 연성 치즈 좋아하는 분들은 이런 칼을 하나쯤 장만해 두시면 좋지요. 염소젖 치즈라서 하얗습니다. 흰곰팡이 껍질과 속살 사이에 까만 선이 보이죠? 숯가루charcoal ash입니다. 예전에 소개해드린 영국의 로자리..
▲ 웨일즈 몬머쓰셔Monmouthshire, Wales 오랜만에 웨일즈 지역 치즈를 소개합니다. 전에 웨일즈의 대표 치즈인 ☞ 캐필리를 소개해드린 적 있었죠. 2차대전 당시와 전후 배급제를 실시하던 시절, 영국 전역에서 생산되는 우유는 모두 배급품으로 지급되던 '내셔날 체다' 만드는 데 동원이 되어 영국의 다양했던 전통 치즈들의 생산이 한동안 중단되었습니다. 지역 전통 치즈들 중에는 안타깝게도 이때 명맥이 완전히 끊겨 사라진 것들이 많죠. 시골마을의 소규모 치즈 농가들은 특히 더 고전을 했습니다. 배급제가 끝나고 나서는 잉글랜드의 대규모 치즈 공장들에 밀려 웨일즈의 소규모 치즈 농가들은 원유 수급도, 판로 개척도 참으로 힘겹게 이어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30년간 영국에 아티잔 치즈 광풍이..
▲ 허, 포장 그림이 어째 좀 야하다. 영국에 와서야 염소젖 치즈에 맛을 들였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사실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는 본 적도 없었습니다. 염소젖으로 치즈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는걸요. 이제는 한국에도 다양한 치즈들이 수입돼 들어가고 있죠. 제가 한국을 떠나올 당시만 해도 대형마트나 레스토랑들이 취급하는 치즈는 몇 가지가 안 되었습니다. 여염집 주부가 살 수 있는 치즈란 기껏해야 체다맛 흉내 내 만든 흐물거리는 주황색 가공 물질, 가짜 파마산 가루, 시큼하고 자극적인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 뒷맛이 개운치 않게 오래 남는 라핑 카우 벨 큐브, 치즈 풍미는 하나도 안 나는 빨간 왁스 입힌 에담풍 미니 베이비벨 정도였죠. (손님 가신 다음 상을 치우려 보니 빨간 왁스까지 다 드..
▲ 웨스트 서섹스 West Sussex 잉글랜드 남쪽에 사는 사람들만 겨우 접할 수 있는 귀한 치즈입니다. 남부에서 소량 생산되는 치즈라서 수퍼마켓 남쪽 지점들에서만 '로칼 푸드' 홍보 차원에서 소량 취급합니다. 잉글랜드 남부에 사시면서 세인즈버리즈 수퍼마켓을 이용하는 분들은 이 치즈를 꼭 한 번쯤은 사 드시기를 권합니다. 잘 만든 아주 맛있는 치즈인데 생산량이 너무 적어 영국 밖에서는 보기 힘들 거예요. 서섹스 차머라니, 지역 이름과 결합해 이름 참 참charm하게 잘 지었죠? 이 치즈가 탄생하게 된 사연이 재미있습니다. 유럽연합이 각 회원국의 전통 치즈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기 전에는 유럽연합국 안에서도 서로 타국의 인기 치즈들을 베껴 생산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영국 서섹스의 어느 치즈 농장도..
제가 콘월어에는 까막눈이라 'Llawnroc'의 정확한 발음을 모르겠습니다. 발음 기호를 찾아 겨우 독음해 봤는데, 틀릴 수도 있어요. 잉글랜드 남서부 끝자락 콘월에 있는 흰곰팡이 연성 치즈 전문 회사에서 만드는 치즈입니다. 수퍼마켓에만 공급하기 때문에 다른 수퍼마켓이나 치즈 전문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요. 저온살균한 소젖 전지유로 만들고 식물성 효소로 굳힙니다. 이 치즈는 실온에 두면 희한하게도 껍질쪽이 아니라 가운데부터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브리인 ☞ 세인트 엔델리온보다는 맛이 단순하고 싱겁습니다. 흰곰팡이의 쏘는 맛도 적고 치즈 속살 자체도 싱거워요. 고소하기로는 또 ☞ 서머셋 브리만 못하고요. 이걸 사 먹느니 세인트 엔델리온이나 서머셋 브리를 사 먹겠습니다. 떨이로 나왔길래 궁금..
오랜만에 영국 블루 치즈 이야기를 다시 해봅니다. 울퉁불퉁 못생겼죠? 이 치즈가 이래봬도 작년 국제 치즈 대회The International Cheese Awards Nantwich에서 최고상을 받은 치즈랍니다. 27개국에서 출품된 4,285개의 치즈들을 물리치고 영예를 차지했죠. 116번째 열리는 대회였습니다. 영국인들은 블루 치즈를 정말 잘 만듭니다. 소위 세계 3대 블루 치즈라고 이태리 고르곤졸라, 프랑스 록포르, 영국의 스틸튼을 꼽잖아요? 고르곤졸라나 스틸튼은 맛이 있으니 눈감아 줄 수 있지만 거기 록포르가 낀 것은 동의하기 힘듭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소금이 많이 들어 먹고 나면 소화기관 전체가 다 얼얼한 치즈가 세계 3대 블루 치즈 중 하나라니요. 푸아그라와 캐비아와 송로버섯을 세계 3대 ..
Credit: ☞ Shelia Butcher Credit: ☞ John Patrick 아름다운 스웨일데일. 여름과 늦가을의 모습을 각각 찍은 것 같네요. 스웨일데일은 ☞ 요크셔 데일 국립 공원The Yorkshire Dales National Park의 북쪽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야생 동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 전체가 국립 공원에 속하게 되었지요. 정말 아름답죠? 영국 땅을 뜨기 전에 꼭 여행해보고 싶은 곳입니다. 빨간 표시된 지역이 바로 스웨일데일입니다. 스웨일데일 치즈는 현재 그 옆 동네에 있는 리치몬드 마을에서 ☞ 스웨일데일 치즈 컴퍼니가 독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압착 가열 반경성 염소젖 치즈입니다. 소젖과 양젖으로 만든 스웨일데일 치즈도 있는..
▲ 링컨셔 Lincolnshire 링컨셔 포처. 영국인들 발음으로는 링컨셔 포우처. 우리말로 번역하면 '링컨셔의 밀렵꾼'. 사냥꾼이 아니라 밀렵꾼입니다. 돈 없고 힘 없는 자가 지주의 땅에 몰래 들어가 고기를 마련해 온다는 숨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옛 시절엔 이 밀렵꾼에 대한 처벌이 무시무시했지요. 그래서 목숨 걸고 들어가 밀렵을 한 뒤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무용담도 많이 전해져오고요. 이게 사실 도적질과 마찬가지인데, 권위에 맞서고 힘 있는 자를 한껏 조롱한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니 재미있죠. 로빈 후드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영국인들은 '링컨셔 포처'라는 단어를 들으면 즉각 다음의 세 가지를 떠올립니다. 우선, 라는 이름의 링컨셔 지역 민요. 선율이 어찌나 경쾌하고 리듬이 힘찬지, 한 번 듣고 나면 ..
▲ 웨스트 서섹스West Sussex, England 웨스트 서섹스 지역에서 나는 양젖 치즈를 소개합니다. 영국 양젖 치즈는 처음 소개하는 것 같네요. 이름의 '슬립코트'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농가에서 만든 작은 치즈 한 덩이little (=slip) piece of cottage (=cote) cheese"라는 옛말. 또 하나는, 치즈를 숙성시킬 때 속살이 껍질로부터 자꾸 미끄러져slip 빠져 나오려는 성질을 묘사한 것. 현재는 서섹스 슬립코트를 ☞ 하이 윌드 데어리에서 독점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중세 때부터 만들어 오던 오래된 전통 치즈입니다. 크림 치즈처럼 생겼죠? 부흐쌍Boursin처럼 빵이나 크래커에 바르면 좋아요. 재킷 포테이토에 얹거나 파스타 소스에 활용해도 좋고요. 치즈 속에..
▲ 북요크셔 North Yorkshire. 이게 도대체 언제적 사진인지... (가물가물)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지난 뒤 떨이로 나온 모둠 치즈를 샀던 것 같습니다. 영국인들이 일년 중 치즈를 특별히 많이 찾는 때가 있는데, 바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입니다. 각종 크고 작은 파티가 많아 치즈 수요가 많거든요. 치즈 생산자들도 이때에 맞춰 잔뜩 생산해 수퍼마켓에 납품을 합니다. 이렇게 모둠으로 사면 값이 조금 저렴한 데다, 치즈에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고민해 가며 치즈를 고를 필요가 없어 편합니다. 이런 모둠 치즈를 저도 두 번 정도 사 먹어 보았는데, 맛과 질은 아무래도 하나씩 골라 사 먹는 최고급품들보다는 떨어집니다. 값이 싸고 편하다는 데 의의가 있겠습니다. 연말연시가 지나 안 팔리고 남은 것들은 원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