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영국 동화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 1866-1943의 동물 이야기는 모두 23권이 출판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다람쥐 '넛킨Nutkin'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름 잘 짓지 않았나요? 다람쥐 이름이 '넛nut' + '킨kin'이라니. 1903년 초판 표지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책이 이 초판과 거의 같은데, 현대에 와서 초판 디자인으로 다시 찍은 거라서 그렇습니다. 천으로 제대로 장정한 하드 커버에 금박 글씨가 정말 야무지게 꼭꼭 찍혀 있어요. 막 찍어 낸 대량생산 책들이 범람하지만 영국에는 아직도 수작업으로 고급 장정 책을 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큰돈은 못 벌고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지만요. 전자책과 싼 제본 책이 난무하는 세상에 공들여 수작업한 고급 ..
한국에서도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파란 깡통의 덴마크 클래식 비스킷 . 크리스마스용이라 황금색입니다. 그런데 이건 또 '쿠키'라 불러 줘야 합니까? 불러 달라는 대로 불러 줘야지요. 영국 과자들은 '비스킷'으로 불러 주시면 좋고요, 미국 과자들은 '쿠키'라 해 주시면 좋아요. 그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 때문입니다. 밤에 찍어서 사진이 노랗습니다. 영국의 가정집 밤 분위기가 어떤지 느껴 보시라고 색 보정 않고 그대로 올려 봅니다. 영국에서는 가정집에 여간해서 형광등을 쓰지 않아요. 조명이 어둡고 노래서 눈이 금방 피곤해지는데, 이들은 또 형광등이 눈을 아프게 한다네요. 버터 과자를 좋아하는 단단이지만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도 이 데이니쉬 버터 쿠키만큼은 썩 좋아하질 않았습니다. 버터 과자라 불러 주..
어이구내새끼C가 태어났습니다. 단단은 이제 어이구내새끼1, 2, 3, 4, 5, A, B, C를 거느린 골목대장이 되었습니다. 우리 빅브라더가 어이구내새끼1을 낳았을 때 단단은 큰배움터大學 동무들에게 한참을 으스대고 우쭐거렸었습니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고모야!"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꼬붕 여덟 마리를 거느린 두목이 되었네요. 세월은 참 빨리도 흐릅니다. 이제 고모 · 큰엄마 · 외숙모 소리를 골고루 듣게 되었습니다. 팔방미인입니다. 또 기념품 사서 보내고 기념 찻자리도 가져야지요. 암요. 포장해서 보내기 전에 하도 귀여워 이리저리 사진 좀 찍어보았습니다. 이 토끼 녀석 누군지 다 아시죠? 영국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의 피터 래빗Peter Rabbit입니..
단 단: (밀크티 홀짝이며) 헤렌드 아포니 다이아몬드 쥬벌리 로얄 블루 찻잔을 보고 다들 영감의 안목에 저으기 감탄들 하는 눈치요. 나도 모르고 있던 한정판 찻잔을 대체 어떻게 알고 주문한 게요? 안목 참으로 대단하오. 다쓰베이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과자를 우적우적) 홍차인이, 것두 영국에 있으면서 헤렌드 영국 한정 찻잔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그나저나, 찻잔이 신발탄성인 모습을 담고 있는 게 인상적이지 않소? 단 단: 무,무엇, 시,신발을 탄 성인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외계어 같구려! 다쓰베이더: 울트라맨에 등장하는 악당 이름이오. 우주 발탄Baltan성星에 기거하는 다크한 파워를 지닌 종족 이름으로, 스펙이 더욱 강력해진 신가다라 '네오neo'라는 접두어가 붙었소. 신-발탄성인이 어떻..
"헤렌드 아포니 다이아몬드 쥬벌리 로얄 블루? 이게 도대체 무슨 암호야?" 홍차에 관심 없고 다구엔 더욱 관심 없고 영국에는 더더욱 관심 없는 분들께는 진정 암호와 다름 없죠. 헝가리의 '헤렌드'라는 도자기 회사에서 '아포니'라는 헝가리 굴지의 가문 식기에 쓰였던 문양을 따서 홍차의 나라 영국 군주의 재위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블루 중에서도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아주 진한 '로얄 블루'색으로 도자기를 한정 출시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a?&* 해설이 더 어려워 장사꾼들한테는 불황에도 소비자 지갑을 여는 비장의 무기가 두 개 있지요. 바로 '공포심 조성'과 '한정 판매limited edition'라는 겁니다. 주방 도마에 변기보다 더 많은 세균이 우글거리는데 물로 깨끗이 씻어 햇빛에 소독..
영국인들은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합니다. 추수감사절을 쇠지 않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이 됩니다. 수퍼마켓과 백화점들이 벌써 크리스마스 식품과 용품을 갖다놓고 팔기 시작했어요. 올해의 '프리pre-크리스마스' 과자로는 영국의 전통 티타임 비스킷 모듬을 사보았습니다. 출시된 지 백년 넘은 진정한 클래식 과자들도 있고 1950년 이후 태어난 모던 과자들도 있지만 영국에서는 뭉뚱그려 '클래식 티타임 비스킷'으로 부릅니다. 버터가 잔뜩 든 쇼트브레드shortbread는 어쩐 일인지 클래식 비스킷 모듬에서 빠질 때가 많습니다. 수퍼마켓에서도 물론 팔긴 하지만 쇼트브레드는 기본적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 메이드' 전통 과자로 분류가 되나 봅니다. 신문사나 과자 회사들이 수퍼마켓 시판 ..
차 고수들은 이 말을 들으면 아마 비웃겠지만, 단단이 영국 와서 홍차에 막 입문할 당시에는 홍차 깡통이 주는 심미적 만족이 홍차 선택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곤 하였다. 영국에서 구할 수 있는 홍차들은 닥치는 대로 구입을 하고 주변의 고마운 분들로부터 다양한 차를 선물 받아 이런저런 우리기 실험을 해가며, 또, 차 관련 자료들을 찾아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영국에서는 홍차 구하기가 정말 쉽고 값도 싸다. 한국에서는 돈 드는 취미인 이 홍차 마시기가 영국에서는 취미라 하기도 민망한 일상의 일이니 여기 있을 때나 실컷 마셔 두자, 우리 부부는 둘 다 커피도 안 마시고, 술·담배도 안 하고, 돈 없어 외식도 잘 안 하니 저렴한 홍차라도 열심히 마셔 기분 내야겠구나 싶었다. 영국인들의 홍차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
다쓰베이더가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할로윈 머핀 떨이하는 걸 사왔습니다. 아이고 두야. 여기 사람들은 할로윈을 기념하지 않아요. 장사꾼들이나 물건 팔아먹으려고 조잡한 물건 잔뜩 내놓지. 게다가 할로윈은 10월31일 아닙니까. "어서 찻물 올리고 블로그에 쓸 사진 찍을 준비나 하시오." 논문 써야 되는데 영감이 자꾸 블로그질 하라고 꼬드깁니다. 그래놓고 자기는 공부합니다. 역시 적은 내부에 있었군요. 그런데, 연출을 하고 싶어도 집에 으스스한 소품이 뭐 있어야 말이죠. 징그러운 도자기 촛대나 꺼내봅니다. 단단이 좋아하는 촛대입니다. 서양 성인 남자 손 크기라서 제법 큽니다. 내일은 촛대에 어울릴 시커먼 양초나 사러 나가봐야겠습니다. 할로윈에 어울릴 만한 홍차를 찾아 차상자를 뒤적이다가 불량소녀 님이 보내주..
▲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잉글랜드 처녀. 도도해 보여도 의외로 나긋나긋한 구석도 있다는데. 여러분, 이태리 처녀와 영국 처녀의 이미지를 잠깐 떠올려보세요. 어느 쪽이 더 사근사근 애교 있고 붙임성 있을 것 같습니까? 앵글로 색슨이나 게르만 쪽보다는 라틴 계열 사람들이 아무래도 햇빛을 많이 쫴서 성격도 좀 더 활달하고 여자들도 더 친절할 것 같지 않나요? 이태리 사람들은 양 볼 모두에 뽀뽀하면서 인사를 하고, 영국 사람들은 한 쪽 볼에만 뽀뽀 인사를 한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런 걸 봐서도 이태리 여자들이 왠지 더 사랑스러울 것 같죠. (요즘은 영국에서도 양 볼에 뽀뽀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움와, 움와, 이렇게 두 번.) 다혈질 마틴 루터가 유럽을 들쑤시던 시절, ☞ 에라스뮈스라는 온화한 성..
오늘은 경이로움 님께서 보내 주신 홍차를 우려 봅니다.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eres의 입니다. "Our own Russian blend, featuring silver tips, is famous for its grand finesse and slightly smoky fragrance. This masterpiece by Mariage Frères is named after the Russian czar who introduced Parisians to Russian-style tea in 1814." 프랑스에서 러시아 황제를 기려 만든 홍차. 차장수들, 하여간 장사 수완들도 좋아요. ㅋ 훈향 나는 랍상 수숑에 얼 그레이를 가미한 것 같네요. 향이 아주 좋습니다. '랍상 소총'이라 발음하지..
"영국음식? 에휴, 맛없잖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많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저도 영국 오기 전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 분들께 단단은 이제 다음의 두 가지를 꼭 묻습니다. "영국음식이 맛없다고 하셨는데, '영국음식'이 맛없다는 뜻인가요, 영국 여행 오셔서 사 먹은 음식이 맛없다는 뜻인가요?" 이렇게 물으면 방금 영국 음식 맛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던 분이 갑자기 머뭇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다시 말합니다. "음...'영국음식'이 맛없다는 게 맞겠네요. 변변한 영국음식이라곤 피쉬 앤드 칩스말고 뭐 없으니까요. 그것도 사실 너무 기름지잖아요?" 이 분처럼 '영국음식'이 맛없다고 대답하신 분께는 두 번째 질문을..
오늘은 영국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이미의 요리책은 현재까지 모두 열 세 권이 나와 있는데, 단단은 이 열 세 권을 다 갖고 있습니다. (제이미 올리버 요리책 두 권 또는 두 권 이상 갖고 계신 분, 저랑 친구 합시다!) 날 잡아 각각의 요리책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해 먹어 본 것들은 다 맛있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재료 구하기 쉽지 않아 고전하시겠지만 단단은 운 좋게도 제이미의 애용 수퍼마켓 두 곳 와 가 엎어지면 코 닿을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재료 사다 레서피를 실천해 보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제이미 요리책 열 세 권 중 다음의 두 권이 좀 각별할 겁니다. • 30분 안에 3-코스 ..
여의도 63빌딩 57층에 이라는 고급 중식당이 있지요. 그런 비싼 곳에서 외식할 처지가 못 되는 다쓰 부처를 어엿비 여긴 친척 어르신께서 가끔 맛있는 요리를 사 주시곤 하셨습니다. 으아아. 생각만 해도 침이 콸콸 나오는군요. 침샘이 다 아픕니다. 기억하기로 백리향 요리는 다 맛있었는데, 심지어 짜장면조차도 참 예술이었던 것 같아요. 맛있는 거 사 주시는 분은 두고두고 기억 나고 감사합니다. ㅋ 코쟁이들 나라에 살면서 서양 요리를 주로 먹다 보면 한·중·일 음식 어디에나 들어 있던 저 글루탐산나트륨이 불현듯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이태리 요리에는 자연적으로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예를 들어, 파마산 치즈나 안초비, 토마토, 포르치니 머쉬룸 따위) 이태리 유학생들은 이태리 음식만 먹고도 ..
▲ 해질 무렵 찍은 클로티드 크림. 포장이 산뜻해졌습니다. 한국에도 클로티드 크림이 들어갔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그런데, 것으로 들어갔다면서요? 이곳 영국의 수퍼마켓들은 주로
▲ 런던 버클리 호텔의 다이아몬드 쥬벌리 기념 아프터눈 티 친애하는 방문자 여러분. 영어 좀 되십니까? 여기 들어오시는 분들, 듣고 쓰고 말하는 건 어려워도 사전 찾아가며 더듬더듬 읽고 해석하는 정도는 하실 수 있을 거라 전제하고 글을 쓰겠습니다. ㅋ 오늘 한국의 홍차인·녹차인들을 '깜놀'하게 했던 기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일단, 한국 포털들의 대문을 장식했던 그 기사를 BBC와 Daily Mail 원문으로 한번 보십시오. ☞ Male tea drinkers 'at greater risk of prostate cancer' ☞ Seven cups of tea a day 'raises risk of prostate cancer by 50%' '프로스테이트 캔서prostate cancer'는 남성분들이 잘..
아니, 요즘 한국이 그렇게 덥다면서요? 믿거나 말거나, 저흰 두꺼운 내복을 입고도 덜덜 떨다 못 견뎌 엊저녁엔 난방을 좀 했습니다. 추워 죽것어요, 아주. 차생활이 다소 단조로워졌습니다. 홍차는 무조건 머그 한가득 담은 수퍼마켓표 종이 티백 밀크티입니다. 우아하게 공부차 우려 '바디감'이 어쩌고 할 계제가 아녜요, 지금. 하도 추워 오늘은 매콤한 비스킷으로 몸이나 훈훈히 데워 보세 하고 난생 처음 진저브레드 비스킷을 다 구워 보았습니다. 사람 모양 비스킷 커터가 없어서 크리스마스 땡처리 할 때 사 둔 커터를 썼습니다. 생강가루만 넣으면 매가리가 없으니 이런저런 향신료를 더 넣어 제대로 풍미를 살려 봅니다. 비율은 취향껏 조절하시면 되겠습니다. 단것 싫다고 당밀 양을 줄이면 맛과 향이 제대로 안 나니 너무..
다쓰 부처는 외식을 잘 하지 않습니다. 형편에 맞는 저렴한 외식을 하자면 재료도 후지고 맛도 평범해 도무지 성에 차질 않더라고요. 동네 펍pub에서 아무리 저렴한 식사를 한다 해도 둘이서 최소 20~30파운드는 들 텐데, 그 돈이면 웨이트로즈Waitrose 같은 고급 수퍼마켓에서 질 좋은 재료 사다 집에서 저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menthal이나 마커스 웨어링Marcus Wareing 같은 최정상급 요리사들 레서피로 요리해 먹는 게 재미도 있고 훨씬 낫다는 거죠. 최신 테크닉으로 만들어진 최고의 요리를 즐기려면 이제는 이태리나 프랑스가 아니라 뉴욕이나 런던, 스페인을 가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게다가, 영국이 얼마나 요리 프로그램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인지는 요리에 조금만 관심 있는 분이라면 잘..
영국인들. 무슨 일만 있다 하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스트리트 티파티'를 합니다. 전승 기념 티파티, 로얄 웨딩 기념 티파티, 대관식 기념 티파티, 25주년 실버 쥬벌리 티파티, 50주년 골든 쥬벌리 티파티, 60주년 다이아몬드 쥬벌리 티파티, . . . 로얄 웨딩이나 대관식은 영국인이라면 살면서 몇 번 정도는 볼 수 있지만, 군주의 재위 60주년을 기념하는 다이아몬드 쥬벌리는 여간해서는 맞기가 힘들죠. 역대 영국 왕들 중 빅토리아 여왕과 현 여왕만이 재위 60주년을 맞았습니다. 제아무리 까칠한 사람이라도 누군가 공직에 60년 세월 동안 몸 담고 있었다는 건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여왕의 다이아몬드 쥬벌리를 기념하기 위해 영국은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의 연휴에 들어갔습니다. 아..
영국의 국민 비스킷인 쇼트브레드shortbread를 모르시는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전세계적으로는 빨간 타탄tartan 포장의 사 제품이 유명하지요. 저는 이것도 좋아하고, 것도 좋아합니다. 한입 베물면 '쇼트'하게 파삭 부서진다고 해서 '쇼트브레드'라고 불립니다. 여러 가지 모양으로 출시되고 있는데 사진에 있는 것은 손가락처럼 길죽하다고 해서 '핑거'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얼마 전 단단은 티타임에 밀크티와 함께 쇼트브레드 핑거를 먹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대량생산 과자인 줄 알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꼬챙이로 낸 구멍이 삐뚤빼뚤한 거예요. '어? 이게 핸드 메이드 비스킷이었나?' 싶어 과자 상자에서 또 하나를 끄집어내 살펴봤지요. '어라? 같은 사람이 작업했나? 구멍이 ..
소식이 늦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새 글을 올리겠다 다짐했는데 쉽지가 않네요. 오늘은 영국 동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래의 영국 동전 사진을 자세히 보세요. 디자인 끝내주지 않습니까? 영국 살면서 생활 곳곳에서 맞닥뜨리는 사소한 물건들의 디자인에 감탄하다 감탄하다 지쳐 이제는 두통이 다 생겼습니다. 영국 생활 초기에 범죄율 높고 주거 환경 열악한 지역에 살았었는데, 그런 후진 동네에 살았어도 분기마다 날아오는 구정 소식지의 디자인과 색상 안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더군요. 깜짝 놀랐었죠. 무슨 일을 하든 반드시 전문 디자이너를 따로 두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영국인들은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언제 날 잡아 영국 디자인에 대한 제 ..
작가 아저씨가 저작권 신경 쓰지 말고 아무나 출력해서 인형놀이 하라고 했으니 우리 어린이들, 엄마한테 프린터로 뽑아 달라고 해 마음껏 가지고 놀아보세요. 특히 파묵 오빠와 메리 언니를 활용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번 꾸며보아요. 더 크고 선명한 원본은 ☞ 여기에 있어요. 어린이1: 단단 아줌마, '저작껀'이 뭐예요? 단단: 으응, '저작'이란 '씹는다'는 뜻인데, 만든 사람한테 허락을 받지 않고 막 갖다가 쓰는 사람들은 통째로 "씹어 먹어버리겠다"라는 무시무시한 뜻이 담긴 말이란다. ■
올해는 여왕 할머니의 즉위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여왕님의 '포스'는 실로 대단해 손자인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여기저기서 봇물처럼 기념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상술에 절대 놀아나는 법이 없는 꼿꼿한 단단, '우리가 이런 기념품 따위 살 돈이 어딨간. 밖에 나다닐 차비도 없구만.' 심드렁해하고 있는데, 얼마 전 식품 관련 소식지에서 다음과 같은 광고를 보게 되었지요. 으응? 또 솔깃 그런데 이번에는 똑같은 차를 무려 세 가지 색 깡통으로 냈어요. 점잖던 트와이닝도 장사 수완이 점점 느는 모양입니다. 깡통 디자인도 다른 홍차 브랜드 것들에 비하면 좀 덜 근엄하고요. 상큼·발랄한 십대·이십대 아가씨들 취향입니다. 저 깡통에 있는 마차가 바로 여왕이 스물 여섯 살에 대관식 할..
오늘은 영국 아프터눈 티 테이블의 필수 요소인 '오이 핑거 샌드위치'에 대해 논해보겠습니다. 설명을 위해 다쓰베이더가 만든 식빵을 잘라 하나 급조해보았는데, 얌전하지가 못하고 어수선한 것이 꼭 제이미 올리버가 만들다 만 음식 같군요. ㅋ 단단은 한국 블로거들의 영국 여행기를 보면서 가끔 킥킥거릴 때가 있습니다. 영국 여행을 오시면 십중팔구 티룸을 가시죠. "영국은 홍차의 나라라 하니 그 뭐시기 '애프터눈 티'인지 뭔지 하는 걸 꼭 먹어줘야지." 하시고는 '억' 소리 나는 비용도 마다않고 호텔 티룸들을 가십니다. 그런데 막상 찻상을 받아 보시고는 실망하는 분이 적잖은 것 같아요. "뭐야, 이 퍽퍽한 동그란 빵은?" (스콘) "우웩, 푸딩인 줄 알고 퍼먹었는데 뿜을 뻔했네. 대체 이 느끼한 노란 물질은 뭐야..
채리티 숍에서 물경 8천원을 주고 영국 화가의 수채화 프린트 한 점을 사 왔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영국 풍경이지만 단단에게는 좀 각별합니다. 다쓰 부처와 가깝게 지내는 어느 영국 노인이 사는 동네이거든요. 방문한 적도 있지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늘어선 조용하고 예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이 액자를 발견하고는 그야말로 눈이 번쩍, 8천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지불할 정도로 반가웠었습니다. 구글맵에서 따온 스트리트 뷰 화면. 똑같죠? 빨간 체크의 간판도 그대로입니다. 미일리어를 놓고 연출했는데 색상이나 분위기 모두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미일리어가 마치 영국의 거리를 거닐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이 액자는 앞으로 미일리어 뒤에 걸어 두기로 했습니다. 화가에 대해 말씀 드려..
성금요일을 맞아 옛날 사진첩에서 아름다운 영국 교회 사진을 찾아 올려봅니다. 2009년 7월, 영국 여행을 오신 권여사님을 모시고 런던에 있는 어느 교회의 음악회를 갔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전문 공연장뿐 아니라 교회 건물에서도 음악회를 많이 합니다. 바로크풍과 현대풍을 적절히 조화시킨 실내.창문의 모던한 십자가가 인상적이죠.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영국풍 천장 조명. 연주회 마치고 인사하는 연주자들을 몰래 찍어보았습니다. 임신해서 배가 불룩한 연주자가 무려 셋이나 있었습니다. 엄마가 연주자라니, 태교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했을 것 같네요. 오르간. 오르가니스트 블친을 위해 좀 더 밝게 한 장. 내일 모레면 부활절입니다. 부활절..
부엌 창문 너머로 산비둘기woodpigeon 한 마리가 보입니다. 설거지를 끝내고 났더니 이번에는 까치로 바뀌었습니다. 흔히 보는 까치이지만 가만 보면 흑백의 명쾌한 대비와 잘 빠진 꼬리 깃털이 매우 '스타일리쉬'한 멋쟁이 새입니다. 새 얘기 꺼낸 김에 단단이 설거지하면서 볼 수 있는 새들을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열다섯 종이 훌쩍 넘는 것 같은데 이름을 다 알지는 못 해요. 오늘은 일단 아는 녀석들만 열거해볼게요. 다쓰 부처가 가장 좋아하는 로빈robin. 오렌지빛 가슴 털과 목소리가 정말 예쁜 새죠. 그런데 예쁜 외모와는 달리 성깔이 좀 있어요. 수컷 둘이 맞붙으면 한 쪽이 피 흘려 죽을 때까지 싸우기도 합니다. 일년 내내 볼 수 있긴 하지만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새'로 통합니다. 스모키 눈화장이 ..
▲ 저봐요 저, 가운뎃손가락에 끼웠는데도 헐거워서 반지 돌아간 거. ▲ 식힘망에 옮겨 완전히 식히기. 몇 개는 벌써 없어졌군요. 뜨거울 때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 인기 만점 트리오에 담아 냠냠. 마음 같아서는 우리 블로그 친구분들께 각자 마음에 들어하시는 트리오 하나씩 척 안겨 드리고 싶으나. 국제 배송비가 너무 비싸 감당이 안 됩니다.;; 이놈의 나라는 우편비가 너무 비싸 당최 답이 안 나옵니다. 교통비도 너무 비싸 밖에 마음껏 나다닐 수도 없어요. 우편비가 비싼 건 서비스가 지나치게 좋기 때문이고(하루에 우체부가 이른 아침, 오후, 두 번이나 왔다감. 인적 드문 산골짜기 오지도 마다않고 열심히 다님), 교통비가 비싼 건 민영화 탓입니다. 영국인들은 현재 유럽에서 가장 비싼 요금을 내면서도 가장 후..
단단이 저녁 설거지 할 동안 부엌 쓰레기 버리러 나간 다쓰베이더. 한참 만에 다크한 낯빛이 부하 직원 스톰 투룹퍼처럼 하얗게 질려 허겁지겁 뛰어들어왔다. "결혼반지가 쓰레기통 속으로 사라졌어!" "에에?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뜨내기 유학생 집에 전기초롱불lantern이 있을 리 만무하다. 전깃불도 없는 으슥한 빌라 쓰레기장에 둘 다 빈손으로 뛰어 내려가 달빛에 의지해 집채만 한 쓰레기통 뒤지기를 한 차례 한 끝에 (우웩) 다행히 바닥까지 가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찾아냈다는데. ㅡ,.ㅡ 이게 다 유태우 반식 다이어트 때문이다. ☞ 유태우 반식 다이어트 성공담 단단과 함께 반식 다이어트 했던 다쓰베이더, 손가락 살이 같이 빠지는 통에 반지가 헐렁헐렁, 내 안 그래도 불안했지. 쓰레기 봉투 냅다 던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