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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를 낳아 키워 보질 않아서 이렇게 감각이 없다. 곰곰 생각해 보니, 바다 속에 있는 저 아이들, 막둥이 같은 내 '동생'들이 아니라 내 '새끼' 같은 애들이잖나. 일찍 결혼한 내 친구의 큰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니 딱 저 아이들과 같은 나이다. 그러니 애들 엄마는 내 또래이거나 그래봤자 몇 살 위인 언니 같은 사람들이고. 내 친구, 내 언니가 지금 새끼를 잃은 것이다. * * * 독신녀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애를 못 낳았다는데 어쩔 건가. 국가의 입장에서는 결혼하고도 애를 낳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이야말로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반동 분자요, 재난시 먼저 구해야 할 '어린이와 여성'에도 절대 포함시켜서는 안 될 비생산적인 인간인 것이다. 애 낳아 애국하자고 부르짖는 작금..
이달 초에 맛보았던 낭비가 심한 치즈 하나를 소개합니다. 바슈랭입니다. 스위스 치즈이기도 하고 프랑스 치즈이기도 합니다. 두 나라가 맞닿은 국경 지역 산자락에서 양국이 각각 만들거든요. 바슈랭의 종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 Vacherin Fribourgeois • Vacherin d'Abondance • Vacherin des Bauges • Vacherin Mont d'Or / Vacherin du Haut-Doubs 첫 번째 줄에 있는 것은 바슈랭이라는 이름만 공유할 뿐 성격은 완전히 다른 치즈입니다. [아래 사진] ▲ Vacherin Fribourgeois 오늘 소개할 치즈는 마지막 줄에 있는 것으로, 스위스에서는 '바슈랭 몽 도'라 부르고 프랑스에서는 '바슈랭 뒤 오-두'라 부릅니다. (스위..
'정통' 브리를 사 왔습니다. 프랑스와 거리가 가까워 영국에서는 유통기한이 짧은 프랑스 신선 치즈나 연질 치즈들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고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대개 6주에서 8주 숙성시킨다는데, 이 제품은 8주간 숙성시킨 제품입니다. 생유 치즈라 임산부와 노약자는 먹을 수 없고, 수송아지 위장에서 추출한 동물성 효소를 쓰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없습니다. 정통이라서 좀 비쌉니다. 전통 제법으로 만든 프랑스 AOC나 AOP 치즈들은 원래 값이 좀 나갑니다. (둘 다 같은 뜻. 전자는 프랑스 고유 표기, 후자는 유럽연합 권장 표기. 영국 치즈들은 PDO로 표기.) 비싼 치즈라 싸구려 비닐 따위에 싸질 않고 이렇게 고급 왁스 종이에 싸서 팝니다. 단단은 이렇게 비싼..
아이고 두야. 이 사람들이 지금 어디서 이러고 있는지 아십니까? . . . . 탱크 속입니다. 꽈당 가만 보니 저게 지금 의 비스킷과 홍차 아닙니까! 우리 홍차인들도 큰맘 먹고 사는 백화점 것을 전투복 입은 군인들이 즐기고 있어요. 군인들에게 비스킷과 홍차를 보내는 것은 빅토리아 여왕 시절부터 행해 오던 영국의 오랜 관습입니다. 비스킷도 비닐 봉지나 종이 상자에 담아서 주질 않고 꼭 멋지게 새로 디자인한 깡통에 담아서 줍니다. 수집 가치가 높죠. 사진 속의 제품은 지난 2012년, 현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왕실이 아닌 백화점에서 파병 군인들에게 위문품으로 기부를 한 것입니다. 홍차를 '퀸 안 블렌드Queen Anne Blend'로 한 이유는, 이 백화점이 안 여왕 시절인 1707년에 창업을 했기..
수퍼마켓 치즈 선반에 아, 글쎄, 이렇게 생긴 치즈가 다 있는 겁니다. 생산자마다 자사 제품에 고유 이름을 붙이고는 있지만 이런 치즈들을 통칭 '스트링 치즈'라 부르죠. 제가 사온 것은 아일랜드 사의 '치스트링'이란 제품인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스트링 치즈 중 이 제품이 가장 유명합니다. 검색을 해보니 한국에서도 스트링 치즈가 꽤 많이 소비되고 있더라고요. 남들 다 알고 있는 치즈를 저만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이름만 몰랐을 뿐, 맛은 이미 저 옛날 '치즈 크러스트' 피짜를 통해 알고 있던 것이었지요. 테두리 부분에 들어 있던 하얗고 쫄깃거리는 치즈 말예요. 스트링 치즈만 이렇게 따로 사서 먹어볼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요. 총천연색 포장을 보니 아이들용이 틀림없죠. 콧방귀 뀌며 속으로..
영국에서 벌써 몇 년을 살았어도 길에서 고양이 보기가 힘들다. 여긴 정원 있는 집들도 많고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 고양이 키우는 집이 한국보다 많다. 키우는 집이 많으면 그만큼 버림 받는 고양이도 많을 텐데 길냥이 보기가 힘드니 희한하다. 길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발견 즉시 잡아 어디 가두는 걸까? 이런 인건비 비싼 나라에서 일일이 사람 써서 잡아들이기 쉽지 않을 텐데? 유기 동물 보호소가 많긴 해도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고. 어떻게 이렇게 길냥이 보기가 힘든 걸까? 영국은 집집마다 담 안쪽에 뚜껑 달린 키 큰 플라스틱 쓰레기 통을 놓고 쓴다. 그래서 길냥이가 있어도 쓰레기 봉투 뜯어 말썽 일으킬 일이 없다. 밤마다 '러브송' 불러대는 소리도 듣기 힘들다. 그러니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
▲ 북요크셔 North Yorkshire 요크셔 지역의 대표 치즈인 웬즐리데일을 소개합니다. 웬즐리데일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오늘은 웬즐리데일 블루 치즈로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웬즐리데일 플레인 혹은 웬즐리데일 화이트가 기본형이고 여기서 웬즐리데일 블루 치즈가 파생돼 나왔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이 웬즐리데일 블루 치즈가 웬즐리데일 치즈의 시조입니다. 영국인들 중에도 이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아요. 웬즐리데일 블루는 현재 한 치즈 농장에서 거의 독점으로 생산하다시피 합니다. (☞ Wensleydale Dairy Products) 인근 지역의 농가들은 스틸튼Stilton 만드느라 바쁘거든요. 스틸튼이 워낙 유명한 치즈라서 수요가 많아 그렇습니다. 저 옛날 프랑스의 시토 수도승Cistercian들이..
▲ 잉글랜드 콘월 Cornwall, England 영국 수퍼마켓들이 우윳값을 자꾸만 후려쳐 영국 우유 농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죠. 같은 윤리적인 수퍼마켓은 우윳값을 잘 쳐주는 편인데 다른 수퍼마켓들은 그놈의 가격 경쟁을 하느라 부담을 전부 우유 농가들에게 떠넘기고 있어요. 생필품 중의 생필품인 우유가 싸야 소비자가 그 수퍼마켓을 믿고 찾는다는 겁니다. 아니? 그 비용을 왜 우유 농가에게 떠넘기는 걸까요? 영국 와서 질 좋은 우유가 한국보다 싸다고 신나 했었는데, 우윳값이 마냥 싼 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점차 깨닫는 중입니다. 버티지 못해 문 닫는 데어리dairy가 속출하고 있어요. 커피 빈이나 코코 빈, 홍차 같은 제3세계 농작물에는 공정무역fai..
Q 권여사님과 단단 모녀의 공통점은? A 둘 다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좋아한다는 것 권여사님 가방을 뒤지면 늘 사탕과 손수건과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 나이프가 튀어나옵니다. 사탕은 기침하는 노인들한테 건네기 위한 것이고, 손수건은 남녀노소 불문 필수 지참품이라 여기기 때문이고(휴지보다 우아하고 시적임),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글쎄요, 쓰시는 걸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비상시를 대비해 갖고 다니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이상하게도 명품백, 보석, 이런 것엔 관심이 별로 없고 지도나 공구 같은 것을 좋아합니다. 머슴아들 틈에 끼여 자랐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들 많은 집의 막내 고명딸, 사랑 듬뿍 받고 곱게 자랐을 것 같죠? 헹! "절벽에서 굴려 살아남은 강한 아이만 키운다"가 우리 영감..
▲ Dolsot Bibimbap by Jennifer Farley. ☞ Savory Simple 생각해 보니, 코쟁이들에겐 우리 한국의 돌솥비빔밥이 얼마나 신기하겠나. 유기에 담긴 비빔밥이야 뭐 영국에서도 금속 그릇은 흔하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뜨겁게 달군 돌에 (영국에서는 돌솥을 오븐에 넣고 데운다!) 쌀과 채소를 넣어 지글지글 데워 먹는다니, 신기해 자빠질 지경이겠지. 알록달록 색은 또 얼마나 예뻐. 재료는 고추장 빼고는 익숙한 것들인데 두툼하고 뜨거운 돌 그릇에 담겨 있으니 참신해 보일 테고. 달걀 노른자와 참기름이 뜨거운 밥알을 코팅 하면서 내는 그 고소한 맛은 또 무엇에 비길꼬. 영국의 미식가들 중에는 한국의 여염집에서도 보기 힘든 돌솥을 다 사다가 집에서 돌솥비빔밥 해먹는 이가 있는데, 돌솥 파..
원조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류가 있습니다. 아류가 살아남으려면 원조의 역사성과 카리스마를 뛰어넘는 어떤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매력은 이런 것들이 될 수 있습니다. ① 저렴한 값 ② 이용 편리성 혹은 접근성 ③ 원조보다 더 어필할 수 있는 어떤 요소 아류가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췄다면 원조는 존폐 위기에 처할 수도 있겠지요. 오늘 소개할 이 리어다머 치즈가 위의 세 조건을 다 갖췄습니다. 영국에서는 '리어다머'라 발음하는데, 이게 나라마다 발음이 조금씩 다른 것 같더라고요. 체코 사람들이 '레르다메르'라고 발음하는 걸 들은 적 있습니다. 1977년, 네덜란드 사람 둘이서 자국의 하우다gouda와 스위스 에멘탈emmentaler을 결합시킨 새 치즈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치즈를 처음 생산한 동네 이름..
한국인들이 하도 MSG에 거부감을 보이며 온갖 괴담들을 쏟아 내니 보다못한 식약처가 어제 MSG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 발표를 다 했습니다. 기사 댓글에 갑론을박이 벌어졌었죠. 서양인들도 우마미umami를 잘 압니다. 영국에서는 주로 오래 숙성된 체다나 안초비, 훈제 생선,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은 전통 고기 파이 등에서 우마미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이태리 음식이 맛있는 건 그들의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재료 조합 솜씨와, 식재료 자체가 가진 진한 우마미 덕일 겁니다. 토마토, 안초비, 올리브,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포르치니 등, 이태리 음식에 쓰이는 재료들이란 게 하나같이 우마미 짙은 것들이지요. 한국에서 많이 쓰는 MSG는 사탕수수 원당을 발효시킨 뒤 물에 잘 녹으라고 나트륨을 붙인 다소 '실험실..
▲ 런던 버러 마켓의 스위스 치즈 매대. 에멘탈. ▲ 수퍼마켓에서 사 온 조각. 진공 포장이라 저렇게 비닐 자국이 남는다. 휴... 얼마 전 소금 범벅 록포르Roquefort를 먹고 나서 혼이 다 빠졌더랬습니다. 오늘은 치즈 선반을 한참 뒤져 소금이 가장 적게 든 치즈를 골라 사왔습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에멘탈, 구멍 숭숭 난 톰과 제리 치즈를 드디어 소개합니다. 스위스 에멘탈 치즈의 공식 이름은 'Emmentaler Switzerland'입니다. 제가 수퍼마켓에서 본 숙성 치즈들 중에서는 소금이 가장 적게 든 치즈였는데, 1회 제공량인 30g에 소금이 겨우 0.14g밖에 안 들었습니다. 록포르는 1.06g이나 들었으니 록포르가 에멘탈에 비해 무려 7.5배나 더 짠 거죠. 모짜렐라 같은 숙성 과정을 거..
프랑스 블루 치즈의 최강자 록포르. 역사가 참으로 오래된 치즈입니다. 양젖으로 만들기 때문에 양젖 특유의 향이 좀 납니다. 염소젖 치즈만큼 향이 강하지는 않은데, 그래도 익숙한 소젖에 비하면 나름 향이 좀 있어요. 복잡한 풍미를 위해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고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숙성을 오래 안 시킨 연성 치즈라 수분도 좀 많습니다. 수분 많은 생유 치즈는 임산부와 노약자가 금해야 할 식품이지요.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히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없습니다. 록포르의 생산 과정을 담은 영상을 걸어봅니다. 영국 치즈들 만드는 모습을 보다가 프랑스 치즈들 만드는 모습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영국 치즈들은 대개 농장farmhouse에서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 소규모로 생산을 하는 반면 프랑..
▲ 인도 바스마티 현미와 요거트를 곁들인 가지 커리. 다쓰베이더 作. 영감, 밥이 좀 더 꼬들꼬들해도 되갔어. 영국에서는 벼가 안 자랍니다. 여기서는 주로 밀과 귀리oat를 생산하죠. 밀과 귀리의 질이 좋아 제가 영국에 와서야 베이킹에 취미를 들이고 귀리에 맛을 들였는데, 스코틀랜드 요리에 특히 귀리가 많이 쓰입니다. 몸에도 좋아 곡물중 유일하게 '수퍼푸드' 목록에 반드시 포함되곤 하지요. 귀리는 주로 북쪽 스코틀랜드 쪽에서 많이 재배를 하고, 기차 타고 남쪽을 여행할 때는 밀밭 사이를 지나게 될 때가 많습니다. 밀밭 풍경 참 아름다워요. 밀과 귀리를 재배해 먹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수퍼마켓에 가 보면 쌀이 제법 많습니다. 쌀 생산국이 아니니 오히려 전세계 쌀을 거리낌없이 다 갖다가 먹고들 있어요. 영국..
▲ 요크셔 Yorkshire 영국에는 블루 치즈가 얼마나 많은지, 지역마다 자기 고장 블루 치즈가 하나씩은 다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웬만한 영국 지명 뒤에 '블루'를 갖다 붙여 검색을 해보면 아마 블루 치즈가 수두룩 나올 겁니다. '영국 수퍼마켓 선반에 놓인 전세계 치즈들을 다 맛 보고야 말리!' 영국 생활 초기에 이런 원대한 꿈을 품었었는데요, 이건 뭐 영국 치즈도 다 못 먹어보고 귀국하게 생겼는걸요. 프랑스 치즈들이야 워낙 대량 생산들을 해대니 한국에 가서도 이렇게저렇게 먹을 기회가 많겠지만 영국 치즈들은 작은 농가에서 소량 생산하는 것들이 많아 영국 밖에서는 구하기가 좀 힘들 겁니다. 어떤 것들은 영국에 있어도 구하기 힘들어요. 치즈 전문점에 가야만 합니다. 유학생들은 영국에 있..
야심 차게 아이스크림 사업에 새로 뛰어든 어느 유명 세제 회사가 시식회에서 들은 평: "세제 냄새가 좀 나는 것 같아요." 르 크루제 티포트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 '기울이면 왠지 진한 갈색의 그레이비gravy나 주jus가 나올 것 같아.'
▲ Long Clawson's Shropshire Blue 이름이 다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치즈입니다. 처음 만들어진 곳은 잉글랜드의 슈롭셔가 아닌 스코틀랜드의 인버네스Inverness였고[1970년대], 그 뒤로는 잉글랜드의 레스터셔Leicestershire와 노팅엄셔Nottinghamshire의 스틸튼 생산자들이 만들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야 슈롭셔의 치즈 생산자들이 이 슈롭셔 블루의 생산에 나섰습니다. 슈롭셔가 가장 늦게 생산에 뛰어들었으나 소비자는 이름 때문에 슈롭셔산 슈롭셔 블루가 정통이라 생각할 확률이 높겠지요. 재미있습니다. 스틸튼과 거의 유사한 제법으로 만드나 스틸튼보다는 맛이 순합니다. 식물성 천연 염료인 아나토annatto를 써서 주황색을 내기 때문에 블랙스틱스 블루Blackstic..
내 사랑 . 그런데 버얼리 제품이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고, 사진에 있는 문양만 좋아합니다. 이 아시아틱 페전트는 영국 전통 문양입니다. 원조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여러 회사들이 그간 너도나도 써 왔지요. 붉은 계열, 갈색 계열, 녹색 계열로도 있고, 심지어 보라색으로도 있습니다. 푸른색도 뉘앙스가 아주 다양하고요. 저는 버얼리의 이 꿈같은 하늘색을 가장 좋아합니다. 빅토리아 시대[1837-1901] 때 이 문양으로 된 그릇들이 영국에 대유행을 했었습니다. 동양적 이미지를 영국 낭만주의풍으로 잘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번진 듯한 흐린 선들, 파스텔 조 색상, 마치 꿈결에서 본 이상향 같죠. 세부 묘사도, 부케의 배열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제품군 중에서는 지름 30cm짜리 디너 플레이트가 문양을 ..
프랑스는 수분 많은 말랑말랑한 치즈를 잘 만들고, 영국은 단단한 치즈와 푸른곰팡이 치즈를 잘 만듭니다. 어디 가서 다음과 같은 문구 읊조리며 잘난 척 팍팍 하셔도 됩니다. "영국은 하드 치즈와 블루 치즈가 유명하지. 대표적인 것으로 체다와 스틸튼이 있고 그밖에도 많은 하드 치즈와 블루 치즈가 있는데, TV에서 우리나라 라면 광고 하듯 블루 치즈 광고를 하기도 한다. 한국인은 된장찌개를 먹고 영국인은 블루 치즈를 먹는다. 스틸튼 같은 블루 치즈는 일년 내내 먹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 때는 반드시 먹어줘야 하는 절기 음식으로 통하기도 한다." TV 광고를 보고 블루 치즈 한 덩이를 사 왔습니다. 원래는 레스토랑에만 납품하던 치즈였는데 인기가 좋아 수퍼마켓들이 갖다 놓고 팔기 시작했습니다. 광고 재미있게 잘 만..
오토바이 타고 영국 전역과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털북숭이 영국 요리사 아저씨 두 분을 소개해 드린 적 있었죠? ☞ BBC에서 조만간 소개할 헤어리 바이커스의 한식 오늘 드디어 BBC
영국에서는 치즈를 보통 일곱 종류로 분류를 합니다. 나라마다 다르다기보다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국가별로도 딱 부러지게 정한 분류법이 없거든요. 영국에서는 ① Fresh 신선 치즈 ② Aged Fresh 숙성 신선 치즈 ③ Soft White 흰곰팡이 연성 치즈 ④ Semi-Soft 반연성 치즈, 혹은, 껍질을 닦은 반연성 치즈 ⑤ Hard 경성 치즈 ⑥ Blue 푸른곰팡이 치즈 ⑦ Flavour-Added 맛치즈 로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이 분류법이 가장 소비자 친화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치즈의 외형과 질감을 보고 나누는 방법이거든요. 다른 분류법들은 치즈 제법에 의한 것들이 많아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용어들을 많이 포함합니다. 냄새가 가장 고약한 것..
▲ The NHS launch leaflet, July 1948.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NHS에 대해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한국 신문에서 경제난으로 인한 자살 소식 기사를 보면 댓글 중에 이런 글이 항상 끼어 있죠. "젊어 게으름 떨면 나이 들어 저 꼴 나는 거다." 아직 인생에서 시련을 겪어 보지 않아 감각이 없는 젊은이, 또는 비교적 평탄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잘 합니다. 저는 아직 큰 시련을 겪어 보지 않은 젊은 사람 축에 들지만 이 말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인생이 어디 자기 마음대로 되던가요. 가족 중 누구 하나 큰 병 나거나, 아픈 아기 낳거나, 사고 당하거나, 갑자기 직장 잃거나, 사업 망하면, 아무리 성실하게 산 서민이라도 버티다 버티다 결..
영국 남서부에 있는 솔즈버리Salisbury 근처의 소규모 농가에서 만듭니다. 수분이 적고 단단해 보이죠? 저온살균한 소젖으로 만드는 경성 치즈입니다. 18개월 정도 숙성시킵니다. 단단한 정도를 설명하자면, 저 유명한 이태리 경성치즈인 파르미지아노-레지아노Parmigiano-Reggiano [일명 '파마산' 치즈]와 영국 체다의 중간쯤 된다고 하면 되려나요? 질감뿐 아니라 맛도 중간쯤 되고요. 숙성 하우다Gouda 같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냥 먹기도 하고 요리에 넣기도 해서 쓰임새가 많습니다. 말랑말랑한 연성 치즈나 쫀득쫀득한 반연성 치즈들이 식감도 좋고 참 맛있다고들 하는데요, 경성 치즈들도 무조건 단단하기만 한 게 아니라 치즈마다 나름 독특한 식감이 있어 꽤 즐길 만합니다. 특히, 파마산이나 이 올..
▲ "투표권을 쟁취하고 코르셋과 브라를 벗어 던졌더니 이젠 밀가루와 분홍 설탕 반죽에 우리를 가둬?" 억압 받는 동지를 보고 캐분노한 미일리어와 이리나. 한국의 방송사 일기 예보 화면을 우연히 보고는 놀라 자빠지거고 날씨 전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꽉 끼는 불편한 옷과 짧은 치마를 입고 나오는 건가? 옷이 하도 끼고 불편하니 상체에 힘 잔뜩 들어가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 기상 캐스터 인물 검색을 해봤더니 아니나다를까, 관록의 김동완 선생을 제외하고는 이삼십대 성형 미인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는 기상 캐스터가 마치 연예인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챌 수 있었다. 라틴 문화권 국가들의 기상 캐스터들도 만만찮다고 들었으나 이들 나라에서는 거리에 활보중인 보통 사람들도 남녀노소 불문 훌훌 벗..
▲ 서머셋 브리가 생산되는 서머셋 지역 영국의 대량 생산 흰곰팡이 치즈 중 으뜸이라는 의 '숙성ripened' 서머셋 브리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흰곰팡이 치즈로, 다쓰 부처도 좋아해 자주 사 먹습니다. 이름에 '브리'가 들어 있긴 하지만 외모와 질감만 비슷할 뿐 오리지날 브리Brie de Meaux와는 완전히 다른 맛이 납니다. 제조법도 다르다고 하는데, 영업 비밀인지 구체적으로는 밝히지 않네요. 8주 숙성시키는 브리 드 모와 달리 서머셋 브리는 최소 4주를 숙성시킵니다. 브리는 꺄멍베흐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하던 치즈죠. 영국에서도 브리와 비슷한 치즈를 만드는 곳이 여러 곳 있는데, 그중 이 러본 서머셋 브리가 가장 인기 있습니다. 맛, 향, 식감, 무엇 하나 뒤처지는 게 없어요. 신선..
▲ Salisbury Cathedral, cloister, April 2010. 한국에서는 정말 하루에 한 번 꼴로 생활고로 인한 자살 소식과 안타까운 죽음 소식이 들리는 것 같다. 며칠 전엔 송파동 사는 세 모녀가 번개탄 피워 놓고 한 방에 누워 자살. (키우던 고양이는 왜. 고양이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문 열어 내보내 주지 않고서...) 그리고 나서는 막노동 하던 67세 노인이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 하고 간암으로 고독사 했다는 소식. ☞ 화장 비용 100만원 남기고... 막노동 67세 고독사 유럽 각지에 흩어져 사는 한인 블로거들 입을 통해 유럽의 복지에 대해서는 신물 나도록 들었을 테니 나는 오늘은 영국의 무상 의료나 복지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으련다. 안그래도 이런 가슴 아..
▲ 크랜베리 박힌 웬즐리데일Wensleydale - 간식으로 먹기 좋은 순한 맛의 영국 치즈 영국인들은 일상에서 치즈를 많이 먹습니다. 그냥 먹기도 하지만 영국음식에도 치즈 들어가는 것들이 많아 치즈 수요가 많아요. 현재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치즈 종류를 약 1,000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그만큼은 안 되지만 영국도 꽤 많이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영국치즈협회British Cheese Board가 집계한 영국 생산 치즈는 현재 700종이 넘습니다. 많이 만들기도 하고 많이 먹기도 하니 임산부에 대한 치즈 지침도 아무래도 한국에서보다는 좀더 자세하죠. 두루뭉실하게 "치즈 중 어떤 건 태아에게 안 좋대." 아, 이러면 평소 치즈 즐기던 임산부들 멘붕 오는 겁니다. 저처럼 치즈 좋아하는 사람은 삶의 낙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