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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은 어제 권여사님, 다쓰베이더와 함께 영화 을 봤어요. 웃다가 손에 땀을 쥐다가 막 그랬어요. 우리 칠십 노모 권여사님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셔서 어제 이 영화도 재밌어하며 보셨어요. 상영관 나오시면서 "상 받을 만하네!" 따봉 하셨어요. 집에 TV가 없어 한국 연예인을 잘 모르는 단단은 어제 영화에서 송강호씨 딱 한 명만 알아볼 수 있었는데, 것두 (2000)에서 본 게 마지막. 음냐. (어디 가면 간첩 취급 받음.) 영화 보신 분들, 우리 또 재밌었던 장면을 꼽아 봅시다. 나는 복숭아 씬이 최고 재밌었어요. 특히 싸모님이 계단 올라오면서 '각혈'하는 가정부 목격하는 대목 절정.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가족들 움직임은 마치 타이트하게 잘 짜인 연극 같기도 하고, 훌륭한 안무의 무용 ..
▲ , 가 있었고, 그중 이탈리안 레스토랑 점포 수가 가장 많았는데, 단단은 제이미 올리버를 무척 좋아하긴 해도 영국에 11년 살면서 이 양반 식당은 딱 한 번, 그것도 ☞ 피쉬 앤드 칩스 글 쓰려고 가 본 게 전부입니다. 왜냐? 가격과 포지션이 어정쩡했거든요. 'Cheap and cheerful'한 식당들보다는 비싸고, 그렇다고 'fine dining' 수준으로 음식을 내는 것도 아니고, 애매했죠. 제이미 식당 갈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 가서 세트 런치를 먹을 수 있는걸요. 런던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들 세트 런치가 생각보다 저렴합니다. 게다가, 영국은 수퍼마켓 'meal deal'이 너무 잘 돼 있습니다.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스 데이 즈음에는 고작 15파운드 정도에 나 같은 고급 ..
아니 이게 웬일입니까,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독일산 크리스마스 모둠 비스킷을 다 보다니요. 것두 한국에서요. 여러분, 포장의 글씨를 유심히 보십시오. 쵸콜렛 입힌 럭셔리 비스킷이 무려 1.4kg이나 들었다고 합니다. 꼬르륵. 무게만 놀라운 게 아니라 종류도 자그마치 15종이나 됩니다. 영국에서 사 먹던 것보다 가짓수가 훨씬 많아요. 제가 이래서 비싼 연회비 내고 를 갑니다. 외국 과자 사려고요. 독일은 전세계에서 쵸콜렛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쵸콜렛이 흔해진 세상이지만 유럽인들에게 쵸콜렛 씌운 과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럭셔리'로 통합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이런 근사한 깡통에 담긴 모둠 쵸콜렛 비스킷은 아무때나 볼 수 없고 명절(크리스마스)에나 볼 수 있죠. 그런데 한..
베트남 쌀국수 집에 왔더니 국물 잘 먹으라고 이런 숟가락을 줍니다. 싱가포르식 중식당에 왔더니국물과 함께 우육면, 단단면 잘 먹으라고 이런 앙증맞은 아기국자를 줍니다. 홍콩식 딤섬집에 왔더니홍콩식 우육면과 단단면,국물과 함께 맛있게 먹으라고 이런 큼직한 '느와르' 숟가락을 줍니다. 중국 란저우식 정통 우육면 집에 왔더니 이국 향 나는 맛있는 국물 '간지나게' 즐기라고식기와 깔맞춤한 예쁜 도자기 숟가락을 줍니다.감동. 돈코츠 라멘 먹으러 일본 라멘 집에 왔더니 국물 양껏 떠서 느긋하게 마시라고정겨운 나무 국자를 줍니다. 돈코츠 라멘은 단단의 '컴포트 푸드'인데 이렇게 국자마저도 차갑지 않으면서..
(지난 3월 8일에 써 두었던 글을 까먹고 있다가 이제야 공개합니다. 풋마늘 철 지난 지 한참 됐죠. 뒷북도 이런 뒷북이.) ▲ 마트에서 지난 2월 말에 발견한 풋마늘. 저는 남들 다 아는 풋마늘을 귀국한 뒤 ☞ 우육면 글 쓰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닥터 드레 님이 덧글로 알려 주셨죠. 보라색 밑동 부분이 마늘로 발달하기 전 파릇파릇한 잎 상태일 때가 풋마늘이라는데, 마늘, 마늘종, 산마늘(명이나물)은 알고 있었어도 풋마늘은 올해 처음 보고 처음 사 봤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도 집에서 풋마늘은 먹어 본 적이 없는데[서울], 다쓰베이더한테 물어 보니 자기도 어릴 때 집에서 풋마늘 먹어 본 기억이 없다네요[경북]. 마늘은 1년 내내 볼 수 있지만 풋마늘은 특정 시기에만 잠깐 볼 수 있어 기억이 더 안 나는..
▲ 어맛, 담음새 좀 보소. 짓궂어라. 말 나온 김에, 텐동 말입니다, 저는 남들 다 아는 이 유명한 음식을 알게 된 지가 고작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 밤낮 음식 가지고 끄적끄적 잘난 척 해 대지만 안 먹어 본 음식이 의외로 많은 음식무식자 단단.) 그런데, 처음 맛보았을 때는 낯설고 신기해서 미처 생각을 하지 못 했으나 두 번째 먹을 때부터는 이 음식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보이더란 말이죠. 대략 네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1. 기껏 공들여 바삭하게 튀겨 놓고는 왜 김 모락모락 나는 밥 위에 얹어 내는가. 2. 덜어 먹을 앞접시를 음식에 박아서 내다니, 이건 또 무슨 해괴망측한 짓인가. 3. 그래 놓고는 받자마자 튀김을 앞접시에 빨리 옮겨 따로따로 먹으라니, 그러려면 왜 처음부터 튀김을 따..
▲ 2017년 런던 워털루역 부근 어느 허름한 판-아시아 식당에서 맛있게 먹었다는 밥.텐동에서 덴푸라를 걷어 낸 모습. 밥 얘기 또. 외식할 때마다 느끼는 게 뭐냐면요, 쌀밥 의존도가 이토록 높은 식문화에서 맛있는 쌀밥 먹기는 왜 이리 힘든가, 하는 겁니다. 이런 말 하는 사람 정말 많죠?"에이, 싼 집에서 드셔서 그렇죠. 그거 다 중국에서 찐 쌀 들여와 내는 거라서 그래요. 가격대 좀 높은 집 가 보세요." ▲ 2017년 서울. 미슐랑 1-스타 한식집 분점의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쌀떡. 가격대 높은 집 왔어요. 식객 한참 몰리는 시간을 피해 1시 반쯤 왔더니 밥이 거대한 한 덩어리의 떡이 돼 있었습니다. 젓가락으로 쿡 찍어 들어올리니, 어맛, 전체가 다 딸려 올라오는 진귀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 2017년 런던 워털루역 근처. 중국계 싱가포르인이 주방장으로 있는 어느 허름한 판-아시아 음식점의 일본 텐동(모듬튀김덮밥). 밥맛이 예술이다. ▲ 2019년 서울 강남. 한국인이 주방장으로 있는 우리 동네 어느 작은 일식집의 토리 가라아게동(닭튀김덮밥). 밥맛이 예술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맛있는 쌀밥을 먹은 경험은 딱 두 번 있었는데, 그게, 두 번 다 공교롭게도 일본식 덮밥을 먹을 때였습니다. 음식값도 안 비쌌어요. 일부러 맛집을 검색해 찾아간 것도 아니고, 정말 길 가다 우연히 들어간 집이었는데 어떻게 두 집 다 밥알이 한알 한알 선명하게 느껴지면서도 너무 단단하지 않고 딱 기분 좋을 만큼만 찰지며 맛있을 수가 있죠? 쌀이 좋아서? 밥 짓는 기술이 특별해서? 둘 다? 아니면, ..
▲일본 의 모둠 양과자. 휴... 모양은 야무지게 잘 냈는데 맛의 강도는 집에서 구워 먹는 과자들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 종로구 서촌 어느 일본식 양과자집의 녹차 마블 파운드와 피낭시에. 이것도 버터와 아몬드 풍미가 충분하질 않아 싱거웠습니다.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의 녹차맛 나가사키 카스테라. "저희 카스테라는 버터나 오일류, 화학적 팽창제를 사용하지 않고 만듭니다." 그러니 달기만 하고 증편 씹는 것 같죠. 떡인 줄 알았습니다. 나가사키 카스테라 애호가가 많죠. 그런데 제 입맛엔 단맛 한 쪽으로만 맛이 치우친 것 같아 썩 맛있지가 않더라고요. 따끈하게 데운 고소한 우유full fat milk와 함께 먹으면 부족한 맛이 다소 보완되기는 합니다만.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의 '도..
송화버섯.표고 맛에 송이 향이 나게끔 개량한 신품종이라고 합니다. 저는 귀국해서 이제야 발견하고 맛을 봅니다. 표고 중 백화고를 개량했다고 하네요. 고로, 백화고처럼 갓 색상이 연한 것, 갓주름이 열리지 않고 막힌 것이 상품上品이라고 합니다. 마트에서 시식을 하는데 정말 송이향이 납니다. 신기해서 한 봉지 사 왔는데, 표고보다 대가 길고 통통해 대까지 다 먹을 수 있습니다. 버섯 자체에 수분이 적어 생으로도 꽤 오래 갑니다. 몇 주씩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죠. 대 끝의 딱딱한 부분은 칼로 제거하고 손으로 찢어보았습니다. 어떤 대는 표고처럼 단단하고 어떤 대는 부드러워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복불복, 식감 차이가 많이 날 듯합니다. 버섯은 결대로 찢으면 향이 더 좋고 양념도 더 잘 밴다고 일본인 ..
집에서 베이킹 좀 하시는 분들은 오븐 온도계 하나만 믿지 않고 온도계를 하나 더 써서 온도를 확인하시잖아요? 그런데 두 온도계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엔 어느 놈을 믿어야 합니까? 저희 집 오븐도 별도로 넣은 온도계와 온도 차가 많이 납니다. 저는 어떻게 해결했냐면요, 물이 100˚C에서 끓는다는 점을 이용해 별도의 온도계를 냄비에 넣고 물과 함께 끓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과격하죠. 망가지면 까짓거 또 사면 되죠. 우오오오, 맹렬히 끓습니다! 한참 끓을 때 냄비를 불에서 떼어 온도계를 들여다보니 정확하게 100˚C! 고로, 이 온도계가 정확하고 오븐이 30˚C 높은 것으로 판명! 땅땅땅 앞으로는 오븐을 30˚C 낮춰서 맞춰야겠습니다. 온도계 속에 스며 들어간 물은 어쩌냐고욤? 적당히 뺀 뒤 오븐에 넣어 ..
집에서 7,8분 거리에 규모 큰 식료품점이 있습니다. 같이 구경해 보시죠. 지하로 들어가면 한 쪽에는 유럽 와인이, 맞은편에는 미대륙 와인과 청주·소주 같은 동아시아 술, 그리고 위스키가 있고, 중앙에는 미니어춰 술과 도수 센 술, 그리고 향 나는 증류주가 있습니다. 키르쉬Kirsch 보고 반가워서 한 병 샀습니다. 선택지가 많지는 않아요. 물로 희석해 도수를 낮춘 저렴한 것 두 개만 있었습니다. 술 종류에 맞는 각종 잔들. 진열만 근사하게 해놓고 관리는 안 해서 잔마다 먼지가 뽀얗습니다. ㅋ 별도로 세심하게 보관중인 고가의 와인들. 바로 마실 수 있도록 냉장 보관중인 술들. 영국음식에도 술이 자주 쓰이는데요, 적·백 와인, 강화 와인인 포트port, 에일ale, 사과주인 싸이더cider, 버머쓰verm..
여러분, 얼마 전에 썼던 ☞ 스위트콘 비교 글 기억 나십니까? 가장 맛있는 제품으로 의 '커클랜드 시그너춰 스위트콘'을 꼽았었죠. 이 제품입니다. 옥수수 사진이 이어지는 게 재미있죠? 한 상자 안에 이렇게 생긴 깡통이 열두 개 들었습니다. 참, 코스트코에서 상자에 든 깡통 식재료를 사실 때는 손으로 상자 표면을 꾹꾹 눌러 개수가 맞게 들었는지 확인해 보세요. 전에 토마토 깡통 한 상자 사서 집에 와 뜯어 보니 글쎄, 가운데에 깡통 하나가 빠져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건 고객센터에 말하기도 애매하죠. 믿어 줄 것 같지도 않고요. 누가 상자를 몰래 개봉해 하나만 쏘옥 빼고 다시 테이프로 붙여 놓은 거죠. 코스트코에 희한한 사람들 많아요. 본문으로 돌아와서, 이 스위트콘을 맛있으면..
▲ 영국에 있을 때 즐겨 해먹던 스위트콘 수프. 사골국물이 따로 없네그랴. 한국의 국도 맛있고, 서양의 수프들도 맛있고. 여러 식문화의 맛을 안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죠. 영국 클래식 수프 중에 ☞ 리크와 감자를 써서 만드는 수프가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에 스위트콘을 추가해 변주를 준 것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고든 램지 요리책에서 봤습니다. 금방 완성되는 달고 고소한 수프입니다. 단단은 유제품 들어간 수프를 좋아해 영국 살 동안 행복했습니다. ☞ 브로콜리 스틸튼 수프 ☞ 콜리플라워 체다 수프 ☞ 크리미 머쉬룸 수프 ☞ 훈제 대구 수프, 컬런 스킹크 지난 2017년 11월, 마트에 갔다가 좋아하는 식재료인 리크를 발견했습니다. 흥분해서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으며 꺅꺅 날뛰다가 '오늘은 해야 할 요리가 ..
▲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위트콘 6종.기웃이: 으악, 단단 님, 또 시작하셨네, 주욱 늘어놓고 비교시식하기! 단□단: 귀국으로 모든 게 '리셋'됐으니 또 여기 사정에 맞춰 앞으로 쓰게 될 재료들을 골라야지요. ㅋ 단□단: (→ 취미: 비교시식) 스위트콘은 단단이 자주 쓰는 식재료이므로 수고스러워도 맛있는 걸 골라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크림과 달리 스위트콘은 그래도 선택지가 꽤 되니 다행입니다. ▲ 외형 비교를 위해 그릇에 옮겨 담은 스위트콘 일부(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띄워 놓고 들여다보세요.) 외형, 식감, 맛을 중심으로 비교해 봅니다. 가로 1,700 픽셀pixel짜리 큰 사진으로 올렸으니 빛깔, 색택, 크기, 형태 등의 외형은 독자분들께서 직접 판단하실 수 있겠습니다. 겉모습은..
☞ 신문에서 그림만 오렸어요. 원문은 여깄어요. 이틀 뒤 - 어구구 삭신이야. 제가 원래 운동을 안 하는 사람입니다. (학창시절에 체육은 매우 잘했음.) 모든 움직이는 사물에는 수명이 있게 마련인데 왜 일부러 빨리 닳게 합니까? 게다가, 운동으로 늘린 수명, 운동하느라 들인 시간으로 죄 상쇄. 이런 바보 같은 짓이? 그래도 근육은 지금부터 부지런히 저축해 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신문 방송마다 하도 닦달을 해대 집에서 돈 안 드는 근력 운동을 하기로 했어요. (스크랩 해놓고 보니, 어, 노인용;; 권여사님께 알려 드려야지.) 우연히 발견한 이 기사를 띄워 놓고 자정 넘어 열심히 따라해 봤어요. 그랬는데, 교감신경이 흥분을 했는지 아드레날린이 뿜뿜 솟아 밤새 잠을 설쳤어요. 그래서 건강이 나빠졌어요. 역시 ..
에... 이거, 말할까 말까... 주저주저... 머뭇머뭇... 제가 말이죠, 실은... 이 나이에 아직도 금화 쵸콜렛을 돈 주고 사 먹습니다;; 꽈당 밝히기 좀 쑥스러우나, 뭐, 제 블로그 이웃 중에는 새콤달콤 알록달록 캬라멜광狂도 계신걸요. (보름달 님, 우리 늙어서도 취향 변치 말아요.) 그래도 이번엔 제가 안 사고 돼지해를 맞아 돈 많이 모으자며 영감이 마트에 떨이로 나온 걸 사 줬습니다. 다 먹고 나면 돼지 저금통이 생기는 거죠. 독일제 돼지 저금통인데 플라스틱 재질이 제법 좋더라고요. 쵸콜렛은 네덜란드산이고요. 그런데... 엥? 금화인 줄 알았더니 테두리만 돈 모양이고 안에는 이모지emoji였어? 하, 속았네;; 올 한 해 돈 많이 벌긴 글른 건가;; ▲ 영국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스토킹 필러st..
오늘 다음Daum 대문에 어느 젊은 현자의 소송 이야기가 떴다. ☞ "왜 동의 없이 날 태어나게 해?" - 부모에게 소송 걸겠다는 청년 와, 나 이 사람한테 후원금 보내고 싶다. 2011년에 단단은 이런 글을 썼었다. ☞ 어린이날 - 인간과 그의 새끼들에 관하여 하이데거는 인간을 '피투성被投性'의 존재로 정의하였다. 나는 이십대 초반에 이 '피투성의 인간'이라는 표현을 처음 보고는 '피투성이 인간'을 잘못 쓴 거 아냐?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었다. 뜻을 깨닫고는 피투성이 인간 맞네, 고개를 끄덕였지만. 위의 갈무리 화면에서 "자신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관습이나 의무성 따위에 의해 이미 결정된 고통, 좌절과 함께 현재에 '던져진' 상태"라는 표현에 주목하자. 그래서, 단단 님은 사는 게 죽을 ..
"이번 설은 고생해서 내려오지 말고 여행을 가든, 집에서 쉬든, 다들 자유롭게 지내라. 명절이 두 번이니 한 번쯤은 이렇게 해도 되겠다. 우리도 좀 쉬자."라고 시부모님께서 말씀하셔서 단단은 십 수년만에 처음으로 본가에서 오라버니들과 함께 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은 명절에 포틀럭potluck 파티로 '아점' 한 끼만 먹고 헤어집니다. 이건 둘째 오빠네가 해 온 전채인 훈제연어무싹말이. 당근처럼 모양 낸 게 재미있죠. 이것도 둘째 오라버니네 작품, 아보카도 새우 샐러드. 큰 오라버니 댁 칠리새우. 공대에 진학하게 된 '어이구내새끼2'가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만들었어요. 큰 오라버니 댁 양장피.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어이구내새끼2가 겨자소스 끼얹는 장면 연출중..
성별이나 연령에 따라 선호하는 음식이 달라질 수 있을까? 곰곰......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영국에서는 고기와 매운 음식을 '남자의 음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금요일 저녁이면 남정들이 커리집에 몰려가 누가 더 매운 커리를 먹을 수 있냐로 내기하며 남자다움을 과시하기도 한다. ㅋ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뛰쳐나와 때리고 부수는 테러를 감행했던 과격하고 멋진 영국 언니야들은 육식은 기득권자 남성들의 것이라며 고기 맛있는 나라에서 기꺼이 채식주의로 전향하였다. 채식주의는 공장식 사육에 넌더리난 현대인의 도덕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지금도 크리스마스 만찬상에서 칠면조구이나 거위구이의 해체는 그 집안의 나이 든 남자, 즉, 아빠가 맡는다. (조리는 엄마가 고생해서 했는데 왜 아..
"영국에서 보던 꽃들 많이 그립지? 옛다." 귀국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권여사님이 단단을 불러 느닷없이 그릇 수십 장을 하사하셨습니다. 여러분. 그릇 '여러 장'도 아니고 그릇 '수십 장'입니다. 단어에 유의하십시오. 수십 장. 우왕ㅋ굳ㅋ >_
▲ 사무실 밀집한 서울 강남의 어느 한식당 밥상. 얼핏 일본 가정식처럼 깔끔한 1인상 모습을 하고 있으나 야이, 저렇게 많은 밥에 짠 불고기, 짠 국, 짠지 반찬만 두 개라니, 매일 점심 사 먹어야 하는 직장인들건강은 어쩌라고. 2018년 한 해 동안 바쁘고 힘들어 하루 두 끼를 나가서 사 먹었더니 몸이 '훅 갔다'. 귀국한 해인 2017년에는 이삿짐이 늦게 도착한데다 짐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외식을 자주 했다. 그러니까 지난 2년 동안은 집밥보다 '집밖밥'을 훨씬 많이 먹은 것이다. 내 인생 통틀어 이렇게 외식을 많이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밥 안 해도 되니 이 얼마나 기쁜가, 콧노래 부르며 골라 먹는 재미를 만끽했으나, 곧 사 먹는 음식의 맛이란 게 거기서 거기라는 느낌이 들..
영국 살면서 진저 비스킷에 단단히 맛들인 단단은 지난 12월, 이케아에 가면 비슷한 것을 잔뜩 볼 수 있다는 귀중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에 다쓰베이더를 저 멀리 광명에 긴급 파견, 스웨덴 진저 비스킷 무려 다섯 종을 맛볼 수 있게 되었으니. 으악, 행복해, 종류도 많아라. 한 자리에서 다섯 종을 모두 맛본 결과 다쓰 부처 입맛에는 사의 '진저 스냅스' 오리지날과 레몬 맛이 가장 훌륭했습니다. 앞으로 이케아에 가서는 이 두 가지만 재구매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진은 의 진저 스냅스 오리지날입니다.) 단단은 영국 살 때 진저 비스킷을 숱하게 구워 먹고, 사다 먹고, 얻어먹었었는데요, 왕년에 집에서 과자 좀 구워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진저 비스킷에서 진저가 제맛을 내려면 정향clove과 계피c..
크리스마스가 우리 명절이 아니다 보니 한국에서는 막 12월 24일에도 일해야 하고 12월 26일에도 일해야 하고, 슬퍼 죽것어요. 단단네 본가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인데 도대체가 준비를 할 수 있어야죠. 요리고 베이킹이고 뭐고, 이맘때는 심지어 밥 먹을 시간 만들기도 힘듭니다. 25일 아침에 겨우 시간 내서 권여사님 댁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권여사님 댁 트리를 보고서야 크리스마스를 실감, 영국에서 바리바리 싸 온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은 꺼낼 엄두도 못 내고, 베이킹 못 한 지는 2년이 다 돼 가고, 너무 바쁘고 몸이 힘들어 한 해 동안 집에서 요리한 횟수도 열 번이 될까말까. 놀고 있는 내 불쌍한 냄비들, 그릇들, 베이킹 틴들. 흑. 권여사님이 십수 년간 국내 여행지 이곳저곳서 모으..
(시건방체 주의) 겨울도 다가오고 하니 내 오늘은 다들 잘 아시는 명곡,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의 중 '겨울'을 들려 드리리다. 르네상스(c.1400/1450-c.1600)와 바로크(c.1600-c.1750) 시대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고음악 연주 단체 의 고화질, 고음질 연주로 걸어 드리겠소. 시원시원 쩌렁쩌렁 울리는 현대 악기가 아닌 당대 악기 혹은 당대 악기를 본떠 만든 악기로 연주하니 악기 음색에 귀를 쫑긋 귀울이고 들어 보시오. 나라별 바로크 음악의 성격과 느낌이 다른데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은 내 생각엔, 바이올린의 본고장답게 현악기에서 가장 포텐이 터지는 것 같소. 아마티, 스트라디바리, 과르니에리, 이런 기라성 같은 바이올린 제작자들이 죄 ..
자동차와 높은 건물과 사람밖에 없을 것 같은 강남 한복판에도 풀이 있다. 강아지 꼬리를 닮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풀. 강아지풀을 보면 뚝 걸음이 멈추고 시간이 멈춘다. 내 어릴 적 우리 집 풀밭의 강아지들 생각이 난다. 코 끝을 간질이던 꼬리의 감촉이 되살아난다. 헤헤 헤헤헤헤
네에, 오늘 코엑스 메가박스 MX관에서 를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영화 보는 내내 주책 맞게 눈물을 줄줄 흘렸더랬죠. 극장에서 이렇게 눈물 많이 흘려 보기는 처음입니다. 어휴... 찬란했던 그들의 젊은 시절도 생각 나고, 퀸 음악을 즐겨 듣던 내 10대, 20대 청춘 시절도 생각 나고, 그리운 영국 거리들도 생각나고, 배우들은 어디서 그렇게 실제 인물들과 똑 닮은 사람들로 잘도 데려다 놨는지, 그렇게 데려다 놓은 배우들이 연기는 또 왜들 그렇게 잘하고, 음악은 또 왜 그렇게 좋고, 음악 삽입과 편집은 왜 그렇게 스피디speedy 하면서 감각적이고, 그 와중에 티타임에 등장한 홍찻잔, 찻주전자들은 또 왜 그렇게 제대로 된 멋진 것들인지, 영화 보는 내내 한숨이 푹푹. (이 영화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