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브리 작품 선호 순위 Studio Ghibli
- 반찬, 한식의 특징이자 적(敵)
- 일상용품, 오브제
- 눈으로 먹는 음식, 안미츠 앙미츠 (あんみつ, 餡蜜)
- 맥락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앙버터 (あんバター 앙바타-)
- 추억의 음식, 파르페 (+ 과일 빙수, 선데이, 이튼 메스, 탕후루, 트라이플)
- 원 디그리 노스 (One Degree North) ② 광동식 차슈 포크 (Cantonese⋯
- [서울여행] 18년만의 광화문
- 아저씨와 딸기 - 탕후루 糖葫蘆 Tanghulu
- [음식우표] 일본 2021 - 나고야 전통 음식 ① 히츠마부시 (ひつまぶし)
- 토마스 탈리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Thomas Tallis 'If Ye Love M⋯
- 텐동(天丼) - 밥과 튀김?
- 원 디그리 노스 (One Degree North) ① 싱가포르 치킨 라이스 (Hainane⋯
- 권여사님 키오스크 정복기
- 깔끔하면서 앉아 있기 편한 식당
- 고다 하우다 (Gouda) 빔스터 베임스터르 (Beemster) 고트 염소젖 (Goat)
- 벚꽃 담으러 여의도 갔다가
- 흑인영가 '거기 너 있었는가' (Were You There) (1899)
- 피아노의 날에 내 피아노를 생각하다 World Piano Day
- 아크바 오리엔트 미스테리 (Akbar Orient Mystery) 홍차 마시며 《천일야화》⋯
- 고다 하우다 (Gouda) 바시론 (Basiron) 올리브 토마토 (Olive Tomato⋯
- 알알알 나뚜나뚜 (RRR Naatu Naatu) - 오랜만에 들어보니 매우 달라져 있는 볼⋯
cloudspotter
단단은 오빠만 셋이 있습니다. 고명딸인 거죠. 이렇게 말하면 대개 "아유, 예쁨 받고 귀하게 자라셨겠네에~" 합니다만, 전혀요. 저어어어어어언혀요. 그냥 부모님과 자식들 간에 마찰 없고 형제들 간에 원래 우애가 깊어서 그렇지, 집이 아무리 작아도 딸이라서 항상 독방 쓸 수 있었다는 것말고는 제가 고명딸이라서 특별 대접 받은 것은 없었습니다. 늘 남자 형제들하고 놀면서 자라 저는 남자들 놀이를 잘 압니다. 운동도 잘합니다. 아직도 여자들 많은 데 있는 것보다는 남자들 많은 데 있는 게 좀 더 익숙하고 편합니다. 언니라는 소리도 입에서 매끄럽게 잘 안 나옵니다. 저는 막내 오라버니가 둘째 오라버니를 "작은형"이라 부르는 걸 따라 부르면서 자랐기 때문에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도 둘째 오라버니를 "작은형"이라고..
누리터에 글쓰기에 관한 유명 작가들의 조언이 돌아다니길래 한번 모아 보았습니다. 1. 누구도 좋은 책을 읽으며 자살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책을 쓰면서는 많은 이들이 자살했다. (로버트 번) 2. 캐릭터가 스타일이다. 나쁘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캐릭터에선 좋은 스타일이 나올 수가 없다. (노먼 메일러) 3. 없애는 건, 남아 있는 걸 응축시킨다. (트레이시 세발리에) 4. 다른 출판물에서 익숙하게 본 비유나 직유, 상징을 절대 사용하지 마라. (조지 오웰) 5. 캐릭터는 작가가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원래 존재하고 있던 것이 발견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보웬) 6. 다 완성하기 전까진 절대 이렇게 이렇게 쓸 거야 남에게 말하지 마라. (마리오 푸조) 7. 우울하지 않으면 당신은 진지한 작가가 될 수 ..

'죽는소리하다'라는 단어가 우리말 사전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다. 두 가지 뜻으로 구별된다. 1. 몹시 고통스러워 내는 소리. ¶ 어린것이 어디가 아픈지 ~를 했다. 2. 엄살을 부리는 소리. ¶ 장사가 잘 안 된다고 ~를 했다. 정말 괴로워서 내는 소리인 1번 뜻은 '신음하다'라는 표현으로 대체가 된 듯하고, 오늘날에는 대부분 2번의 뜻으로 이 '죽는소리하다'라는 표현을 쓴다. 원래는 '죽는 소리(를) 하다'로 띄어 쓰던 것을, 사람들이 하도 많이 쓰니 어느덧 '죽는소리하다'로 한 단어가 되었고, 이것이 사전에 오른 것이다. 나는 영국 오기 전에는 1번 뜻이든 2번 뜻이든 입만 열면 죽는소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영국 와 살면서 가만히 관찰해 보니 여기선 죽는소리하는 사람은 인기가 없다. 죽..

▲ 프렌치 프레스. 영국에서는 캬페티에cafetière라고 부른다. 1929년에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고안해 특허를 냈다. 커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많지 않다. 커피가 몸에 썩 잘 맞질 않아 즐겨 마시지 않기 때문인데, 나한테는 기운이 좀 센 음료인 듯하다. 다쓰베이더도 커피를 마시면 속이 편치 않다고 했다. 커피도 아무나 즐기는 게 아닌 것이다. 그래도 아주 가끔씩은 (쵸콜렛 반주 삼으려고) 집에서 우릴 때도 있는데, 자주 마시는 음료가 아니다 보니 도구나 기계를 거창하게 갖출 수 없어 대개 캬페티에나 모카 포트로 만들어 마신다. 두 가지 모두 공교롭게도 아르 데코 시절, 혹은, 기계와 소음을 찬미하던 저 미래파 시절에 나온 물건들이라 그 시기 기운이 고스란히 디자인에 담겨 있다. 그래서 다쓰 부처는 ..
단단이 귀국을 앞두고 마침내 영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한 걸로 알고 서운한 마음에 황급히 들어오신 분, 손들어 보세요. 케케케, 낚이셨습니다! 제가 한 달 전에 ☞ 한국인이 좋아하는 외국 음식 열 가지를 여러분께 여쭈었었습니다. 우리 모두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맛있는 음식들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었지요. 그런데, 거기 불량소녀 님의 답변 중 이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만일 내가 사형수가 된다면 최후의 식사로 뭘 먹을까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는데, 미디움 레어 필레미뇽에 사이드로 매쉬드 포테이토와 삶은 브로콜리, 그리고 식후 신선한 커피 한 잔이면 만족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근데 혹시 커피가 맛이 없으면 진짜 화날 것 같다는..." 이 글을 보자 영국의 황색 언론인 에서 읽었던 ..
사투리 따라해 보는 즐거움에 열심히 찾아 보는 다음 웹툰 두 개: ☞ 못 잡아먹어 안달 (경상도) ☞ 곱게 자란 자식 (전라도) 문장만 따라 읽는다고 그 맛이 나는 게 아니더라고. 억양intonation이 같이 따라주지 않음 안 돼. 음악이 따로 없어. 대학 때 방학을 맞아 남친 집에 따라 내려갔더니 여동생이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대구 사투리로 "언니야~ 오빠야~" (← 억양 살려서 읽을 것) 그냥 오뉴월 뙤약볕에 아이스크림 녹듯 사르르 ♥ ▲ 오묘하고 섬세한 경상도 사투리.
한국에서 갖게 된 중국인에 대한 편견이 영국에 와서 사라졌다. 물론 여기 영국의 언론들은 중국 정부 욕을 많이 한다. 공산당 1당 독재 국가를 잘한다 칭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인권 문제들도 심심찮게 불거지고. 베이징 올림픽 때 노래는 딴 애가 부르고 공은 눈 초롱초롱 얼굴 예쁜 아이가 입 뻥끗 립싱크해 다 가져가게 한 중국 어른들의 만행을 생각하면 그놈의 나라 백번 욕 먹어도 싼 나라는 맞다. 그런데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세계 구석구석 안 가는 곳이 없고, 어디를 가든 자기들 커뮤니티를 그토록 융성하게 할 수 있는 걸까? 이거 정말 부럽지 않나? 우리 한국인들은 입버릇처럼 "이민 가서 한국인을 조심해."라고 하지 않나. 참으로 슬픈 현실이다. 일본 만화 에 이런 대목이 있다. 중국 이민자들 세계에서는..
얘야, 졸업을 축하한다. 움와, 움와, 움와! (→ 영국인들 볼 뽀뽀하는 소리) 고모가 어이구내새끼 졸업식을 못 가서 안타깝구나. 미안해서 대신 영국 책가방 하나 사서 보냈단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가방이라 길 가다 보면 같은 가방 멘 사람을 가끔씩 마주칠 거야. 그래도 고모가 보낸 건 여닫기 편하도록 자석 잠금 장치가 달린 신상품이고 원조란다. (생색 생색) 가방 잃어버리지 말라고 어이구내새끼 영문 이름 약자도 새겼단다. 메고 다니다가 어깨 아프면 손으로 들고 다닐 수도 있도록 손잡이 달린 걸로 샀고. 아직 새 제품이라 많이 뻣뻣할 텐데 쓰다 보면 금방 늘어나 책도 처음보다는 조금 더 들어갈 거야. 쓰기에 아주 편한 가방은 아니지만 워낙 클래식한 디자인이라 멋있어서 샀어. 멋쟁이들은 원래 간지를 위해..
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 했지만 본 것 들 중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한번 적어 보기로 합니다. 두서없이 생각 나는 대로 적겠습니다. 빼먹은 게 있을지 모릅니다. 생각 날 때마다 추가하겠습니다. 단단이 좋아하는 영화 [2015년 2월 현재] [Sci-fi 영화들은 다른 글에서 따로 정리] • Singing in the Rain (1952) • The Sound of Music (1965) • Life of Brian (1979) • 홍등 (1991) • Groundhog Day (1993) • 음식남녀 (1994) 이런 반전이? • 꼬마 돼지 베이브Babe (1995) • Toy Story 1, 2, 3 (1995- ) • The Devil's Advocate (1997) • 와호장룡 (2000) • Amél..
수퍼마켓에 갔더니 '차이니즈 뉴 이어'를 앞두고 중국 식재료와 중국 식기, 조리 도구들을 대거 진열해 놓고 팔고 있다. 젓가락질과는 애증의 관계에 있는 단단, 진열된 상품들 가운데에서 이런 걸 발견했으니. 잠깐! 더 진행하기 전에 먼저 이 글을 읽고 오시라. ☞ 나는 □□□□였다 에디슨 젓가락만 해도 코쟁이들한테는 너무 어려운 것이다. 국숫집 가서 코쟁이들 젓가락질 하는 것 보면 단단 못지 않게 어설픈데, 먹다가 젓가락 한 짝 놓치는 사람도 수두룩 봤다. 그러니 이런 제품은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게다가 간지 나는 깜장색이고. 고로, 단단도 이제 오른손으로 (가짜) 젓가락질이 가능해졌다. (저거 특허 낸 사람 누가 상 좀 줘라.) 여기 영국에는 왼손잡이가 정말 많은데, 그래도 식사 예절만큼은 매우 엄격해..
한국에 있을 땐 너무나 당연해서 의문 품을 생각조차 못 했던 식탁 유리. 영국 와서 보니, 엥? 식탁에 유리가 없다. 영국만 그런 건가 궁금해서 다른 나라 식탁을 염탐해 보니 오히려 우리 한국이 특이한 거라. 우리는 왜 식탁에 유리를 까는 걸까? 공용 반찬을 가운데 두고 먹으니 자기 밥그릇으로 음식 옮기다 흘릴까봐? 그거야 식탁보 깔았을 때나 염려할 일이지, 식탁보를 깔지 않은 경우에도 우리는 유리를 꼭 두지 않나. 유리 닦는 거나 식탁 닦는 거나 드는 품은 비슷할 텐데 누가, 왜, 언제부터 식탁에 유리를 깔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 우리 집 식탁에 박혀 있는 전지자全知者의 눈. 군것질 하고 있으면 더 쏘아본다.
기웃이: 주인장, 근하신년 카드가 어째 좀 색다르오. 단 단: 크리스마스 스파이스로 양념한 훈제연어 카드이옵니다. 이름하여 '첩첩산중'.
재료 구하기 힘들어 김치는 잘 안 담가 먹어도 독일 사우어크라우트는 자주 사 먹습니다. 양배추를 원래 좋아하는데다, 이 제품은 우리 묵은지 같은 쿰쿰한 풍미와 톡 쏘는 느낌이 있어 왠지 반가우면서 익숙하거든요. 이 병입 사우어크라우트 뚜껑을 열어 보면 독일이 왜 잘 사는 나라가 되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흐어어;; 내 눈을 믿을 수 없어요. 내 평생 이렇게 목 끝까지 꽉꽉 담은 병입 식품은 처음 봅니다. 다쓰 부처는 늘 이 독일산 사우어크라우트 병을 딸 때마다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이 병만 운 좋게 많이 담긴 게 아니라 이 제품은 항상 이렇습니다. 영국인들도 과대포장 안 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인데요, 독일인들은 더하네요. 징헙니다. 잘 보면 심지어 내용물이 뚜껑에 눌리기까지 했다는 걸 알아차릴 수..
단단의 막내 오라버니가 식품공학과 출신입니다. 지금도 식품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식당 하는 사람은 없지만 제 본가 식구 모두 음식과 식품에 관심이 많아 밥상에 세 시간을 넘게 앉아 음식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 치즈 시식기를 써 오고 있는데요, 치즈를 평가할 때 꼭 질감과 식감texture에 관한 언급을 하지요. 무식한 저로서는 치즈를 그저 부드럽다, 매끄럽다, 끈적거린다, 잘 부서진다, 까실거린다, 뭐 이런 수준으로나 평가를 하는데, 식품공학도들은 다음과 같은 용어들을 써서 세밀하게 구분을 하더군요. 숫자와 그래프도 막 나오고 그럽니다. 조직도 변화 ① 견고성(Hardness) ② 부서짐성(Fracturability) ③ 부착성(Adhesiveness) ④ 탄력성(Springine..
▲ 인간 조건에 관한 독일어 단어 모음집 (반말 주의) 곰곰 생각해 보니, 초·중·고딩들의 방학에 대한 동서양 어른들의 생각이 참으로 다르더란 말이지. 미국은 학제가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니 여기 영국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여름 방학 같은 경우, 영국에서는 가장 놀러다니기 좋은 날씨일 때를 택해 애들을 놀려 준단 말씀. 날씨 좋을 땐 학교 오지 말고 밖에 마음껏 돌아다니며 놀아라, 이거지. 영국의 여름이 얼마나 환상적인지는 여름에 영국 안 와본 사람은 잘 모를걸. 저 옛날 셰익스피어도 극찬한 영국의 여름 날씨. 겨울 방학, 봄 방학도 마찬가지. 성탄절과 부활절이 여기 애들 겨울방학과 봄방학인데, 다들 선물 주고받고 흥청흥청할 때니 그땐 그냥 학교 나올 생각 말고 놀라는 거지. 그 다음에 엄청난 시험이..
▲ 프랑스 혁명기를 다룬 장편 만화 . 이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은 살면서 지금껏 본 정사 장면 중 최고. 근데 너무 슬퍼... 곰곰 생각해 보니, 제가 좋아했던 영화나 이야기들 중에는 격동기를 살았던 여성이 주인공인 것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적당히 섞인 이야기를 특히 좋아했던 것 같아요. 격동기에 남자들끼리 투닥투닥 치고박고 전쟁 벌이는 이야기는 그런가 보다 하면서 보는데, 주인공이 여성이 되면 상황이 좀 달라지죠. 더 애잔합니다. 이런 이야기들로는 • 데블스 호어 - 영국 청교도 혁명 • 베르사이유의 장미 - 프랑스 혁명 • 캔디캔디 - 1차대전 전후 • 올훼스(오르페우스)의 창 -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 색계 - 일제 강점기 • 홍등 등이 기억 나는데, 은 격동기를 배경으로 한..
얼마 전에 본 사진 한 장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저작권 문제로 사진을 가져올 수가 없네요. ☞ 여기 가셔서 잠깐 보고 오시면 됩니다. * * * 라이카 카메라가 얼마 전에 탄생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BBC가 이에 관한 짤막한 영상을 내보냈었고요. ☞ One hundred years of Leica cameras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참 많이도 담아냈습니다. 그중 인상적인 사진이 한 장 있었는데, 1990년대 전반부를 휩쓸었던 보스니아 내전 당시의 사라예보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내전으로 피폐해진 사라예보 거리에서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인이 총 들고 선 군인 앞을 지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사진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여자가 잘 차려입는다는 것에는 실로 많은 의미가 있죠. 그러나 잘 차려..
영국에서 벌써 몇 년을 살았어도 길에서 고양이 보기가 힘들다. 여긴 정원 있는 집들도 많고 개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아 고양이 키우는 집이 한국보다 많다. 키우는 집이 많으면 그만큼 버림 받는 고양이도 많을 텐데 길냥이 보기가 힘드니 희한하다. 길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는 발견 즉시 잡아 어디 가두는 걸까? 이런 인건비 비싼 나라에서 일일이 사람 써서 잡아들이기 쉽지 않을 텐데? 유기 동물 보호소가 많긴 해도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고. 어떻게 이렇게 길냥이 보기가 힘든 걸까? 영국은 집집마다 담 안쪽에 뚜껑 달린 키 큰 플라스틱 쓰레기 통을 놓고 쓴다. 그래서 길냥이가 있어도 쓰레기 봉투 뜯어 말썽 일으킬 일이 없다. 밤마다 '러브송' 불러대는 소리도 듣기 힘들다. 그러니 사람들이 고양이를 싫..
▲ The NHS launch leaflet, July 1948.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영국의 국가의료서비스NHS에 대해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다. 한국 신문에서 경제난으로 인한 자살 소식 기사를 보면 댓글 중에 이런 글이 항상 끼어 있죠. "젊어 게으름 떨면 나이 들어 저 꼴 나는 거다." 아직 인생에서 시련을 겪어 보지 않아 감각이 없는 젊은이, 또는 비교적 평탄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잘 합니다. 저는 아직 큰 시련을 겪어 보지 않은 젊은 사람 축에 들지만 이 말에는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인생이 어디 자기 마음대로 되던가요. 가족 중 누구 하나 큰 병 나거나, 아픈 아기 낳거나, 사고 당하거나, 갑자기 직장 잃거나, 사업 망하면, 아무리 성실하게 산 서민이라도 버티다 버티다 결..
▲ Salisbury Cathedral, cloister, April 2010. 한국에서는 정말 하루에 한 번 꼴로 생활고로 인한 자살 소식과 안타까운 죽음 소식이 들리는 것 같다. 며칠 전엔 송파동 사는 세 모녀가 번개탄 피워 놓고 한 방에 누워 자살. (키우던 고양이는 왜. 고양이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문 열어 내보내 주지 않고서...) 그리고 나서는 막노동 하던 67세 노인이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 하고 간암으로 고독사 했다는 소식. ☞ 화장 비용 100만원 남기고... 막노동 67세 고독사 유럽 각지에 흩어져 사는 한인 블로거들 입을 통해 유럽의 복지에 대해서는 신물 나도록 들었을 테니 나는 오늘은 영국의 무상 의료나 복지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으련다. 안그래도 이런 가슴 아..
알다시피 맞춤법은 철자와 띄어쓰기 둘 다를 포함하지. 철자 지적하고 있는 이 자도 띄어쓰기를 썩 잘한 건 아닌데, 이건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 있는 게, 우리말 띄어쓰기 규정처럼 복잡한 게 지구 상에 또 있겠냔 말이지. 대학 졸업한 정도의 지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별오류 없이 쓸 수 있어야 모국어 아니냐? 맞춤법 제대로 아는 이가 극히 드문 건 우리 국민이 다 같이 멍청해서가 아니라 우리말 띄어쓰기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한 탓이라는 거지, 내 말은. 글쟁이들도 상상의 나래를 막 펼치려다 띄어쓰기 찾느라 시간 다 보내겠어. 너무 비효율적이야. 난 그래서 띄어쓰기 틀리는 건 절대 뭐라 안 해. 나도 밤낮 틀리고 워낙 까다로우니까. 참, "난 영맛살이 끼여 자꾸 돌아다녀야되."라고 쓴 남자도 본 적 있다..
▲ 브라우니를 구워 보았습니다. 단단의 외가 쪽에 정신과 의사가 무려 세 분이나 계십니다. 그 덕에 단단의 정신이 아직까지는 멀쩡한 거예요. 평소 고민 있는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셔서 그런지 이분들 하고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속 이야기들이 나도 모르게 기냥 술술 나옵니다. 가정사를 스스로 까발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죠. ㅋ 이분들 하고 대화 나누는 게 하도 재미있어 단단은 기회만 되면 뵈려고 애를 씁니다. 다들 또 유머 감각들은 어찌나 좋은지. 가만히 관찰해 보니 이분들은 말하는 기술도 좋지만 무엇보다 듣는 기술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듣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못 해봤는데요. 그런 기술은 어떻게 익힐 수 있는 걸까요? 의대 정신과 수업 중에 그런 과목이 따로 있기라도 한 걸까요? 판소..
단단이 어릴 적엔 길거리에 왜 그렇게 변태 소아성애자 아저씨들이 득실댔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니 이제 그런 사람들은 눈 씻고 찾아 봐도 보기 힘들지만요.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그런 놈들은 성인들 눈을 피해 우리 어린 딸내미들한테만 골라 출몰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는 소리죠. 아이들이 자주 돌아다니는 시간, 즉, 등하교 시간이나 학원 다니는 시간에만 교묘히 맞춰 출몰하는 데 도가 텄다는 거죠. 그러니 어른들 눈에 띄지 않는 거고요. 우리가 못 봐서 그렇지, 지금도 거리에는 그런 놈들 많이 돌아다니고 있을 겁니다. 오늘은 제가 어릴 때 만났던 '수많은' 변태 아저씨들 중 한 명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유쾌한 경험은 못 되지만 딸내미들 교육용 사례로 쓰시라고 올려 봅니다. 국민학교 5학년 때..
영국은 그랜파, 그랜마, 마더, 파더, 엉클, 안트면 끝이다. 그보다 복잡해지면 그냥 이름을 부르면 된다. 시부모, 장인·장모도 이름으로 부른다. 이름 뒀다 뭣에 쓰나. 노친네들, 요즘 젊은 것들 가족 구성원간 호칭도 제대로 모른다며 전통 붕괴 운운 개탄하더니만, 전통은 개뿔, 이게 다 유학과 함께 중국에서 건너온 악습이었어. ☞ 한국의 근친간 호칭법 한국 호칭법에 의하면 다쓰베이더의 여동생의 남편은 나더러 "아주머니"라 불러야 한다는데, 뭣이?! 이런 불공평한 일이 어디 있나? 나는 자기 색시를 결혼했는데도 "아가씨"라 불러주는데. 말 나온 김에, 도련님, 아가씨, 이것도 좀 이상하지 않나? 우리 결혼한 여자들이 무슨 하녀라도 된단 말이냐. 남자는 처남·처제에게 반말하는데 여자는 시동생들한테 존대 써야..
영국 와서 처음 맛본 식재료 중에 '브뤼셀 스프라우트Brussels Sprouts'라고 불리는 것이 있습니다. 영국 발음으로는 '브러쓸스 스프라우츠'가 되겠네요. 오백원 동전 지름만 한 꼬맹이 양배추인데, 피를 엉기게 하는 비타민K가 많아 심혈관계 질환 있는 분, 고지혈증 치료 중인 분들에게는 삼가야 할 식재료로 꼽히죠.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몸에 좋은 채소로 여겨지지만요. 영국에서는 겨울철, 특히 성탄절 만찬상에 구운 칠면조 또는 구운 거위와 함께 오르곤 합니다. 아래 사진들을 보세요. 사진마다 브러쓸스 스프라우츠가 보이죠? 전형적인 영국의 성탄절 상차림이 이렇습니다. 소스 떡칠한 음식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죠. ㅋ 집집마다 나물 조리법이 다 다르듯 영국에서도 가정마다 브러쓸스 스프라우츠 조..
아주 사소한 것들이긴 하지만 동서양의 의식 차이를 실감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주소 쓸 때 Mrs Madeleine Bakewell Flat 14 Windsor Court Shakespeare Road London SE17 4ES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동아맨션 A동 102호 김순대 님 날짜 쓸 때 Thursday 22 August 2013 2013년 8월 22일 목요일 요리책 150g chopped onion 또는 150g onion, chopped 양파 다진 것 150g 개인 이력 쓸 때 현재 하고 있는 일부터 기술하고 과거로 차근차근 거슬러 감. '1945년 1월 서울 출생'부터 쓰고, 과거에서 현재로 차근차근 올라옴. 이름 쓰기 Madeleine Bakewell -..
전에 한번 말씀 드린 적 있는 저염식 실천 방법, 다시 상기시켜 드릴게요. 짜게 먹지 않으려면 소금을 적게 넣는 대신 1. 기름을 넉넉히 써서 고소하게 하거나 2. 식초나 과일즙 같은 신맛 나는 물질로 짠맛을 증폭시키거나 3. 다양한 향신료를 이용해 맛에 생기를 부여하라 영양학자들의 권고입니다. 다쓰 부처는 둘 다 소금과 웬수 진 사람들이라 짜게 먹지 않으려고 집에 온갖 기름과 향신료와 향초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냉장고에는 제때 못 먹고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레몬과 라임을 늘 쟁이고 있고요. 실험하느라 음식 아무데나 이것저것 마구 쳐댑니다. 운이 좋으면 짜릿한 궁합을 발견할 때도 있고 우웩 퉤퉤 할 때도 있습니다. 우웩 퉤퉤가 더 많아요. 우리 집 향신료 보관 랙rack을 한번 찍어 보았는데, 사진에 ..
채리티 숍에서 물경 8천원을 주고 영국 화가의 수채화 프린트 한 점을 사 왔습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영국 풍경이지만 단단에게는 좀 각별합니다. 다쓰 부처와 가깝게 지내는 어느 영국 노인이 사는 동네이거든요. 방문한 적도 있지요.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늘어선 조용하고 예쁜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이 액자를 발견하고는 그야말로 눈이 번쩍, 8천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지불할 정도로 반가웠었습니다. 구글맵에서 따온 스트리트 뷰 화면. 똑같죠? 빨간 체크의 간판도 그대로입니다. 미일리어를 놓고 연출했는데 색상이나 분위기 모두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미일리어가 마치 영국의 거리를 거닐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이 액자는 앞으로 미일리어 뒤에 걸어 두기로 했습니다. 화가에 대해 말씀 드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