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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시간입니다. 포장이 근사하죠? 켈틱 심볼Celtic Knot이 다 박혀 있네요. 영국 남서부 끝자락에 있는 콘월Cornwall 지역에서 만듭니다. 지리상으로는 잉글랜드에 속해 있으나 이 콘월 지역 사람들이 좀 독특합니다. 지역색이 강하고 다소 배타적인 데가 있어요. 자신들을 잉글리쉬라 생각하지 않고 마지막 남은 진정한 켈트족의 후예라 생각합니다. 잉글리쉬 부자들이 풍광 좋은 콘월에 별장을 많이 갖고 있는데, 이를 못마땅히 여긴 지역 주민들로부터 "이봐! 잉글리쉬들이 왜 여기 와서 까불고 있어?! 얼른 잉글랜드로 돌아가!" 소리를 종종 듣는다고 하지요. 심지어 콘월 지역 언어가 따로 있어, 코니쉬들 중에는 아직도 영어와 콘월어를 같이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치즈 이름도 영어가 ..
고트 치즈goat's milk cheese는 처음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염소젖 치즈는 냄새 나서 도저히 못 먹겠다는 분들은 숙성 치즈 대신 신선 치즈fresh cheese로 한번 시도해 보세요. 오늘 소개해 드릴 치즈가 바로 그런 치즈입니다. 겨우 3일 숙성시킨 염소젖 치즈인데, 고작 3일이긴 해도 엄연히 숙성은 숙성. 허나, 이 로자리 애쉬는 신선 치즈로 분류해도 될 만큼 '신선'합니다. 무디 씨 부부가 만든 로자리 애쉬라... 치즈 이름이 어째 가톨릭스럽습니다. 가톨릭 의식 중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날 사제가 신도들 이마에 숯으로 십자가를 그어주는 전통이 있다죠? 여기서 따온 이름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제가 쓸 말이 포장에 이미 다 써 있어 김이 새네요. 상쾌하고refreshin..
당나귀 타고 해변 거닐기 - 영국의 오래된 해변 휴양지 여흥거리 중 하나이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영국 당나귀 보호 협회와 수의사 협회의 지침에는 이런 조항이 있다. 해변가에서 사람을 태우는 '직업'을 가진 당나귀는 • 만 네 살이 되기 전까지는 몸이 완전히 자라리 못했으므로 사람을 태울 수 없고 • 성체가 되어서도 몸무게 50kg 이상 나가는 사람은 태울 수 없고 • 일주일에 최소한 하루는 반드시 쉬어야 하며 • 업무 시간 중 점심시간이나 오후에는 반드시 최소 한 시간은 휴식해야 한다. 다음은 말과 당나귀와 노새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 정부의 꼼꼼한 지침. 굶겨도 혼나지만 살 뒤룩뒤룩 찌워도 혼난다. '사회적 동물'이므로 반드시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 한다. 여의치 ..
명절과 기념일에 맞춰 과자와 케이크 열심히 챙겨 먹는 단단이 올해는 세월호 사고로 혼이 다 빠져 있는 통에 4월 25일 안작 데이를 놓쳤습니다. 영국인들은 '안작'이라고 발음하는 것 같던데 한국에서는 미국 발음인 '앤잭'으로 표기를 하더군요. 당사자인 호주와 뉴질랜드 사람들은 어떻게 발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안작 데이에 관해서는 오래 전에 글을 한번 올린 적이 있습니다. 이 날을 기념하여 먹는 안작 비스킷 레서피도 같이 올렸으니 참고하세요. ☞ 안작 데이, 안작 비스킷 올해는 그냥 시판 비스킷을 사 먹기로 했습니다. '오쎈틱'이라 써 있네요. 이렇게 생겼습니다. 울퉁불퉁 못난이 과자예요. 값도 쌉니다. 80펜스, 우리돈으로는 1,400원 정도, 영국인들 체감 물가로는 800원 정도. 이 정도면 영국에서는..
이태리 남동쪽, 부츠의 굽 부분에 뿔리아Puglia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이태리 사람들은 뿔리아라 부르고 이태리 밖에서는 아뿔리아Apulia라고 하는 것 같네요. 주변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모짜렐라 치즈로 유명합니다. 모짜렐라 치즈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으니 오늘은 이곳에서 생산한 '변형된' 모짜렐라를 소개하겠습니다. 단단한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다는 것은 모짜렐라처럼 물에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강도 1짜리 치즈를 보니 제 마음이 다 '신선'해집니다. 모짜렐라와 부라따는 숙성을 거치지 않은 신선 치즈fresh cheese로 분류 됩니다. 왕만두가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모짜렐라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십자로 칼집을 내어 열어 보면 안이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먼저 크림이 와르르 쏟..
웨일즈 지역의 대표 치즈인 캐필리입니다. 농가에서 소량 만드는 정통 캐필리는 생유로 만들고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대량생산 캐필리는 시장 확보를 위해 저온살균유를 쓰고 식물성 효소로 굳힙니다. 전통적으로 웨일즈 지역의 광부들이 광산에서 점심 도시락에 곁들여 먹던 치즈였습니다. 웨일즈 지역에 광산이 많았거든요. 2차대전 후 식량 배급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던 시절, 농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우유는 잘 발달된 영국의 철도망을 따라 식량 배급제ration에 동원되기 바빴으므로 한동안 영국의 다양한 지역 전통 치즈들의 생산이 금지됐었습니다. 캐필리 생산도 중단됐고요. 정부 식품국The Ministry of Food에 의해 전국의 모든 우유는 배급과 체다 생산에 쓰였거든요. 1차대전 이전에는 독립 소규모 치즈..
네덜란드. 지구상에서 치즈 수출을 두 번째로 많이 하는 나라[1위는 독일. 2010년 통계]. 그러나 자국의 치즈 종류는 몇 개 안 되는 나라. 즉, 되는 놈만 죽어라 미는 방식의 치즈 산업 구조를 가진 나라. 영국과는 정반대죠. 네덜란드 전체 치즈 생산량의 60%가 하우다에 집중돼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 이 점이 바로 하우다를 세계적으로 이름난 치즈로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고요. 수요를 맞추느라 네덜란드 전역에서 만듭니다. 오늘은 네덜란드의 대표 치즈인 하우다를 소개합니다. 영미권에서는 '고다'라 부르기도 하는데, 우리 한국에서는 원어민 발음에 가까운 '하우다'를 맞는 표기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니 '하'를 가래 뱉는 듯한 끓는 발음을 해야 하네요. 네덜란드 사람들과 하우..
다쓰베이더가 집에 오는 길에 떨이 치즈를 사 왔습니다. 포장을 벗겨 보니 어딘지 익숙합니다.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던 ☞ 코니쉬 야그 치즈의 자매품인 '와일드 갈릭 야그'입니다. 같은 농장에서 생산합니다. 치즈는 같으나 겉을 감싸는 잎을 달리해 치즈맛이 달라지는 거지요. 쐐기풀nettle과는 달리 이 와일드 갈릭 잎에는 치즈의 숙성을 더디게 하는 성분이 있어 코니쉬 야그보다 숙성을 더 시켜 줘야 한답니다. 저온살균한 소젖을 쓰고 식물성 효소로 굳히는 반경성치즈입니다. 와일드 갈릭 야그를 만드는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이파리 채집부터 시작해야 하죠. 잎을 딸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아 최적의 상태일 때 부지런히 따야 합니다. 사진 보고 깜짝 놀란 분? 네에, 그렇습니다, 이 와일드 갈릭 잎, 바로 ..
아스파라거스가 제철이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온갖 종류의 봄 나물이 있지만 영국 땅에서 나는 봄 채소는 몇 가지가 안 됩니다. 다른 것들은 죄 수입을 해와야 하는 형편이죠. 영국 땅에서 자란 아스파라거스가 시장에 풀리면 온 국민이 이 아스파라거스에 목숨을 겁니다. TV, 신문, 잡지, 사방에서 아스파라거스 해먹으라고 성화예요. 남아도는 기운을 주체할 수 없는 분들은 제가 지금부터 일러 드리는 아스파라거스 조리법을 한번 따라해 보시길 바랍니다. 영국의 미슐랑 스타 셰프 톰 케리지의 요리책에 있는 겁니다. 레스토랑 스타일이라서 재료비와 품이 좀 듭니다. 4인분을 만들기 위한 레서피입니다. 아스파라거스 스무 개비를 준비합니다. 일인당 다섯 개를 주는 겁니다. 아스파라거스 밑동 부분을 활처럼 휘어 보면 '딱' 하..
제 생애 최초로 오리알이란 것을 다 사 보았습니다. 영국에는 달걀 대신 오리알을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달걀보다는 향도 강하고 맛도 진하다는데, 프라이를 해먹어 보니 차이가 거의 안 납니다. 달걀에 비해 껍질이 오히려 더 얇고 섬세하며, 알이 크니 프라이를 부쳐 놓으면 양이 좀 더 많다는 것, 다 익었는데도 흰자가 살짝 투명해 보인다는 것, 흰자 질감이 좀 달라 오리알 흰자가 달걀 흰자에 비해 덜 매끄럽고 단단하다는 것말고는 맛 차이는 크게 못 느끼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눔의 나라는 어떻게 오리알 포장도 이렇게 예쁩니까. 이 나라는 그냥 디자인 의식이 전국민 DNA에 박힌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인에 공들이는게 특별한 일이 아니고 지극히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요. 과대포장..
아, 에담. 빨간 파라핀 왁스 입힌 그 유명한 네덜란드 전통 치즈. (빨간 왁스, 드시면 안 됩니다! 미니 베이비벨 반 갈라서 손님한테 냈는데 손님 가신 다음 보니 접시에 왁스가 없더라는, 권여사님이 들려 주신 괴담 같은 실화;;) 드디어 만나 봅니다. 작게 잘라 포장한 제품입니다. 값도 쌉니다. 숫자 "1"을 보니 숙성을 얼마 안 시킨 어린 치즈네요. 좀 더 숙성시킬 수도 있겠지만 에담 치즈는 그냥 이렇게 어린 상태로 먹는 게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숙성이 더 된 것들은 검은색 왁스를 씌운다고 하죠. 영양 정보와 이런저런 정보를 담은 뒷면입니다. 이건 아나토annatto를 쓰지 않고 베타카로틴을 써서 색을 내는군요. 체다보다 유지방이 25%나 적다고 자랑을 해놨네요. 부분탈지유semi-skimmed m..
푸른곰팡이 치즈인 스틸튼과는 완전히 다른 치즈인 화이트 스틸튼을 소개합니다. 스틸튼처럼 이 화이트 스틸튼도 유럽연합에 의해 PDO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다비셔, 노팅엄셔, 레스터셔, 이 세 지역에 있는 단 다섯 개의 생산자만이 그 지역 젖소들로부터 얻은 우유를 가지고 화이트 스틸튼을 만들 수 있도록 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저온살균유로 만들고 3-4주 가량 숙성시킵니다. PDO 치즈이긴 해도 수퍼마켓 치즈 매대에서 이 화이트 스틸튼 찾아보기는 힘들 겁니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치즈보드에 올려 맨입에 그냥 먹는 치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로 건과일 박은 맛치즈flavoured cheese를 만들 때 베이스로 쓰거나, 페타처럼 요리에 쓰거나, 단 과일 파이 먹을 때 곁들여 내지요. 치즈케이크 만..
이층버스double-decker bus의 1층을 찍은 사진입니다. 마침 승객이 없길래 용기를 내어 찍어 보았습니다. 2층에 승객을 가득 앉힐 수 있어 1층에는 좌석을 많이 두지 않아도 되니 공간이 한층 여유롭습니다. 한국은 단층버스로 저상버스를 운영하려니 아무래도 고충이 많겠지요. • 제 앞에 있는 좌석 두 개는 노약자석입니다. • 제 뒤에 있는 좌석들은 두 명 이상의 일행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갈 수 있도록 마주보게 배치돼 있습니다. • 오른쪽 맨 앞에 운전석이 있습니다. • 왼쪽 맨 앞 출입문 바로 뒤에는 2석짜리 좌석이 있습니다. • 그 뒤에는 여행용 가방이나 짐, 장바구니 등을 얹을 수 있는 선반이 있습니다. • 세로로 3석짜리 좌석이 있습니다. 이 좌석은 기본적으로는 노약자용인데, 짐 많이 갖고..
스위스 에멘탈을 맛보고 나서 에멘탈 계열 모방 치즈들에 한참 관심을 가졌을 때 사 먹어본 치즈입니다. 얄스버그는 체다나 에멘탈 같은 치즈의 종류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부흐쌍Boursin'이나 '라핑 카우The Laughing Cow' 같은 브랜드 제품 이름입니다. 특정 회사의 특정 제품이란 소리죠. 정통 스위스 에멘탈이 비싸니 일전에 소개해드렸던 리어다머Leerdammer처럼 값싼 대용품을 만들어 시장 진입에 성공한 예가 되겠습니다. 1855년에 이미 그 기록이 있던 치즈였으나 잊혀졌다가 노르웨이 농경대 교수와 학생들의 복원 노력으로 1956년에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건국대학교 우유가 생각나는데, 건대 축산과에서 치즈도 생산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포장 뒷면의 광고 문구: ..
순한 영국 치즈를 사 왔습니다. 영국 수퍼마켓에서 파는 치즈들 포장에는 종종 숫자가 붙어 있는데, 숫자가 작을수록 맛이 순합니다. '1'은 보기 힘들고 대개 '2' 이상이 많아요. 숫자가 작은 치즈에는 보통 'mild'나 'mellow' 등의 문구가 함께 따라 붙곤 합니다. 이 치즈 포장에도 순한 치즈라는 문구와 숫자가 보이죠? 체다는 '4'이상은 돼야 풍미가 제대로 납니다. 그럼 세인트 자일스도 체다처럼 '3', '4', '5', '6', '7'이 있느냐? 그건 아니에요. 이 치즈는 애초부터 그냥 이 정도 숙성된 풍미로만 즐기는 치즈인 것 같습니다. 에멘탈 계열의 치즈들만큼은 아니지만 이 치즈도 제법 잘 휘는 말랑말랑한 식감을 가졌습니다. 주황색 껍질이 아름답죠? 껍질이 하도 얇고 치즈에 밀착돼 있어 ..
내가 애를 낳아 키워 보질 않아서 이렇게 감각이 없다. 곰곰 생각해 보니, 바다 속에 있는 저 아이들, 막둥이 같은 내 '동생'들이 아니라 내 '새끼' 같은 애들이잖나. 일찍 결혼한 내 친구의 큰 아들이 고등학교 2학년이니 딱 저 아이들과 같은 나이다. 그러니 애들 엄마는 내 또래이거나 그래봤자 몇 살 위인 언니 같은 사람들이고. 내 친구, 내 언니가 지금 새끼를 잃은 것이다. * * * 독신녀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결혼을 안 했기 때문에 애를 못 낳았다는데 어쩔 건가. 국가의 입장에서는 결혼하고도 애를 낳지 않는 나 같은 사람이야말로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반동 분자요, 재난시 먼저 구해야 할 '어린이와 여성'에도 절대 포함시켜서는 안 될 비생산적인 인간인 것이다. 애 낳아 애국하자고 부르짖는 작금..
이달 초에 맛보았던 낭비가 심한 치즈 하나를 소개합니다. 바슈랭입니다. 스위스 치즈이기도 하고 프랑스 치즈이기도 합니다. 두 나라가 맞닿은 국경 지역 산자락에서 양국이 각각 만들거든요. 바슈랭의 종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 Vacherin Fribourgeois • Vacherin d'Abondance • Vacherin des Bauges • Vacherin Mont d'Or / Vacherin du Haut-Doubs 첫 번째 줄에 있는 것은 바슈랭이라는 이름만 공유할 뿐 성격은 완전히 다른 치즈입니다. [아래 사진] ▲ Vacherin Fribourgeois 오늘 소개할 치즈는 마지막 줄에 있는 것으로, 스위스에서는 '바슈랭 몽 도'라 부르고 프랑스에서는 '바슈랭 뒤 오-두'라 부릅니다. (스위..
'정통' 브리를 사 왔습니다. 프랑스와 거리가 가까워 영국에서는 유통기한이 짧은 프랑스 신선 치즈나 연질 치즈들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살균하지 않은 생유를 쓰고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대개 6주에서 8주 숙성시킨다는데, 이 제품은 8주간 숙성시킨 제품입니다. 생유 치즈라 임산부와 노약자는 먹을 수 없고, 수송아지 위장에서 추출한 동물성 효소를 쓰기 때문에 채식주의자도 먹을 수 없습니다. 정통이라서 좀 비쌉니다. 전통 제법으로 만든 프랑스 AOC나 AOP 치즈들은 원래 값이 좀 나갑니다. (둘 다 같은 뜻. 전자는 프랑스 고유 표기, 후자는 유럽연합 권장 표기. 영국 치즈들은 PDO로 표기.) 비싼 치즈라 싸구려 비닐 따위에 싸질 않고 이렇게 고급 왁스 종이에 싸서 팝니다. 단단은 이렇게 비싼..
아이고 두야. 이 사람들이 지금 어디서 이러고 있는지 아십니까? . . . . 탱크 속입니다. 꽈당 가만 보니 저게 지금 의 비스킷과 홍차 아닙니까! 우리 홍차인들도 큰맘 먹고 사는 백화점 것을 전투복 입은 군인들이 즐기고 있어요. 군인들에게 비스킷과 홍차를 보내는 것은 빅토리아 여왕 시절부터 행해 오던 영국의 오랜 관습입니다. 비스킷도 비닐 봉지나 종이 상자에 담아서 주질 않고 꼭 멋지게 새로 디자인한 깡통에 담아서 줍니다. 수집 가치가 높죠. 사진 속의 제품은 지난 2012년, 현 여왕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왕실이 아닌 백화점에서 파병 군인들에게 위문품으로 기부를 한 것입니다. 홍차를 '퀸 안 블렌드Queen Anne Blend'로 한 이유는, 이 백화점이 안 여왕 시절인 1707년에 창업을 했기..
수퍼마켓 치즈 선반에 아, 글쎄, 이렇게 생긴 치즈가 다 있는 겁니다. 생산자마다 자사 제품에 고유 이름을 붙이고는 있지만 이런 치즈들을 통칭 '스트링 치즈'라 부르죠. 제가 사온 것은 아일랜드 사의 '치스트링'이란 제품인데,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스트링 치즈 중 이 제품이 가장 유명합니다. 검색을 해보니 한국에서도 스트링 치즈가 꽤 많이 소비되고 있더라고요. 남들 다 알고 있는 치즈를 저만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사실 이름만 몰랐을 뿐, 맛은 이미 저 옛날 '치즈 크러스트' 피짜를 통해 알고 있던 것이었지요. 테두리 부분에 들어 있던 하얗고 쫄깃거리는 치즈 말예요. 스트링 치즈만 이렇게 따로 사서 먹어볼 수 있다는 생각은 못하고 있었는데요. 총천연색 포장을 보니 아이들용이 틀림없죠. 콧방귀 뀌며 속으로..
영국에서 벌써 몇 년을 살았어도 길에서 고양이 보기가 힘들다. 여긴 정원 있는 집들도 많고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 고양이 키우는 집이 한국보다 많다. 키우는 집이 많으면 그만큼 버림 받는 고양이도 많을 텐데 길냥이 보기가 힘드니 희한하다. 길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발견 즉시 잡아 어디 가두는 걸까? 이런 인건비 비싼 나라에서 일일이 사람 써서 잡아들이기 쉽지 않을 텐데? 유기 동물 보호소가 많긴 해도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고. 어떻게 이렇게 길냥이 보기가 힘든 걸까? 영국은 집집마다 담 안쪽에 뚜껑 달린 키 큰 플라스틱 쓰레기 통을 놓고 쓴다. 그래서 길냥이가 있어도 쓰레기 봉투 뜯어 말썽 일으킬 일이 없다. 밤마다 '러브송' 불러대는 소리도 듣기 힘들다. 그러니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
▲ 북요크셔 North Yorkshire 요크셔 지역의 대표 치즈인 웬즐리데일을 소개합니다. 웬즐리데일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오늘은 웬즐리데일 블루 치즈로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웬즐리데일 플레인 혹은 웬즐리데일 화이트가 기본형이고 여기서 웬즐리데일 블루 치즈가 파생돼 나왔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이 웬즐리데일 블루 치즈가 웬즐리데일 치즈의 시조입니다. 영국인들 중에도 이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아요. 웬즐리데일 블루는 현재 한 치즈 농장에서 거의 독점으로 생산하다시피 합니다. (☞ Wensleydale Dairy Products) 인근 지역의 농가들은 스틸튼Stilton 만드느라 바쁘거든요. 스틸튼이 워낙 유명한 치즈라서 수요가 많아 그렇습니다. 저 옛날 프랑스의 시토 수도승Cistercian들이..
▲ 잉글랜드 콘월 Cornwall, England 영국 수퍼마켓들이 우윳값을 자꾸만 후려쳐 영국 우유 농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죠. 같은 윤리적인 수퍼마켓은 우윳값을 잘 쳐주는 편인데 다른 수퍼마켓들은 그놈의 가격 경쟁을 하느라 부담을 전부 우유 농가들에게 떠넘기고 있어요. 생필품 중의 생필품인 우유가 싸야 소비자가 그 수퍼마켓을 믿고 찾는다는 겁니다. 아니? 그 비용을 왜 우유 농가에게 떠넘기는 걸까요? 영국 와서 질 좋은 우유가 한국보다 싸다고 신나 했었는데, 우윳값이 마냥 싼 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점차 깨닫는 중입니다. 버티지 못해 문 닫는 데어리dairy가 속출하고 있어요. 커피 빈이나 코코 빈, 홍차 같은 제3세계 농작물에는 공정무역fai..
Q 권여사님과 단단 모녀의 공통점은? A 둘 다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좋아한다는 것 권여사님 가방을 뒤지면 늘 사탕과 손수건과 빅토리녹스 스위스 아미 나이프가 튀어나옵니다. 사탕은 기침하는 노인들한테 건네기 위한 것이고, 손수건은 남녀노소 불문 필수 지참품이라 여기기 때문이고(휴지보다 우아하고 시적임), 스위스 아미 나이프는, 글쎄요, 쓰시는 걸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비상시를 대비해 갖고 다니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이상하게도 명품백, 보석, 이런 것엔 관심이 별로 없고 지도나 공구 같은 것을 좋아합니다. 머슴아들 틈에 끼여 자랐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들 많은 집의 막내 고명딸, 사랑 듬뿍 받고 곱게 자랐을 것 같죠? 헹! "절벽에서 굴려 살아남은 강한 아이만 키운다"가 우리 영감..
▲ Dolsot Bibimbap by Jennifer Farley. ☞ Savory Simple 생각해 보니, 코쟁이들에겐 우리 한국의 돌솥비빔밥이 얼마나 신기하겠나. 유기에 담긴 비빔밥이야 뭐 영국에서도 금속 그릇은 흔하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뜨겁게 달군 돌에 (영국에서는 돌솥을 오븐에 넣고 데운다!) 쌀과 채소를 넣어 지글지글 데워 먹는다니, 신기해 자빠질 지경이겠지. 알록달록 색은 또 얼마나 예뻐. 재료는 고추장 빼고는 익숙한 것들인데 두툼하고 뜨거운 돌 그릇에 담겨 있으니 참신해 보일 테고. 달걀 노른자와 참기름이 뜨거운 밥알을 코팅 하면서 내는 그 고소한 맛은 또 무엇에 비길꼬. 영국의 미식가들 중에는 한국의 여염집에서도 보기 힘든 돌솥을 다 사다가 집에서 돌솥비빔밥 해먹는 이가 있는데, 돌솥 파..
원조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류가 있습니다. 아류가 살아남으려면 원조의 역사성과 카리스마를 뛰어넘는 어떤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매력은 이런 것들이 될 수 있습니다. ① 저렴한 값 ② 이용 편리성 혹은 접근성 ③ 원조보다 더 어필할 수 있는 어떤 요소 아류가 이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췄다면 원조는 존폐 위기에 처할 수도 있겠지요. 오늘 소개할 이 리어다머 치즈가 위의 세 조건을 다 갖췄습니다. 영국에서는 '리어다머'라 발음하는데, 이게 나라마다 발음이 조금씩 다른 것 같더라고요. 체코 사람들이 '레르다메르'라고 발음하는 걸 들은 적 있습니다. 1977년, 네덜란드 사람 둘이서 자국의 하우다gouda와 스위스 에멘탈emmentaler을 결합시킨 새 치즈를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치즈를 처음 생산한 동네 이름..
한국인들이 하도 MSG에 거부감을 보이며 온갖 괴담들을 쏟아 내니 보다못한 식약처가 어제 MSG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 발표를 다 했습니다. 기사 댓글에 갑론을박이 벌어졌었죠. 서양인들도 우마미umami를 잘 압니다. 영국에서는 주로 오래 숙성된 체다나 안초비, 훈제 생선,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은 전통 고기 파이 등에서 우마미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이태리 음식이 맛있는 건 그들의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재료 조합 솜씨와, 식재료 자체가 가진 진한 우마미 덕일 겁니다. 토마토, 안초비, 올리브,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포르치니 등, 이태리 음식에 쓰이는 재료들이란 게 하나같이 우마미 짙은 것들이지요. 한국에서 많이 쓰는 MSG는 사탕수수 원당을 발효시킨 뒤 물에 잘 녹으라고 나트륨을 붙인 다소 '실험실..
▲ 런던 버러 마켓의 스위스 치즈 매대. 에멘탈. ▲ 수퍼마켓에서 사 온 조각. 진공 포장이라 저렇게 비닐 자국이 남는다. 휴... 얼마 전 소금 범벅 록포르Roquefort를 먹고 나서 혼이 다 빠졌더랬습니다. 오늘은 치즈 선반을 한참 뒤져 소금이 가장 적게 든 치즈를 골라 사왔습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에멘탈, 구멍 숭숭 난 톰과 제리 치즈를 드디어 소개합니다. 스위스 에멘탈 치즈의 공식 이름은 'Emmentaler Switzerland'입니다. 제가 수퍼마켓에서 본 숙성 치즈들 중에서는 소금이 가장 적게 든 치즈였는데, 1회 제공량인 30g에 소금이 겨우 0.14g밖에 안 들었습니다. 록포르는 1.06g이나 들었으니 록포르가 에멘탈에 비해 무려 7.5배나 더 짠 거죠. 모짜렐라 같은 숙성 과정을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