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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우니를 구워보았습니다. 단단의 외가 쪽에 정신과 의사가 무려 세 분이나 계십니다. 그 덕에 단단의 정신이 아직까지는 멀쩡한 거예요. 평소 고민 있는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셔서 그런지 이분들 하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속 이야기들이 나도 모르게 기냥 술술 나옵니다. 가정사를 스스로 까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죠. ㅋ 이분들 하고 대화 나누는 게 하도 재미있어 단단은 기회만 되면 뵈려고 애를 씁니다. 다들 또 유머 감각들은 어찌나 좋은지. 가만히 관찰해보니 이분들은 말하는 기술도 좋지만 무엇보다 듣는 기술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듣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요. 그런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는 걸까요? 의대 정신과 수업 중에 그런 과목이 따로 있기라도 한 걸까요? 판소리 아..
▲ 크리스마스 머그 - 불량소녀 님 기증 크리스마스 접시 - 낭만소녀 님 기증 12월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크리스마스 과자 ☞ 민스 파이를 또 사서 즐겨 봅니다. 맛은 있는데, 어후, 달아요, 너무 달아요. 그래도 일년에 딱 한 번 있는 크리스마스인데 건너뛰면 섭섭하죠. 꼬박꼬박 사서 먹습니다. 달긴 하지만 향이 좋아서 민스 파이를 꼭 삽니다. 영국에 계신 분들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영국의 소비자 단체 가 선정한 ☞ 2013년 최고의 민스 파이에 관한 기사입니다. 한국과 달리 영국은 제품을 가차없이 평가해 순위 매기고 회사와 제품 이름까지 낱낱이 공개합니다. ㄱ사, ㄴ사, 아, 이딴 머리글자 처리 절대 안 합니다. 사실 어떤 브랜드 제품을 사든 우리 한국인 입맛에는 이 민스 파이가 너무 달고 향신..
▲ 다쓰베이더 소유의 곰돌이 녀석들. 오른쪽부터 - 풀벅이와 보풀이. TV 골동품 프로그램에 팔순 할아버지가 털 다 빠진 꾀죄죄한 곰인형을 안고 나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 어릴 때 사 주셨던 곰인형이라우." 자랑하는 걸 볼 때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이 나라에선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인형을 80년 가까이 간직하고 있는 노인이 다 있다니. 그런데 영국에는 이런 사람이 아주 많다. 조부모가 '사 주신' 장난감이 아니라 아예 조부모가 어릴 때 갖고 놀다 '물려주신' 장난감을 갖고 있는 노인들도 많다. 그럼 그 장난감은 도대체 몇 살이란 말인가. 골동품 감정가가 털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낡은 곰인형을 보고 하는 말이 더 기가 막히다. "He's much loved!"..
사의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홍차가 올해로 80세가 되었다는군요. 1930년 대에 첫 선을 보였다는 얘기가 되겠는데, 회사가 창립된 해가 공식적으로는 1706년이니 회사 나이에 비해서는 그리 오래된 블렌딩이 아니네요. 영국인들의 아침 식사마다 함께 해온 브렉퍼스트 홍차가 80세가 되었다니, 회사로서는 뜻깊은 일이죠. 기념 포장을 따로 낼 만하죠. 동네 수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길래 저도 두 상자를 사보았습니다. 아르 데코 디자인의 포장이 참 근사하죠? 깡통도 함께 냈으면 좋았으련만. "우리 회사의 잉글리쉬 브렉퍼스트가 80세 생일을 맞았기에 이를 기념하코자 합니다. 1930년대 저 스타일리쉬한 아르 데코 시절에 탄생한 블렌딩입니다.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영국의 전통 아침 식사들 - 키퍼스나 케..
헝가리 태생의 영국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가 2017년 에서 장시간에 걸쳐 바흐(J. S. Bach, 1685-1750)를 연주했습니다. 장소는 영국 런던의 입니다. 재생 단추를 누른 뒤 화면 하단에서 꽃모양 단추를 눌러 고화질로 전환해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 양반이 지금 바흐의 저 기나긴 곡을 전부 외워서 연주합니다. 암기력, 정신력도 대단하지만 예술가의 재능에는 체력도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연주자의 열정적이고 분방한 연주, 좋지요. 그런데 단단도 이제 나이가 드니 차분하고 관조적인 연주가 더 와닿습니다. 혹시 이 글 보시는 분들 중 어린 자녀를 둔 분 계세요? 아이에게 꼭 피아노를 가르쳐 주세요.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행복한 추억과 좋은..
시판 치즈케이크들이 성에 안 차 직접 구워보았습니다. 다들 치즈를 너무 아끼는 데다 지나치게 달아요. 첨가물도 많이 들었어요. 과하게 입힌 인공 향료 냄새도 참을 수 없어요. 마르지 말라고 위에 도포한 글레이즈, 이것도 케이크에 엉뚱한 맛을 더해서 싫어요. 바닥에 깐 비스킷은 제대로 갈지도 않고 야무지게 뭉치지도 않아 지근지근 모래처럼 씹혀요. 치즈케이크 위에 베리를 얹은 건 봐 줄 수 있는데 치즈케이크 속에 넣은 건 또 싫어요. 소의 촉감과 치즈 풍미를 마음껏 느끼는 데 방해돼요. 장인이 제대로 만들었다는 치즈케이크는 값이 또 너무 비싸요. (원 까다롭기는.) 치즈케이크의 역사를 따져 올라가보니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갑니다. 국가별로, 혹은, 미국 같이 덩치 큰 나라는 심지어 도시별로도 치즈케이크의 재..
하리보 젤리를 창조하신 한스 리겔Hans Riegel 옹께서 지난 10월15일에 타계하셨습니다. 향년 90세, 사인은 심정지. 오늘은 리겔 옹을 기려 쌉쌀한 녹차에 하리보 젤리를 차음식 삼아 찻자리를 가져봅니다. 변종 아닌 오리지날 하리보 젤리 구하느라 온 동네를 다 뒤졌어요. 이제야 추모 글을 씁니다. 쨍한 과일맛에 오돌오돌 씹히는 감이 일품입니다. 신문 기사 보다가 알게 된 사실 - 하리보Haribo라는 이 귀여운 곰돌이 젤리 녀석의 이름은 창작자 이름과 회사 소재지의 합성어. HAns RIegel + BOnn.
단단이 어릴 적엔 길거리에 왜 그렇게 변태 소아성애자 아저씨들이 득실댔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니 이제 그런 사람들은 눈 씻고 찾아 봐도 보기 힘들지만요.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그런 놈들은 성인들 눈을 피해 우리 어린 딸내미들한테만 골라 출몰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는 소리죠. 아이들이 자주 돌아다니는 시간, 즉, 등하교 시간이나 학원 다니는 시간에만 교묘히 맞춰 출몰하는 데 도가 텄다는 거죠. 그러니 어른들 눈에 띄지 않는 거고요. 우리가 못 봐서 그렇지, 지금도 거리에는 그런 놈들 많이 돌아다니고 있을 겁니다. 오늘은 제가 어릴 때 만났던 '수많은' 변태 아저씨들 중 한 명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유쾌한 경험은 못 되지만 딸내미들 교육용 사례로 쓰시라고 올려 봅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영국은 그랜파, 그랜마, 마더, 파더, 엉클, 안트면 끝이다. 그보다 복잡해지면 그냥 이름을 부르면 된다. 시부모, 장인·장모도 이름으로 부른다. 이름 뒀다 뭣에 쓰나. 노친네들, 요즘 젊은 것들 가족 구성원간 호칭도 제대로 모른다며 전통 붕괴 운운 개탄하더니만, 전통은 개뿔, 이게 다 유학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온 악습이었어. ☞ 한국의 근친간 호칭법 한국 호칭법에 의하면 다쓰베이더의 여동생의 남편은 나더러 "아주머니"라 불러야 한다는데, 뭣이?! 이런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나? 나는 자기 색시를 결혼했는데도 "아가씨"라 불러주는데. 말 나온 김에, 도련님, 아가씨, 이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우리 결혼한 여자들이 무슨 하녀라도 된단 말이냐. 남자는 처남·처제에게 반말하는데 여자는 시동생들한테 존대 써야..
소위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라는 푸아그라. (이런 얼토당토않은 수식어는 대체 누가 붙이는 거냐?) 이에 대한 논쟁은 하도 많이들 들어 이제 식상하실 겁니다. 저요? 당연히 반대 입장이죠. 자기 혀 즐겁자고 동물을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다룰 권리는 인간에게 없다고 봅니다. 고기 먹는 걸 탓하는 게 아녜요. 고기란 자고로 좋은 환경에서 룰루랄라 잘 키워 잡을 때는 최대한 고통 덜 느끼도록 한방에 팍! → 이렇게 얻어야지요. 그런데, 푸아그라에 관한 논쟁이나 영상을 맞닥뜨릴 때마다 이런 댓글들이 종종 눈에 띄기에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 글을 씁니다. "개고기는 안 된다더니? 하여간 유럽놈들의 가식은 쩐다니까." "하여간 프랑스·영국 놈들은, 쯧쯧..." 어라? 거기 영국은 왜 들어가는 걸까요? 영국에서는 ..
▲ 영국 와서 소고기 보고 깜놀. "어? 고기가 왜 빨갛기만 해? 지방은 다 어디 갔어?" 한국의 어느 '미식가' 블로거가 소고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브리튼들은 뭐, 어떤 소고기를 갖다 줘도 맛없게 먹을 게 분명하니 논외로 치고." 아마도 영국음식이 맛없다는 통념에 의거해 말하는 것 같은데, 저는 이렇게 습관과 타성에 젖어 말글살이 하는 사람을 경계합니다. 이런 사람 옆에 있으면 창의력이 다 고갈돼버리는 것 같아요. 예술가는 이런 사람을 친구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제게 만일 자식이 있다면요, 무언가가 나쁘다고 흉보거나 싫다고 툴툴거리기 전에는 반드시 '혹시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편견에 의해 습관적으로 나쁘다고, 혹은 싫다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 번쯤 점..
▲ 지금까지 출판된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책. 미국 시장과 영국 시장을 위한 책 제목이 다르니 구매시 주의. 남의 블로그나 요리책에 있는 레서피를 가져다 자기 블로그에 공개하면 저작권을 위반한 게 될까요? 남의 레서피를 가져다 공개하는 방법에도 네 가지 형태가 있죠. 1. 나는 양심 있는 사람이니 그래도 남의 레서피를 갖다 쓸 때면 레서피 원작자와 출처를 꼬박꼬박 밝혀 준다. 나 착하지? 2. 그러면 좋긴 하겠다만, 나도 나름 이름난 요리 블로거인데 이게 남의 레서피라고 밝히게 되면 어렵게 쌓아올린 내 명성에 흠이 갈까 두렵고 왠지 쪽팔려. 그냥 쌩까고 내가 고안한 요리인 양 쓰련다. 3. 요리책 레서피 대로 만들어 봤더니 이러이러한 점이 부족한 것 같아 내가 재료와 공정 몇 군데를 좀 바꿔 봤어. 그러니..
런던 하이드 파크 앞에 호텔이 있습니다. 그 안에 라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앗, 창 밖에 기마 근위병들이. 주방 총 책임자가 바로 영국의 유명 요리사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ementhal입니다. (블루멘'탈'이 아니라 영국인이므로 블루멘'쏠'로 발음합니다. 요리사 본인도 자기 이름을 블루멘쏠로 발음합니다.) 단단이 좋아하는 요리사예요. 재능이 대단한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충만하고 괴짜 기질이 좀 있습니다. 좌우간 씨니컬한 사람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제 굳은 신념입니다. 이 레스토랑은 특이하게도 14세기 말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영국 전통 음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헤스톤의 재해석을 거쳐서요. ☞ 메뉴를 한번 보시죠. ☞ 음식은 이렇습니다. 허나, 다쓰 부처가 ..
영국 와서 처음 맛본 식재료 중에 '브뤼셀 스프라우트Brussels Sprouts'라고 불리는 것이 있습니다. 영국 발음으로는 '브러쓸스 스프라우츠'가 되겠네요. 오백원 동전 지름만 한 꼬맹이 양배추인데, 피를 엉기게 하는 비타민K가 많아 심혈관계 질환 있는 분, 고지혈증 치료 중인 분들에게는 삼가야 할 식재료로 꼽히죠.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몸에 좋은 채소로 여겨지지만요. 영국에서는 겨울철, 특히 성탄절 만찬상에 구운 칠면조 또는 구운 거위와 함께 오르곤 합니다. 아래 사진들을 보세요. 사진마다 브러쓸스 스프라우츠가 보이죠? 전형적인 영국의 성탄절 상차림이 이렇습니다. 소스 떡칠한 음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죠. ㅋ 집집마다 나물 조리법이 다 다르듯 영국에서도 가정마다 브러쓸스 스프라우츠 조..
▲ 단단이 좋아하는 담백·고소한 맛의 영국 전통 음식 . 저렴한 부위를 사다 써서 그런지 집에서 만든 건 요로코롬 예쁘게 사진이 안 나옴. 맛은 뭐 아주 좋음. 한식 안 먹고 산 지 5년이 넘었습니다. 몸과 마음에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 맵고 짜고 뜨거운 음식 안 먹으니 미뢰가 초등생 수준으로 도로 예민해짐. • 그래서 가리는 음식이 전보다 더 많아짐. 젠장 • 샐러드용 잎채소나 쌈채소가 너무 쓰게 느껴져 당최 먹을 수가 없을 정도임. • 아이들이 왜 채소를 안 먹으려 드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 • 혀 둔한 어른들이 미뢰 예민한 아이들을 채소 안 먹는다고 밥상머리에서 마구 야단 치는 것은 아동학대 및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게 됨. • 한국 잠깐 방문했을 때 맛본 포장마..
▲ 다쓰베이더가 썰어 놓은 영국 햇사과 . 과육이 단단하고 새콤달콤하다. 영국 햇사과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빌라flat 정원에도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아무도 따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아 새들이 다 쪼아 먹거나 그냥 땅에 떨어져 없어집니다. 농부가 제대로 키운 맛있는 사과들이 수퍼마켓에 그득하니 정원에 있는 건 야생동물을 위해 남겨두는 것 같아요. 영국에서는 사과가 아주 중요한 식재료입니다. 햇빛 좋은 지중해 쪽에서는 오렌지와 레몬 같은 감귤류가 잘되죠. 영국에서는 딸기, 라즈베리, 블랙베리 같은 장과류와 사과가 잘됩니다. 그래서 사과와 베리를 이용한 음식이 많고 잼이 발달해 있어요. ▲ 영국의 전통 디저트 . 바닥과 위를 모두 파이지로 감싸는 것이 정석. ▲ 파이지로 감싸기 번거로우면 ..
다쓰베이더 생일을 맞아 유럽 4개국풍 4-코스 정찬을 차려 보았습니다. 모두 처음 만들어 보는 것들이라 삐뚤빼뚤, 초보가 만든 티가 역력하나 솜씨 좋은 영국 유명 요리사들 레서피를 참고했기 때문에 맛은 아주 좋았습니다. 샐러드는 이태리풍으로 '조립'해 보았습니다. 오렌지는 흔히 보는 보통 오렌지말고 블러드blood 오렌지 계열 중 모로moro, 상귀넬로sanguinello, 타로코tarocco 중 하나를 쓰면 좋습니다. 앞의 두 개는 색이 빨갛고 약간의 쓴맛이 나며, 타로코는 일반 오렌지와 이들 오렌지의 중간쯤 되는 발그레한 색상으로 즙이 많고 향미가 풍부합니다. 제 입맛에는 그간 먹어본 오렌지 품종 중 이 타로코가 가장 맛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sweet white onion'을 아주 얇게 썰어 ..
김원일 선생의 작품 입니다. ☞ 해병대 누리집에서 가져왔어요. 이 분이 해병대 출신이라는군요. 원본 사진뿐 아니라 선생의 인생과 요리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니 잠시 마실 다녀오셔도 좋겠습니다. 해병대 출신 특유의 위풍허풍당당이 느껴지기는 합니다만 이 분의 집념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근사하죠? 육회와 쑥갓, 두 가지 재료가 빚어내는 아주 깔끔하면서도 내공이 느껴지는 비빔밥입니다. 오방색 내기 위해 맛도 없고 흔해빠진 달걀 지단과 당근채 따위나 올릴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게끔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성이 뚜렷하죠. 가드닝 좋아하는 영국인들이 보면 저 멋들어지게 장식된 '동양의 신비한 풀' 쑥갓에 탄성을 지를 지도 모릅니다. 의 멋진 정원 하나..
누리터에서 맞닥뜨린 사진 한 장 분석. 이 상차림, 어떻게 보십니까?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만, 알록달록 화려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좀 엿보이진 않나요? 전통음식 조리학교나 강좌 같은 곳에서 수강생들에게 '오방색五方色'을 최대한 살려 상을 차리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라는군요. 휴... 오방색이 우리 전통이고 아름다운 유산이라면 한두 가지 음식에서나 이를 실현하면 될 일입니다. 차린 건 많지만 구절판이든, 떡국이든, 해파리 냉채든, 새우 요리든, 화려한 색 내기 위해 똑같은 재료들이 참 많이도 중복돼 올라가 있죠. 흰색 노란색 내느라 여기저기 달걀 지단, 청홍색 내느라 여기저기 당근 토마토 파슬리. 겉치레 한식 상차림의 정수를 보는 듯합니다. 제 눈엔 예쁘다기보다 음식에 대한 전반적인 생..
유기에 참 얌전하게도 담긴 비빔밥이네요. 그립습니다. 지난 정부 때 줄기차게 추진했던 한식 세계화. 보기에 우선 예쁘고, 반찬 늘어놓지 않아도 되고, 번거롭지 않으면서도 영양이 비교적 골고루 갖추어졌다고 판단돼 비빔밥이 그 중심에 놓이게 되었지요. 작년에 런던에도 가 문을 열었습니다. 아직 가 보지는 못 했습니다. 비빔밥집 이름으로는 최적이라 생각했는데, 차림표와 방문기들을 살펴보니, 어라? 비빔밥 전문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걸요? 대기업 프랜차이즈 식당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외국에 있다 보니 우리 비빔밥 많이 사랑 받았으면, 하고 내심 바랍니다. 서양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해외에 있는 비평뿐 아니라 비빔밥 전반에 대한 의견들을 누리터에서 종종 찾아 보곤 하는데요, 대체로 반응들이 좋긴 하..
지난 일요일에 자명종 소리를 못 들어 교회에 못 갔습니다. 교회 못 간 대신 참회·고행 삼아 땡볕에 동네 채리티 숍들을 죽 돌았는데, 자비의 하나님께서 어엿비 여기사 단단의 불경을 용서해 주시고 득템을 허하셨습니다. 다음은 득템 목록: 곱게 칠한 나무 케이크 스탠드tazza 오오, 동유럽 삘이 물씬 납니다. 나무로 된 타짜는 처음 봤어요. 러시아 목각 인형 '마뜨료쉬카' 느낌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예쁜 도일리 깔아 티타임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기도 딱 알맞습니다. 지름 21cm, 600원. (3년 뒤: 하, 알고 봤더니 동유럽이 아니라 북유럽 공예품이었다는.) 크리스탈 디저트 그릇 6개 영국의 유명 크리스탈 회사 제품으로 '핸드 메이드-핸드 데코레이티드'입니다. 핸드 메이드라서 크기가 조..
한국의 밀폐용기 회사들 중에는 "우리 제품은 여느 밀폐용기와 달리 외관이 아름다우므로 냉장고에서 꺼내 식탁에 바로 올릴 수 있어 편합니다."라고 광고를 하는 데가 다 있더군요. 저는 이 광고를 보고 처음에는 좀 놀랐습니다. '아니? 아무리 밀폐용기가 예뻐도 그렇지, 반찬통을 식탁 위에 올리는 집이 어디 있나?' 싶었죠. 여러 사람이 젓가락 댄 반찬통을 냉장고에 반복해서 넣었다 꺼냈다 하는 건 미관상으로도, 위생상으로도, 음식 맛에 있어서도 좋을 리가 없잖아요? 식탁 위에서 반찬통이 땀 흥건히 흘리고 있는 것도 보기 안좋고요. 가뜩이나 짠 한국 반찬, 접시에 덜어 먹는 것에 비해 부지불식간 양도 더 많이 먹게 될 게 분명하죠. 그런데... 누리터를 뒤져보니 그런 집이 꽤 많습니다.;; 단단의 본가나 시가에..
어느 나른한 오후, 단단은 누리터에서 아래와 같은 광고 사진을 보게되었습니다. 보자마자 눈이 번쩍. 한달음에 수퍼마켓으로 갔지요. 조지 왕자의 탄생을 기념하여 구구절절. 같은 날 태어난 조지들은 좋것다. 서양인들은 왜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지 몰라요. 일러스트들이 뭐 예술작품 뺨치는 수준입니다. 서양 동화책 보면 내용의 엽기성도 최고지만 그림이 장난 아녜요. 동물들도 일본·한국풍으로 마냥 귀엽게 웃는 얼굴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사실적이다 못해 어떤 땐 무섭기까지 합니다. ▲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무서워서 꺼내 놓지도 못 하는 작년 크리스마스 비스킷 틴. 다시 "조지" 비스킷 틴으로 돌아와서 - 옆구리. 영국엔 왜 이렇게 맛있는 비스킷이 많은지, 적정 체중 유지하기가 참으로 힘..
아주 사소한 것들이긴 하지만 동서양의 의식 차이를 실감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주소 쓸 때 Mrs Madeleine Bakewell Flat 14 Windsor Court Shakespeare Road London SE17 4ES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동아맨션 A동 102호 김순대 님 날짜 쓸 때 Thursday 22 August 2013 2013년 8월 22일 목요일 요리책 150g chopped onion 또는 150g onion, chopped 양파 다진 것 150g 개인 이력 쓸 때 현재 하고 있는 일부터 기술하고 과거로 차근차근 거슬러 감. '1945년 1월 서울 출생'부터 쓰고, 과거에서 현재로 차근차근 올라옴. 이름 쓰기 Madeleine Bakewell -..
전에 한번 말씀 드린 적 있는 저염식 실천 방법, 다시 상기시켜 드릴게요. 짜게 먹지 않으려면 소금을 적게 넣는 대신 1. 기름을 넉넉히 써서 고소하게 하거나 2. 식초나 과일즙 같은 신맛 나는 물질로 짠맛을 증폭시키거나 3. 다양한 향신료를 이용해 맛에 생기를 부여하라 영양학자들의 권고입니다. 다쓰 부처는 둘 다 소금과 웬수 진 사람들이라 짜게 먹지 않으려고 집에 온갖 기름과 향신료와 향초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냉장고에는 제때 못 먹고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레몬과 라임을 늘 쟁이고 있고요. 실험하느라 음식 아무데나 이것저것 마구 쳐댑니다. 운이 좋으면 짜릿한 궁합을 발견할 때도 있고 우웩 퉤퉤 할 때도 있습니다. 우웩 퉤퉤가 더 많아요. 우리 집 향신료 보관 랙rack을 한번 찍어 보았는데, 사진에 ..
영국인들은 혼합blended 홍차 티백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먹습니다. 그래서 '밀크티'라고 하지요. 설탕은 꼭 넣지 않아도 되나 우유를 넣지 않으면 써서 못 마셔요. 밀크티용으로 조제된 홍차라서 그렇습니다. '브렉퍼스트'라 이름 붙은 홍차들도 우유를 꼭 넣어주셔야 합니다. 반면, 아쌈이나 다질링, 실론, 랍상수숑, 기문, 운남, 얼그레이, 아프터눈 블렌드는 우유와 설탕 없이 마시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론과 실론 찻잎을 기본으로 혼합하는 아프터눈 블렌드는 레몬을 썰어 잠깐 넣었다 빼 레몬 향을 입혀주는 것도 좋지요. 영국인들은 대부분 밀크티를 마십니다. 하루에 몇 잔씩 마셔요. 다쓰 부처는 영국 와서 처음 2,3년 동안은 우유 없이 마실 수 있는 다양한 (고급) 차들을 즐기면서 영국인들을 무시했었습니다...
돌아가신 우리 영감님 기일이어서 영감님이 쓰시던 다구를 꺼내 자스민 녹차를 우려보았습니다. 곁들인 과자는 양파맛 입니다. 우리 영감님이 양과자 중에서는 프링글스를 가끔 즐기셨고 차는 자스민을 좋아하셨습니다. 이 둘을 같이 먹어 보니 궁합이 환상이네요. 양파맛 프링글스 뒷맛이 꼭 짜장면 먹을 때의 그것과 흡사해 자스민 녹차와 잘 어울립니다. 중국집에서 식사한 것 같아요. ㅋ 과자 좋아하는 단단이 오늘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팜유가 들어서 바삭바삭합니다. 오늘도 지구 어딘가에서 팜유 생산하느라 숲을 밀어 버리고 있다 생각하니 와삭와삭 입 천장 찔리면서 마음 한편도 찔립니다. 유럽연합에서는 현재 성분 표기에 있어 팜유를 'vegetable oil'로 적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게 애매하기 짝이 없어 2..
아, 제가 원래 음식 얘기하는 건 좋아하는데 블로그에 요리 '과정샷' 올리는 건 아주 질색을 해요. 부엌이 여간 깨끗하지 않으면 안 되고, 또, 재료 손질하거나 볶다 말고 사진기 드는 게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요리 블로거 분들을 존경합니다. 의지와 정성이 대단한 분들이에요. 요리 블로그에서 정보를 얻은 뒤에는 그냥 나가지 마시고 반드시 '추천' 단추 찾아서 꾹 눌러 주고 "감사합니다." 덧글 달고 나오셔야 합니다. 블로그에 덧글 다는 분들은 창작의 노고를 알아 주시는 학구적이고 열정적인 분들이에요. 특히 이 블로그 오셔서 덧글 다시는 분들, 아주 교양 있는 분들입니다. 제가 의외로 깔끔한 사람이라 블로그 지저분해질까봐 블로그 과다 노출을 꺼리고 추천 단추나 광고 붙이기, 이런 걸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