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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잼 만들기 위해 준비중. 2017년. 루바브rhubarb, 블러쉬 오렌지 과육과 껍질. 영롱하게 반짝이는 잼. 예쁜 병에 담긴 시판 잼 보는 것도 기분 좋은데 내 손으로 만든 잼 보는 건 얼마나 행복할까요? 각국의 유서 깊은 잼 회사들이 내놓는 훌륭한 잼들을 이제는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집 잼'이 주는 기쁨은 따라갈 수가 없죠. 부지런한 초록손이들은 심지어 자기 집 정원에서 수확한 과일로 잼을 만들기도 하는데, 올망졸망 다 다른 모양의 병에 나누어 담은 뒤 뚜껑 닫아 날짜와 이름표 붙이고 바라볼 때의 그 뿌듯함. 구경하는 사람도 다 뿌듯. 영국 살 때 다쓰 부처도 잼, 콤포트, 처트니, 케첩 등을 제법 만들어 쟁였었습니다. 아이스크림처럼 잼도 집에서 손수 만들면 수퍼마켓에서는..
▲ 여의도 유명 냉면집의 평양냉면. 1만원. 권여사님께 재미 삼아 ☞ 내 취향에 맞는 냉면집 찾기 인터랙티브 화면을 보여 드렸더니 신기해하시면서 다음과 같이 고르셨습니다.• 육수: 소육수 • 육수 염도: 슴슴 • 육수 당도: 단맛 약간 • 꾸미: 쇠고기, 삶은 달걀, 무절임, 배 • 면: 탄력 있는 쫄깃한 면 • 그릇: 놋그릇 이렇게 선택을 하고 나니 인터랙티브 화면이 여의도에 있는 유명 냉면집을 추천하네요. 하하, 더이상 적절할 수가 없죠. 여의도 사시는 분께 여의도 냉면집 추천이라니. 모임이 많아 외식 자주 하시는 분인데 이 집은 한 번도 가 보신 적이 없답니다. 권여사님을 모시고 가기 전 다쓰 부처가 사전 방문을 했습니다. 직장인들 몰리는 시간을 지나서 가면 또 얼음 관리 안 된 무미무취 맹탕..
▲ 경향신문이 깜찍한 일을 꾸몄으니 ☞ 취향에 맞는 냉면집 찾기 인터랙티브 화면 가서 잠깐 놀다 오자. 일과 더위에 지쳐 집에서 밥 해먹기를 포기하고 외식하거나 매식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런데 내 힘 아끼려고 남이 만든 음식을 사 먹는 것도 보통 힘든 일이 아닌 거라. 왜 이렇게 힘이 들까 곰곰 생각해 보았는데, 음식 설계design 같은 음식을 파는 집이 여럿 있다고 치자. 그 여러 집 모두 조리를 제대로 해서 냈다고 쳤을 때 나타나는 각 집의 음식 설계 상의 차이를 사람들은 '개성'이라 하고, 이 개성을 보고 어느 한 집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행위를 '취향'이라고 부른다. 경향신문의 저 냉면집 찾기 인터랙티브 화면에서도 육수 종류, 염도, 당도, 면 식감, 꾸미 등을 고르게 하는데, 이같은 요소들이 각..
▲ 파헬벨의 (c. 1680-1706) 닭삑삑이판.Johann Pachelbel's Kanon und Gigue für 3 Violinen mit Generalbaß다 훌륭하나 1분 37초부터가 '비르투오조virtuoso'해서 특히 훌륭. ▲ 이 와중에 음식(?)우표 소개.영국 (아동)문학가 로알드 달의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닭 잡아가는 장면. 우표 크기 30×40mm. 2012년 발행.쿠웬틴 블레이크Quentin Blake 삽화. ☞ 원어민 발음으로 오디오북 듣기(기차게 재미있다.) ▲ 영국인들의 삼계탕 격인 치킨 앤드 리크leek 파이.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로 통한다. 여름이 무덥지 않아영국에는 보양식 개념이 없고, 산뜻하고 우아한 오이샌드위치, 신선한 샐..
▲ 리에쥬Liège식 와플. 격자무늬에 하얗게 까진 듯 보이는 부분들은 펄 슈가pearl sugar. 얌냠냠. 차 한 잔 우려 와플과 함께 먹고 있습니다. 와플 잘한다는 여의도의
그저께인 11일 아침, 차 한 잔 우려 놓고 눈 비비며 뉴스를 읽다가 아래의 소식에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 청년 김홍도 작품 추정 그림 7점 첫 공개 에 실린 일곱 점의 그림 중 단단의 마음을 특별히 사로잡았던 것은 이것. 아침에 이 그림 보고는 하도 재미있어 저 이날 하루종일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 키득키득 웃고 돌아다녔습니다. 제가 여러 사람이 모여 무언가 먹고 있는 그림을 좋아하거든요. 유럽 옛날 회화들 중에도 이런 거 많아요. 단원의 인물들은 브뤼겔(브뤼헐, 브뢰열, 브뢰겔...)의 '티격태격 회화'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동글동글한 얼굴을 하고 있어 귀여워요. 표정도 또렷하고요. 원형 구도를 즐겨 채택하는데 꼭 딴짓 하는 사람을 하나 끼워 넣어 구도에 파격을 줍니다. 그림을 자..
▲ 신세계 백화점 본점 식품관의 대용차 혹은 보신차 재료들. 와아... 이게 다 끓여 마시거나 우려 마시는 재료들이랍니다. 하도 많아 사진에 다 담지도 못 했어요. 이러니 한국에서는 녹차든 홍차든 차가 고전을 면치 못 하는 거지요. 식후 숭늉 마시던 민족이라 DNA에 구수한 맛, 탄 맛 선호가 떠억 박혀, 풋내 나거나grassy 쌉쌀한 맛 나는astringent 깍쟁이 같은 차 좋아하기는 좀 힘들겠구나 생각은 듭니다. 영국처럼 차에 고소한 우유를 보탤 환경도, 버터나 크림 써서 기름진 차음식을 만들어 먹을 환경도 아니었으니까요. 볶은 콩으로 만드는 커피는 그나마 선전중인데, 차인들은 노랗던 콩을 그토록 갈색 나도록 볶아 섭취하는 것에 의구심을 표하곤 합니다. 안 그래도 미국에서는 요즘 볶은 커피콩의 아크..
자자자, 우리 오늘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일랑 집어치우고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해봅시다. 다들 음식과 관련해 젠체하면서 남 무시하는 어떤 기준들 한두 가지씩은 갖고 계시죠? 저는 있어요. 많아요. 저는 과한 양념 음식 즐기는 사람은 교양이 부족한 사람일지 모른다며 속으로 몰래 깔봅니다. 매사 '효능 드립' 하면서 먹는 사람, 촌스러운 사람 취급합니다. 반찬통째 올려 놓고 먹는 집, 격 없는 집으로 여깁니다. 덮어놓고 공장제 식품과 가공식품은 안전하지 않을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 학창 시절에 공부 잘 못 했을 거라고 의심해봅니다. 남의 나라 음식 깎아내리면서 그저 우리 한식만이 최고라는 사람 만나면 문을 찾아서 슬금슬금 뒷걸음질칩니다. 반찬 가짓수 잔뜩 올려..
▲ 얼음 관리에 실패해 무미무취 맹탕이 된 강남 어느 유명 냉면집의 12,000원짜리 평양냉면. 지난 4월 평양에서의 남북친선공연, 남한에서의 5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 인기가 급상승했죠. 마침 여름이기도 하고요. 꼬질꼬질 다 쓰러져 가는 냉면집 앞에도 우리 머글들이 좋다고 버글버글 줄 서 '질 낮은 서비스도 좋사오니 제발 먹여만 주소서', 버릇을 잘못 들여 놓은 탓에 시답잖은 냉면들까지 값이 후덜덜한 수준으로 치솟았습니다. ☞ 평양냉면, 인기 만큼 가격도 훌쩍 뛰었다 즐겨 먹던 봉피양 냉면도 14,000원으로 올랐고, 강남의 웬만한 냉면집들은 이제 12,000원, 13,000원씩 받아요. 먹을 만한 망둥이 냉면집이 그에 걸맞는 값을 받는데는 크게 불만이 없는데, 꼴뚜기 냉면집들이 이때다 하고..
▲ 생신 겸 어버이날 기념 꽃바구니.우리 권여사님, 중요한 날 꽃 없으면 슬퍼하는 분이라서 누군가는 꼭 준비해야 한다. 어버이날 기념글에 '19금' 경고가 붙다니,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냐.재작년 어버이날 글 기억하시는 분?☞ 갈대의 의미 이참에 아예 어버이날에는 야한 얘기 하는 것을 이 블로그의 전통으로 만들어 버릴까 생각중입니다. 어버이날 전야에 단단이 아주 기특한 꿈을 꿨어요. 내 또 실화처럼 생생한 꿈 얘기 들려드릴게요. * * * 가만 있자... 엄마가 올해로 과부된 지 18년째로구나. 나는 집에 있는 남자와 '씨름'하며 잘 지내고 있는데 엄만 혹시 밤마다 외롭지 않았을까?측은한 마음이 들어 단단은 꼬불쳐 두었던 비상금을 확인한 뒤 근육질의 잘생긴 젊은이를 수소문해 하루 고용하기로 ..
▲ 어느 중식당의 '4품냉채' 1인분.오향우육의 오향과 해파리 냉채의 겨자향이 일품이라 단단이 좋아한다. 중식은 종업원이 일일이 음식을 나눠주고 가서 좋다. 고급 식당은 아예 서양처럼 주방에서부터 예쁘게 1인분씩 담아 내겠지. 동북아 3국 음식 중에서는 중식을 가장 좋아한다. 나고 자란 조국의 음식보다 이웃나라 음식이 입에 더 잘 맞는다니 딱한 일이긴 하다. 일단, 한식에는 내가 못 먹거나 안 먹는 음식이 너무 많다. 맛은 나쁘지 않으나 먹는 방식이 번거로워 안 먹게 된 음식도 있고, 내는 품이 못마땅해 안 먹는 음식도 있다. 맛을 놓고 논하자면, 재료가 가진 깊은 속맛보다는 강한 겉맛으로 먹는 '험한' 양념의 음식이 많(아졌)다는 것, 기름기가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중식이나 동남아 음식에 비해..
- 남북 정상 회담 산만 후기 - ▲ 유럽에서 공부한 티 내기 ① 숫자 2, 1, 7을 눈여겨보시라. 앗, 아아... 꿈에 그리던 김정은 싸인이다. ☞ 단단 꿈에 행차하신 김 위원장 ▲ 유럽에서 공부한 티 내기 ② 치즈 애호가 [런던 버러 마켓의 스위스 치즈 매대] 김정은 이 양반은 자기 부친이나 조부와 달리 세련된 기운이 살짝 도는데, 그게, 젊어서 피부가 팽팽한 탓도 있지만 치즈 애호가라서 그런 거예요. 내가 이 양반이 치즈 애호가라는 소리 듣고 '오홋?' 급호감을 느껴 그런 꿈을 꾼 거예요. 말 나온 김에, 영국에서 맛보았던 맛있는 스위스 치즈 목록 투척. ☞ 맛있는 스위스 치즈 (1) 에멘탈, 에멍딸, 에멘탈러 ☞ 맛있는 스위스 치즈 (2) 그뤼예르 ☞ 맛있는 스위스 치즈 (3) 라끌레뜨 ☞ 맛있..
평창 동계 올림픽 직후 우리 가수들이 북한의 음악가들과 함께 평양에서 친선 공연을 했었죠. 공연 후 에서 냉면 먹는 모습이 TV 화면에 잡혔는데,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의 냉면에 남한의 평양냉면 애호가들과 '면스플레인' 혐오가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었습니다. 남한에는 본디 '우아한 육수에 뻘건 양념장이나 겨자를 풀어 흙탕물을 만드는 것은 근본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거리요' 파(派)와, '걸레 빤 물에 담긴 심심한 면 따위 양념장이나 식초·겨자 없이는 도저히 못 먹어 주겠다, 개취(개인 취향)를 존중하라' 파가 투닥거리고 있었는데, 아, 뻘건 국물의 본고장 평양냉면 모습에 양쪽 다 깜짝 놀랐단 말이죠. 후자는 "거봐 거봐, 평양에서도 식초 뿌리고 겨자 넣고 다대기까지 넣어 먹잖아?" 기세..
☞ 늙은 아버지와 사는 집 - 우두커니치매에 걸린 부모님이라... 생각만 해도 두렵고 슬픈 일이다. 치매에 걸리면 인간 삶에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인 돈과 음식에 그렇게 집착을 하면서 걸핏하면 주변 사람 닦달하고, 화를 내고, 서운해 한다는데... 한없이 자상하셨던 부모님이 어느 날 "네 년이 (혹은 네 놈이) 내 돈 훔쳐갔지!" 험한 얼굴로 역정 내신다면 자녀는 대체 어떻게 마음을 추스리고 대처해야 할 것인가. 치매 부모를 돌보게 될 일보다 더 무서운 건 먼 훗날 늙은 내 자신이 치매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까? 인간의 노력으로 예방이 되기는 할까?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사소한 것 무엇이든 해야겠다. 당장 걷기부터. 잠 충분히 자고. 평소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고 ..
▲ 토스터에 구운 뒤 버터를 바른 크럼펫.자태도, 맛도, 향도, 식감도 예술. 오늘은 구멍 송송 뚫린 재미있는 모양의 영국 빵 '크럼펫'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티타임 트릿teatime treat'으로도 좋고 간단한 아침 식사로도 좋아요. 만일 상온에 두어 부드러워진 버터의 '소울 메이트'를 꼽으라면? 저는 이 크럼펫을 꼽겠습니다. 사진 좀 보세요. 토스터로 갓 구운 크럼펫에 버터를 바르면 버터가 사르르 녹아 구멍 속으로 쏙쏙 들어가 박히는데, 한 입 깨물 때마다 표면 바삭, 속살 찐득+폭신, 버터 찌익. 크으... 그런데, ☞ 잉글리쉬 머핀과 크럼펫을 헷갈려하는 분들이 많아요. 둘을 나란히 놓고 보신 적이 없어 그런 것 같은데, 같이 놓고 보면 대번 차이를 느끼실 겁니다. 둘은 반죽, 맛, 향, 표면..
농산물 맛과 품질이 대체로 신통찮은 한국이지만 단단이 매의 눈으로 관찰을 해 보니 그래도 우리 한국이 잘하는 게 몇 가지 있기는 합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고구마를 꼽아 사진 찍어 올려 보았습니다. 서양인들이 먹는 고구마는(품종도 다른 것 같긴 하지만) 당도에 있어 우리 고구마에 명함도 못 내밉니다. 우리 고구마는 특히 군고구마 상태일 때 환상의 맛을 내죠. 영국은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 고구마를 전량 수입해 먹다가 2015년에야 맞는 품종을 겨우 선발해 찔끔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건 아니고 그냥 'tokenism' 차원에서요. 영국산 고구마는 맛을 못 보고 왔는데, 영국인들은 고구마를 식사 때 짭짤한 음식과 함께 먹는 걸 좋아해 너무 단 품종은 또 선호하지를 않는다고 합니다. 그..
신토불이 신토불이 해대는 통에 우리 농산물이 최고인 줄 알았다가 영국 가서는 깨몽. 영국 수퍼마켓에는 영국 농산물뿐 아니라 유럽 각지의 농산물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농산물까지 다양하게 들어와 있는데, 수퍼마켓 바이어들이 똑부러진 건지, 소비자들이 깐깐한 건지, 하여간 농산물 품질과 맛이 한국산보다 월등히 낫습니다. 심지어 중국 식재료와 식품들도 질 좋은 것들 많이 들여와 영국에서는 중국 농산물과 식품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우리보다 덜합니다. 사실 납품하는 쪽을 탓할 게 아니라 '갑'의 위치인 들여오는 쪽에서 깐깐하게 굴어 엄선해 갖다 놓거나 퇴짜를 놓아야 하는 거죠. '간마늘 파동' 기억 나시죠? 중국 쪽에서는 "사람이 먹지도 못할 이딴 찌끄러기 갖다 뭣에 쓰게?" 만류하는 걸 그래도 사 가겠다고 ..
▲ 리크leek를 담은 영국 1파운드(£) 동전 정신 없이 바쁘게 살다가 한숨 돌리고 나면 문득 영국에서 먹던 음식들이 그리워집니다. 해먹으면 되지, 하겠지만 재료가 달라 그 맛이 안 나요. 훈제 생선이나 블랙 트리클, 특정 조미료 같은 건 아예 구할 수도 없고요. 채소 중에서는 리크leek가 가장 절실한데 찾아볼 수 없고 유제품은 너무 비쌉니다. 토마토는, 맛은 둘째치고 열만 닿았다 하면 무너져 내리니 수프나 소스가 아닌 요리는 불가능하죠. 더 큰 문제는, 좋은 재료를 구했다 쳐도 미세먼지 때문에 환기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집에서 요리도 마음껏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날로 1인 가구는 늘고 허구한 날 미세먼지 경보가 울려 대니 한국은 앞으로 외식 인구가 지금보다 더 늘겠습니다. ☞ 미세먼지 제대..
1969년에 결혼한 우리 권 새댁. 풍류를 즐기며 주지육림 세상을 꿈꾸던 '파티 애니멀' 남편 탓에 살면서 손님상을 수도 없이 차렸다는데. 책 함부로 다루는 분 아닌데 요리책이 이렇게 너덜너덜 성한 곳 없는 까닭은,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삼한 애새끼를 무려 네 마리나 둔 엄마요, 실제로 부엌에 책 펼쳐놓고 부지런히 요리를 해댔기 때문이다. 사글세 살며 하도 이사 다니는 통에 앞 172개 쪽은 떨어져 나간 지 오래, 앞뒤 표지도 온데간데. 습기 많은 부엌에 두어 책장도 우글우글 얼룩얼룩. 그런데, 저 시절에 요즘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주방 가전들과 도구들이 한국에 있었다고? 오오... 겉모습이 크게 달라진 것이라곤 주방저울뿐이네. 요즘 주부인 단단은 닦기 편하고 수납하기 좋은 납작하고 매끈한 ..
▲ ☞ 영국 어지럼증 학회 상징. 디자인 기차다. 휴... 제가 말이죠, 어제 응급실을 다 다녀 왔습니다.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천장이 팽이처럼 팽팽 도는 거예요. 천천히 빙그을 빙그을도 아니고, 정말 팽이처럼 엄청난 속도로 돌더라고요. 꼭 '코끼리 코' 스무 바퀴 돌고 났을 때의 세상 같았달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세상이 돈다기보다 제 몸이 회전하는 것 같았습니다. "으아아아, 어지러워, 토할 것 같아!" 토하고는 싶은데 제가 이 나이 될 때까지 토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 토할 줄을 모릅니다. 불행 중 다행이죠. (근성이 있어 일단 꿀꺽 한 건 절대 안 내놓습니다. ㅋ) 서기는커녕 몸 가누고 앉는 것조차 할 수 없고 기절할 것만 같아 도로 풀썩 누워 버렸습니다. 눈 감고 누웠는데도 팽팽 돕니다. 땀..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을 때는 먹는 순서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 굶지 않고 살 빼려면 먹는 순서를 바꿔 보세요요약하자면, 식이섬유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으로 먹으면 좋다는 건데요, 위의 9,900원짜리 동네 돈카츠 집 (자선 사업) 세트 메뉴로 예를 들자면, 양배추채 → 돈카츠(小) → 카레밥 → 메밀국수 순으로 먹으라는 겁니다. 다쓰 부처가 그렇게 한번 해봤어요. 양배추채와 돈카츠는 다 먹고, 배가 불러 카레밥에서는 밥 없이 카레 소스만 먹고, 메밀국수는 반만 먹고 남겼으니 과연 탄수화물 섭취를 많이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주문할 때 아예 "카레는 밥 없이 소스만 주세요." 할 생각입니다. (사실, 돈카츠에 이미 탄수화물이 잔뜩 붙어 있기는 하지만요.) 세트 메뉴 내준 것을 남김..
재미있는 옛날 기사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 서울대에서만 유독 잘 팔리는 음료가 있다 으흐흐흐흐흐, 서울대 아그들아, 니들이 뭘 좀 아는구나. 그쟈? 밀크티 맛있쟈? 커피 왕국 한국에서 홍차(맛) 좋아하는 사람 보면 호감도 급상승,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막 그 자리에서 친구 하고 싶어요. 단단은 씹어먹는 단것은 좋아해도 음료는 웬만해서는 달게 마시지 않습니다. 혈당을 급상승시키고, 이 부식시키고, 갈증 나게 하거든요. 아침 식사 때 미국인들처럼 오렌지 주스 마시는 것도 못 합니다. 오렌지 주스의 신맛이 식욕을 돋군다는 연구가 있기는 한데 저는 어쩐 일인지 식사 때 너무 단 음료를 마시면 밥맛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햄버거나 피짜 먹을 때도 콜라를 곁들이지 않습니다. 밀크티 만들 때도 ..
그러고 보니, 스마트폰이 그간 참 여러 산업 문 닫게 하거나 힘들게 했구나 싶다. 사진기, 계산기, 가정용 유선 전화기, 휴대용 오디오 기기, 전자 사전, 손목시계, 카 네비게이션... 또 뭐가 있을까? 음악용 속도 측정 기기인 메트로놈? 전자 사전 내가 유학 갈 때만 해도 전자 사전은 유학생의 필수품이었고, 유학 생활 초기에는 정말 어디든지 지니고 다녔다. 영국 간 이듬해에 아이폰이 세상에 등장했고 전자 사전들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전자 계산기 수기로 회계 장부 관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이제 전자 계산기 사서 쓸 사람이 있을까 싶다. 이공계 사람들, 아직도 계산기 두드리나? 사진기 런던은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이므로 그래도 거리에서 큰 사진기 들고 제대로 사진 찍겠다는 사람들을 꽤 볼 수 있었으나,..
▲ 달다. ▲ 달다. ▲ 안 달다. 오늘로 귀국한 지 만 일년이 되었다. 식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맞닥뜨린다. 영국 가서 뚝 그쳤던 뾰루지도 다시 나고 있다. (☞ 여드름 미스테리) 입맛이 완전히 한국화하기 전 (과연?) 낯선 감정이 아직 생생할 때 또 정리해 두기로 한다. 매운 음식은 통념과는 달리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 음식점 가서 안 시키면 그만이니까. 한국 와서 떡볶이 맵다고 투덜거린 적이 있는데 (☞ 음식이 이렇게까지 매워야 할 필요가 있나?) 사실 매운 음식을 파는 집에는 아예 가질 않거나, 안 매운 다른 음식을 주문하거나, 고추가 보이면 건져 내면 되므로 이 문제는 의외로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짠 음식은 여전히 문제고 이에 대해서도 투덜거..
▲ 영감이 선물해 준 명절 햄퍼hamper. 여러분, 명절 선물 뭐 받으셨습니까. 이번 명절에도 저는 역시나 단 간식거리를 선물 받고 신나했습니다. ㅋ 선물 주시는 분들 헛돈 쓰시지 않게 저는 명절 전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미리 나팔 불어 알려 드리곤 합니다. (뻔뻔도 하셔라. 공직자 되면 큰일 나겠어.) 단단이 명절에 받고 싶은 선물을 열거하자면, 단단이 명절에 받고 싶은 선물 • 비스킷, 쿠키, 갸또, 케이크, 쵸콜렛 같은 단 간식거리. 성분이 너무 후지면 안 됨. 성분이 후져도 끝내주게 맛있거나 신기한 점이 있으면 또 용서가 됨. • 전내 안 나는 신선한 한과• 짭짤한 간식거리• 소스, 콘디멘트, 잼, 스프레드• 유럽 조제고기, 특이한 피클이나 병입 식품 등 공들여 생산한 식품• 중멸치..
▲ 오븐에 구운 수퍼마켓의 브레드 앤드 버터 푸딩 냉장 간편식ready meal. 겨울이라서 제가 영국의 '컴포트 푸드'들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영국에 살 동안 쌀쌀한 날에는 ☞ 라이스 푸딩, ☞ 스티키 토피 푸딩, 브레드 푸딩, 밀크티와 ☞ 쇼트브레드, 애플 파이 중 하나를 먹으며 추위를 이겨내곤 했습니다. 영국은 한국보다 한참 덜 추운 나라이지만 온돌이 없고 PVC 재질이 아닌 나무로 멋부린 창호들이 많아 창 틈으로 찬 공기가 쓩쓩, 심적으로는 더 춥게 느껴져요. 한국인들이 젯상에 올리고 남은 나물들로 비빔밥 해먹고, 남은 밥으로 각종 볶음밥 만들어 먹듯, 빵이나 감자를 주식으로 삼는 국가들도 남은 것들로 이것저것 재미있는 음식들을 해먹곤 합니다. 남은 재료들로 해먹는 음식치고 맛없는 거 내 못 ..
먼저, 영혼까지 위로하는 뜨거운 ☞ 스티키 토피 푸딩 사진들을 보십시오. ▲ 아니, 미국인들아, 스티키 토피 푸딩은 이렇게 차갑게 서빙하면 안 돼! 깍쟁이 같은 생과일은 또 웬 말이야. ▲ 나이젤라는 영국인이라서 확실히 자국 음식에 대한 이해가 있고만. 단맛은 깊고 풍부한 맛의 다크 머스코바도 슈가와 블랙 트리클black treacle을 쓰는 게 좋다. 저 위 영상처럼 바닥이 분리되는 'springform cake tin'을 쓰지 말고 이런 두툼한 도기 오븐 용기를 쓰자. ▲ 1인용으로 나온 제품들을 사다 데워 먹어보았는데 맛이 다인용 큼직한 것에서 덜어 먹는 것만 못하다. ▲ 수퍼마켓의 고급 스티키 토피 푸딩. 사 먹어본 것들 중에서는 이 제품을 가장 좋아했다. 스티키 토피 푸딩 성분: Muscovad..
혹독한 추위에도 눈과 얼음 보고 놀거리를 생각해 내다니, 우리 인간 참 대단하다. 귀국 후 서울 곳곳을 거닐면서, 마트의 식품 포장을 보면서, 이놈의 나라는 대체 'colour scheme' 개념이 있기는 한 걸까 한탄했는데, 오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사진들을 보니 '백의민족', '백설'의 흰색을 검은색과 잘 대비시켜 깔끔하면서 세련된 무대를 꾸민 것 같아 마음이 좋다. 백호white tiger, 점 땡땡 고구려 복식, 인면조human-faced sacred bird가 특히 인상적이다. 드론 활용도 멋지고. 영국의 황색언론 이 이럴 땐 또 나름 쓸모가 있다. 큰 사진으로 보자. ☞ [Daily Mail] Winter Olympics Opens With...☞ 영국은 동계 올림픽 성적이 왜 그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