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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년이면 서당 개도 풍월을 읊고 성인聖人집 하녀는 라틴 구절을 인용하며 A saint's maid quotes Latin 영국 유학생은 안티크antiques를 앞에 놓고 깝죽대는 법입니다. 안티크 중에서도 단단이 특별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영국 실버입니다. 실버 중에서도 다구와 플랏웨어flatware가 주 대상입니다. TV 보다가 실버 티포트가 나오기라도 하면 차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 밥 먹던 숟가락도 내려놓고 열심히 보곤 한다지요. 얼마 전 골동품 프로그램에서 본 실버 티 세트는 정말이지 혼이 쏙 빠질 정도로 아름다워 소개해드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어떻습니까? 형태는 단순·우아하면서 세부 장식은 지나치게 과하지 않고 균형이 잘 잡혀 있지요? 왼쪽부터 설탕기, 찻주전자, 우유기milk jug입니다. ..

자, 왔어요, 왔어, 니모가 왔어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니모가 아녜요~ 일년에 딱 한 번, 다쓰베이더 생일 때만 출몰하는 니모이올시다~ 꽥, 영감! 충분히 감상도 않구 바로 칼질 들어가는 거요? 만드느라 힘들었는데;; 순식간에 스시로 돌변. T_T 영국음식은 피쉬 앤드 칩스밖에 모르겠다는 분들을 위해 단단이 블로그를 통해 줄기차게 영국음식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간 꽤 많이 소개해 드렸죠? 영국에 있을 동안 틈날 때마다 영국음식 소개를 해 드리고 날 잡아 정리도 한번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영국음식 열전 사진에 있는 만두 모양의 파이는 '코니쉬 파스티Cornish pasty'라 불리는 영국 남서부 콘월Cornwall 지역의 특산 파이입니다. 스콘 대신 내 봅니다. 유럽연합에 의해 보호·보전해야 할..
오늘 게시물은 차에 곁들일 만한 간식거리가 집에 '똑' 떨어져 낙담해 있는 분들을 위한 겁니다. 이른바 '버추얼 티푸드'라고나 할까요. 그림 보시면서 달콤 쌉싸름한 아프터눈 티 즐기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각 유럽 연합 국가들의 대표 과자를 알고 싶은 분은 아래의 글로 ☞ 유럽 연합 국가들의 대표 과자 아니? 자세히 보니, 권여사님과 다쓰베이더가 좋아하는 마들렌이 빠졌잖습니까! 프랑스 대표 과자로 꼽히기까지 한 우리의 소중한 마들렌이! ■
우리 날씬이 한국인들은 차에 설탕 넣는 짓 따윈 잘 하지 않지만 영국인들의 찻상에는 반드시 설탕기가 올라오는 법이죠. 가루설탕을 쓸 때는 스푼이 필요하고 각설탕을 쓸 경우엔 집게가 필요하지요. 영국인들은 가루설탕보다는 깔끔한 각설탕을 선호합니다. 설탕집게는 '슈가 통스sugar tongs'라 부르는데, 가위나 안경, 바지처럼 복수형으로 써야 해요. 가위 모양으로 된 것sugar nippers도 있고요. 궁극의 아프터눈 티 테이블을 꾸며보는 게 지상목표인 단단은 얼마 전 다쓰베이더로부터 깜짝선물을 받았습니다. "징그러울수록 좋다고 했소?" 하면서 무언가를 툭 내려놓는 것이었어요. 설탕집게였지요. 집게 부분을 한번 보세요. 설탕집게 끝자락을 맹금류의 갈고리 발톱 발로 장식하는 것은 오랜 전통입니다. 일종의 ..
단단이 아끼는 그림 중에 부엉이를 그린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액자 맞출 돈이 없어 그간 문구점에서 산 아크릴 판에 끼워두고 있었지요. 그런데 오늘 문득, '채리티 숍에서 이발소 그림 사다가 그림은 버리고 액자만 활용하면 되겠구나!' 하는 묘안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동네 채리티 숍을 돌며 살피다 3천원짜리 낡은 나무 액자를 하나 집어왔지요. 조잡한 이발소 그림 대신 아주 오래되어 빛바랜 소녀의 사진이 담겨 있었는데, 사진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섬뜩함이 좀 느껴졌었습니다. 이렇게 낡은 사진이면 어쩌면 빅토리아 여왕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빅토리안 시절의 어린이 사진 하면 떠오르는 게 있었거든요. 오늘의 차수다는 여름 다 지나서 펼치는 뒷북 납량특집이 되겠습니다. 빅토리안들..
어릴 적 왼손으로 글을 쓰고 밥을 먹는다는 이유로 막내 오라버니가 학교 선생님들과 어른들로부터 무지막지한 탄압을 받는 걸 보고는 가슴이 금즉하였으나, "뭐야, 바보같이. 인간이라면 으레 옳은 손, 바른 손을 써야지." 태연한 척 옳은 손으로 글을 쓰고 밥을 먹고 칫솔질 가위질을 해댔다. 자꾸 들먹거리는 왼손을 찰싹찰싹 때려가며 단단은 완벽한 옳은손잡이가 되어 갔다. 어린 나로서는 어른들의 그 무시무시한 탄압을 견뎌낼 재간이 없었으니 옳은손잡이가 되기로 한 건 내 인생에 있어 몇 안 되는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왼손잡이였던 내 막내 오라버니는 결국 눈물 겨운 노력 끝에 오른손잡이로 전향을 하게 되었는데, 그 때문에 오른손으로 하는 모든 것이 어설펐고 악필도 그런 악필이 없었다. 얼마나 글씨가..
생일도 아닌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여행을 다녀오신 분으로부터 깜짝선물을 받았습니다. 수도 사라예보의 '터키 장인의 거리' 바슈카르지아에 이르자 차 우려 마시기 좋아하는 이 단단이 떠올라 터키식 커피잔인 '핀잔fincan'과 설탕기 세트를 사 오셨다는 거예요. 제가 그랬죠. 취미나 기호식품은 동네방네 소문 내서 나쁠 것 하나 없다고요. 보세요, 그 먼곳에 여행을 가셔서 무언가 정성껏 준비해 마시기 좋아하는 이 단단이 갑자기 생각나는 바람에 지인께서 "아이 참" 하며 지갑을 여셨다잖습니까. ㅋ 제법 묵직한데다 정교한 장식이 일품이어서 볼 때마다 넋을 놓게 됩니다. 참, 밑에 깔린 이국적인 문양의 천은 식탁보가 아니라 또 권여사님의 손수건입니다. 어휴, 저렇게 예쁜 걸 어찌 땀 닦는 데 쓸 수 있겠습니까. ..
제철 맞은 아스파라거스를 즐겨 봅시다. 두 가지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과정샷은 없어요. 조립식품이라 과정샷 따윈 필요 없어요. Smoked Salmon Asparagus Wrap 조립식품의 정수 재료 • 질 좋은 훈제연어 • 뻣뻣한 밑둥을 제거하고 손질한 아스파라거스 • 향 적게 나는 기름 • 소금 • 후추 방법 • 기름 두른 지짐판frying pan에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뚜껑 덮어 익힌다. • 소금·후추로 간을 한다. • 키친타월로 아스파라거스에 묻은 잉여 기름 제거한 후 •훈제연어로 돌돌 말아 준다. 끝. 베이컨으로 마는 분들도 많이 보았는데, 너덜너덜한 베이컨보다는 이 훈제연어로 만 것이 훨씬 보기 좋아요. 맛은 둘 다 좋겠지만요. '랍상 수숑 찻잎을 태워 훈향 씌운 연어'입니다. 영국의 고급..
▲ 어이구내새끼5에게 사다 준 피터 래빗 인형.해로즈 제품으로, 바느질이 아주 꼼꼼하다. 우선, 한국이 아닌 영국에 있다는 점과 피곤한 몸 이끌고 나가 북적이는 곳에서 돈 펑펑 쓰며 놀려 줘야 할 새끼가 없다는 점에서 안도의 한숨을 쉰다. * * * 싸이월드에 몸 담고 있던 시절, 내 에 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대략 이런 단어들이었다. - 식욕감퇴 - 여윳돈 - 서랍용 작품 └ 공산독재국가 같은 곳에서 작곡가나 작가들이 당국의 검열을 피해 몰래 작품을 써 놓고는 발표를 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하기를 기다리며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둔 데서 비롯된 용어. 가령, 스탈린 치하의 쇼스타코비치라든가. 왜 이 말이 '불가해 단어'인고 하면, 발표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온 작품 하나..
어느 작가께서 저 이태리 의 '베니션 모제익 티Venetian Mosaic Tea'를 금테 두른 뽀얀 찻잔과 함께 근사하게 세팅해 놓은 걸 보고는 부러움과 호기심이 불일듯 일었었지요. 어디서 비슷한 느낌의 찻잔을 살 수 있을꼬 뒤지다가 뜻밖에도 동네 채리티 숍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찻잔이 아니라 작은 크기의 커피 캔입니다. 원기둥 형태로 곧게 뻗은 커피잔을 '커피 캔can'이라 부른다는 것도 이걸 사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에스프레소 잔으로 쓰라고 나온 제품이지만 찻잔으로 써도 문제될 건 없겠지요. 런던의 유명 차이나 숍 가 독점으로 공급했던 의 커피 캔이라 합니다. 그래서 두 곳의 백 스탬프가 한 찻잔 안에 같이 인쇄돼 있는 모양입니다. 6인조를 7파운드에 샀으니 한 조당 2천원 꼴. 금테 두..

▣ ▲ 전체 153×104mm, 우표 한 장 38×26mm.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 ▲ 우표 확대.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 아니아니, 글꼴이 그게 아니다. 무슨 중세 독일 과자도 아니고. 이건 '안작'이란 말이다. ▲ 거러췌. 스텐실로 된 밀리터리 글꼴. 기웃이: "안작"이 뭐요? 단단: ANZAC은 Austrai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의 두문자어acronym요. 기웃이: 자,잠깐. 또 차 한 잔 우려놓고 밀리터리 얘기를 하려 하오? 다쓰베이더 마누라 아니랄까봐. 단단: 어허, 오늘이 바로 안작 데이 아니오. 안작 데이에 안작 얘기를 하겠다는데 말이 많소. 기웃이: 오늘이 안작 데이요? 안작 데이란 것은 처음 들어 보오. 자, 어서 썰을 풀어 보시..
부활주일에는 교회를 가야하므로 이틀 전인 오늘 미리 찻상을 차려 봅니다. 이크,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남들 금식하며 기도한다는 성금요일 아닙니까.;; 오늘 찻상에는 스콘 대신 못생긴 홋 크로스 번hot cross buns이 올라왔습니다. 영국인들의 성 금요일과 부활절 전통 빵입니다. 원래 이 정도로 못생긴 빵은 아닌데 제가 특별히 못생긴 걸로 잘못 집어왔습니다. 다쓰베이더의 차이브와 훈제연어를 올린 호밀빵 품퍼니클(Pumpernickel, 벽돌 모양의 호밀 함량 높은 독일빵), 크림치즈, 차이브, 훈제연어, 달걀피클, 레몬(먹어 보니 빵과 달걀피클이 시어서 필요 없었음), 후추. 끝. 조립식품의 진수입니다. 다쓰베이더가 조립했습니다. 품퍼니클 까나페는 유럽인들의 식탁에 자주 올라오는 건데, 푸른 잔디 좋..
영국에서 '쫌' 유명한 이 총각과 모델 뺨치는 패션 감각을 소유한 이 처녀가 오는 4월 29일에 결혼을 하겠다고 해 레고 세상이 다 떠들썩해졌습니다. 이때다 하고 다들 한몫 잡아 보겠다며 온갖 기념품들을 쏟아 내거나 온갖 잔재주를 다 부려 보지만 상술에 절대 놀아나는 법이 없는 꼿꼿한 단단은 1년 363일 쵸콜렛을 사 먹어도 발렌타인 데이 전날과 발렌타인 데이에만은 쵸콜렛을 절대 사지 않는다고 하지요. 그래, 남의 결혼식에 쓸데없이 흥분해서 돈 쓰는 짓 않기로 진작 마음 먹었다지요. 그런데 몇 주 전. 식품 관련 소식지를 보다가 이런 광고를 보게 된 겁니다. 으응? 매우 솔깃 단단은 영국의 대중적인 홍차 브랜드 중에서는 트와이닝을 좋아합니다. 딱히 여기 차가 맛있어서라기보다는 회사가 신제품 개발도 게을리..
홍차는 고온으로 우리기 때문에 자사호의 보온성이 좋아야 차의 맛과 향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그래서 형태는 열손실이 가장 적은 구형에 가까운 호가 적합하고, 자사 니료 측면에서는 기공층이 많아 투기성과 보온성이 좋은 자니 계통, 본산녹니 계통의 호들이 좋습니다. 라는 ☞ 전문가의 글을 보았습니다. 앗싸 가오리. 단단이 옳았던 거죠. 저 쵸콜렛색 자니 자사호를 얼 그레이 홍차용으로 쓰기로 결정한 것은 지극히 옳은 판단이었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도자기집 딸의 본능이라고나 할까요? 크허허 흐뭇해 죽는구나 오늘은 자사호로 얼 그레이를 우려 보겠습니다. 최근 재미 삼아 중국 공부차 우리듯 홍차를 짧게 짧게 여러 탕 우려 마시기 시작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재미도 있고 꽤 괜찮습니다. 홍차인 여러분들도 집에서 한번 ..
권여사님께서 희한한 물건을 보내 주셨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밖에 다니면서 차를 마실 수 있게끔 대만 사람들이 고안해낸 신개념의 표일배(飄逸杯 차 우리는 데 격식 같은 건 따지지 않는 대인배들이 즐겨 쓰는 편리한 차도구)라고 합니다. 단언컨대 권여사님, 이거 신기해서 한번 사 본 거지, 본격적으로 차생활 좀 해보겠다고 사신 게 절대 아닐 겁니다. 이름이 이라길래 단단은 처음에 무슨 중국의 버라이어티 코미디 쇼 전국 순회 공연단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박당'은 '파트너' 정도로 번역하면 된다 하니 이란 '움직일 때 함께하는 친구travel buddy'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냥 플라스틱 물통이겠거니, 하고 심드렁한 마음으로 한번 꺼내 봅니다. 으응? '메이드 인 타이완'이라서 그런가요..
새벽에 일어나 눈 비비며 부엌에 물 마시러 갔더니... 작년 여름 결혼 기념일 찻상을 위해 샀던 미니 장미가 꽃을 피웠습니다. 분갈이를 못 해줘서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어떻게 봄인 줄 알고 이파리를 내고 꽃을 피웠을까요? 겨울잠 잘 자라고 가지와 잎을 싹둑싹둑 죄다 쳐서 삭발해 줬는데 말이죠. 창밖은 또 어떤 모습인가 한번 내다보도록 하죠. 이크, 꽃 핀 줄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미 흐드러지게 한바탕 피었다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돌로 된 저 물그릇은 새들과 야생동물을 위해 우리 빌라Flat 사람들이 마련해둔 것으로, 마당 있는 집들은 저렇게 물그릇을 두곤 합니다. 새들도 목 마를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 해봤는데 말예요. 영국인들, 꽤 섬세하죠..
한국에 있을 때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찻자리를 가진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찻잔을 수집한다는 말을 꺼냈었나 봅니다. 일행 중 한 분이 이 말을 마음에 두고 계셨다가 제 수집 조건에 맞는 찻잔을 구해 이곳 영국에까지 부쳐주셨습니다. 깨지는 일이 빈번하니 다구가 먼길 여행을 한다는 말만 들으면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다행히도 금 하나 가지 않고 오늘 아침 무사히 잘 도착했습니다. 미일리어가 이때다 하고 잽싸게 등장했군요. 새 다구만 보면 흥분하는 경향이 좀 있어요. 오늘은 일이 없나 봅니다. 다리 뻗고 아주 푹 쉴 모양입니다. 슬쩍 보이는 허벅지가 뇌살적입니다.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가요? 미일리어와 이리나를 볼 때마다 살 마저 빼고 멋 좀 부리고 다녀야겠다는 의지가 불끈불끈 솟는다고..
대홍포(大紅袍)에 이어 오늘은 봉황단총(鳳凰單叢)을 시음해 보았습니다. 이 역시 청차입니다. 봉황산에서 나는 봉황수선 품종의 단독 차수 잎으로만 만들고 다른 찻잎을 일절 섞지 않는다 하여 '봉황+단총'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찻잎이 크지만 날렵하고 비교적 고른데다 단단 눈에는 섹시하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검은빛을 띤 진녹색입니다. 산나물 삘도 좀 납니다. 차 애호가 분들 중에는 우린 찻잎을 조물조물 무쳐 밥반찬으로 드시는 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죠. 봉황'산'에서 수확했다 하니 산나물 맞습니다. [우리 집에서 제일 바쁜 트리 모양 접시 - 불량소녀 님 기증] 건잎입니다. 봉황단총은 그 종류만 80가지가 넘는데 향기의 유형으로 볼 때는 밀란향, 지란향, 옥란향, 황지향, 계화향, 도인향..
중국차들은 영국에서도 참 비쌉니다. (그래도 한국에서보다는 훨씬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중국 여행 가서 차 좀 사 오지 말라고 하도 난리를 쳐대니 다들 단단이 중국차를 싫어하는 줄로 오해하실까 걱정돼 오늘은 중국차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중국차에 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만,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심오하다는 것, 그리고 종류도 많아 아무리 차 좋아하는 사람도 평생 다 맛보지 못 하고 죽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집에 두께 3cm가량 되는 두꺼운 중국차 백과사전이 한 권 있는데요,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입이 다물어지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차들을 일일이 이름 붙여 줬는지가 신기할 지경입니다. 오늘은 무이암차(武夷岩茶) 중 가장 유명한 대홍포(大紅袍)를 우려 봅니다...
커피의 'ㅋ'자도 모르는 단단에게 얼마 전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다는 이상하게 생긴 고양이의 똥을 사람들이 요즘 더욱 열심히 채집하기 시작했다는데, 그렇게 모은 똥을 죄다 파헤쳐 커피 콩만 골라낸다는군요. 그렇게 골라낸 커피 콩을 들들 볶고 봉지에 담아 고가에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단단에게 저 유명한 '루왁 커피'가 생긴 거죠. '코피 루왁'이라고 부릅니다. 영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들은 '시빗 커피'라고 부릅니다. 그림에 있는 긴 꼬리의 인도네시아 고양이를 우리말로는 '사향고양이', 현지어로는 '루왁Luwak', 영어권에서는 '시빗Civet'이라 부르거든요. 이 녀석들이 질 좋은 커피 열매들만 골라 따먹고는 소화시키지 못한 커피 콩들을 배설해 댄다고 하는데, 소화기관을..
권여사님 댁에서 즐기는 마지막 아프터눈 티입니다. 여러분, 집에서 갖는 아프터눈 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몸은 좀 힘들고 귀찮아도 이것저것 만들어 (또는 사다가) 느긋하게 즐기기. 좋아하는 찻잔에 좋아하는 차 우려 단것과 함께 먹기. 이건 고독하게 앉아 진지하게 책 읽는 것 못지 않게 행복한 일이라고 봅니다. 사실 제가 집에서 차리는 찻상은 저 스스로 봐도 보잘것없다는 걸 잘 압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줄기차게 찻상을 소개하는 이유는요, 영국식 찻상 차리는 일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보세요, 홍차의 'ㅎ'자도 모르시던 권여사님도 이렇게 근사하게 한 상 차려 내시잖아요. 커피 한 잔 놓고 맛난 케이크 한 조각 곁들여 즐기는 건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죠. 그런데 ..
그러고 보니, 한국 오기 전날 다쓰베이더에게 구워 주었던 마들렌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네요. 밤낮 얻어먹을 궁리나 하는 단단 같은 불량마눌이 또 있을까마는, 그래도 이 날은 왠지 다쓰베이더가 좋아하는 마들렌을 구워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행기를 많이 타보지 못 한 촌스러운 단단은 여행 전에 항상 내가 타는 비행기가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는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진지해지곤 하죠. 안 하던 물건 정리도 다 하고 말이죠. ㅋ 죽는 건 두렵지 않지만 죽은 다음 뒤죽박죽 쌓여 있는 제 유품 정리하느라 지저분한 집 샅샅이 뒤지며 욕을 바가지로 할 유족들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마구 엄습해 옵니다. 오븐 속에서 한껏 부풀고 있는 마들렌을 보자 모든 근심이 후루룩. 다쓰베이더가 마들렌을 좋..
며칠 전 단단은 권여사님의 다구를 정리해드리다가 놀라 자빠졌습니다. 터키인들이 2단 포트에 우려 낸 홍차나 애플 티를 마실 때 쓴다는 '차이 바르닥çay bardağı'이 그릇장에서 튀어나왔던 겁니다. "아니? 터키 찻잔은 또 어디서 난 겝니까?"조카(단단의 외사촌) 내외가 터키 여행을 갔다가 다구 좋아하는 이모 생각이 나 품질 좋은 차이 바르닥으로 골라 사 왔다고 하네요. 과립형 인스탄트 애플 티도 함께 사 왔다는데 그건 벌써 없어진 지 오래고, 한국에서는 터키쉬 애플 티 구하기가 쉽지 않아 그간 그릇장 구석에 고이 모셔 두었다고 합니다. 단단은 하나밖에 갖고 있지 않은 차이 바르닥을 권여사님이 무려 여섯 개나 갖고 계셨던 겁니다. 오늘은 집에 있는 유자차로 터키쉬 애플 티 흉내를 내면서 즐겨보기로 하..
도자 타일로 외벽을 꾸민 건물이 있다 하여 도자기집 딸 단단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친구들을 꼬드겨 구경을 갔었습니다. 명동입니다. 오, 미술관 벽화인 줄 알았지 뭡니까. 한국도 이제 작품 같은 멋진 건물들이 제법 많아진 것 같아요. 공연장 내부를 도자 타일 작품으로 꾸민 일원동의 에서 음악은 안 듣고 타일을 둘러보며 혼자 몹시 즐거워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미술 작품 보는 눈은 없지만 나름 취향이란 건 있어 정교한 부분들이 모여 거대한 전체를 이루는 작품들을 특히 좋아합니다. 딱 저런 걸 말하는 거지요. 작가는 노가다로 죽어나는 작품들 말예요. ^^; 비가 와서 날이 좀 흐렸습니다만 도자타일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마음이 금방 화사해집니다. 저 타일 사이로 빛이 반짝반짝 들어왔다 나갔다 합니다...
단단이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도 아닌데 권여사님께서 눈만 뜨면 지극 정성을 다해 찻상을 차려주십니다. 밖에 볼일 보러 나갔다 돌아오기만 하면 찻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시집 간 딸과 이렇게 단 둘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일은 다신 없을 테니 소중한 순간이라 여기시는 것이겠지요. 장농 속에 잠자고 있던 예쁜 식탁보도 꺼내 열심히 다림질까지 하셨습니다. 캬~ 간단 버전이라 해도 갖출 건 다 갖추셨군요. 샌드위치, 스콘, 단것들에 꽃까지! 3단 트레이가 작아 차음식들이 막 비져나옵니다. ㅋㅋ 3단 트레이의 구성은 다들 너무도 잘 아실 테니 오늘은 차음식 설명을 자세히 달지 않을게요. 전체 샷. 훈제연어와 참치 샌드위치. 크랜베리 스콘. 하트 모양의 팔미에와 마카롱. 윗단에는 요런 간질간질 간드러지는 것들..
▲ 핀란드 자치령인 올란드 제도. ▲ 전체 71×52mm, 우표 한 장 36×25mm. ▲우표 확대. 올란드에서 흔히 먹는 음식들이라고 합니다. 올란드 제도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중간에 위치해 있고 러시아에 소속된 적도 있으니 음식이 다소 복잡한 양상을 띨 것으로 생각합니다. 핀란드의 자치령이지만 스웨덴어를 공용어로 쓰기 때문에 우표에 음식 이름이 스웨덴어로 쓰여 있습니다. 음식 이름은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 Gravad Lax med Kokt Potatis Marinated Salmon with Boiled Potatoes 양념에 재운 연어와 삶은 감자 그라바드 락스(= buried salmon, '매장 당한' 연어.)는 영국의 수퍼마켓에서도 잘 만든 것들을 살 수가 있어 몇 번 맛을 본 적이..
얼마 전 단단은 가필드 님, 옛 오르간 선생님과 함께 셋이서 아프터눈 티를 즐겼습니다. 저녁 7시 30분에 말이죠. ㅋ 이번에도 가필드 님이 사 주셨습니다. 벼룩도 갖고 있다는 낯짝을 단단은 갖고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가필드 님께서 누리터를 뒤져 찾아 내신 티룸인데 티룸 양쪽으로는 기라성 같은 커피 하우스들이 있었습니다. 커피 하우스에는 항상 사람이 버글버글합니다. 가만 보니 공부를 커피 하우스 와서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단단은 소싯적에 하염없이 뺑뺑 도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시험 공부를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분들 흠잡을 생각이 없습니다. 커피가 국민음료가 된 한국에서는 (솜씨가 있든 없든) 티룸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개무량합니다. 자매 두 분이서 운영하는 티룸인데 한 분은 영국에서..
계속해서 둘째 오라버니 내외의 수집품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차 블로그 주인장인 단단에게는 화로 위 주전자가 맨 먼저 눈에 띕니다. 중국 골동품인데 근사하죠. 단단은 곰팡내 나는 누런 헌책과 녹슨 고철과 오래 돼 반질거리는 목공예품의 느낌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는 이 주전자가 아주 모던하게 느껴지는데, 주전자의 둥근 실루엣과 그 안에 담긴 T자 모양의 가는 접합선(주물선)의 조화가 절묘합니다. 뚜껑 도망갈까 봐 손잡이에 사슬로 묶어 놓은 것 좀 보세요. ㅋ 옛 사람들에게도 주전자 뚜껑 도망가 버리는 게 아주 골칫거리였나 봅니다. 화로에 뚫새김을 해놓아 장식성을 높였습니다. 아아, 멋집니다만, 몰래 집어 가고 싶어도 무거워 못 들고 갈 것 같습니다. 작품 교류전 때문에 인도에 갔다가 사 온 말들이라고 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