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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란드 자치령인 올란드 제도. ▲ 전체 71×52mm, 우표 한 장 36×25mm. ▲우표 확대. 올란드에서 흔히 먹는 음식들이라고 합니다. 올란드 제도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중간에 위치해 있고 러시아에 소속된 적도 있으니 음식이 다소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생각합니다. 핀란드의 자치령이지만 스웨덴어를 공용어로 쓰기 때문에 우표에 음식 이름이 스웨덴어로 쓰여 있습니다. 음식 이름은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 Gravad Lax med Kokt Potatis Marinated Salmon with Boiled Potatoes 양념에 재운 연어와 삶은 감자 그라바드 락스(= buried salmon, '매장 당한' 연어.)는 영국의 수퍼마켓에서도 잘 만든 것들을 살 수가 있어 몇 번 맛을 본 적이..
얼마 전 단단은 가필드 님, 옛 오르간 선생님과 함께 셋이서 아프터눈 티를 즐겼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말이죠. ㅋ 이번에도 가필드 님이 사 주셨습니다. 벼룩도 갖고 있다는 낯짝을 단단은 갖고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가필드 님께서 누리터를 뒤져 찾아 내신 티룸인데 티룸 양쪽으로는 기라성 같은 커피 하우스들이 있었습니다. 커피 하우스에는 항상 사람이 버글버글합니다. 가만 보니 공부를 커피 하우스 와서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단은 소싯적에 하염없이 뺑뺑 도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시험 공부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분들 흠잡을 생각이 없습니다. 커피가 국민음료가 된 한국에서는 (솜씨가 있든 없든) 티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무량합니다. 자매 두 분이서 운영하는 티룸인데 한 분은 영국에서..
계속해서 둘째 오라버니 내외의 수집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차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에게는 화로 위 주전자가 맨 먼저 눈에 띕니다. 중국 골동품인데 근사하죠. 단단은 곰팡내 나는 누런 헌책과 녹슨 고철과 오래 돼 반질거리는 목공예품의 느낌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는 이 주전자가 아주 모던하게 느껴지는데, 주전자의 둥근 실루엣과 그 안에 담긴 T자 모양의 가는 접합선(주물선)의 조화가 절묘합니다. 뚜껑 도망갈까 봐 손잡이에 사슬로 묶어 놓은 것 좀 보세요. ㅋ 옛 사람들에게도 주전자 뚜껑 도망가 버리는 게 아주 골칫거리였나 봅니다. 화로에 뚫새김을 해놓아 장식성을 높였습니다. 아아, 멋집니다만, 몰래 집어 가고 싶어도 무거워 못 들고 갈 것 같습니다. 작품 교류전 때문에 인도에 갔다가 사 온 말들이라고 합니..
오늘은 시골 사는 둘째 오라버니 댁에서 아프터눈 티타임을 가졌습니다. 이 블로그의 존재를 얼마 전에야 알았다는 둘째 오라버니 내외. 게시물을 주욱 훑어 보면서 상차림을 재빨리 익혀 집에 갖고 있는 골동품과 손수 만든 그릇들을 이용해 찻상을 뚝딱 차려냈습니다. 여러분, 시골 사람 무시하면 안 됩니다. 우리 둘째 오라버니 내외는 둘 다 도예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단단의 눈에는 이 댁에 있는 물건들이 죄 심상치가 않아 보입니다. 벽에 걸린 나비 그림은 친한 친구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미술하는 분들은 이렇게 작품도 서로 교환하고, 참 부럽네요. 그나저나, 3단 트레이와 티라이트 홀더가 어째 좀 특이해 보입니다. 가까이서 보도록 하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촛대 아닙니까! 시골에서 아프터눈 티타임용 3단 트레이..
권여사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근 30년만에 공작시간을 가졌습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엄니와 함께 앉아 꼼지락 꼼지락 무언가를 만들고 있으니 국딩 시절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사진을 보십시오. 꽃병이 특이하죠? 아이스와인 병이라고 하는데, 권여사님도 단단처럼 예쁜 병은 버리지 않고 죄다 모아두셨다고 하네요. 와인병이 있으면 꼭 따라다니는 무언가가 또 있게 마련이죠. 바로 코르크 마개입니다. 이런 상자가 두어 개 더 있다고 합니다. 아니, 권여사님, 그간 알콜 중독자가 되셨나, 왜 이렇게 코르크 마개가 많은 겁니까? 그래도 저렇게 모아놓으니 근사하긴 하네요. 글씨나 그림이 빈티지스럽고 멋있는 것을 몇 개 골라냅니다. 그리고는 예쁜 쪽의 반대 쪽을 칼로 약간만 깎아냅니다. 평평하게 만들어 바닥에 고정시키..
역시나 단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권여사님. 옷이나 가방보다 신발이 더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콜콜 주무시는 사이, 부츠가 하도 예뻐 몰래 한 장 찍어 봅니다. 단단 온다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여태 치우지 않고 놓아 두셨다는데, 트리 밑 상자에 단단을 위한 선물을 넣어 놓으신 줄 알고 급 흥분했다가 빈 상자라는 말에 김이 샜습니다. 아놔, 마뜨료쉬카도 아니고, 빈 상자를 크기 별로 왜 이렇게 많이 두신 겁니까. 단단이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사서 보내 드린 트리 장식품 중 일부입니다. (전년도 제품을 봄 떨이 행사 때 사뒀다가 이번 시즌 제품인 척 부쳐드린 겁니다. 쉿!) 자식이 넷이나 되니 선물 받은 트리 장식품도 제각각입니다. 레진resin치고는 나쁘지 않죠? 오, 쿠션까지? 포인세티아, 홀리, 미..
권여사님 댁에서 갖는 티타임 두 번째 시간입니다. 첫 번째 것은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너무 바빠 게시물 작성할 시간이 도대체가 안 납니다. 오늘은 우리 블로그 친구분들 걱정하실까봐 겨우겨우 짬을 내서 올려봅니다. 권여사님의 수많은 다구 중 단단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포트넘 & 메이슨의 티포원Tea for one에 차를 우려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흰 바탕에 심플하게 금색 테두리만 두르니 꼭 웨딩 티 테이블용 티포트 같습니다. 권여사님 방 창가에 마련된 티룸 공간입니다. 한강과 공원이 내려다보여 분위기가 호텔 티룸 같습니다. 단단이 갖고 있는 다구들과 접시들에 비하면 확실히 권여사님의 것들이 좀더 럭셔리한 데가 있지 않습니까? 저 은제 3단 트레이 좀 보세요. 몰래 ..
▲ 우표 36×31mm. ▲ 우표 확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은 소문난 우표 수집가였는데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우표에서 배운 게 더 많다."라는 말을 남겨 우표 수집가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취미를 정당화해 준 고마운 선배 수집가로 그 이름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과연 그의 말이 맞는 것이, 평범한 아줌마인 제가 우표 수집이 아니었으면 도대체 올란드Åland가 지구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인지, 혹은 어느 나라에 소속된 자치령인지, 찾아볼 일이 있었겠습니까. 올란드는 핀란드의 자치령 이름입니다. 발트해 북쪽 스웨덴과 핀란드 사이에 놓여 있는 여러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諸島로, '올란드 제도'가 우리말 공식 명칭입니다. 작은 제도인데 우표를 잘 만듭니다. (원래 작은 나라나 작은 섬이 우표를 열심히 만들어 파는 ..
영국 TV를 보다 보면 우리 한국의 홍차 애호가분들도 잘 알고 계시는 유명 브랜드의 홍차 광고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오늘은 그간 보았던 것들 중 생각나는 것 몇 가지를 올려볼게요. 홍차 회사 누리집을 방문하면 최근 광고들을 보실 수 있고요, YouTube 같은 곳에도 별도로 올라와 있으니 검색어를 찍으면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단단은 한국에 있을 때 광고란 으레 당대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유명 연예인들이나 해당 분야 권위자들을 써서 많은 출연료를 지불하고 만드는 건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런 식의 돈만 잔뜩 쓴 창의력 떨어지는 광고는 아주 드물고요, 대개 유머러스하거나(영국식 블랙유머가 많음)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빛나는 기발한 것들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창의력이 중요하다지만 이런 ..
오늘은 '스뎅차'를 우려 보겠습니다. 스뎅차가 뭐요? 찻잎 안 넣고 스테인레스 스틸 차 거름망만 우려 보겠다 이 말씀입니다. 아니,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려 하오? 답은 조금 있다 드리기로 하고 일단 우려 봅니다. 찻잔 예열까지 꼼꼼히 다 하고 펄펄 끓는 물 부어 여느 때와 같이 3분을 우려 봅니다. 수색이 제법 나왔지요? 칫솔로 아무리 꼼꼼하게 문질러도 차때가 어딘가에는 달라붙어 있었다는 소리죠. 그런데, 이 차때에 의한 차 맛의 저하를 논하자는게 오늘의 목표는 아니고요, 오늘은 그야말로 스뎅 맛을 느껴 보고자 하는 겁니다. 잘 못 느끼고 있다가 최근 홍차를 연하게 우려 마시니 스뎅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스테인레스 스틸 거름망이 들어있는 이런 류의 찻주전자는 바쁠 때 참 편리하고 고맙지요. ..
계속해서 각국의 크리스마스 단것들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독일의 슈톨렌Stollen 차례입니다. 제목에서 이미 눈치 채셨겠지요. 독일인들 다시 봐야겠습니다. 너무 맛있어요, 너무 맛있어. 슈톨렌 드셔 보셨던 분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원래 이렇게 맛있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고급 수퍼마켓에서 사 와서 그런 걸까요? 슈톨렌의 재료와 공정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아래의 사진을 참고하십시오. 유럽의 크리스마스 빵과자들이 으레 그렇듯 재료는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반죽에 건과일, 또는 설탕이나 시럽에 투명해질 때까지 절인 꾸덕꾸덕한 과일 절임candied fruits을 넣고 이런저런 향신료를 첨가합니다. 아몬드 페이스트인 마지판marzipan이 반죽 속에 들어가기도 하고요. 맛과 향은 여느 크리스마..
새해 첫 찻상입니다. 지난 번에 손님 치렀다고 했죠? 보기만 해도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는 이 프랄린들은 센스 만점 손님이 들고 오신 겁니다. 평소에는 만져 보지도 못 할 고가의 모둠 쵸콜렛을 선물 받으면 숨이 꼬르륵 넘어가죠. 쵸콜렛이야말로 최고의 티푸드라고 말씀 드린 적 있어요. 저는 아쌈하고 먹을 때가 가장 맛있더라고요. 흐린 날 찍었더니 색감이 이 모양입니다. 몇 개를 추려 접시에 담아 봅니다. 종류가 하도 많아 다 못 담았습니다. 아까보다는 날씨가 좀 더 나은 날 찍은 건데도 기본적으로 좀 어둡죠. 영국에 살다 보면 햇빛의 양에 아주 민감해집니다. 영국에 살면서 사진까지 찍는 사람이라면 더욱 예민해집니다. 햇빛에 따라 사진 톤이 무궁무진 변화무쌍, 구름이 휙휙 지나가 광량도 3초 단위로 바뀝니다...
당분간 빵·과자 이야기를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크리스마스 식품 땡처리 하는 걸 잔뜩 사다 쟁였거든요. ㅋ 제가 이용하는 수퍼마켓은 영국에서도 중상류층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고급 수퍼마켓입니다. 빵과자들도 하나 같이 다 맛난 것들만 갖다 놓습니다. 빠듯한 유학 생활에 웬 사치냐 하실 분 계실 텐데요, 차도 없고 교통비도 비싸 걸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수퍼마켓을 이용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럭셔리 식품들을 즐기게 된 겁니다. 제값 다 주고 살 형편은 안 돼 반드시 할인 시간에만 갑니다. 명절 식품들은 이렇게 명절 지난 다음 가면 싸게 살 수 있습니다. 단단은 먹고 마시는 걸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믿고 실천하는 소위 '푸디 패밀리' 출신이기 때문에 식품과 식재료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비싼..
수퍼마켓에서 '여인의 키스Lady's Kisses'라는 이름의 귀여운 이태리 과자를 집어 왔습니다. 현재 모든 크리스마스 식품들이 반값 또는 반값 이하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지났다 이거죠. 일년 먹을 과자를 쟁였지요. 숨은 그림 찾기. 바치 디 다마를 찾아 보세요. 색깔과 크기가 호두와 흡사해 장난 좀 쳐 봤습니다. 성분은 호두와는 전혀 상관 없어요. 홈베이킹 하시는 분들은 천연 색소 등을 써서 오색으로 알록달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좀 더 자세히 보도록 하죠. "뭐야, 이거 프랑스 마카롱이네." 하실 분 분명히 있으리라 봅니다. 이태리 사람들이 섭섭해할 겁니다. 마카롱 아니에요. 재료도, 공정도, 식감도 다릅니다. 하긴, 마카롱도 원래 이태리 과자이긴 하지만요. 바치 디 다마에는 밀가루, 헤..

크리스마스가 되면 캐임브리지 킹스 컬리지 채플에서 매년 캐롤 서비스를 하고 BBC가 이를 전국에 중계합니다. 영국은 기독교가 국교이기 때문에 수많은 무슬림과 힌두, 시크들이 있어도 눈치 보지 않고 꿋꿋하게 국가의 대소사 때 이렇게 기념 예배와 합창을 중계하곤 합니다. 여왕을 비롯한 왕실 사람들과 주요 정치인들이 참석해 앞줄에 앉기도 하고요. 이런 모습들을 TV에서 그대로 다 보여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신앙의 자유를 찾아 영국 땅을 떠난 저 신앙심 엄청 깊은 사람들이 세운 미국에서는 현재 어림도 없는 일이 되어 버렸죠. 크리스마스에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인사하는 것도 금기라면서요. 크리스마스에 왜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하면 안 되는 걸까요? 자기의 신앙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억눌려 있기 때문에 ..
솜씨 없는 단단이 용감무쌍하게도 그간 여러 차례 손님을 치렀습니다. 손님 초대해 놓고 주인이 자기가 만든 변변찮은 음식 사진이나 찍고 있기가 민망해 기록을 남겨 두지는 않았지만요. 손님들 가신 다음 남은 재료들 가지고 찻상을 재현해 봅니다. ㅋ 샌드위치 대신 전채로 냈던 훈제연어 트리오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이 한 사람당 한 접시씩 냈었습니다. 가만히 관찰해 보니, 고급 식당에서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 기술과 질감을 달리해 구성하는 '트리오'가 아주 보편적이더군요. 헤스톤 블루멘쏠의 가정식 레서피를 따라해 볼까 하다가, 재료 살 돈이 없어 집어치고 돈 안 드는 제 식으로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ㅋ 위스키 담았던 오크 배럴을 땔감으로 써서 연기 씌운 훈제연어입니다. 영국에 있을 때나 실컷 맛볼 수 있..
미국에서 소포가 날아왔습니다. 이 분한테서 온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찍을 때는 특별히 화환을 올리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들인 습관인데 평생 지속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ㅋ Fragile - 깨지기 쉬우니 취급에 주의해주세요. 우리 홍차인들은 이 글이 있는 상자를 보면 흥분 모드로 돌입하지 않습니까? 다구가 들었다는 소리죠. 흥분의 도가니탕입니다. 겨울인데 추위도 잊었습니다. 이 비장의 다구는 내일 손님 치를 때 쓰면서 올리도록 하고 오늘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손님이 많이 올 텐데 집에 있는 찻주전자가 다 1~2인용뿐인 데다 제각각이니 이를 어쩔꼬 궁리하고 있던 찰나, 대용량 주전자가 손님 치르기 직전에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이 분, 제 속을 들락날락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밖에 다양한 홍차들도 같이 보..
홍차인 여러분, 크리스마스가 '길모퉁이를 돌아선 곳까지' 바싹 다가왔습니다. 다들 홍차의 세계에 들어선 난 뒤 생긴 긍정적인 변화를 꼽아 주십시오. 저는 더이상 남들 접하기 힘든 비싼 음식을 먹어 보고 싶다는 소망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홍차 한 통과 그에 어울리는 비스킷 한 상자만 있으면 세상 다 가진 것 같지 않습니까? 좋아하는 다구 꺼내 우린다면 금상첨화이고요. 명품 옷, 명품 핸드백 따윈 필요 없어요. 좋아하는 차 우리고 좋아하는 비스킷 한입 베어무는 즐거움을 소중히 여기며 사는 소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우리 홍차인들 아니겠습니까. 단단은 우기에 일조시간까지 짧아 우울하다는 영국의 겨울을 의 크리스마스 홍차와 의 '스템 진저 쇼트브레드'로 아주 거뜬히, 즐겁게 나고 있습니다. 그간 먹어 본 ..
오늘은 뜬금없이 홍차 깡통 얘기나 좀 해보자. 단단이 그간 마셨던 홍차들 깡통 중에 밀리터리 매이니악인 우리 집 다쓰베이더가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있으니... 영국 공군 역사상 가장 빛나는 전투였던 2차대전의 . 처어칠의 유명한 프로파간다 연설의 한 대목이 바로 이 때 나온 것이다. "Never was so much owed by so many to so few."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소수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많은 빚을 진 적은 없었소. 여기서 '소수의 사람들'이란 영국 공군인 Royal Air Force의 전투기 조종사들을 말한다. ▲ 사진은 만민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돈 있는 분들은 위키에 기부금 좀 보내 주시라. 영국인들이 뿌듯해해 마지않는 그 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수..
오늘은 1968년에 나온 영국 동화를 한 편 소개할까 합니다. 사십년이 훌쩍 지나 요즘 다시 유행을 하고 있다는데, 어릴 때 부모님이 읽어주신 걸 듣고 자란 요즘 젊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대를 이어 읽어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줄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나 무언가 애틋함이 느껴지겠지요. 차 블로그 주인장 단단이 영국에서 홍차 이야기가 포함된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놓칠 수 없으니 우리 블로그 친구분들께도 소개를 좀 해야겠습니다. 한국의 엄마들은 기겁을 하겠지만 여기 영국에서는 꼬마들도 티타임이 되면 어른들과 함께 앉아 카페인이 든 홍차를 마십니다. '괜찮을까' 걱정이 앞서겠지만 어릴 때부터 카페인에 노출되면서 자랐어도 건강하게 장수하며 살다 가는 노인들 천지니 희한하죠. 아주 짧은 아가들용 이야..
지난 겨울, 18년 만에 처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여간해선 큰 소리를 잘 내지 않는 점잖은 영국인들이 즐거운 비명을 잠깐 지른 적이 있다. 어제 또 눈이 그렇게 내렸다. 수십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함박눈 때문에 고가의 제설 장비를 갖춘다는 건 낭비니 잠깐 불편하고 말자는 결론을 내렸던 지자체들이 이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눈이 앞으로도 이렇게 잦아질 전망이라면 장비 구입을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눈만 내렸다 하면 집집마다 넉가래(널빤지로 만든 눈삽) 하나씩 들고 나와 삽시간에 슥삭슥삭 말끔히 내 집 앞을 치우는 한국과 달리 영국인들은 아무리 내 집 앞이지만 개인이 국가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내고도 길거리의 눈을 치워야 한다는 건 아예 상상도 못하는 것 같다. 아니, 추측컨대, 이들은 아마도 넉가래라..
"국에 들어간 건더기를 말하는 거요?" 건지가 지구 어디에 붙어 있는 곳인지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지도를 첨부합니다. 영국의 '왕실 보호령Crown dependencies' 중 하나입니다. 외교와 방위는 영국이 책임을 지지만 자기들 헌법이 따로 있어 영국 헌법의 영향은 받지 않는 곳을 '왕실 보호령'이라고 합니다. 건지 밑에 있는 저지도 마찬가지로 영국 왕실 보호령입니다. 이 두 섬의 거주자들이 해외에 나가 국적을 밝힐 필요가 있을 때는 'British citizen'이 됩니다. 우표에도 영국 여왕의 옆모습이 들어가지요. 건지와 저지는 둘 다 우표를 잘 만듭니다. 작은 섬이나 작은 나라들이 우표를 열심히 만들고 잘 만드는 경향이 있어요. 건지의 공식 언어는 영어이지만 프랑스와 가깝다보니 불어도 생활 언..
오랜만에 크림티로 즐겨봅니다. 바빠도 찻자리는 꼭 챙겨야죠. 더치 오리지날Duchy Originals의 맛난 유기농 스콘과 잼이 반값보다도 더 싸게 나왔길래 얼른 집어 왔습니다. 언제 수퍼마켓에 가면 떨이 제품을 살 수 있는지 시간대를 '빠삭'하게 숙지하고 있습니다. 대개는 문 닫을 즈음 이런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죠. 헌데, 우리 동네 수퍼마켓에선 제품마다 할인되는 시간이 다 다릅니다. 출근 시간이 지나 오전 한가할 때 노인들이 주로 장을 보러 나오는데, 이 노인들이 선호하는 식품과 저녁 퇴근하고 들르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식품이 다르지요. 여기에 맞춰 떨이 제품들이 하루 몇 차례 나오게 됩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좀 사볼까 기웃거리다가 보관하기 어렵고 둘 데도 마땅찮..
녹차나 청차, 홍차를 꾸준히 마셔도 별 덕을 보지 못 하고 있던 터에 백차를 마시고 나서는 놀라운 일이. 약 한 달쯤 전 의 유칼립투스 잎 넣은 백모단White Peony을 큼직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 적이 있다. 기억을 잘 더듬어 보시던가, 아니면 얼른 가서 그 ☞ 글을 먼저 읽고 오시라. 영국에서 내 돈 주고 사본 차 중에서는 가장 비싼 차였다. 100g에 무려 17파운드가 넘었으니. 여기서 잠깐 백차에 대한 간략 설명을 해보기로 하자. 널리 알려진 백차에는 등이 있다. 은 잎이 채 펴지지도 않은 심으로만, 은 심 하나와 그 주변을 둘러싸고 난 이파리 두 장, 즉, 일심이엽 혹은 일아이엽 혹은 일창이기로(다 같은 말), 는 그 밑의 성장한 큰 잎들을 가지고 만든다. 셋 다 같은 '대백종' 차나무에서 나..
소식이 없어 궁금해하실 친구분들을 위해 잠시 기척을. 저는 잘 있습니다. 좀 바쁩니다. 요즘은 하프시코드Harpsichord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하프시코드 룸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저 두툼한 손은 잠시 짬을 내어 놀러온 다쓰베이더의 손입니다. 피아노에서 보던 검은 건반, 흰 건반이 반대로 되어 있으니 느낌이 새롭죠? 다크한 기운이 물씬, 다쓰베이더 삘이 좀 납니다. 어? 이건 쳄발로Cembalo 아닌가요? 하시는 분들. 쳄발로와 하프시코드는 같은 악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쳄발로 = 이태리어. 하프시코드 = 영어. 요건 '버지날Virginal'이라는 악기입니다. 하프시코드보다 작으나 소리는 더 크고 까랑까랑합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옛날 악기입니다. 두툼한 손은 역시나 다쓰베이더의 ..
차 좀 마신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중국 자사호. 단단도 물론 갖고 있다. 그것도 아주 깜찍한 130㎖짜리로. 이 녀석을 처음 보았을 땐 "130㎖짜리 차호가 다 있어? 여기 서양에선 1인용 차호가 기본 500㎖는 되는데?" 놀랐으나 중국차의 기준으로는 이 130㎖짜리가 2~3인용이며 이보다 더 작은 것도 수두룩하다는 말을 듣고는 혀를 내둘렀다. 서양인들이 큰 차호를 선호하고 중국과 한국인들이 작은 차호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양인들이 즐기는 홍차는 대개 잘게 분쇄된 (싸구려) 잎들인데다 고온에서 오랜 시간(3-5분) 우리기 때문에 첫 탕에 이미 거의 모든 맛과 향이 다 빠져 버린다. 이들에게는 한 번 찻잎을 넣어 여러 차례 물 부어 우려 마신다는 개념이 없다. 홍차이기 때문에 그..
꼿꼿. 총총총. 이거 보는 맛에 다들 유리 찻주전자를 쓰나 보다. 백차를 우릴 때는 반드시 유리나 본차이나 같은 경질 자기를 써야 한다. 그래야만 섬세한 차향을 찻주전자에 빼앗기지 않고 찻물 속에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다. ■
차 우리는 짧은 시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는지요? 과자를 준비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는 분들 많지요. 단단은 집에 갖고 있는 가을 철관음을 우릴 때 가끔은 쇼팽의 전주곡Prelude 4번을 틀어 놓기도 합니다.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곡으로, 우리 말로는 '질식', '숨막힘' 정도가 되겠네요. 느리게 하강하는 왼손의 반음계적 진행이 요즘 같은 가을 분위기에 잘 맞습니다. 눈썰미 있는 분들은 아래 악보에서 반음계적 하강 선율이 왼손의 화음 구성음 세 개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으며, 일관성 있게 내려가는 듯하면서도 머뭇거리고 망설이고 주저하는 지점들이 있음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스물여섯 마디밖에 안 되는 짧은 곡에도 천재의 예민한 감수성과 파격이 여지없이 녹아 있죠.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