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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어 호텔(빨간 점)과 셋째날 오전에 산책했던 브롬튼 로드 (파란 점) 런던 여행 오셔서 백화점을 안 들르시는 분은 아마 없을 텐데요, 해로즈 백화점이 있는 곳을 나이트브릿지Knightbridge라고 부릅니다. 동네 이름이 왠지 중세스럽고 멋있죠? 백화점뿐 아니라 나이트브릿지 주변도 한번 슬슬 걸어 보시고, 지도에서 파란 점으로 표시한 브롬튼 로드Brompton Rd도 한번 걸어 보세요. 잘 꾸민 고급스런 작은 가게들이 많아 눈이 즐거우실 겁니다. 작은 가게들뿐 아니라 규모가 제법 큰 가게도 두 개가 있는데 둘 다 들어가서 구경하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하나는 북유럽의 디자인 좋다는 물건들만 모아 놓은 ☞ , 다른 하나는 다양한 주방용품들을 취급하는 ☞ . ▲ 브롬튼 로드에 있던 어느 호화로운 카페 ..
오늘은 레드버리에서 밥 먹은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우리 권여사님이 거금을 쓰셨어요. 수년 간 못 본 딸 밥 사 먹이러 런던에 오신 겁니다. 감사감사. 그런데, 한국인들이 쓴 리뷰들을 주욱 찾아서 보니 다들 이 집을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잘못 알고들 계시더라고요. 요리사 스스로 자기 레스토랑을 '모던 브리티쉬 퀴진'을 하는 집이라 하고, 레스토랑 관련 기사들이나 잡지에서도 다들 그렇게 소개를 하고 있는데, 대체 어디서 잘못 들으셔서 프렌치 레스토랑이라고들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설마 몇몇 요리에 푸아그라가 조금 들어간 것 때문에? 아마 어느 한 분이 잘못 쓴 걸 보고 그 이후 리뷰들에 계속해서 잘못된 정보들이 옮겨지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데, 자자자, 혹시라도 이 글 보시면 어여 고치셔요. 위 문서를 ..
런던 여행 와서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들을 가 보시기로 한 우리 권여사님. 런던행 비행기 안에서 영화 를 열심히 보셨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죠? 영화 보신 이야기를 저희한테 해주시는데, 어찌나 생생하고 재미있게 줄거리를 말씀하시는지, 하도 궁금해 저희도 여행 마치고 집에 돌아와 당장 영화를 찾아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단단이 간단히 추려 본 줄거리 파리의 미슐랑 2-스타 레스토랑 헤드 셰프로 잘 나가던 미국인 아담 존스는 술과 마약에 찌들어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급기야 모든 걸 망쳐버리고는 홀연히 사라집니다. 아무도 모르게 미국으로 건너와 이름 없는 허름한 레스토랑에서 스스로 정한 굴 백만 개를 까는 지루한 속죄의 작업을 시작합니다. 백만 번째 굴을 깐 날. 식당을 박차고 나와 ..
▲ 고어 호텔[오른쪽 아래 빨간 점],포토벨로 골동품 거리[파란 점], 레스토랑[파란 점] 런던에 오셨는데 포토벨로 골동품 거리를 안 보여드리면 또 섭섭하죠. 그런데 여기가 말이죠, 여름 관광철에, 그것도 주말 장날이라도 끼고 오면 구경이고 뭐고 사람에 치이다 볼 일 다 봅니다. 사람이 하도 많아 가게 밖 사진도 찍을 수가 없을 정도죠. 가랑비 기운이 살짝 있는 겨울 비수기 주중 아침에 오시면 사람이 없어 거리와 가게들 사진 찍기가 아주 좋아요. 그런데 또 이때는 문을 안 연 집들이 있어 볼 게 적어요.정리해드리자면,거리 자체를 사진기에 담고 싶은 분들은 주중 아침 가게들이 막 문 열고 난 직후에 오시면 되고, 사진이나 인파 상관없이 최대한 많은 가게와 물건들을 구경하고 싶은 분들은 ..
▲ 고어 호텔과[빨간 점] 산책하면서 사진기에 담은 곳들[파란 점].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요? 알아맞혀 보세요. 답을 맞히는 분께는 소정의 칭찬과 가상 홍차 한 통 보내드립니다. 엄마와 이모부께는 답을 알려드렸습니다. 2월인데 저렇게 잎도 푸르고, 벚꽃도 피고, 새도 짹짹. 잉글랜드 남부는 여간해서 기온이 영하로 잘 안 내려갑니다. 우기라 비가 좀 부슬부슬 와서 그렇지 겨울에도 여행할 만하죠. . 우리로 치면 과학기술대. 어우, 무슨 과기대 건물이 이렇게 멋집니까. 공부할 맛 나겠어요. 이 학교에서만 노벨상이 15개 나왔다고 합니다. 침실 네 개짜리 한 가구당 우리돈 150억쯤 하는 고급 아파트. 켄싱턴이 부촌이라고 제가 말씀 드렸죠. 마주보고 있는 아파트도 만만찮고요. 장식이 과하지 않고 우아해 사진기..
으음... 네 시간 1분 남았군. 일단 숙소 근처에서 점심을 좀 먹고, 히쓰로 공항에 도착. 으음... 이제 한 시간. 착륙. 두근두근. 엄마다! 이모부다! (이모부는 얼굴이 너무나 잘 알려진 유명인이므로 사생활 보호를 위해 문 뒤에 오셨을 때 찍힌 사진으로.) 사진 확대. 무릎도 시원찮으시다면서 굽 높은 멋쟁이 부츠에 모자까지!
오늘부터는 런던 여행기를 올리겠습니다. (영국 사는 사람이 웬 런던 여행기냐?) 유럽 인테리어와 물건에 관심 많은 어이구내새끼를 위해 사진 잔뜩 올리고 설명도 구구절절 달았으니 오늘 글은 읽기가 좀 벅찰 거예요. 여러분은 그냥 빠르게 사진만 훑어보세요. 이모부 문예진흥기금 설을 맞아 단단의 모친 권여사님께서 딸이 그간 얼마나 삭았나 확인하러 런던에 오십니다. 단단의 이모부께서 런던을 다시 한 번 구경하고 런던에 살고있는 그리운 친척들도 만나 보고 싶다 하셔서 같이 오시기로 하셨습니다. 이번 여행 경비는 감사하게도 이모부께서 모두 대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말하자면, 이모부 문예진흥기금인 거지요. 철도 민영화 이후 영국은 기차삯이 유럽에서 가장 비싼 나라가 되었습니다. 기찻삯이 하도 비싸 잘 돌아다니지를 못..
권여사님이 영국 여행 오셔서 '영국 우산'을 하나 꼬옥 사고 싶으시답니다. 그래서 검색을 좀 해보았습니다. ☞ 이 집 우산 구경해 보세요 * * * ☞ 이 집 우산도 구경해보세요. 수선해가며 평생을 쓰는 사람이 많아 한 번 살 때 좋은 걸로 사는 경향이 있어요. (우산 손잡이 금속 부분에 이름도 새겨줌.) 이런 것들은 많이 비싸니 구경만 해보세요. 위의 영상들을 보시면 왜 비싼지 이해가 되실 거예요. 아래 영상은 영국 액션 영화 에서 맹활약 중인 이 집 우산. ㅋ 그 외 아래의 우산들도 한번 보세요. ☞ 런던 언버커버 ☞ 셀프리지 백화점
▲ 레스토랑 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는 헤스톤. 지금 보니 벽에 달린 전등갓이 옛날 구리 젤리 몰드 형상이네. 제가 요리책을 좀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냥 많이가 아니라 정말 많이 갖고 있어요. 둘 데가 없어 막 침대 밑에도 넣어 놓고, 침대 머리맡에도 놓고, 침대 사이드 테이블에도 놓고, 침대 발 쪽에도 놓고, 옷장 안에도 놓고 그랬어요. 돈 생기면 요리책 사는 데 다 써서 옷도 못 사 입고 이 꼴로 다닙니다. 대부분 영국에서 출판한 것들인데, 영국 요리책들은 내용도 좋고, 만듦새도 좋고, 꼭 필요한 곳에만 '과정샷'을 넣어 요리책 한 권에 레서피가 많고, 한국 요리책들에 비하면 두꺼운 편입니다. 우리나라 요리책들은 사실 과정샷이 좀 과한 경향이 있지요. "양념을 넣는다" 따위에도 과정샷이 붙잖아요..
갓 나온 바삭한 영국 과자 소식 하나 - 티타임용 시판 과자 중에 '티케이크'라는 것이 있습니다. ('티 케이크'로 띄어 쓸 때도 있습니다.) 얇은 쇼트브레드 원반 위에 이탈리안 머랭풍의 가벼운 마쉬멜로우를 얹고 쵸콜렛을 한 겹 씌워 만들기 때문에 먹을 때는 얇은 쵸콜렛 막이 '파삭' 하고 부서진 뒤 꿈같이 가볍고 부드러운 마쉬멜로우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마쉬멜로우가 오리온 초코파이에 든 것만큼 힘이 있지는 않고 거품 낸 생크림처럼 가볍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사 제품이 가장 유명하고, 쵸콜렛 장인들이나 제과 장인들, 요리사들도 자기 식으로 만들어 선보이곤 합니다. 아마추어 제과·제빵 경연대회에서도 과제로 종종 등장합니다. 포장 왼쪽에 있는 빨간 사자를 눈여겨보십시오.'Royal Standard..
웨지우드 쟈스퍼 콘란 쉬느와즈리 화이트 디너 플레이트?! 이게 웬 암호야? 그릇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뭔 소린가 하겠어요. 영국의 웨지우드라는 도자기 회사에서 쟈스퍼 콘란이라는 자국의 의상 디자이너에게 18세기 유럽의 장식 미술계를 강타했던 중국풍 모티브들을 차용해 흰 바탕의 큰 식사용 접시를 마음껏 꾸며 달라고 의뢰해서 나온 그릇이 되겠습니다. 헥헥;; 이미 있던 이미지를 그냥 갖다 쓰는 게 아니라 누가 봐도 중국 느낌이 나도록 문양을 나름 새로 창작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웨지우드 접시는 왜 샀냐면요, 휴... 그날의 악몽이 떠올라 절로 한숨이... 제가 백화점에 그릇 구경 갔다가 뒤로 멘 가방으로 툭 쳐서 진열된 그릇을 와장창 깼거든요. 백화점 직원들이 달려와 "마담, 안 다치셨어요? 그릇 깬 건..
▲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의 훈제 생선 진열대. 왼쪽부터 훈제 청어, 훈제 해덕(haddock, 노란색 흰색 두 가지), 훈제 대구cod, 훈제 연어. 청어를 먹는 나라는 지구상에 참으로 많지요. 오늘은 영국인들의 청어 취식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네덜란드나 독일 등 과거 ☞ 한자 동맹이었던 지역에서는 청어를 초절임해서 많이들 먹는다죠. 우리는 해풍에 꾸덕꾸덕 말려서 과메기로 먹고요. 영국인들은 청어를 훈제해서 먹습니다. 헤링herrings 훈제하지 않은 청어의 영어 이름. 옛 독일어에서 온 단어임. 독일어로는 'Hering'. 실버 다알링silver darlings 바닷물 속에서 은빛으로 아름답게 반짝인다고 해서 어부들이 붙인 별명. 키퍼keepers 머리와 꼬리는 두고 내장만 제거한 뒤 반 갈라 나비처..
▲ 젊은 시절의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 어우, 집에서 요리중인 록 가수인 줄 알았어. 지나치게 멋있잖나. 가장 좋아하는 영국음식인 피쉬 파이를 소개합니다. 제가 유제품에 조리한 고소한 해산물을 좋아합니다. 치즈 소스에 조리한 ☞ 아놀드 베넷 오믈렛, ☞ 파슬리 소스에 조리한 대구, 양념 버터에 재운 ☞ 포티드 쉬림프, ☞ 리크 크림 소스와 피쉬케이크를 그간 소개해 드렸죠. 홍차와 마찬가지로 영국인들은 꽉 찬 맛을 위해 피쉬 파이도 각기 다른 생선 세 종류를 '블렌딩' 해서 씁니다: • 담백한 흰살 생선 하나 (대개 대구cod) • 기름진 생선 하나 (대개 연어) • 훈제 생선 하나 (대개 훈제 해덕haddock) 거기에 식감을 위해 탱글탱글 씹히는 새우와 매끌매끌한 삶은 달걀도 넣죠. 오늘은 마르코 피에..
신간 요리책들을 보면서 참 재미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가 특히 흥미롭게 보는 건 '퓨전' 음식들인데, 어떤 요리에서는 심지어 서너 개 국가의 음식 영향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이런 음식들의 국적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위의 사진을 한번 보십시오. 바질 오일로 맛낸 반건조 토마토, 타라곤으로 맛낸 브리오쉬, 롭스터 콕테일(프론 콕테일prawn cocktail의 변주)이 올라와 있습니다. 전식starter이죠. 이태리-프랑스-영국적 요소가 동시에 보입니다. 어느 한 쪽이 우세하면 그 나라 음식으로 몰아서 봐줄 수 있지만, 이 경우엔 세 요소가 양적으로 거의 같은 비중을 가집니다. 이 요리의 국적은? 으음...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렵죠. 그래도 억지로 국적을 부여하자면, 저는 영..
▲ 몰래 찍은 옆 테이블. 쏘뤼. 이거 저만 둔해서 모르고 있었던 걸까요? 영국 생활 한 지 정말 한참 돼서야 깨달은 건데요, 영국인들은 셀프 서비스 식당이나 카페에서 쟁반에 음식을 받아 오면 쟁반째 놓고 먹지를 않고 그릇을 식탁에 옮겨서 먹습니다. 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데서 음식을 받아 오면 그냥 쟁반째 놓고 먹잖아요? 학생식당에서도 그렇게들 하고요. 일본은 안 가 봐서 잘 모르지만, 일본에서도 쟁반째 1인상 받아서 먹는 거 흔하지 않나요? 위 사진은 대형 상가 안에 입점된 어느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 먹으며 몰래 찍은 건데, 옆 테이블의 노부인도 쟁반에서 음식을 내려놓고 즐기고 계셨습니다. 테이블 열 몇 개 정도를 곁눈질로 스윽 관찰해 보니 쟁반째 놓고 먹는 테이블은 저희를 포함해 두 테이블밖..
▲ 크리스 호리지의 연어 피쉬케이크. 이야, 이거, 담음새가 근사해서 따라하지 않을 수가 없구만. ▲ 당장 만들어 봄. 피쉬케이크 세 번째 시간. 오늘은 영국 미슐랑 스타 셰프 크리스 호리지의 연어 피쉬케이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생선살을 연어 한 가지만 씁니다. 연어 좋아하시는 분들께 좋겠네요. 담음새가 근사해 따라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곁들인 재료들도 모두 연어에 잘 어울리는 것들입니다. 양 적은 분들한테는 본식main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 재료 [4인분] 피쉬케이크 • 연어살 200g, 1.5cm 크기로 깍둑 썰 것 • 레몬 한 개 분량의 즙 • 달걀 2개, 잘 풀어 놓을 것 • 빵가루 200g • 유럽 납작잎 파슬리 30g, 잘게 다질 것 • 중력분plain flour 10..
▲ 도미닉 채프만의 갸스트로펍gastropub에서 전채starter로 내고 있는 피쉬케이크. ▲ 단단이 만들어 본 도미닉 채프만의 피쉬케이크. 이번에는 잉글랜드 바크셔 주에 있는 갸스트로펍 ☞ 에서 내는 피쉬케이크 레서피입니다. 2015년 영국 50대 갸스트로펍에 뽑힌 집입니다. 쓰이는 생선 종류는 앞서 소개해 드렸던 것과 같은데 훈제 생선의 비율이 월등히 높아 훈향이 좀 더 나고, 생선을 초벌 익히는 과정에서 와인과 이런저런 향신채소로 향을 입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향이 참 좋습니다. 피쉬케이크로 빚은 뒤 튀기고 오븐에 구워야 하므로 생선을 초벌 익힐 때는 항상 반만 익혀야 합니다. 과하게 익히면 생선살이 고무처럼 질겨지거나 뻐득거리게 됩니다. 큰 접시를 써서 리크leek 크림 소스 위에 얹어 내므로 ..
▲ 영국의 해산물 전문 요리사 네이싼 아웃로Nathan Outlaw. 사람 좋게 생겼는데 성姓이 '무법자'. ▲ 네이싼 아웃로의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Outlaw's at the Capital Hotel, London. ▲ 이 집에서 전식 전pre-starter에 내고 있는 피쉬케이크. 남은 음식을 영어로 '레프트오버leftover'라고 합니다. 어느 나라든 남은 음식으로 재창조해내는 맛있는 음식들이 있게 마련인데(비빔밥!), 오늘 소개해 드릴 피쉬케이크는 그야말로 영국 레프트오버 활용 음식의 대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섬나라이니 생선 남는 일이 얼마나 많았겠으며, 감자국가이니 감자 남는 일은 또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러니 이 피쉬케이크는 영국에서 안 나오려야 안 나올 수가 없는 음식이지요. 생선 요리를..
▲ 옥스포드 커버드 마켓Covered Market의 영국 소세지 매대. 생소세지들이라 잘 익히기가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세상에는 제가 이해할 수 없거나 이해하기 힘든 것이 몇 가지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칼집 낸 소세지'입니다. 지금처럼 가공육의 첨가물 문제를 떠들기 전에는 모양 내는 차원에서 칼집들을 넣었지요. 저 어릴 땐 정말로 멋낸다고 '줄줄이 비엔나' 같은 데 칼집 내서 조리하는 엄마들 많았어요. 요즘은 모양보다는 첨가물 걱정 때문에 칼집들을 내지요. 물에 데칠 때 몸에 나쁜 무언가가 좀 더 많이 빠져 나가기를 염원하면서요. 그런데, 영국 와서 보니 여기서는 소세지에 칼집 내는 것을 대죄 중의 대죄로 여깁니다. 영국은 생소세지의 나라입니다. 저온살균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익힐..
오늘 아침에 사 먹은 학생식당의 4파운드짜리 특대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입니다. 구성 요소가 뷔페식으로 되어 있어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담을 수가 있는데, 저흰 늘 이렇게 담아 둘이 나눠 먹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것들은 양을 두 배로 담아 달라 하고 돈을 더 내면 됩니다. 홍차는 무료입니다. 양이 많아 달걀 프라이와 베이컨이 묻혔는데, 이 정도 양과 구성에 이 값이면 자선사업과 다름없는 겁니다. 여기 사람들 체감 물가로 치면 우리돈 약 4천원꼴. 이건 최고급 재료들 사다 집에서 준비한 저희 집 풀 브렉퍼스트입니다. 고기와 달걀 모두 밖에 풀어 놓아 건강하게 키운 것들로부터 얻은 것이고, 나머지 재료들도 최대한 좋은 걸로 구입했습니다. 재료비가 많이 들었어요. 예산이 초과돼 향긋하고 맛있는 블랙 푸딩은 ..
저희 집은 작년에 BBC 1년 시청료를 145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25만원을 냈습니다. 아깝지 않냐고요? 전혀요. 외국인들은 BBC TV나 BBC 라디오를 끼고 살아야 영국에 빨리 적응할 수 있습니다. 1년 영어 학원비, 1년 교양비, 1년 공연 관람비, 1년 요리학원 강습비, 1년 오락비라고 생각하면 결코 아깝지가 않아요. 한국 가서도 이 돈 내고 BBC 방송을 마음껏 보고들을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BBC 도큐멘터리의 명성은 다들 잘 아실 테고, BBC는 드라마도 상당히 잘 만듭니다. 교양과 토론 프로그램도 좋은 게 많아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BBC에서 배운 게 백 배는 더 많습니다. 그야말로 '방송 대학'이죠. 햇빛 좋은 호주로 이민 갔다가 BBC 방송이 그리워 돌아왔다는 사..
BBC에서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아가사 크리스티의 3부작을 방영했습니다. 제목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같은 멋진 제목이네, 하고는 읽어 볼 생각은 못 했어요. 추리소설에 관심이 많지 않아 부끄럽게도 영국 살면서 그 유명한 아가사 크리스티 이야기들을 하나도 모릅니다. TV에서 재방송을 수시로 해대 밥 먹으면서 찔끔찔끔 보기는 했으나 관심이 없으니 내용은 기억 안 나고, 일부러 찾아서 볼 정도로 즐기지도 않았지요. 마지막에 꼭 사건 해결자가 관련자들을 죽 앉혀 놓고 장황하게 무언가를 설명한 뒤 단호한 얼굴로 범인을 집어내 꾸짖는 클리셰가 있더라고요. 이번 드라마도 줄거리를 전혀 모르는 백치 백지 상태에서 시청을 했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 분 이거, 보통 이야기꾼이 아니잖아? 제게는 포와로 이..
▲ 수퍼마켓의 트라이플 레서피. 야, 이거 근사하다. ▲ 당장 만들어 봄. 영국인들의 명절상, 잔칫상에 단골로 오르는 트라이플을 이제야 소개합니다. 1500년대에 이미 그 기록이 있는 오래된 디저트입니다. 조린 과일compote과 크림으로 만드는 풀fool에서 진화한 것으로 영국의 음식사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풀은 그간 두 번에 걸쳐 소개해 드렸지요. 풀과 비슷하지만 조린 과일 대신 절인 생과일을 쓰는 이튼 메스Eton mess도 소개해 드렸고요. ☞ 루바브 풀 ☞ 구즈베리 풀 ☞ 이튼 메스 트라이플은 풀보다 공정이 훨씬 복잡하고 보기에도 더 화려합니다. ☞ 트라이플의 다양한 모습 위에 올린 사진들은 일인용으로 담은 거라서 다소 자유분방해 보이는데, 원래는 굽 높은 거대한 유리 그릇 안에 여러 재료들을..
영국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소개합니다. 이름이 '크리스마스 케이크'입니다. 파네토네(이태리), 슈톨렌(독일), 뷔쉬 드 노엘(프랑스)처럼 별도의 이름이 있는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자기 이름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수퍼마켓들이 일제히 크리스마스 식품 떨이에 들어가는데, 반값 이하로 떨어져 있길래 하나 사 왔습니다. 영국에는 수퍼마켓 체인 수가 많고 경쟁이 치열해 다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잘 냅니다. 저는 올해는 수퍼마켓 것으로 샀습니다. 진짜 금을 입힌 설탕 공예 리본이 근사해서 안 살 수가 없었어요. 얼마나 무겁냐면요, 저 작은 케이크 하나가 자그마치 2kg가 넘습니다. 조각을 잘라 보겠습니다. 어째 밀가루보다 과일이 더 많이 든 것 같죠? 프룻 케이크라서 비싼 건과일과 향신료가 여러 종..
▲ 위의 세 가지 도안이 모두 담긴 신용카드 크기의 우표카드. 우표 한 장 22×24mm. 2012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발행된 캐나다 우표입니다. 저 이 우표카드 사고 참 신나했습니다. 우표 정말 예쁘지 않나요? 게다가 과자 우표라니,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죠. 그런데 거기에 크리스마스 이미지까지 겹쳐지니 더이상 화사할 수가 없어요. 더욱 신나는 것은, 캐나다 우정국이 우표 발행 공고에 레서피를 떡 하니 실어 놓았다는 것. 북미라서 '크리스마스 쿠키'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이게 원래는 영국 전통 과자입니다. '진저브레드 (맨) 비스킷'이 제대로 된 이름이지요. 사람 모양이면 '맨'을 꼭 붙여야 하고, 별이나 트리 등 다른 모양으로 만들면 '맨'을 빼고 부릅니다. 캐나다 우정국 누리집에 ☞ 우표 발행 공..
영국인들은 와인뿐 아니라 영국 전통 사과술인 싸이더로 크리스마스 음료를 조제해 마시기도 합니다. 사과 주산지인 잉글랜드 남부에서 많이 찾죠. 한국의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가 아니라 사과로 만든 술을 뜻하니 혼동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멀드 싸이더의 조제법은 멀드 와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국 미슐랑 스타 갸스트로펍gastropub 셰프인 톰 케리지Tom Kerridge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립니다. 멀드 싸이더 [8잔 분량] 재료 향신료 주머니 • 카다멈cardamom 10개 • 팔각star anise 4개 • 생월계수잎 3장 • 시나몬 스틱 큰 것 1개, 반으로 부러뜨려 놓을 것 • 흑후추알 1작은술 [1작은술 = 5ml] • 질 좋은 싸이더 2리터 [cloudy, clear, 어느 것이든 상관없음..
인문학자든, 사회학자든, 과학자든, 학자들이 TV 도큐멘타리, 강연 등을 통해 대중에게 무언가를 쉽게 설명하거나 입문서를 출판해 봉사하는 것은 영국의 오랜 전통입니다. 일상 생활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유용한 정보를 일간지나 대중 매체에 해학을 곁들여 자주 소개하기도 하고요. 학계에서도 "저 치는 격 떨어지게 뭐 하는 짓이야?" 비아냥거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기들 분야를 대중이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홍보해 준다고 좋아하죠. 다음은 영국의 젊은 수학자가 일러주는 포장지 낭비 안 하고 깔끔하게 포장 잘 하는 비결. 제가 예전에 ☞ 케이크를 오래도록 촉촉하게 먹는 비법도 알려드렸었죠.그것도 수학자의 봉사였습니다.그 전에는 또 화학자들이 발표한 ☞ 완벽한 밀크티도 소개해드렸습니다...
술 일절 안 마시는 단단이 웬일로 영국의 명절 조제술인 멀드 와인을 다 소개해드리겠다고 합니다. 동사 'mull'이 '(주류를) 데워 단맛이나 향료를 가하다' 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포도주에 설탕과 향신료를 넣고 끓인 음료는 'mulled wine'이 되는 거지요. 조제 사과술인 'mulled cider'도 있습니다. 멀드 와인은 무려 1390년 영국 요리책에 기록이 돼 있는 매우 오래된 음료입니다. 다쓰 부처는 둘 다 술을 마시지 않으므로 멀드 와인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최근 무알콜 와인이란 게 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호기심에 한 병 사다 조제해보았습니다. 제대로 발효·숙성시킨 술에서 어떻게 알콜을 빼낼 수 있는 걸까요? 디카페인 커피도, 무알콜 와인도, 신기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