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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가다 '국가 대표 떡볶이'라는 뜻의 '국대 떡볶이' 간판이 보이길래 호기심에 들어가 봄. 징허게 매워. 적당히 매우면 자주 사 먹어 줄 텐데 업주들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 블랙 페퍼, 그린 페퍼, 핑크 페퍼, 화이트 페퍼, 쓰촨 페퍼, 머스타드, 와사비, 호스래디쉬, 삐멘똔 좋아하는 단단이 한국의 매운 음식은 잘 먹지 않는 이유: 품위가 급격히 없어지기 때문. 매운 음식과 품위가 무슨 상관? 상관 있고말고. 매운데다 설상가상 뜨겁기까지 해봐, 얼굴엔 송글송글 땀방울, 인중은 영롱하게 반짝이는 콧물길, 먹다 말고 콧물 끌어올려 삼켜야 해, 까칠까칠 조악한 냅킨 갖다 코 푼다 쳐, 아침에 정성껏 분칠한 고운 내 얼굴루돌프처럼 코만 빨갛게 까져, 코 푼 휴지 처리하려 두리번두리번 휴..
나도 삼십대 초반까지는 김규항씨 글을 열심히 찾아 읽었다. 책까지 다 사서 보고. 이제는 잘 안 본다. 어느 순간부터 이 양반 글을 읽고 나면 꼭 한겨레 신문 읽고 난 뒤 느끼는 것 같은 불쾌감이 들어서다. 자기 책 사서 읽는 사람은 깨어 있는 민중이지만 다른 좌파 지식인이나 중도 좌파가 쓴 책 읽는 사람은 몹쓸 선동에 휘둘리는 우매한 대중이며, 저 신성한 단어인 '좌파'와 '진보'는 자기 허락 없이 함부로 써서는 안 되고, 중산층 인텔리 여성은 하층 계급 여성의 어려움을 이해할 리 없으므로 감히 페미니즘 이야기를 꺼내서도 안 되며, 자기 직업만 소중한지 남의 직업은 걸핏하면 폄훼하는 데다, 매사 지나치게 다듬은 세련된 문장으로 깔보듯 가르치려 들어 맞는 말을 해도 기분 나쁘게 들리게 하는 특별한 재능까..
▲ 한국 멸치볶음의 다양성을 찬양하는☞ "안초비 먹고 산 이야기"의 한 대목과 침 고이게 만드는 덧글. 올 초에 안초비 이야기를 하면서 집집마다 다른 한국의 멸치볶음을 칭송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기억 나시죠? 단단은 이제 그 다양한 멸치볶음의 나라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에 없는 동안 우리들의 소중한 멸치볶음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 한번 보시죠. ▲ 견과류와 꿀을 넣은 시어머니표 멸치볶음. ▲ 견과류와 올리고당을 넣은 권여사님표 멸치볶음.(사진을 미처 찍어 두질 못 해 다 먹고 난 빈 통만.) ▲ 견과류와 올리고당을 넣은 권여사님 친구표 멸치볶음. ▲ 견과류와 물엿을 넣은 의 멸치볶음. ▲ 견과류와 물엿을 넣은 강남 어느 반찬가게 멸치볶음. ▲ ..
'자연주의 한정식'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이라는 한정식집에 다녀왔습니다. 뜰에 꽃과 나무가 많아 한참 구경했습니다. 음식도 괜찮았습니다. 가게 이름 앞에 '자연주의 한정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집입니다.'자연주의'라는 용어는 영국에서도 많이 들었으나,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저는 이 용어를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나라마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달라 같은 북유럽이라도 스칸디나비아쪽 요리사들과 영국 요리사들의 생각이 또 다릅니다. 영국에서는 제철 중에서도 최상의 상태에 이른 재료들을 적극 활용해 요리한다는 뜻을 지닐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계절별이 아닌 재료 수급별로 메뉴가 달라져 심할 경우 음식이 매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재능 있고 야심찬 요리사들에게는 재미도 있고 대단한 도전도 될 ..
▲ 은 식기가 왜 그 모양인가. 모임이 있어 이라는 식당에 다녀왔습니다. 널찍하고 인테리어와 조명이 근사하길래 뭔가 제대로 내는 집인가 보다 했습니다. 음식 나온 것 보고 충격 받았습니다. 서빙 그릇들이 전부 경박, 말 그대로, 가볍고 얇은 스테인레스 스틸 재질입니다. 제가 집에서 요리할 때 쓰는 재료 준비용mise en place 스테인레스 스틸 그릇들도 이보다는 두껍습니다. 혹시 영화나 유튜브 영상에서 서양의 주방 장면 보신 적 있나요? 서양에서는 영업집 주방들이 재료 준비할 때나 이런 스테인레스 스틸 그릇을 쓰지요.게다가, 저 볶음밥pilaf 담음새 좀 보십시오. 음식들은 또 얼마나 달던지. 한식과 중식 달게 내는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 이제는 양식도 달게 내기로 작정들을 했나 봅니다. 소스, ..
한국에 와서 보니 제 오라버니들, 새언니들, 저보다 열 살, 스무 살 많은 분들이 어째 저보다 머리카락이 더 새까맣더군요. ㅋ 두 살 아래 동서한테 "자긴 흰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네?" 했더니 실은 몇 년 전부터 염색을 하고 있다고 이실직고 합니다. 한 번 하기 시작하면 계속 해야 해서 번거롭다는 귀띔도 합니다. 친척 모임에 갔더니 막내 고모, 작은어머니가 조카인 저보다 머리가 더 까맣습니다. 졸지에 단단은 타지에 유학하면서 억수로 고생해 팍삭 늙어 버린 측은한 조카가 되었습니다. (고생한 건 맞아요. 흑흑;;) 저는 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어딘지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곰곰 생각한 끝에 그 원인을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까만 머리카락'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중국과 한국의 정..
한국을 떠나 있은 지 오래돼서 제 한국어 실력이 퇴보한 걸까요? 저는 이 문장에서 강남구가 고쳐 주겠다는 게 자전거인지 자동차인지가 헷갈립니다. 구청측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와서 구민들의 자동차를 고쳐 주겠다는 것인지, 고장 나서 집에 방치돼 있는 구민들의 자전거를 방문 수리해 환경 개선에 일조하겠다는 것인지. 만약 후자였다면 "이동수리센터에서 간단한 자전거 정비 무료로 해 드립니다"로 깔끔하게 쓸 수 있지요. 경정비는 "수리해" 드리는 게 아니고 그냥 "해" 드리는 건데요. 한국에서는 맞춤법 맞는 글 보기가 틀린 글 보기보다 훨씬 힘든데다 비문非文이 만연해 내용 이해하는 데 애를 먹을 때가 많습니다. 어느 아파트를 가든 승강기 안에는 어법에 맞지 않는 안내문이 꼭 있고, 구청이나 동사무소 같은 공공기..
로또 1등 당첨되세요.2017년 한 해 동안 길 가다 문 안 잡아 주는 사람이 흘린 만원짜리 지폐 열두 번 주으세요.마트 이벤트에 당첨되세요.회사에서 제때제때 승진하시고 정년 다 채우고 나오세요.무병장수 하시다 딱 이틀만 앓고 잠자듯 세상 뜨세요.☞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기품 있는 사람의 특징
건조식품 목구멍에 깨진 호두 껍질이 꽉 차 있는 것처럼 고통스러워 새벽에 깨다. 습도계를 봤더니 습도 18%. 오후에 다시 봤더니 습도 16%.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을 지경. 사람 살려. 참고로, 인간이 쾌적한 생활을 하기 위한 적정 습도는 40-60%. 한국인이 바싹 말린 식품을 먹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제서야 섬광 같은 깨달음이 왔다. 한국에서는 겨울과 봄에 농산물을 그냥 실온에 두기만 해도 삽시간에 건조식품이 되겠다. 힘들여 식품 저장법 연구하지 않아도 되겠어. 탕반문화 영국 살 때는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가래를 귀국 삼일만에 뱉고 모골이 송연. 적응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한데 우선 숨쉬기 걱정부터 해야 할 판이다. 극심한 건조에, 설상가상, 청소 잘 된 실내에 있는데도 바깥 먼..
큰 사진이 가진 힘이란. ☞ 2014년 4월 23일의 한국 ☞ 2016년 11월 12일의 한국 ▲ 광화문 광장의 추모 종이컵 양초 대신 바쓰 애비Bath Abbey의 초 봉헌대 사진으로.
한국에서는 어쩌면 앞으로 수 십년간 여성 대통령이 다시 안 나올지 모른다. 우리 권여사님과 대구에 사시는 시부모님 두 분 다 지난 대선 때 순실봇의 당선에 일조하셨을 게 분명하다. BBC는 이번 일을 아예 다룰 가치도 없는 한심천만한 일로 여기는지 한국 대통령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를 않고 있다. 추이를 좀 더 지켜보면서 기사 쓸 자료를 꼼꼼히 모으는 중이겠지. 양파 까듯 만행이 새록새록 드러나니 어쩌면 좋으냐. 평생 살면서 내 이렇게 사리 분별, 공사 구분 못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meat and two veg' 형식의 밥상 - trout, artichoke, green beans. 대학 교수들도 연구 실적이란 걸 계속해서 내줘야 잘리지 않고 학교에 붙어 있을 수 있다. 어느 작곡과 교수가 일년 내내 썼다 고쳤다를 반복해 가며 죽을 고생을 해서 20분짜리 대편성 오케스트라 곡을 완성했는데 동료 모 교수의 2분짜리 가곡 한 곡(피아노 반주와 성악, 두 명의 연주자로 구성)과 같은 연구 실적 점수를 받더라며 허탈하게 웃던 기억이 난다. 어느 성악과 교수가 여름 방학 내내 '셰익스피어 시에 의한 가곡 연구'로 논문을 써 발표를 했는데 동료 모 교수가 잠깐 시간 내 부산에 내려가 부산 갈매기 축제에서 노래 한 곡 불러 주고 온 것과 같은 연구 실적 점수를 받더라는..
한국에서는 이제 멸종위기 동물일 어느 클래식 음악 공연 관람자의 개탄한탄. ☞ 보름달 님의 공연 관람 후기
다음 대문에 오늘 이런 글이 떴습니다. ☞ 깔끔하게 지구를 떠나는 방법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나무 한 그루로 남는 것, 저는 찬성합니다. ▲ "For Joan Hoyt, a Canadian who has so enjoyed this park". Hyde Park, London. 이렇게 공원의 나무 벤치로 남고 싶기도 하고요.
한국에서 일년 중 음식물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아마 명절이 아닐까 싶다. 여행 간 사이 거래처에서 귀띔도 없이 정육 선물을 보내 문 앞에서 며칠이나 방치돼 있었다는 이야기서부터, 택배 온 식품에 곰팡이가 슬어 있었으나 보내주신 분 민망해하시고 마음 쓰실까 봐 알리지 않고 감사 인사만 전했다는 이야기까지, 맛보지도 못 하고 버려지는 식품들의 사연은 많다. 우리 집도 실제로 많이 겪어본 일들이다. 영국인들이 명절에 주고받는 선물들은 대개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근사하게 포장된 쵸콜렛, 사탕, 젤리, 캬라멜, 누가, 니더레거 마치판, 마롱 글라쎄, 비스킷 같은 단 간식거리 / 술, 홍차, 예쁜 병에 담긴 올리브, 처트니, 맛겨자, 맛기름, 이국적인 식초, 잼 세트 같은, 실온에 보관할 수 있는 ..
"한식이 최고 맛있어요." 라고 하는 건 취향의 문제이니 그런가 보다 하는데, "한식은 최고의 건강식입니다. 서양인들처럼 먹다간 병 나요." 하는 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한식은 건강식이 될 수 있다." "서양식은 건강식이 될 수 있다." 어느 식문화든 건강식 구성이 가능하므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다. 한식이 건강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 보면, 한식은 최대한 짜지 않게 조리한 채소 중심의 정갈하게 잘 차린 밥상을 놓고 서양식은 꼭 파스트 푸드로 비교한다. 서양인들은 뭐 만날 파스트 푸드만 먹고 사는 줄 아는 모양. 공정하게 비교를 하려면 떡볶이나 국수 같은, 짜고 탄수화물만 잔뜩 있는 음식, 튀긴 뒤 맵고 짠 양념에 버무린 열량 높은 양념치킨 같은 걸 놓고 비교해야지. 게다..
▲ 영국 덴비 밥그릇. 밥그릇에 밥 퍼 담은 것 보고 나는 그 사람의 손끝 감각과 살림 솜씨를 가늠한다. 쌀 소비가 줄어 걱정이라는 한국 ☞ 기사들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내가 쌀밥을 먹은 게 언제였나 곰곰 생각해 보니... 지난 3개월간 쌀밥을 먹은 기억이 없다. 영국에도 쌀은 흔하다. 한국보다 오히려 종류가 더 많으면 많았지. (☞ 한국인보다 더 다양한 쌀을 먹는 영국인) 그런데도 3개월이 넘도록 쌀밥을 먹지 않았다. 한국인이 끼니 때 쌀밥을 먹지 않아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영국 와 살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탄수화물을 주로 과일로 섭취한다. 어쩌다 찌개를 먹더라도 밥 없이 맨입에 먹을 수 있도록 건더기 많이 넣고 싱겁게 끓여 여기 사람들 스튜 먹듯 그냥 먹는다. 쌀밥 안 먹고도 잘 살아진다..
1. 평소에는 "남녀"인데 욕할 때는 꼭 "년놈들"로 레이디 퍼스트. 2. ♬♬♬♪ 개굴 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아 모여서 ♬♪ 이게 시부모 입장에서 만든 노래였다는 걸 나이 들어서야 깨닫게 되었는데, 순서가 아들-며느리-손자도 아니고 아들-손자-며느리인 게 영 마뜩잖아. 손녀는 아예 거론조차 안 되고 있고. 3. 마초용 게임 광고들을 보며 여성을 쓸데없이 벗겼다고 분개만 하지 말고 한번 잘 생각해보자. 싸우다 행여 작은 상처라도 날까 갑옷에, 방패에, 철퇴에, 온갖 것으로 중무장한 남전사와, "상처 따윈 아랑곳하지 않아!" 하며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젖꼭지와 삼각지만 아슬아슬 겨우 가린 가뿐한 차림의 여전사, 어느 쪽이 더 용맹한가.
오늘 다음Daum 대문에 떠억 올라왔던 영상이다. 질로 승부하는 집이 있으면 가짓수나 양으로 승부하는 집도 있을 수는 있으므로 이런 식당이 존재하는 것 자체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앞다투어 이런 집 홍보하는 짓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게다가, 음식점 이야기가 나왔으면 으레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해 내주는 요리사 소개를 하고 요리사의 음식 철학이라든가 음식 만드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할 텐데, 화면에는 인심 좋은 사장님과 음식 잔뜩 져 나르는 종업원들, 그리고 가짓수 많다고 행복해하는 손님들만 있을 뿐이다. (어떻게 음식을 입에 욱여 넣고 3초도 안 돼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수가 있는가? 씹는 음식인데, 맛을 감지하고 맛있다 맛없다를 판단하는 데 드는 시간이 그렇게 짧을 수가 ..
▲ 옥스포드 커버드 마켓Covered Market의 영국 소세지 매대. 생소세지들이라 잘 익히기가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세상에는 제가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하기 힘든 것이 몇 가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칼집 낸 소세지'입니다. 지금처럼 가공육의 첨가물 문제를 떠들기 전에는 모양 내는 차원에서 칼집들을 넣었지요. 저 어릴 땐 정말로 멋낸다고 '줄줄이 비엔나' 같은 데 칼집 내서 조리하는 엄마들 많았어요. 요즘은 모양보다는 첨가물 걱정 때문에 칼집들을 내지요. 물에 데칠 때 몸에 나쁜 무언가가 좀 더 많이 빠져 나가기를 염원하면서요. 그런데, 영국 와서 보니 여기서는 소세지에 칼집 내는 것을 대죄 중의 대죄로 여깁니다. 영국은 생소세지의 나라입니다. 저온살균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익힐..
'사랑하라 저항하라'라는 기치 아래 어제 서울에서 열렸다는 퀴어 퍼레이드. 관련 기사들을 주욱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희들은 그래도 사정이 낫구나. 우리를 인정해 달라고 얼굴 드러내며, 낄낄거리며, 이런저런 분장과 재미있는 옷차림 하고 퍼레이드 해가며, 영화 상영 해가며, 이렇게 '축제'로 놀 수 있으니. 같은 시각 어딘가에서는 배 아파 낳은 제 아이를 골방에서 화장실에서 제 손으로 죽여 쓰레기봉투에 담고 있는 국민도 있는데. ☞ '신생아 살해'... 누가, 왜, 제 아이를 낳자마자 ☞ 영아 시신 택배 사건, 이대로 잊을 건가? ☞ 대한민국에서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 복지국가냐 아니냐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해서 때로는 국민이 살인자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복지만 시행..
영국 살면서 가장 편한 점 하나를 꼽으라면 여자인 나로서는 옷 걱정, 피부 걱정, 꾸미기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사람들은 타인의 옷차림과 피부 상태, 외모 등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영국 배우들 얼굴에 주근깨 덕지덕지, 주름 자글자글, 점도 안 빼고 사마귀도 그냥 두는 것을 영화 화면을 통해 많이들 보셨을 것이다. 배우는 그저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들을 한다. 나는 박사 과정 마지막 단계인 구두 시험viva voci을 앞두고 잠깐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박사 구두 시험은 여기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하면 질문에 대답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외에 옷 걱정을 따로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처럼 면접관이나 시험관 앞에서 정장을..
▲ 본고장 그릭 요거트 제조법. 집유 후 하루 묵힌 100% 양洋 전지full-fat유를 90˚C로 데워 한 시간 둔 뒤 용기에 나눠 담고 20-30일 발효한 요거트를 5mg 주입해 45-50˚C에 3시간 가량 두면 표면에 막이 생긴다. 이 상태로 상온에 옮겨 발효 및 농축에 들어간다. 유장whey을 걸러서 버리는 방식으로 농축시키는 'strained' 방식이 아님에 주목. ▲ 영국 수퍼마켓 선반의 그릭 요거트와 그릭 '스타일' 요거트. 한국에서 현재 그릭 요거트가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제작진과 요거트 제조 판매자 사이에 공방이 오가고 사람들은 불구경을 하나 본데, 궁금해서 프로그램을 찾아 보니 이렇게 허술하게 만든 프로그램이 또 없는 거라. 우선 '그릭 요거트'에 대한 개념 정립이 안 돼 있어 ..
▲ 단단의 주식, 클로티드 크림. 한국에 살 때는 1년 365일 여드름, 뾰루지에 시달렸는데 영국 와서부터는 얼굴에 이런 것들이 나질 않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다시 한국 가서 살아야 하므로 이 나이에 또다시 시달리지 않으려면 원인을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일단 두 가지가 확연히 바뀌었는데, 첫째, 환경. 아무래도 여기가 한국보다는 녹지도 훨씬 많고 공기가 더 낫긴 하니까. 여기서는 하늘이 정말 '하늘색'으로 보인다. 지난 번에 한국에 잠깐 나갔을 때 놀란 것이 한국(서울)에서는 하늘이 누렇게 보인다는 것. 하도 뿌얘서 구름과 하늘의 경계도 없고. 여기서는 외출하고 집에 돌아와 코를 풀어도 석탄 코가 나오지 않고 그냥 코 색깔이다. 둘째는 음식. 그런데 이게 참 의문인 것이, 영국 와서 정말..
▲ 사진을 뭐라도 한 장 넣어야 하므로 옛날 사진 하나 박음. 노리다케 찻잔들로 꾸민 찻상. 영국 와 살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거리에 노인, 장애인, 유모차 밀고 다니는 아기 엄마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유모차 미는 아기 엄마들은 그렇다 쳐도, 어딜 가나 노인과 장애인이 많이 보이는 것은 정말 신기했다. 처음엔 선진국이다보니 고령사회라서 노인이 많은가 보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가만 보니 우리 한국 같으면 자식과 함께 살면서 바깥 활동은 거의 안 하는 팔순, 구순 넘은 노인들이 여기 영국에서는 혼자 장 보러, 우체국 업무 보러 잘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었다. 오전에 수퍼마켓을 가면 노인들이 정말 많다. 자기가 먹을 음식을 위해 직접 장을 보고 있다. 자식과 함께 살지않는 노인이 많기..
다음Daum 미즈넷의 요리방 이름이 '미즈쿡'에서 '요리'로 바뀌었다. 얼마 전 미즈쿡이라는 방 이름을 놓고 시대착오적이라고 불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집에서 요리는 여자들만 하는 게 아니므로.) 그리고 나서 5년 넘도록 쓰이던 방 이름이 갑자기 바뀌었다. 우연일까? 나는 여전히 미즈넷에 올라오는 집밥들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다. 오늘은 미즈넷 요리방의 단골 소재인 인스탄트 라면과 스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인스탄트 라면과 스팸은 한때 나도 몹시 즐긴 적이 있으나 이제는 잘 안 먹는 식품들이다. 라면을 마지막으로 먹은 지는 3년 되었고, 스팸 안 먹은 지는 15년 정도 되었다. 지금은 안 먹지만 인스탄트 라면과 스팸이 왜 그토록 우리를 사로잡는지 그 이유는 충분히 알고 있다. (맛있잖아.) 다음이 스팸의..
내가 대학 다닐 때는 '매트'한 화장이 유행이어서 얼굴 반짝이는 나 같은 아가씨는 촌스러움의 상징이었어. 그래서 다들 유분 제거용 필름지까지 가방에 넣고 다니며 틈만 나면 부지런히 땀과 기름기를 닦아 댔지. 눈썹은 가늘게, 뒤쪽 3분의 2 지점에서 산을 약간 표현해 그리는 게 유행이었고. 피부는 잘 그을려 약간 까무잡잡하고, 머리는 염색을 쫌 해 줘서 너무 까맣지 않아야 섹시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이건 아마도 미쿡 물 먹고 들어온 압구정동 오렌지족이 퍼뜨린 게 아닌가 싶다. 하여간 나도 또래들과 함께 화장법 고민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지. 아, 옛날 생각 난다. 그런데 요즘은 창백한 피부에, 짱구 눈썹 같은 시커먼 송충이 눈썹에, 번쩍번쩍 광나는 얼굴이 유행인가 봐? 나는 처음엔 단순히 화장 유행이 바뀌었..
▲ 추석을 맞아 애연가였던 내 아버지를 기리며. 채리티 숍에서 재털이 사다 '만든' 레디-메이드 '작품'임. ㅋ 내 본가에서는 제사를 지내지 않아 명절에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다. 그냥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 왁자지껄 한 끼 먹고 놀다가 헤어진다. 음식은 각 집이 한두 가지씩 한 끼 분량만 해 온다. 모임이 파하면 오라버니들은 각자의 처가로 향한다. 내 시가에서도 제사를 지내지 않아 제상과 차례상은 차려 본 적도, 구경해 본 적도 없다. 심지어 명절 음식을 만들어 본 적도 없다. 명절에 시부모님을 뵈려면 장시간 운전을 해서 가야 하는데, 오는 길에 음식 다 상한다고 못 하게 하신다. 대신 어머님이 한두 끼 먹을 음식을 손수 장만해 놓고 자손들을 기다리신다. 우리는 그저 열심히 돈 벌어 용돈이나 많이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