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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소한 것들이긴 하지만 동서양의 의식 차이를 실감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주소 쓸 때 Mrs Madeleine Bakewell Flat 14 Windsor Court Shakespeare Road London SE17 4ES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동아맨션 A동 102호 김순대 님 날짜 쓸 때 Thursday 22 August 2013 2013년 8월 22일 목요일 요리책 150g chopped onion 또는 150g onion, chopped 양파 다진 것 150g 개인 이력 쓸 때 현재 하고 있는 일부터 기술하고 과거로 차근차근 거슬러 감. '1945년 1월 서울 출생'부터 쓰고, 과거에서 현재로 차근차근 올라옴. 이름 쓰기 Madeleine Bakewell -..
전에 한번 말씀 드린 적 있는 저염식 실천 방법, 다시 상기시켜 드릴게요. 짜게 먹지 않으려면 소금을 적게 넣는 대신 1. 기름을 넉넉히 써서 고소하게 하거나 2. 식초나 과일즙 같은 신맛 나는 물질로 짠맛을 증폭시키거나 3. 다양한 향신료를 이용해 맛에 생기를 부여하라 영양학자들의 권고입니다. 다쓰 부처는 둘 다 소금과 웬수 진 사람들이라 짜게 먹지 않으려고 집에 온갖 기름과 향신료와 향초를 다 갖추고 있습니다. 냉장고에는 제때 못 먹고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레몬과 라임을 늘 쟁이고 있고요. 실험하느라 음식 아무데나 이것저것 마구 쳐댑니다. 운이 좋으면 짜릿한 궁합을 발견할 때도 있고 우웩 퉤퉤 할 때도 있습니다. 우웩 퉤퉤가 더 많아요. 우리 집 향신료 보관 랙rack을 한번 찍어 보았는데, 사진에 ..
영국인들은 혼합blended 홍차 티백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먹습니다. 그래서 '밀크티'라고 하지요. 설탕은 꼭 넣지 않아도 되나 우유를 넣지 않으면 써서 못 마셔요. 밀크티용으로 조제된 홍차라서 그렇습니다. '브렉퍼스트'라 이름 붙은 홍차들도 우유를 꼭 넣어주셔야 합니다. 반면, 아쌈이나 다질링, 실론, 랍상수숑, 기문, 운남, 얼그레이, 아프터눈 블렌드는 우유와 설탕 없이 마시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론과 실론 찻잎을 기본으로 혼합하는 아프터눈 블렌드는 레몬을 썰어 잠깐 넣었다 빼 레몬 향을 입혀주는 것도 좋지요. 영국인들은 대부분 밀크티를 마십니다. 하루에 몇 잔씩 마셔요. 다쓰 부처는 영국 와서 처음 2,3년 동안은 우유 없이 마실 수 있는 다양한 (고급) 차들을 즐기면서 영국인들을 무시했었습니다...
돌아가신 우리 영감님 기일이어서 영감님이 쓰시던 다구를 꺼내 자스민 녹차를 우려보았습니다. 곁들인 과자는 양파맛 입니다. 우리 영감님이 양과자 중에서는 프링글스를 가끔 즐기셨고 차는 자스민을 좋아하셨습니다. 이 둘을 같이 먹어 보니 궁합이 환상이네요. 양파맛 프링글스 뒷맛이 꼭 짜장면 먹을 때의 그것과 흡사해 자스민 녹차와 잘 어울립니다. 중국집에서 식사한 것 같아요. ㅋ 과자 좋아하는 단단이 오늘은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팜유가 들어서 바삭바삭합니다. 오늘도 지구 어딘가에서 팜유 생산하느라 숲을 밀어 버리고 있다 생각하니 와삭와삭 입 천장 찔리면서 마음 한편도 찔립니다. 유럽연합에서는 현재 성분 표기에 있어 팜유를 'vegetable oil'로 적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게 애매하기 짝이 없어 2..

아, 제가 원래 음식 얘기하는 건 좋아하는데 블로그에 요리 '과정샷' 올리는 건 아주 질색을 해요. 부엌이 여간 깨끗하지 않으면 안 되고, 또, 재료 손질하거나 볶다 말고 사진기 드는 게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요리 블로거 분들을 존경합니다. 의지와 정성이 대단한 분들이에요. 요리 블로그에서 정보를 얻은 뒤에는 그냥 나가지 마시고 반드시 '추천' 단추 찾아서 꾹 눌러 주고 "감사합니다." 덧글 달고 나오셔야 합니다. 블로그에 덧글 다는 분들은 창작의 노고를 알아 주시는 학구적이고 열정적인 분들이에요. 특히 이 블로그 오셔서 덧글 다시는 분들, 아주 교양 있는 분들입니다. 제가 의외로 깔끔한 사람이라 블로그 지저분해질까봐 블로그 과다 노출을 꺼리고 추천 단추나 광고 붙이기, 이런 걸 안..
▲ 스포드 크리스마스 트리 영국산. 단단은 영국 사의 '크리스마스 트리' 그릇을 좋아합니다. 집에 채리티 숍에서 집어온 시리얼 볼이 하나 있고, 불량소녀 님이 멀리 미국에서 보내주신 티포원tea for one과 머그가 각각 하나씩 있어요. 1938년에 첫선을 보였다는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 트리 일러스트가 전사로 입혀져 있습니다. 저는 이 그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제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생각나게 하거든요. 마치 동양의 붓으로 그린 듯한 전나무 바늘잎의 묘사가 일품이죠. 옛날 잡지 보는 것 같은 빈티지 느낌의 색감과 수채화풍의 차분한 분위기도 좋고요. 그래서 저는 금띠 두른 고가의 정찬formal dining용 그릇들보다 소박한 이 스포드 그릇을 더 좋아합니다. 이 사진은 채리티 숍에서 집어왔다..
▲ 폰디체리, 인도. 커리 만들기에 심취해 있는 다쓰베이더가 오늘은 특이한 커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인도 남동부에 폰디체리Pondicherry라는 지역이 있어요[빨간색 A 표시 지점]. 영국인들 발음으로 이렇게 부릅니다. 인도 하면 다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떠올리지만 이 지역은 특이하게도 1674년부터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프랑스 동인도 회사'라는 것도 다 있었다는군요.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 회사는 들어 봤어도 프랑스 동인도 회사라는 건 이 커리를 만들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동네 베이커리에서는 그래서 기가 막히게 맛있는 프랑스 빵을 만들어 판다고 합니다. 이곳 사람들은 모국어는 물론이요, 영어도 쓰고 불어도 잘합니다. 이 지역 음식에 프랑스의 영향이 남아 있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영국인들의 습관 중 가장 흠모할 만한 것을 꼽으라면 단단은 '자기가 먹은 음식 자기가 계산하기', 즉, '더치 페이going Dutch'를 꼽겠습니다. 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 한국에서도 속으로는 다들 '더치 페이를 했으면' 바라지만 실천이 안 되고 있죠. 연장자를 우대하는 뿌리 깊은 한국식 정서 때문이겠지요. 윗사람 대접하느라 아랫사람이 도맡아 내든지, 혹은 윗사람이 체면 때문에 손사래치며 한사코 계산서를 집어들든지, 둘 중 하나죠. 이런 상황에서는 "관습의 수혜자"가 먼저 나서서 양해를 구하고 강경하게 더치 페이를 실천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에 겪었던 일을 얘기해 볼게요. 석박사 학생들, 학내 강사, 외부 초청 강사 등 열 한 명이 모여 시내 소박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채식주의자가..
너무 바빠서 생일은 그냥 보냈지만 결혼 기념일은 겨우 챙겼습니다. 다쓰베이더가 짬 내서 후딱 장을 봐 왔습니다. 고급 수퍼마켓에서 (떨이로) 사 왔기 때문에 티푸드 품질은 호텔급 이상입니다. ㅋ 식탁보는 시간이 없어서 못 깔았습니다. 꽃도 못 샀고요. 그래도 초는 켰어요. ㅋ 오픈 샌드위치 형태로 내봅니다. 1분도 안 돼 뚝딱 조립이 가능한 훈제연어 까나페입니다. 말랑말랑 쫄깃쫄깃한 잉글리쉬 머핀을 토스트 한 뒤 원형 커터로 찍어서 썼습니다. 홍차는 럭셔리 금색 깡통에 든 아쌈으로 우렸습니다. 스콘은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을 것 같아 사진만 찍고 도로 밀폐용기에 넣었습니다. 반으로 잘라 양이 많아 보이도록 속임수를 썼습니다. ㅋ 스콘이 좀 컸는데, 아프터눈 티용 스콘은 크림티용 스콘보다 작게 만들어야 합..
아침 뉴스 보다가 하도 재미있어 화면 갈무리. 뉴스 데스크에 물컵이 올라와 있는 건 내 많이 봤다만 이 나라에선 어케 티포트가 다 올라와 있나. 꽈당 가만 보니 아침 뉴스 로고가 새겨진 전용 티세트. 홍차의 나라다. ■
작년에 소개했던 라는 영국 홍차 회사 기억하실 거예요. 이 회사에서 내는 밀크티용 블렌드 중 세 가지를 맛봤습니다. 다 괜찮았는데, 그 중 '케냐 골드'라는 게 특히 맛있었습니다. 다쓰베이더와 단단은 가치관은 비슷한데 취향은 많이 다릅니다. 차 취향도 달라 저는 밀크티용 티백으로 그간 부드럽고 느끼한 를 즐겼으나 다쓰베이더는 산뜻하고 쌉쌀한 를 선호했습니다. 그런데 취향이 다른 다쓰 부처가 한마음으로 맛있어하는 밀크티용 티백이 있으니, 두둥, 바로 이 의 '케냐 골드'가 되겠습니다. 깡통 디자인이 하나라 다시 구매할 때는 저렴한 비닐 포장으로 살 수 있어 좋아요. "Two cup tea bags"라는 문구가 보이죠? 일반 티백에 비해 홍차 양이 조금 더 들어 있어 더욱 진하고 맛있습니다. 가만 보니 밖에..
▲ 잼을 맨 위에 올리면 사진발은 쥑이나 먹기에는 불편하다. 영국의 아프터눈 티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3단 접시에 내는 근사한 호텔식 아프터눈 티는 일상에서 자주 즐기기엔 거창한 면이 있어 영국인들도 생일이나 기념일,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 회포 풀 때, 파티할 때 등 특별한 날에나 즐긴다고 합니다. 일상에서는 '크림 티cream tea'라는 걸 더 많이 먹게 되지요. 쇼핑 센터나 관광지의 간이식당, 티룸, 카페 같은 데서 흔히들 제공합니다. 값도 쌉니다. 크림 티란 홍차와 스콘만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찻상을 말합니다. 스콘을 덜렁 그냥 내면 안 되고 사진에서처럼 반드시 크림과 잼을 곁들여 내야 합니다. 크림은 또 아무 크림이나 내면 안 되고 반드시 클로티드 크림으로 내야 하고요. 크림을 홍차..
프랑스 경성 치즈의 대표 주자 콩떼Comté.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니 제 귀에는 '콩뗴'로 들립니다. '떼'와 '띠'의 중간 발음으로 들리는데 '띠'에 좀 더 가깝네요. "뗴"로 발음하면 가장 근접한 소리가 납니다. 그뤼예르 계열로, 'Gruyère de Comté'로 불리기도 합니다. 스위스 에멘탈보다는 덜 단단하고 덜 꺼글gritty거립니다. 35kg 한 덩이를 만들기 위해 530ℓ의 우유가 소요되는데, 풍부한 맛을 위해 살균하지 않은 생유raw milk를 쓰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정통 콩떼의 수입이 불가능합니다. 계절에 따라 소가 먹는 풀이 달라져 치즈 색도 달라집니다. 겨울 건초에는 베타카로틴이 적기 때문에 이때 만든 치즈들은 색이 좀 더 창백합니다. 이 치즈는 무언가 우아한 데가 있어요. 껍질 ..
생각이 많아져 머리가 복잡하고 골치가 아플 때 - 단단은 중간 크기 멸치를 사다가 대가리와 시커먼 내장을 땁니다. 비록 남의 몸뚱어리이나 더부룩해질 대로 더부룩해진 대가리와 내장을 무고한 몸통으로부터 떼어내고 나면 무념무상, 내 몸이 다 가뿐해집니다. 다쓰베이더는 말 없이 부엌에 들어가 식칼을 갈거나 시커먼 금속을 사갖고 들어와 광내기를 합니다. 정신이 벼려지고 마음을 뒤덮었던 산화피막이 말끔히 벗겨진다나요? 그렇게 해서 반짝반짝 광을 되찾은 금속들은 도로 내다 팔기도 하고 마음에 들면 집에 두기도 합니다. 오늘도 채리티 숍에서 만오천원 주고 시커먼 냄비 다섯 개를 사 들고 와서는 30분 동안 말 없이 광내기를 합니다. 광을 내고 나니, 어라? 구리 냄비 아니겠습니까. 꺄오 득템이닷
'부부의 날'이라고 합니다. 기념으로 오늘은 부부의 애틋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노래를 한 곡 들어 보죠. 라는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는 짧은 곡으로, 음악 역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곡입니다. 망실된 부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한 형태로 기보되어 전해진 음악 중 최고最古의 것으로 학자들이 추정하고 있거든요. 음악 전공하신 분들은 음악사 수업 시간에 반드시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겁니다. 노랫말과 가락이 함께 비석에 새겨졌기 때문에 후대에 전해져 연주될 수 있었습니다. 기원전 200년에서 서기 100년 사이,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이천년 전, 터키의 아이딘Aydin 부근에 '세이킬로스'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가 살았습니다. 그가 죽은 아내를 기려 기둥을 하나 세우고 그 위에 노랫말과 가락을 함께 새겼습니..
여자를 정신병에 이르게 하는 두 가지 방법 - 1. 옷을 잔뜩 사준다. 거울 없는 방에 옷과 함께 가둔다. 2. 영국에서 돈도 안 쥐어주고 그릇가게에 들여보낸다. 좌우간 여자들은 돈 없이 영국에 오면 안 된다. 지금부터 영국 그릇 열전. 일본풍 이마리 패턴으로 유명한 사의 '다알리 애비Darley Abbey' 패턴. 영국인들은 'Derby'를 '더비'라 하지 않고 '다비'라 발음한다. 단단은 과감하기 짝이 없는 의 이마리 패턴을 아주 좋아하는데, 내 집에 들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도 남이 열심히 모아 놓은 걸 보면 또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는 거라. 의 ☞ 수많은 패턴들 중에는 위 사진에 있는 것과 같은 덜 화려하고 우아한 패턴도 많다. 전형적인 리젠시 패턴이다. 의 패턴은 모두 마음에 든다. 패턴도 근사..
머핀을 보십시오. 살찐 사람 바지 위로 비져나온 잉여 살을 머핀 위 불룩 튀어나온 저 뚜껑 부분에 ☞ 비유하곤 하지요. 그간 고온에서 짧은 시간 굽던 머핀을 오늘은 낮은 온도에서 오래 구워 보았습니다. 금속 틀에 구웠는데도 색이 전체적으로 연하면서 고르게 납니다. 식감이 부드럽고 촉촉한데다 맛도 훨씬 낫네요. 탄수화물이 고온에 조리될 때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미드'가 많이 나온다죠? 그래서 감자도 서양식으로 튀기거나 오븐에 굽는 것보다는 우리 조상들이 하던 대로 삶거나 쪄 먹는 게 더 좋다고 합니다. 코쟁이들 중에도 요즘은 이 때문에 저온 베이킹을 하는 이가 많습니다. 꼭 발암물질 관련해서 뿐만이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저온 베이킹이 더 낫다 하고요. * * * 어이구내새끼1이 이번 여름 방학 때 영국에 놀..
또 다쓰베이더 이야기. 출연료 줘야것네 Q 저 촌스러운 미니 티포원. 뚜껑까지 깨진 것이 어떻게 해서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느냐? 다쓰베이더가 학교 갔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여느 때와 같이 채리티 숍 순회를 했더랍니다. 마누라 좋아할 만한 골동품이나 빈티지 그릇 어디 없나 두리번거리다 미니 티포원을 발견하고는 손을 뻗었다네요. '미니 티포트는 많이 봤어도 미니 티포원은 처음 보네.' 호기심에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선반에서 내리는데, 아, 글쎄 뚜껑이 따로 굴러 떨어져서는 그만... "제가 깼으니 이건 제가 사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계산대로 가져갔는데 자원봉사들이 측은했던지 1700원 붙어있던 걸 850원에 주더랍니다. 이렇게 해서 저 촌스러운 미니 티포원이 우리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내 그러니까 도자기..
자스민 녹차를 우렸습니다. 평소에는 종이 신문을 사지 않는데 이렇게 특별판이 나올 때만 기념으로 사 읽곤 합니다. 신문 속 웃으며 손 흔들고 있는 여인은 누굴까요? 타계한 마거릿 때처 전 수상이군요. 장문의 부고가 실렸습니다. 때처의 일생과 집권기(1979-1990)를 전면에 걸쳐 정리해 놓았습니다. 이 시각 현재 영국에서는 때처 전 총리의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습니다. 영국 신문도 보수와 진보가 나뉘지만 기념품으로 간직할 신문이니 이왕이면 때처의 모습이 아름답게, 상징적으로 잘 나온 신문으로 고르고 싶었습니다. 보수 신문인 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타계한 때처 전 총리를 존경한다죠? 저 역시 때처가 대단한 인물임엔 틀림없다고 봅니다. 한국 보수 신문들과 진보 신문들은 각자 자기들 입맛에 맞춰 때처의 업적..
며칠 전, 단단은 식품 소식지에서 다음과 같은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오오, 생생한 저 곰팡이! 푸른곰팡이를 보자 식욕이 불일듯. 당장 수퍼마켓으로 달려갔죠. 남들 다 알고 있는 치즈를 이제야 보고 껄떡댑니다. 다쓰 부처는 푸른곰팡이 치즈를 특별히 좋아합니다. 영국에 있으니 그간 영국인들이 끔찍히 아낀다는 스틸튼stilton을 주로 먹었었지요. (☞ 영국의 대표 블루 치즈, 스틸튼) 고르곤졸라gorgonzola는 일부러 찾아 먹지 않아도 피짜나 파스타 등 이태리 음식에 단골로 들어가니 저절로 많이 먹게 됩니다. 프랑스 록포르roquefort는 레서피가 요구할 때 가끔씩 사서 요리에 넣곤 합니다. 록포르는 짜기도 하고, 또, 품질 대비 가격이 너무 비싸 자주 안 사 먹어요. 자, 포장을 뜯어보겠습니다. ..
▲ 전체 142×135mm, 우표 한 장 38×38mm. 불어로 "Happy Birthday"라고 써 있습니다. 특이하고 예쁘죠? 생일 축하 우표라고 해도 무방하겠네요. 내 생일 기념 혹은 네 생일 기념 우표. 어느 누구의 생일이든 가능하지요. 보통은 우표에 금액을 표시하는데 이 우표는 '20g'이라는 우편물 무게 제한 표시를 했습니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우표입니다. 그림들을 주욱 살펴보니 덜렁이 아가씨가 좌충우돌 끝에 생일 케이크를 누군가에게 가져다 주는 이야기인 듯합니다. 우표 발행을 위해 급조된 인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자료를 좀 찾아봤더니, 아니나다를까, 1905년에 탄생한 만화 속 아가씨였더군요. 2005년 발행 우표이니 이게 남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만든 우표가 아니라 실은 자기 탄생 1..
영국인들이 부활절 직전 금요일에 먹는 홋 크로스 번입니다. 그간 이것저것 맛보았는데, 다쓰 부처 입맛엔 수퍼마켓에서 파는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menthal의 얼그레이 향 씌운 홋 크로스 번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2013년 기준. 2014년 부활절 때는 레서피가 바뀌어 오히려 맛이 없어졌습니다. 2014년에는 제품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헤스톤 블루멘쏠은 분자요리의 대가입니다. 이 양반 가정요리 레서피 역시 난이도가 좀 높긴 하지만 아주 훌륭합니다. 성분표를 보니 맛 내느라 궁리 많이 한 것 같아요.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맛 내는 핵심 재료들만 한번 읊어 보겠습니다. • Wheat flour • Mixed vine fruits: Californian raisins, golde..
몇 년 전, 채리티 숍에서 지름 16cm짜리 작은 구리 냄비 하나를 집어 왔었습니다. 구리 냄비가 얼마나 비싼 물건인지 알지 못 했던 시절이라 '남이 쓰던 냄비를 만원이나 달라고 하다니, 채리티라면서 순 도둑놈들 아냐.' 투덜댔더랬죠. 비싸면 안 사면 그만인데, 그냥 놓고 오기엔 또 이 구릿빛이 너무나 황홀했더랍니다. ㅋ 집에 돌아와 누리터를 열심히 뒤졌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어느 북유럽 회사의 제품이더군요. 늘 보던 프랑스 이나 , 이태리 제품과는 또다른 느낌이죠. 깔끔하면서도 유려한 선. 그야말로 '스칸디나비안 쉬크'가 줄줄 흐릅니다. 바이킹스러운 데도 있고 마징가 Z스러운 데도 있고, 하여간, 북구의 디자인이란 게 이런 거구나, 내 생애 최초로 구리 냄비라는 걸 손에 넣고서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었..
김밥 우리 어릴 때 먹던 엄마표 김밥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연에 가까운 꼴을 하고 있었다. 김밥에는 으레 시금치, 당근, 달걀부침, 간장에 볶아 맛낸 쇠고기나 우엉 등이 들어 있지 않았나. 요즘 엄마들이 선보이는 알록달록 김밥들을 보면 이건 뭐 가공식품 박람회장이 따로 없어. 게살은 눈곱만큼도 안 들어간 게맛살, 공장제 프레스 햄, 공장제 형광 주황색 가공치즈, 첨가물 범벅 어묵과 단무지... 좌우간 음식 만들어 블로그에 자랑하는 걸 법으로 금하든지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저 사진발이 최우선이다. 요리책까지 낸 이름난 요리 블로거치고 재료에 관해 심도 있게 논하는 사람 별로 못 봤다. 태반은 자기가 쓰는 재료가 어떻게 해서 생산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조차도 없어 보인다. '체험단', '..
베이킹에 관심 있는 단단은 얼마 전 누리터에서 다음과 같은 광고 사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오, 미국의 노르딕 웨어 팬들을 써서 구운 케이크들입니다. 근사하죠? 영국인들은 마들렌을 제외하고는 이런 식으로 반죽을 모양틀에 넣어 굽는 짓들을 잘 안 합니다. 똑같은 크기의 동그란 틴 두 개에 반죽을 나눠 담아 구운 뒤 크림 발라 샌드하고 위에는 크림이나 아이싱을 얹어 먹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동그란 모양의 케이크 말예요. 자르면 웨지 모양이 나오는. 두 나라의 베이킹 스타일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미국인들은 화려한 베이킹을 좋아해서 틀도 다양하고 장식도 다소 요란한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미국식 베이킹이 더 인기 있을 겁니다. 영국에는 고놈의 '티타임'이란 게 있어 남녀노소 불문 일상에서 ..
아, 시음기가 너무 밀렸어요. 깡통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결국 다 바스라진 마지막 미운 찻잎 탈탈 털어 차 한 잔 우립니다. 아끼는 찻잔에 담아 급하게 치운 상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각도와 구도 고심해가며 재면서 사진 찍고, 시간 들여 시음기 쓰고, 빈 깡통은 잘 싸서 상자에 잡아넣고... 이렇게 해서 홍차 블로그에 시음기 한 편이 올라오게 되는 거지요. 이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에요. 꾸준히 시음기 쓰시는 홍차인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제가 시음기 쓰는 게 귀찮아서 홍차 동호회에 가입을 못 해요. 누리터에서 동호회 활동하시는 분들 대단하십니다. '스사모'라고, 스테인레스 스틸 조리도구 사용자들이 꾸려가는 학구적이고 멋진 동호회가 있는데, 스뎅팬을 즐겨 쓰는 단단이지만 게시..
새해를 맞아 우리 한국 다기를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돌아가신 우리 영감님이 쓰시던 한 30년쯤 된 다기입니다. 꾸준히 쓰면서 관리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깨뜨릴까 염려하여 영감님 돌아가신 이후로는 쓰지 않고 곱게 모셔두고만 있었더니 표면에 먼지와 세월이 내려앉았고 안에 박혀 있던 차심이 단단히 굳었습니다. 처음 우리 영감님 손에 들어왔을 때는 아마도 지금보다 좀 더 뽀얬을 거라 추측해 봅니다. 물식힘그릇은 깨졌는지 온데간데 없고 찻주전자와 함께 찻잔 덜렁 두 개와 합 두 개만 남았습니다. 저 합은 설탕기일까요, 찻잎을 담아두는 차합일까요? 원래 한국식 다기는 찻주전자, 물식힘 그릇, 찻잔 5조가 기본 구성이죠. 또 다른 세트에서 빠져나와 합류를 했는지 합이 둘이나 있네요. 희한한 구성이 되었죠..
크리스마스 지나 수퍼마켓에 가면 크리스마스 식품들을 반값 이하에 살 수 있습니다. 다쓰 부처는 '크리스마스는 반드시 12월 25일에 기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는 실용적인 (돈 없는) 사람들이므로 이렇게 절기가 지난 다음 떨이 식품을 사다 뒷북 둥둥 울리며 즐기곤 합니다. 럭셔리 식품을 샀더니 포장이 과하군요. 다쓰베이더가 포장을 끄를 동안 우리는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듣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작곡가들이 곡을 쓰고 영국인들이 연주한 영국산 캐롤들 위주로 모아 보았습니다. 일단 당장 떠오르는 것들만 몇 곡 올렸습니다. 틈날 때마다 계속 추가하겠습니다. 가장 많이 불리는 곡은 . 한국 주부들에게는 이 가 노래보다 포트메리온 제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요. 도자기 표면에 그림과 함께 가사 1절이 쓰여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