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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나 청차, 홍차를 꾸준히 마셔도 별 덕을 보지 못 하고 있던 터에 백차를 마시고 나서는 놀라운 일이. 약 한 달쯤 전 의 유칼립투스 잎 넣은 백모단White Peony을 큼직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 적이 있다. 기억을 잘 더듬어 보시던가, 아니면 얼른 가서 그 ☞ 글을 먼저 읽고 오시라. 영국에서 내 돈 주고 사본 차 중에서는 가장 비싼 차였다. 100g에 무려 17파운드가 넘었으니. 여기서 잠깐 백차에 대한 간략 설명을 해보기로 하자. 널리 알려진 백차에는 등이 있다. 은 잎이 채 펴지지도 않은 심으로만, 은 심 하나와 그 주변을 둘러싸고 난 이파리 두 장, 즉, 일심이엽 혹은 일아이엽 혹은 일창이기로(다 같은 말), 는 그 밑의 성장한 큰 잎들을 가지고 만든다. 셋 다 같은 '대백종' 차나무에서 나..
소식이 없어 궁금해하실 친구분들을 위해 잠시 기척을. 저는 잘 있습니다. 좀 바쁩니다. 요즘은 하프시코드Harpsichord 가지고 노는 데 정신이 팔려 하프시코드 룸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저 두툼한 손은 잠시 짬을 내어 놀러온 다쓰베이더의 손입니다. 피아노에서 보던 검은 건반, 흰 건반이 반대로 되어 있으니 느낌이 새롭죠? 다크한 기운이 물씬, 다쓰베이더 삘이 좀 납니다. 어? 이건 쳄발로Cembalo 아닌가요? 하시는 분들. 쳄발로와 하프시코드는 같은 악기를 일컫는 말입니다. 쳄발로 = 이태리어. 하프시코드 = 영어. 요건 '버지날Virginal'이라는 악기입니다. 하프시코드보다 작으나 소리는 더 크고 까랑까랑합니다.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는 옛날 악기입니다. 두툼한 손은 역시나 다쓰베이더의 ..
차 좀 마신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중국 자사호. 단단도 물론 갖고 있다. 그것도 아주 깜찍한 130㎖짜리로. 이 녀석을 처음 보았을 땐 "130㎖짜리 차호가 다 있어? 여기 서양에선 1인용 차호가 기본 500㎖는 되는데?" 놀랐으나 중국차의 기준으로는 이 130㎖짜리가 2~3인용이며 이보다 더 작은 것도 수두룩하다는 말을 듣고는 혀를 내둘렀다. 서양인들이 큰 차호를 선호하고 중국과 한국인들이 작은 차호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양인들이 즐기는 홍차는 대개 잘게 분쇄된 (싸구려) 잎들인데다 고온에서 오랜 시간(3-5분) 우리기 때문에 첫 탕에 이미 거의 모든 맛과 향이 다 빠져 버린다. 이들에게는 한 번 찻잎을 넣어 여러 차례 물 부어 우려 마신다는 개념이 없다. 홍차이기 때문에 그..
꼿꼿. 총총총. 이거 보는 맛에 다들 유리 찻주전자를 쓰나 보다. 백차를 우릴 때는 반드시 유리나 본차이나 같은 경질 자기를 써야 한다. 그래야만 섬세한 차향을 찻주전자에 빼앗기지 않고 찻물 속에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다. ■
차 우리는 짧은 시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는지요? 과자를 준비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는 분들 많지요. 단단은 집에 갖고 있는 가을 철관음을 우릴 때 가끔은 쇼팽의 전주곡Prelude 4번을 틀어 놓기도 합니다.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곡으로, 우리 말로는 '질식', '숨막힘' 정도가 되겠네요. 느리게 하강하는 왼손의 반음계적 진행이 요즘 같은 가을 분위기에 잘 맞습니다. 눈썰미 있는 분들은 아래 악보에서 반음계적 하강 선율이 왼손의 화음 구성음 세 개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으며, 일관성 있게 내려가는 듯하면서도 머뭇거리고 망설이고 주저하는 지점들이 있음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스물여섯 마디밖에 안 되는 짧은 곡에도 천재의 예민한 감수성과 파격이 여지없이 녹아 있죠.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좋아..
중국 여행 가서 차 좀 사 오지 말라. 특히 보이차. 꼭 차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여행 가면 가이드 따라 나 같은 곳에 들어가 "이 차는 미용에 좋구요, 위장에도 좋구요, ..." 하는 말에 현혹돼 저렴하지도 않은 차를 덥석 사 갖고들 오신다. 다예사 언니들의 물 따르는 솜씨가 혼을 쏙 뺄 정도인 건 인정하나 그런 건 모로칸 티룸에서도 실컷 볼 수 있다. 너도나도 다예사 언니들이 나누어 주는 차 한 잔씩 얻어 마시고는 비싼 차들을 덥석. 참, 부모님 것도 사야지, 하면서 한 개 더 덥석. 한국에서 사려면 관세 때문에 몇 배로 비싸진다니 이때 사 둬야지, 하면서 또 덥석. 나 도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시음하라고 우려 준 차와는 다른 질 나쁜 차를 내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다. 그 자리에서 포장 뜯어 ..
영국에서 가정요리계의 대모 몇 명을 꼽자면, 매리 베리Mary Berry, 딜리아 스미쓰Delia Smith, 나이젤라 로슨Nigella Lawson. 특히 나이젤라는 아름다운 얼굴과 육감적인 몸매, 그리고, 미리 손질돼 있는 재료 사다 손쉽게 만드는, 그러면서도 맛 좋은 (날라리) 간편식을 선보이기로 유명해 혼자 사는 이들이나 바쁜 맞벌이 부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그런데 엊저녁, 나이젤라가 황금 시간대에 BBC에 나와 아래의 요리를 뚝딱 만들어 선보인 것. 이것이 무엇인고? 오징어볶음이로다. 으응? 오징어볶음? 비빔밥, 불고기에 승부를 걸고 있는 우리 한국에게 이런 반격을? 고추장을 빼놓지 않고 늘 부엌에 두고 있다는 얘기를 잠깐 하더니 의기양양한 얼굴로 순식간에 뚝딱 한국식 오징어볶음을 만드는 ..
주문한 의 '크리스마스 티'가 도착했습니다. 직접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사 오면 좋겠지만 런던까지의 왕복 교통비가 너무 비싸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배송을 시켰습니다. 지금 사는 곳에서 런던을 가려면 차비가 하도 많이 들어 큰 결심을 하고 가야 합니다. 런던 살 때 좀 더 부지런히 나다닐걸, 후회하곤 합니다. 얼마 전 에 중국 작가의 작품이 새로 설치됐는데, 정교한 작은 요소들이 모여 거대한 전체를 이루는, 딱 제 취향의 ☞ 작품이 설치됐다 하더군요. 그거 궁금해서라도 런던에 한 번 가 보긴 해야 할 텐데요. 런던 갈 일 있으면 최대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계획 잘 짜고 가야 합니다. 다시 차 이야기로 넘어와서 - 크리스마스 홍차 깡통이 예전과는 딴판으로 바뀌었는데 이 때문에 값이 많이 올랐습..
대나무 차숟가락이 나온 걸로 봐서는 오늘은 찻잎을 본격적으로 다룰 태세렷다. [차칙 - 권여사님 기증] 의 가향 백차를 우려보기로 한다. 백차는 맛과 향이 매우 섬세해 서양인들은 종종 이 백차를 가져다가 향 나는 부재료를 섞어 원하는 향을 마음껏 그리기 위한 도화지로 삼기도 한다. 한여름에 마시면 좋을 차를 가을이 지나갈 무렵 마시려 들다니 뒷북도 이런 뒷북이. 자잘한 홍찻잎들만 보다가 솜털이 보송보송한 실한 잎을 보니 눈이 다 시원하구나. 찻잎이 하도 커 홍차 250g을 담는 통에 백차 100g이 담길 정도다. 백차 중에서도 심 하나와 잎 하나, 즉 일심일엽만 따서 담은 백모단이 기본 찻잎, 여기에 파란색 콘플라워와 향을 내기 위한 유칼립투스 나뭇잎이 첨가되었다. 백차는 6대 차류인 녹차, 백차, 황차..
과일이나 꽃, 향초 등의 부재료로 향을 입히지 않은 순수한 백호은침을 소량 입수했다. 백호은침은 백차white tea 중에서도 이런 여리디여린 심으로만 만든 고급 차. 아무리 질 좋은 녹차나 홍차도 이 백차에 비하면 그저 험하게만 느껴질 정도다. 멜론의 단맛과 오이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아주 섬세하고 싱그러운 '피아니시모pp' 찻잎이기 때문에 백호은침을 마실 때는 차음식이 필요 없다. 찻물도 미색을 띠어 곱다. 사진의 찻잎은 상을 수상했다는 영국 의 백호은침. 다섯 번 우리고 난 뒤 심 몇 개를 골라 접시에 늘어놓아 보았다. 은빛 솜털이 여전히 남아 반짝거린다. 그냥 버리기에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애기' 찻잎들이라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둔다. 1회 분량의 시음용 차였으니 이번 한 번으로 끝. 아쉽구나. ■
수퍼마켓에 갔더니 크리스마스 선물용 과자와 차가 벌써 나와 있습니다. 영국인들은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합니다. 선반 위의 온갖 과자와 쵸콜렛, 홍차들을 보고 있노라니 눈이 팽글팽글. 하도 행복해 으악 소리 한번 내지르고 찬찬히 살펴보았지요. 올해의 프리pre-크리스마스 과자로는 이태리 과자인 아마레띠를 골랐습니다. 그간 허술한 포장의 아마레띠만 봐 왔었는데, 크리스마스라고 아주 제대로 깡통에 넣어 팝니다. 빈티지 디자인이 마음에 듭니다. 자기들 말로는 원조라고 하는데 누리터를 뒤져 보니 원조라고 하는 곳이 몇 군데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맛만 좋으면 원조고 뭐고 크게 상관 없지요. 이가 시원찮아 아마레띠를 살 때는 반드시 부드러운 아마레띠로 삽니다. 'Ameretti soffici'라고 되어 있죠?..
▲ 우표 30×40mm. ▲ 우표 확대. ▲ (1973), Wolfgang Herzig (1941- ), oil on canvas, 90×120 cm 오스트리아의 현대 화가 볼프강 헤어치히가 그린 커피집 모습입니다. 가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 보았으나 정보를 얻기가 힘드네요. 오스트리아에 있는 화가의 단골 커피집이었는지, 이태리 방문 때 잠깐 들렀던 곳인지, 알 수가 없어요. 대개는 커피 마시는 남녀의 모습들을 담기 마련인데 이 작가는 엉뚱하게도 쉬면서 대기중인 웨이터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ㅋ 웨이터 뒤에 있는 건 뭘까요? 원두 분쇄기? 왼편에 팔만 나온 신사도 재미있습니다. 아니, 사람을 어째 팔 한 쪽만 겨우 나오게 그려요? 아예 화폭에서 빼든지 좀 더 담든지 할 것이지. ☞..
영국 수퍼마켓에서는 한국이나 미국 수퍼마켓과는 눈에 띄게 다른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병 제품이 많다는 점입니다. 유심히 관찰해 보니, 영국인들은 쥐기 편하고 쓰기 편해도 저 미국식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용기를 선호하지 않는 듯합니다. 환경 호르몬 걱정 때문인지, 그놈의 '품격' 때문인지, 공병이 필요해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수퍼마켓 선반에 갖가지 크기와 형태의 예쁜 유리병들이 조로록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 오르가즘이 다 느껴집니다. (응?) 내용물이 휜히 들여다보이니 고르는 소비자 입장에선 여간 편한 게 아니고요. 떠올려 보니 한국의 마트에서는 고추장이든 된장이든 간장이든, 마요네즈에 심지어 식초와 식용유까지도, 플라스틱 용기에 든 것들이 선반을 가득 메웠던 것 같습니다. ..
다쓰베이더 생일입니다. 이번처럼 추석과 겹칠 때가 종종 있어 손해를 보곤 합니다. 오늘은 아프터눈 티 테이블 대신 하이 티를 차려 보겠습니다. 아프터눈 티와 하이 티가 어떻게 다른지 아시는 분? 우선, 시간대가 다르죠. 아프터눈 티는 점심 먹고 나서 저녁 식사 시간이 오기 전까지 딱히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는 귀족들의 문화입니다. 나른한 오후에 갖는 간식 시간이라고 보시면 돼요. 오후 4시부터 시작해 대개 5시 정도면 끝나는데, 그리고 나서는 저녁 식사 시간을 기다립니다. 이에 반해 하이 티는 주로 잉글랜드 북부의 노동자들이나 농부,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하루의 고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갖는 이른 저녁 식사입니다. 대개 6시쯤 갖습니다. 영국의 노동자 계급working class의 생활상을 다루는 영..
이태리 홍차? 영국 브랜드 홍차는 기본이요, 미국 캐나다 일본 인도 스리랑카 프랑스 독일 브랜드 홍차까지 다 마셔보았지만 이태리 브랜드의 홍차는 금시초문이라는 분 계실지 모르겠다. 이태리 홍차라... 흐음... 커피 맛있게 내려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면 홍차에도 소질이 있을 게 분명할 것으로 판단해 덥석 구입. 산 지는 꽤 되었는데 오늘 꺼내어 사진을 찍는 이유는 이렇다. 가필드 님께서 현재 이태리 방방곡곡을 돌며 홀로 배낭여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태리 여행 하니 갑자기 내 신혼여행 때가 떠오르는 것 아닌가. 일정에 베니스도 들어 있다니 분명 산 마르코 광장의 에도 들르실 터. 오늘의 홍차가 바로 저 유명한 의 블렌딩 홍차인 것이다. 오늘은 사진 왼쪽의 녹색 깡통 차를 우려보기로 한다. 황홀한 찻물. 로..
Summer afternoon - Summer afternoon... the two most beautiful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 Henry James - 셰익스피어를 비롯, 수많은 작가들이 극찬했던 영국의 '글로리어스'한 여름 날씨. 9월이지만 아직까지는 유효합니다. 이런 날은 무조건 집 밖으로 뛰쳐 나와야 합니다. 영국에서는 여름에 햇빛을 쬐어 두지 않으면 비타민D 부족과 피부병으로 겨울을 날 수 없다고 합니다. 다들 기를 쓰고 밖으로 나옵니다. 1층 할머니가 또 머그 한가득 밀크티 담아 일광욕 하러 마당에 나오셨습니다. 햄퍼hamper와 담요는 아직도 못 샀습니다만, 오늘은 공원 벤치에라도 앉아 차를 즐겨야겠습니다. 간단하게 싸 들고 집 근처 공원으로 향합니다..
▲ 골동품 같은 치즈 덩이. 크어어, 저 대리석 같은 환상적인 푸른곰팡이의 배열! 영국 블루 치즈의 특징 중 하나다. 오랜만에 영국 치즈 이야기를 다시 해봅니다. 블루 치즈 - 그 화려한 무늬로 인해 서양식 파티의 치즈 보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치즈. 잘 알려진 것으로는 이태리의 고르곤졸라, 프랑스의 록포르, 영국의 스틸튼이 있지요. 이들을 '세계 3대 블루 치즈'라 속 편히 묶어 부르는 이들도 있고요. 고르곤졸라와 스틸튼은 소젖으로, 록포르는 양젖으로 만듭니다. 소젖으로 만든 것들은 익숙한 맛 때문인지 양젖 치즈에 비해 소스나 딥, 수프 등 요리에서의 쓰임새가 좀 더 다양한 편입니다. 스틸튼의 가장 큰 장점은 블루 치즈이면서도 많이 짜지 않아 먹을 때 부담이 없다는 것이지요. 록포르..
하드디스크 정리하다가 발견한 글이 있어 다시 올려 봅니다. 아마 2006년이나 2007년에 썼던 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인간의 두뇌 작용 중 가장 신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꿈꾸기'이다. 제아무리 가방끈 긴, 첨단 분야에 몸 담고 있는 수석 과학자라 할지라도 눈곱만큼도 제어할 수 없는 게 바로 이 꿈꾸기 아닌가. 나는 조물주는 유머가 가득한 악동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인간들이 콜콜 자는 사이, 각자가 가진 기억의 조각들을 취해 그것들을 허구와 적당히 버무려 초현실적인 새 이야기로 만든 다음 뇌에 도로 솔솔 뿌려 준다... 상상만 해도 킬킬 웃음이 나온다. 내 친정 식구는 다들 요란한 꿈꾸기로 유명한 사람들인데, 그런 걸 보면 아무래도 꿈도 유전적인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어릴 적 우리 식구들은..
머핀 제25호 재료: 커피, 우유, 달걀, 식용유, 밀가루, 설탕, BP, 소금, 잘게 다진 호두, 아이싱슈가 차생활을 한 지도 이제 꽤 되었습니다. 차는 사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죽 즐기던 음료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청차인 우롱차를 즐겼었지요. 영국에 있을 동안은 홍차가 값도 싸고 다양하니 홍차를 집중적으로 즐기는 것이 현명합니다. 홍차 깡통도 꽤 많이 생겼는데, 언젠가 빈 홍차 깡통들 죽 모아놓고 사진 한번 찍어 올려 보겠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차들을 마시고 나니 이제 차에 대해 감이 '조금' 잡힙니다. 조잡한 차들을 하도 마셔대서 이제 이런 차들은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ㅋ 좋은 차 감식 능력은 아직 요원한 일입니다. 그저 찻잎 얌전하게 잘 생기고 맛과 향만 좋으면 최고이겠거니 생각하고 ..
결혼 기념일 찻상을 위해 샀던 미니 장미가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응애가 달라붙어 그놈들 퇴치하느라 애는 좀 먹었습니다만, 달걀 노른자로 천연 살충제 만들어 정성껏 뿌려주고 물 주고 밥 주고 햇빛 쪼여주었더니 보답이라도 하듯 아주 풍성히 잘 자라주고 있어요. 작은 장미 꽃송이가 예뻐 아무 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집에 데려왔는데, 원예 고수님들 말씀으로는 이 미니 장미가 키우기 가장 까다로운 것들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이를 어쩐답니까. 한 달 전 집에 데려왔을 당시엔 꽃송이가 10개 정도 있었습니다. 그 열 송이가 다 지고 새로 열한 송이가 또 올라왔습니다. 지금이 한창 자랄 때인가 봅니다. 막 벌어지기 시작한 꽃봉오리처럼 사람 감탄하게 만드는 게 또 있을까요? 집 밖에 널린 게 나무와 꽃인데도 이렇게..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느닷없이 소포가 배달돼 왔습니다. 미스Miss도 미시즈Mrs도 아닌 미즈Ms 호칭까지 정확히 쓴 걸 보면 틀림없이 불량소녀 님의 만행입니다. 보낸 이와 주소를 확인하고는 신나서 포장을 뜯으려는 순간, 아니? 다쓰베이더와 단단이 젤루 좋아하는 로빈Robin이 아닙니까! 아침에 로빈이를 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짜리몽땅 통통한 것이 꼭 단단 같습니다. 한국 가면 이 로빈이들이 가장 그리울 것 같습니다. 포장을 뜯어 봅니다. 밀크티의 제왕이라는 티백을? 영국 수퍼마켓에 널린 게 이 요크셔 골드 티백인데, 왜 미국에서 이걸 보내셨을꼬? 현명하기 짝이 없는 불량소녀 님께서 그런 소모적인 일을 하실 리 있겠습니까. 투명스카치 테잎이 상자에 둘러진 걸 보니 단지 상자로만 활용한 것..
▣ 저는 저 작고 소박한 집이 왜 이렇게 예쁘죠? 2층 파사드facade와 빨간 타일 좀 보세요. 사는 사람은 불편하겠지만 밖에서 보는 사람은 예뻐 죽겠는 유럽의 집들. ▣ 이곳도 이곳 건축물들만의 색이 있네요. 영국은 어느 곳을 여행하든 그 고장만의 건축물 색이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건축 자재들을 써서 지었기 때문이겠죠. 런던 건축물들의 하얀 포틀랜드 스톤, 바쓰 건축물들의 밝고 온화한 베이지색 석회암... 저 건물도 오래 전에 지어졌으니 완공 당시에는 지금보다 뽀얬을 겁니다. ▣ 녹지 많은 영국. 길을 가다 나무가 하도 신기해서 한 장. 영국인들은 식물도 수집하는 습관이 있어 동네 길 걷다가도 각 집 정원에서 처음 보는 희한한 식물들을 많이 봅니다. ▣ 빼꼼. 사랑스러운 물망초forget-m..
▣ 대학 구경을 마친 뒤 '지붕 씌운 시장'이라는 'Covered Market'에 들렀습니다. 즉석 쿠키 가게 앞에 학생들이 줄을 섰습니다. 막 구운 미국식 쫀득쫀득한 '쿠키' 냄새가 시장 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침이 꼴깍 넘어갔으나 이제 줄 서서 쿠키 사 먹기엔 머쓱한 나이가 된지라 그냥 사진만 찍었습니다. 그림체가 익숙하죠? 영국에서 현재 가장 잘나가는 아동 문학가 겸 삽화가인 쿠웬틴 블레이크Quentin Blake가 그려 주었다고 합니다. 크고 달고 기름져서 입에 넣자마자 혼을 쏘옥 빼앗는 저 미국식 맛난 쿠키가 영국의 전통 티타임 비스킷들을 몰아내고 있다고 ☞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고기 파이 가게입니다. 포크 파이가 보이는데, 봄철 피크닉과 티타임, 특히 하이 티hi..
지난 글에서는 옥스포드 대학 중 크라이스트 처치를 둘러보았고요, 오늘은 이곳 학생들이 예배 드리는 공간을 보겠습니다. 'Christ Church Cathedral.' '주님의 교회 대성당'이라니, 우리 말로 직역하면 다소 이상하게 들립니다. 영국에서는 '대성당cathedral'이 반드시 로마 가톨릭 교회 건물을 뜻하지 않는다고 말씀 드린 적 있습니다. 이곳도 헨리 8세 때 국교를 성공회로 전환하면서 성공회 건물로 바뀌게 되었지요. 영국에서 가장 작은 커씨드랄이라고 합니다. 더 진행하기 전에 먼저 위 화면의 재생 단추를 눌러 음악을 틀어보세요. 화면없이 음악만 나올 텐데, 저희가 이곳을 구경할 동안 어린 학생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중창단이 이 곡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곡 설명은 나중에 따로 드릴게요. 내부 ..
다쓰베이더와 단단이 사는 동네에는 50m 안에 채리티 숍charity shop이 무려 여덟 개나 있습니다. 영국 어디에도 한곳에 이렇게 채리티 숍이 많이 모인 데는 또 없을 거예요. 채리티 숍은 말하자면 한국의 같은 중고품 자선 가게입니다. 여기저기서 기부 받은 물건들을 자원봉사자들이 잘 정리해서 값을 매긴 후 저렴한 값에 되파는 곳인데, 저도 살 빼서 못 입게 된 옷을 몇 번 갖다 준 적이 있지요. 이곳에서 옷을 사기도 하고요. 괜찮은 청바지를 5천원에 살 때도 있습니다. 영국인들의 삶의 지침이 되는 표어 중에 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가 안 쓰는 물건이라도 절대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는 법이 없어요.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물건일지 모른다는 거죠. 실제로 예술가들 중에는 채리티 숍을 다니며 캔버스에..
집에서 기차로 한 시간 반 거리에 옥스포드가 있습니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진작 와 보지 않았을까 의아해하며 기차에서 내렸습니다. 역에서 번화가 쪽을 향해 걸으면서 다쓰 부처는 거리에 한국인이 매우 많아 깜짝 놀랐습니다. 관광객 신분으로 부모와 함께 돌아다니는 중고생쯤 돼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영어를 배우러 온 젊은이들이라 하네요. 그러고 보니 곳곳에 영어학교 간판이 눈에 띕니다. 이름도 대개 '옥스포드 ○○○ 컬리지' 형태를 하고 있어 잘 모르는 사람은 옥스포드 대학인 줄 착각하겠어요. ㅋ 옥스포드 대학과는 아무 상관 없지만 같은 동네에 있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그럴듯하게 이름 지은 것 같습니다. 부모님 따라 관광 온 아이들은 영국의 공부 잘하는 언니·오빠들을 코 앞에서 보면서 자극도 받고..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한국과 반대입니다. 이들은 우선 아파트 같은 공동 주거 형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타워팰리스 같은 고층 건물은 제아무리 고급으로 지었다 해도 이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입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명품 가방이나 유명 브랜드 옷 따위를 걸치고 다니는 것도 진부한 일로 치부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단단은 백인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좋은 옷, 좋은 가방으로 잘 치장하고 다녀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품고 명품 옷 바리바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벌) 싸들고 영국 땅에 발을 디뎠는데, 웬걸요. 이런 옷들은 이제 하는 수 없이 집에서 실내복으로나 입는걸요. 남 주자니 아깝고 나중을 위해 고이 모셔두자니 인생은 짧고 말이죠. 영국에서는 런던 같은 대도시보다는 시골로 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