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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는 말끔히 다 끝냈습니다. 오늘은 '좋은 부모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주제도 다양하셔라.) 단단이 좋아하는 칼럼니스트 중에 한국일보의 장명수 님과 고종석 님이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 분들 때문에 한국일보를 구독했었지요. 장명수 님은 내용이 좋고 고종석 님은 문장이 좋더라고요. ☞ 장명수 님의 칼럼 중 기억 나는 대목이 있어 옮겨 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과잉보호나 돈GR 과외가 아니라) 좋은 습관과 행복한 추억이다. 그렇죠? 단단은 이 대목에서 무릎을 탁 쳤었습니다. 그리고는 부모님을 떠올렸지요. 모친인 말괄량이 권여사님을 생각할 때마다 입가에 웃음이 번집니다. 저희 4남매 극장에도 자주 데려가 주시고, 아이들은 마치 놀기 위해 세상..
친애하는 방문자 여러분. 우선 오늘의 제목부터 다시 좀 봐 주십시오. 결혼 10주년. 감동의 물결이 텍사스 소떼처럼 밀려옵니다. 결혼 20주년, 30주년, 40주년, 50주년 맞은 분들이 수두룩한데 시건방진 소리 말라고요? 다쓰베이더의 부친, 단단의 시부께서 결혼 전 저희 둘에게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만났다 헤어지기를 쉬 여기는 요즘 젊은이들 답지 않게 꽤 오래 사귀었구나. 아비가 그 점 높이 평가한다." 수년의 연애 끝에 결혼하겠다 말씀 드리니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다쓰베이더의 남동생은 색시 될 아가씨와 만난 지 3개월만에 후다닥 결혼했는데, 이것도 참으로 멋진 일 아닙니까? 첫눈에 자기 짝을 알아보고 이렇게저렇게 잴 것도 없이 단숨에 승부를 보다뇨. (사고 쳐서 결혼한 ..
마카롱을 다 구웠습니다. 영어로는 '마카루운macaroon'이라고 발음합니다. 재료, 공정, 모양, 질감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영국에서는 프랑스 마카롱도 그냥 '마카루운'으로 통일해 부릅니다. 구워 보니 재료는 단순하지만 굽는 데는 노하우가 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런 노하우는 레서피에 잘 나와 있지 않으므로 몇 번 망치면서 터득할 수밖에요. 단단은 운 좋게도 두 번만에 성공했습니다. 다음 번엔 또 실패할지 모르니 매번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ㅋ 홈베이킹은 인격 수양에도 도움이 됩니다. (갑자기 도자기 굽는 우리 둘째 오라버니 생각이 납니다.) 구울 때 레서피를 정확히 따라야함은 물론이요, 온도 조절과 판 선택도 잘 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자기 오븐의 성격을 철저히 파악하고 ..
어떤 이는 풍경 사진만 죽어라 찍는다. 어떤 이는 야생동물이나 곤충만 담는다. (→ 이 분야가 제일 힘들 것 같다. 거적때기 덮어쓴 채 숨 죽이고 몇날 며칠 노숙자 신세.) 내 셋째 오라버니는 인물 사진만 찍는다. 나는 식탁 위 정물만 찍는다. 어떤 사진을 찍든 그 분야 고유의 노하우가 필요하기 마련인데, 우리 집 바비들을 놓고 안 하던 인물 촬영을 해보니 오, 이게 만만치가 않다. 미일리어의 얼굴이 이리나 얼굴보다는 좀 더 굴곡이 심하고 입체감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접사로 초점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여성일 경우는 씨터(피사체라고 합니까?)의 피부 색, 머리 색, 화장, 옷, 악세사리 등의 톤을 함께 고려해야 하고, 더 좋기로는 인물의 성격까지 담아 낼 수 있어야 한다는데 말이야 쉽지, 장비..
무지막지한 기계에 잔뜩 시달린 염소똥 같은 CTC 아쌈, 티끌 모아 태산 만든 티백 아쌈에 물려 제대로 된 잎을 한번 사 보았습니다. 우유 없이 마실 때는 CTC 아쌈의 아린 맛이 다소 부담스럽더라고요. 티백을 우습게 여기는 건 아니지만, 티백 차는 일단 국물이 탁하죠. 전 그 탁한 국물이 이제 싫어졌습니다. 홍차에 막 입문할 당시에는 구하기 쉽고 값도 저렴한 티백차를 정말 수도 없이 마셨었지요. 사실 그 정도 값에 그만한 품질을 낼 수 있는 에는 지금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에 대한 제 애정에는 변함이 없어요. 나라마다 포장이 다른데, 영국 수퍼마켓에서 파는 차들은 요즘 포장도 얼마나 멋있어졌는지 모릅니다. 티백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다른 건 몰라도 밀크티용 블렌드만은 나 같은 수퍼마켓표 티백..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상에서 깨어나시라.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이런 식으로 홍차를 마신다. 머그 한 가득 수퍼마켓 밀크티용 티백 우린 것에 비스킷 한 조각이 전부로, 비스킷도 꼭 한 개만 달랑 내서 먹는다. 한번은 영국인 노인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손님인 나더러 아예 자기 집 과자통에 손을 넣어 알아서 비스킷을 꺼내 먹게 해 속으로 킬킬 웃은 적도 다 있었다. 영국의 여염집에 하나씩 있게 마련인 과자통은 아래 사진과 같이 실내용 작은 쓰레기통처럼 생겼다. 시詩적인 맛은 좀 떨어져도 나는 록앤록 같은 밀폐용기를 선호한다. 과자는 바삭해야지, 암. 비스킷은 대개 위에서 내려다본 찻잔과 같은 동그란 형태를 선호하는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아무래도 열량이 적은 오리지날 다이제스티브. 좀 더 사악하게 티타임..
그런가 하면, 가필드 님 생일 역시 7월에 있다고 하지요. 여름에 태어나신 분들 중 귀한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가필드 님을 위해서는 제철 딸기 듬뿍 얹은 신선한 딸기 케이크 나갑니다. 영국 딸기는 알이 작은 대신 한국 딸기처럼 신맛 없이 단맛만 많이 나면서 싱겁고 속이 텅 비어 있지 않아요. 따로 만들어 둔 딸기 소스는 먹기 직전 뿌려 줍니다. 오오, 레몬즙이 더해져 새콤달콤, 소스 맛이 기가 막혀요. 엇, 자르다 다 뭉갰... 크림 속 딸기들은 또 다 어디로 가 버렸어? 분명 골고루 깔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과일 듬뿍 얹은 신선한 케이크는 홈메이드가 아니면 맛 보기 힘들지요. '못생겨도 맛은 좋아'가 제 베이킹 철학입니다. ㅋ 가필드 님, 생일 미리 축하 드려요! 재료 [약 10인분] 스폰지 • 무..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 중에 '불량스런' 분이 한 분 계십니다. 그 분 생일이 7월에 있다고 하여 오늘은 케이크를 하나 만들어 보았습니다. 6월이 거의 끝나가고 있으니 미리미리 만들어 기쁘게 해 드려야겠어요. 어떤 걸로 만들까 베이킹 책을 뒤지며 궁리하다 '불량소녀 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고운 빛깔의 마말레이드를 써 보기로 했습니다. 껍질이 그대로 다 붙어 있는 밀가루라 스폰지 색이 좀 거무튀튀합니다. 그래도 꽤 고급 유기농 밀가루랍니다. 색은 저래도 풍미는 좋아요. 다쓰 부처는 마말레이드를 먹을 때마다 저 투명하고 선명한 오렌지 껍질을 '보석'이라 부르며 황홀해한다고 합니다. 오오, 저 빛깔,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크림 앞쪽에 뽕 뚫린 저 쬐끄만 구멍은 뭘까요? 맞히시는 분께는 소정의 ..
다쓰베이더: 이번 마나님 생일에는 찌질한 것들은 사다 쓰고 가장 난이도 높은 한 가지에 집중하기로 하였소. 마나님: (호기심에 눈이 반짝) 그게 무슨 소리요? 가장 난이도 높은 한 가지란? 만날 보는 샌드위치 따윈 수퍼마켓에서 사다 쓰고 영국의 바노피 타트banoffee tart 역시 사다 쓰고 테크닉과 노하우가 좀 필요하다는 저 프렌치들의 에끌레어eclairs에 올인하겠다, 이 말씀. 오븐 속에서 한껏 부풀고 있는 슈를 보는 게 그 어떤 것보다도 떼라퓨틱하다는 다쓰베이더. 냄비에 달달 볶은 반죽, 짜주머니에 넣어 짜주고심혈을 기울여 일정하게 짠 반죽, 포크로 죽죽 줄 그어 주고잘 부풀어 오를 수 있도록 오븐에 넣기 전 물 스프레이 칙칙 뿌려 주고 잘 구워진 슈는 식힌 후 똥꼬 푸욱 찔러 정성껏 만든 딸..
새삼스럽지만 오늘은 이 분께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알뜰주걱이여, 그대로 인해 우리 푸른별의 맑디맑은 물이 그나마 덜 더럽혀질 수 있었음을 생육·번성하다 만 휴먼과 짐승들을 대신해 감사 드리는 바요. 오늘의 머핀 재료:타퍼나드, 그린올리브, 맛있는 치즈 강판에 간 것, 달걀, 밀가루, BP. 끝. 유지가 따로 안 들어가도 머핀이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구나. 머핀 굽기는 계속된다. ■
제 티백받침 모음 중에 ↑ 이렇게 생긴 녀석이 하나 있습니다. 기억 나십니까? 작년 제 생일에 어느 고마운 분께서 이 티백받침과 똑같은 그림의 티포원을 보내 주셨지요. 어찌나 신기하고 반갑던지요. 영국 와서 꽃무늬가 막 좋아지기 시작할 무렵 제 생애 첫 꽃무늬 찻주전자가 생겨 참으로 각별했었습니다. 무엇보다, 포트메리온 티포원은 투박하기 마련인 티포원치고는 손잡이가 제법 정교합니다. 제 수집품 중에는 이렇게 생긴 녀석도 있습니다. 기억 나십니까? 그런데 이번 제 생일을 앞두고 어느 고마운 분께서 이 티백받침과 똑같은 프린트의 티포원을 또 보내 주셨지 뭡니까. 오오, 아무래도 이 분,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제 티백받침 그림들을 모조리 기억하고 계신 모양입니다. 티포원의 찻잔 부분에 굽..
우리 미일리어'Melia에게 외국인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름은 '이리나Irina', 성姓은 '우스트볼스카야 Ustvol'skaya'라는군요. 이리나 우스트볼스카야. 어떻게 해서 이 파란 눈의 러시아 처녀가 영국 아가씨 미일리어와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사연인즉슨 이렇습니다. 1903년 제3차 볼셰빅 전당대회가 바로 이 런던에서 열렸었는데(그렇습니다. 마르크스 엥겔스의 저 유명한 이 발간된 곳도 이곳 런던이었습니다.) 전당대회 참석차 런던을 방문했던 이리나는 런던 외곽의 어느 꽃이 만발한 작은 티룸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퍼석해 보이는 동그란 빵에 잼과 꾸덕꾸덕한 이상한 노란 크림을 열심히 바르고 있는 미일리어를 만났다고 하죠. 아아, 그렇습니다. 둘은 이 때 이렇게, 우연히, 그러나 운명적으로 만났었지요..
The Ruined Maid 몸을 버린 가시내 Thomas Hardy 토마스 하디 "O 'Melia, my dear, this does everything crown! Who could have supposed I should meet you in town? And whence such fair garments, such prosperi-ty?" - "O didn't you know I'd been ruined?" said she. "얘, 미일리어야, 얘야, 이게 웬일이냐! 시내에서 너를 만나리라 누가 생각했겠니? 헌데 이 고운 옷이랑 이런 호사가 어디서 나온 게니?" "아 넌, 내가 몸을 버린 걸 몰랐었니?" - "You left us in tatters, without shoes or socks, T..
반식 다이어트 성공 기념 오늘의 머핀 재료: 버터, 설탕, 달걀, 레몬 껍질과 즙, 사워 크림, 베이킹 파우더, 베이킹 소다, 양귀비씨앗. 잘못 구워진 게 아니라 원래 윗면이 평평하게 되는 촉촉한 머핀이다. 잘못 구워진 줄 알고 두 판이나 구웠지 뭔가. 젠장. * * * 원래는 10kg만 빼려고 했으나 본의 아니게 11kg가 빠졌고 지금도 계속해서 느린 속도로 살이 빠지는 중이다. 외출도 삼간 채 클로티드 크림을 주식 삼아 은둔자 생활만 하던 재작년과 작년 봄. 내 인생 최악으로 살쪘던 때의 모습은 오직 영국 출장을 오셨던 가○○ 님만이 아신다. 우리 가족도 모른다. 이 시기의 모습은 하도 흉측해 사진으로도 남겨 두질 않았다. 다행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으로서 오늘은 오만·자만·교만을 좀 떨어 보기..
▲ 우표 한 장 45×28mm 이 블로그가 원래 차茶 이야기로 시작한 블로그이므로 차 도구가 담긴 우표들은 저에겐 좀 각별합니다. 홍콩의 차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우표들이므로 우표 수집가들뿐 아니라 차동무들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한 장씩 따로 올려 봅니다. 전통식 청화백자 다기. 동양은 손잡이 없는 작은 잔을 쓰지요. 찻잎을 한 번 넣어 재탕, 삼탕, 여러 번 우려 마시기 때문에 한 번에 배 부르도록 많이 마시질 않아요. 차도구 뒤 배경의 찻자리 모습이 우표마다 다 다른데, 전통식 다구라서 전통 복장을 한 악사들을 뒤에 둔 모양입니다. 개완. 찻주전자보다 씻기가 수월해서 많이 쓰이고, 뚜껑 열어 찻잎을 감상하기에도 좋지요. 뜨거운 걸 잘 못 만지는 저는 다른 차 도구는 다 갖춰도 개완 들일 생각은 하지 ..
현재 붙잡고 실습 중인 머핀책의 좋은 점은, 어른 입맛에 맞을 만한 머핀이 많다는 것이다. 짭짤한 머핀을 굽는 날은 머핀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 좋고, 단 머핀은 찻자리에 티케이크 대신 낼 수 있어 좋다. 귀한 잣 보내 주신 권여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 염소젖 치즈 & 페스토 머핀 재료: 페스토, 물, 달걀, 밀가루, 소금, BP, 고트 치즈, 강판에 간 체다. 끝. 주위가 온통 연두색 초록색으로 물들어 동네 공원이 피크닉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용기를 내서 나도 홍차 끓여 머핀 싸들고 공원에 나가 봐야겠다. 잠깐, 멋진 영국식 햄퍼가 없구나.;; 이럴 땐 우리 대한의 자랑스런 밀폐용기 손잡이 달린 통이 최고다. 록캔록 제품은 여기 영국에서도 인기다. 이런, 생각해 보니 피크닉용 양모 담요도 없잖아..
영국 각 티룸의 아프터눈 티 메뉴를 살피다가 발견한 것. 아래 첨부한 티룸의 메뉴를 잘 보시라. 특히 분홍색 상자 두른 단어를. 당뇨환자를 위한 아프터눈 티까지?! 영국 만세다. 한국의 외식/회식 문화를 떠올려 보자. 대빵 자리에 있는 누군가가 "오늘 간장게장 어때? 내가 낼게." 하면 꼬붕들은 토도 한 번 못 달고 간장게장 먹으러 간다. 꼬붕들 중 누군가는 남몰래 고혈압이나 신장병을 앓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한국의 식당에서는 "저기, 제 것은 간을 1/5로 줄인 것으로 주세요."따위의 요청은 거의 불가능하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긴 누군가가 "부대찌개 먹고 모처럼 땀 좀 흘려볼까? 내가 한턱 내지." 하면 다같이 부대찌개 집에 가서 똑같은 음식 후루룩. 이런 일은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흔하다. 맵고 짠 ..
어두웠던 내 어린 시절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자칭 미식가였던 내 아버지는 주지육림酒池肉林 세상을 꿈꾸며 세상의 산해진미라는 것은 가리지 않고 모조리 즐기셨지만 어릴 적 생선을 잘못 먹고 크게 혼이 난 뒤로 평생 생선만은 드시지 않았다. 아마 식중독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를 넘겼던 모양인데, 어릴 적 트라우마가 평생을 간다는 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았다. 문제는 이 영감님이 생선 냄새조차도 맡기 싫어한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은 집에서 생선 요리만큼은 해먹을 수가 없었고, 멸치 다시로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것도 일절 금지였다. 영감님이 저녁에 집에 돌아왔을 때 집안에 생선 냄새가 남아 있기라도 하면 그 날은 밤새도록 엄마와 우리를 못살게 들들 볶아댔으므로 집에는 아예 생선을 들..
머핀 제14호. 나도 내가 이렇게 끈기 있을 줄은 몰랐다. 끝까지 해보는 거다. ㅋ 스트로베리 루바브 머핀 재료: 납작 누른 귀리, 딸기 요거트, 버터, 머스코바도 슈가, 달걀, 밀가루, 소금, 베이킹 파우더, 베이킹 소다, 계핏가루, 밀기울wheat bran, 루바브, 딸기잼. 끝. 이젠 정말 봄이다. 봄바람에 마음이 간질간질하다. ■ ▲ 최근 영국의 어느 시골 마을 영세 미술상에서 발견된 모네의 유작. 미술계가 발칵.
▲ 솔즈버리 대성당. 이 건물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궁금하신 분은 ☞ 이곳을 클릭. ▲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회랑回廊. ▲ 내부 신랑身廊. 입장료를 받는 대신 마음껏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준다. 교회 좋고 관광객 좋고. ▲ 영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되었다는 성가대석. 성가대석은 영어로 '콰이어Quire'. 성가대는 '콰이어Choir'. 철자는 다르나 발음은 같으니 주의. ▲ 생명과 거듭남의 상징, 물. ▲ 가까이서 담아본 성가대석과 오르간. 오르가니스트 가○○ 님이 좋아하시겠구나, 흥분하다 손 떪. ▲ 매우 정교한 작품이었으나 사진술 부재로 세부 못 잡아냄. ▲ 오른쪽 측면에서 다시 찍은 성가대석. 이곳에 앉아 조촐한 저녁음악예배Choral Evensong까지 참석하고 왔다. ▲ 돌계단 나..
부활절 찻상 차려봅니다. 특별 찻상에 늘 등장하는 훈제연어가 오늘은 머핀과 결합했습니다. 빵 속에도 연어, 빵 사이에도 연어, 더블 연어. 오늘의 머핀 재료: 연어 통조림 1캔, 달걀, 밀가루, BP, 치즈 보슬보슬 간 것, 훈제연어, 더블 크림, 딜dill 연어를 쓸 때는 보통 크림 치즈들을 곁들이는데, 설탕도 레몬즙도 후추도 넣지 않은 거품만 올린 순수한 크림이나 사워 크림, 크렘 프레쉬 등을 한 번 써보세요. 연어의 맛이 한층 살면서 산뜻합니다. 통조림 연어건 훈제 연어건 연어는 항상 짭짤하게 간이 되어 나오는 법이니 크림 치즈 대신 아무것도 넣지 않은 크림을 쓰면 나트륨 섭취도 줄일 수 있지요. 애플 데이니쉬 페이스트리. 괴물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못생기게 굽고 나서는 꼭 하는 말이 있어요. ..
남들 금식하며 기도하는 날에도 단단은 머핀을 굽는다. 영국에서는 성금요일에 홋 크로스 번hot cross buns이라 불리는 특별한 빵을 먹는 풍습이 있다. 오늘의 머핀은 이 크로스 번의 머핀화. 번을 구울 때는 오븐에 넣기 전 십자가를 그어 주지만 머핀으로 만들 때는 굽고 난 뒤 간단하게 레몬 아이싱으로 그어준다. 신심이 부족한가, 선 두 개로 십자가 긋는 일조차도 버거워 삐뚤빼뚤. 두어 개 겨우 건졌다. 재료: 밀가루, 소금, 설탕, 베이킹 파우더, 계핏가루, 올스파이스, 달걀, 버터, 우유, 커런트currant, 오렌지 껍질, 레몬 껍질, 아이싱 슈가, 레몬 즙. 끝. 가시 면류관을 상징할 만한 것 무엇 없을까 하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가 얼씨구나 길에서 주워 온 뾰족뾰족 홀리holly 잔가지. 행길..
꽃이 다 지기 전에 꼭 사진기로 담아 두어야겠다 마음먹었던 수선화. 산책로 집집마다 피어 있던 수선화를 보자 길고 긴 영국의 회색빛 겨울을 이겨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한국에서 개나리가 봄 소식을 알리듯 영국에서는 수선화가 봄을 알린다. 보라색 하얀색 크로커스들이 수선화보다 먼저 눈을 뚫고 삐죽삐죽 솟아오르긴 하지만 노란 빛깔 때문일까? 수선화를 봐야만 이제 봄이다 싶다. 동네 길 집집마다 심긴 너댓 종류의 수선화를 비교·관찰하며 넋을 잃다 돌아오곤 했는데, 오늘 보니 우리 집 뒤쪽 공동정원 한쪽에도 이 녀석들이 있는 것 아닌가. 내 눈엔 우리 집 수선화가 동네에서 제일 예쁘구나! 어느 수필가가 번역·인용했던 노랫말이 떠오른다. 제겐 큰 집은 없을 거예요, 땅도 없고 손 안에 바스락거리는 지폐 한 장 ..
한국의 빌라 같은 형태의 집을 영국에서는 '플랏Flat'이라고 부른다. 영국의 집들이 대개 복층 구조이다보니 한 층에 모든 기능을 다 우겨 넣은 이런 마당도 없는 불쌍한 집들은 이들 눈에 '평평'하고 '밋밋'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탬즈 강이나 바다를 면하고 있는 몇몇 풍광 좋은 곳의 고급 플랏들을 제외하고는 대개가 서민형 집이다. 평평하면서 층까지 높은 한국식 고층 아파트는 이곳에서는 주로 국가가 주는 생활보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극빈층이나 망명 신청 후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외국인들의 임시 거처 등으로 쓰인다. 층이 높고 가구 수가 많을수록 흉물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형편은 어렵지 않지만 이층 침실을 오르내릴 기운이 없는 노인들도 어쩔 수 없이 플랏을 선호한다. 이런 분들은 주로 플랏 1층에..
오늘의 머핀 재료: 콘밀, 저 혼자 부푸는 밀가루, 코코 파우더, BP, 소금, 고급 흑설탕, 버터, 사워크림, 달걀, 진하게 우린 블랙 커피, 다크 쵸콜렛. 끝. 저명한 음식 백과사전 의 '설거지washing up'에 관한 정의와 설명이 흥미로워 소개. 음식 백과사전에 설거지 항목이 들어가 있는 것도 재미있다.
무슨 머핀 이름이 '오옷'이냐, 하실 분. 별별 머핀을 다 봤어도 내 '오옷 머핀'은 처음이다, 하실 분. 왜 머핀 이름이 '오옷'이냐? 놀라지 마시라. 그건 바로, . . . . . 내가 과제 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틈을 타 다쓰베이더가 혼자서 구워 낸 머핀이기 때문이다. 믿어지는가? 저렇게 크랙도 없이 얌전하게 봉긋 부푼 머핀들이 생전 처음 베이킹 해본 산적 같은 아저씨의 (자기는 미중년을 꿈꾼다지만) 작품이라는 것이? 하루 세 끼와 두 번의 간식을 모두 집에서 해결하다 보니 좁아터진 집에 향신료와 허브와 식재료가 넘쳐난다. 재료가 다 갖춰져 있으니 어느 때건 마음만 먹으면 베이킹을 뚝딱 할 수 있어 좋긴 하다. 머핀 책을 보고 제일 만만해 보이는 것을 골라 구웠다고 한다. 오늘 썼다는 머핀 재료를 가..
하드 디스크가 잘못되는 바람에 수년간 찍은 소중한 가족 사진을 몽땅 날렸다는 사람이 하도 많아 작심하고 그간 찍은 사진들을 정리했습니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가지고 외장 하드까지 구입해 나름 안전하게 여러 곳에 나누어 저장을 해 두었습니다. 작년 여름 사진 중 차茶와 관련된 게 몇 장 있어 올려 봅니다. 귀한 분께 선물할 일이 있어 모로칸 티포트와 컵을 사러 집을 나섰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로칸 티포트를 사기에 알맞은 곳이 런던에 몇 군데 있는데 이 날은 포토벨로 골동품 시장을 갔었죠. 빠알간 2층 버스의 좌석에 몸을 맡기고 하염없이 흔들흔들 가던 중 눈에 띄는 담벼락이 있어 급하게 담아 보았습니다. 공사 현장을 저렇게 작품처럼 꾸며 놓았어요. 영국에 여행 오면 쇼핑만 하지 말고 담이나 바닥도 유심..
꿀 찔끔. 끼얹으려면 좀 화끈하게 얹을 것이지 소심하기는. 수정과에만 띄워 먹는 줄 알았던 잣을 죽에도 넣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죽도 몸 어딘가에 탈이 나야만 먹는 걸로만 알았다. 죽 먹을 정도로 탈 난 적이 없으니 이 나이가 되도록 잣죽이란 건 여태 먹어보지를 못했다. 명절 때 먹는 한과 중에 잣으로만 만든 강정이 있다. 수확하기도 까다롭다는 그 귀한 잣을 대체 어떻게 보관들을 하는 건지, 먹고 나서는 한결같이 뒷맛이 좋지 않았다. 이태리 제노바 사람들이 즐긴다는 페스토 소스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서 잣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되었다. 잣이 그토록 비싼 식재료인 줄은 시판 페스토 소스들의 성분표를 보고서야 알았다. 잣을 쓴 페스토의 값은 다른 대체 견과류를 쓴 것들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