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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단단은 식품 소식지에서 다음과 같은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오오, 생생한 저 곰팡이! 푸른곰팡이를 보자 식욕이 불일듯. 당장 수퍼마켓으로 달려갔죠. 남들 다 알고 있는 치즈를 이제야 보고 껄떡댑니다. 다쓰 부처는 푸른곰팡이 치즈를 특별히 좋아합니다. 영국에 있으니 그간 영국인들이 끔찍히 아낀다는 스틸튼stilton을 주로 먹었었지요. (☞ 영국의 대표 블루 치즈, 스틸튼) 고르곤졸라gorgonzola는 일부러 찾아 먹지 않아도 피짜나 파스타 등 이태리 음식에 단골로 들어가니 저절로 많이 먹게 됩니다. 프랑스 록포르roquefort는 레서피가 요구할 때 가끔씩 사서 요리에 넣곤 합니다. 록포르는 짜기도 하고, 또, 품질 대비 가격이 너무 비싸 자주 안 사 먹어요. 자, 포장을 뜯어보겠습니다. ..
▲ 전체 142×135mm, 우표 한 장 38×38mm. 불어로 "Happy Birthday"라고 써 있습니다. 특이하고 예쁘죠? 생일 축하 우표라고 해도 무방하겠네요. 내 생일 기념 혹은 네 생일 기념 우표. 어느 누구의 생일이든 가능하지요. 보통은 우표에 금액을 표시하는데 이 우표는 '20g'이라는 우편물 무게 제한 표시를 했습니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우표입니다. 그림들을 주욱 살펴보니 덜렁이 아가씨가 좌충우돌 끝에 생일 케이크를 누군가에게 가져다 주는 이야기인 듯합니다. 우표 발행을 위해 급조된 인물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자료를 좀 찾아봤더니, 아니나다를까, 1905년에 탄생한 만화 속 아가씨였더군요. 2005년 발행 우표이니 이게 남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만든 우표가 아니라 실은 자기 탄생 1..
영국인들이 부활절 직전 금요일에 먹는 홋 크로스 번입니다. 그간 이것저것 맛보았는데, 다쓰 부처 입맛엔 수퍼마켓에서 파는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menthal의 얼그레이 향 씌운 홋 크로스 번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2013년 기준. 2014년 부활절 때는 레서피가 바뀌어 오히려 맛이 없어졌습니다. 2014년에는 제품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헤스톤 블루멘쏠은 분자요리의 대가입니다. 이 양반 가정요리 레서피 역시 난이도가 좀 높긴 하지만 아주 훌륭합니다. 성분표를 보니 맛 내느라 궁리 많이 한 것 같아요.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맛 내는 핵심 재료들만 한번 읊어 보겠습니다. • Wheat flour • Mixed vine fruits: Californian raisins, golde..
몇 년 전, 채리티 숍에서 지름 16cm짜리 작은 구리 냄비 하나를 집어 왔었습니다. 구리 냄비가 얼마나 비싼 물건인지 알지 못 했던 시절이라 '남이 쓰던 냄비를 만원이나 달라고 하다니, 채리티라면서 순 도둑놈들 아냐.' 투덜댔더랬죠. 비싸면 안 사면 그만인데, 그냥 놓고 오기엔 또 이 구릿빛이 너무나 황홀했더랍니다. ㅋ 집에 돌아와 누리터를 열심히 뒤졌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어느 북유럽 회사의 제품이더군요. 늘 보던 프랑스 이나 , 이태리 제품과는 또다른 느낌이죠. 깔끔하면서도 유려한 선. 그야말로 '스칸디나비안 쉬크'가 줄줄 흐릅니다. 바이킹스러운 데도 있고 마징가 Z스러운 데도 있고, 하여간, 북구의 디자인이란 게 이런 거구나, 내 생애 최초로 구리 냄비라는 걸 손에 넣고서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었..
김밥 우리 어릴 때 먹던 엄마표 김밥들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연에 가까운 꼴을 하고 있었다. 김밥에는 으레 시금치, 당근, 달걀부침, 간장에 볶아 맛낸 쇠고기나 우엉 등이 들어 있지 않았나. 요즘 엄마들이 선보이는 알록달록 김밥들을 보면 이건 뭐 가공식품 박람회장이 따로 없어. 게살은 눈곱만큼도 안 들어간 게맛살, 공장제 프레스 햄, 공장제 형광 주황색 가공치즈, 첨가물 범벅 어묵과 단무지... 좌우간 음식 만들어 블로그에 자랑하는 걸 법으로 금하든지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저 사진발이 최우선이다. 요리책까지 낸 이름난 요리 블로거치고 재료에 관해 심도 있게 논하는 사람 별로 못 봤다. 태반은 자기가 쓰는 재료가 어떻게 해서 생산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조차도 없어 보인다. '체험단', '..
베이킹에 관심 있는 단단은 얼마 전 누리터에서 다음과 같은 광고 사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오오, 미국의 노르딕 웨어 팬들을 써서 구운 케이크들입니다. 근사하죠? 영국인들은 마들렌을 제외하고는 이런 식으로 반죽을 모양틀에 넣어 굽는 짓들을 잘 안 합니다. 똑같은 크기의 동그란 틴 두 개에 반죽을 나눠 담아 구운 뒤 크림 발라 샌드하고 위에는 크림이나 아이싱을 얹어 먹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동그란 모양의 케이크 말예요. 자르면 웨지 모양이 나오는. 두 나라의 베이킹 스타일을 비교해 보면, 확실히 미국인들은 화려한 베이킹을 좋아해서 틀도 다양하고 장식도 다소 요란한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들한테는 미국식 베이킹이 더 인기 있을 겁니다. 영국에는 고놈의 '티타임'이란 게 있어 남녀노소 불문 일상에서 ..
아, 시음기가 너무 밀렸어요. 깡통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결국 다 바스라진 마지막 미운 찻잎 탈탈 털어 차 한 잔 우립니다. 아끼는 찻잔에 담아 급하게 치운 상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각도와 구도 고심해가며 재면서 사진 찍고, 시간 들여 시음기 쓰고, 빈 깡통은 잘 싸서 상자에 잡아넣고... 이렇게 해서 홍차 블로그에 시음기 한 편이 올라오게 되는 거지요. 이게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에요. 꾸준히 시음기 쓰시는 홍차인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제가 시음기 쓰는 게 귀찮아서 홍차 동호회에 가입을 못 해요. 누리터에서 동호회 활동하시는 분들 대단하십니다. '스사모'라고, 스테인레스 스틸 조리도구 사용자들이 꾸려가는 학구적이고 멋진 동호회가 있는데, 스뎅팬을 즐겨 쓰는 단단이지만 게시..
새해를 맞아 우리 한국 다기를 소개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습니다. 돌아가신 우리 영감님이 쓰시던 한 30년쯤 된 다기입니다. 꾸준히 쓰면서 관리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깨뜨릴까 염려하여 영감님 돌아가신 이후로는 쓰지 않고 곱게 모셔두고만 있었더니 표면에 먼지와 세월이 내려앉았고 안에 박혀 있던 차심이 단단히 굳었습니다. 처음 우리 영감님 손에 들어왔을 때는 아마도 지금보다 좀 더 뽀얬을 거라 추측해 봅니다. 물식힘그릇은 깨졌는지 온데간데 없고 찻주전자와 함께 찻잔 덜렁 두 개와 합 두 개만 남았습니다. 저 합은 설탕기일까요, 찻잎을 담아두는 차합일까요? 원래 한국식 다기는 찻주전자, 물식힘 그릇, 찻잔 5조가 기본 구성이죠. 또 다른 세트에서 빠져나와 합류를 했는지 합이 둘이나 있네요. 희한한 구성이 되었죠..
크리스마스 지나 수퍼마켓에 가면 크리스마스 식품들을 반값 이하에 살 수 있습니다. 다쓰 부처는 '크리스마스는 반드시 12월 25일에 기념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는 실용적인 (돈 없는) 사람들이므로 이렇게 절기가 지난 다음 떨이 식품을 사다 뒷북 둥둥 울리며 즐기곤 합니다. 럭셔리 식품을 샀더니 포장이 과하군요. 다쓰베이더가 포장을 끄를 동안 우리는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듣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작곡가들이 곡을 쓰고 영국인들이 연주한 영국산 캐롤들 위주로 모아 보았습니다. 일단 당장 떠오르는 것들만 몇 곡 올렸습니다. 틈날 때마다 계속 추가하겠습니다. 가장 많이 불리는 곡은 . 한국 주부들에게는 이 가 노래보다 포트메리온 제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요. 도자기 표면에 그림과 함께 가사 1절이 쓰여 있으니..
이상적인 모녀간의 대화 - 권여사: 딸아, 보내 준 크리스마스 선물 잘 받았다. 접시가 아주 예쁘구나. 벽에 꼭 걸어 놓을게. 너는 갖고 싶은 거 없니? 단 단: 아녜요, 엄마. 염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한걸요. 엄마가 건강히 잘 지내신다면 그게 선물이죠, 뭐. 보내 드린 접시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어요. 실제 상황 - 권여사: 딸아, 보내 준 크리스마스 선물 잘 받았다. 접시가 아주 예쁘구나. 벽에 꼭 걸어 놓을게. 너는 갖고 싶은 거 없니? 단 단: 어, 엄니, 말씀 잘 하셨수. 안 그래도 엄니 졸라 자사호 하나 얻어 내려 했는데 잘됐네. 누리터 돌아다니다 누런 자사호 하나 찜해 뒀으니 엄닌 그냥 돈만 부쳐 주시구랴, 내가 알아서 주문해 선물로 가질 테니. 자, 계좌 번호는... 되..
2012년 우리 집 크리스마스 홍차로는 의 크리스마스 블렌드를 골라 보았습니다. 온라인 차상이었던 가 성장에 성장을 거듭, 이제는 백화점에까지 입점을 했더군요. 올해는 의 크리스마스 홍차 대신 칸톤 티 것으로 사 보았습니다. 저희 형편에는 이것도 만만찮게 비쌌어요. 50g 깡통에 6.5파운드나 줬으니까요. 그래도 크리스마스 홍차를 마셔 주지 않으면 어쩐지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뚜껑 열어 보고 놀랐습니다. 잘게 부순 잎이 아닌 제대로 비벼 말린 찻잎과 실한 부재료들이 듬뿍, 지금까지 본 온갖 크리스마스 블렌드 홍차 중 단연 으뜸입니다. 재료를 읊어 보겠습니다. 의 'Christmas Blend' 성분: Assam tea, sweet liquorice root, ginger root,..
얼마 전 단단이 낭만소녀 님으로부터 무얼 선물 받았나 보십시오. 그릇에 일가견 있는 분들은 다 알아보실 겁니다. 의 홀리데이Holiday 패턴이죠. 낭만소녀 님께서 겨울철 티타임에 케이크나 푸딩 접시 삼으라고 지름이 큰 디너 플레이트를 보내 주셨습니다. 미국 그릇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 이 레녹스입니다. 레녹스 도자기의 차분한 노란 빛과 중후한 금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미국인들이 물건 하난 참 튼튼하게 잘 만들어요. 미국 주방 용품 중 단단이 좋아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냄비 중에서는 를 좋아합니다. 특히, 소시에saucier 팬과 프렌치 스킬렛French skillet을 격하게 아낍니다. 이것들 없으면 요리 못 해요. 그래서 소시에 팬과 프렌치 스킬렛만은 크기별로 다 갖추고 있어요. 양식..
새벽 찻자리입니다. 단단이 새벽에 찻자리를 갖는 건 극히 드문 일입니다. 이 시간에 일어나 있을 턱이 없거든요. 자다가 '신분 밝히기를 꺼려하는 수줍은 지인'님께서 보내 주신 맛동산이 생각 나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 분이 과자 좋아하는 단단에게 이렇게 맛난 과자를 종종 부쳐 주시곤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말이죠, 일본 과자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습니까? 사진 보고 한국 맛동산인 줄 아셨죠? 한국 제과 회사들의 일본 베끼기 관행(또는 만행)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 맛동산 역시 일본 과자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한탄과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 일본의 전통 과자 가린토, 카린토 베끼려면 좀 잘 베껴 더 낫게 만들기라도 하면 좋잖아요. 이 일본 맛동산은 "땅콩으로 버무린 튀김 과자..
우선, 올 겨울에 새로 출시된 트와이닝의 향홍차를 한 통 샀지요. 그 다음, 채리티 숍에서 금테 두른 푸른 꽃 찻잔 두 조를 샀지요. 로젠탈Rosenthal 그룹의 클래식 로즈Classic Rose 라인의 몽비주Monbijou 쉐입의 오키드Orchids 패턴이라고 합니다. (헉헉) 패턴 이름은 정확하지 않아요. 누리터에서 똑같은 물건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샌드위치 접시가 같이 있길래 것두 낼름 집어왔지요. 그리고는 수퍼마켓에서 아프터눈 티타임에 쓸 맛있는 샌드위치 두 종을 사 왔지요. 그러고도 돈이 남길래 위키피디아WikiPedia에 5파운드 기부까지 했어요. ▲ 크리스마스 사탕 접시. 불량소녀 님 기증. 크리스마스 때만 쓰기엔 너무 예뻐 일년 내내 사용. 트와이닝에서 새로 냈다는 '바닐라 짜이Indul..
영국의 티타임 클래식 비스킷에 관해서는 얼마 전에 소개를 해드렸지요. 그 중 '버본Bourbon'이라 불리는 것이 있었어요. 사진에서 맨 앞에 있는 쵸콜렛색 비스킷입니다. 'BOURBON'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죠. 연한 쵸콜렛맛 비스킷 두장 사이에 쵸콜렛 크림이 발라져 있어요. 제 입맛엔 약간 싱겁게 느껴지는데 이게 또 전세계에 애호가를 많이 거느린 과자입니다. 나이도 많아요. 1910년생이니 백세가 넘은 어르신 과자입니다. 작년에 단단은 버본 비스킷이 잔뜩 든 깡통 하나를 사서 한참 동안 이 심심한 비스킷을 밀크티 안주 삼아 먹었더랬습니다. 사진에 있는 버본 비스킷 모양 깡통에 버본 비스킷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지요. 깡통이 희한하게 생겼죠? 제 속에 든 과자와 똑같이 생긴 깡통이라니, 영국인들..
영국 동화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 1866-1943의 동물 이야기는 모두 23권이 출판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다람쥐 '넛킨Nutkin'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름 잘 짓지 않았나요? 다람쥐 이름이 '넛nut' + '킨kin'이라니. 1903년 초판 표지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책이 이 초판과 거의 같은데, 현대에 와서 초판 디자인으로 다시 찍은 거라서 그렇습니다. 천으로 제대로 장정한 하드 커버에 금박 글씨가 정말 야무지게 꼭꼭 찍혀 있어요. 막 찍어 낸 대량생산 책들이 범람하지만 영국에는 아직도 수작업으로 고급 장정 책을 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큰돈은 못 벌고 어렵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지만요. 전자책과 싼 제본 책이 난무하는 세상에 공들여 수작업한 고급 ..
한국에서도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파란 깡통의 덴마크 클래식 비스킷 . 크리스마스용이라 황금색입니다. 그런데 이건 또 '쿠키'라 불러 줘야 합니까? 불러 달라는 대로 불러 줘야지요. 영국 과자들은 '비스킷'으로 불러 주시면 좋고요, 미국 과자들은 '쿠키'라 해 주시면 좋아요. 그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부르기 때문입니다. 밤에 찍어서 사진이 노랗습니다. 영국의 가정집 밤 분위기가 어떤지 느껴 보시라고 색 보정 않고 그대로 올려 봅니다. 영국에서는 가정집에 여간해서 형광등을 쓰지 않아요. 조명이 어둡고 노래서 눈이 금방 피곤해지는데, 이들은 또 형광등이 눈을 아프게 한다네요. 버터 과자를 좋아하는 단단이지만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도 이 데이니쉬 버터 쿠키만큼은 썩 좋아하질 않았습니다. 버터 과자라 불러 주..
어이구내새끼C가 태어났습니다. 단단은 이제 어이구내새끼1, 2, 3, 4, 5, A, B, C를 거느린 골목대장이 되었습니다. 우리 빅브라더가 어이구내새끼1을 낳았을 때 단단은 큰배움터大學 동무들에게 한참을 으스대고 우쭐거렸었습니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고모야!"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꼬붕 여덟 마리를 거느린 두목이 되었네요. 세월은 참 빨리도 흐릅니다. 이제 고모 · 큰엄마 · 외숙모 소리를 골고루 듣게 되었습니다. 팔방미인입니다. 또 기념품 사서 보내고 기념 찻자리도 가져야지요. 암요. 포장해서 보내기 전에 하도 귀여워 이리저리 사진 좀 찍어보았습니다. 이 토끼 녀석 누군지 다 아시죠? 영국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의 피터 래빗Peter Rabbit입니..
단 단: (밀크티 홀짝이며) 헤렌드 아포니 다이아몬드 쥬벌리 로얄 블루 찻잔을 보고 다들 영감의 안목에 저으기 감탄들 하는 눈치요. 나도 모르고 있던 한정판 찻잔을 대체 어떻게 알고 주문한 게요? 안목 참으로 대단하오. 다쓰베이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과자를 우적우적) 홍차인이, 것두 영국에 있으면서 헤렌드 영국 한정 찻잔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그나저나, 찻잔이 신발탄성인 모습을 담고 있는 게 인상적이지 않소? 단 단: 무,무엇, 시,신발을 탄 성인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외계어 같구려! 다쓰베이더: 울트라맨에 등장하는 악당 이름이오. 우주 발탄Baltan성星에 기거하는 다크한 파워를 지닌 종족 이름으로, 스펙이 더욱 강력해진 신가다라 '네오neo'라는 접두어가 붙었소. 신-발탄성인이 어떻..
"헤렌드 아포니 다이아몬드 쥬벌리 로얄 블루? 이게 도대체 무슨 암호야?" 홍차에 관심 없고 다구엔 더욱 관심 없고 영국에는 더더욱 관심 없는 분들께는 진정 암호와 다름 없죠. 헝가리의 '헤렌드'라는 도자기 회사에서 '아포니'라는 헝가리 굴지의 가문 식기에 쓰였던 문양을 따서 홍차의 나라 영국 군주의 재위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블루 중에서도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아주 진한 '로얄 블루'색으로 도자기를 한정 출시했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a?&* 해설이 더 어려워 장사꾼들한테는 불황에도 소비자 지갑을 여는 비장의 무기가 두 개 있지요. 바로 '공포심 조성'과 '한정 판매limited edition'라는 겁니다. 주방 도마에 변기보다 더 많은 세균이 우글거리는데 물로 깨끗이 씻어 햇빛에 소독..
영국인들은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합니다. 추수감사절을 쇠지 않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이 됩니다. 수퍼마켓과 백화점들이 벌써 크리스마스 식품과 용품을 갖다놓고 팔기 시작했어요. 올해의 '프리pre-크리스마스' 과자로는 영국의 전통 티타임 비스킷 모듬을 사보았습니다. 출시된 지 백년 넘은 진정한 클래식 과자들도 있고 1950년 이후 태어난 모던 과자들도 있지만 영국에서는 뭉뚱그려 '클래식 티타임 비스킷'으로 부릅니다. 버터가 잔뜩 든 쇼트브레드shortbread는 어쩐 일인지 클래식 비스킷 모듬에서 빠질 때가 많습니다. 수퍼마켓에서도 물론 팔긴 하지만 쇼트브레드는 기본적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 메이드' 전통 과자로 분류가 되나 봅니다. 신문사나 과자 회사들이 수퍼마켓 시판 ..
차 고수들은 이 말을 들으면 아마 비웃겠지만, 단단이 영국 와서 홍차에 막 입문할 당시에는 홍차 깡통이 주는 심미적 만족이 홍차 선택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곤 하였다. 영국에서 구할 수 있는 홍차들은 닥치는 대로 구입을 하고 주변의 고마운 분들로부터 다양한 차를 선물 받아 이런저런 우리기 실험을 해가며, 또, 차 관련 자료들을 찾아가며 열심히 공부했다. 영국에서는 홍차 구하기가 정말 쉽고 값도 싸다. 한국에서는 돈 드는 취미인 이 홍차 마시기가 영국에서는 취미라 하기도 민망한 일상의 일이니 여기 있을 때나 실컷 마셔 두자, 우리 부부는 둘 다 커피도 안 마시고, 술·담배도 안 하고, 돈 없어 외식도 잘 안 하니 저렴한 홍차라도 열심히 마셔 기분 내야겠구나 싶었다. 영국인들의 홍차 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
다쓰베이더가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할로윈 머핀 떨이하는 걸 사왔습니다. 아이고 두야. 여기 사람들은 할로윈을 기념하지 않아요. 장사꾼들이나 물건 팔아먹으려고 조잡한 물건 잔뜩 내놓지. 게다가 할로윈은 10월31일 아닙니까. "어서 찻물 올리고 블로그에 쓸 사진 찍을 준비나 하시오." 논문 써야 되는데 영감이 자꾸 블로그질 하라고 꼬드깁니다. 그래놓고 자기는 공부합니다. 역시 적은 내부에 있었군요. 그런데, 연출을 하고 싶어도 집에 으스스한 소품이 뭐 있어야 말이죠. 징그러운 도자기 촛대나 꺼내봅니다. 단단이 좋아하는 촛대입니다. 서양 성인 남자 손 크기라서 제법 큽니다. 내일은 촛대에 어울릴 시커먼 양초나 사러 나가봐야겠습니다. 할로윈에 어울릴 만한 홍차를 찾아 차상자를 뒤적이다가 불량소녀 님이 보내주..
▲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잉글랜드 처녀. 도도해 보여도 의외로 나긋나긋한 구석도 있다는데. 여러분, 이태리 처녀와 영국 처녀의 이미지를 잠깐 떠올려보세요. 어느 쪽이 더 사근사근 애교 있고 붙임성 있을 것 같습니까? 앵글로 색슨이나 게르만 쪽보다는 라틴 계열 사람들이 아무래도 햇빛을 많이 쫴서 성격도 좀 더 활달하고 여자들도 더 친절할 것 같지 않나요? 이태리 사람들은 양 볼 모두에 뽀뽀하면서 인사를 하고, 영국 사람들은 한 쪽 볼에만 뽀뽀 인사를 한다는 말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런 걸 봐서도 이태리 여자들이 왠지 더 사랑스러울 것 같죠. (요즘은 영국에서도 양 볼에 뽀뽀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움와, 움와, 이렇게 두 번.) 다혈질 마틴 루터가 유럽을 들쑤시던 시절, ☞ 에라스뮈스라는 온화한 성..
오늘은 경이로움 님께서 보내 주신 홍차를 우려 봅니다.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eres의 입니다. "Our own Russian blend, featuring silver tips, is famous for its grand finesse and slightly smoky fragrance. This masterpiece by Mariage Frères is named after the Russian czar who introduced Parisians to Russian-style tea in 1814." 프랑스에서 러시아 황제를 기려 만든 홍차. 차장수들, 하여간 장사 수완들도 좋아요. ㅋ 훈향 나는 랍상 수숑에 얼 그레이를 가미한 것 같네요. 향이 아주 좋습니다. '랍상 소총'이라 발음하지..
"영국음식? 에휴, 맛없잖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많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저도 영국 오기 전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 분들께 단단은 이제 다음의 두 가지를 꼭 묻습니다. "영국음식이 맛없다고 하셨는데, '영국음식'이 맛없다는 뜻인가요, 영국 여행 오셔서 사 먹은 음식이 맛없다는 뜻인가요?" 이렇게 물으면 방금 영국 음식 맛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던 분이 갑자기 머뭇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다시 말합니다. "음...'영국음식'이 맛없다는 게 맞겠네요. 변변한 영국음식이라곤 피쉬 앤드 칩스말고 뭐 없으니까요. 그것도 사실 너무 기름지잖아요?" 이 분처럼 '영국음식'이 맛없다고 대답하신 분께는 두 번째 질문을..
오늘은 영국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이미의 요리책은 현재까지 모두 열 세 권이 나와 있는데, 단단은 이 열 세 권을 다 갖고 있습니다. (제이미 올리버 요리책 두 권 또는 두 권 이상 갖고 계신 분, 저랑 친구 합시다!) 날 잡아 각각의 요리책을 하나씩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해 먹어 본 것들은 다 맛있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재료 구하기 쉽지 않아 고전하시겠지만 단단은 운 좋게도 제이미의 애용 수퍼마켓 두 곳 와 가 엎어지면 코 닿을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재료 사다 레서피를 실천해 보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제이미 요리책 열 세 권 중 다음의 두 권이 좀 각별할 겁니다. • 30분 안에 3-코스 ..
여의도 63빌딩 57층에 이라는 고급 중식당이 있지요. 그런 비싼 곳에서 외식할 처지가 못 되는 다쓰 부처를 어엿비 여긴 친척 어르신께서 가끔 맛있는 요리를 사 주시곤 하셨습니다. 으아아. 생각만 해도 침이 콸콸 나오는군요. 침샘이 다 아픕니다. 기억하기로 백리향 요리는 다 맛있었는데, 심지어 짜장면조차도 참 예술이었던 것 같아요. 맛있는 거 사 주시는 분은 두고두고 기억 나고 감사합니다. ㅋ 코쟁이들 나라에 살면서 서양 요리를 주로 먹다 보면 한·중·일 음식 어디에나 들어 있던 저 글루탐산나트륨이 불현듯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이태리 요리에는 자연적으로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이 많이 들었기 때문에 (예를 들어, 파마산 치즈나 안초비, 토마토, 포르치니 머쉬룸 따위) 이태리 유학생들은 이태리 음식만 먹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