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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유에 열을 가해 말랑말랑하게 만든 후 죽죽 잡아 늘리기stretching the curd' 기법을 써서 만든 이탈리아 치즈를 하나 더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 계열의 치즈는 모짜렐라와 스카모르짜말고도 몇 종류가 더 있는데요, 그 중 한국의 마트나 백화점 치즈 매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소개해 봅니다. 노란색-빨간색 PDO 인장이 박힌 '프로볼로네 발파다나'를 한 덩이 장바구니에 담아 오세요. 온라인 치즈 가게들도 똑같은 걸 팔고 있을 확률이 높으니 둘러보시고요.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북부 포 밸리Po Valley, Val Padana 부근의 농가들이 남부에 오래 전부터 널리 퍼져 있던 '응유 데워 잡아 늘리기' 기법을 받아들여 만들기 시작한 치즈입니다. 남부에서 기술을 빌려 왔어도 프로볼로네..
오늘 아침에 본 기사 하나 - ☞ "비만 막으려면 설탕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 봐라, 또. 유럽이 한다고 원인 분석도 제대로 않고 덮어놓고 따라하려 드는 거. 한국의 비만인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설탕음료 때문이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뭐 먹으라고 충동질해 대는 자극적인 시청각 자료들의 범람과, 늦은 밤이고 새벽이고 언제든 쉽게 음식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높은 음식 접근성 때문이다. 제 발로 걸어 나가 사 먹거나 사 갖고 들어오는 사람은 좀 나은데 하루 종일 꼼짝도 않고 집에 있다가 그토록 열량 높은 음식을 배달 시켜 (야식으로) 먹으니 살 안 찌고 배기나. 그리고, 후식도 차음식도 아닌 주식main meal을 이렇게 달게 먹는 나라가 어딨냐 세상에. 양념 고기들을 포함한 고추장·간장 쓴 음식들, ..
영국에 살 때 즐겨 사 먹던 이태리 안티파스티antipasti 모둠 중에 에서 내는 훈제 안티파스티 3종 기획품이 있었습니다. (수퍼마켓들마다 자사 상표를 붙인 이런 류의 기획품을 여럿 냅니다.) 훈제 프로슈토, 나폴리 살라미, 훈제 숙성 모짜렐라인 스카모르짜가 한데 담겨 있는 것이었는데, 다쓰 부처가 여러 수퍼마켓의 안티파스티 모둠 중 가장 맛있어하며 애호했던 제품입니다. 훈향이 우마미를 돋울 정도로만 엷게, 우아하게 납니다. 오늘은 이 모둠 제품에 들어 있는 치즈 이야기를 할 예정이니 치즈를 유심히 보세요. 치즈가 보들보들 야들야들 촉촉하면서 색도 곱고 순해 보이죠? 잘 접히는 걸 보니 숙성이 많이 안 된 어린 치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얇게 저민 것이고요, 본 모습은..
코 앞의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인다거나, 어깨가 뻣뻣하다거나, 어디 가면 앉을 자리부터 찾는다거나... 몸뚱이가 늙어 가는 것에는 이제 익숙해졌고 그러려니 하는데, 정신도 늙어 가는 것이 틀림없는 게, 뷔페나 푸드 코트에서 밥 먹는 거, 어휴, 번거롭고 정신 사나워 이젠 못 하것다. 푸드 코트에 왜 중장년과 노인이 적은지 이제야 알겠다. 일주일에 한 번씩 권여사님을 만나 여의도에 새로 생긴 백화점의 입점 식당 전체를 빠짐없이 방문해 보는 '도장 깨기'를 하기로 했다. (권여사님이 이런 이벤트를 몹시 좋아하신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형태의 음식 제공을 겪게 되는데, 6층 식당가 음식점들은 그럭저럭 괜찮으나 지하 1, 2층 푸드 코트는 앉아서 먹는 것도, 인파에 섞여 줄 섰다가 포장해 가는 것도, 너무 번..
오랜만에 치즈 시식기를 씁니다. 영국에서 맛본 치즈들 시식기도 많이 밀려 있으나 한국의 치즈 소비 진작을 위해 귀국해서 맛본 것들을 먼저 다루겠습니다. ㅋ 영국에 가 있는 사이 수입 치즈 종류가 늘어서 기쁩니다.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의 치즈 매대. '베임스터르' 상표와 PDO 인장을 단 하우다 3종. 영국에서 맛있게 먹던 반경성semi-hard 치즈 중에 네덜란드의 하우다Gouda가 있습니다. 버터스코치맛, 태국의 볶음국수 팟타이가 연상되는 피쉬 소스와 숙주와 땅콩 맛, 그리고 관능적인 식감 때문에 제가 참 좋아하는 치즈인데요, 귀국해서 마트에 잘 만든 맛있는 네덜란드산 하우다가 숙성 기간별로 여러 종류 들어와 있는 것 보고 흥분했었습니다. 어찌나 반갑고 기쁘던지. 하우다는 중세부터 기록이 있..
▲ "수고 많으셨어요." 봉안하기 전 다들 한 번씩 토닥토닥. 외숙모께서 고된 세월을 뒤로 한 채 영면에 드셨다. 향년 85세. 46세에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단단의 외삼촌) 곁에 46년이 지나서야 눕게 된 것이다. 시누이인 우리 권여사님, "아이고, 우리 오빠가 새언니 못 알아보겠네." 너스레를 떠셔서 다 같이 웃기도 했다. 남편 여의고 홀로 아이 셋 키우며 40여 년을 더 사셨다니, 겪으셨을 신산에 잠시 만감이 북받친다. 귀국한 지 4년이 흘렀고 그간 네 분의 친척 어른이 돌아가셨다. 일년에 한 분 꼴로 돌아가신 셈이다. 이 나이가 되면 죽음 앞에 무덤덤해질 때도 됐건만 아직도 고인 생각하며 며칠씩 눈물을 찔끔거린다. 마음이 그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태어나 사는 일을 '천벌'이라 여기는 나는 (그래..
여의도 6층 식당가에 갔더니 글쎄, 제일 좋은 위치에 한식당도 프랑스 식당도 아닌 이탈리아 음식점이 떠억 자리잡고 있지 뭡니까. 다른 층에는 미국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음식점들이 수두룩 들어와 있고요. 다들 프랑스 음식이 최고라며 엄지 세우고 칭송하지만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먹는 양식은 이탈리안과 아메리칸인 것, 재미있지 않습니까. 이 집에서 내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가 다쓰 부처 입맛에는 맛있었으니 놀러 가실 분들께 추천합니다. 단단이 꼽는 세계 3대 비빔면 - 짜장면, 비빔냉면, 까르보나라. 볶음면 중 최고는 팟타이. 국물면 중 최고는 코코넛 커리 락사. 돈코츠 라멘과 냉면도 좋고요. 순 제 입맛에 맞춰 꼽은 거니 그러려니 하십시오. ㅋ 로마식 '정통' 까르보나라의 구성 요소에 대해서는 이제 모르는 사람..
미국의 프리미엄 주방용품 편집 숍 가 한국에 들어와 있었다는 사실을 며칠 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여의도 백화점에 갔다가 우연히 발견하고는 몇 년 전에 이미 목동점과 압구정점에 입점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봄 신상품 그릇들로 매장 입구를 꾸며 놓았습니다. 측면에서 찍은 모습. 업체가 제공한 사진입니다. 크게 띄워서 보세요. 또 다른 봄 신상 디너웨어들. 업체가 제공한 사진들. 도자기 그릇들과 알 프레스코al fresco용 멜라민 그릇들. 주욱 보는데 그릇이 전부 크고 무늬가 화려해 한국인들 취향에는 맞지 않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바로 옆의 주방용품 행사장에는 , , 등 한식기로 인기 있는 브랜드들의 '심심한' 그릇들이 잔뜩 쌓여 있으니 더 대비가 되죠. 업체가 제공한 사진들. 흰색, 회색의 클래식한 무지..
코스로 한식을 내는 집들의 차림판을 살펴보니 한식 코스도 이제는 순서가 대략 정해지고 틀이 잡힌 것 같습니다. 2021년에 단단이 대충 관찰해서 알아낸 한식 코스의 흔한 순서 ① 한입 거리 짭짤한 주전부리 ② 죽이나 걸죽한 수프 ③ 해산물이나 고기로 만든 냉채 ④ 생선 ⑤ 고기 ⑥ 진짓상 - 솥밥, 덮밥, 비빔밥 등과 국, 반찬 ⑦ 후식 ⑧ 차와 과자 오늘은 '진짓상'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습니다. 영업집은 손님을 높이느라 진짓상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그냥 '백반상'이죠. 사진은 신라호텔 의 한식 코스 중간에 끼어 있는 백반상이었는데, 맛과 색감과 식감이 하도 단조로워 저와 일행 모두 한숨 쉬며 먹었습니다. 밥상을 차릴 때 영양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쯤은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다 아는 상식이 되었고, 음..
잘 만든 한식기를 감상하고, 제철 대삼치 구이를 맛보고, 관능적인 식감으로 칭송이 자자한 수비드 갈비찜을 경험해 보고자 신라호텔 한식당 에 다녀왔습니다. 실력 있다는 한식당들을 누리터에서 찾아 그릇을 주욱 살펴보니 단단 눈에는 의 한식기가 가장 아름다워 보입니다. 한식기 회사가 운영하는 식당인 의 광주요 그릇들보다 의 그릇들이 오히려 우리 음식을 더 돋보이게 하면서 세련되고 우아합니다. 우리 전통 그릇의 재질로는 도기와 자기, 고급스러운 무광의 유기, '땅땅' 두들겨 질감을 표현한 은기 등이 쓰였는데, 은 이 네 가지 질료의 그릇을 모두 쓰면서 각각에 아름다운 선線을 입힌 것들로 손님상에 올립니다. 합盒에 음식을 담아 와 뚜껑을 열어 주니 잘 대접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고요. 에 가실 분들은 합 전체의 ..
김치가 얼마나 어려운 음식이냐면, 무려 미슐랑 3-스타를 받은 한식집에 가서도 잘 익은 맛있는 김치를 맛볼 수 없었습니다. 이 집 김치를 맛있게 잘 먹었다는 분들도 계시니 제가 운이 나빴던 거죠. 마치 소금 절이기를 갓 마친 상태의 배추를 먹는 듯했는데, '파인fine'하게 다듬어 낸다고 소금도 적게 써 그야말로 무미한 김치를 먹게 되었습니다. 일행 모두 한 조각 맛보고는 맛이 없어 남겼습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머리 속에 최상의 김치맛이 각인돼 있을 테니까요. 진짓상 반찬 중 김치만 따로 가져와 분배해 주는 퍼포먼스까지 했으니 김치맛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높아져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었습니다. 외국인 손님 모시고 온 이들은 자칫 민망한 상황을 겪게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코리아의 킴치..
재작년에 제가 솜씨 없는 식당의 흉악한 삼치구이 먹고 투덜거린 적 있잖아요. ☞ 한식 반찬의 명과 암 음식에 대한 제 철학이랄까요 원칙이랄까요, 맛없는 음식을 먹고 나면 이게 (1) 원래 맛이 없는 음식인지 (2) 실력 없는 사람이 조리해서 그런지를 가리기 위해 끈기 있게 몇 번은 더 먹어 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 마지판의 교훈 그래서 제대로 잘 구운 제철 대삼치를 맛볼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고 썼었죠. 그 후 삼치구이를 이런저런 경로로 몇 번 더 찾아서 먹어 보고, 심지어 삼치구이를 사다가 데워 먹어 보기도 했는데, 다 시답잖았습니다. 아, 나 돈 없는 사람인데 무리해서 비싼 데를 다녀와야 하나, 푸념하고 있던 찰나, 비싼 데서 삼치구이를 먹을 기회가 드디어 생겼습니다. 덩실덩실. ☞ [기사..
영감한테 받은 2020년 크리스마스 선물인데 뒤늦게 소개해 봅니다. 품절될까 봐 일찍 사서 집에 감춰 두고는 입이 근질근질해 혼났답니다. ㅋ 나이가 드니 갖고 싶은 물건은 줄고 대신 맛있는 걸 먹고 싶어집니다. 먹는 게 (살로) 남는 거지요. 암요. 맛있었으니 성분을 옮겨 적어 봅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식품 소개할 때마다 성분을 꼭 적는 버릇이 있는데요, 훗날 집에서 흉내 내 만들어 보고 싶어서 그런 겁니다. 궁금해하실 독자분들도 계실 것 같고요. 크리스마스 넛크래커 비스킷 성분: Salted Butter (24%) (Milk, Salt), Raw Cane Sugar, Gluten Free Oats, Sweetened Dried Cranberries (8%) (Cranberries, Sugar, Sun..
음식모형의 세계가 또 대단한 세계이지 않습니까? 갈수록 정교해져서 어떤 때는 모형을 앞에 두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한참 고민하기도 합니다. 잘 만든 음식모형을 진열해 두면 가게 매출이 오른다고 하지요. 반대로, 조악한 모형은 주인의 안목과 주방의 솜씨를 의심케 해 들어가고픈 마음을 싹 가시게 합니다. 음식모형은 형태와 색상은 물론이요, 광택의 정확한 구현이 중요한 듯합니다. 실물에 비해 조금이라도 더 반짝이면 가짜 티가 대번 나니 말입니다. 그간 찍어 둔 음식모형 사진이 참 많은데 한 번에 편집해 올리기 힘드니 우선 몇 장만 손질해 올려 봅니다. 계속 추가하겠습니다. 막 개업한 식당의 때 타지 않은 '신선한' 모형을 담을 때가 가장 신납니다. ㅋ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감상해 보세요. 혀를 내두르게 될 겁니..
영국에 살 때 즐겨 먹던 티타임 케이크 중 '레몬 드리즐 케이크'란 게 있습니다. 파운드 케이크를 구운 뒤 꼬챙이로 여기저기를 푹푹 찔러 설탕과 레몬 즙 섞어 만든 시럽을 부어 주면 시럽이 구멍 속으로 쏙쏙 스며들어 촉촉하고 새콤달콤한 스폰지가 되죠. 위에 살얼음 같은 반투명한 레몬 아이싱도 씌워 주고요. 레몬 껍질을 갈아 반죽 속에 넣거나 아이싱 위에 흩뿌려 주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레몬맛이 물씬, 홍차와 함께 먹고 나면 나른했던 오후가 활기차집니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티타임 클래식 케이크 상위권에 항상 드는 케이크입니다. ☞ 이렇게 생겼습니다 영국의 티타임 케이크들은 누구나 집에서 뚝딱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료도 몇 가지 안 들고 조리법도 매우 간단합니다. 영국에 있을 때는 자주 구워 먹거..
적금이 만기가 되어 필요한 물품들을 이것저것 사 들이는 중입니다. 수비드 기계가 널리 보급되면서 값이 내려 이제는 가정집에서도 살 만해졌네요. 요리에 관심 많은 젊은이들이 늘어 앞으로는 혼수에 수비드 기계도 포함되지 않을까 전망해 봅니다. 대개는 고기 잘 먹겠다고 수비드 기계를 들이죠. 고기 잘 안 먹는 다쓰 부처는 채소와 생선을 잘 먹어 보겠다며 주먹 불끈 쥐고 들였습니다. ㅋ 그간 온도계 꽂아 가며 저온(50˚C)의 올리브유 냄비에 꽁피confit하듯 연어를 익혔었는데,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어서 맘 편하고 몸 편하려고 샀어요. 기대가 됩니다. ■ ▲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menthal의 수비드 가정식. 연어를 소량의 올리브유와 함께 진공sous-vide 포장해 50˚C 수조water ba..
Sci-fi 애호가인 다쓰 부처는 둘 다 재미있게 봤어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가 충만해 설에 가족 영화로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단, 대사가 잘 안 들린다고 하니 영화 보실 분들은 한글 자막을 띄워 놓고 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재미있었던 부분들, 또 열거해 봅니다. 촌스러운 이름들 승리호, 장선장, 박씨, 태호, 업동이, 꽃님이, 순이... 작명이 인상적이었는데, '장선장'이 야리야리한 젊은 처자인 것도 재밌고, 터프 가이 '타이거 박'을 공사판 인부 부르듯 '박씨'라고 부르는 것도 재밌고, 이름만 들어서는 가장 정의롭고 늠름할 것 같은 '태호'가 돈이 최고야 하고 있는 것도 재밌고. '승리호', '태호', 이거 우리 어릴 때 만화영화에 나왔던 이름 아닌가요? 그나저나, 송중기라는 배우는 이 영..
[사진을 클릭하면 크고 더 또렷한 사진이 뜹니다.] 한국산 홍차가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여 일단 기본 점수를 후히 주고 시작하렵니다. 오설록 차들의 발효 정도와 향미 특성입니다. ▲ 6대 차류의 제다 과정 홍차의 제다법은 맨 아래 빨간색 과정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오설록 차들은 다들 어린 찻잎으로 만드는 비싼 제품들이니 채엽한 생엽을 시들려 수분 함량을 줄여 준 뒤(wilting), '발효를 위한 찻잎 세포 구조 부수기'(bruising) 과정에서 '가볍게 짓이겨 주고'(light crushing), '산화'(oxidation) 과정에서 '산화할 시간을 충분히 주는'(full oxidation) 방식으로 홍차 맛을 이끌어 낼 겁니다. 전통orthodox 방식의 홍차 제다법입니다. 'CTC'(crush, t..
여러분, 이 과자, 다들 아시죠? 한국에서는 '누네띠네'로 이름 붙여 팔았었는데, 이게 이태리 과자이고 원래 이름은 '스폴리아띠네 글라싸떼sfogliatine glassate'입니다. 이름 외우는 데 한참 걸렸습니다. 편의점과 마켓컬리에서 각각 산 '본토' 이태리산 다른 브랜드 제품들인데 포장을 벗겨 놓고 보니 생김새가 같습니다. 맛도 같고요. 브랜드는 다른데 제조사가 같아서 그런가 봅니다. 값도 쌉니다. 이 과자, 신기하지 않으세요? 아래쪽은 파삭하게 부서지는 겹겹의 파이puff pastry인데, 표면의 달걀흰자+분당 아이싱icing 층은 매끈하고 광택이 나면서 또 다른 질감을 선사하고, 살구잼으로 그은 금은 제3의 식감을 더합니다. 부서져 흩어지려는 과자에 나름 결속력을 다져주죠. 평범하게 보일 수 ..
▲ 백화점 식품관의 간장 선반.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모처럼 국물요리를 하나 해먹으려는데, 김새고 의욕 사그라들게스리 만들어 둔 국물용 맛간장이 똑 떨어졌습니다. 허나. 요즘이 어떤 세상입니까. 만들기 번거로운 맛간장이 시판 제품으로 안 나왔을 리가 없죠. 궁금해서 마트를 검색해 보니 '간장'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의외로 두 개밖에 없고 (☞ 국·찌개용 맛간장) 참치액이나 멸치다시마액 등의 국물 맛내기용 소스나 완성품 육수들은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저처럼 집에서 국물이나 조림용 맛간장 만들어 쓰는 분 계세요? 맛간장 만드는 게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죠. 그간 '방배동 최경숙 선생' 레서피로 만들어 썼었는데, 마트에 있는 것 보고 저도 앞으로는 사서 쓰기로 했습니다. 대조해 보니 집에서 만드..
▲ 영국 살 때 애용하던 날개다랑어 뱃살 통조림. 값도 싸다. 2021년 1월 현재 영국인들 체감 물가로는 약 2,750원(£2.75). 통조림 참치, 자주 사 드시나요? 저는 가다랑어 통조림보다는 날개다랑어 뱃살 통조림을 좋아하고, 통조림 참치를 쓴 음식 중에서는 다음의 것들을 좋아합니다. • 니스와즈 샐러드 • 튜나마요 샌드위치 • 양평 에서 내는 것 같은 고기참치완자 • 권여사님식 참치무침 반찬 2014년 여름에 지중해 샐러드에 대해 시리즈로 글을 쓰면서 통조림 참치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 니스와즈 샐러드 그 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었습니다. • 가다랑어skipjack tuna, 학명 Katsuwonus pelamis보다는 날개다랑어albacore, 학명 Thunnus alalunga..
▲ 로봇이 아님을 증명해야 하는 세상. 비대면 수업 준비하느라 한 해 동안 죽다 살았습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녜요 지금. 몸무게는 역대 최고치를 찍고 어깨도 다 굳었어요.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 듣고 에어 드롭으로 사진 주고 받는 2020년에 전지구적 전염병이라니, 이거 실화입니까? 종말론적 영화들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습니다. ☞ 코로나 후유증에 정신질환도 다채로운 미쟝센, 독특한 음향, 넓은 공간(좁은 집에 살다 보니;;), 시간의 뒤섞임, 공간의 뒤섞임, 아찔한 속도, 슬로우모션급 속도, 템포 변화, 빛, 부유, 상상력, 오만하고 어리석은 인류의 폭망을 보는 고소함, 무심히 누려왔던 자연·환경·현상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게 만드는 힘, 존재와 관계에 대한 성찰 등 여러 이유에서 제가 sci-fi ..
웨이퍼 좋아하십니까? 저는 두툼하고 기름진 와플은 잘 사 먹는데 웨이퍼는 부스러기가 많이 생기고 입에 넣으면 얇은 밀가루 전병이 혀와 입천장에 떡 들러붙어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ㅋ 입 안의 침을 삽시간에 빨아들여 힘들게 하죠. 그런데 또, 쵸콜렛으로 코팅한 웨이퍼는 잘 먹습니다. 이십대 초반에는 킷캣KitKat도 잘 사 먹었고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성찬식용 얇은 전병host이 교회 밖으로 나와 세속화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스핀 오프'들을 만들어 냈는데, 두껍게 구워 와플로도 만들고, 얇게 부쳐 뜨거울 때 돌돌 말기도 하고, 겹겹이 쌓아 '샌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합니다. 곱게 제분한 밀가루를 써야 하므로 옛 시절엔 웨이퍼가 호화로운 과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누리터에서 다양한 무늬의 ..
[클릭하면 크고 선명한 사진이 뜹니다.] 에 가면 큰 깡통에 든 이태리 모둠 과자가 있잖아요. 다과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이 그냥 지나칠 리 있습니까. 보자마자 당장 샀죠. (한참 전의 일입니다.) [클릭하면 크고 선명한 사진이 뜹니다.] 이렇게 8종이 들어 있습니다. 한 개씩 추려 접시에 담아 봅니다. 어후, 맛없어요. 성분도 그저 그렇고요. (단도직입) (돌직구) 제가 웬만한 유럽 과자는 다 잘 먹는데 이 과자들은 그냥 그래요. 마치 지금 노인들이 어릴 때 즐겼을 법한 고색한 맛이 납니다. 특히 저 줄무늬 낸 쵸콜렛 과자가 제일 맛없는데, 냉동고에 양파, 생선, 고기와 함께 2,3년 묵혔다 낸 과자처럼 잡내가 납니다. 제품은 위의 모둠 과자말고도 여러 가지가 들어와 있죠. 이것도 에서 샀습니다. 레몬맛..
오설록에서 글쎄 후발효차인 흑차도 다 냅니다. "한국 전통 장류에서 유래한 고초균으로 발효"시켜 "깊고 진한 원숙미"를 냈고 여기에 제주 삼나무향까지 입혔다 하니 기대가 됩니다. ▲ 6대 차류의 제다법 위의 6대 차류 제다법 그림에서 맨 윗부분을 보십시오. 완성된 녹찻잎을 쌓아 습기를 공급해 발효시키거나 자연 상태로 발효시킨 뒤 후숙 단계를 한 번 더 거치면 흑차가 됩니다. 보이차pu'er tea가 이 범주에 듭니다. 보이차는 애호가가 많은 차죠. 보이차 드시는 분들은 차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저는 보이차 고르는 안목이 없어 내 돈 내고 일부러 보이차를 사 마시지는 않습니다. 제차 과정을 보면 아시겠지만 잘못될 여지가 상당히 많은 차입니다. 6대 차류 중 잘못 마시면 가장 위험한 차가 보이차..
[클릭하면 더 크고 더 또렷한 사진이 뜹니다.] [이 블로그의 거의 모든 사진과 그림에 적용됩니다.] ▲ 6대 차류의 제다법 청차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청차 소개하는 동안은 각인되시도록 같은 내용을 반복합니다. ① 채엽 採葉 plucking 잎 따기. 녹차용은 차나무 가지 맨 위쪽에 있는 어린 잎을 이른 봄에 딸수록 고급으로 쳐 주나, 청차용으로는 좀 더 성숙한 잎을 써야 하므로 녹차용 잎보다 2-3주 늦게 채엽하고 일아삼엽(一牙三葉)을 땀. 차나무 수종 자체를 아예 청차에 적합한 것으로 씀. 중국이나 대만쪽 청차들이 이렇다는 것이고, 오늘 소개해 드릴 오설록의 '홍우전'은 곡우(양력 4월 20일경) 전에 딴 가장 어린 1아2엽을 가지고 만드는 '우전' 녹차의 청차 변주이므로 차이가 ..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여러분, 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계십니까? 저는 본가도 시가도 가지 않고 집에 콕 처박혀 실컷 자고 실컷 먹고 있습니다. 단 며칠이라도 '멍 때리며' 쉴 수 있으니 제겐 단비 같은 연휴입니다. 명절 두 번 중 한 번은 늘 이렇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직소 퍼즐 사 둔 게 몹시 궁금해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그래서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에 맞춰 보았는데, 꺄오, 어찌나 아기자기하고 복잡한지 맞춰 본 역대 직소 퍼즐 중에서는 이게 젤루 재밌었습니다. >_< 직소 퍼즐을 맞출 때는 대개 직선을 품고 있는 가장자리 조각들 먼저 골라내 테두리부터 맞춘 뒤 안을 채워 가잖아요? 저는 머리를 좀 더 괴롭히려고 아무 조각이나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들어 맞췄는데, 이렇게 하면 시간이 많..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여러분, 살면서 직소 퍼즐을 한 번이라도 다 맞춰 보신 적 있습니까? 저는 많아요. 이 골치 아픈 걸 남한테 선물도 하고 그럽니다. 으흐흐흐흐흐. 이 직소 퍼즐이 영국의 발명품입니다. (1760년경) 각종 놀이, 장난감, 근대 스포츠 종목들, 이야기, 대중음악 등 영국에서 탄생한 오락거리들이 수두룩한데 왜 영국인들을 점잖기만 한 재미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제가 영국 장난감들을 잔뜩 가지고 귀국했으니 시간 날 때마다 찬찬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초기 직소 퍼즐은 나무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값싸고 생산하기 쉬운 종이 재질로 차츰 바뀌었죠. 요즘도 고급 퍼즐은 나무로 만듭니다. 대공황기에 가정에서 값싸게 즐길 수 있는 여흥거리로 인기를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