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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예전에 실없는 꿈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기억하시는 분? 아래의 연결문서를 잠깐 보고 오십시오. ☞ 김정은 꿈의 배경으로는 당시로선 생소하던 '치즈 바'가 나왔었지요. 그 꿈 꾸고 나서 로또 당첨돼 거금 생기면 치즈 바 차려 주말마다 블친들 초대해 먹고 마시면 참 좋겠다 생각했었습니다. 아아,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여라. 그런데 2019년 9월, 위 사진과 같은 회전(!) 치즈 바가 런던에 생겼습니다. 제가 귀국하고 난 다음이죠. 애통 원통 분통. 나 없이도 런던은 잘 돌아가고 있구나. 세계 최초라죠? 영국에 있었으면 개업 소식 듣자마자 다녀왔겠지만 코로나 시국에 한국에 있으니 아래의 영상으로 대리만족해 봅니다. 영국산 치즈들로만 낸다고 합니다. 곁들이도 영국산 아티잔 식품들이 주를 이루고요. ▣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혼자 갔다가 치즈 매대에서 스틸튼을 발견하고는 눈이 번쩍 뜨인 다쓰베이더. "스틸튼이 드디어 수입돼 들어왔소." 전화로 당장 마눌님께 보고하고는 한 덩이를 집어왔습니다. 부부가 감격하여 이틀에 걸쳐 먹어치우고는 ▣ 그 다음날 또 갔어요. ㅋ 이야, 한국은 이제 생활 수준이 매우 높아진 선진국임에 틀림없습니다. 내로라 하는 블루 치즈들이 종류별로 다 들어와 있어요. 에는 독일의 흰곰팡이+푸른곰팡이 치즈 '캄보졸라Cambozola'도 들어와 있죠. 사재기. 매대에 있는 거 몽땅 집어왔습니다. 여러분, 다음주에 크리스마스가 있지 않습니까? 스틸튼은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치즈'로 통합니다. ▣ 그래서 영국의 수퍼마켓들은 12월이 되면 스틸튼을 평소에 내던 작은 조각이 아닌 이렇게 반달 모..
다쓰 부처가 큰맘 먹고 런던 가서는 달랑 아프터눈 티만 먹고 '쓩' 돌아왔을 리가 없죠. 이것저것 계획했던 볼일 보고 여기저기 들러 물건 구경 사람 구경 실컷 하다 왔습니다. 런던 코벤트 가든 근처에 '닐스 야드'라고 불리는 독특한 중정court yard이 하나 있어요. 한국인들이 런던 여행 와서 코벤트 가든 쪽에 오면 사진 한 장 꼭 담아 가는 예쁜 공간이지요. 작은 중정이라서 볼거리가 많진 않은데 중정을 둘러싼 건물들이 아기자기 알록달록해서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옵니다. 이곳에 입점한 가게들도 월드 푸드니, 힐링 푸드니, 대체 의약 유기농 화장품이니 해서 다소 히피스러운 데가 있어요. 중정 가운데 놓인 벤치에 앉아 햇빛 쬐면서 이런저런 음식 먹고 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날씨도 좋았어요. 아아, 영국의..
▲ 노팅엄셔Nottinghamshire 스틸튼Stilton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치즈 농가 이 낸 신제품입니다. 이것도 블루 치즈입니다. 2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해 올해 시장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스틸튼은 단단하면서도 잘 부스러는 반경성 치즈로 분류가 되는데, 이 보베일은 이태리의 고르곤졸라 피칸테처럼 수분이 좀 더 많고 부드럽고 매끄러운 질감을 내도록 만들었다고 합니다. 7주 숙성을 시킵니다. 국자로 응유를 떠서 치즈 틀에 살살 담은 뒤 천천히 유장을 빼기 때문에 수분이 비교적 많고 부드러운 질감이 납니다. 프랑스 흰곰팡이 연성 치즈들, 특히, 꺄몽베흐 만들 때와 비슷한 기법을 쓰는 거지요. 보기에도 벌써 스틸튼보다 훨씬 수분이 많고 부드러워 보이죠? 스틸튼은 껍질을 먹지 않지만 보베일은 껍질까..
▲ 허, 포장 그림이 어째 좀 야하다. 영국에 와서야 염소젖 치즈에 맛을 들였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사실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는 본 적도 없었습니다. 염소젖으로 치즈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는걸요. 이제는 한국에도 다양한 치즈들이 수입돼 들어가고 있죠. 제가 한국을 떠나올 당시만 해도 대형마트나 레스토랑들이 취급하는 치즈는 몇 가지가 안 되었습니다. 여염집 주부가 살 수 있는 치즈란 기껏해야 체다맛 흉내 내 만든 흐물거리는 주황색 가공 물질, 가짜 파마산 가루, 시큼하고 자극적인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 뒷맛이 개운치 않게 오래 남는 라핑 카우 벨 큐브, 치즈 풍미는 하나도 안 나는 빨간 왁스 입힌 에담풍 미니 베이비벨 정도였죠. (손님 가신 다음 상을 치우려 보니 빨간 왁스까지 다 드..
▲ 플라우맨스 런치 1인분 기웃이: 이보오, 주인장. 오늘을 또 무슨 요리를 하려고 도마 위에 재료를 잔뜩 꺼내 놓았소? 여름인데 집에서 요리하는 거 덥지도 않소? 주인장: 이건 도마가 아니오. 코쟁이들 말로 '서빙 보오드'라 하는 것이오. 게다가, 재료를 올려놓은 게 아니라 완성된 먹거리를 올려놓은 것이오. 기웃이: 무엇? 이게 완성된 요리라는 거요, 지금? 주인장: 구라파 코쟁이들은 본디 도마, 아니, 서빙 보드 위에 이런 것들을 잘 올려놓고 즐긴다 하오. 이건 영국의 농부들이 일하다 말고 점심에 먹는 '플라우맨스 런치'라는 것이오. 기웃이: 내가 영어 쫌 아는데, '플라우맨스'라니, 그러니까 우리 새참 같은 것이오? 주인장: 그렇소. 영국에서는 저 옛날부터 맥주ale와 빵과 치즈를 함께 먹는 관습이..
제가 콘월어에는 까막눈이라 'Llawnroc'의 정확한 발음을 모르겠습니다. 발음 기호를 찾아 겨우 독음해 봤는데, 틀릴 수도 있어요. 잉글랜드 남서부 끝자락 콘월에 있는 흰곰팡이 연성 치즈 전문 회사에서 만드는 치즈입니다. 수퍼마켓에만 공급하기 때문에 다른 수퍼마켓이나 치즈 전문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요. 저온살균한 소젖 전지유로 만들고 식물성 효소로 굳힙니다. 이 치즈는 실온에 두면 희한하게도 껍질쪽이 아니라 가운데부터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브리인 ☞ 세인트 엔델리온보다는 맛이 단순하고 싱겁습니다. 흰곰팡이의 쏘는 맛도 적고 치즈 속살 자체도 싱거워요. 고소하기로는 또 ☞ 서머셋 브리만 못하고요. 이걸 사 먹느니 세인트 엔델리온이나 서머셋 브리를 사 먹겠습니다. 떨이로 나왔길래 궁금..
오랜만에 영국 블루 치즈 이야기를 다시 해봅니다. 울퉁불퉁 못생겼죠? 이 치즈가 이래봬도 작년 국제 치즈 대회The International Cheese Awards Nantwich에서 최고상을 받은 치즈랍니다. 27개국에서 출품된 4,285개의 치즈들을 물리치고 영예를 차지했죠. 116번째 열리는 대회였습니다. 영국인들은 블루 치즈를 정말 잘 만듭니다. 소위 세계 3대 블루 치즈라고 이태리 고르곤졸라, 프랑스 록포르, 영국의 스틸튼을 꼽잖아요? 고르곤졸라나 스틸튼은 맛이 있으니 눈감아 줄 수 있지만 거기 록포르가 낀 것은 동의하기 힘듭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소금이 많이 들어 먹고 나면 소화기관 전체가 다 얼얼한 치즈가 세계 3대 블루 치즈 중 하나라니요. 푸아그라와 캐비아와 송로버섯을 세계 3대 ..
Credit: ☞ Shelia Butcher Credit: ☞ John Patrick 아름다운 스웨일데일. 여름과 늦가을의 모습을 각각 찍은 것 같네요. 스웨일데일은 ☞ 요크셔 데일 국립 공원The Yorkshire Dales National Park의 북쪽에 위치한 지역입니다. 아름다운 풍광과 야생 동식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역 전체가 국립 공원에 속하게 되었지요. 정말 아름답죠? 영국 땅을 뜨기 전에 꼭 여행해보고 싶은 곳입니다. 빨간 표시된 지역이 바로 스웨일데일입니다. 스웨일데일 치즈는 현재 그 옆 동네에 있는 리치몬드 마을에서 ☞ 스웨일데일 치즈 컴퍼니가 독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압착 가열 반경성 염소젖 치즈입니다. 소젖과 양젖으로 만든 스웨일데일 치즈도 있는..
▲ 링컨셔 Lincolnshire 링컨셔 포처. 영국인들 발음으로는 링컨셔 포우처. 우리말로 번역하면 '링컨셔의 밀렵꾼'. 사냥꾼이 아니라 밀렵꾼입니다. 돈 없고 힘 없는 자가 지주의 땅에 몰래 들어가 고기를 마련해 온다는 숨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옛 시절엔 이 밀렵꾼에 대한 처벌이 무시무시했지요. 그래서 목숨 걸고 들어가 밀렵을 한 뒤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무용담도 많이 전해져오고요. 이게 사실 도적질과 마찬가지인데, 권위에 맞서고 힘 있는 자를 한껏 조롱한다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니 재미있죠. 로빈 후드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영국인들은 '링컨셔 포처'라는 단어를 들으면 즉각 다음의 세 가지를 떠올립니다. 우선, 라는 이름의 링컨셔 지역 민요. 선율이 어찌나 경쾌하고 리듬이 힘찬지, 한 번 듣고 나면 ..
▲ 웨스트 서섹스West Sussex, England 웨스트 서섹스 지역에서 나는 양젖 치즈를 소개합니다. 영국 양젖 치즈는 처음 소개하는 것 같네요. 이름의 '슬립코트'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농가에서 만든 작은 치즈 한 덩이little (=slip) piece of cottage (=cote) cheese"라는 옛말. 또 하나는, 치즈를 숙성시킬 때 속살이 껍질로부터 자꾸 미끄러져slip 빠져 나오려는 성질을 묘사한 것. 현재는 서섹스 슬립코트를 ☞ 하이 윌드 데어리에서 독점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중세 때부터 만들어 오던 오래된 전통 치즈입니다. 크림 치즈처럼 생겼죠? 부흐쌍Boursin처럼 빵이나 크래커에 바르면 좋아요. 재킷 포테이토에 얹거나 파스타 소스에 활용해도 좋고요. 치즈 속에..
▲ 북요크셔 North Yorkshire. 이게 도대체 언제적 사진인지... (가물가물)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지난 뒤 떨이로 나온 모둠 치즈를 샀던 것 같습니다. 영국인들이 일년 중 치즈를 특별히 많이 찾는 때가 있는데, 바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입니다. 각종 크고 작은 파티가 많아 치즈 수요가 많거든요. 치즈 생산자들도 이때에 맞춰 잔뜩 생산해 수퍼마켓에 납품을 합니다. 이렇게 모둠으로 사면 값이 조금 저렴한 데다, 치즈에 지식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고민해 가며 치즈를 고를 필요가 없어 편합니다. 이런 모둠 치즈를 저도 두 번 정도 사 먹어 보았는데, 맛과 질은 아무래도 하나씩 골라 사 먹는 최고급품들보다는 떨어집니다. 값이 싸고 편하다는 데 의의가 있겠습니다. 연말연시가 지나 안 팔리고 남은 것들은 원래..
▲ 북요크셔 North Yorkshire. 아, 웬즐리데일. 이름이 예쁘죠? 지극히 잉글랜드적인 어감이죠. '데일dale'은 '산골짜기'를 뜻합니다. 잉글랜드 북부에서 쓰는 용어로, 문어체스러운 느낌이 좀 있다네요. 이 치즈는 1150년경부터 만들어오던 요크셔 지역의 전통 치즈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요크셔 중에서도 북요크셔 쪽이고요. 지금은 수요가 많아 영국 전역에서 만들고 심지어 외국에서도 모방하고 있지만, 요크셔 지역에서 만든 웬즐리데일은 특별히 '요크셔 웬즐리데일'로 이름을 붙일 수 있도록 유럽연합에 의해 지리적표시보호PGI 제도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사진에 있는 치즈 포장에도 'Yorkshire Wensleydale'이라고 써 있죠. 아무나 이런 이름을 갖다 쓸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유럽연합..
▲ 이스트 서섹스 East Sussex 떨이 치즈를 사 왔습니다. 제 치즈 시식기의 90%는 떨이 치즈를 사 먹고 쓰는 것들입니다.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하는 아티잔artisan 치즈를 3천원 조금 넘게 주고 사먹을 수 있다니, 치즈 천국이 따로 없어요. 잉글랜드 남부에 위치한 이스트 서섹스 지역의 호람Horam 마을에서 만듭니다. 에서 만드는 염소젖 치즈인데, 젖을 외부로부터 공급 받지 않고 자기네 농장에 있는 염소들로부터 직접 짜서 만듭니다. 염소 품종은 Toggenburg와 British Saanen, 두 종류라고 합니다. 저온살균을 하고 식물성 효소를 써서 굳힌 뒤 압착 과정을 거쳐 단단하게 만듭니다. 2개월간 숙성시킵니다. 지름 18cm, 높이 9cm, 무게 2kg짜리 원반으로 만들어 납품을 하고..
▲ 햄프셔 Hampshire 흰곰팡이 소젖 치즈는 그간 프랑스 정통 브리말고도 영국 브리로 두 종류를 더 소개해 드렸습니다. 서머셋 브리와, 코니쉬 브리인 '세인트 엔델리온'을 소개해 드렸었죠. 브리는 큰 원반 형태로 만들어 케이크처럼 쐐기wedge 꼴의 조각으로 잘라 파는 것이 일반적이고, 브리를 모방해 후대에 만들었다는 꺄몽베흐는 지름 11cm 정도의 작은 원반으로 만들어 개별 포장을 해서 파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나무 상자에 든 것들도 있는데, 이런 것들은 종이, 깡통, 플라스틱에 든 것들보다는 좀 더 고급스럽고 전통적인 느낌이 납니다. 브리를 모방한 치즈임에도 불구하고 꺄몽베흐의 인기가 브리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이유는 크기가 작은 데다 나무 상자에 개별 포장되어 유통된다는 편리성 때문입니다. 조각..
▲ 콘월 북쪽의 세인트 엔델리온 마을 St Endellion, Cornwall [빨간색 지역의 흰 점] 300g이나 되는 치즈를 3천원 조금 넘게 주고 사 왔습니다. 유통기한이 임박해 값이 3분의 1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치즈 카운터 아주머니가 "운 좋으시네!" 하셨습니다. 영국 전통 치즈들에는 본래 체다, 랭커셔, 글로스터, 체셔, 레드 레스터 등 단단한 경성 치즈들이 많으나 2차대전 이후부터는 수분 많은 연성 치즈들도 꾸준히 생산해 오고 있습니다. 실력 좋은 치즈 장인이 많아 국제대회 신생 치즈 부문에서 수상도 곧잘 하곤 합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흰곰팡이 껍질의 연성 치즈들은 유통기한이 다 된 걸 사 와 그날 바로 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풍미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이거든요. 사 와서 일부러 유..
▲ 체셔Cheshire 잉글랜드 전통 치즈 중 주황색 나는 치즈들을 계속해서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예쁜 살굿빛이 나는 체셔 치즈입니다. 원래는 색소를 넣지 않는데, 색소 넣은 제품이 더 인기가 있다 보니 요즘 사람들은 체셔 하면 으레 주황색 나는 치즈로만 알고 있다고 합니다. 색소 안 넣은 체셔가 원조입니다. 색은 아나토annatto로 냅니다. 가장 오래된 영국 치즈로 추정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로마가 영국을 지배하던 때 로마인들에 의해 처음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들을 하는데, 11세기 말 에도 체셔에 대한 언급이 있을 정도며, 17세기 초에는 영국의 주요 도시들에 이미 체셔가 보급되었고, 1739년부터는 영국 해군의 배에 배급품으로도 실렸다고 합니다. 넬슨의 배에 실렸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 레스터셔Leicestershire ▲ 전통 제법으로 만든 '스파켄호 레드 레스터 Sparkenhoe Red Leicester 레드 레스터를 드디어 소개합니다. 스틸튼stilton으로 유명한 레스터셔 지역에서 만듭니다. 교통이 발달해 있질 않던 옛 시절, 자기 동네에서 얻을 수 있는 우유의 양은 한정돼 있고 레드 레스터보다는 스틸튼의 인기가 더 높으니 질 좋은 우유는 죄 스틸튼 만드는 데 동원이 되고 레드 레스터는 점차 질이 떨어지는 우유를 가져다 만들게 되었다는 슬픈 역사가 있습니다. 산업혁명의 기운이 절정에 달했던 빅토리아 시대를 거치면서 쇠퇴를 거듭하고, 설상가상, 농가에서 정성껏 손으로 만들던 것을 두 차례의 전쟁 이후 공장에서 대량생산하게 되면서부터 이 레드 레스터의 위상은 한없이 추락하게 되..
▲ 앗, 내 발이 왜 이러지? ▲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잉글랜드 남서부에 글로스터셔라는 지역이 있습니다. 철자와 발음이 다르니 주의해야 합니다. 영국 지명 중에는 '-cester'가 들어있는 곳이 더러 있는데, 철자 그대로 '세스터'라 발음하는 한국인이 많아요. 심지어 기자들도 기사 쓸 때 이렇게 쓰는 걸 봅니다. '-ce-'가 묵음입니다. 'Leicester'는 '레이세스터'가 아니라 '레스터'라고 발음해야 합니다. 도자기 회사 'Royal Worcester'는 '로얄 워세스트'가 아니라 '로얄 우스터'입니다. 'Gloucester'는 '글로우세스터'가 아니라 '글로스터'입니다. 이 지역에 '쿠퍼스 힐Cooper's Hill'이라 불리는 경사가 심한 언덕이 하나 있어요. 매년 5월 말 ..
▲ 자기네 농장 염소들한테 이름을 일일이 지어 붙였다고 함. 사진은 에쎌. 포장마다 다 다름. 영국 고트 치즈 네 번째 시간입니다. 맛이 순한 것에서부터 강한 것으로 점차 옮겨 오면서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카프리콘'은 별자리 중 염소자리를 뜻하죠. 고트 치즈 이름으로는 더없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세계에 고트 치즈 만드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자기가 만든 치즈에 이름 붙이는 것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쟁이 치열한 치즈 시장에서 신생 치즈들이 돋보이고 살아남으려면 이름도 신경 써서 잘 지어야겠지요.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 이름 붙은 미술 작품들은 내용을 떠나 이젠 이름만으로도 너무 지겨워요. , 이름 붙인 음악도 심드렁, 쯤 돼야 음악 상품이 넘치는 세상에서 그나마 기억..
두 번째 시간입니다. 포장이 근사하죠? 켈틱 심볼Celtic Knot이 다 박혀 있네요. 영국 남서부 끝자락에 있는 콘월Cornwall 지역에서 만듭니다. 지리상으로는 잉글랜드에 속해 있으나 이 콘월 지역 사람들이 좀 독특합니다. 지역색이 강하고 다소 배타적인 데가 있어요. 자신들을 잉글리쉬라 생각하지 않고 마지막 남은 진정한 켈트족의 후예라 생각합니다. 잉글리쉬 부자들이 풍광 좋은 콘월에 별장을 많이 갖고 있는데, 이를 못마땅히 여긴 지역 주민들로부터 "이봐! 잉글리쉬들이 왜 여기 와서 까불고 있어?! 얼른 잉글랜드로 돌아가!" 소리를 종종 듣는다고 하지요. 심지어 콘월 지역 언어가 따로 있어, 코니쉬들 중에는 아직도 영어와 콘월어를 같이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치즈 이름도 영어가 ..
고트 치즈goat's milk cheese는 처음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염소젖 치즈는 냄새 나서 도저히 못 먹겠다는 분들은 숙성 치즈 대신 신선 치즈fresh cheese로 한번 시도해 보세요. 오늘 소개해 드릴 치즈가 바로 그런 치즈입니다. 겨우 3일 숙성시킨 염소젖 치즈인데, 고작 3일이긴 해도 엄연히 숙성은 숙성. 허나, 이 로자리 애쉬는 신선 치즈로 분류해도 될 만큼 '신선'합니다. 무디 씨 부부가 만든 로자리 애쉬라... 치즈 이름이 어째 가톨릭스럽습니다. 가톨릭 의식 중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날 사제가 신도들 이마에 숯으로 십자가를 그어주는 전통이 있다죠? 여기서 따온 이름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제가 쓸 말이 포장에 이미 다 써 있어 김이 새네요. 상쾌하고refreshin..
웨일즈 지역의 대표 치즈인 캐필리입니다. 농가에서 소량 만드는 정통 캐필리는 생유로 만들고 동물성 효소를 써서 굳힙니다. 대량생산 캐필리는 시장 확보를 위해 저온살균유를 쓰고 식물성 효소로 굳힙니다. 전통적으로 웨일즈 지역의 광부들이 광산에서 점심 도시락에 곁들여 먹던 치즈였습니다. 웨일즈 지역에 광산이 많았거든요. 2차대전 후 식량 배급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던 시절, 농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우유는 잘 발달된 영국의 철도망을 따라 식량 배급제ration에 동원되기 바빴으므로 한동안 영국의 다양한 지역 전통 치즈들의 생산이 금지됐었습니다. 캐필리 생산도 중단됐고요. 정부 식품국The Ministry of Food에 의해 전국의 모든 우유는 배급과 체다 생산에 쓰였거든요. 1차대전 이전에는 독립 소규모 치즈..
다쓰베이더가 집에 오는 길에 떨이 치즈를 사 왔습니다. 포장을 벗겨 보니 어딘지 익숙합니다. 지난 번에 소개해 드렸던 ☞ 코니쉬 야그 치즈의 자매품인 '와일드 갈릭 야그'입니다. 같은 농장에서 생산합니다. 치즈는 같으나 겉을 감싸는 잎을 달리해 치즈맛이 달라지는 거지요. 쐐기풀nettle과는 달리 이 와일드 갈릭 잎에는 치즈의 숙성을 더디게 하는 성분이 있어 코니쉬 야그보다 숙성을 더 시켜 줘야 한답니다. 저온살균한 소젖을 쓰고 식물성 효소로 굳히는 반경성치즈입니다. 와일드 갈릭 야그를 만드는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먼저 이파리 채집부터 시작해야 하죠. 잎을 딸 수 있는 기간이 길지 않아 최적의 상태일 때 부지런히 따야 합니다. 사진 보고 깜짝 놀란 분? 네에, 그렇습니다, 이 와일드 갈릭 잎, 바로 ..
▲ 북요크셔 North Yorkshire 요크셔 지역의 대표 치즈인 웬즐리데일을 소개합니다. 웬즐리데일에도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오늘은 웬즐리데일 블루 치즈로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웬즐리데일 플레인 혹은 웬즐리데일 화이트가 기본형이고 여기서 웬즐리데일 블루 치즈가 파생돼 나왔을 것 같지만 놀랍게도 이 웬즐리데일 블루 치즈가 웬즐리데일 치즈의 시조입니다. 영국인들 중에도 이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아요. 웬즐리데일 블루는 현재 한 치즈 농장에서 거의 독점으로 생산하다시피 합니다. (☞ Wensleydale Dairy Products) 인근 지역의 농가들은 스틸튼Stilton 만드느라 바쁘거든요. 스틸튼이 워낙 유명한 치즈라서 수요가 많아 그렇습니다. 저 옛날 프랑스의 시토 수도승Cistercian들이..
▲ 잉글랜드 콘월 Cornwall, England 영국 수퍼마켓들이 우윳값을 자꾸만 후려쳐 영국 우유 농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죠. 같은 윤리적인 수퍼마켓은 우윳값을 잘 쳐주는 편인데 다른 수퍼마켓들은 그놈의 가격 경쟁을 하느라 부담을 전부 우유 농가들에게 떠넘기고 있어요. 생필품 중의 생필품인 우유가 싸야 소비자가 그 수퍼마켓을 믿고 찾는다는 겁니다. 아니? 그 비용을 왜 우유 농가에게 떠넘기는 걸까요? 영국 와서 질 좋은 우유가 한국보다 싸다고 신나 했었는데, 우윳값이 마냥 싼 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점차 깨닫는 중입니다. 버티지 못해 문 닫는 데어리dairy가 속출하고 있어요. 커피 빈이나 코코 빈, 홍차 같은 제3세계 농작물에는 공정무역fai..
▲ 요크셔 Yorkshire 영국에는 블루 치즈가 얼마나 많은지, 지역마다 자기 고장 블루 치즈가 하나씩은 다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웬만한 영국 지명 뒤에 '블루'를 갖다 붙여 검색을 해보면 아마 블루 치즈가 수두룩 나올 겁니다. '영국 수퍼마켓 선반에 놓인 전세계 치즈들을 다 맛 보고야 말리!' 영국 생활 초기에 이런 원대한 꿈을 품었었는데요, 이건 뭐 영국 치즈도 다 못 먹어보고 귀국하게 생겼는걸요. 프랑스 치즈들이야 워낙 대량 생산들을 해대니 한국에 가서도 이렇게저렇게 먹을 기회가 많겠지만 영국 치즈들은 작은 농가에서 소량 생산하는 것들이 많아 영국 밖에서는 구하기가 좀 힘들 겁니다. 어떤 것들은 영국에 있어도 구하기 힘들어요. 치즈 전문점에 가야만 합니다. 유학생들은 영국에 있..
▲ Long Clawson's Shropshire Blue 이름이 다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치즈입니다. 처음 만들어진 곳은 잉글랜드의 슈롭셔가 아닌 스코틀랜드의 인버네스Inverness였고[1970년대], 그 뒤로는 잉글랜드의 레스터셔Leicestershire와 노팅엄셔Nottinghamshire의 스틸튼 생산자들이 만들고 있으며, 최근에 와서야 슈롭셔의 치즈 생산자들이 이 슈롭셔 블루의 생산에 나섰습니다. 슈롭셔가 가장 늦게 생산에 뛰어들었으나 소비자는 이름 때문에 슈롭셔산 슈롭셔 블루가 정통이라 생각할 확률이 높겠지요. 재미있습니다. 스틸튼과 거의 유사한 제법으로 만드나 스틸튼보다는 맛이 순합니다. 식물성 천연 염료인 아나토annatto를 써서 주황색을 내기 때문에 블랙스틱스 블루Blacks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