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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채리티 숍들을 훑었습니다. 채리티 숍 순례 수년만에 처음으로 중국 자사호 발견. 아니 이게 왜 여기 있냐. 자사호가 뭔지 모를 게 분명한 영국인들은 아마 이걸 보고 이렇게 중얼거렸을 겁니다. '티폿이 왜 이렇게 작아? 아무 짝에도 쓸모 없네. 한 잔도 안 나오겠구만. 가만, 돌 하우스doll's house용인가? 그렇다 해도 색이 너무 칙칙한걸. (뒤집어서 보고) 한자 있는 걸 보니 중국 거로구만.' 안 봐도 훤합니다. ㅋ 젤리 빈처럼 생긴 꼭지가 인상적입니다. 색은 꼭 스니커즈 한입 씹은 것 같네요. 쵸콜렛과 캐러멜 색의 조화가 훌륭합니다. 자원봉사자들이 가치를 모르고 또 값을 잘못 매겨 놓은 것 같았습니다. 공예와 품질이 꽤 괜찮아 보였는데도 2.49 ..
▲ 꽈당. 블라디미르 푸틴의 재선 소식을 듣고 심장 마비 일으킨 이리나. 지금부터 4분이 아주 '크리티칼'하다. 잊을 만하면 꺼내는 이야기 중 돌아가신 우리 영감님에 관한 것이 좀 있었다. 오늘은 '공익'을 위해 우리 영감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이야기를 해야겠다. 환갑 잔치도 못 치르고 돌아가신 우리 영감님. 술과 담배와 육식을 몹시 즐기시던 분이었는데, 그 때문에 잔소리꾼 단단과는 철저한 애증 관계에 있었다. 자신의 정력과 건강을 과신하던 이 영감님이 어느 날부터 심장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 급기야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 검사를 받는 처지에 이르렀는데. 고혈압에 다혈질에, 그러면서도 술 담배 육식을 끊질 못 하셨으니, 쯧. 돌아가신 그 날도 심장 관련 검사를 받기 위해 아침 일찍 병원엘 가셨더랬다. "..
단단이 매우 아끼는 머그입니다. 한국 작가의 작품입니다. 너무 아끼느라 아직 차를 한 번도 못 담아봤어요. 앞으로도 담지 않을 생각이고요. 설거지하다 이 빠지면 큰일나게요. 영국인들은 도자기 회사 머그보다는 도예 공방의 손맛 나는 머그를 더 좋아하는데, 이건 공방 머그도 아닌 유명 작가의 몇 안 되는 '작품' 머그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앞태. 어떻게 이런 효과를 내는지 매일매일 한참을 들여다보고 생각합니다. 지식이 없는 단단으로선 이게 그린 건지 새긴 건지조차도 모르겠고요, 어떻게 하면 이렇게 멋있는 번짐blur 효과가 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머그 한 가득 사람 얼굴이 담겨있는 것도 신기하기만 합니다. 손잡이. 형태가 독특합니다. 단순한 손잡이보다는 쥐기 다소 불편해도 이런 멋부린 손잡이를 더..
동양은 작은 찻잔 하나도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사유한다. 막 피어 올린 가녀린 움싹을 유린 당한 차나무에게 진실로 머리를 숙인다. 특히 차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차나무의 입장에서는 생각해보지 않은 점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또한 일일이 한 순 한 순 찻잎을 채집해서 덖고 비비기를 거듭해 차를 만들어 준 제다인의 노고에 감사한다. 이제 이런 귀한 차를 입에 머금고 주변과 자신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찻잔 속의 귀한 차를 마음 속에 떠올리며 너와 나, 자연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귀한 차, 귀한 생각이 담긴 찻잔은 그래서 두 손으로 꼭 안아야 하는 귀한 보석 같은 존재이다. 보석 같은 귀한 존재를 만든 사기장은 더 귀한 존재가 된다. 이것이 찻잔 하나에 ..
▲ 매장의 계단. 권여사님의 구매 대행 부탁을 받고 런던 상경. 한적한 시골 동네에 콕 처박혀 살다 모처럼 런던에 올라온 촌사람 다쓰 부처, 자동차 소음과 넘쳐나는 관광객과 즐비한 숍들과 으리으리한 건물에 어안이 벙벙,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데. 흩어진 정신 겨우 수습하고 백화점에 들러 블로그 친구들을 위해 다구 몇 점 사진 찍어 왔다더라. ▲ 사측의 광고 사진.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다구와 홍차. 내 가진 돈은 없지만 그래두 저 홍차와 과자 한 통은 사서 먹어줬지. 암. 잘했고 말고. 뮤직 박스가 들어 있는 금색 과자통에서 영국 국가 이 음정 박자 무시하고 술 취한 듯 비틀비틀 흘러나와 보통 웃기는 게 아니다. 과자 한 입 먹고, 음악 틀고, 데굴데굴 덱데굴. ▲ 사측의 광고 사진. 마..
오늘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즉위한 지 60년이 되었습니다. 재위 기간을 놓고 보면 역대 영국 왕 중 2위를 기록합니다. 2011년 5월 12일을 기점으로 조지 3세의 21,644일 기록을 깨 2위에 올랐으나, 빅토리아 여왕의 기록을 깨고 1위에 오르려면 아직 2015년 9월까지는 더 살아주셔야 합니다. 공식 기념 행사들은 올림픽 치르기 전 날씨 좋은 6월에 뻑적지근하게 할 모양인지, 오늘은 언론에서 그간의 행적을 살피고 공을 기리는 정도로 다들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재위 기간 중 캔터베리 대주교가 6번, 교황이 6번, 총리가 12번(!), 미국 대통령이 12번 바뀌었습니다. 세월을 가늠할 수 있겠지요. 왕위 계승자였던 큰아버지 에드워드 8세가 하필 두 번이나 이혼한 경력이 있는 미국 여자와 결혼하려..
로얄 알버트 올드 컨트리 로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찻잔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 이 찻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치 랍상 수숑 홍차처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찻잔이죠. 순한 색의 도자기를 즐겨 왔던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무늬와 색상이 너무 화려해 보일 수 있어요. 단단은 지인으로부터 이 찻잔 한 조를 결혼 선물로 받았었습니다. 어린 시절엔 이런 요란한 꽃무늬가 어쩐지 나이 들어 보이고 싫었지요. 그래서 받자마자 돌아 와서 누군가에게 줘 버렸습니다. 순결하고 고결하기 짝이 없는 순백색 무지 그릇이나 젠 스타일의 깍쟁이 그릇들을 주로 즐기던 때였습니다. 영국 와 살면서 비로소 이 찻잔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굴지의 영국 도자기 회사 웨지우드와 로얄 알버트의 찻잔을 비교하면 두 회사의 표방하는 바..
작년 다쓰베이더 생일에 권여사님께서 축하금을 보내시고 영국으로 찻잔까지 다 부쳐주셨습니다. 의 '펨브로크Pembroke'죠. 홍차인들과 찻잔 수집가들은 대번 알아보실 겁니다. 다음은 당시 오갔던 국제통화 내용. 단 단: 엄니, 웬 찻잔이오? 권여사: 다쓰 서방 생일을 맞아 백화점에서 찻잔 하나 사서 부쳤다. 니들 퍼런 찻잔 모은다며. 단 단: 엄니, 찻잔이 근사하긴 한데 내 수집 조건엔 안 맞으우. 파란색이기만 하면 안 되고 파란 '꽃'이 있어야 하는 거유. 찻잔 수집 조건에 관해 예전에 ☞ 게시물 올린 적도 있었는데 건성으로 보셨구랴. 권여사: 아냐, 잘 바바바. 파란 꽃 분명히 있었어. 단 단: 으응? 그러네? 권여사: 니들 새 좋아한다며. 자세히 바바. 보너스로 새도 들었어. 단 단: 으응? 그러네..
명품백의 조건: 재질이 좋아야 한다. 디자인이 우수해야 한다. 장인이 한땀 한땀 정성 들여 만들어야 한다. 대량생산해서는 안 된다. 단단도 이런 백이 있어요. 명품백 열기에 힘입어 저도 하나 자랑할까 합니다.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데다 세상에 단 네 개밖에 존재하질 않으니 희소성 측면에서도 으뜸입니다. 이 명품백의 장인은? 바로 단단의 시어머니입니다. 장인, 큰며느리[단단], 작은며느리, 딸, 이렇게 네 명만 소유하고 있으니 더없이 귀합니다. 눈도 침침하신 분이 취미 삼아 만드셨다는데, 첫 작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합니다. 무늬, 색상, 디자인 모두 단단 마음에 쏙 듭니다. 가까이서 한번 볼까요? 찻상에 생화 사서 올릴 형편은 못 되니 종종 의자에 이 가방을 올려 놓고 감상하곤 합니다...
새해 아침이 밝았습니다. 다들 올 한 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새해를 맞아 2012년 자정에 있었던 런던 불꽃놀이 동영상을 올려볼게요. 이 게시물로 우리 권여사님 놀래켜 드리려고 했는데 벌써 동영상을 구해서 보셨다네요. 허허... 어떻게 아시고 ^^; 불꽃놀이를 십분 즐기시려면 다음의 지시사항을 잘 따라주십시오. 우선, 재생 버튼을 눌러 동영상을 실행시켜 주시고요, 오른쪽 하단에 있는 [360p]를 [1080p HD]로 바꿔 화질을 높여주시고요, 화살표 네 개짜리 기호를 클릭, 보기를 선택해 화면을 키워주십시오. 스피커 볼륨도 왕창 올려주시고요. 방 불까지 꺼주신다면 더욱 좋죠. 2012년에는 런던 올림픽과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식이 있지요. 음악들이 이를 반영하고 있으니 주의 깊게 ..
크리스마스 찻상 사진 올려봅니다. 올해의 크리스마스 티는 경이로움 님이 보내주신 의 'White Christmas'로 정했습니다. 실은... 집에 크리스마스 티가 이것밖에 없었어요. (꽈당) 경이로움 님께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찻잎에 은박 코팅 별사탕과 구슬이 섞여 있어 깜짝 놀랐었습니다. ㅋ 보내주신 루피시아 가향차들을 마셔보니 이 회사의 취향에 대해 대략 감이 좀 잡힙니다. 일단 맛도 향도 순해서 좋았는데, 회사 측이 선호하는 향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보내주신 차 맛 보느라 하루하루가 즐거움의 연속입니다. 에고, 올해 성탄절엔 만사가 귀찮고나. 샌드위치, 스콘, 갸또, 무스 다 생략. 고급 민스파이나 사다 오븐에 구워보세. 다 찌그러진 망에 솔향 나는 설탕 담아 사라락 ▒ 화이트 크..
▣ 아프터눈 티를 즐기고 나왔더니 5시도 안 됐는데 깜깜해졌습니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조명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불경기라 그런지 과하지가 않습니다. 어쨌거나 불황에도 불을 밝혔다는 게 중요한 거죠. 우리 권여사님의 인생 철학 중 단단이 좋아하는 게 몇 가지 있어요. 그중 하나 - 어려운 때일수록 (그 '어려움'이란 게 물질적인 것이든 심리적인 것이든 뭐든 간에) 더욱 공들여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고 크리스마스를 잘 보내자. 지치지도 않는지 힘든 여행을 다녀오셔서는 그 다음 날 바로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품을 꺼내 집안을 꾸미고 남의 가게까지 다 꾸며 주셨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아이언 레이디가 따로 없어요. ▣ 소박한 크리스마스 트리. 어떻게 하면 저렇게 꼬마전구들을 무질서하면서도..
윈체스터는 다쓰 부처가 좋아하는 유서 깊은 중세 도시입니다. 아써 왕과 원탁의 기사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도시, 알프레드 대왕이 통치하던 옛 영국의 수도이기도 했지요. 집에서도 멀지 않아 그간 여러 차례 와서 사진도 많이 찍어 두었는데, 어쩐 일인지 블로그에 글을 올린 적이 없네요. 윈체스터 대성당은 다쓰 부처가 즐겨 방문하는 곳입니다. 이곳 코리스터와 성가대의 연주가 좋거든요. 해마다 이맘때면 교회 뜰에서 크리스마스 장터가 열리는데, 파는 물건들은 공예품 위주의 고만고만한 것들이지만 동네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예뻐 관광객이 많이 찾아옵니다. 저는 이 윈체스터 대성당의 대문을 정말 좋아합니다. 보통 이런 큰 교회들의 문은 중후한 색과 거대한 크기로 위압감을 주기 마련인데, 윈체스터 대성당은 작은 문을 여러..
작업하다 힘들어서 바닥에 벌렁 누워 있는데 우체부가 문을 두드립니다. 소포가 왔다는 소리지요. 경이로움 님이 보내 주신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들고 있었습니다. 하하, 멀리서 미일리어와 이리나가 볼풀ball pool을 보자 환장하며 달려왔습니다. 우리 이리나. 떡볶이 하나가 머리 위에 올라 앉은 줄도 모르고 마냥 천진한 얼굴. 미일리어. 꺄르륵~ 신났습니다. 녹차, 백차, 청차, 홍차를 섞어 무려 40종이나 보내 주셨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차가 있었던가요? 처음 접하는 브랜드도 수두룩합니다. 크리스마스라 빨간 포장의 차를 앞에 두었는데, 은박 봉투에 든 소분 차들에는 일일이 손글씨로 이름을 써주시고 차 회사 고유 로고까지 프린터로 뽑아 붙여 주셨습니다. 들인 시간과 정성을 잠시 헤..
기회주의자 단단은 얼마 전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님께서 터키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는 정보를 입수하였습니다.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도 분명 일정에 있으렷다, 기회는 찬스로구나, 싶어 까도남 님께 간곡하게 부탁을 드렸습니다. (찬스 → 그러고 보니 영국 발음.) 그랜드 바자르에 가시걸랑 부디 이 불쌍한 유학생을 떠올리시고 터키 찻잔 '차이 바르닥çay bardağı'으로 적선 좀 해줍쇼~ 굽실굽실 저기, 차이 바르닥은 여섯 개가 모여 한 조가 되는 모양이니, 적선하시려거든 한 개 말고 최소 여섯 개는 사다 줍쇼~ 굽실굽실 아참, 오합지졸 찻잔들만 있으면 기강이 안 서니 반드시 찻주전자도 같이 사다 줍쇼~ 굽실굽실 여섯 개나 되는 찻잔과 찻주전자를 어디에 보관하리이까, 기왕 사다 주실 거 ..
▲ 화학자들의 현학적 유머 오늘은 조지 오웰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2003년에 시행됐던 영국 왕립 화학회의 재미있는 연구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조지 오웰의 홍차 우리는 방법은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어요. 영국 왕립 화학회는 이렇게 가끔씩 실생활에 관련된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연구들을 해서 깜짝 발표를 하곤 합니다. 일종의 '대민봉사'인 셈이죠. 밀크티에 어울리는 과자 연구도 한 적 있고, 가장 저렴한 샌드위치 만드는 법도 발표한 적이 있었지요. 단단은 수학과 화학을 매우 좋아하는데 성적은 바닥을 깔았더랬습니다. 좋아하는 과목이라면서 어떻게 성적이 나쁠 수 있느냐? 가능합니다. 음치가 음악 애호가 되지 말란 법 있나요? ㅋ 수학과 화학의 세계는 잘은 모르지만 뭔가 심오한 세계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크리스마스 모둠 너트 살 때 딸려왔던 넛크래커nutcracker입니다. 흡사 그 모양새가 작업장 공구와도 같은 오늘날의 멋대가리 없는 넛크래커에 넌더리 난 다쓰베이더가 그간 하나씩 둘씩 옛날 넛크래커들을 모았습니다. "블로그에 물건 자랑하면 못써." 사진 좀 찍어 올려보려다 번번이 제지 당했습니다만, 오늘은 다쓰베이더가 도서관에 책 빌리러 나간 틈을 타 몰래 찍어 올려봅니다. 마음이 급해 몇 장은 초점이 좀 안 맞았습니다. (아니, 이젠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해진 겐가? 손도 떨리고. 흑;;) 넛크래커를 우리말로는 '호두까기 도구', 나무로 된 병사 모양의 것은 '호두까기 인형'이라고 번역들 하지요. 이거 이상하다는 생각 안 해보셨나요? 넛크래커로 호두만 까는 건 아니잖아요? 사진에 호두뿐 아니라 브라질..
단단이 좋아하는 백화점 가 얼마 전 올해 성탄절을 위한 TV 광고를 내보냈습니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이라 다들 선물 준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고 백화점들도 크리스마스 TV 광고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이때 올려둔 수입으로 다음 한 해를 버틴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시기에 판매량이 집중되지요. 불황으로 그늘져 있던 영국인들의 마음이 이 광고로 잠시 훈훈해졌다고 하니 같이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반전과 꼬마의 연기가 일품입니다. 애들 있는 집은 이 맛에 애 키우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우리 권여사님, 큰 아들이 어렸을 때 한푼 두푼 모아 생일 선물로 사 드린 오만원짜리 금반지 얘기를 아직도 하십니다. 오만원이면 당시로서는 아이한테 정말 큰 돈이었을 텐데, 군것질, 사고 싶..
▲ 파타타스 브라바스 이미지 다쓰 부처는 감자 요리를 매우 즐깁니다. 일단, 값이 싸거든요. ㅋ 영국은 일조량이 부족해 다른 농사는 시원찮아도 땅 속에서 자라는 감자 하나는 정말 최곱니다. 영국요리에 유독 감자가 많이 들어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거죠. 품종도 다양해 단단은 아직도 영국 감자 이름을 다 못 외웠습니다. 품종마다 식감과 향미가 다 달라 하고자 하는 요리에 따라 감자도 신중히 선택해야 합니다. 얼마 전 다쓰 부처는 햇빛 찬란한 지중해로 휴가 갈 형편이 못 됨을 한탄하며 집에서 파타타스 브라바스Patatas Bravas나 해먹었습니다. 여름 내내 집에서 지중해 요리나 해먹으며 위안을 삼았더랬지요. 파타타스 브라바스는 스페인의 매운 감자요리로, 피멘톤Pimenton, 훈향 씌운 스페인 고춧가루..
오늘은 영국 드라마 의 만찬 장면을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여인들의 이브닝 드레스가 이전 시절인 빅토리아 여왕 때보다 한결 가벼우면서 우아해졌지요? 뒷짐 지고 서있는 웨이터footman를 보세요. 집안 살림의 총 책임자인 집사butler가 아닌 이런 웨이터의 봉급은 신장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키가 클수록 보기 좋다고 여겼는지 (흑;;) 키 큰 웨이터는 키 작은 웨이터보다 봉급을 더 많이 받았다고 하네요. 식탁 위에 무려 초 다섯 개짜리 칸델라브라candelabra가 세 개나 올라와 있습니다. 전부 순도 92.5%의 스털링 실버죠. 부잣집이니 파라핀 초 대신 아마도 비싼 밀랍bees wax 초를 썼을 겁니다. 영국의 수퍼마켓이나 백화점에서는 요즘도 밀랍 초를 팝니다. 이런 초들은 첫눈에..
▲ 권여사님의 은제 3단 트레이와 똑같은 물건. 눈이 번쩍. 우리 한국인들, 집집마다 멸치볶음이 다 다르고 누구나 자신만의 라면 끓이기 비법을 갖고 있지요. 영국에서는 가정마다 스콘 레서피가 다르고 사람마다 홍차 우리는 법이 다 다릅니다. 영국에서도 스콘은 이제 수퍼마켓이나 제과점에서 사 먹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홍차는 아직도 집에서건 직장에서건 직접 우려야 할 때가 많죠. 한국의 홍차인들은 이미 다양한 홍차 관련 서적 등을 통해 알고 있는 이야기일 테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오늘은 영국 작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의 홍차 우리기 권장안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무슨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순 자신의 취향에 의거한 것을 만인이 따라야 할 법령인 양 역설하고 있어 재미..
바리스타 심사위원인 새언니1의 특명을 받고. 특명인즉슨, "영국 에스프레소 잔 다섯 개 정도만 보내 줘요. 장식장에 디스플레이 좀 해놓게." 무,무려 다섯 개나. 전화를 끊고 나서 난감했습니다. 보내 드리는 건 할 수 있는데 취향을 알 턱이 없으니. 제 마음 대로 골라 보내도 된다는 것이었을까요? 돈도 없거니와 제 취향이 좀 별난 편이라;; 으음... 찻잔은 대개 고전적인 것 아니면 올록볼록 굴곡 있는 형태의 '플로랄'한 것들이 주를 이루죠. 반면 에스프레소 잔은 모던한 것들이 많더군요. 하긴, 그냥 '커피'가 아닌 '에스프레소'라는 건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왠지 모더니티의 상징쯤으로 여겨지니까요. 크기가 작아 형태에 마음껏 멋을 부리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알아서 골라 보내 드리기로 했습니다. ..
삼년이면 서당 개도 풍월을 읊고 성인聖人집 하녀는 라틴 구절을 인용하며 A saint's maid quotes Latin 영국 유학생은 안티크antiques를 앞에 놓고 깝죽대는 법입니다. 안티크 중에서도 단단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영국 실버입니다. 실버 중에서도 다구와 플랏웨어flatware가 주 대상입니다. TV 보다가 실버 티포트가 나오기라도 하면 차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 밥 먹던 숟가락도 내려놓고 열심히 보곤 한다지요. 얼마 전 골동품 프로그램에서 본 실버 티 세트는 정말이지 혼이 쏙 빠질 정도로 아름다워 소개해드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어떻습니까? 형태는 단순·우아하면서 세부 장식은 지나치게 과하지 않고 균형이 잘 잡혀 있지요? 왼쪽부터 설탕기, 찻주전자, 우유기milk jug입니다. ..
자, 왔어요, 왔어, 니모가 왔어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니모가 아녜요~ 일년에 딱 한 번, 다쓰베이더 생일 때만 출몰하는 니모이올시다~ 꽥, 영감! 충분히 감상도 않구 바로 칼질 들어가는 거요? 만드느라 힘들었는데;; 순식간에 스시로 돌변. T_T 영국음식은 피쉬 앤드 칩스밖에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단단이 블로그를 통해 줄기차게 영국음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간 꽤 많이 소개해 드렸죠? 영국에 있을 동안 틈날 때마다 영국음식 소개를 해 드리고 날 잡아 정리도 한번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영국음식 열전 사진에 있는 만두 모양의 파이는 '코니쉬 파스티Cornish pasty'라 불리는 영국 남서부 콘월Cornwall 지역의 특산 파이입니다. 스콘 대신 내 봅니다. 유럽연합에 의해 보호·보전해야 할..
오늘 게시물은 차에 곁들일 만한 간식거리가 집에 '똑' 떨어져 낙담해 있는 분들을 위한 겁니다. 이른바 '버추얼 티푸드'라고나 할까요. 그림 보시면서 달콤 쌉싸름한 아프터눈 티 즐기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각 유럽 연합 국가들의 대표 과자를 알고 싶은 분은 아래의 글로 ☞ 유럽 연합 국가들의 대표 과자 아니? 자세히 보니, 권여사님과 다쓰베이더가 좋아하는 마들렌이 빠졌잖습니까! 프랑스 대표 과자로 꼽히기까지 한 우리의 소중한 마들렌이! ■
우리 날씬이 한국인들은 차에 설탕 넣는 짓 따윈 잘 하지 않지만 영국인들의 찻상에는 반드시 설탕기가 올라오는 법이죠. 가루설탕을 쓸 때는 스푼이 필요하고 각설탕을 쓸 경우엔 집게가 필요하지요. 영국인들은 가루설탕보다는 깔끔한 각설탕을 선호합니다. 설탕집게는 '슈가 통스sugar tongs'라 부르는데, 가위나 안경, 바지처럼 복수형으로 써야 해요. 가위 모양으로 된 것sugar nippers도 있고요. 궁극의 아프터눈 티 테이블을 꾸며보는 게 지상목표인 단단은 얼마 전 다쓰베이더로부터 깜짝선물을 받았습니다. "징그러울수록 좋다고 했소?" 하면서 무언가를 툭 내려놓는 것이었어요. 설탕집게였지요. 집게 부분을 한번 보세요. 설탕집게 끝자락을 맹금류의 갈고리 발톱 발로 장식하는 것은 오랜 전통입니다. 일종의 ..
단단이 아끼는 그림 중에 부엉이를 그린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액자 맞출 돈이 없어 그간 문구점에서 산 아크릴 판에 끼워두고 있었지요. 그런데 오늘 문득, '채리티 숍에서 이발소 그림 사다가 그림은 버리고 액자만 활용하면 되겠구나!' 하는 묘안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동네 채리티 숍을 돌며 살피다 3천원짜리 낡은 나무 액자를 하나 집어왔지요. 조잡한 이발소 그림 대신 아주 오래되어 빛바랜 소녀의 사진이 담겨 있었는데, 사진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섬뜩함이 좀 느껴졌었습니다. 이렇게 낡은 사진이면 어쩌면 빅토리아 여왕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빅토리안 시절의 어린이 사진 하면 떠오르는 게 있었거든요. 오늘의 차수다는 여름 다 지나서 펼치는 뒷북 납량특집이 되겠습니다. 빅토리안들..
어릴 적 왼손으로 글을 쓰고 밥을 먹는다는 이유로 막내 오라버니가 학교 선생님들과 어른들로부터 무지막지한 탄압을 받는 걸 보고는 가슴이 금즉하였으나, "뭐야, 바보같이. 인간이라면 으레 옳은 손, 바른 손을 써야지." 태연한 척 옳은 손으로 글을 쓰고 밥을 먹고 칫솔질 가위질을 해댔다. 자꾸 들먹거리는 왼손을 찰싹찰싹 때려가며 단단은 완벽한 옳은손잡이가 되어 갔다. 어린 나로서는 어른들의 그 무시무시한 탄압을 견뎌낼 재간이 없었으니 옳은손잡이가 되기로 한 건 내 인생에 있어 몇 안 되는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왼손잡이였던 내 막내 오라버니는 결국 눈물 겨운 노력 끝에 오른손잡이로 전향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오른손으로 하는 모든 것이 어설펐고 악필도 그런 악필이 없었다. 얼마나 글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