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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 올라가는 길에 어느 집 순진이와 눈이 마주쳤다. 자려고 누우면 자꾸 생각 난다. ▲ 미안해, 고마워, 맛있게 잘 먹었어. ▲ 고마워 ▲ 고마워 ▲ 고마워 ▲ 고마워 ▲ 고마워 ▲ 고마워 ▲ 고마워 ▲ 고마워 ▲ 고마워 ▲ 고마워 ▲ 고마워
▲ 중세의 연인들. 성탄절에는 늘 모텔이 미어터진다길래 (므흣) 부모님께 둘러댈 알리바이를 고심하고 있을 불타는 청춘들을 위해 오늘은 특별한 중세 음악을 하나 걸어 보겠습니다. 살면서 혹시 '음유시인'이라는 용어를 들어 보신 적 있나요? 요즘은 이 용어 대신 '시인음악가'라는 더 정확한 용어로 부르는데, 11세기말부터 13세기말까지 프랑스 남부, 스페인 북부, 이태리 북부에서 활동했던 'singer-songwriter'인 '트루바두르troubadour'를 일컫습니다. 떠돌이 예인일 거라는 통념과 달리 궁정에 정착해 활동했던 엘리트 음악가들이었죠. 이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사랑 타령도 있고, 실연의 아픔, 신세 한탄도 있고, 교훈적인 것도 있고, 영웅의 행적을 기리는 무훈가도 있고, 십자군 원정 함께 가자고..
이모부께서 팔순을 맞으셨습니다. 후아... 저는 이 나이까지 살아 온 것도 너무 힘들었는데 팔순이라니요. 직계 자손들(단단의 외사촌)과 형제분들하고는 이미 호텔에서 성대하게 잔치를 치르셨고, 이 조촐한 자리는 처제인 우리 권여사님과 조카인 저희들이 따로 마련했습니다. 권여사님이 전망 좋은 곳에서 식사하는 걸 좋아하셔서 63빌딩의 59층 식당으로 예약하셨습니다. 사진에 우리 식구는 아무도 없네요. ㅋ 이런 곳은 연말에 손님이 많으니 서둘러 예약해야 합니다. 전식과 후식은 부페식으로 제공하고, 본식은 생선과 쇠고기 중에서 선택 주문하게 합니다. 접사. 아이스크림과 캬라멜. ㅋ 어이구내새끼1, 2가 준비한 꽃다발. 이십대 초반의 꽃다운 아가씨 둘이 샤넬풍 정장으로 잘 차려입고 참석하니 모임에 빛이 납니다. 남..
고깃집 가기 꺼리는데 어쩌다 휩쓸려 고깃집에 가 앉게 된 단단. 모임의 최연장자께서 한턱 내셨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후우... 그런데... 비싼 한우 취급하면 뭐 하냐고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추구하느라 환기 시설이 형편없어 저 이날 이 집에서 기름안개 잔뜩 들이켜며 고기 먹고 나서 호흡기 질환으로 무려 2주나 앓아 누웠던걸요. 나가서 돈 벌어야 하는데 꼼짝도 못 했으니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죠. 식탁 위에 미세한 기름 방울들이 빼곡이 덮이길래 내 안 그래도 밥 먹으면서 불안했습니다. 눈 앞에 시뻘건 남의 생살을 두고 식사한다는 것도 정서적으로 여간 힘든 일이 아니고요. 게다가 한 끼에 이토록 많은 양의 살을 먹게 하다니요. ☞ 인간과 식량 ☞ 한강 영문판 참, 얼마 전에야 안 사실인데,..
오랜만에 좋아하는 음악 이야기를 해봅니다. 또 차 한 잔 우려 갖고 오세요. 저는 음악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라서(응?) 좋아하는 음악이 중세(c.500-c.1400/1450)까지도 가고 막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그럽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음악 중 800년대에 작곡된 노래를 들려드릴게요. 여성 작곡가 카시아Kassia가 쓴 동방정교회의 단선율 성가입니다. 서유럽 로마 가톨릭 교회의 남성 수사들이 라틴어 가사의 무심하고 평온한 단선율 성가Gregorian chant를 부를 때 동방정교회 수녀들은 그리스어 가사의 이런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선율Byzantine chant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음악이 다소 낯설면서 신비롭게 들리지 않나요? 오늘날 우리가 듣는 음악은 대..
▲ 운전면허시험장 접수 창구. 한국인들 검은색 옷 참 좋아하는 듯. 외국에 오래 살다 귀국하신 분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 "한국처럼 일처리 빠른 나라가 없다니까." 잖아요. 단단도 귀국해서 그 '무지 빠른 한국'을 겪고 혀를 내둘렀었습니다. 한국이 얼마나 빠른 나라인지 놓고 저랑 배틀 하실 분? 사례1 귀국한 다음날 운전면허증 갱신하러 운전면허시험장에 간 다쓰 부처. 오늘 신청하고 연락 오면 찾으러 다시 와야지, 당연히 이렇게 생각하고 갔는데 접수하시는 분이 "저기 왼쪽에 가서 앉아 계시면 화면에 이름 뜨고 면허증 나올 거예요." 하는 것임. 뭣이? 새 면허증이 오늘, 지금 당장 나온다고? 놀랍게도 접수한 지 3분도 안 돼 우리 이름이 뜨면서 빳빳한 새 면허증 발급! 심지어 갓 구워 따끈하기까지;; ..
와아...... (넋 나감) 이제는 레서피도 이렇게 올리는 시대가 되었구나아. 단단은 구닥다리였구나아. 저기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야겠다. (작아짐) ▲ 기원전 1700년경 바빌로니아(현 이라크 지역)의 양고기 스튜 레서피.
다쓰 부처는 고기구이보다는 생선구이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고기구이든 생선구이든 조리 시 미세먼지와 유해물질이 많이 발생해 집에서는 여간해서 이런 음식들을 해먹지 않고 밖에 나가 사 먹고 들어옵니다. '오픈 키친' 식당이나 손님상 위에서 조리해야 하는 음식점도 잘 안 갑니다. 이런 데서 밥 먹고 나면 호흡기를 다쳐 며칠 고생합니다. 담배도 안 피우는 '절친'이 젊은 나이에 벌써 폐암에 걸려 저도 이전보다 환기에 더 신경 쓰고 몸을 사리게 되었습니다. 맛본 지 오래돼 삼치맛을 까먹은 단단은 과연 삼치가 기름지고 고소한 고등어를 대신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삼치를 내는 생선구이 전문점을 찾았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라는 생선구이 전문점이 일본풍 인테리어를 하고 있길래 생선을 잘 다룰 것 같아 선택했습니다..
선릉역 1번과 2번 출구 뒤에 테헤란로 직장인들을 위한 가 조성돼 있지요. 길 입구에 "먹자거리"라고 새겨진 조형물이 서 있습니다. 세련돼 보이는 집은 거의 없지만 어쨌든 세계 각국의 음식이 고루 들어와 있는 듯합니다. 한식 고기구이집이 가장 많은 것 같고, 그 다음이 일식, 여중·여고가 근처에 있어 거리 초입에는 분식집과 단음료집도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에 어떤 음식을 먹나 관찰해 보니, 고기구이를 소량 곁들인 한식 백반상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집들에 손님이 항상 많거든요. 대로에 면해 있는 큰 빌딩 지하에는 아예 점심 한정 7,8천원 받는 한식 뷔페들도 제법 있고요. 아침밥 굶고 출근하는 사람이 많은지 오전 11시 30분부터 점심 손님이 차기 시작합니다. 집에서 못 먹은 집밥..
그런 것이었군, 한국의 농부가 생각하는 올바른 사과란. 신맛 없이 달콤하기만 한. 그러니 신맛 나는 사과 보기가 그토록 힘들었던 거지. 이런 올바른 사과는 레몬 즙 잔뜩 짜 넣고 조려 잼으로 만드는 수밖에. 그리하여 단단이 그간 명절선물로 받았던 사과들은 모두 잼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 ☞ 사과 농부가 알려주는 '맛있는 사과 고르는 법' ☞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사과들 ☞ 명절에 생식품 선물하는 거, 나는 반댈세 ☞ 잼 잘 만들기
간단한 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워 있는 단단에게 반찬을 해다 준 이가 있어 고마운 마음에 몇 자 적습니다. (지난 여름의 일이었고, 지금은 멀쩡히 잘 먹고, 잘 돌아다니고, 일상생활 자알 하고 있습니다.) 모친 권여사님이 입원하셨을 때도 가만히 보니 권여사님 친구분들이 묵은지 등갈비찜 같은 기운 나는 맛난 요리나 탕, 반찬 등을 해서 주고 가시더라고요. 누리터에도 "병문안 반찬", "병문안 도시락" 제목을 단 글들이 많고요. 허허, 참으로 훈훈한 풍습이로고. 365일 식구들 음식바라지 하던 여자들이 아프면 난감하죠. 당분간 밥상 차릴 걱정 말고 몸이나 잘 추스리라고 여성 동지들 간에는 이렇게 반찬을 한 가지도 아니고 여러 가지를 해서 바리바리 안겨주는 겁니다. 혹은, 병원 저염식 먹고 맛없어 죽을상 하고 ..
대만 펑리쑤를 알게 된 이후로는 식료품점에 가면 찐득한 과일소가 든 과자들을 눈여겨보게 됩니다. 에 장보러 갔더니 이런 게 눈에 띕니다. 하하, 정용진 부회장, 외국의 잘 나가는 아이템 또 베꼈구나. 반가움도 잠시, 후우............ (긴 한숨) 성분표 좀 보세요. 버터 쓸 자리에 싼 대체품을 쓰니 목록이 저렇게 길어지는 거지요. 참고하시라고 지난 글에 썼던 대만 펑리쑤 성분을 옮겨 적어 봅니다. 펑리쑤 성분: Flour, butter, egg, sugar, pineapple, mashed white gourd동과, salt. 끝. 펑리쑤 성분: Pineapple, butter, flour, eggs, sugar, maltose, milk powder, cheese po..
블로그 이웃 뿌까 님께서 오래 전에 대만의 국민 과자인 펑리쑤를 소개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과자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의 호기심에 불을 당기셨죠. 이에 귀국하자마자 마트와 백화점을 뒤져 눈에 띄는 것들은 모두 사 먹어 보았는데, 한국에 들어 와 있는 것들은 인공 파인애플향과 인공 버터향이 풀풀 나서 자주 사 먹을 게 못 되더라고요. 과자에서 나는 과한 인공 과일향처럼 괴로운 게 또 없어요. 인공 과일향도 세련되게 잘 입히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먹는 이를 괴롭힙니다. 이런 독한 인공향의 과자가 과자 잘 만들기로 소문난 대만의 국민 과자일 리 없잖습니까. 그래서 제대로 잘 만든 건 대만에 여행 가서나 맛봐야겠다, 숙제처럼 남겨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남의 집을 방문했다가 라는 브..
오랜만에 글 씁니다. 오늘 글도 깁니다. 이번에는 다들 좋아하시는 감자칩 한 봉지, 아니, 두 봉지 갖고 오셔서 컴퓨터 앞에 앉으세요. 크롬Chrome 화면으로 보시면 더 좋습니다. ▲ 윌리엄과 케이트의 결혼식 다음날 집에서 즐겼던 영국 , 같은 두껍고 단단한 질감의 'hand-cooked' 고급 제품 브랜드를 속속 생기게 자극했다는 것.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의 브랜드별 이야기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사 일반 감자칩 제품군 영국의 감자칩 시장 점유율 1위인 의 감자칩들입니다. 영국에서는 감자칩 30-40g을 1인분으로 잡습니다. 펍pub에 가면 돈 없는 대학생들이나 젊은이들이 이런 소포장 감자칩 한 봉지 앞에 놓고 술 마시고 있는 장면을 수두룩 볼 수 있습니다. 안주도 없이 깡술 마시는 사람도 ..
단단은 어제 권여사님, 다쓰베이더와 함께 영화 을 봤어요. 웃다가 손에 땀을 쥐다가 막 그랬어요. 우리 칠십 노모 권여사님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셔서 어제 이 영화도 재밌어하며 보셨어요. 상영관 나오시면서 "상 받을 만하네!" 따봉 하셨어요. 집에 TV가 없어 한국 연예인을 잘 모르는 단단은 어제 영화에서 송강호씨 딱 한 명만 알아볼 수 있었는데, 것두 (2000)에서 본 게 마지막. 음냐. (어디 가면 간첩 취급 받음.) 영화 보신 분들, 우리 또 재밌었던 장면을 꼽아 봅시다. 나는 복숭아 씬이 최고 재밌었어요. 특히 싸모님이 계단 올라오면서 '각혈'하는 가정부 목격하는 대목 절정.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가족들 움직임은 마치 타이트하게 잘 짜인 연극 같기도 하고, 훌륭한 안무의 무용 ..
▲ , 가 있었고, 그중 이탈리안 레스토랑 점포 수가 가장 많았는데, 단단은 제이미 올리버를 무척 좋아하긴 해도 영국에 11년 살면서 이 양반 식당은 딱 한 번, 그것도 ☞ 피쉬 앤드 칩스 글 쓰려고 가 본 게 전부입니다. 왜냐? 가격과 포지션이 어정쩡했거든요. 'Cheap and cheerful'한 식당들보다는 비싸고, 그렇다고 'fine dining' 수준으로 음식을 내는 것도 아니고, 애매했죠. 제이미 식당 갈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 가서 세트 런치를 먹을 수 있는걸요. 런던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들 세트 런치가 생각보다 저렴합니다. 게다가, 영국은 수퍼마켓 'meal deal'이 너무 잘 돼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스 데이 즈음에는 고작 15파운드 정도에 나 같은 고급 ..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독일산 크리스마스 모둠 비스킷을 다 보다니요. 것두 한국에서요. 여러분, 포장의 글씨를 유심히 보십시오. 쵸콜렛 입힌 럭셔리 비스킷이 무려 1.4kg이나 들었다고 합니다. 꼬르륵. 무게만 놀라운 게 아니라 종류도 자그마치 15종이나 됩니다. 영국에서 사 먹던 것보다 가짓수가 훨씬 많아요. 제가 이래서 비싼 연회비 내고 를 갑니다. 외국 과자 사려고요. 독일은 전세계에서 쵸콜렛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쵸콜렛이 흔해진 세상이지만 유럽인들에게 쵸콜렛 씌운 과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럭셔리'로 통합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이런 근사한 깡통에 담긴 모둠 쵸콜렛 비스킷은 아무때나 볼 수 없고 명절(크리스마스)에나 볼 수 있죠. 그런데 한..
베트남 쌀국수 집에 왔더니 국물 잘 먹으라고 이런 숟가락을 줍니다. 싱가포르식 중식당에 왔더니국물과 함께 우육면, 단단면 잘 먹으라고 이런 앙증맞은 아기국자를 줍니다. 홍콩식 딤섬집에 왔더니홍콩식 우육면과 단단면,국물과 함께 맛있게 먹으라고 이런 큼직한 '느와르' 숟가락을 줍니다. 중국 란저우식 정통 우육면 집에 왔더니 이국 향 나는 맛있는 국물 '간지나게' 즐기라고식기와 깔맞춤한 예쁜 도자기 숟가락을 줍니다.감동. 돈코츠 라멘 먹으러 일본 라멘 집에 왔더니 국물 양껏 떠서 느긋하게 마시라고정겨운 나무 국자를 줍니다. 돈코츠 라멘은 단단의 '컴포트 푸드'인데 이렇게 국자마저도 차갑지 않으면서..
(지난 3월 8일에 써 두었던 글을 까먹고 있다가 이제야 공개합니다. 풋마늘 철 지난 지 한참 됐죠. 뒷북도 이런 뒷북이.) ▲ 마트에서 지난 2월 말에 발견한 풋마늘. 저는 남들 다 아는 풋마늘을 귀국한 뒤 ☞ 우육면 글 쓰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닥터 드레 님이 덧글로 알려 주셨죠. 보라색 밑동 부분이 마늘로 발달하기 전 파릇파릇한 잎 상태일 때가 풋마늘이라는데, 마늘, 마늘종, 산마늘(명이나물)은 알고 있었어도 풋마늘은 올해 처음 보고 처음 사 봤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도 집에서 풋마늘은 먹어 본 적이 없는데[서울], 다쓰베이더한테 물어 보니 자기도 어릴 때 집에서 풋마늘 먹어 본 기억이 없다네요[경북]. 마늘은 1년 내내 볼 수 있지만 풋마늘은 특정 시기에만 잠깐 볼 수 있어 기억이 더 안 나는..
▲ 2017년 런던 워털루역 부근 어느 허름한 판-아시아 식당에서 맛있게 먹었다는 밥.텐동에서 덴푸라를 걷어 낸 모습. 밥 얘기 또. 외식할 때마다 느끼는 게 뭐냐면요, 쌀밥 의존도가 이토록 높은 식문화에서 맛있는 쌀밥 먹기는 왜 이리 힘든가, 하는 겁니다. 이런 말 하는 사람 정말 많죠?"에이, 싼 집에서 드셔서 그렇죠. 그거 다 중국에서 찐 쌀 들여와 내는 거라서 그래요. 가격대 좀 높은 집 가 보세요." ▲ 2017년 서울. 미슐랑 1-스타 한식집 분점의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쌀떡. 가격대 높은 집 왔어요. 식객 한참 몰리는 시간을 피해 1시 반쯤 왔더니 밥이 거대한 한 덩어리의 떡이 돼 있었습니다. 젓가락으로 쿡 찍어 들어올리니, 어맛, 전체가 다 딸려 올라오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 2017년 런던 워털루역 근처. 중국계 싱가포르인이 주방장으로 있는 어느 허름한 판-아시아 음식점의 일본 텐동(모듬튀김덮밥). 밥맛이 예술이다. ▲ 2019년 서울 강남. 한국인이 주방장으로 있는 우리 동네 어느 작은 일식집의 토리 가라아게동(닭튀김덮밥). 밥맛이 예술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맛있는 쌀밥을 먹은 경험은 딱 두 번 있었는데, 그게, 두 번 다 공교롭게도 일본식 덮밥을 먹을 때였습니다. 음식값도 안 비쌌어요. 일부러 맛집을 검색해 찾아간 것도 아니고, 정말 길 가다 우연히 들어간 집이었는데 어떻게 두 집 다 밥알이 한알 한알 선명하게 느껴지면서도 너무 단단하지 않고 딱 기분 좋을 만큼만 찰지며 맛있을 수가 있죠? 쌀이 좋아서? 밥 짓는 기술이 특별해서? 둘 다? 아니면, ..
▲일본 의 모둠 양과자. 휴... 모양은 야무지게 잘 냈는데 맛의 강도는 집에서 구워 먹는 과자들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 종로구 서촌 어느 일본식 양과자집의 녹차 마블 파운드와 피낭시에. 이것도 버터와 아몬드 풍미가 충분하질 않아 싱거웠습니다.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의 녹차맛 나가사키 카스테라. "저희 카스테라는 버터나 오일류, 화학적 팽창제를 사용하지 않고 만듭니다." 그러니 달기만 하고 증편 씹는 것 같죠. 떡인 줄 알았습니다. 나가사키 카스테라 애호가가 많죠. 그런데 제 입맛엔 단맛 한 쪽으로만 맛이 치우친 것 같아 썩 맛있지가 않더라고요. 따끈하게 데운 고소한 우유full fat milk와 함께 먹으면 부족한 맛이 다소 보완되기는 합니다만.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의 '도..
송화버섯.표고 맛에 송이 향이 나게끔 개량한 신품종이라고 합니다. 저는 귀국해서 이제야 발견하고 맛을 봅니다. 표고 중 백화고를 개량했다고 하네요. 고로, 백화고처럼 갓 색상이 연한 것, 갓주름이 열리지 않고 막힌 것이 상품上品이라고 합니다. 마트에서 시식을 하는데 정말 송이향이 납니다. 신기해서 한 봉지 사 왔는데, 표고보다 대가 길고 통통해 대까지 다 먹을 수 있습니다. 버섯 자체에 수분이 적어 생으로도 꽤 오래 갑니다. 몇 주씩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죠. 대 끝의 딱딱한 부분은 칼로 제거하고 손으로 찢어보았습니다. 어떤 대는 표고처럼 단단하고 어떤 대는 부드러워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복불복, 식감 차이가 많이 날 듯합니다. 버섯은 결대로 찢으면 향이 더 좋고 양념도 더 잘 밴다고 일본인 ..
집에서 베이킹 좀 하시는 분들은 오븐 온도계 하나만 믿지 않고 온도계를 하나 더 써서 온도를 확인하시잖아요? 그런데 두 온도계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엔 어느 놈을 믿어야 합니까? 저희 집 오븐도 별도로 넣은 온도계와 온도 차가 많이 납니다. 저는 어떻게 해결했냐면요, 물이 100˚C에서 끓는다는 점을 이용해 별도의 온도계를 냄비에 넣고 물과 함께 끓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과격하죠. 망가지면 까짓거 또 사면 되죠. 우오오오, 맹렬히 끓습니다! 한참 끓을 때 냄비를 불에서 떼어 온도계를 들여다보니 정확하게 100˚C! 고로, 이 온도계가 정확하고 오븐이 30˚C 높은 것으로 판명! 땅땅땅 앞으로는 오븐을 30˚C 낮춰서 맞춰야겠습니다. 온도계 속에 스며 들어간 물은 어쩌냐고욤? 적당히 뺀 뒤 오븐에 넣어 ..
집에서 7,8분 거리에 규모 큰 식료품점이 있습니다. 같이 구경해 보시죠. 지하로 들어가면 한 쪽에는 유럽 와인이, 맞은편에는 미대륙 와인과 청주·소주 같은 동아시아 술, 그리고 위스키가 있고, 중앙에는 미니어춰 술과 도수 센 술, 그리고 향 나는 증류주가 있습니다. 키르쉬Kirsch 보고 반가워서 한 병 샀습니다. 선택지가 많지는 않아요. 물로 희석해 도수를 낮춘 저렴한 것 두 개만 있었습니다. 술 종류에 맞는 각종 잔들. 진열만 근사하게 해놓고 관리는 안 해서 잔마다 먼지가 뽀얗습니다. ㅋ 별도로 세심하게 보관중인 고가의 와인들. 바로 마실 수 있도록 냉장 보관중인 술들. 영국음식에도 술이 자주 쓰이는데요, 적·백 와인, 강화 와인인 포트port, 에일ale, 사과주인 싸이더cider, 버머쓰verm..
여러분, 얼마 전에 썼던 ☞ 스위트콘 비교 글 기억 나십니까? 가장 맛있는 제품으로 의 '커클랜드 시그너춰 스위트콘'을 꼽았었죠. 이 제품입니다. 옥수수 사진이 이어지는 게 재미있죠? 한 상자 안에 이렇게 생긴 깡통이 열두 개 들었습니다. 참, 코스트코에서 상자에 든 깡통 식재료를 사실 때는 손으로 상자 표면을 꾹꾹 눌러 개수가 맞게 들었는지 확인해 보세요. 전에 토마토 깡통 한 상자 사서 집에 와 뜯어 보니 글쎄, 가운데에 깡통 하나가 빠져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건 고객센터에 말하기도 애매하죠. 믿어 줄 것 같지도 않고요. 누가 상자를 몰래 개봉해 하나만 쏘옥 빼고 다시 테이프로 붙여 놓은 거죠. 코스트코에 희한한 사람들 많아요. 본문으로 돌아와서, 이 스위트콘을 맛있으면..
▲ 영국에 있을 때 즐겨 해먹던 스위트콘 수프. 사골국물이 따로 없네그랴. 한국의 국도 맛있고, 서양의 수프들도 맛있고. 여러 식문화의 맛을 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죠. 영국 클래식 수프 중에 ☞ 리크와 감자를 써서 만드는 수프가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에 스위트콘을 추가해 변주를 준 것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고든 램지 요리책에서 봤습니다. 금방 완성되는 달고 고소한 수프입니다. 단단은 유제품 들어간 수프를 좋아해 영국 살 동안 행복했습니다. ☞ 브로콜리 스틸튼 수프 ☞ 콜리플라워 체다 수프 ☞ 크리미 머쉬룸 수프 ☞ 훈제 대구 수프, 컬런 스킹크 지난 2017년 11월, 마트에 갔다가 좋아하는 식재료인 리크를 발견했습니다. 흥분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으며 꺅꺅 날뛰다가 '오늘은 해야 할 요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