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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브라운스 호텔 - • 170여년 전에 세워진 런던 최초의 호텔 • 발명가 그레이엄 벨이 영국에서 최초로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는 곳 • 아가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 를 쓰는 동안 머물면서 아프터눈 티를 즐기며 소설의 모델로 삼았다는 곳 • 영국차협회The Tea Guild, UK Tea Council가 뽑은 2009년 런던 최고의 아프터눈 티룸 영국 출장을 오신 명문대 화학과 출신 오르가니스트 대기업 과장님 (응?) 덕에 다쓰 부처는 오늘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 자리잡은 유서 깊은 브라운스 호텔 아프터눈 티룸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올해 런던 최고의 아프터눈 티룸이라니 몹시 궁금했지요. 제가 앉은 쪽에서 바라본 실내 사진입니다. 제 뒤로도 공간이 더 있습니다. 타이와 자켓 차림이 아니면 입장도 안 시..
▲ 이레귤러한 아방가드적 터치가 가미된 퐌타스틱 뉴컨셉의 친츠 세라믹 플레이트. 17세기경 런던. V&A 소장. 얼마 전에 한다는 경고성 글을 하나 올리고 나서 어떻게 하면 우리 집 다쓰베이더의 푸드 파이프를 뜨거운 국물로부터 보호할 것인가 궁리하게 되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부엌에서 소리없이 조용히 차를 우린 후 3분가량 식혀서 "써프라이즈!" 하면서 갖다주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식힌답시고 부엌에 찻잔을 방치한 채 딴짓 하다가 까맣게 잊고 차를 완전히 식혀버리는 일이 다반사. 곧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손바닥만 한 집에서 차 우리는 시간 4분 + 식히는 시간 3분 = 무려 7분이나 몰래 부엌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가는 혼자 뭐 먹는 줄 알고 수상히 여긴 다쓰베이더가 당..
얼마 전 빈티 풀풀 나는 다식을 해먹으면서 제깐에는 뿌듯한 마음에 사진까지 다 찍어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평소 딸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면서도 일절 기척 남기지 않는 무정한 권여사님께서 플라스틱 껍데기로 다식 찍어 먹고 있는 여식의 처지가 하도 한심했는지 10구짜리와 8구짜리 다식판을 두 개나 보내주셨습니다. 나무가 묵직하니 제대로예요. 저 딱딱한 대추나무에 어떻게 저런 구멍을 내고 무늬를 새겨 넣었을까요? 무겁고 단단한 나무가 맞부딪혔을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를 아실런지요. 위 아래 판이 맞닿을 때 나는 옹골찬 '딱' 소리가 일품입니다. 각종 국산 가루들도 곱게 갈린 것으로 바리바리 보내주셨습니다. 사진을 위해 한 숟갈씩만 덜어 같이 보내주신 소스 그릇에 담아보았습니다. 평소 냉메밀국수 즐기는 걸 ..
▲ 코벤트 가든 마켓에서 공연 구경 중인 동양인 관광객 날씨가 따뜻해지고 공기 중 날벌레 밀도가 높아지는 걸 보니 관광철이 슬슬 다가오는 모양이다. 런던 시내엔 벌써부터 관광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버글버글.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올 여름엔 해외 여행 하실 분들이 많이 줄었겠지만 그래도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런던에 잠깐 들르실 홍차 애호가들을 위해 오늘은 모처럼 도움이 되어 드릴 만한 일을 좀 해야겠다. 만일 비슷한 것을 하고 싶은데 런던에서 단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 분들, 이런 분들을 위해 동선을 알려 드리자면, 1. 일단 아침을 든든히 먹은 뒤 옷을 준정장풍으로 번듯하게 잘 차려입고 운동화나 밑창 좋은 단화를 신은 채 숙소를 나선다. 정장에 운동화라니, 좀 우스꽝스럽지만 런던엔 생활 속 빨리 ..
우리 전통과자 중에서는 약과, 유과(찹쌀가루 반죽을 납작하게 말려 기름에 튀긴 다음에 튀긴 밥알이나 깨를 꿀과 함께 묻힌 것), 다식, 깨강정, 땅콩강정을 좋아합니다. 다식은 먹을 때 이에 충격을 추거나 떡처럼 들러붙는 일 없어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 크기도 작아 양 조절해 가며 먹기도 좋고, 색깔도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낼 수 있죠. 오늘은 다식 좀 만들어 먹으려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수퍼마켓에 들러 아몬드 가루와 꿀을 사 왔습니다. 만들기도 쉬워 요즘은 유치원 아이들이 공작시간에 이 다식을 다 만들 정도라죠? 아몬드 가루를 마른 지짐판에 살짝 구워 향을 돋운 뒤 꿀 조금 넣어 조물조물 만져 주고 다식판에 꾸욱 박으면 끝. 그런데, 영국에 다식판이 어딨냐고요? 집에 굴러다니는 오톨도톨한 판 아무거나 잡..
신분 밝히기를 꺼려하는 수줍은 지인으로부터 추석도 아닌데 근사한 모듬 월병과 '동방미인' 우롱차를 선물 받았습니다. 꺄오 유명한 대만산 동방미인은 아니고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 구수한 철관음鐵觀音류를 가져다 비슷하게 이름만 바꿔 파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자 표기가 다르거든요. 대만산 진품은 '東方美人', 중국 북경의 에서 주로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파는 이 동방미인은 '東方美仁'. 한국에 돌아와서 속았다고 분히 여기시는 분들도 보았는데, 분개하실 필요 없어요. 이름은 비록 '짝퉁'스러워도 현장에서 직접 시음해 보고 맛이 좋아 산 것이니 자기 입맛에 맞는 차를 구매한 거잖아요. 여기 런던의 나 같은 곳에 와서는 시음도 안 해보고 덥석 잘들 사시면서 말이죠. ㅋ 마셔 보니 이 우롱차도 맛은 상당히 훌륭..
▲ 한 외국인 관광객이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 담에 붙은 전시 일정을 살피고 있다. 런더너라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공간이 런던에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런던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화가의 솜씨와 더불어 초상화에 담긴 시대별 복식과 가구와 소품을 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을 영어로 '씨터Sitter'라 하는데, 초상화를 보면서 이 씨터들의 업적을 곰곰 머리 속에 떠올려 보는 것도 재미 중 한 가지가 될 수 있다. 가령, 제인 오스틴의 초상화를 보면서 작품의 여주인공과 연인(Mr Darcy! ♥), 그리고 그들이 나눈 대화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므로 영국에 ..
▲ 분리주의자의 하루. (차 블로그이지만 오늘은 우리말 이야기를 좀 해보련다.) '미션 임파서블'이긴 하나 글 쓸 때마다 철자나 띄어쓰기 안 틀리려고 신경을 쓰는 편이다. 문제는, 제아무리 믿을 만한 사전을 들여다보고 참고를 해도 글쓰기 상의 어려움이 줄어들지를 않는다는 것. 특히 사이시옷 규정 항목에 이르러서는 나도 모르게 '버럭'하고야 말았는데, 법칙도 깐깐한데다 예외도 많고 학자들마다 의견도 분분하다 하니 일일이 다 외울 수도 없고 도대체 뭘 어떡하란 건지 대책이 안 서기 때문. 예를 들어, 회 파는 집은 '횟집'인데 만두 파는 집은 '만두 집'으로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아야 하며, 횟집보다는 덜 보편적인 음식점이기 때문에 '만두'와 '집'을 띄어서 '만두 집'으로 써야 한단다. 그런데 이 만두 집에..
어이구내새끼 5가 태어났습니다. 다섯 번째 조카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아들 딸 골고루 갖춘 내 막내 오라버니가 하도 부러워 "아들도 있고 딸도 있고, 참으로 성공한 인생이구려." 하고 축하의 말을 전했더니 "어. 아들도 있고 딸도 있는데 돈이 없어." 한숨 쉽니다. ㅋ 장차 키울 일이 걱정돼 하는 소리겠지요. 특히 교육비, 의료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요. "그래도 돈도 없고 딸도 없고 아들도 없는 나보다야 낫지 않소. 부모-자식이라니, 각별한 인연이라 생각하시고 힘 닿는 데까지 한번 자알 키워 보시오." 했습니다. 비록 먼곳에 있지만 꼬물이 탄생을 기념하여 고모가 무얼 할 수 있을꼬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태어난 날짜에 맞춰 멋진 기념품 하나 주문하고 부리나케 수퍼마켓에 달려가 장 좀 봐 왔습니다.날이..
▲ 사진기의 한계와 찍사의 미숙함으로 종종 발생하는 주변부 왜곡현상. 일그러진 주전자와 접시 - 나름 재미있는 사진이 되었는걸. 우리 집 티푸드 메뉴 중에 '보스턴 티파티'라는 것이 있다. 냉장고를 급습하여 상하기 전 급히 해치워야 할 야채나 해산물이 있으면 죄다 끄집어내 번철에 던져 한데 볶는 것으로, 이렇게 다짜고짜 볶은 것은 빵에 얹어 훈향 나는 랍상수숑과 함께 먹는다. 오늘의 보스턴 티파티는 참치 통조림 반 남은 것과 시들어가는 릭Leek 한국의 대파 비슷한 것에 후추만 더 갈아 넣은 것. 신선도는 매우 떨어지지만 그때그때마다 재료가 달라진다는 것이 이 보스턴 티파티의 매력이다. 그런데, 오늘 할 이야기는 이 이상한 티푸드에 관한 것이 아니고 사진에 있는 찻주전자에 관한 것이다. 티백이 아닌 '느..
통밀로 만든 다이제스티브Digestive라는 과자, 다들 아실 거예요. 영국의 거대 과자 회사 사의 하위 브랜드인 맥비티McVitie's의 효자 상품으로, 한국에서도 오리온을 통해 오래 전에 소개되어 꾸준히 사랑 받았었지요. 지금은 맥비티와의 계약이 끝나 다이제스티브라는 이름 대신 다이제Diget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다고 하는데, 애호가들은 맛이 좀 달라졌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맥비티 과자 중 다이제스티브 다음으로 유명한 상품이 또 하나 있습니다. 한국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자파 케이크Jaffa Cakes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겠습니다. 보기에는 단순하게 생겼어도 반을 가르면 세 개의 층이 보입니다. 약 5.5cm 지름의 작은 스폰지 케이크 위에 새콤한 단맛으로 침샘을 자극하는 3.8c..
권여사님. 이제 곧 설인데 이 먼곳에서 달리 해 드릴 건 없고 궁금해하시던 백화점 사진이나 찍어 올려요. 그동안 다른 티숍들은 방문할 때마다 제깍제깍 방문기를 올렸었는데 이상하게 이 매장만 사진 찍어 올릴 생각을 지금껏 못 하고 있었네. 눈 팽팽 돌게 하는 물건들이 많아 침 흘리며 구경하느라 그랬나? 입구는 이렇게 생겼어요. 저기 저 창틀의 당초문 비스무리한 것acanthus과 묵직한 나무 문 좀 보세요. 인테리어와 익스테리어를 연녹청색eau de nil과 나무색으로 조화시킬 생각을 다 하다니. 미술하는 친구가 런던은 디자인의 도시라 했는데 정말이네요. 하여간 런던엔 이런 식의 기가 막힌 배색들이 많이 눈에 띄어요. 비 오는 회색조 겨울에 빠알간 이층버스가 그 중 최고. 국회의사당과 빨간 이층버스 배색도..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세상. 이제는 한국에 계신 분이 독일에서 건너온 차를 주문해 영국에 있는 한국인에게 일주일도 안 돼 다시 보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영국에 있으니 지금까지 영국 차만 줄곧 마셨겠구나 싶어 안됐는지 여러 분들께서 차생활의 편식을 보완해 줄 각종 국산차, 외국차들을 보내 주시곤 한다. 얼마 전 불량소녀 님께서 보내 주신 캐나다 특산 아이스와인 홍차를 마시고 즐거워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번에는 낭만소녀 님께서 우리 녹차와 독일 차들을 잔뜩 보내 주셨다. 참고로, 이 누리터에서 '소녀'라는 필명 쓰는 분치고 진짜 소녀는 드물다는 사실. 온갖 소녀분들은 거개가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다. 켈켈. 한국에서 이 로네펠트Ronnefeldt 차들은 꽤 비싼 값을 치르고 구입하셔야 할 텐데 이렇듯 거..
▲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곁들인 스콘. 크림에 윤기 잘잘 흐르는 것 좀 보소. 오후 4시 즈음해 근사하게 차려먹는 '아프터눈 티'는 이제 홍차인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사람들이면 다 아는 이곳 사람들의 독특한 문화다. 영국에 여행와서 리츠나 클래리지 호텔 아프터눈 티를 맛보는 게 소망인 사람들도 여럿 봤다. 아프터눈 티는 • 샌드위치 서너 종류 • (오이 샌드위치와 훈제연어 샌드위치는 필수) • 클로티드 크림clotted cream과 잼을 곁들인 스콘 • 공들여 만든 작은 단것들 몇 가지 • 홍차 • (얼 그레이, 다질링, 랍상 수숑 등 카페인 적은 오후용 차) 로 구성되며, 먹을 때는 대개 위에 쓴 순서대로 샌드위치 먼저 먹고 크림과 잼을 발라 스콘을 먹은 뒤 단것들을 집어먹으면 된다. 근사한 3단 접시에..
▲ 기왓장 과자와 오도독 메밀 과자를 곁들인 기축년 새해 첫 찻상. 으응? 찻잔이... 집에 질 좋은 녹차도 있겠다, 그렇찮아도 새해엔 녹차도 좀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며칠 전 쯔유를 사러 일식 재료상에 갔을 때도 녹차와 함께 즐길 과자 접시가 있나 두리번거렸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신기하게도 텔레파시 님께서 천연 옻칠된 목기를 다 보내주셨다. 아니, 이 분, 대체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 비싼 국산 옻칠 목기를 다 사서 보내셨을까. 텔레파시 님이 보기에도 녹차를 소홀히 하는 이 단단이 안타까웠던 걸까? 녹차에 딱 어울리는 그릇들이다. 이런 목기는 한국에서 보내주지 않으면 영국에선 구할 재간이 없는 것. 외국인 친구 불러다 우리 차를 대접할 때 요긴하겠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사려깊..
이야기 중 단단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Wallace and Gromit have opened a new bakery, Top Bun, and business is booming, not least because a deadly Cereal Killer has murdered all the other bakers in town. Gromit is worried that they may be the next victims, but Wallace does not care, as he has fallen head over heels in love with Piella Bakewell, former star of the Bake-O-Lite bread commercials. So Gromit is left to ..
▲ 선물의 달인으로부터 받은 유머와 섬세함이 담긴 선물꾸러미. 얼마 전 북극 지방에 살고 계신 불량소녀 님께 홍차 몇 종류를 보내 드린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 선물치고는 좀 일찍 보내게 되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가 살고 있는 지역은 워낙 추워 끽해야 하루 두 잔 정도밖에 즐길 수 없는 커피로 긴 하루를 나기에는 무리가 있지 싶어서였다. 그보다는 카페인이 적은 홍차가 좋은 벗이 돼 주지 않을까 하는 소박한 생각이 들었다. 다른 곳보다 겨울이 일찍 찾아오는 데다 4월까지 무려 6개월 동안이나 추위가 지속된다 하니 얼른얼른 보내 드리자. 구호물자는 빠른 전달이 생명이라 하지 않느냐. 그리하여 나도 홍차에 취미를 붙이고 나서 처음으로 '분양'이란 걸 다 해보게 되었다. 집에 가지고 있던 홍차 몇 종(..
▲ 영국 남정네가 자기 집에서 차려 준 아프터눈 티 테이블. 영국인 친구가 크리스마스 전에 자기 집에서 차나 함께 하자길래 얼씨구나 하고 영감과 함께 다녀왔다. 영국에서 벌써 몇 년을 보냈어도 여염집 티타임에 초대 받기는 처음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오후 네 시. 무슨 차를 하겠냐고 묻길래 평소 마시던 걸로 달라고 했다. 얼그레이를 내주겠단다. 신난다. 어디, 영국 남자가 집에서 차리는 티테이블은 어떤가 한번 보자꾸나. 다시 안 올 기회다 싶어 흐뭇한 마음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기다렸다. 차를 준비하는 일은 역시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을 한순간 진지하게 만드는지라, 이 친구 말 한마디도 없이 부엌에서 잠시 분주하게 움직이더니 이내 우리를 부른다. 집안은 어두우니 부엌에서 정원으로 나가는..
▲ 인도 구자랏Gujarat 지방풍 양념의 감자튀김 물과 우유를 냄비에 넣고 끓인 홍차에 인도 향신료들을 좀 넣어주면 인도식 밀크티인 '짜이chai'가 된다. 집에 아쌈 계열의 진한 홍차나 밀크티용 티백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 이때 향신료는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넣을 수 있으니 구하기 힘든 것들을 무리해서 꼭 다 갖추고 있지 않아도 된다. 영국에는 인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으므로 마치 우리 한국인들이 수퍼마켓에서 파, 마늘 보듯 쉽게 인도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 인도식 짜이를 끓이는 방법은 다양하니 누리터에서 각자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짜이 끓이기' 또는 '차이 끓이는 법' 등으로 찍어 검색하면 이런저런 조리법이 많이 나올 것이다. 아래의 동영상은 인도 여인 두 분이 가..
▲ 어허, 요 녀석 또 시작이로구나. 냉큼 발 내리지 못할꼬! 크리스마스 모듬 비스킷을 사고 즐거운 마음에 한 장. 재료도 좋고 맛도 좋은 과자가 값은 또 왜 이렇게 싼지, 영국에 뚱보가 많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영국 온 이후 내 얼굴도 저 과자처럼 동글동글해지고 있으니. 여기 영국인들, 지금은 눈만 뜨면 아침부터 지구 온난화 때문에 폴라 베어(흰 북극곰) 발 디딜 얼음 사라진다고 수선을 떨지만 옛 시절엔 다음과 같은 대국민 담화문도 있었다. - 잉글랜드 여왕 엘리자베스 1세 - 여왕께서는 목요일을 곰 괴롭히기 날로 정하시고 이날 연극을 공연하는 것은 "여왕께 기쁨을 드리기 위해 행해지는 이런 류의 오락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임을 분명히 하셨다. 이번 행사를 위해 사방에서 곰과 개가 징발되었다. ..
그는 "괴로울 땐 뭔가 단 걸 먹어봐" 하며 꿀로 범벅이 된 작은 과자를 내밀었다. 바클라바였다. 벌꿀과 피스타치오가 버무려진 달콤한 터키 페이스트리. 바클라바를 입에 넣고 씹자 걱정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마치 잠시 고통을 잊게 해 주는 마약과 같이. 그날 나는 처음으로 카운터 앞에 앉아서 오랫동안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의 아버지를 닮은 사람을 알고 있어." "그도 타향에서 60년째 살고 있지. 이젠 그곳이 고향이 된 듯해. 그가 실향민이고 그의 아들도 실향민이었기 때문에 나 역시 태어날 때부터 실향민이었어. '지금 현재 이곳'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늘 겉도는. 언제 어느 곳에 있든 늘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나의 방랑벽은 어쩌면 그에 기인한 듯도 해." "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
▲ 길 맞은편에서 찍은 티 팔레스. 두 여인이 창가에 앉아 티 브런치를 즐기고 있다. 얼마 전 트와이닝의 '레이디 그레이' 시음기를 올렸다가 불량소녀 님으로부터 청탁의 탈을 쓴 숙제를 하사받은 적이 있다. 꽃다운 소녀 시절 선물 받았던 홍차의 맛과 향을 지금까지 잊을 수가 없었다며 그 '라벤더 꽃봉오리가 든 얼그레이'를 영국에서 한번 찾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일부러 시간 내지 말고 한가할 때 천천히 찾아봐 달라는 주문에도 불구, 차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 홍차 애호가가 저 커피 애호가도 알고 있는 라벤더 얼그레이를 모르고 있다는 게 말이나 되나 싶어 곧바로 그 특별한 홍차를 찾아 삼만리 장정에 나섰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지면서 영국 전역에서 런던 안으로 범위를 좁혀나가는 전략을 짜보았다. 일단, 세인즈버리..
▲ 어느 영국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성탄 선물들 아아, 제발 과자를 귀여운 동물 모양으로 만들지 말란 말이오. 저렇게 웃고 있기까지 하니 대체 먹으라는 거요, 말라는 거요.
버터 풍미의 과자를 좋아해 '버터'라는 글자가 쓰인 비스킷을 보면 주머니를 털어서라도 꼭 사는 버릇이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땐 파란색 동그란 틴에 든 데이니쉬 버터 쿠키와 국산 제품인 버터링, 그리고 식사대용으로 손색이 없다는 칼로리바란스를 사 먹곤 했었지요. 영국에서는 버터 비스킷 하면 무조건 쇼트브레드입니다. 사 제품이 가장 유명하고, 수퍼마켓들도 자사 브랜드 상품들을 냅니다. 이것들도 성분이 아주 좋고 맛있어서 영국에서는 굳이 것만 고집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에 주문 생산해 수퍼마켓 상표를 달고 나오기도 하고요. 한국에서는 에서 쇼트브레드를 사시든지, 나 수퍼마켓 것을 사시면 될 것 같습니다. 도 영국산 쇼트브레드를 취급할지 모르니 과자 매대를 한번 살펴 보시고 성분표를 확인해 보세요. 쇼트브레드..
▲ 디스크 형태의 인퓨저 찻잎은 가급적 티포트 안의 넓은 공간에서 제대로 우리는 것이 좋으나 녹차를 우릴 때는 높은 온도에서 우리는 홍차만큼 잎이 물 속에서 활발한 춤을 추지 않는다는 점을 핑계 삼아 가끔은 이렇게 편법으로 우릴 때도 있다. 예닐곱 종류의 차를 모두 루스티로 가지고 있으니 차를 마실 때마다 매번 다구를 갖춰 우리는 수고를 해야만 하는데, 차를 우리는 의식은 즐겁긴 해도 심신이 피곤한 날은 또 귀찮기도 한다. 그럴 때 시간과 수고를 줄여 주는 고마운 인퓨저. 찻물이 잘 드나들 수 있도록 가급적 구멍이 촘촘히 많고 크기도 큼직한 것으로 사 찻잎이 갑갑해하지 않도록 하자. 사진에는 인퓨저가 얌전히 누워있지만 원활한 침출을 위해서는 좀더 깊은 컵에 아래 사진처럼 세워서 넣는 것이 좋다. ■
▲ 런던 소호Soho 차이나 타운 광장에 있는 시계 우리 집 낡은 똑딱이로 저 움직이는 인형들을 잡아내느라 매번 애먹다가 겨우 성공. 시계가 마침 오후 4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영국인들에게는 참 각별한 시간이다. 다들 9시에 출근해 5시30분에 칼퇴근들을 하면서도 오전 티타임, 점심시간, 오후 티타임을 간단하게마나 꼭꼭 챙긴다. ■
▲ 영국의 하이스트리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 점원이 시음용 차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의 홍차 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재료나 향료를 넣어 향을 낸 가향차보다는 다른 종류의 찻잎끼리 섞은 블렌딩 차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스트레이트로 즐기기보다 우유 타서 마시기를 좋아하는 국민적 기호 때문일 것이다. 진하게 우린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타서 마시면 그냥 마시는 차에 비해 좀 더 푸근한 맛이 있긴 하다. 흐린 날씨 탓일지 모른다. 또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인데- 영국인들은 과장된 향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다. (영국 과자나 케이크들은 프랑스 것들과 달라 바닐라 향이 과하지 않다.) 단, 재료 자체가 가진 향은 매우 즐기는 편이다. 왜 음식이 그토록 단순해 보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그들은 ..
▲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외벽에 그려진 거대한 그라피티 지난 여름에 찍어둔 사진을 겨울이 다 된 지금에야 뒤늦게 발견했다. 외국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영국인들의 차 마시는 습관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페인트공도 때가 되면 일손을 놓고 저렇게 술이나 탄산음료도 아닌 차를 마신다. 저 작품에서처럼 일터에서 캐주얼하게 차를 즐길 때는 대개 받침이 있는 찻잔이 아니라 머그에 담는다. 환경 문제에 민감한 영국인들이라 직장에서도 일회용 종이컵을 쓰지 않고 각자 자기 머그를 갖다 놓는다. 당번을 정해 놓고 동료들에게 돌아가면서 차를 타주는 게 이곳 직장인들의 풍습인데, 회사에서 가장 얄미운 동료 유형 1위는 '동료들에게 차 서빙하는 걸 소홀히 하는 사람'이라고. 차를 타 주려면 서로의 차 취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