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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금의 시리아 상황에 대한 원인 분석 글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침내 전세계가 안도했다. 동시에 우려도 시작되었다. 동북아인들은 그래도 어느 사회든 비교적 얌전히 잘 동화돼 사는 편이지만 무슬림들은 가치관과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름'은 문제 되지 않으나, 배려만 바라고 스스로 잘 어울려 살 노력들을 안 하는 것 같으니 문제다. 에서였던가, 하여간, 영국에서는 몇 년 전에 수퍼마켓에서 장을 본 손님이 장본 것을 계산대에 올려 놓았다가 물건 중에 돼지고기가 포함된 식품과 술병이 있다는 이유로 무슬림 점원으로부터 물건 스캔을 거부 당한 일이 있었다. 비무슬림 동료가 옆 계산대에 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 손님은 적잖이 당황했으나 이 ..
나아 참, 제목 좀 보세요. 서양 음식 이름 붙이기 힘듭니다;; 코쟁이들은 메뉴에 음식 이름을 길게 적고 음식 설명을 자세히 써 놓는 습관들이 있지요. 손님이 음식 고르는 데 도움을 주고, 또, 특정 재료를 못 먹거나 먹으면 큰일 나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그런 거지요. 입이 짧은 저는 한국에서 백반집 갈 때마다 난처한 적이 많았는데, 반찬으로 뭐가 나올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내 돈 내고 음식을 사 먹으면서도 안 먹어 그대로 남기거나 돌려 보내는 반찬이 꼭 한두 가지씩은 있어 여간 돈 아까운 게 아니었습니다. 백반집들도 차림표에 반찬을 일일이 명기하고 손님이 골라 주문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돈 내고 음식 사 먹으면서 쌀밥을 빼고는 무슨 음식이 나올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니,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로서는 ..
미슐랑 스타 셰프의 집밥 다섯 번째 시간 - 오늘은 제철 완두콩garden peas을 활용한 관자 요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결혼 기념일이 한여름에 있으니 좋은 점도 있네요. 식재료가 풍성해 '기념 요리질' 할 맛이 마구마구 납니다. 오늘 요리는 관자가 주인공인 것 같으나 실은 완두콩 퓨레가 더 인상적인 전식starter입니다. 레서피를 자세히 적어드리기는 하겠지만 아마 한국에서는 이 맛을 재현해 내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완두콩이 많이 다르거든요. 영국 완두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달고 맛있습니다. 우리가 마늘과 고추에 미쳐 이들 작물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처럼, 영국인들은 완두콩에 미쳐 품종 개량, 재배, 수확, 가공, 유통망 등을 고도로 발달시켜 놓았습니다. 여기서 '썰'을 풀면 길어질 것..
미슐랑 스타 셰프 집밥 네 번째. 오늘은 오이냉국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뭣? 오이냉국?! 네, 오이냉국이요. 영국인들도 오이냉국을 먹습니다. 그런데 오이가 좀 달라요. 나라마다 기후 풍토가 다르니 오이도 각 나라 사정에 맞춰 재배를 하지요. 그래서 한국 오이는 영국에서 못 보고, 영국 오이는 한국에서 못 봅니다. 영국에서는 귀족들 사이에 여흥으로 온실재배가 유행을 해 17세기부터 온실재배법이 큰 발전을 하게 되었는데, 오이도 그 덕을 좀 보았습니다. 오늘날 학계에서 오이를 분류할 때 이 영국식 오이를 꼭 언급하는 모양입니다. 우리말로는 영국온실큰오이라 부르고 영어로는 'English cucumber', 'European cucumber', 'burpless cucumber', 'hot house cuc..
미슐랭 스타 셰프의 집밥, 세 번째 시간 - 이번에는 영국 서민 음식인 펍 음식pub grubs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평가 받는 톰 케리지Tom Kerridge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펍인데 미슐랑 2-스타를 받았습니다. 소위 '파인 다이닝'의 그 깍쟁이스러움을 배제하고 영국 특유의 푸짐함과 따뜻함hearty을 담아내기로 정평이 난 요리사입니다. 덩치도 크고 성격도 좋아서 영국인들이 좋아합니다. 저도 좋아합니다. BBC 요리 방송에 나와 가정요리를 많이 가르쳐줍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요리는 토스트 위에 슥슥 발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일종의 맛버터입니다. 양이 많이 나오는데[8~10인분], 만들기 번거로우니 한 번 만들 때 많이 만들어 두었다가 두고두고 드세요. 토스트 위에 올려도 좋고..
미슐랑 스타 셰프 집밥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인 요리사 레이몽 블랑Raymond Blanc의 레서피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만들어 봅니다. 가지가 제철이니 손님 초대하실 분들은 전채로 한번 내 보세요. 참고로, 영국에서는 가지를 '에그플란트eggplant'라 부르지 않고 '오버진aubergine'이라고 부릅니다. 4인분을 만들기 위한 레서피인데, 이 양반이 좀 덜렁이라서 레서피가 부실합니다. 양을 안 준 재료들이 많아요. 맛을 봐 가면서 자신의 감각대로 해보세요. 가지 튀김 • 식용유 • 가지 2개, 개당 350~400g 정도 되는 것으로. • 소금 1. 기름을 160˚C로 데운다. 2. 가지를 2mm 두께의 원반으로 썬다. 1인당 9개, 합 36개가 필요하다. ※ 날을 잘 세운 ..
결혼 15주년을 맞았습니다.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엘 가면 차암 좋겠으나, 런던 가는 교통비와 식비를 감당할 수 없어 그냥 집에서 영국의 미슐랑 스타 셰프들 '집밥' 레서피로 직접 해먹기로 하였습니다. 결혼 15주년이므로 열 다섯 개의 음식을 만들어 기념하기로 했습니다. 레서피들 중 재료비 많이 안 들고 만만해 보이는 것들로 선택했습니다. 두 사람이 들어가기엔 부엌이 좁아 여러 날에 걸쳐 하루에 한 명씩 번갈아 들어가 음식을 만들어 주기로 하였습니다. 첫 번째 것은 다쓰베이더가 만들었습니다. 제임스 소머린James Sommerin의 입니다. 겉은 중국 딤섬집 디저트인 참깨 볼처럼 생겼는데 속은 체다와 차이브를 넣어 영국의 맛을 낸 재미있는 음식입니다. 퓨전인 거죠. 레서피 나갑니다. 2주 전, 아무리 늦어..
▲ 조리용 구즈베리cooking gooseberries. 영국인들이 끔찍히도 아끼는 구즈베리가 제철을 맞았습니다. 지금이야 파인애플, 망고, 천도복숭아nectarine 등 외국에서 들여오는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맛난 과일들이 많지만, 이런 것들이 없던 옛 시절엔 이 구즈베리가 딸기와 함께 여름철 영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하죠.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영국적인 과일 - 바로 이 구즈베리입니다. 영국의 기후는 딸기, 라즈베리, 블랙베리, 레드커런트, 블랙커런트, 구즈베리 등 베리류에 적합해 길을 가다가도 길가에 무심히 나 있는 이런 열매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 디저트나 음식에는 이를 활용한 것들이 많아요. 햇빛 쨍한 남유럽은 레몬과 오렌지 같은 감귤류로 은총을 입고, 서늘하고 '촉촉한'..
잘헌다. 격퇴 후 화장 고치는 것 좀 보소. ㅋ
다쓰 부처가 함께 바닷가를 온 건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 더 놀라운 것은, 다쓰베이더는 아직 제주도도 못 가봤다는 사실. '브라이튼 피어'라는 간판이 보입니다. 우리 같은 외국인, 외지인들은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히 지나치지만 브라이튼 토박이들한테는 이 간판이 영 마뜩잖답니다. 백년 넘도록 '팔레스 피어'라고 불리던 선창pier이었는데 소유주가 바뀌고 나서 이름이 이렇게 바뀌었다고 하네요. 주민들의 항의가 대단했다고 합니다. 어쩝니까, 소유한 사람 마음이지요. 가디언 지에서는 주민 정서와 역사를 고려해 "Brighton's Palace Pier"라고 표기를 해줍니다. 영국 피어 연합회에서도 현재 'Palace Pier' 표기만 인정을 합니다. 브라이튼 토박이 만나면 "어, 팔레스 피어가 말이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브라이튼에는 식당도 많고 펍도 많고 티룸도 많습니다. 가까운 데 경쟁 업소가 많으면 음식 질이 좀 올라가게 돼 있지요. 그래서 브라이튼의 티룸들은 대체로 가성비가 좋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브라이튼에 놀러 오실 때는 배를 많이 비우고 오셔야 합니다. 바닷가니 피쉬 앤 칩스도 먹어줘야 하죠, 펍 천국이니 펍에 들러 영국 에일도 마셔줘야 하죠, 티룸에 들러 크림 티나 아프터눈 티도 즐겨줘야 하죠, 볼 것도 많고 먹어줘야 할 것도 많아 하루 관광으로는 좀 벅차고, 적어도 이틀쯤은 머물러야 이것저것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어요. 하루도 아니고 한 나절 관광으로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다쓰 부처는 하얀 석회암 절벽인 '세븐 시스터즈'에는 못 갔습니다. 티룸입니다. 블랙버드는 제가 로빈 ..
오옷, 구름 한 점 없는 날! "영감, 오늘 날씨 좀 보오. 햇빛 쬐러 바닷가나 다녀옵시다." 브라이튼은 잉글랜드 남부의 해안 도시입니다. 무엇으로 유명하냐면요, 조지 4세가 '쾌락의 궁' 삼아 세운 이국적인 로얄 파빌리온Royal Pavilion, 배를 대던 원래의 목적을 버리고 이제는 놀이공원으로 변한 선착장Palace Pier, 볼거리가 의외로 많은 박물관Brighton Museum, 몇몇 티룸, 300개가 넘는 펍, 400개가 넘는 레스토랑, 수많은 대중음악 공연장들, 그리고,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들이 많이 살고 많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LGBT'의 도시이지요. '게이 캐피탈'이라고 부릅니다. 2001년 영국의 인구조사에서 브라이튼이 동성애자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로 꼽혔습..
'사랑하라 저항하라'라는 기치 아래 어제 서울에서 열렸다는 퀴어 퍼레이드. 관련 기사들을 주욱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희들은 그래도 사정이 낫구나. 우리를 인정해 달라고 얼굴 드러내며, 낄낄거리며, 이런저런 분장과 재미있는 옷차림 하고 퍼레이드 해가며, 영화 상영 해가며, 이렇게 '축제'로 놀 수 있으니. 같은 시각 어딘가에서는 배 아파 낳은 제 아이를 골방에서 화장실에서 제 손으로 죽여 쓰레기봉투에 담고 있는 국민도 있는데. ☞ '신생아 살해'... 누가, 왜, 제 아이를 낳자마자 ☞ 영아 시신 택배 사건, 이대로 잊을 건가? ☞ 대한민국에서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 복지국가냐 아니냐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해서 때로는 국민이 살인자가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복지만 시행..
여행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끼니 때가 적어도 꼭 한 번은 끼게 되니 무언가를 사 먹지 않을 수가 없어요. 권여사님 문예진흥기금이 넉넉해서 교통비와 윈저성 입장료를 내고도 돈이 남아 '식문화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ㅋ 역에 바로 붙어 있는 캐주얼 레스토랑 입니다. 기차 기다리면서 뭘 먹기에 아주 좋은 위치네요. 티룸은 아늑한 곳을 좋아하지만 여행지에서의 식사는 넓고 의자가 편한 곳에서 하고 싶더라고요. 기차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 이렇게 넓은 식당이어야만 오래 앉아 있기가 좋아요. 분위기 좋죠? 체인점이라 영국 여기저기서 볼 수 있어요. 여름 콕테일 메뉴판. 메뉴판도 예쁩니다. 빌스의 메뉴판을 걸어 드립니다. ☞ Bill's Menu 여러 국적의 음식이 뒤섞여 있는데, 저는 영국음식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
에... 오늘 글도 깁니다. 점심 먹고 보시고, 저녁 먹고 또 보시고, 쉬엄쉬엄 보세요. 오른쪽으로. 윈저성 내부를 보기 전에 윈저성에 딸린 거대한 공원 '그레이트 파크'의 유명한 '롱 워크'를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윈저성 내부와 달리 입장료를 내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공원 이용에 관한 깨알 같은 안내. 녜녜녜, 얌전히 사진만 찍고 나올게요. 롱 워크에서 산책뿐 아니라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이 동네 사람들 좋겠죠. 하하, 군주가 실제로 거주하는 공간이라서 그런지 가로등 끝에 왕관이 달려 있네요. 윈저성 안의 모든 가로등에 왕관이 달려 있었습니다. 관광 오시면 잘 보세요. 제 등 뒤로는 윈저성이, 제 앞으로는 그 유명한 롱 워크가 펼쳐집니다. 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보세요..
▲ 잉글랜드 바크셔 주county에 있는 윈저성 런던 살 때 갔으면 좀 더 편히, 수월하게 다녀왔으련만, 남쪽에서 올라가려니 교통이 보통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버스 타고 기차 역에 도착해 크로스 컨트리 기차를 타고, 설기현 선수가 뛰었던 레딩에 도착. 기차를 갈아타고, 슬라우 역에 도착. 기차를 또 갈아타고, 윈저 & 이튼 센트럴 역에 도착. 버스 1대 + 기차 3대. 정오 다 돼 도착하니 오전 11시에 있다는 근위병 교대식은 볼 생각도 말아야죠. 이 날 동선은 이렇게 짰습니다.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 윈저 & 이튼 센트럴 역에서 나와 역 주변과 윈저성 주변 상점가를 먼저 보고 2. 강북에 있는 이튼 컬리지를 보고 3. 다시 강남으로 와 윈저 그레이트 파크의 롱 워크 The Lo..
▲ 잉글랜드 바크셔 주county에 위치한 이튼 런던 서쪽 근교에 위치한 윈저와 이튼에 다녀왔습니다. 저희는 남쪽에서 올라가느라 기차를 세 대나 옮겨 타면서 갔어요. 아침 일찍 서둘렀는데도 도착하니 정오가 다 되었습니다. 윈저와 이튼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라 한 동네에 기차역이 두 개나 있습니다. 혼잡을 염려해 분산시킨 모양입니다. 런던에서 오는 사람들은 사진에 보이는 역에서 내리고, 저희처럼 남쪽에서 올라오는 이들은 에서 내립니다. 윈저성보다 이튼 컬리지를 먼저 보기로 하고 쪽을 향했습니다. 이튼 컬리지를 가려면 이 역을 지나야 하거든요. 역 맞은편에는 라는 이름의 펍pub이 있습니다. 이름을 기억해두세요. 영국에서 펍 이름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 중 하나입니다. 영국인들은 '로얄 오크' 소리를..
▲ 홀스타인 프리지안 품종 소젖으로 만든 일반적인 더블 크림. 유지방 48%. 묽어서 거품기로 쳐서 써야 한다. ▲ 유지방 함량은 일반 더블 크림과 같으나 좀 더 뻑뻑한 엑스트라 띡 더블 크림. 거품기로 칠 필요가 없다. ▲ 더욱 진하고 고소한 저지 품종 엑스트라 띡 더블 크림. 유지방 48%. 거품기로 칠 필요가 없다. ▲ 더블 크림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유지방 23.8%의 하프-팻 엑스트라 띡 크림을 써도 무방. 이것도 거품기로 칠 필요가 없다. 요리할 시간 없는 바쁜 영국 유학생: 단단 님, 딸기철이라 이튼 메스가 먹고 싶긴 한데 학생이다보니 도깨비 방망이로 딸기 쿨리 만들고 거품기로 크림 치는 것조차도 저는 버거워요. 단단: 저도 도깨비 방망이와 거품기 쓰는 게 귀찮아서 약식으로 해먹을 때가 더 많..
한국은 딸기철이 지났나요? 영국은 지금이 제철입니다. 오늘은 딸기로 만드는 쉬운 영국 디저트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난장판mess'이라는 재미난 이름을 달고 있는 맛있는 딸기와 크림 디저트입니다. 영국의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인 이튼 컬리지 학생들이 1930년대부터 학교 만찬에서 먹어 왔던 건데, 이제는 학교 밖으로 퍼져 영국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검은 연미복 교복 입은 남학생들이 난장판이라는 이름의 딸기 디저트를 만찬에서 먹고 있다니, 뭔가 엉뚱합니다. 고로, 이 음식은 미슐랑 스타 셰프들처럼 깔끔 떨면서 담아 내면 안 되고 이름처럼 최대한 '메씨messy'하게 담아 내야 제맛이 납니다. 실제로 맛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게 훨씬 맛있어요. 영국인들은..
▲ 바쓰 - 잉글랜드 서머셋 주county에 위치한 온천 도시 ▲ 바쓰 조감도 (위키피디아 사진) 바쓰 여행기 아직 안 끝났습니다. ㅋ 바쓰 한 번 갔다 온 걸로 게시물이 자그마치 열 여섯 개가 나오게 생겼어요. 치즈 시식기가 많이 포함돼서 그렇지요. 바쓰는 그 이름만 듣고도 누구든 온천 도시라는 걸 대번 알아차릴 수 있지요. 영국에서 유일하게 수온 40˚C가 넘는 제대로 된 온천수가 솟는 곳입니다. 저 따뜻한 남쪽에서 올라온 '목욕민족' 로마인들이 영국에서 용케 뜨거운 물 나오는 터를 찾아 기원후 60년경에 거대한 온천 시설을 건설했습니다. (로마인들이 오기 전부터 이곳의 온천수에 대한 기록이 있긴 합니다.) 알프스 이북에 존재하는 고대 로마 유적지 중에서는 바쓰의 이 로만 바쓰 시설이 수작으로 꼽힙니..
▲ 잉글랜드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 England. 바쓰의 ☞ 파인 치즈 컴퍼니에서 사 온 '껍질을 닦은 연성 치즈washed rind cheese'입니다. 훈남 점장이 치즈를 꼼꼼히 잘도 싸 줬습니다. 크으... 포장을 끄르자마자 발 냄새, 메주 냄새, 청국장 냄새, 북엇국 냄새, 온갖 고약한 냄새가... 영국 치즈 중 가장 냄새 나는 치즈로 정평이 나 있죠. 치즈 이름에 벌써 '냄새 고약한stinking'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잖아요. 제 치즈 시식기를 빼 놓지 않고 보신 분들이라면 이제 치즈 겉에 저렇게 주황색이 나는 것들을 보면 딱 알아차리실 수 있을 겁니다. '아하, 특별 조제한 소금물이나 술로 숙성 기간 동안 반복해서 치즈 껍질을 닦아 주었구나. 냄새는 고약하지만 맛은 냄새만큼 ..
▲ 잉글랜드 노썸벌런드 Northumberland, England 바쓰의 ☞ 파인 치즈 컴퍼니에서 사 온 훈제 치즈입니다. 캬아, 센스하고는. 왁스 페이퍼도 자기네 가게 색과 맞췄잖아요? 이크, 포장을 끄르니 곰팡이가;; 사 와서는 너무 오래 방치했나 봅니다. 훈남 점장 아저씨가 기껏 잘 싸준 치즈인데 미안하네요. 바쓰 간 날 욕심을 부려 치즈를 너무 많이 사 왔어요. 무려 열한 개나 샀으니 부지런히 먹어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요. 치즈를 사고 나서 밖에서 대여섯 시간 돌아다닌 탓도 있고요. 그래도 다행히 그 많은 치즈들 중 이 치즈 하나에만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제아무리 치즈용 왁스 페이퍼에 싸고 냉장고에 보관을 했어도 오랫동안 포장지에 갇혀 있으면 습기가 차서 이렇게 됩니다. 잘됐습니다, 이참에 많은 ..
앞 글에서 치즈 보관법과 곰팡이 이야기 한 김에 치즈 생산에 쓰이는 '유명' 곰팡이들에 대해 좀 알아보겠습니다. 미생물학 전공자께서 혹 이 글을 보신다면 도움 말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곰팡이 이름들이 다들 콜로세움에 던져진 검투사 이름 같습니다. 치즈 표면의 곰팡이들 흰색, 연회색, 노란색, 주황색, 적갈색 등을 띱니다. 적정량의 소금과 수분이 주어지면 치즈 표면에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이런 곰팡이들은 치즈 표면을 먼저 숙성시킨 뒤 치즈 속살 쪽으로 숙성을 진행시켜 갑니다. 그래서 속살은 아직 덜 익어 단단하면서 시큼한 심지를 갖는 반면, 껍질쪽은 잘 익어서 용암처럼 끈적합니다. 숙성이 더 진행되면 가운데 심지도 흐르게 됩니다. 아래의 꺄몽베흐 숙성 과정을 보십시오. 왼쪽부터 1주, 2주, 3주, 4..
뽀빠이 대신 나타난 단단. 두둥~ 그간 치즈를 하도 많이 주워먹어(?) 바싹 말라 비틀어진 치즈서부터 곰팡이 핀 치즈, 속살이 분홍색으로 변한 흰곰팡이 연성 치즈까지, 별의별 치즈 트러블을 다 겪어 봤으니 전문가는 아니지만 도움을 좀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곰팡이 핀 치즈 대처법과 치즈 보관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단단한 경성 치즈나 반경성 치즈에 한해서입니다. 수분을 많이 함유한 신선 치즈나 연성 치즈에 곰팡이가 났을 때는 고민할 것도 없이 그냥 무조건 버리셔야 합니다. 꺄몽베흐나 브리를 샀는데 원래 덮여 있는 흰곰팡이 위에 다른 곰팡이가 났으면 유통기한 아직 안 지났어도 버리세요. 아, 아까운 치즈. 눈물 나죠. ▲ 프랑스 염소젖 연성 치즈, 셀르-쉬흐-셰허Selles-sur-Ch..
▲ Caws Cenarth Cheese in West Wales 바쓰의 ☞ 파인 치즈 컴퍼니에서 사 온 블루 치즈입니다. 영국 치즈인데 어째 어감이 좀 낯설죠? 이국스럽게 들리는 단어들은 대개 스코틀랜드, 웨일즈, 콘월 말 중 하나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 치즈는 웨일즈 치즈입니다. '펄 라스Perl Las'는 웨일즈어로 '파란 진주'라는 뜻입니다. 블루 치즈 이름으로 적절하죠. 이 치즈가 세상 빛을 보게 된 데는 복잡한 사연이 좀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이전에 존재했던 유럽경제공동체EEC가 1984년에 각 회원국들에게 우유 생산량 할당제milk quota를 시행할 것을 지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각 회원국의 낙농가들이 깊은 시름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때 사업을 아예 접는 이도 있었고, 대를 이어..
바쓰의 ☞ 파인 치즈 컴퍼니에서 산 치즈를 소개합니다. 제가 왜 예쁜 접시를 꺼냈냐면요, 이 치즈가 예쁜 여자 이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치즈 이름이 레이첼이라니,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죠. 네에, 치즈 장인의 헤어진 전 애인 이름이라네요. 레이첼이 지금은 어떤 남자를 만나 잘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맛있는 치즈가 자기를 기려 만들어졌다니 아무튼 행복하겠습니다. 제 소원 세 가지 중 하나가 바로 치즈 이름으로 남는 거라서 저는 배가 좀 아픕니다. 나머지 두 개는 무어냐? 구글 스트리트 맵에 찍히는 것, 나머지 하나는 멋진 건축물에 그로테스크한 가고일gargoyle로 남는 것. ㅋ 치즈 전체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치즈 두 덩이를 합쳐 놓은 모습입니다. 하하, 치즈 모양을 보아 짐작컨대 레이..
바쓰에서 들른 두 번째 치즈 가게입니다. 규모가 꽤 커서 런던의 닐스 야드 데어리Neal's Yard Dairy처럼 도˙소매 판매뿐 아니라 자기들이 직접 납품 받은 치즈를 추가 숙성 시키기도 하고, 영국 밖에 영국 치즈들을 소개하고 납품하는 일도 합니다. 가게를 예쁘게, 멋있게 잘 꾸며놨어요. 간판을 보고 밖에서부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가게 설립자가 치즈 대회 심사위원을 하는 사람이라 치즈를 잘 압니다. 저온살균하지 않은 생유 치즈들을 주로 다루고 전통식으로 꼼꼼하게 만든 치즈들만 취급합니다.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홀란드 치즈들과 100종이 넘는 영국 수제 아티잔 치즈들을 다룹니다.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창에 대고 찍은 사진입니다. 수분 많은 연성 치즈들만 모아놓은 냉장고네요. 경성 치즈보다 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