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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과 세계 음식

귀국음식 ② 냉면

단 단 2017. 6. 17. 00:30

 


한편, 먼지 많고 무더운 날에는 짜장면 대신 냉면을 먹기도 했는데, 이 냉면도 외국 살면서 가장 먹고 싶은 한국음식 중 하나로 꼽던 것이었다. 짜장면과 냉면 둘 다 집에서는 맛을 잘 낼 수 없는 음식이므로 사 먹는 것이 최선. 특히 짜장면의 경우, 화력은 차치하고 맨 정신에 자기가 먹을 음식에 자기 손으로 기름과 당을 그토록 많이 쏟아 붓는 건 불가능하므로 이런 건 그냥 눈 딱 감고 밖에 나와 사 먹어야 하는 것이다.

잘한다는 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먹지는 않으므로 냉면을 많이 경험해 보지는 못 했다. 단단이 강남에서 좋아하는 냉면집은 방이동의 <봉피양>. 귀국 후 두 번 가 봤다. 두 모금, 세 모금, 마실수록 고소한 맛이 혀에 쌓인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끝으로 갈수록 크레셴도poco a poco cresc. al fine가 되는 맛인데, 들척하거나 시큼하지 않고 깔끔하다. 너무 찬 음식을 먹으면 입 속의 감각이 마비되어 맛을 잘 못 느끼므로 나는 살얼음 띄운 육수 마시는 걸 꺼리는데 이 집은 다행히도 육수에 살얼음을 띄우지 않는다.
냉면에 올리는 편육도 냄새 나고 뻣뻣해서 항상 남을 주거나 남겼는데 이 집 고기는 얇고 쫀득하고 향이 좋아 다 먹는다. 늘 남기게 되는 지겹도록 평범하면서 이질적인 삶은 달걀도 과감히 생략하고 면에 더 잘 어우러지는 지단을 올렸다. 먹을 때 면에 슬쩍 섞여 면인 척 감겨 있는 지단을 보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간혹 지독한 쓴맛과 이상한 약품 맛을 내기도 하는 절인 오이 대신 고춧가루 안 넣은 시원한 얼갈이 배추 김치를 올린 것도 더 나은 선택이라고 본다. 남들 하는 대로, 관습대로 하지 않고 소신껏 신중하게 맛을 짰다는 느낌이다. 질긴 면을 싫어하는데 면발도 기분 좋게 끊기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냉면집도 귀국 후 아직 몇 군데 못 가 봤으니 짜장면집과 더불어 냉면 맛있는 집도 권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 몇 집 안 되는 단단의 냉면 열전 -

 

 

 

 

영등포 타임즈 스퀘어에 입점한 <한일관>의

'서울냉면' 중 물냉면. 10,000원.



서울냉면이란 것은 처음 먹어 보았는데 동치미 산미가 느껴지는 익숙하고 대중적인 맛. 면발은 평양냉면과 달리 꼬들꼬들 '알 덴테'. 함흥냉면의 전분면과도 또 다르다. 노인들이 씹기는 좀 힘들겠다.


 

 

 

 

 

 

 

서울냉면 중 비빔냉면. 이것도 10,000원.



참기름이 과하게 들어가 쓴맛이 다 느껴질 정도. 채소 꾸미가 듬뿍 올라간 것은 마음에 든다. '달고나'라고 이름 붙여도 될 정도로 달다. 한식의 매운 양념장 음식들이 대개 그런 듯.

 

 

 

 

 

 

 

 

주방에서 실수로 참기름을 많이 쏟았겠거니 생각하고 재방문. 역시나 참기름 과다. 그 외 다른 요소들은 괜찮다. 권여사님이 이 영등포 <한일관> 비빔냉면을 좋아하셔서 자주 같이 가 드린다. 새콤달콤 대중적인 맛.

 

 

 

 

 

 

 

 

 방이동 <봉피양>. 13,000원.



단단이 국물을 반 이상 마실 수 있는 유일한 물냉면. 조화롭고 세련된 맛.


 

 

 

 

 

 

 비빔냉면. 12,000원.



비빔냉면도 맛있고. 심지어 예쁘기까지. 냉면에 꾸미로 올리는 편육도, 별도로 내주는 편육 두 쪽도 질기지 않고 보드러우면서 맛이 진해 냉면고기 안 먹기로 유명한 단단이 웬일로 내준 고기를 다 먹었다.



 

 

 

 

 

 <우래옥> 강남점. 13,000원.



국물과 면 모두 간이 이렇게 센데 "슴슴"하다고? (평소에 대체 얼마나 짜게 먹길래?) 국물맛은 나쁘지 않으나 물러터지고 시어터진 김치와 무절임, 굵게 썰어 잔뜩 올린 배채, 동물의 배설물 형상을 닮은 과한 마늘맛의 텁텁한 고기완자 등 잘못 올린 꾸미가 전체를 그르친 안타까운 예.

 

 

 

 

 

 

 비빔냉면. 13,000원.



구색 갖추기용. 성의 없는 담음새. (누가 꾸미 위에 장을 끼얹나?) 장맛은 텅 비어 있고 채소 고명들은 과숙으로 무르고 시큼하기만 해 균형이 한참 깨져 있다. 우리 집에서는 투명한 회색이 돌 정도로 과숙한 무절임과 김치는 먹지 않고 버리는데 이 집은 손님한테 돈을 받고 판다. 비양심적이다. 배는 채 쳐서 따로 올리지 말고 갈아서 장에 넣는 편이 나을 듯.

 

 

 

 

 

 

 

 여의도 <평가옥>. 12,000원.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모두 올린 것이 특이하나 (북한처럼 세 종류의 고기를 다 써서 육수를 낸다는 소리.) 고기가 질기고 냄새가 좀 난다. 국물맛은 평범하고 면은 다소 질긴 편. 파는 또 왜 저렇게 굵게 썰었누. 겪어 본 식당들 중 주방에서 들리는 소음이 가장 심했던 곳. 먹는 내내 "콰장창 콰장창". 환경이 맛에 영향을 미칠까? 미친다. 먹다가 굉음에 깜짝깜짝 놀라느라 국숫가락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었는데, 기내식이 맛없는 이유도 비행 소음 때문에 식욕이 떨어지기 때문이라잖나.

 

 

 

 



 

 

 비빔냉면. 12,000원.



평범.

그래도 <우래옥> 강남점 것보다는 낫다.

 

 

 

 

 

 

 

 역삼동 <능라도>. 12,000원.

 


2018년 5월 24일 방문.
평양냉면 맛집이라고 미디어마다 추켜세우길래 찾아갔다가 어리둥절. 이건 또 왜 이렇게 간이 약해. 내 평생 이렇게 싱거운 음식은 처음일세. 싱거운데다 국물도 면도 무미무취에 가까운 맹탕. 마치 육수 1인분을 6인분쯤으로 희석시킨 듯한 맛이 난다. 국물 속 얼음 관리를 잘 못 했다는 소리다. 먹고 난 뒤 절인 오이와 생파 맛만 뇌리에 남는다. 배고플 때 갔으나 3분의 1도 못 먹고 남겼다. 12,000원 주고 탄수화물 몇 가닥 먹고 온 꼴. 달걀 지단은 양만 많았지, 양 불리려고 무언가를 섞었는지 고소한 노른자 맛은 하나도 안 나고 식감도 나쁘다. 업소용 편법 '지단가루'나 '지단액'이라도 존재하는 건가. 식감도 나쁜 지단이 크기도 너무 크다. 설상가상 꾸미로 얹어 준 편육에서도 싸구려 순대에서나 날 법한 역한 선지맛이 난다. 고기 군데군데에 피찌꺼기가 뭉쳐 있었으니 'It's no wonder'. 맨 정신의 요리사라면 사람 먹을 음식을 이렇게 낼 수 없다. 주방에서는 어쩌다 한 번 하는 실수일지 몰라도 손님은 무슨 죄로 시간 내서 고생해 찾아가 돈 쓰고 이런 음식을 받아야 하는가.

 

 

 

 

 

 

 

 여의도 <정인면옥>. 1만원.

 


2018년 7월 27일 방문.

맛있다. 맛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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