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spotter
얼마 전 단단은 가필드 님, 옛 오르간 선생님과 함께 셋이서 아프터눈 티를 즐겼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말이죠. ㅋ 이번에도 가필드 님이 사 주셨습니다. 벼룩도 갖고 있다는 낯짝을 단단은 갖고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가필드 님께서 누리터를 뒤져 찾아 내신 티룸인데 티룸 양쪽으로는 기라성 같은 커피 하우스들이 있었습니다. 커피 하우스에는 항상 사람이 버글버글합니다. 가만 보니 공부를 커피 하우스 와서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단은 소싯적에 하염없이 뺑뺑 도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시험 공부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분들 흠잡을 생각이 없습니다. 커피가 국민음료가 된 한국에서는 (솜씨가 있든 없든) 티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무량합니다. 자매 두 분이서 운영하는 티룸인데 한 분은 영국에서..
역시나 단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권여사님. 옷이나 가방보다 신발이 더 중요하다고 하십니다. 콜콜 주무시는 사이, 부츠가 하도 예뻐 몰래 한 장 찍어 봅니다. 단단 온다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여태 치우지 않고 놓아 두셨다는데, 트리 밑 상자에 단단을 위한 선물을 넣어 놓으신 줄 알고 급 흥분했다가 빈 상자라는 말에 김이 샜습니다. 아놔, 마뜨료쉬카도 아니고, 빈 상자를 크기 별로 왜 이렇게 많이 두신 겁니까. 단단이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사서 보내 드린 트리 장식품 중 일부입니다. (전년도 제품을 봄 떨이 행사 때 사뒀다가 이번 시즌 제품인 척 부쳐드린 겁니다. 쉿!) 자식이 넷이나 되니 선물 받은 트리 장식품도 제각각입니다. 레진resin치고는 나쁘지 않죠? 오, 쿠션까지? 포인세티아, 홀리, 미..
권여사님 댁에서 갖는 티타임 두 번째 시간입니다. 첫 번째 것은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너무 바빠 게시물 작성할 시간이 도대체가 안 납니다. 오늘은 우리 블로그 친구분들 걱정하실까봐 겨우겨우 짬을 내서 올려봅니다. 권여사님의 수많은 다구 중 단단의 마음에 쏙 드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포트넘 & 메이슨의 티포원Tea for one에 차를 우려 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흰 바탕에 심플하게 금색 테두리만 두르니 꼭 웨딩 티 테이블용 티포트 같습니다. 권여사님 방 창가에 마련된 티룸 공간입니다. 한강과 공원이 내려다보여 분위기가 호텔 티룸 같습니다. 단단이 갖고 있는 다구들과 접시들에 비하면 확실히 권여사님의 것들이 좀더 럭셔리한 데가 있지 않습니까? 저 은제 3단 트레이 좀 보세요. 몰래 ..
영국 TV를 보다 보면 우리 한국의 홍차 애호가분들도 잘 알고 계시는 유명 브랜드의 홍차 광고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오늘은 그간 보았던 것들 중 생각나는 것 몇 가지를 올려볼게요. 홍차 회사 누리집을 방문하면 최근 광고들을 보실 수 있고요, YouTube 같은 곳에도 별도로 올라와 있으니 검색어를 찍으면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단단은 한국에 있을 때 광고란 으레 당대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유명 연예인들이나 해당 분야 권위자들을 써서 많은 출연료를 지불하고 만드는 건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런 식의 돈만 잔뜩 쓴 창의력 떨어지는 광고는 아주 드물고요, 대개 유머러스하거나(영국식 블랙유머가 많음)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빛나는 기발한 것들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창의력이 중요하다지만 이런 ..
오늘은 '스뎅차'를 우려 보겠습니다. 스뎅차가 뭐요? 찻잎 안 넣고 스테인레스 스틸 차 거름망만 우려 보겠다 이 말씀입니다. 아니, 왜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려 하오? 답은 조금 있다 드리기로 하고 일단 우려 봅니다. 찻잔 예열까지 꼼꼼히 다 하고 펄펄 끓는 물 부어 여느 때와 같이 3분을 우려 봅니다. 수색이 제법 나왔지요? 칫솔로 아무리 꼼꼼하게 문질러도 차때가 어딘가에는 달라붙어 있었다는 소리죠. 그런데, 이 차때에 의한 차 맛의 저하를 논하자는게 오늘의 목표는 아니고요, 오늘은 그야말로 스뎅 맛을 느껴 보고자 하는 겁니다. 잘 못 느끼고 있다가 최근 홍차를 연하게 우려 마시니 스뎅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스테인레스 스틸 거름망이 들어있는 이런 류의 찻주전자는 바쁠 때 참 편리하고 고맙지요. ..
계속해서 각국의 크리스마스 단것들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독일의 슈톨렌Stollen 차례입니다. 제목에서 이미 눈치 채셨겠지요. 독일인들 다시 봐야겠습니다. 너무 맛있어요, 너무 맛있어. 슈톨렌 드셔 보셨던 분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원래 이렇게 맛있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고급 수퍼마켓에서 사 와서 그런 걸까요? 슈톨렌의 재료와 공정은 위키피디아에서 가져온 아래의 사진을 참고하십시오. 유럽의 크리스마스 빵과자들이 으레 그렇듯 재료는 다들 비슷비슷합니다. 반죽에 건과일, 또는 설탕이나 시럽에 투명해질 때까지 절인 꾸덕꾸덕한 과일 절임candied fruits을 넣고 이런저런 향신료를 첨가합니다. 아몬드 페이스트인 마지판marzipan이 반죽 속에 들어가기도 하고요. 맛과 향은 여느 크리스마..
새해 첫 찻상입니다. 지난 번에 손님 치렀다고 했죠? 보기만 해도 눈이 팽글팽글 돌아가는 이 프랄린들은 센스 만점 손님이 들고 오신 겁니다. 평소에는 만져 보지도 못 할 고가의 모둠 쵸콜렛을 선물 받으면 숨이 꼬르륵 넘어가죠. 쵸콜렛이야말로 최고의 티푸드라고 말씀 드린 적 있어요. 저는 아쌈하고 먹을 때가 가장 맛있더라고요. 흐린 날 찍었더니 색감이 이 모양입니다. 몇 개를 추려 접시에 담아 봅니다. 종류가 하도 많아 다 못 담았습니다. 아까보다는 날씨가 좀 더 나은 날 찍은 건데도 기본적으로 좀 어둡죠. 영국에 살다 보면 햇빛의 양에 아주 민감해집니다. 영국에 살면서 사진까지 찍는 사람이라면 더욱 예민해집니다. 햇빛에 따라 사진 톤이 무궁무진 변화무쌍, 구름이 휙휙 지나가 광량도 3초 단위로 바뀝니다...
당분간 빵·과자 이야기를 계속 올릴 예정입니다. 크리스마스 식품 땡처리 하는 걸 잔뜩 사다 쟁였거든요. ㅋ 제가 이용하는 수퍼마켓은 영국에서도 중상류층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고급 수퍼마켓입니다. 빵과자들도 하나 같이 다 맛난 것들만 갖다 놓습니다. 빠듯한 유학 생활에 웬 사치냐 하실 분 계실 텐데요, 차도 없고 교통비도 비싸 걸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수퍼마켓을 이용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럭셔리 식품들을 즐기게 된 겁니다. 제값 다 주고 살 형편은 안 돼 반드시 할인 시간에만 갑니다. 명절 식품들은 이렇게 명절 지난 다음 가면 싸게 살 수 있습니다. 단단은 먹고 마시는 걸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믿고 실천하는 소위 '푸디 패밀리' 출신이기 때문에 식품과 식재료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비싼..
수퍼마켓에서 '여인의 키스Lady's Kisses'라는 이름의 귀여운 이태리 과자를 집어 왔습니다. 현재 모든 크리스마스 식품들이 반값 또는 반값 이하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지났다 이거죠. 일년 먹을 과자를 쟁였지요. 숨은 그림 찾기. 바치 디 다마를 찾아 보세요. 색깔과 크기가 호두와 흡사해 장난 좀 쳐 봤습니다. 성분은 호두와는 전혀 상관 없어요. 홈베이킹 하시는 분들은 천연 색소 등을 써서 오색으로 알록달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좀 더 자세히 보도록 하죠. "뭐야, 이거 프랑스 마카롱이네." 하실 분 분명히 있으리라 봅니다. 이태리 사람들이 섭섭해할 겁니다. 마카롱 아니에요. 재료도, 공정도, 식감도 다릅니다. 하긴, 마카롱도 원래 이태리 과자이긴 하지만요. 바치 디 다마에는 밀가루, 헤..
솜씨 없는 단단이 용감무쌍하게도 그간 여러 차례 손님을 치렀습니다. 손님 초대해 놓고 주인이 자기가 만든 변변찮은 음식 사진이나 찍고 있기가 민망해 기록을 남겨 두지는 않았지만요. 손님들 가신 다음 남은 재료들 가지고 찻상을 재현해 봅니다. ㅋ 샌드위치 대신 전채로 냈던 훈제연어 트리오입니다.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이 한 사람당 한 접시씩 냈었습니다. 가만히 관찰해 보니, 고급 식당에서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 기술과 질감을 달리해 구성하는 '트리오'가 아주 보편적이더군요. 헤스톤 블루멘쏠의 가정식 레서피를 따라해 볼까 하다가, 재료 살 돈이 없어 집어치고 돈 안 드는 제 식으로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ㅋ 위스키 담았던 오크 배럴을 땔감으로 써서 연기 씌운 훈제연어입니다. 영국에 있을 때나 실컷 맛볼 수 있..
미국에서 소포가 날아왔습니다. 이 분한테서 온 크리스마스 선물 상자를 찍을 때는 특별히 화환을 올리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들인 습관인데 평생 지속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ㅋ Fragile - 깨지기 쉬우니 취급에 주의해주세요. 우리 홍차인들은 이 글이 있는 상자를 보면 흥분 모드로 돌입하지 않습니까? 다구가 들었다는 소리죠. 흥분의 도가니탕입니다. 겨울인데 추위도 잊었습니다. 이 비장의 다구는 내일 손님 치를 때 쓰면서 올리도록 하고 오늘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손님이 많이 올 텐데 집에 있는 찻주전자가 다 1~2인용뿐인 데다 제각각이니 이를 어쩔꼬 궁리하고 있던 찰나, 대용량 주전자가 손님 치르기 직전에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이 분, 제 속을 들락날락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밖에 다양한 홍차들도 같이 보..
오늘은 뜬금없이 홍차 깡통 얘기나 좀 해보자. 단단이 그간 마셨던 홍차들 깡통 중에 밀리터리 매이니악인 우리 집 다쓰베이더가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있으니... 영국 공군 역사상 가장 빛나는 전투였던 2차대전의 . 처어칠의 유명한 프로파간다 연설의 한 대목이 바로 이 때 나온 것이다. "Never was so much owed by so many to so few."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소수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많은 빚을 진 적은 없었소. 여기서 '소수의 사람들'이란 영국 공군인 Royal Air Force의 전투기 조종사들을 말한다. ▲ 사진은 만민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 돈 있는 분들은 위키에 기부금 좀 보내 주시라. 영국인들이 뿌듯해해 마지않는 그 이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수..
오늘은 1968년에 나온 영국 동화를 한 편 소개할까 합니다. 사십년이 훌쩍 지나 요즘 다시 유행을 하고 있다는데, 어릴 때 부모님이 읽어주신 걸 듣고 자란 요즘 젊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대를 이어 읽어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줄 때마다 부모님 생각이 나 무언가 애틋함이 느껴지겠지요. 차 블로그 주인장 단단이 영국에서 홍차 이야기가 포함된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놓칠 수 없으니 우리 블로그 친구분들께도 소개를 좀 해야겠습니다. 한국의 엄마들은 기겁을 하겠지만 여기 영국에서는 꼬마들도 티타임이 되면 어른들과 함께 앉아 카페인이 든 홍차를 마십니다. '괜찮을까' 걱정이 앞서겠지만 어릴 때부터 카페인에 노출되면서 자랐어도 건강하게 장수하며 살다 가는 노인들 천지니 희한하죠. 아주 짧은 아가들용 이야..
지난 겨울, 18년 만에 처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여간해선 큰 소리를 잘 내지 않는 점잖은 영국인들이 즐거운 비명을 잠깐 지른 적이 있다. 어제 또 눈이 그렇게 내렸다. 수십년에 한 번 올까말까한 함박눈 때문에 고가의 제설 장비를 갖춘다는 건 낭비니 잠깐 불편하고 말자는 결론을 내렸던 지자체들이 이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눈이 앞으로도 이렇게 잦아질 전망이라면 장비 구입을 고려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눈만 내렸다 하면 집집마다 넉가래(널빤지로 만든 눈삽) 하나씩 들고 나와 삽시간에 슥삭슥삭 말끔히 내 집 앞을 치우는 한국과 달리 영국인들은 아무리 내 집 앞이지만 개인이 국가에 그렇게 많은 세금을 내고도 길거리의 눈을 치워야 한다는 건 아예 상상도 못하는 것 같다. 아니, 추측컨대, 이들은 아마도 넉가래라..
오랜만에 크림티로 즐겨봅니다. 바빠도 찻자리는 꼭 챙겨야죠. 더치 오리지날Duchy Originals의 맛난 유기농 스콘과 잼이 반값보다도 더 싸게 나왔길래 얼른 집어 왔습니다. 언제 수퍼마켓에 가면 떨이 제품을 살 수 있는지 시간대를 '빠삭'하게 숙지하고 있습니다. 대개는 문 닫을 즈음 이런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죠. 헌데, 우리 동네 수퍼마켓에선 제품마다 할인되는 시간이 다 다릅니다. 출근 시간이 지나 오전 한가할 때 노인들이 주로 장을 보러 나오는데, 이 노인들이 선호하는 식품과 저녁 퇴근하고 들르는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식품이 다르지요. 여기에 맞춰 떨이 제품들이 하루 몇 차례 나오게 됩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옵니다.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좀 사볼까 기웃거리다가 보관하기 어렵고 둘 데도 마땅찮..
차 우리는 짧은 시간, 어떻게 활용하고 계시는지요? 과자를 준비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는 분들 많지요. 단단은 집에 갖고 있는 가을 철관음을 우릴 때 가끔은 쇼팽의 전주곡Prelude 4번을 틀어 놓기도 합니다. 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곡으로, 우리 말로는 '질식', '숨막힘' 정도가 되겠네요. 느리게 하강하는 왼손의 반음계적 진행이 요즘 같은 가을 분위기에 잘 맞습니다. 눈썰미 있는 분들은 아래 악보에서 반음계적 하강 선율이 왼손의 화음 구성음 세 개에서 모두 나타나고 있으며, 일관성 있게 내려가는 듯하면서도 머뭇거리고 망설이고 주저하는 지점들이 있음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스물여섯 마디밖에 안 되는 짧은 곡에도 천재의 예민한 감수성과 파격이 여지없이 녹아 있죠.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좋아..
주문한 의 '크리스마스 티'가 도착했습니다. 직접 매장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다 사 오면 좋겠지만 런던까지의 왕복 교통비가 너무 비싸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배송을 시켰습니다. 지금 사는 곳에서 런던을 가려면 차비가 하도 많이 들어 큰 결심을 하고 가야 합니다. 런던 살 때 좀 더 부지런히 나다닐걸, 후회하곤 합니다. 얼마 전 에 중국 작가의 작품이 새로 설치됐는데, 정교한 작은 요소들이 모여 거대한 전체를 이루는, 딱 제 취향의 ☞ 작품이 설치됐다 하더군요. 그거 궁금해서라도 런던에 한 번 가 보긴 해야 할 텐데요. 런던 갈 일 있으면 최대한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계획 잘 짜고 가야 합니다. 다시 차 이야기로 넘어와서 - 크리스마스 홍차 깡통이 예전과는 딴판으로 바뀌었는데 이 때문에 값이 많이 올랐습..
수퍼마켓에 갔더니 크리스마스 선물용 과자와 차가 벌써 나와 있습니다. 영국인들은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합니다. 선반 위의 온갖 과자와 쵸콜렛, 홍차들을 보고 있노라니 눈이 팽글팽글. 하도 행복해 으악 소리 한번 내지르고 찬찬히 살펴보았지요. 올해의 프리pre-크리스마스 과자로는 이태리 과자인 아마레띠를 골랐습니다. 그간 허술한 포장의 아마레띠만 봐 왔었는데, 크리스마스라고 아주 제대로 깡통에 넣어 팝니다. 빈티지 디자인이 마음에 듭니다. 자기들 말로는 원조라고 하는데 누리터를 뒤져 보니 원조라고 하는 곳이 몇 군데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맛만 좋으면 원조고 뭐고 크게 상관 없지요. 이가 시원찮아 아마레띠를 살 때는 반드시 부드러운 아마레띠로 삽니다. 'Ameretti soffici'라고 되어 있죠?..
영국 수퍼마켓에서는 한국이나 미국 수퍼마켓과는 눈에 띄게 다른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병 제품이 많다는 점입니다. 유심히 관찰해 보니, 영국인들은 쥐기 편하고 쓰기 편해도 저 미국식 말랑말랑한 플라스틱 용기를 선호하지 않는 듯합니다. 환경 호르몬 걱정 때문인지, 그놈의 '품격' 때문인지, 공병이 필요해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수퍼마켓 선반에 갖가지 크기와 형태의 예쁜 유리병들이 조로록 늘어서 있는 것을 보면 오르가즘이 다 느껴집니다. (응?) 내용물이 휜히 들여다보이니 고르는 소비자 입장에선 여간 편한 게 아니고요. 떠올려 보니 한국의 마트에서는 고추장이든 된장이든 간장이든, 마요네즈에 심지어 식초와 식용유까지도, 플라스틱 용기에 든 것들이 선반을 가득 메웠던 것 같습니다. ..
다쓰베이더 생일입니다. 이번처럼 추석과 겹칠 때가 종종 있어 손해를 보곤 합니다. 오늘은 아프터눈 티 테이블 대신 하이 티를 차려 보겠습니다. 아프터눈 티와 하이 티가 어떻게 다른지 아시는 분? 우선, 시간대가 다르죠. 아프터눈 티는 점심 먹고 나서 저녁 식사 시간이 오기 전까지 딱히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는 귀족들의 문화입니다. 나른한 오후에 갖는 간식 시간이라고 보시면 돼요. 오후 4시부터 시작해 대개 5시 정도면 끝나는데, 그리고 나서는 저녁 식사 시간을 기다립니다. 이에 반해 하이 티는 주로 잉글랜드 북부의 노동자들이나 농부,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하루의 고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갖는 이른 저녁 식사입니다. 대개 6시쯤 갖습니다. 영국의 노동자 계급working class의 생활상을 다루는 영..
이태리 홍차? 영국 브랜드 홍차는 기본이요, 미국 캐나다 일본 인도 스리랑카 프랑스 독일 브랜드 홍차까지 다 마셔보았지만 이태리 브랜드의 홍차는 금시초문이라는 분 계실지 모르겠다. 이태리 홍차라... 흐음... 커피 맛있게 내려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면 홍차에도 소질이 있을 게 분명할 것으로 판단해 덥석 구입. 산 지는 꽤 되었는데 오늘 꺼내어 사진을 찍는 이유는 이렇다. 가필드 님께서 현재 이태리 방방곡곡을 돌며 홀로 배낭여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태리 여행 하니 갑자기 내 신혼여행 때가 떠오르는 것 아닌가. 일정에 베니스도 들어 있다니 분명 산 마르코 광장의 에도 들르실 터. 오늘의 홍차가 바로 저 유명한 의 블렌딩 홍차인 것이다. 오늘은 사진 왼쪽의 녹색 깡통 차를 우려보기로 한다. 황홀한 찻물. 로..
Summer afternoon - Summer afternoon... the two most beautiful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 Henry James - 셰익스피어를 비롯, 수많은 작가들이 극찬했던 영국의 '글로리어스'한 여름 날씨. 9월이지만 아직까지는 유효합니다. 이런 날은 무조건 집 밖으로 뛰쳐 나와야 합니다. 영국에서는 여름에 햇빛을 쬐어 두지 않으면 비타민D 부족과 피부병으로 겨울을 날 수 없다고 합니다. 다들 기를 쓰고 밖으로 나옵니다. 1층 할머니가 또 머그 한가득 밀크티 담아 일광욕 하러 마당에 나오셨습니다. 햄퍼hamper와 담요는 아직도 못 샀습니다만, 오늘은 공원 벤치에라도 앉아 차를 즐겨야겠습니다. 간단하게 싸 들고 집 근처 공원으로 향합니다..
▲ 골동품 같은 치즈 덩이. 크어어, 저 대리석 같은 환상적인 푸른곰팡이의 배열! 영국 블루 치즈의 특징 중 하나다. 오랜만에 영국 치즈 이야기를 다시 해봅니다. 블루 치즈 - 그 화려한 무늬로 인해 서양식 파티의 치즈 보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치즈. 잘 알려진 것으로는 이태리의 고르곤졸라, 프랑스의 록포르, 영국의 스틸튼이 있지요. 이들을 '세계 3대 블루 치즈'라 속 편히 묶어 부르는 이들도 있고요. 고르곤졸라와 스틸튼은 소젖으로, 록포르는 양젖으로 만듭니다. 소젖으로 만든 것들은 익숙한 맛 때문인지 양젖 치즈에 비해 소스나 딥, 수프 등 요리에서의 쓰임새가 좀 더 다양한 편입니다. 스틸튼의 가장 큰 장점은 블루 치즈이면서도 많이 짜지 않아 먹을 때 부담이 없다는 것이지요. 록포르..
머핀 제25호 재료: 커피, 우유, 달걀, 식용유, 밀가루, 설탕, BP, 소금, 잘게 다진 호두, 아이싱슈가 차생활을 한 지도 이제 꽤 되었습니다. 차는 사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죽 즐기던 음료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로 청차인 우롱차를 즐겼었지요. 영국에 있을 동안은 홍차가 값도 싸고 다양하니 홍차를 집중적으로 즐기는 것이 현명합니다. 홍차 깡통도 꽤 많이 생겼는데, 언젠가 빈 홍차 깡통들 죽 모아놓고 사진 한번 찍어 올려 보겠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차들을 마시고 나니 이제 차에 대해 감이 '조금' 잡힙니다. 조잡한 차들을 하도 마셔대서 이제 이런 차들은 금방 알아볼 수 있습니다. ㅋ 좋은 차 감식 능력은 아직 요원한 일입니다. 그저 찻잎 얌전하게 잘 생기고 맛과 향만 좋으면 최고이겠거니 생각하고 ..
결혼 기념일 찻상을 위해 샀던 미니 장미가 아주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응애가 달라붙어 그놈들 퇴치하느라 애는 좀 먹었습니다만, 달걀 노른자로 천연 살충제 만들어 정성껏 뿌려주고 물 주고 밥 주고 햇빛 쪼여주었더니 보답이라도 하듯 아주 풍성히 잘 자라주고 있어요. 작은 장미 꽃송이가 예뻐 아무 것도 모르고 무턱대고 집에 데려왔는데, 원예 고수님들 말씀으로는 이 미니 장미가 키우기 가장 까다로운 것들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이를 어쩐답니까. 한 달 전 집에 데려왔을 당시엔 꽃송이가 10개 정도 있었습니다. 그 열 송이가 다 지고 새로 열한 송이가 또 올라왔습니다. 지금이 한창 자랄 때인가 봅니다. 막 벌어지기 시작한 꽃봉오리처럼 사람 감탄하게 만드는 게 또 있을까요? 집 밖에 널린 게 나무와 꽃인데도 이렇게..
▣ 대학 구경을 마친 뒤 '지붕 씌운 시장'이라는 'Covered Market'에 들렀습니다. 즉석 쿠키 가게 앞에 학생들이 줄을 섰습니다. 막 구운 미국식 쫀득쫀득한 '쿠키' 냄새가 시장 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침이 꼴깍 넘어갔으나 이제 줄 서서 쿠키 사 먹기엔 머쓱한 나이가 된지라 그냥 사진만 찍었습니다. 그림체가 익숙하죠? 영국에서 현재 가장 잘나가는 아동 문학가 겸 삽화가인 쿠웬틴 블레이크Quentin Blake가 그려 주었다고 합니다. 크고 달고 기름져서 입에 넣자마자 혼을 쏘옥 빼앗는 저 미국식 맛난 쿠키가 영국의 전통 티타임 비스킷들을 몰아내고 있다고 ☞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고기 파이 가게입니다. 포크 파이가 보이는데, 봄철 피크닉과 티타임, 특히 하이 티hi..
다쓰베이더와 단단이 사는 동네에는 50m 안에 채리티 숍charity shop이 무려 여덟 개나 있습니다. 영국 어디에도 한곳에 이렇게 채리티 숍이 많이 모인 데는 또 없을 거예요. 채리티 숍은 말하자면 한국의 같은 중고품 자선 가게입니다. 여기저기서 기부 받은 물건들을 자원봉사자들이 잘 정리해서 값을 매긴 후 저렴한 값에 되파는 곳인데, 저도 살 빼서 못 입게 된 옷을 몇 번 갖다 준 적이 있지요. 이곳에서 옷을 사기도 하고요. 괜찮은 청바지를 5천원에 살 때도 있습니다. 영국인들의 삶의 지침이 되는 표어 중에 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가 안 쓰는 물건이라도 절대 쓰레기통에 그냥 버리는 법이 없어요.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물건일지 모른다는 거죠. 실제로 예술가들 중에는 채리티 숍을 다니며 캔버스에..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한국과 반대입니다. 이들은 우선 아파트 같은 공동 주거 형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타워팰리스 같은 고층 건물은 제아무리 고급으로 지었다 해도 이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입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명품 가방이나 유명 브랜드 옷 따위를 걸치고 다니는 것도 진부한 일로 치부될 때가 있습니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단단은 백인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좋은 옷, 좋은 가방으로 잘 치장하고 다녀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품고 명품 옷 바리바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벌) 싸들고 영국 땅에 발을 디뎠는데, 웬걸요. 이런 옷들은 이제 하는 수 없이 집에서 실내복으로나 입는걸요. 남 주자니 아깝고 나중을 위해 고이 모셔두자니 인생은 짧고 말이죠. 영국에서는 런던 같은 대도시보다는 시골로 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