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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138×90mm, 우표만 30×40mm. ▲ 가운데 부분 확대. 마카오의 딤섬 한 상 차림. 만두도 종류별로 거의 다 올라와 있고, 댓잎밥 혹은 연잎밥 zongzi, rice dumplings, 창펀에, 에그 타트, 차까지, 제대로 차려졌습니다. 두 칸으로 나뉜 소스 접시 보고 깜찍해서 후후 웃었습니다. 그나저나, 가짓수가 보통 많은 게 아니니 딤섬도 잘 즐기려면 미리 공부를 좀 하고 가야 할 것 같아요. 그야말로 'study the menu'를 해야 할 판입니다. 아래에 미국 샌 프란시스코에 있는 어느 딤섬집Great Eastern Restaurant 차림표를 걸어 놓습니다. 딤섬집마다 구성과 모양에는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늘 의문인 것이, 그리 커 보이지도 않는 식당들이 그 많은 것들..
▲ 처음 구워 본 식빵. 버터 바르기 늠 힘드네;; 영국인들처럼 버터 반 덩이쯤은 늘 실온에 두어야겠어;; 설거지 하면서 BBC 라디오를 듣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세 때 이미 빵을 만들어 파는 베이커들이 동네마다 존재했던 모양인데, 이에 대한 법이 지금과는 달리 매우 엄격했다고 한다. 식빵의 재료와 크기, 심지어 무게까지도 법이 정한 대로 맞춰 만들었어야 했고, 만일 기준에 미치지 못한 '불량한' 빵을 만들다 걸리기라도 하면 그 베이커는 자기가 만든 빵을 목에 걸고 런던에서 가장 지저분한 저잣거리를 돌아야하는 벌을 받았다고 한다. 초범일 경우는 이렇게 비교적 가벼운(?) 형벌을 받지만 재범으로 이어지면 벌이 조금 더 심각해진다. 죄인의 목과 두 손을 널빤지 사이에 끼워 뭇사람에게 구경시키던..
▲ 전체 133×107mm, 우표만 50×38mm. 젓가락질로 '문명인' 행세하려던 구피와 도날드는 식탁을 난장판으로 만들기만 하면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미키는 늘 쓰던 포크로 우아하게 냠냠. 재미도 있으면서 풍자적 느낌도 살짝 드는 우표입니다. 몰디브에서 디즈니 캐릭터를 써서 중국음식을 홍보하고 있다는 게 좀 뜬금없죠? 1996년 중국에서 개최된 제9회 아시아 국제 우표 박람회 출품작이어서 그렇답니다. 원래 이런 국제 박람회 같은 걸 개최하면 초대국들이 주최국에 대한 예의로 그 나라 음식이나 문화를 담은 우표들을 내곤 합니다. 구피, 도날드, 미키의 한자 우리말 독음이 재미있습니다. 이 우표는 제가 음식 우표를 모은 계기가 된 우표라서 각별합니다. 우표에 만화가 담긴 것도 재밌어 죽겠는데, 음식이 ..
정확히 12월 18일 새벽 1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과묵한 우리 집 다쓰베이더, 평소의 모습답지 않게 몹시 초조하고 긴장된 얼굴로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왼쪽 가슴이 뻐근해. 며칠 전부터 쿡쿡 쑤시더니 이제는 점점 주변으로 증상이 번지면서 짓누르듯 답답하기까지 해. 팔도 저리기 시작했어." 무엇이? 그건 전형적인 심근경색 전조증상 아니냐! 영국의 국가 의료 서비스를 'National Health Service', 줄여서 NHS라 부른다. 영국에서 의료 서비스는 공짜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국가가 국민에게서 걷은 세금으로 추가 진료비 청구 없이 평등하게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가 이 NHS다. 세금을 낸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걸 공짜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아픈 사람이면 추가..
한국에 있을 땐 미처 알지 못했다. 서양인들의 크리스마스가 온통 계피와 생강, 그리고 그밖의 향신료로 버무려지는 줄을. 술이나 음료를 마셔도 계피, 생강, 그리고 그밖의 이국 향신료 듬뿍 넣어서. 과자나 파이를 만들어도 계피, 생강, 그리고 그밖의 이국 향신료 듬뿍 넣어서. 멀쩡하던 홍차에도 계피, 생강, 오렌지, 그리고 그밖의 이국 향신료 듬뿍 넣어서. (가만, 지금 이거 시詩인 거야?) 티라이트, 디너 캔들에까지 계피, 생강, 그리고 그밖의 이국 향신료 듬뿍, 눈 매울 정도로 듬뿍 넣어서. 현재 영국의 크리스마스 풍경 중 상당 부분이 빅토리아 시대로부터 유래된 것들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 카드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이런저런 장식도, 크리스마스 음식들의 레서피도. 민스 파이의 역사는 그보다 더 오래 되..
추석과 설, 연말연시를 모두 챙기는 한국과 달리 영국은 그저 크리스마스 하나에 집중합니다. 영국에서는 추수감사절을 안 쇱니다. 부활절은 가볍게 기념합니다. 특이한 점은, 성탄절에는 누구든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므로 대중교통도 운행을 전면 중단한다는 것. 기관사나 운전사들도 각자 가족이 있을 테니 이날 다른 사람 때문에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거죠. 저희처럼 차 없는 사람들은 성탄절에 교회도 못 갑니다. 그래도 불평하는 사람 하나 없어요. 새해 보신각종 타종식 본다고 종로에 몰려든 젊은 연인들 집에 실어다주느라 어느 집 가장들이 새해 첫 새벽에 지하철 몰고 택시 몰고 버스를 몰아야 하는 한국과는 사고방식이 다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성탄절을 앞두고 특별히 식탁보를 깔았습니다. ㅋ 꼼꼼히 다림질하고 식탁 위에..
2006년 봄. 유럽연합 국가들이 카페의 나라 오스트리아에 모여 재미있는 일을 꾸민 적이 있었습니다. "심심한데 우리, 각 회원국들의 대표 과자들을 한번 정리해 볼까?" "거 좋지!" 그리하여 각 나라별로 커피나 홍차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대표 과자들을 정한 다음 레서피를 한데 모아 브로셔로 제작, 회원국의 카페나 티룸을 찾는 사람들에게 잠깐 동안 무료로 배포를 한 적이 있었지요. 위의 포스터를 보십시오. 저 많은 언어들이 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언어라고 합니다. 유럽연합 안에서만도 저렇게 많은 언어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 어떻게 그런 유럽을 통합할 생각을 다 했는지는 더 놀랍죠. 유럽연합 내에서 통용될 새 기준을 하나 마련할 때마다 의견이 분분, 문자 그대로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이 포스터..
영국의 우정국 '로얄 메일Royal Mail' 님께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집집마다 성탄 카드를 보내 주셨다. 이번에는 우체부가 크리스마스 홀리 이파리 모양으로 눈 위에 발자국을 내고 있었으니... 국민 여러분, 올해도 행복한 성탄절을 맞이하시길 빕니다. 에, 성탄절을 위한 우편물 접수 마감일을 잠깐 안내해 드리자면, 국내 2등급 우편물은 12월 18일까지 1등급은 12월 21일까지 국제 우편물은 12월 4일까지이니 날짜 놓치는 일 없도록 잘 기억해 두시기 바랍니다. 그밖에 여러 특별 서비스가 있으니 것두 참고하세요. 우리들도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하므로 12월 25일부터 28일까지는 우편물 접수를 안 합니다. [재활용 표시] 이 카드가 마음에 안 들면 재활용으로 당장 내다 버리셔도 됩니다. 아직 12월도 안..
홍차 깡통 모으며 즐거워하는 홍차인들처럼 양주병 모으며 즐거워하시는 애주가분들도 꽤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주로 콕테일 관련 일을 하시거나 집에서 취미로 콕테일을 즐기시는 분들로 보이는데, 이분들도 홍차인들처럼 '지름신' 운운하며 괴로워하시더군요. ㅋㅋ 하긴, 수입 독주들이 좀 비쌉니까. 무언가를 섬세하게 섞는 일을 하신다니, 겉모습의 미추를 떠나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세련된 기운이 느껴집니다. 서점 가서 디저트와 제과제빵 책들을 훑어보니 '그랑 마니에'라는 오렌지 리큐어 얘기가 자주 눈에 띕니다. 이책 저책 살피며 시간을 보내다가 들어오는 길에 동네 수퍼마켓에 들려 빨간 리본 두른 그랑 마니에 한 병을 샀습니다. 한화로 약 3만원입니다. 향수병보다는 못하지만 홍차 깡통보다는 예쁩니다. 나도 모르게 홀..
믿거나 말거나. 오후 4시 티타임 즈음해 야심차게 홈 베이킹을 하기 시작한 이후 살이 야금야금 빠지고 있다. 다쓰베이더와 이 기이한 현상을 놓고 진지하게 분석 및 토론을 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것들을 그 원인으로 의심해 볼 수 있었다. 1. 일단 베이킹을 한 당일은 재료 준비와 고된 믹싱 작업과 사후 설거지라는 중노동에 시달려 피곤이 급격히 엄습, 먹고자 하는 의지고 뭐고 침대로 가 무조건 엎어지게 된다. 2. 준비하고 굽는 동안 들이켰던 버터와 설탕 냄새 때문에 입맛은 저만치 달아난 지 오래. 3. 숙성을 위해 하루 묵혀 두었다가 다음 날 먹으려고 꺼내 보면, 제아무리 최고급 재료만 골라 만들었다 해도 혈관 막히고 당뇨 걸릴 것 같은 죄의식에 사로잡혀 최대한 얇게 썰어 적은 양만 맛보게 된다. 4. 설탕..
졸업 축하 찻상을 차려 준 게 엊그제 같은데 이번엔 생일이라고 합니다. 다쓰베이더 요즘 신나겠습니다. 다쓰베이더 생일은 대개 추석과 겹칠 때가 많아 어영부영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다행히도 올해는 10월에 가서야 추석이 있다고 하죠. 선물 사줄 돈이 없으니 간단하게나마 찻상이라도 차려 줘야지요. 세상에나, 제가 생일 케이크를 다 구웠습니다. 브리티쉬 클래식인 커피 월넛 케이크입니다. 난생 처음 만들어 본 케이크였습니다. 혹시 돈 좀 아끼겠다고 집에서 베이킹 하는 분 계세요? 집에서 케이크와 과자 좀 구워 먹으려고 보니 재료비는 그렇다 쳐도 베이킹 도구 값이 만만찮게 들겠더군요. 언제 또 케이크 구워 먹겠나 싶어 스패츌라를 안 샀더니 크림 바를 때 난감했습니다. 부침개 뒤집개로 발라 줬는데, 크림 바른 모..
영국에서도 '근본주의자'들은 밀가루 하나 고르는 일에도 꼬장꼬장. 믹스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표백이냐 무표백이냐, 화학농이냐 유기농이냐 따지는 것은 기본, 공장에서 대량 분쇄된 밀가루는 모터가 고속 회전할 때 내는 열에 의해 표면이 익어 풍미가 떨어지므로 전통 방식으로 제분된 밀가루를 선호한다고 한다. 밀가루 하나도 시골 물방앗간에서 밀러씨가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간 '스톤 그라운드' 제품으로 주문해 쓴다는 것이다. 맛 차이가 제법 난다 한다. 더 까탈스런 사람들은 평범한 소맥분wheat flour 대신 풍부한 맛의 스펠트분spelt flour을 쓴다고도 한다. 놀랍게도 오늘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밀가루를 동네 수퍼마켓 선반에서 발견했다. 유기농 스톤 그라운드 스펠트 밀가루. 스펠트분은 소맥분에 ..
런던 남서쪽 써리Surrey 주에 리치몬드Richmond라는 작은 동네가 있다. 헨리 8세가 이곳에 있는 궁전Richmond Palace에서 맛있는 제과를 먹고 즐거워했다는 전설이 돌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제과제빵으로 유명한 동네인데, 국립 수목원 기능을 하는 왕립 큐 가든Kew Garden이 있어 맛있는 빵도 먹을 겸 자연을 벗삼아 즐기려는 방문객들로 활기를 띠는 곳이다. 전에 라는 글을 올리면서 "영국인들은 화려한 호텔 아프터눈 티보다는 꽃이 만발한 시골 동네 소박한 티룸에서의 차 한 잔을 더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오늘은 큐 가든 앞에 있는 오래된 티룸 를 소개할까 한다. 우리말로는 뭐 '원조 시녀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는 이 '메이드 오브 아너'가 신부 들러리를 뜻한다..
▲ 천둥 번개만 없다면 이 정도 날씨에는 문제없이 야외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에서는. ▲ 오른쪽으로. ▲ 큐가든 속 큐 팔레스. 조지안 시대의 의상을 입은 도우미 여인이 입구에 서 있다. ▲ 영국에서는 딸기잼 병에도 저런 모자를 씌운다. ▲ 까칠하고 심드렁한 단단일지라도 공원의 나무 벤치만 보면 숙연해진다고 한다. ▲ 내 유산 중 일부가 영국에 가지 않도록 한국에도 이런 벤치 기증 문화가 있었으면. 공원에 제발 운동기구 좀 설치하지 말아줬으면. ▲ 큐가든의 수련들 ▲ 수련 중 가장 카리스마 넘쳤던 녀석 ▲ 이층집이 대부분인 영국에서는 남편들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이층 침실에서 기어나올 생각도 않고 마냥 뒹굴고 있는 마눌님께 브렉퍼스트 홍차와 토스트를 준비해 갖다 바치기도 한다. 꼭 저렇게 생긴 ..
영국 여행을 오신 친척 어르신을 모시고 이번에는 런던 클래리지스 호텔 아프터눈 티룸에 갔습니다. 내 돈 내고는 가기 힘든 곳, "돈 걱정 말고 먹을 곳을 한번 알아보라"는 지령이 떨어지자 '앗싸 가오리' 하고 예약했죠. 지난 봄에 갔던 브라운 호텔은 규모가 작고 가정적인 분위기, 이 클래리지스 호텔은 더 크고 더 호화롭습니다. 브라운 호텔이 올해 런던 최고의 아프터눈 티룸으로 선정되기 전까지는 이 클래리지스 호텔이 리츠 호텔과 더불어 런던 아프터눈 티룸계의 지존이었습니다. 아르 데코Art Deco 인테리어의 정수를 맛보고 싶은 분 계시다면 그런 분은 이 클래리지스 호텔로 가시면 됩니다. 창틀부터 거울, 계단 손잡이 등 사소한 부분까지 아르 데코풍으로 세심하게 매만졌음을 눈썰미 있는 분들은 알아차릴 수 있..
오늘은 홍차 관련 옛 영국 필름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에 만들어졌으니 우리 부모님들이 코 흘리고 있을 때이거나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거죠. 프랑스 등 대륙 국가들은 일찌감치 나치에게 접수되고 영국만 끝까지 남아 겨우 버티던 때로, 물자가 턱없이 부족해 차를 비롯한 생필품을 배급제로 공급하던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영국인들이 가장 먼저 걱정했던 것 중 하나도 바로 '차 못 마시게 되면 어쩌지?'였다네요. ㅋ 그러니 이 필름은 어렵사리 구해 온 귀한 차, 이왕이면 제대로 우려 마시자는 취지에서 만든 공익성 필름인 겁니다. 폭격으로 불 타는 건물 소화하는 장면과 피해 지역의 아이들이 자동차 앞에서 차 마시는 장면이 잠깐 지나가는데, "피폭 지역의 곤궁한 사람들..
며칠 전에 제 생일이 있었습니다. "이제 나이 먹는 거 하나도 안 기쁘니 생일 상 차리는 것 따윈 안 해도 될 것 같아." 진심으로 다쓰베이더에게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오랜만에 미역국이 좀 먹고 싶긴 했다만 한국에서 미역을 미리 공수해오지 못한 탓에 그냥 넘어갔습니다. 게다가 그날은 아는 분 음악회까지 겹쳐 여느 때와 같이 대충 차려먹고 밖을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이번 생일 찻상은 어떻게 차렸을지 궁금하다" 는 가필드 님의 댓글을 보고는 아차. 그래, 명색이 차 블로거에 다과 시간 폴더까지 다 만들어 놓고 깝죽대고 있는데 이럴 때 찻상 안 차리면 언제 차리겠나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드는 것이었습니다. 생일 한참 지나 좀 뜬금없긴 하다만 자고 있는 다쓰베이더 목을 힘껏 조르며 협박했습..
차는 마시고 싶은데 깡차만 마시기는 허전하고, 그렇다고 빵·과자·케이크처럼 배 부르게 하는 것을 먹고 싶지는 않을 때, 이럴 때 곁들일 수 있는 차음식으로는 무엇이 좋을까? 알 만한 분들은 다 아시리라. 뜨거운 커피나 홍차에 쵸콜렛을 곁들이는 것은 카페인 수치를 다소 높일진 몰라도 미감으로 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을. 쵸콜렛 한 조각 천천히 씹어 삼킨 후 홍차 한 모금 입안에서 우물거려 보라. 어떤 여인들은 쵸콜렛 삼키는 순간이 오르가즘보다 낫다고 말할 정도다. 쵸콜렛은 가급적 낱개 포장된 것이 좋다. '옷 벗기는' 즐거움에, 담았을 때 폼도 더 나고 양 조절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쵸콜렛·향초·접시-불량소녀 님 기증] 반면, 요즘 같은 더운 계절에 펄펄 끓는 물로 우린 홍차를 마신다..
영국 출장을 오신 가필드 님을 모시고 다쓰 부처는 오늘도 또 티룸에 갔습니다. 오늘은 피카딜리 서커스 어느 뒷골목에 숨어 있는 모로칸 티룸입니다. 북적이는 피카딜리 서커스 안쪽, 자동차 소리도 들리지 않는 조용한 골목에 이런 이색적인 공간이 다 숨어 있었습니다. 각기 다른 토기 화분들을 이렇게 일렬로 늘어놓기만 해도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걸요. 내부는 이렇습니다. 술을 따르고 있는 직원 위로 보이는 알록달록 호리병들은 아라비아의 물담배인 '시샤'라고 합니다. 파이프 물고 시샤 피우고 있는 사람을 볼 때마다 꼭 관악기 불고 있는 연주자 같아 호기심에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죠. 여기서 잠깐 시샤에 대한 토막 공부. 우리나라 옛 노인들이 곰방대에 담배를 피웠듯 중동 사람들도 특이한 담배를 피워 왔다. 여행자들에게..
런던 브라운스 호텔 - • 170여년 전에 세워진 런던 최초의 호텔 • 발명가 그레이엄 벨이 영국에서 최초로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는 곳 • 아가사 크리스티가 추리소설 를 쓰는 동안 머물면서 아프터눈 티를 즐기며 소설의 모델로 삼았다는 곳 • 영국차협회The Tea Guild, UK Tea Council가 뽑은 2009년 런던 최고의 아프터눈 티룸 영국 출장을 오신 명문대 화학과 출신 오르가니스트 대기업 과장님 (응?) 덕에 다쓰 부처는 오늘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에 자리잡은 유서 깊은 브라운스 호텔 아프터눈 티룸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올해 런던 최고의 아프터눈 티룸이라니 몹시 궁금했지요. 제가 앉은 쪽에서 바라본 실내 사진입니다. 제 뒤로도 공간이 더 있습니다. 타이와 자켓 차림이 아니면 입장도 안 시..
▲ 이레귤러한 아방가드적 터치가 가미된 퐌타스틱 뉴컨셉의 친츠 세라믹 플레이트. 17세기경 런던. V&A 소장. 얼마 전에 한다는 경고성 글을 하나 올리고 나서 어떻게 하면 우리 집 다쓰베이더의 푸드 파이프를 뜨거운 국물로부터 보호할 것인가 궁리하게 되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는 부엌에서 소리없이 조용히 차를 우린 후 3분가량 식혀서 "써프라이즈!" 하면서 갖다주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식힌답시고 부엌에 찻잔을 방치한 채 딴짓 하다가 까맣게 잊고 차를 완전히 식혀버리는 일이 다반사. 곧 다른 방법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손바닥만 한 집에서 차 우리는 시간 4분 + 식히는 시간 3분 = 무려 7분이나 몰래 부엌에서 꼼지락거리고 있다가는 혼자 뭐 먹는 줄 알고 수상히 여긴 다쓰베이더가 당..
얼마 전 빈티 풀풀 나는 다식을 해먹으면서 제깐에는 뿌듯한 마음에 사진까지 다 찍어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평소 딸의 블로그를 들여다보면서도 일절 기척 남기지 않는 무정한 권여사님께서 플라스틱 껍데기로 다식 찍어 먹고 있는 여식의 처지가 하도 한심했는지 10구짜리와 8구짜리 다식판을 두 개나 보내주셨습니다. 나무가 묵직하니 제대로예요. 저 딱딱한 대추나무에 어떻게 저런 구멍을 내고 무늬를 새겨 넣었을까요? 무겁고 단단한 나무가 맞부딪혔을 때 나는 그 경쾌한 소리를 아실런지요. 위 아래 판이 맞닿을 때 나는 옹골찬 '딱' 소리가 일품입니다. 각종 국산 가루들도 곱게 갈린 것으로 바리바리 보내주셨습니다. 사진을 위해 한 숟갈씩만 덜어 같이 보내주신 소스 그릇에 담아보았습니다. 평소 냉메밀국수 즐기는 걸 ..
▲ 코벤트 가든 마켓에서 공연 구경 중인 동양인 관광객 날씨가 따뜻해지고 공기 중 날벌레 밀도가 높아지는 걸 보니 관광철이 슬슬 다가오는 모양이다. 런던 시내엔 벌써부터 관광객들이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버글버글. 전세계적인 불황으로 올 여름엔 해외 여행 하실 분들이 많이 줄었겠지만 그래도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런던에 잠깐 들르실 홍차 애호가들을 위해 오늘은 모처럼 도움이 되어 드릴 만한 일을 좀 해야겠다. 만일 비슷한 것을 하고 싶은데 런던에서 단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 분들, 이런 분들을 위해 동선을 알려 드리자면, 1. 일단 아침을 든든히 먹은 뒤 옷을 준정장풍으로 번듯하게 잘 차려입고 운동화나 밑창 좋은 단화를 신은 채 숙소를 나선다. 정장에 운동화라니, 좀 우스꽝스럽지만 런던엔 생활 속 빨리 ..
우리 전통과자 중에서는 약과, 유과(찹쌀가루 반죽을 납작하게 말려 기름에 튀긴 다음에 튀긴 밥알이나 깨를 꿀과 함께 묻힌 것), 다식, 깨강정, 땅콩강정을 좋아합니다. 다식은 먹을 때 이에 충격을 추거나 떡처럼 들러붙는 일 없어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 크기도 작아 양 조절해 가며 먹기도 좋고, 색깔도 재료에 따라 다양하게 낼 수 있죠. 오늘은 다식 좀 만들어 먹으려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수퍼마켓에 들러 아몬드 가루와 꿀을 사 왔습니다. 만들기도 쉬워 요즘은 유치원 아이들이 공작시간에 이 다식을 다 만들 정도라죠? 아몬드 가루를 마른 지짐판에 살짝 구워 향을 돋운 뒤 꿀 조금 넣어 조물조물 만져 주고 다식판에 꾸욱 박으면 끝. 그런데, 영국에 다식판이 어딨냐고요? 집에 굴러다니는 오톨도톨한 판 아무거나 잡..
신분 밝히기를 꺼려하는 수줍은 지인으로부터 추석도 아닌데 근사한 모듬 월병과 '동방미인' 우롱차를 선물 받았습니다. 꺄오 유명한 대만산 동방미인은 아니고 한국인들 입맛에 잘 맞는 구수한 철관음鐵觀音류를 가져다 비슷하게 이름만 바꿔 파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자 표기가 다르거든요. 대만산 진품은 '東方美人', 중국 북경의 에서 주로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파는 이 동방미인은 '東方美仁'. 한국에 돌아와서 속았다고 분히 여기시는 분들도 보았는데, 분개하실 필요 없어요. 이름은 비록 '짝퉁'스러워도 현장에서 직접 시음해 보고 맛이 좋아 산 것이니 자기 입맛에 맞는 차를 구매한 거잖아요. 여기 런던의 나 같은 곳에 와서는 시음도 안 해보고 덥석 잘들 사시면서 말이죠. ㅋ 마셔 보니 이 우롱차도 맛은 상당히 훌륭..
▲ 한 외국인 관광객이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 담에 붙은 전시 일정을 살피고 있다. 런더너라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공간이 런던에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런던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바로 국립초상화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 화가의 솜씨와 더불어 초상화에 담긴 시대별 복식과 가구와 소품을 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초상화의 주인공이 되는 인물을 영어로 '씨터Sitter'라 하는데, 초상화를 보면서 이 씨터들의 업적을 곰곰 머리 속에 떠올려 보는 것도 재미 중 한 가지가 될 수 있다. 가령, 제인 오스틴의 초상화를 보면서 작품의 여주인공과 연인(Mr Darcy! ♥), 그리고 그들이 나눈 대화들을 떠올려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므로 영국에 ..
▲ 분리주의자의 하루. (차 블로그이지만 오늘은 우리말 이야기를 좀 해보련다.) '미션 임파서블'이긴 하나 글 쓸 때마다 철자나 띄어쓰기 안 틀리려고 신경을 쓰는 편이다. 문제는, 제아무리 믿을 만한 사전을 들여다보고 참고를 해도 글쓰기 상의 어려움이 줄어들지를 않는다는 것. 특히 사이시옷 규정 항목에 이르러서는 나도 모르게 '버럭'하고야 말았는데, 법칙도 깐깐한데다 예외도 많고 학자들마다 의견도 분분하다 하니 일일이 다 외울 수도 없고 도대체 뭘 어떡하란 건지 대책이 안 서기 때문. 예를 들어, 회 파는 집은 '횟집'인데 만두 파는 집은 '만두 집'으로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아야 하며, 횟집보다는 덜 보편적인 음식점이기 때문에 '만두'와 '집'을 띄어서 '만두 집'으로 써야 한단다. 그런데 이 만두 집에..
어이구내새끼 5가 태어났습니다. 다섯 번째 조카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아들 딸 골고루 갖춘 내 막내 오라버니가 하도 부러워 "아들도 있고 딸도 있고, 참으로 성공한 인생이구려." 하고 축하의 말을 전했더니 "어. 아들도 있고 딸도 있는데 돈이 없어." 한숨 쉽니다. ㅋ 장차 키울 일이 걱정돼 하는 소리겠지요. 특히 교육비, 의료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지요. "그래도 돈도 없고 딸도 없고 아들도 없는 나보다야 낫지 않소. 부모-자식이라니, 각별한 인연이라 생각하시고 힘 닿는 데까지 한번 자알 키워 보시오." 했습니다. 비록 먼곳에 있지만 꼬물이 탄생을 기념하여 고모가 무얼 할 수 있을꼬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태어난 날짜에 맞춰 멋진 기념품 하나 주문하고 부리나케 수퍼마켓에 달려가 장 좀 봐 왔습니다.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