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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백의 조건: 재질이 좋아야 한다. 디자인이 우수해야 한다. 장인이 한땀 한땀 정성 들여 만들어야 한다. 대량생산해서는 안 된다. 단단도 이런 백이 있어요. 명품백 열기에 힘입어 저도 하나 자랑할까 합니다.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데다 세상에 단 네 개밖에 존재하질 않으니 희소성 측면에서도 으뜸입니다. 이 명품백의 장인은? 바로 단단의 시어머니입니다. 장인, 큰며느리[단단], 작은며느리, 딸, 이렇게 네 명만 소유하고 있으니 더없이 귀합니다. 눈도 침침하신 분이 취미 삼아 만드셨다는데, 첫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합니다. 무늬, 색상, 디자인 모두 단단 마음에 쏙 듭니다. 가까이서 한번 볼까요? 찻상에 생화 사서 올릴 형편은 못 되니 종종 의자에 이 가방을 올려 놓고 감상하곤 합니다...
작업하다 힘들어서 바닥에 벌렁 누워 있는데 우체부가 문을 두드립니다. 소포가 왔다는 소리지요. 경이로움 님이 보내 주신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들고 있었습니다. 하하, 멀리서 미일리어와 이리나가 볼풀ball pool을 보자 환장하며 달려왔습니다. 우리 이리나. 떡볶이 하나가 머리 위에 올라 앉은 줄도 모르고 마냥 천진한 얼굴. 미일리어. 꺄르륵~ 신났습니다. 녹차, 백차, 청차, 홍차를 섞어 무려 40종이나 보내 주셨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차가 있었던가요? 처음 접하는 브랜드도 수두룩합니다. 크리스마스라 빨간 포장의 차를 앞에 두었는데, 은박 봉투에 든 소분 차들에는 일일이 손글씨로 이름을 써주시고 차 회사 고유 로고까지 프린터로 뽑아 붙여 주셨습니다. 들인 시간과 정성을 잠시 헤..
기회주의자 단단은 얼마 전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님께서 터키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는 정보를 입수하였습니다.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도 분명 일정에 있으렷다, 기회는 찬스로구나, 싶어 까도남 님께 간곡하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찬스 → 그러고 보니 영국 발음.) 그랜드 바자르에 가시걸랑 부디 이 불쌍한 유학생을 떠올리시고 터키 찻잔 '차이 바르닥çay bardağı'으로 적선 좀 해줍쇼~ 굽실굽실 저기, 차이 바르닥은 여섯 개가 모여 한 조가 되는 모양이니, 적선하시려거든 한 개 말고 최소 여섯 개는 사다 줍쇼~ 굽실굽실 아참, 오합지졸 찻잔들만 있으면 기강이 안 서니 반드시 찻주전자도 같이 사다 줍쇼~ 굽실굽실 여섯 개나 되는 찻잔과 찻주전자를 어디에 보관하리이까, 기왕 사다 주실 거 ..
크리스마스 모둠 너트 살 때 딸려왔던 넛크래커nutcracker입니다. 흡사 그 모양새가 작업장 공구와도 같은 오늘날의 멋대가리 없는 넛크래커에 넌더리 난 다쓰베이더가 그간 하나씩 둘씩 옛날 넛크래커들을 모았습니다. "블로그에 물건 자랑하면 못써." 사진 좀 찍어 올려보려다 번번이 제지 당했습니다만, 오늘은 다쓰베이더가 도서관에 책 빌리러 나간 틈을 타 몰래 찍어 올려봅니다. 마음이 급해 몇 장은 초점이 좀 안 맞았습니다. (아니, 이젠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해진 겐가? 손도 떨리고. 흑;;) 넛크래커를 우리말로는 '호두까기 도구', 나무로 된 병사 모양의 것은 '호두까기 인형'이라고 번역들 하지요. 이거 이상하다는 생각 안 해보셨나요? 넛크래커로 호두만 까는 건 아니잖아요? 사진에 호두뿐 아니라 브라질..
▲ 파타타스 브라바스 이미지 다쓰 부처는 감자 요리를 매우 즐깁니다. 일단, 값이 싸거든요. ㅋ 영국은 일조량이 부족해 다른 농사는 시원찮아도 땅 속에서 자라는 감자 하나는 정말 최곱니다. 영국요리에 유독 감자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죠. 품종도 다양해 단단은 아직도 영국 감자 이름을 다 못 외웠습니다. 품종마다 식감과 향미가 다 달라 하고자 하는 요리에 따라 감자도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얼마 전 다쓰 부처는 햇빛 찬란한 지중해로 휴가 갈 형편이 못 됨을 한탄하며 집에서 파타타스 브라바스Patatas Bravas나 해먹었습니다. 여름 내내 집에서 지중해 요리나 해먹으며 위안을 삼았더랬지요. 파타타스 브라바스는 스페인의 매운 감자요리로, 피멘톤Pimenton, 훈향 씌운 스페인 고춧가루..
바리스타 심사위원인 새언니1의 특명을 받고. 특명인즉슨, "영국 에스프레소 잔 다섯 개 정도만 보내 줘요. 장식장에 디스플레이 좀 해놓게." 무,무려 다섯 개나. 전화를 끊고 나서 난감했습니다. 보내 드리는 건 할 수 있는데 취향을 알 턱이 없으니. 제 마음 대로 골라 보내도 된다는 것이었을까요? 돈도 없거니와 제 취향이 좀 별난 편이라;; 으음... 찻잔은 대개 고전적인 것 아니면 올록볼록 굴곡 있는 형태의 '플로랄'한 것들이 주를 이루죠. 반면 에스프레소 잔은 모던한 것들이 많더군요. 하긴, 그냥 '커피'가 아닌 '에스프레소'라는 건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왠지 모더니티의 상징쯤으로 여겨지니까요. 크기가 작아 형태에 마음껏 멋을 부리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알아서 골라 보내 드리기로 했습니다. ..
우리 날씬이 한국인들은 차에 설탕 넣는 짓 따윈 잘 하지 않지만 영국인들의 찻상에는 반드시 설탕기가 올라오는 법이죠. 가루설탕을 쓸 때는 스푼이 필요하고 각설탕을 쓸 경우엔 집게가 필요하지요. 영국인들은 가루설탕보다는 깔끔한 각설탕을 선호합니다. 설탕집게는 '슈가 통스sugar tongs'라 부르는데, 가위나 안경, 바지처럼 복수형으로 써야 해요. 가위 모양으로 된 것sugar nippers도 있고요. 궁극의 아프터눈 티 테이블을 꾸며보는 게 지상목표인 단단은 얼마 전 다쓰베이더로부터 깜짝선물을 받았습니다. "징그러울수록 좋다고 했소?" 하면서 무언가를 툭 내려놓는 것이었어요. 설탕집게였지요. 집게 부분을 한번 보세요. 설탕집게 끝자락을 맹금류의 갈고리 발톱 발로 장식하는 것은 오랜 전통입니다. 일종의 ..
단단이 아끼는 그림 중에 부엉이를 그린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액자 맞출 돈이 없어 그간 문구점에서 산 아크릴 판에 끼워두고 있었지요. 그런데 오늘 문득, '채리티 숍에서 이발소 그림 사다가 그림은 버리고 액자만 활용하면 되겠구나!' 하는 묘안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동네 채리티 숍을 돌며 살피다 3천원짜리 낡은 나무 액자를 하나 집어왔지요. 조잡한 이발소 그림 대신 아주 오래되어 빛바랜 소녀의 사진이 담겨 있었는데, 사진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섬뜩함이 좀 느껴졌었습니다. 이렇게 낡은 사진이면 어쩌면 빅토리아 여왕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빅토리안 시절의 어린이 사진 하면 떠오르는 게 있었거든요. 오늘의 차수다는 여름 다 지나서 펼치는 뒷북 납량특집이 되겠습니다. 빅토리안들..
생일도 아닌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여행을 다녀오신 분으로부터 깜짝선물을 받았습니다. 수도 사라예보의 '터키 장인의 거리' 바슈카르지아에 이르자 차 우려 마시기 좋아하는 이 단단이 떠올라 터키식 커피잔인 '핀잔fincan'과 설탕기 세트를 사 오셨다는 거예요. 제가 그랬죠. 취미나 기호식품은 동네방네 소문 내서 나쁠 것 하나 없다고요. 보세요, 그 먼곳에 여행을 가셔서 무언가 정성껏 준비해 마시기 좋아하는 이 단단이 갑자기 생각나는 바람에 지인께서 "아이 참" 하며 지갑을 여셨다잖습니까. ㅋ 제법 묵직한데다 정교한 장식이 일품이어서 볼 때마다 넋을 놓게 됩니다. 참, 밑에 깔린 이국적인 문양의 천은 식탁보가 아니라 또 권여사님의 손수건입니다. 어휴, 저렇게 예쁜 걸 어찌 땀 닦는 데 쓸 수 있겠습니까. ..
한국에 있을 때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찻자리를 가진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찻잔을 수집한다는 말을 꺼냈었나 봅니다. 일행 중 한 분이 이 말을 마음에 두고 계셨다가 제 수집 조건에 맞는 찻잔을 구해 이곳 영국에까지 부쳐 주셨습니다. 깨지는 일이 빈번하니 다구가 먼길 여행을 한다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다행히도 금 하나 가지 않고 오늘 아침 무사히 잘 도착했습니다. 미일리어가 이때다 하고 잽싸게 등장했군요. 새 다구만 보면 흥분하는 경향이 좀 있어요. 오늘은 일이 없나 봅니다. 다리 뻗고 아주 푹 쉴 모양입니다. 슬쩍 보이는 허벅지가 뇌살적입니다. 제가 전에 말씀 드렸던가요? 미일리어와 이리나를 볼 때마다 살 마저 빼고 멋 좀 부리고 다녀야겠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솟는다고요. 그..
새해 첫 찻상입니다. 지난 번에 손님 치렀다고 했죠? 보기만 해도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는 이 프랄린들은 센스 만점 손님이 들고 오신 겁니다. 평소에는 만져 보지도 못 할 고가의 모둠 쵸콜렛을 선물 받으면 숨이 꼬르륵 넘어가죠. 쵸콜렛이야말로 최고의 티푸드라고 말씀 드린 적 있어요. 저는 아쌈하고 먹을 때가 가장 맛있더라고요. 흐린 날 찍었더니 색감이 이 모양입니다. 몇 개를 추려 접시에 담아 봅니다. 종류가 하도 많아 다 못 담았습니다. 아까보다는 날씨가 좀 더 나은 날 찍은 건데도 기본적으로 좀 어둡죠. 영국에 살다 보면 햇빛의 양에 아주 민감해집니다. 영국에 살면서 사진까지 찍는 사람이라면 더욱 예민해집니다. 햇빛에 따라 사진 톤이 무궁무진 변화무쌍, 구름이 휙휙 지나가 광량도 3초 단위로 바뀝니다...
미국에서 소포가 날아왔습니다. 이 분한테서 온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찍을 때는 특별히 화환을 올리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들인 습관인데 평생 지속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ㅋ Fragile - 깨지기 쉬우니 취급에 주의해주세요. 우리 홍차인들은 이 글이 있는 상자를 보면 흥분 모드로 돌입하지 않습니까? 다구가 들었다는 소리죠. 흥분의 도가니탕입니다. 겨울인데 추위도 잊었습니다. 이 비장의 다구는 내일 손님 치를 때 쓰면서 올리도록 하고 오늘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손님이 많이 올 텐데 집에 있는 찻주전자가 다 1~2인용뿐인 데다 제각각이니 이를 어쩔꼬 궁리하고 있던 찰나, 대용량 주전자가 손님 치르기 직전에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이 분, 제 속을 들락날락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밖에 다양한 홍차들도 같이 보..
오늘은 뜬금없이 홍차 깡통 얘기나 좀 해보자. 단단이 그간 마셨던 홍차들 깡통 중에 밀리터리 매이니악인 우리 집 다쓰베이더가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있으니... 영국 공군 역사상 가장 빛나는 전투였던 2차대전의 . 처어칠의 유명한 프로파간다 연설의 한 대목이 바로 이 때 나온 것이다. "Never was so much owed by so many to so few."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소수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많은 빚을 진 적은 없었소. 여기서 '소수의 사람들'이란 영국 공군인 Royal Air Force의 전투기 조종사들을 말한다. ▲ 사진은 만민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돈 있는 분들은 위키에 기부금 좀 보내 주시라. 영국인들이 뿌듯해해 마지않는 그 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수..
차 좀 마신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중국 자사호. 단단도 물론 갖고 있다. 그것도 아주 깜찍한 130㎖짜리로. 이 녀석을 처음 보았을 땐 "130㎖짜리 차호가 다 있어? 여기 서양에선 1인용 차호가 기본 500㎖는 되는데?" 놀랐으나 중국차의 기준으로는 이 130㎖짜리가 2~3인용이며 이보다 더 작은 것도 수두룩하다는 말을 듣고는 혀를 내둘렀다. 서양인들이 큰 차호를 선호하고 중국과 한국인들이 작은 차호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양인들이 즐기는 홍차는 대개 잘게 분쇄된 (싸구려) 잎들인데다 고온에서 오랜 시간(3-5분) 우리기 때문에 첫 탕에 이미 거의 모든 맛과 향이 다 빠져 버린다. 이들에게는 한 번 찻잎을 넣어 여러 차례 물 부어 우려 마신다는 개념이 없다. 홍차이기 때문에 그..
영국 수퍼마켓에서는 한국이나 미국 수퍼마켓과는 눈에 띄게 다른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병 제품이 많다는 점입니다. 유심히 관찰해 보니, 영국인들은 쥐기 편하고 쓰기 편해도 저 미국식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용기를 선호하지 않는 듯합니다. 환경 호르몬 걱정 때문인지, 그놈의 '품격' 때문인지, 공병이 필요해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수퍼마켓 선반에 갖가지 크기와 형태의 예쁜 유리병들이 조로록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 오르가즘이 다 느껴집니다. (응?) 내용물이 휜히 들여다보이니 고르는 소비자 입장에선 여간 편한 게 아니고요. 떠올려 보니 한국의 마트에서는 고추장이든 된장이든 간장이든, 마요네즈에 심지어 식초와 식용유까지도, 플라스틱 용기에 든 것들이 선반을 가득 메웠던 것 같습니다. ..
다쓰베이더와 단단이 사는 동네에는 50m 안에 채리티 숍charity shop이 무려 여덟 개나 있습니다. 영국 어디에도 한곳에 이렇게 채리티 숍이 많이 모인 데는 또 없을 거예요. 채리티 숍은 말하자면 한국의 같은 중고품 자선 가게입니다. 여기저기서 기부 받은 물건들을 자원봉사자들이 잘 정리해서 값을 매긴 후 저렴한 값에 되파는 곳인데, 저도 살 빼서 못 입게 된 옷을 몇 번 갖다 준 적이 있지요. 이곳에서 옷을 사기도 하고요. 괜찮은 청바지를 5천원에 살 때도 있습니다. 영국인들의 삶의 지침이 되는 표어 중에 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가 안 쓰는 물건이라도 절대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는 법이 없어요.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물건일지 모른다는 거죠. 실제로 예술가들 중에는 채리티 숍을 다니며 캔버스에..
설거지는 말끔히 다 끝냈습니다. 오늘은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주제도 다양하셔라.) 단단이 좋아하는 칼럼니스트 중에 한국일보의 장명수 님과 고종석 님이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 분들 때문에 한국일보를 구독했었지요. 장명수 님은 내용이 좋고 고종석 님은 문장이 좋더라고요. ☞ 장명수 님의 칼럼 중 기억 나는 대목이 있어 옮겨 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과잉보호나 돈GR 과외가 아니라) 좋은 습관과 행복한 추억이다. 그렇죠? 단단은 이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었습니다. 그리고는 부모님을 떠올렸지요. 모친인 말괄량이 권여사님을 생각할 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저희 4남매 극장에도 자주 데려가 주시고, 아이들은 마치 놀기 위해 세상..
어떤 이는 풍경 사진만 죽어라 찍는다. 어떤 이는 야생동물이나 곤충만 담는다. (→ 이 분야가 제일 힘들 것 같다. 거적때기 덮어쓴 채 숨 죽이고 몇날 며칠 노숙자 신세.) 내 셋째 오라버니는 인물 사진만 찍는다. 나는 식탁 위 정물만 찍는다. 어떤 사진을 찍든 그 분야 고유의 노하우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우리 집 바비들을 놓고 안 하던 인물 촬영을 해보니 오, 이게 만만치가 않다. 미일리어의 얼굴이 이리나 얼굴보다는 좀 더 굴곡이 심하고 입체감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접사로 초점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여성일 경우는 씨터(피사체라고 합니까?)의 피부 색, 머리 색, 화장, 옷, 악세사리 등의 톤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더 좋기로는 인물의 성격까지 담아 낼 수 있어야 한다는데 말이야 쉽지, 장비..
우리 미일리어'Melia에게 외국인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름은 '이리나Irina', 성姓은 '우스트볼스카야 Ustvol'skaya'라는군요. 이리나 우스트볼스카야. 어떻게 해서 이 파란 눈의 러시아 처녀가 영국 아가씨 미일리어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1903년 제3차 볼셰빅 전당대회가 바로 이 런던에서 열렸었는데(그렇습니다. 마르크스 엥겔스의 저 유명한 이 발간된 곳도 이곳 런던이었습니다.) 전당대회 참석차 런던을 방문했던 이리나는 런던 외곽의 어느 꽃이 만발한 작은 티룸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퍼석해 보이는 동그란 빵에 잼과 꾸덕꾸덕한 이상한 노란 크림을 열심히 바르고 있는 미일리어를 만났다고 하죠. 아아, 그렇습니다. 둘은 이 때 이렇게, 우연히, 그러나 운명적으로 만났었지요..
The Ruined Maid 몸을 버린 가시내 Thomas Hardy 토마스 하디 "O 'Melia, my dear, this does everything crown! Who could have supposed I should meet you in town? And whence such fair garments, such prosperi-ty?" - "O didn't you know I'd been ruined?" said she. "얘, 미일리어야, 얘야, 이게 웬일이냐! 시내에서 너를 만나리라 누가 생각했겠니? 헌데 이 고운 옷이랑 이런 호사가 어디서 나온 게니?" "아 넌, 내가 몸을 버린 걸 몰랐었니?" - "You left us in tatters, without shoes or socks, T..
얼마 전 빈티 풀풀 나는 다식을 해먹으면서 제깐에는 뿌듯한 마음에 사진까지 다 찍어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평소 딸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면서도 일절 기척 남기지 않는 무정한 권여사님께서 플라스틱 껍데기로 다식 찍어 먹고 있는 여식의 처지가 하도 한심했는지 10구짜리와 8구짜리 다식판을 두 개나 보내주셨습니다. 나무가 묵직하니 제대로예요. 저 딱딱한 대추나무에 어떻게 저런 구멍을 내고 무늬를 새겨 넣었을까요? 무겁고 단단한 나무가 맞부딪혔을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를 아실런지요. 위 아래 판이 맞닿을 때 나는 옹골찬 '딱' 소리가 일품입니다. 각종 국산 가루들도 곱게 갈린 것으로 바리바리 보내주셨습니다. 사진을 위해 한 숟갈씩만 덜어 같이 보내주신 소스 그릇에 담아보았습니다. 평소 냉메밀국수 즐기는 걸 ..
▲ 사진기의 한계와 찍사의 미숙함으로 종종 발생하는 주변부 왜곡현상.일그러진 주전자와 접시 - 나름 재미있는 사진이 되었는걸.저희 집 티푸드 메뉴 중에 '보스턴 티파티'라는 것이 있습니다. 냉장고를 급습하여 상하기 전 급히 해치워야 할 야채나 해산물이 있으면 죄다 끄집어내 번철에 던져 한데 볶는 것으로, 이렇게 다짜고짜 볶은 것은 빵에 얹어 훈향 나는 랍상수숑과 함께 먹습니다.오늘의 보스턴 티파티는 참치 통조림 반 남은 것과 시들어가는 릭(Leek, 한국의 대파 비슷한 것)에 후추만 더 갈아 넣었습니다. 신선도는 매우 떨어지지만 그때그때마다 재료가 달라진다는 것이 이 보스턴 티파티의 매력이 되겠습니다.그런데, 오늘 할 이야기는 이 이상한 티푸드에 관한 것이 아니고 사진에 있는 찻주전자에 관한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