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어, 제목이 너무 길어 잘렸습니다. 성탄절 즈음에 다쓰 부처한테 선물을 보내 주시는 분이 계셔요. 다쓰 부처는 맛있는 거 사 주시는 분과 선물 주시는 분을 격하게 축복합니다. 고귀한 분의 몸과 영혼에 신의 은총이 가득하시기를! 제가 이 분한테서 온 선물 상자에는 꼭 빨갱이 화환을 놓고 기념 촬영을 합니다. 아아, 선물 받고 나니 이제야 크리스마스인 게 실감 나네요. 저에게 '소포도 이렇게 예쁘게 포장해서 보낼 수가 있다'는 가르침을 주신 분입니다. 그런데 이 분이 보내 주시는 선물 상자 옆구리를 볼 때마다 늘 의아한 것이, 어떻게 하면 이렇게 포장지 끝이 딱 맞을 수 있는 거죠? 전 이게 안 되더라고요. 카드도 정성껏 고르시고. 사시는 곳의 풍경이 담겼습니다. 정겨워요. 저도 우리 동네 담은 그림이나 사..
단단이 영국에 와서 재발견한 작은 물건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브로치. 한국에 있을 땐 브로치란 그저 우리 할머니들 젊었을 때나 유행하던, 지금은 한물 간 장신구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국 와서 보니 이게 아직도 중요한 소품으로 취급을 받더라고요. 특히, 왕실 여자들이 어떤 브로치를 하고 공식석상에 나타났는지를 패션계와 언론이 중요하게 다룹니다. 얼마짜리냐 하는 금전적 가치를 논하기보다는 역사와 의미 등을 마치 골동품 다루듯 상세하게 소개합니다. 한국인들의 통념과는 달리 유럽 왕실은 검소합니다. 졸부와 돈 많은 셀렙들이나 비싼 옷 입고 비싼 물건 주렁주렁 바꿔 달고 나와 돈자랑하지, 왕족이나 뼈대 있는 가문 사람들은 돈자랑하지 않습니다. 졸부들이 얼마나 품위 없이 돈을 쓰고 있는지는 저 런던 해..
단단이 베아트릭스 포터 이야기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영국 동화 . 이 동화를 무척 좋아해 책도 사 놓고 아가들용 소꿉놀이 티세트도 다 사 놓았지요. 책은 특별판 제본이라 품질이 좋지만 소꿉장은 그냥 그렇습니다. 그래도 모아 놓으면 참 귀여워요. 저게 저래봬도 도자기 재질입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분들은 아이 키우면서 장난감도 이것저것 사주고 같이 놀아 주니 늙어서도 동심의 세계를 한 번 더 체험할 수 있지만, 저처럼 애 없는 사람은 자기가 갖고 놀 장난감 자기가 알아서 사서 혼자 놀아야 합니다. ☞ 영국 발음으로 동화 들어 보기 티포트. 뚜껑은 잘 안 맞지만 차가 실제로 담기고 잘 따라집니다. 밀크 저그. 케헷, 형태가 제법 예쁘죠? 찻잔 2인조. 암요, 혼자만 마시면 안 되고 엄마 아빠도 한 잔 따라..
생일이 지났습니다. 큰 새언니가 매년 축하금을 보내주는데, 축하금 2년치를 모아 이번에는 지극히 영국스러운 디자인의 책가방을 하나 샀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이들 찾죠? 손잡이 없는 사첼 백 대신 손잡이 달린 바첼 백을 샀어요. 손잡이 없이 어깨 끈만 있는 가방, 저는 불편해서 못 씁니다. 큰 문서와 책이 들어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큰 걸로 샀는데(15인치), 땅딸이가 책 때문에 늘 큰 가방을 갖고 다닐 수밖에 없으니 참 스타일 안 삽니다. 블로그에 다 큰 어른이 가방 자랑하려니 좀 멋쩍네요. 큰오라버니와 새언니한테 '인증샷'을 보여드리고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리기 위한 거니 너른 이해를 구합니다. 이보오, 주인장. 실은 인증샷을 핑계로 자랑하고 싶었던 것 아니오? 우히힉, 들켰네;; 일단 이 캐임브리지..
롬지 관광 마지막 편. 교회abbey 관람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담은 사진을 몇 장 올려 보겠습니다. 이 동네 출신의 수상이었다고 하네요. 마켓타운이라 그런가, 가만 보니 이 동네가 은근 '포쉬posh'한 데가 있더라고요. 특이한 점은, 우리말고는 외국인이나 이민자가 보이질 않았다는 건데, 제가 돌아다녀본 영국 동네 중 이렇게 백인만 있는 동네는 처음이었습니다. 어딜 가나 백인 영국인들뿐이어서 돌아다니는데 왠지 좀 낯설고 부담이 됐어요. 사람들은 매우 친절했습니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 눈을 맞추고 웃어 줍니다. 사진 마음껏 찍으라고 지나가지 않고 기다려 주는 사람도 많았어요. 멋진 가로등이 그림자로 비치길래 이때다 하고 찰칵. 엥? 두 번째 장 찍는데 그새 먹구름. 영국에서는 5초도 안 돼..
이 그림을 '만든' 사람, 누군지 잘 아실 겁니다. 어우, 단단은 앤디 워홀 작품 정말 좋아합니다. 예쁜 미술품 좋아해요. 그런데 화가들은 자기 작품 보고 누가 "Pretty"하다고 하면 모멸감을 느낀다면서요? 제아무리 최신 사상에서 빌려온 온갖 근사한 말을 다 갖다 붙여대며 현학적인 척, 철학적인 척 해도 회화는 음악과 달라서 근본적으로 장식적인 속성이 그 안에 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루시앙 프로이트가 그린 뱃살 쏟아지는 아줌마 그림은 볼 때마다 내 뱃살이 떠올라 살짝 불편하긴 하지만 좋아요. 싸이 톰블리의 똥 칠한 그림, 피 칠한 그림들도 제 눈엔 다 예쁘게 보입니다. 거대한 싸이 톰블리 복제품 하나가 코딱지만 한 우리 집 거실에도 걸려 있습니다. 꼬마들이 괴발개발 그린 기린 그린 그림들도 액자에..
▲ 다쓰베이더 소유의 곰돌이 녀석들. 오른쪽부터 - 풀벅이와 보풀이. TV 골동품 프로그램에 팔순 할아버지가 털 다 빠진 꾀죄죄한 곰인형을 안고 나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 어릴 때 사 주셨던 곰인형이라우." 자랑하는 걸 볼 때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이 나라에선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인형을 80년 가까이 간직하고 있는 노인이 다 있다니. 그런데 영국에는 이런 사람이 아주 많다. 조부모가 '사 주신' 장난감이 아니라 아예 조부모가 어릴 때 갖고 놀다 '물려주신' 장난감을 갖고 있는 노인들도 많다. 그럼 그 장난감은 도대체 몇 살이란 말인가. 골동품 감정가가 털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낡은 곰인형을 보고 하는 말이 더 기가 막히다. "He's much loved!"..
지난 일요일에 자명종 소리를 못 들어 교회에 못 갔습니다. 교회 못 간 대신 참회·고행 삼아 땡볕에 동네 채리티 숍들을 죽 돌았는데, 자비의 하나님께서 어엿비 여기사 단단의 불경을 용서해 주시고 득템을 허하셨습니다. 다음은 득템 목록: 곱게 칠한 나무 케이크 스탠드tazza 오오, 동유럽 삘이 물씬 납니다. 나무로 된 타짜는 처음 봤어요. 러시아 목각 인형 '마뜨료쉬카' 느낌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예쁜 도일리 깔아 티타임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기도 딱 알맞습니다. 지름 21cm, 600원. (3년 뒤: 하, 알고 봤더니 동유럽이 아니라 북유럽 공예품이었다는.) 크리스탈 디저트 그릇 6개 영국의 유명 크리스탈 회사 제품으로 '핸드 메이드-핸드 데코레이티드'입니다. 핸드 메이드라서 크기가 조..
어느 나른한 오후, 단단은 누리터에서 아래와 같은 광고 사진을 보게되었습니다. 보자마자 눈이 번쩍. 한달음에 수퍼마켓으로 갔지요. 조지 왕자의 탄생을 기념하여 구구절절. 같은 날 태어난 조지들은 좋것다. 서양인들은 왜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지 몰라요. 일러스트들이 뭐 예술작품 뺨치는 수준입니다. 서양 동화책 보면 내용의 엽기성도 최고지만 그림이 장난 아녜요. 동물들도 일본·한국풍으로 마냥 귀엽게 웃는 얼굴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사실적이다 못해 어떤 땐 무섭기까지 합니다. ▲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무서워서 꺼내 놓지도 못 하는 작년 크리스마스 비스킷 틴. 다시 "조지" 비스킷 틴으로 돌아와서 - 옆구리. 영국엔 왜 이렇게 맛있는 비스킷이 많은지, 적정 체중 유지하기가 참으로 힘..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복잡하고 골치가 아플 때 - 단단은 중간 크기 멸치를 사다가 대가리와 시커먼 내장을 땁니다. 비록 남의 몸뚱어리이나 더부룩해질 대로 더부룩해진 대가리와 내장을 무고한 몸통으로부터 떼어내고 나면 무념무상, 내 몸이 다 가뿐해집니다. 다쓰베이더는 말 없이 부엌에 들어가 식칼을 갈거나 시커먼 금속을 사갖고 들어와 광내기를 합니다. 정신이 벼려지고 마음을 뒤덮었던 산화피막이 말끔히 벗겨진다나요? 그렇게 해서 반짝반짝 광을 되찾은 금속들은 도로 내다 팔기도 하고 마음에 들면 집에 두기도 합니다. 오늘도 채리티 숍에서 만오천원 주고 시커먼 냄비 다섯 개를 사 들고 와서는 30분 동안 말 없이 광내기를 합니다. 광을 내고 나니, 어라? 구리 냄비 아니겠습니까. 꺄오 득템이닷
또 다쓰베이더 이야기. 출연료 줘야것네 Q 저 촌스러운 미니 티포원. 뚜껑까지 깨진 것이 어떻게 해서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느냐? 다쓰베이더가 학교 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여느 때와 같이 채리티 숍 순회를 했더랍니다. 마누라 좋아할 만한 골동품이나 빈티지 그릇 어디 없나 두리번거리다 미니 티포원을 발견하고는 손을 뻗었다네요. '미니 티포트는 많이 봤어도 미니 티포원은 처음 보네.' 호기심에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선반에서 내리는데, 아, 글쎄 뚜껑이 따로 굴러 떨어져서는 그만... "제가 깼으니 이건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계산대로 가져갔는데 자원봉사들이 측은했던지 1700원 붙어있던 걸 850원에 주더랍니다. 이렇게 해서 저 촌스러운 미니 티포원이 우리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내 그러니까 도자기..
베이킹에 관심 있는 단단은 얼마 전 누리터에서 다음과 같은 광고 사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오, 미국의 노르딕 웨어 팬들을 써서 구운 케이크들입니다. 근사하죠? 영국인들은 마들렌을 제외하고는 이런 식으로 반죽을 모양틀에 넣어 굽는 짓들을 잘 안 합니다. 똑같은 크기의 동그란 틴 두 개에 반죽을 나눠 담아 구운 뒤 크림 발라 샌드하고 위에는 크림이나 아이싱을 얹어 먹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동그란 모양의 케이크 말예요. 자르면 웨지 모양이 나오는. 두 나라의 베이킹 스타일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미국인들은 화려한 베이킹을 좋아해서 틀도 다양하고 장식도 다소 요란한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미국식 베이킹이 더 인기 있을 겁니다. 영국에는 고놈의 '티타임'이란 게 있어 남녀노소 불문 일상에서 ..
아, 시음기가 너무 밀렸어요. 깡통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결국 다 바스라진 마지막 미운 찻잎 탈탈 털어 차 한 잔 우립니다. 아끼는 찻잔에 담아 급하게 치운 상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각도와 구도 고심해가며 재면서 사진 찍고, 시간 들여 시음기 쓰고, 빈 깡통은 잘 싸서 상자에 잡아넣고... 이렇게 해서 홍차 블로그에 시음기 한 편이 올라오게 되는 거지요. 이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에요. 꾸준히 시음기 쓰시는 홍차인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제가 시음기 쓰는 게 귀찮아서 홍차 동호회에 가입을 못 해요. 누리터에서 동호회 활동하시는 분들 대단하십니다. '스사모'라고, 스테인레스 스틸 조리도구 사용자들이 꾸려가는 학구적이고 멋진 동호회가 있는데, 스뎅팬을 즐겨 쓰는 단단이지만 게시..
새해를 맞아 우리 한국 다기를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돌아가신 우리 영감님이 쓰시던 한 30년쯤 된 다기입니다. 꾸준히 쓰면서 관리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깨뜨릴까 염려하여 영감님 돌아가신 이후로는 쓰지 않고 곱게 모셔두고만 있었더니 표면에 먼지와 세월이 내려앉았고 안에 박혀 있던 차심이 단단히 굳었습니다. 처음 우리 영감님 손에 들어왔을 때는 아마도 지금보다 좀 더 뽀얬을 거라 추측해 봅니다. 물식힘그릇은 깨졌는지 온데간데 없고 찻주전자와 함께 찻잔 덜렁 두 개와 합 두 개만 남았습니다. 저 합은 설탕기일까요, 찻잎을 담아두는 차합일까요? 원래 한국식 다기는 찻주전자, 물식힘 그릇, 찻잔 5조가 기본 구성이죠. 또 다른 세트에서 빠져나와 합류를 했는지 합이 둘이나 있네요. 희한한 구성이 되었죠..
이상적인 모녀간의 대화 - 권여사: 딸아, 보내 준 크리스마스 선물 잘 받았다. 접시가 아주 예쁘구나. 벽에 꼭 걸어 놓을게. 너는 갖고 싶은 거 없니? 단 단: 아녜요, 엄마. 염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걸요. 엄마가 건강히 잘 지내신다면 그게 선물이죠, 뭐. 보내 드린 접시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어요. 실제 상황 - 권여사: 딸아, 보내 준 크리스마스 선물 잘 받았다. 접시가 아주 예쁘구나. 벽에 꼭 걸어 놓을게. 너는 갖고 싶은 거 없니? 단 단: 어, 엄니, 말씀 잘 하셨수. 안 그래도 엄니 졸라 자사호 하나 얻어 내려 했는데 잘됐네. 누리터 돌아다니다 누런 자사호 하나 찜해 뒀으니 엄닌 그냥 돈만 부쳐 주시구랴, 내가 알아서 주문해 선물로 가질 테니. 자, 계좌 번호는... 되..
얼마 전 단단이 낭만소녀 님으로부터 무얼 선물 받았나 보십시오. 그릇에 일가견 있는 분들은 다 알아보실 겁니다. Lenox>의 홀리데이Holiday 패턴이죠. 낭만소녀 님께서 겨울철 티타임에 케이크나 푸딩 접시 삼으라고 지름이 큰 디너 플레이트를 보내주셨습니다. 미국 그릇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이 레녹스입니다. 레녹스 도자기의 차분한 노란 빛과 중후한 금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미국인들이 물건 하난 참 튼튼하게 잘 만들어요. 미국 주방 용품 중 단단이 좋아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냄비 중에서는 All-Clad>를 좋아합니다. 특히, 소시에saucier 팬과 프렌치 스킬렛French skillet을 격하게 아낍니다. 이것들 없으면 요리 못 해요. 그래서 소시에 팬과 프렌치 스킬렛만은 크기별로..
우선, 올 겨울에 새로 출시된 트와이닝의 향홍차를 한 통 샀지요. 그 다음, 채리티 숍에서 금테 두른 푸른 꽃 찻잔 두 조를 샀지요. 로젠탈Rosenthal 그룹의 클래식 로즈Classic Rose 라인의 몽비주Monbijou 쉐입의 오키드Orchids 패턴이라고 합니다. (헉헉) 패턴 이름은 정확하지 않아요. 누리터에서 똑같은 물건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샌드위치 접시가 같이 있길래 것두 낼름 집어왔지요. 그리고는 수퍼마켓에서 아프터눈 티타임에 쓸 맛있는 샌드위치 두 종을 사 왔지요. 그러고도 돈이 남길래 위키피디아WikiPedia에 5파운드 기부까지 했어요. ▲ 크리스마스 사탕 접시. 불량소녀 님 기증. 크리스마스 때만 쓰기엔 너무 예뻐 일년 내내 사용. 트와이닝에서 새로 냈다는 '바닐라 짜이Indul..
영국의 티타임 클래식 비스킷에 관해서는 얼마 전에 소개를 해드렸지요. 그 중 '버본Bourbon'이라 불리는 것이 있었어요. 사진에서 맨 앞에 있는 쵸콜렛색 비스킷입니다. 'BOURBON'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죠. 연한 쵸콜렛맛 비스킷 두장 사이에 쵸콜렛 크림이 발라져 있어요. 제 입맛엔 약간 싱겁게 느껴지는데 이게 또 전세계에 애호가를 많이 거느린 과자입니다. 나이도 많아요. 1910년생이니 백세가 넘은 어르신 과자입니다. 작년에 단단은 버본 비스킷이 잔뜩 든 깡통 하나를 사서 한참 동안 이 심심한 비스킷을 밀크티 안주 삼아 먹었더랬습니다. 사진에 있는 버본 비스킷 모양 깡통에 버본 비스킷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지요. 깡통이 희한하게 생겼죠? 제 속에 든 과자와 똑같이 생긴 깡통이라니, 영국인들..
한국에서도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파란 깡통의 덴마크 클래식 비스킷 . 크리스마스용이라 황금색입니다. 그런데 이건 또 '쿠키'라 불러 줘야 합니까? 불러 달라는 대로 불러 줘야지요. 영국 과자들은 '비스킷'으로 불러 주시면 좋고요, 미국 과자들은 '쿠키'라 해 주시면 좋아요. 그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 때문입니다. 밤에 찍어서 사진이 노랗습니다. 영국의 가정집 밤 분위기가 어떤지 느껴 보시라고 색 보정 않고 그대로 올려 봅니다. 영국에서는 가정집에 여간해서 형광등을 쓰지 않아요. 조명이 어둡고 노래서 눈이 금방 피곤해지는데, 이들은 또 형광등이 눈을 아프게 한다네요. 버터 과자를 좋아하는 단단이지만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도 이 데이니쉬 버터 쿠키만큼은 썩 좋아하질 않았습니다. 버터 과자라 불러 주..
어이구내새끼C가 태어났습니다. 단단은 이제 어이구내새끼1, 2, 3, 4, 5, A, B, C를 거느린 골목대장이 되었습니다. 우리 빅브라더가 어이구내새끼1을 낳았을 때 단단은 큰배움터大學 동무들에게 한참을 으스대고 우쭐거렸었습니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고모야!"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꼬붕 여덟 마리를 거느린 두목이 되었네요. 세월은 참 빨리도 흐릅니다. 이제 고모 · 큰엄마 · 외숙모 소리를 골고루 듣게 되었습니다. 팔방미인입니다. 또 기념품 사서 보내고 기념 찻자리도 가져야지요. 암요. 포장해서 보내기 전에 하도 귀여워 이리저리 사진 좀 찍어보았습니다. 이 토끼 녀석 누군지 다 아시죠? 영국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의 피터 래빗Peter Rabbit입니..
단 단: (밀크티 홀짝이며) 헤렌드 아포니 다이아몬드 쥬벌리 로얄 블루 찻잔을 보고 다들 영감의 안목에 저으기 감탄들 하는 눈치요. 나도 모르고 있던 한정판 찻잔을 대체 어떻게 알고 주문한 게요? 안목 참으로 대단하오. 다쓰베이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과자를 우적우적) 홍차인이, 것두 영국에 있으면서 헤렌드 영국 한정 찻잔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그나저나, 찻잔이 신발탄성인 모습을 담고 있는 게 인상적이지 않소? 단 단: 무,무엇, 시,신발을 탄 성인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외계어 같구려! 다쓰베이더: 울트라맨에 등장하는 악당 이름이오. 우주 발탄Baltan성星에 기거하는 다크한 파워를 지닌 종족 이름으로, 스펙이 더욱 강력해진 신가다라 '네오neo'라는 접두어가 붙었소. 신-발탄성인이 어떻..
"헤렌드 아포니 다이아몬드 쥬벌리 로얄 블루? 이게 도대체 무슨 암호야?" 홍차에 관심 없고 다구엔 더욱 관심 없고 영국에는 더더욱 관심 없는 분들께는 진정 암호와 다름 없죠. 헝가리의 '헤렌드'라는 도자기 회사에서 '아포니'라는 헝가리 굴지의 가문 식기에 쓰였던 문양을 따서 홍차의 나라 영국 군주의 재위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블루 중에서도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아주 진한 '로얄 블루'색으로 도자기를 한정 출시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a?&* 해설이 더 어려워 장사꾼들한테는 불황에도 소비자 지갑을 여는 비장의 무기가 두 개 있지요. 바로 '공포심 조성'과 '한정 판매limited edition'라는 겁니다. 주방 도마에 변기보다 더 많은 세균이 우글거리는데 물로 깨끗이 씻어 햇빛에 소독..
오늘은 경이로움 님께서 보내 주신 홍차를 우려 봅니다.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eres의 입니다. "Our own Russian blend, featuring silver tips, is famous for its grand finesse and slightly smoky fragrance. This masterpiece by Mariage Frères is named after the Russian czar who introduced Parisians to Russian-style tea in 1814." 프랑스에서 러시아 황제를 기려 만든 홍차. 차장수들, 하여간 장사 수완들도 좋아요. ㅋ 훈향 나는 랍상 수숑에 얼 그레이를 가미한 것 같네요. 향이 아주 좋습니다. '랍상 소총'이라 발음하지..
소식이 늦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새 글을 올리겠다 다짐했는데 쉽지가 않네요. 오늘은 영국 동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래의 영국 동전 사진을 자세히 보세요. 디자인 끝내주지 않습니까? 영국 살면서 생활 곳곳에서 맞닥뜨리는 사소한 물건들의 디자인에 감탄하다 감탄하다 지쳐 이제는 두통이 다 생겼습니다. 영국 생활 초기에 범죄율 높고 주거 환경 열악한 지역에 살았었는데, 그런 후진 동네에 살았어도 분기마다 날아오는 구정 소식지의 디자인과 색상 안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더군요. 깜짝 놀랐었죠. 무슨 일을 하든 반드시 전문 디자이너를 따로 두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영국인들은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언제 날 잡아 영국 디자인에 대한 제 ..
작가 아저씨가 저작권 신경 쓰지 말고 아무나 출력해서 인형놀이 하라고 했으니 우리 어린이들, 엄마한테 프린터로 뽑아 달라고 해 마음껏 가지고 놀아보세요. 특히 파묵 오빠와 메리 언니를 활용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번 꾸며보아요. 더 크고 선명한 원본은 ☞ 여기에 있어요. 어린이1: 단단 아줌마, '저작껀'이 뭐예요? 단단: 으응, '저작'이란 '씹는다'는 뜻인데, 만든 사람한테 허락을 받지 않고 막 갖다가 쓰는 사람들은 통째로 "씹어 먹어버리겠다"라는 무시무시한 뜻이 담긴 말이란다. ■
힘든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채리티 숍들을 훑었습니다. 채리티 숍 순례 수년만에 처음으로 중국 자사호 발견. 아니 이게 왜 여기 있냐. 자사호가 뭔지 모를 게 분명한 영국인들은 아마 이걸 보고 이렇게 중얼거렸을 겁니다. '티폿이 왜 이렇게 작아? 아무 짝에도 쓸모 없네. 한 잔도 안 나오겠구만. 가만, 돌 하우스doll's house용인가? 그렇다 해도 색이 너무 칙칙한걸. (뒤집어서 보고) 한자 있는 걸 보니 중국 거로구만.' 안 봐도 훤합니다. ㅋ 젤리 빈처럼 생긴 꼭지가 인상적입니다. 색은 꼭 스니커즈 한입 씹은 것 같네요. 쵸콜렛과 캐러멜 색의 조화가 훌륭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가치를 모르고 또 값을 잘못 매겨 놓은 것 같았습니다. 공예와 품질이 꽤 괜찮아 보였는데도 2.49 ..
단단이 매우 아끼는 머그입니다. 한국 작가의 작품입니다. 너무 아끼느라 아직 차를 한 번도 못 담아봤어요. 앞으로도 담지 않을 생각이고요. 설거지하다 이 빠지면 큰일나게요. 영국인들은 도자기 회사 머그보다는 도예 공방의 손맛 나는 머그를 더 좋아하는데, 이건 공방 머그도 아닌 유명 작가의 몇 안 되는 '작품' 머그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앞태. 어떻게 이런 효과를 내는지 매일매일 한참을 들여다보고 생각합니다. 지식이 없는 단단으로선 이게 그린 건지 새긴 건지조차도 모르겠고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멋있는 번짐blur 효과가 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머그 한 가득 사람 얼굴이 담겨있는 것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손잡이. 형태가 독특합니다. 단순한 손잡이보다는 쥐기 다소 불편해도 이런 멋부린 손잡이를 더..
작년 다쓰베이더 생일에 권여사님께서 축하금을 보내시고 영국으로 찻잔까지 다 부쳐주셨습니다. 의 '펨브로크Pembroke'죠. 홍차인들과 찻잔 수집가들은 대번 알아보실 겁니다. 다음은 당시 오갔던 국제통화 내용. 단 단: 엄니, 웬 찻잔이오? 권여사: 다쓰 서방 생일을 맞아 백화점에서 찻잔 하나 사서 부쳤다. 니들 퍼런 찻잔 모은다며. 단 단: 엄니, 찻잔이 근사하긴 한데 내 수집 조건엔 안 맞으우. 파란색이기만 하면 안 되고 파란 '꽃'이 있어야 하는 거유. 찻잔 수집 조건에 관해 예전에 ☞ 게시물 올린 적도 있었는데 건성으로 보셨구랴. 권여사: 아냐, 잘 바바바. 파란 꽃 분명히 있었어. 단 단: 으응? 그러네? 권여사: 니들 새 좋아한다며. 자세히 바바. 보너스로 새도 들었어. 단 단: 으응? 그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