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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점에서 발견한 '특별한' 요리책을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1월30일에 출판된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라 불리는 영국 남자 둘이서 한식 요리책을 냈더라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한식만 소개한 것은 아니고, 홍콩, 태국, 일본, 한국을 두루 여행하며 맛본 음식들을 자기들 식으로 재해석해 펴낸 요리책입니다. 중국음식은 서방에 이미 오래 전에 알려져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으니 굳이 또 다루진 않았고 홍콩음식만 간단하게 다루었습니다. 영국에서 일본음식은 이미 광풍을 한 번 일으키고 지나갔고, 그 다음엔 태국과 동남아 음식이 아주 인기였죠. 한국에도 동남아 음식 파는 식당이 많이 생겼죠? 영국인들은 동남아 식재료 향을 참 좋아합니다. 저도 레몬그라스, 코코넛 밀크, 타마린드, 피쉬 소스, 새우 페이스트, 라..
미국에 계신 귀한 분으로부터 사의 여러 가지 차들을 선물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티 열전. 라벤더 향 씌운 얼 그레이. 프랑스는 프로방스 지역이, 영국은 노포크Norfolk 지역이 라벤더로 유명합니다. 티백을 일일이 종이 '상자' 안에 넣고 비닐로 쌌네요. 영국에서는 낱개 종이 포장된 티백도 보기 힘듭니다. 이눔의 나라에서는 홍차가 생필품이라서 아무도 홍차 귀한 줄 모릅니다. 향긋하고 좋네요. 뜨거운 물로 한차례 우린 뒤 실온의 물 부어 냉침한 두 번째 탕이 더 맛있었습니다. 실온수로 재탕하면 목넘김이 좀 더 부드러워집니다. 허니 부쉬 캐러멜 티. 홍차는 아니고 루이보스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파스 맛. 싱거우면서 향만 요란. 대망의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허, 잉글리쉬 브렉퍼스트를 나일론 티백에. 지나치게..
알다시피 맞춤법은 철자와 띄어쓰기 둘 다를 포함하지. 철자 지적하고 있는 이 자도 띄어쓰기를 썩 잘한 건 아닌데, 이건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 있는 게, 우리말 띄어쓰기 규정처럼 복잡한 게 지구 상에 또 있겠냔 말이지. 대학 졸업한 정도의 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별오류 없이 쓸 수 있어야 모국어 아니냐? 맞춤법 제대로 아는 이가 극히 드문 건 우리 국민이 다 같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우리말 띄어쓰기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한 탓이라는 거지, 내 말은. 글쟁이들도 상상의 나래를 막 펼치려다 띄어쓰기 찾느라 시간 다 보내겠어. 너무 비효율적이야. 난 그래서 띄어쓰기 틀리는 건 절대 뭐라 안 해. 나도 밤낮 틀리고 워낙 까다로우니까. 참, "난 영맛살이 끼여 자꾸 돌아다녀야되."라고 쓴 남자도 본 적 있다..
작년 가을, 수퍼마켓에 갔더니 아래와 같은 환상적인 포장의 크래커들이 선반에 뙇. 가격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하나하나 값이 꽤 나갑니다. 단단은 포장 디자인이 훌륭한 식품을 보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일단 사고 보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어요. 과자에 돈 다 쏟아 붓고 생활비 쪼들려 감자로 연명할 때 많아요. 다는 못 사고 여덟 종류만 사 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회사길래 과자 포장에 이렇게 공을 들이나 궁금해 누리집을 찾아 보았더니, 꼬르륵. 누리집은 더 끝내줍니다. 보라색 외투 입은 분이 창업주랍니다. 백년밖에 안 된 아직은 어린 회사예요. 각 화면마다 디자인이 다 다른데, 정말 아름답습니다. 빅토리아 시대(1837-1901) 때 유행하던 채색 동판화 풍으로 작업한 듯합니다. 지극히 영국스러운 것들로 가..
이 그림을 '만든' 사람, 누군지 잘 아실 겁니다. 어우, 단단은 앤디 워홀 작품 정말 좋아합니다. 예쁜 미술품 좋아해요. 그런데 화가들은 자기 작품 보고 누가 "Pretty"하다고 하면 모멸감을 느낀다면서요? 제아무리 최신 사상에서 빌려온 온갖 근사한 말을 다 갖다 붙여대며 현학적인 척, 철학적인 척 해도 회화는 음악과 달라서 근본적으로 장식적인 속성이 그 안에 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루시앙 프로이트가 그린 뱃살 쏟아지는 아줌마 그림은 볼 때마다 내 뱃살이 떠올라 살짝 불편하긴 하지만 좋아요. 싸이 톰블리의 똥 칠한 그림, 피 칠한 그림들도 제 눈엔 다 예쁘게 보입니다. 거대한 싸이 톰블리 복제품 하나가 코딱지만 한 우리 집 거실에도 걸려 있습니다. 꼬마들이 괴발개발 그린 기린 그린 그림들도 액자에..
방금 BBC 시즌 3 마지막 화 봤는데, 무지 재밌네, 이거. 한국에 계신 분들 꼭 보세요. 이번 화에는 이렇게 생긴 악당이 등장합니다. 오늘은 한국에 계신 과자 고수 여러분들께 도움을 얻고자 글을 올려봅니다. 다쓰 부처가 영국 와서 사귄 친구 중에 헝가리 사람이 있어요. '마테'라는 이름의 친구입니다. 성실하고 사람 좋아요. 이 친구가 애 아빠인데, 일곱 살짜리 딸과 다섯 살짜리 아들이 있어요. 이 친구한테 점수도 따고, 한국을 좀 알리고 싶기도 하고, 또, 한국인의 정이 어떻다는 걸 좀 보여주고 싶어 이 집 아이들한테 한국 과자를 꼭 선물 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해외 여행 많이 다니시는 분이나 눈썰미 있는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한국 마트에 있는 '한국 과자'들이란 게 일본, 미국, 기타 유럽 ..
독일인들과 영국인들이 즐기는 괴물질 중에 '마지판marzipan'이라는 것이 있다. 박살내 짓뭉갠 아몬드와 설탕이 주 원료인데, 이게 왜 괴물질인고 하니, 이토록 단 음식이 세상에 또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단단이 그간 마지판을 접했던 주된 경로는 다음과 같다. • 분홍색 노란색의 알록달록한 바텐버그 케이크 [영국] • 결혼식에 먹는 프룻 케이크 [영국] • 부활절에 먹는 심넬 케이크 [영국] • 크리스마스 케이크 [영국] • 슈톨렌 [독일] 영국에서는 주로 덩어리로 된 제과제빵용 마지판을 밀대로 밀어 얇게 편 다음, 단단하고 밀도 높은 영국식 전통 프룻 케이크 위에 덮어 씌우고 그 위에 로얄 아이싱을 한 겹 덧씌운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나 웨딩 케이크를 이렇게 만든다. 관광객들은 이 마지판을 주로 아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에서 영국이 느려터진 나라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음. 런던 지하철 역 · 기차 역의 에스컬레이터 속도 아찔. 스릴 만점. 놀이공원 갈 필요 없음. 여기에 익숙해지고 나면 한국 가서 에스컬레이터 탈 때마다 속도가 너무 느려 몸이 자꾸 앞으로 고꾸라지려고 할걸? 에스컬레이터 분당 속도 - 서울 30m, 런던 45m, 모스크바 50m. 총선General Election 투표 끝나자마자 바로 개표에 들어가고 결과 나자마자 곧바로 총리가 바뀜. 헌 총리는 졌다는 개표 결과가 나자마자 바로 짐 싸서 총리 공관에서 나오고 새 총리는 처자식 데리고 바로 들어감. 그 다음 날부터 바로 새 총리의 업무가 시작됨. 몇 달 기다려 취임식 하고 업무 시작? 이딴 거 없음. 속전속결. BBC 드라마 의 ..
지난 사과 철에 사 먹었던 사과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올해의 마지막 글을 대신할까 합니다. 집 근처 수퍼마켓에서 사다 먹은 것들입니다. 파머스 마켓 같은 데서 사다 먹는다면 종류가 훨씬 늘어날 거라 봅니다. 수퍼마켓에서 지난 가을에 50여 가지 사과를 선보이겠다고 ☞ 광고를 했었는데, 다쓰 부처가 새 사과 나오는 대로 열심히 사다 먹었는데도 달랑 둘만 사는 가구이다 보니 50여 종 모두를 다 먹어 보진 못했네요. 놓친 것들이 많아 아쉽습니다. 생으로 먹는 'eating apple'들만 올려 봅니다. 요리용 사과cooking apple와 사과술cider용 사과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체계 없이 그저 사다 먹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Red Windsor 영국 품종 영국 재배. 과육 아주 단단함crisp. ..
보름달 님이 문의하셨던 디바인 쵸콜렛 시식기. 두둥 여윳돈이 많지 않아 종류별로 다는 못 사고 다섯 개만 사 보았습니다. 영국 수퍼마켓 선반에 놓인 수많은 쵸콜렛 중 가장 아프리카 현지스러우면서 아름다운 포장. 서아프리카 전통 문양이라고 합니다. 문양 하나하나마다 의미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문자로 디자인 작업을 하는 영국의 '핸드 레터링 아티스트' ☞ 알리슨 카마이클의 작품입니다. 저는 저 문양들 중에서 납작 눌린 '거북이포'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같은 이름의 홍차라 해도 다원별로 맛이 다른 것처럼, 또, 커피도 산지별로 맛이 다른 것처럼, 이 쵸콜렛도 코코 빈 산지별로 맛이 다 다르다고 하죠. 아프리카산 코코 빈으로 만든 70% 다크 쵸콜렛과 중남미산 코코빈으로 만든 70% 다크 쵸콜렛의 맛과 향과..
성탄절에 최선을 다해 먹기는 했지만 유태우 반식 다이어트로 위장을 줄여 놓은 탓에 아주 많이 먹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더이상 남들처럼 한 번에 한상 그득 차려놓고 먹는 것도 할 수가 없으므로 두세 시간 간격으로 띄엄띄엄 먹느라 근사한 한상차림 사진도 찍을 수가 없습니다. 한 번에 많이 먹질 못하니 한정식, 뷔페, 이런 덴 이제 돈 아까워서 못 갑니다. Tomato & Pesto Puff 다 돼 있는 거 떨이로 사다가 오븐에 굽기만 했습니다. 불량주부. Yorkshire Pudding & Smoked Salmon [영국음식] 요크셔 푸딩을 사서 오븐에 구운 뒤 훈제연어와 합체했습니다. 소스만 직접 만들었습니다. ㅋ 훈제연어와 잘 어울리는 뽀얀 색의 알싸한 소스, 호스래디쉬horseradish 소..
또다른 이로부터 이번에는 린트 쵸콜렛 모둠을 선물 받았습니다. 아니, 쵸콜렛 좋아한다고 내 입으로 말한 적 없는데 어떻게 알고 다들 쵸콜렛 선물을 하는 거지? 내 얼굴이, 혹은 내 몸매가, 쵸콜렛 잘 먹게 생겼나? 보세요, 영국인들이 얼마나 쵸콜렛을 좋아하고 쵸콜렛 선물들을 즐겨 하는지 아시겠지요. 황홀경도 잠시, 한입 씹으니 길리안을 능가하는 설탕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역시나 설탕이 가장 많이 들었고, 설탕만으로는 성이 안 차 온갖 시럽까지 넣었습니다. 팜유에, 유채기름에, 기타 식용유에, 색소에, 전분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첨가물이 들었습니다. 너무 달아 단돌이 다쓰베이더조차도 커피나 홍차를 함께 마셔야만 겨우 먹어요. 그래도 모양 따라 맛도 다 다르니 먹는 재미는 있네요. 동그란 공..
다음은 누리터에 떠돌고 있는 유머 포스터. 맨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독일,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아일랜드, 스페인, 이태리, 스위스, 벨기에, 프랑스, 아이슬란드, 인도, 북한, 남아공, 그리스, 호주, 브라질, 핀란드, 스웨덴, 자메이카. ☞ 국기 찾느라 혼났네 영국과 이태리 방식이 마음에 듭니다. ㅋ 고기 즐기는 분들은 호주도 좋아하실 듯. 미국은 무인공격기UAV drone 보내 폭격부터 하고 본다는 뜻. 맨 마지막 자메이카는 "Problem" 글자가 쓰인 종이 말아 마리화나 피운 뒤 "No Problem Man". 레게 들으며 파티나 허세, 골치 아픈 일은 잊구서. 자메이카에서는 마리화나가 합법이라고 합니다. 김정은을 너무 멋있게 그렸습니다. 디자이너가 종북좌빨임에 틀림없어요. 그냥 놔 두었..
길리안 쵸콜렛을 선물 받았습니다. 무려 500g이나 든 대용량입니다. 남편 기Guy 씨가 맛을 내고 부인 릴리안Liliane 씨가 모양을 냈다고 해서 '길리안'. 아름다운 모양과 헤이즐넛 맛이 일품인 전설적인 쵸콜렛이죠. 아, 길리안. 쵸콜렛을 좋아해 한국에 있을 땐 쵸콜렛이라면 앞뒤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먹었었습니다. 어릴 땐 왔다 쵸코바, ABC 쵸콜렛, 가나 쵸콜렛, 투유 쵸콜렛, 슈샤드 등을 먹었고, 나이 들어서야 외쿡 물 먹은 쵸콜렛을 접하게 되었는데, 외쿡 물 먹은 것들은 확실히 개성이 있으면서 뭔가 다르더란 말이죠. 허쉬 키세스 무얼 넣었길래, 어떤 공정을 거쳤길래 이토록 독특한 향을 내는가. 승화된 똥냄새 혹은 아기 토사물 냄새. (단단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유럽인들이 전반적으로 미..
영국 작곡가 중에 레이프 본 윌리암스(Ralph Vaughan Williams, 1872-1958)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Ralph'를 '랄프 로렌' 할 때처럼 '랄프'로 발음하지 않고 '레이프'라 발음할 때가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영국의 전통 발음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이 발음이 다소 예스럽고 상류층스러운 느낌이 난다고 해서 철자대로 '랄프'라 불리는 걸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이 이름을 가진 사람이 원하는 대로 불러 주는 게 가장 좋겠죠. 영국 배우 Ralph Fiennes는 '레이프 파인즈'라 불러 줘야 합니다. 이 양반이 좀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이거든요. 아, 대사 읊거나 말하는 걸 보면 발음이 벌써 '포쉬posh' 하잖아요. 오늘은 본 윌리암스의 작품 하나를 들어 보도..
▲ 브라우니를 구워보았습니다. 단단의 외가 쪽에 정신과 의사가 무려 세 분이나 계십니다. 그 덕에 단단의 정신이 아직까지는 멀쩡한 거예요. 평소 고민 있는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셔서 그런지 이분들 하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속 이야기들이 나도 모르게 기냥 술술 나옵니다. 가정사를 스스로 까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죠. ㅋ 이분들 하고 대화 나누는 게 하도 재미있어 단단은 기회만 되면 뵈려고 애를 씁니다. 다들 또 유머 감각들은 어찌나 좋은지. 가만히 관찰해보니 이분들은 말하는 기술도 좋지만 무엇보다 듣는 기술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듣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요. 그런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는 걸까요? 의대 정신과 수업 중에 그런 과목이 따로 있기라도 한 걸까요? 판소리 아..
▲ 크리스마스 머그 - 불량소녀 님 기증 크리스마스 접시 - 낭만소녀 님 기증 12월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크리스마스 과자 ☞ 민스 파이를 또 사서 즐겨 봅니다. 맛은 있는데, 어후, 달아요, 너무 달아요. 그래도 일년에 딱 한 번 있는 크리스마스인데 건너뛰면 섭섭하죠. 꼬박꼬박 사서 먹습니다. 달긴 하지만 향이 좋아서 민스 파이를 꼭 삽니다. 영국에 계신 분들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영국의 소비자 단체 가 선정한 ☞ 2013년 최고의 민스 파이에 관한 기사입니다. 한국과 달리 영국은 제품을 가차없이 평가해 순위 매기고 회사와 제품 이름까지 낱낱이 공개합니다. ㄱ사, ㄴ사, 아, 이딴 머리글자 처리 절대 안 합니다. 사실 어떤 브랜드 제품을 사든 우리 한국인 입맛에는 이 민스 파이가 너무 달고 향신..
▲ 다쓰베이더 소유의 곰돌이 녀석들. 오른쪽부터 - 풀벅이와 보풀이. TV 골동품 프로그램에 팔순 할아버지가 털 다 빠진 꾀죄죄한 곰인형을 안고 나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 어릴 때 사 주셨던 곰인형이라우." 자랑하는 걸 볼 때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 이 나라에선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인형을 80년 가까이 간직하고 있는 노인이 다 있다니. 그런데 영국에는 이런 사람이 아주 많다. 조부모가 '사 주신' 장난감이 아니라 아예 조부모가 어릴 때 갖고 놀다 '물려주신' 장난감을 갖고 있는 노인들도 많다. 그럼 그 장난감은 도대체 몇 살이란 말인가. 골동품 감정가가 털도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낡은 곰인형을 보고 하는 말이 더 기가 막히다. "He's much loved!" 하도 낡..
사의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홍차가 올해로 80세가 되었다는군요. 1930년 대에 첫 선을 보였다는 얘기가 되겠는데, 회사가 창립된 해가 공식적으로는 1706년이니 회사 나이에 비해서는 그리 오래된 블렌딩이 아니네요. 영국인들의 아침 식사마다 함께 해온 브렉퍼스트 홍차가 80세가 되었다니, 회사로서는 뜻깊은 일이죠. 기념 포장을 따로 낼 만하죠. 동네 수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길래 저도 두 상자를 사보았습니다. 아르 데코 디자인의 포장이 참 근사하죠? 깡통도 함께 냈으면 좋았으련만. "우리 회사의 잉글리쉬 브렉퍼스트가 80세 생일을 맞았기에 이를 기념하코자 합니다. 1930년대 저 스타일리쉬한 아르 데코 시절에 탄생한 블렌딩입니다.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영국의 전통 아침 식사들 - 키퍼스나 케..
헝가리 태생의 영국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Andras Schiff가 2017년 에서 장시간에 걸쳐 바흐(J. S. Bach, 1685-1750)를 연주했습니다. 장소는 영국 런던의 입니다. 재생 단추를 누른 뒤 화면 하단에서 꽃모양 단추를 눌러 고화질로 전환해 보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 양반이 지금 바흐의 저 기나긴 곡을 전부 외워서 연주합니다. 암기력, 정신력도 대단하지만 예술가의 재능에는 체력도 필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젊은 연주자의 열정적이고 분방한 연주, 좋지요. 그런데 단단도 이제 나이가 드니 차분하고 관조적인 연주가 더 와닿습니다. 혹시 이 글 보시는 분들 중 어린 자녀를 둔 분 계세요? 아이에게 꼭 피아노를 가르쳐 주세요.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은 행복한 추억과 좋은..
시판 치즈케이크들이 성에 안 차 직접 구워보았습니다. 다들 치즈를 너무 아끼는 데다 지나치게 달아요. 첨가물도 많이 들었어요. 과하게 입힌 인공 향료 냄새도 참을 수 없어요. 마르지 말라고 위에 도포한 글레이즈, 이것도 케이크에 엉뚱한 맛을 더해서 싫어요. 바닥에 깐 비스킷은 제대로 갈지도 않고 야무지게 뭉치지도 않아 지근지근 모래처럼 씹혀요. 치즈케이크 위에 베리를 얹은 건 봐 줄 수 있는데 치즈케이크 속에 넣은 건 또 싫어요. 소의 촉감과 치즈 풍미를 마음껏 느끼는 데 방해돼요. 장인이 제대로 만들었다는 치즈케이크는 값이 또 너무 비싸요. (원 까다롭기는.) 치즈케이크의 역사를 따져 올라가보니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갑니다. 국가별로, 혹은, 미국 같이 덩치 큰 나라는 심지어 도시별로도 치즈케이크의 재..
하리보 젤리를 창조하신 한스 리겔Hans Riegel 옹께서 지난 10월15일에 타계하셨습니다. 향년 90세, 사인은 심정지. 오늘은 리겔 옹을 기려 쌉쌀한 녹차에 하리보 젤리를 차음식 삼아 찻자리를 가져봅니다. 변종 아닌 오리지날 하리보 젤리 구하느라 온 동네를 다 뒤졌어요. 이제야 추모 글을 씁니다. 쨍한 과일맛에 오돌오돌 씹히는 감이 일품입니다. 신문 기사 보다가 알게 된 사실 - 하리보Haribo라는 이 귀여운 곰돌이 젤리 녀석의 이름은 창작자 이름과 회사 소재지의 합성어. HAns RIegel + BOnn.
단단이 어릴 적엔 길거리에 왜 그렇게 변태 소아성애자 아저씨들이 득실댔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니 이제 그런 사람들은 눈 씻고 찾아 봐도 보기 힘들지만요.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그런 놈들은 성인들 눈을 피해 우리 어린 딸내미들한테만 골라 출몰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는 소리죠. 아이들이 자주 돌아다니는 시간, 즉, 등하교 시간이나 학원 다니는 시간에만 교묘히 맞춰 출몰하는 데 도가 텄다는 거죠. 그러니 어른들 눈에 띄지 않는 거고요. 우리가 못 봐서 그렇지, 지금도 거리에는 그런 놈들 많이 돌아다니고 있을 겁니다. 오늘은 제가 어릴 때 만났던 '수많은' 변태 아저씨들 중 한 명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유쾌한 경험은 못 되지만 딸내미들 교육용 사례로 쓰시라고 올려 봅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영국은 그랜파, 그랜마, 마더, 파더, 엉클, 안트면 끝이다. 그보다 복잡해지면 그냥 이름을 부르면 된다. 시부모, 장인·장모도 이름으로 부른다. 이름 뒀다 뭣에 쓰나. 노친네들, 요즘 젊은 것들 가족 구성원간 호칭도 제대로 모른다며 전통 붕괴 운운 개탄하더니만, 전통은 개뿔, 이게 다 유학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온 악습이었어. ☞ 한국의 근친간 호칭법 한국 호칭법에 의하면 다쓰베이더의 여동생의 남편은 나더러 "아주머니"라 불러야 한다는데, 뭣이?! 이런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나? 나는 자기 색시를 결혼했는데도 "아가씨"라 불러주는데. 말 나온 김에, 도련님, 아가씨, 이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우리 결혼한 여자들이 무슨 하녀라도 된단 말이냐. 남자는 처남·처제에게 반말하는데 여자는 시동생들한테 존대 써야..
소위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라는 푸아그라. (이런 얼토당토않은 수식어는 대체 누가 붙이는 거냐?) 이에 대한 논쟁은 하도 많이들 들어 이제 식상하실 겁니다. 저요? 당연히 반대 입장이죠. 자기 혀 즐겁자고 동물을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다룰 권리는 인간에게 없다고 봅니다. 고기 먹는 걸 탓하는 게 아녜요. 고기란 자고로 좋은 환경에서 룰루랄라 잘 키워 잡을 때는 최대한 고통 덜 느끼도록 한방에 팍! → 이렇게 얻어야지요. 그런데, 푸아그라에 관한 논쟁이나 영상을 맞닥뜨릴 때마다 이런 댓글들이 종종 눈에 띄기에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 글을 씁니다. "개고기는 안 된다더니? 하여간 유럽놈들의 가식은 쩐다니까." "하여간 프랑스·영국 놈들은, 쯧쯧..." 어라? 거기 영국은 왜 들어가는 걸까요? 영국에서는 ..
▲ 영국 와서 소고기 보고 깜놀. "어? 고기가 왜 빨갛기만 해? 지방은 다 어디 갔어?" 한국의 어느 '미식가' 블로거가 소고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브리튼들은 뭐, 어떤 소고기를 갖다 줘도 맛없게 먹을 게 분명하니 논외로 치고." 아마도 영국음식이 맛없다는 통념에 의거해 말하는 것 같은데, 저는 이렇게 습관과 타성에 젖어 말글살이 하는 사람을 경계합니다. 이런 사람 옆에 있으면 창의력이 다 고갈돼버리는 것 같아요. 예술가는 이런 사람을 친구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제게 만일 자식이 있다면요, 무언가가 나쁘다고 흉보거나 싫다고 툴툴거리기 전에는 반드시 '혹시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편견에 의해 습관적으로 나쁘다고, 혹은 싫다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 번쯤 점..
▲ 지금까지 출판된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책. 미국 시장과 영국 시장을 위한 책 제목이 다르니 구매시 주의. 남의 블로그나 요리책에 있는 레서피를 가져다 자기 블로그에 공개하면 저작권을 위반한 게 될까요? 남의 레서피를 가져다 공개하는 방법에도 네 가지 형태가 있죠. 1. 나는 양심 있는 사람이니 그래도 남의 레서피를 갖다 쓸 때면 레서피 원작자와 출처를 꼬박꼬박 밝혀 준다. 나 착하지? 2. 그러면 좋긴 하겠다만, 나도 나름 이름난 요리 블로거인데 이게 남의 레서피라고 밝히게 되면 어렵게 쌓아올린 내 명성에 흠이 갈까 두렵고 왠지 쪽팔려. 그냥 쌩까고 내가 고안한 요리인 양 쓰련다. 3. 요리책 레서피 대로 만들어 봤더니 이러이러한 점이 부족한 것 같아 내가 재료와 공정 몇 군데를 좀 바꿔 봤어. 그러니..
런던 하이드 파크 앞에 호텔이 있습니다. 그 안에 라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앗, 창 밖에 기마 근위병들이. 주방 총 책임자가 바로 영국의 유명 요리사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ementhal입니다. (블루멘'탈'이 아니라 영국인이므로 블루멘'쏠'로 발음합니다. 요리사 본인도 자기 이름을 블루멘쏠로 발음합니다.) 단단이 좋아하는 요리사예요. 재능이 대단한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충만하고 괴짜 기질이 좀 있습니다. 좌우간 씨니컬한 사람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제 굳은 신념입니다. 이 레스토랑은 특이하게도 14세기 말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영국 전통 음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헤스톤의 재해석을 거쳐서요. ☞ 메뉴를 한번 보시죠. ☞ 음식은 이렇습니다. 허나, 다쓰 부처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