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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단이 만든 영국의 부활절 심넬 케이크simnel cake 케이크, 어떻게 자르십니까? 보통은 사진에서처럼 쐐기꼴wedge이 되도록 자르죠. 케이크 먹겠다고 덤벼드는 인간 수가 많을 경우엔 앉은자리에서 케이크 하나를 깔끔하게 다 먹고 치울 수가 있지만, 1인 가구나 둘이 먹을 경우 몇날 며칠을 두고 먹게 되지요. 저희 집이 그렇습니다. 저렇게 자르면 케이크 속살 중 무려 두 면이나 공기에 닿게 되어 금방 말라 뻣뻣해지고, 그 다음 쪽부터는 계속 한 면이 마른 상태로 먹게 되죠. 티타임과 케이크의 나라 영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백년도 더 전에 영국의 어느 저명한 수학자가 지에 케이크 안 마르게 잘 잘라 먹는 법을 연구해 게재한 적이 있었죠. 영국에서는 과학자들이 이렇게 ..
▲ 영국의 다단 웨딩 케이크. 수공이 많이 들어 매우 비싸다.케이크를 실제로 잘라 하객들에게 일일이 나누어준다. 예식장이나 호텔에서 결혼식 올리신 분, 손들어보세요~피로연 때 하객들 앞에서 웨딩 케이크 잘랐던 분, 손들어보세요~그때 잘랐던 웨딩 케이크, 본인이 직접 맛보고 깐깐하게 고른 분 손들어보세요~ 영국인들의 결혼식에서는 웨딩 케이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BBC 드라마 시즌 3에서 존과 메리가 웨딩 케이크 고르느라 고심하는 장면이 잠깐 지나가죠? 예비 신랑 신부가 머리를 맞대고 케이크의 전체 디자인, 단 수, 높이, 케이크 속에 들어갈 스폰지 맛 등을 카탈로그와 샘플 체크해 가며 꼼꼼히 고르죠. 영국에서는 웨딩 케이크 시장이 제법 큰 산업입니다. 우리 한국에서도 피로연 때 3단으로 올..
다쓰 부처가 좋아하는 '뱅어스 앤드 매쉬'를 소개합니다. 소세지와 으깬 감자를 일컫습니다. 영국인들은 소세지를 '뱅어'라 부르기도 합니다. 대개 복수형인 '뱅어스'라고 쓰는데, 평소에는 소세지라고 잘만 부르다가 이 요리를 지칭할 때면 어김없이 '뱅어'로 바꿔 부릅니다. 소세지를 왜 이렇게 부르게 되었느냐? 배급제를 실시하던 2차대전 당시에는 고기가 턱없이 부족해 양을 불리느라 소세지 소에 물을 많이 섞었고, 고기 함량이 떨어지는 이런 물 많은 소세지를 고온에 갑자기 구우면 "빵Bang!" 하고 터지는 일이 빈번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뱅어라 부르게 되었는데, 요즘 영국 소세지는 질이 좋아 이렇게 부를 이유가 없는데도 영국인들은 여전히 재미 삼아, 그리고 애정을 듬뿍 담아 '뱅어'라고 부릅니다. ㅋ 이 뱅..
"알이 꽉 찬 활꽃게로 요리했어용~" 꽃게탕 끓여 놓고 자랑하는 주부들이 누리터에 수두룩. 뭐어? 알이 꽉 찬 꽃게?! 알이 꽉 찬 암컷을 맛있다고 너도나도 찾으면 알은 누가 낳아? 누리터를 뒤져보니 놀랍게도 "알이 꽉 찬 암게" 타령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산란기의 어패류를 포획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일 테고, '산란기 바로 직전'의 게라 해도 좀 그렇지 않나? 산란기에 잡으나, 산란기 바로 직전의 알이 꽉 찬 게를 잡으나, 알 가진 어미들이 알과 함께 죽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활꽃게를 어떻게 죽였는지도 궁금하다. 산 채로 손질해서 끓는 물에 그냥 덥석 집어 넣었을까? 끓는 물에 넣었을 때 게는 죽기까지 통상 4~5분, 바닷가재는 3분이 걸린다. 게는 그래도 저항 않고 비교적 얌전히 죽어가지만 바닷가재..
허구한 날 비 오고 컴컴해 일조량이 부족한 영국. 그러니 영국 땅에서 나는 채소는 프랑스나 이태리만큼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질 좋고 무성한 목초지가 많아 축산업과 낙농업은 아주 잘되죠. 산이 없고 평지가 많은데다 빗물 먹고 풀이 쑥쑥 자라 주니 옥수수 사료 따윈 필요가 없어요. 여기 사람들은 일찍부터 식민 지배 짓을 했던 탓에 자기네 땅에 없는 남의 나라 신기한 농산물 갖다 먹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타국 농산물 수입해 먹는 것을 꺼려하질 않아요.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농산물의 총 가짓수와 품종 수는 그래서 한국보다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연교차가 한국 만큼 심하지가 않아 일년 내내 재배 가능한 채소들도 많고요. 특히 향초herb들은 조미료처럼 많이 쓰이기 때문에 연중 내내 사서 쓸 수..
아스파라거스가 제철이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온갖 종류의 봄 나물이 있지만 영국 땅에서 나는 봄 채소는 몇 가지가 안 됩니다. 다른 것들은 죄 수입을 해와야 하는 형편이죠. 영국 땅에서 자란 아스파라거스가 시장에 풀리면 온 국민이 이 아스파라거스에 목숨을 겁니다. TV, 신문, 잡지, 사방에서 아스파라거스 해먹으라고 성화예요. 남아도는 기운을 주체할 수 없는 분들은 제가 지금부터 일러 드리는 아스파라거스 조리법을 한번 따라해 보시길 바랍니다. 영국의 미슐랑 스타 셰프 톰 케리지의 요리책에 있는 겁니다. 레스토랑 스타일이라서 재료비와 품이 좀 듭니다. 4인분을 만들기 위한 레서피입니다. 아스파라거스 스무 개비를 준비합니다. 일인당 다섯 개를 주는 겁니다. 아스파라거스 밑동 부분을 활처럼 휘어 보면 '딱' 하..
제 생애 최초로 오리알이란 것을 다 사 보았습니다. 영국에는 달걀 대신 오리알을 쓰는 사람이 많습니다. 달걀보다는 향도 강하고 맛도 진하다는데, 프라이를 해먹어 보니 차이가 거의 안 납니다. 달걀에 비해 껍질이 오히려 더 얇고 섬세하며, 알이 크니 프라이를 부쳐 놓으면 양이 좀 더 많다는 것, 다 익었는데도 흰자가 살짝 투명해 보인다는 것, 흰자 질감이 좀 달라 오리알 흰자가 달걀 흰자에 비해 덜 매끄럽고 단단하다는 것말고는 맛 차이는 크게 못 느끼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눔의 나라는 어떻게 오리알 포장도 이렇게 예쁩니까. 이 나라는 그냥 디자인 의식이 전국민 DNA에 박힌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인에 공들이는게 특별한 일이 아니고 지극히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요. 과대포장..
한국인들이 하도 MSG에 거부감을 보이며 온갖 괴담들을 쏟아 내니 보다못한 식약처가 어제 MSG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 발표를 다 했습니다. 기사 댓글에 갑론을박이 벌어졌었죠. 서양인들도 우마미umami를 잘 압니다. 영국에서는 주로 오래 숙성된 체다나 안초비, 훈제 생선,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은 전통 고기 파이 등에서 우마미를 물씬 느낄 수 있습니다. 이태리 음식이 맛있는 건 그들의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재료 조합 솜씨와, 식재료 자체가 가진 진한 우마미 덕일 겁니다. 토마토, 안초비, 올리브,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포르치니 등, 이태리 음식에 쓰이는 재료들이란 게 하나같이 우마미 짙은 것들이지요. 한국에서 많이 쓰는 MSG는 사탕수수 원당을 발효시킨 뒤 물에 잘 녹으라고 나트륨을 붙인 다소 '실험실..
▲ 인도 바스마티 현미와 요거트를 곁들인 가지 커리. 다쓰베이더 作. 영감, 밥이 좀 더 꼬들꼬들해도 되갔어. 영국에서는 벼가 안 자랍니다. 여기서는 주로 밀과 귀리oat를 생산하죠. 밀과 귀리의 질이 좋아 제가 영국에 와서야 베이킹에 취미를 들이고 귀리에 맛을 들였는데, 스코틀랜드 요리에 특히 귀리가 많이 쓰입니다. 몸에도 좋아 곡물중 유일하게 '수퍼푸드' 목록에 반드시 포함되곤 하지요. 귀리는 주로 북쪽 스코틀랜드 쪽에서 많이 재배를 하고, 기차 타고 남쪽을 여행할 때는 밀밭 사이를 지나게 될 때가 많습니다. 밀밭 풍경 참 아름다워요. 밀과 귀리를 재배해 먹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수퍼마켓에 가 보면 쌀이 제법 많습니다. 쌀 생산국이 아니니 오히려 전세계 쌀을 거리낌없이 다 갖다가 먹고들 있어요. 영국..
내 사랑 . 그런데 버얼리 제품이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니고, 사진에 있는 문양만 좋아합니다. 이 아시아틱 페전트는 영국 전통 문양입니다. 원조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여러 회사들이 그간 너도나도 써 왔지요. 붉은 계열, 갈색 계열, 녹색 계열로도 있고, 심지어 보라색으로도 있습니다. 푸른색도 뉘앙스가 아주 다양하고요. 저는 버얼리의 이 꿈같은 하늘색을 가장 좋아합니다. 빅토리아 시대[1837-1901] 때 이 문양으로 된 그릇들이 영국에 대유행을 했었습니다. 동양적 이미지를 영국 낭만주의풍으로 잘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번진 듯한 흐린 선들, 파스텔 조 색상, 마치 꿈결에서 본 이상향 같죠. 세부 묘사도, 부케의 배열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제품군 중에서는 지름 30cm짜리 디너 플레이트가 문양을 ..
작년 가을, 수퍼마켓에 갔더니 아래와 같은 환상적인 포장의 크래커들이 선반에 뙇. 가격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하나하나 값이 꽤 나갑니다. 단단은 포장 디자인이 훌륭한 식품을 보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일단 사고 보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어요. 과자에 돈 다 쏟아 붓고 생활비 쪼들려 감자로 연명할 때 많아요. 다는 못 사고 여덟 종류만 사 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떤 회사길래 과자 포장에 이렇게 공을 들이나 궁금해 누리집을 찾아 보았더니, 꼬르륵. 누리집은 더 끝내줍니다. 보라색 외투 입은 분이 창업주랍니다. 백년밖에 안 된 아직은 어린 회사예요. 각 화면마다 디자인이 다 다른데, 정말 아름답습니다. 빅토리아 시대(1837-1901) 때 유행하던 채색 동판화 풍으로 작업한 듯합니다. 지극히 영국스러운 것들로 가..
지난 사과 철에 사 먹었던 사과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올해의 마지막 글을 대신할까 합니다. 집 근처 수퍼마켓에서 사다 먹은 것들입니다. 파머스 마켓 같은 데서 사다 먹는다면 종류가 훨씬 늘어날 거라 봅니다. 수퍼마켓에서 지난 가을에 50여 가지 사과를 선보이겠다고 ☞ 광고를 했었는데, 다쓰 부처가 새 사과 나오는 대로 열심히 사다 먹었는데도 달랑 둘만 사는 가구이다 보니 50여 종 모두를 다 먹어 보진 못했네요. 놓친 것들이 많아 아쉽습니다. 생으로 먹는 'eating apple'들만 올려 봅니다. 요리용 사과cooking apple와 사과술cider용 사과는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체계 없이 그저 사다 먹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Red Windsor 영국 품종 영국 재배. 과육 아주 단단함crisp. ..
성탄절에 최선을 다해 먹기는 했지만 유태우 반식 다이어트로 위장을 줄여 놓은 탓에 아주 많이 먹지는 못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더이상 남들처럼 한 번에 한상 그득 차려놓고 먹는 것도 할 수가 없으므로 두세 시간 간격으로 띄엄띄엄 먹느라 근사한 한상차림 사진도 찍을 수가 없습니다. 한 번에 많이 먹질 못하니 한정식, 뷔페, 이런 덴 이제 돈 아까워서 못 갑니다. Tomato & Pesto Puff 다 돼 있는 거 떨이로 사다가 오븐에 굽기만 했습니다. 불량주부. Yorkshire Pudding & Smoked Salmon [영국음식] 요크셔 푸딩을 사서 오븐에 구운 뒤 훈제연어와 합체했습니다. 소스만 직접 만들었습니다. ㅋ 훈제연어와 잘 어울리는 뽀얀 색의 알싸한 소스, 호스래디쉬horseradish 소..
사의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홍차가 올해로 80세가 되었다는군요. 1930년 대에 첫 선을 보였다는 얘기가 되겠는데, 회사가 창립된 해가 공식적으로는 1706년이니 회사 나이에 비해서는 그리 오래된 블렌딩이 아니네요. 영국인들의 아침 식사마다 함께 해온 브렉퍼스트 홍차가 80세가 되었다니, 회사로서는 뜻깊은 일이죠. 기념 포장을 따로 낼 만하죠. 동네 수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길래 저도 두 상자를 사보았습니다. 아르 데코 디자인의 포장이 참 근사하죠? 깡통도 함께 냈으면 좋았으련만. "우리 회사의 잉글리쉬 브렉퍼스트가 80세 생일을 맞았기에 이를 기념하코자 합니다. 1930년대 저 스타일리쉬한 아르 데코 시절에 탄생한 블렌딩입니다. 활기찬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영국의 전통 아침 식사들 - 키퍼스나 케..
시판 치즈케이크들이 성에 안 차 직접 구워보았습니다. 다들 치즈를 너무 아끼는 데다 지나치게 달아요. 첨가물도 많이 들었어요. 과하게 입힌 인공 향료 냄새도 참을 수 없어요. 마르지 말라고 위에 도포한 글레이즈, 이것도 케이크에 엉뚱한 맛을 더해서 싫어요. 바닥에 깐 비스킷은 제대로 갈지도 않고 야무지게 뭉치지도 않아 지근지근 모래처럼 씹혀요. 치즈케이크 위에 베리를 얹은 건 봐 줄 수 있는데 치즈케이크 속에 넣은 건 또 싫어요. 소의 촉감과 치즈 풍미를 마음껏 느끼는 데 방해돼요. 장인이 제대로 만들었다는 치즈케이크는 값이 또 너무 비싸요. (원 까다롭기는.) 치즈케이크의 역사를 따져 올라가보니 고대 그리스 시대까지 갑니다. 국가별로, 혹은, 미국 같이 덩치 큰 나라는 심지어 도시별로도 치즈케이크의 재..
소위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라는 푸아그라. (이런 얼토당토않은 수식어는 대체 누가 붙이는 거냐?) 이에 대한 논쟁은 하도 많이들 들어 이제 식상하실 겁니다. 저요? 당연히 반대 입장이죠. 자기 혀 즐겁자고 동물을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다룰 권리는 인간에게 없다고 봅니다. 고기 먹는 걸 탓하는 게 아녜요. 고기란 자고로 좋은 환경에서 룰루랄라 잘 키워 잡을 때는 최대한 고통 덜 느끼도록 한방에 팍! → 이렇게 얻어야지요. 그런데, 푸아그라에 관한 논쟁이나 영상을 맞닥뜨릴 때마다 이런 댓글들이 종종 눈에 띄기에 바로잡아야 할 것 같아 글을 씁니다. "개고기는 안 된다더니? 하여간 유럽놈들의 가식은 쩐다니까." "하여간 프랑스·영국 놈들은, 쯧쯧..." 어라? 거기 영국은 왜 들어가는 걸까요? 영국에서는 ..
▲ 영국 와서 소고기 보고 깜놀. "어? 고기가 왜 빨갛기만 해? 지방은 다 어디 갔어?" 한국의 어느 '미식가' 블로거가 소고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브리튼들은 뭐, 어떤 소고기를 갖다 줘도 맛없게 먹을 게 분명하니 논외로 치고." 아마도 영국음식이 맛없다는 통념에 의거해 말하는 것 같은데, 저는 이렇게 습관과 타성에 젖어 말글살이 하는 사람을 경계합니다. 이런 사람 옆에 있으면 창의력이 다 고갈돼버리는 것 같아요. 예술가는 이런 사람을 친구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제게 만일 자식이 있다면요, 무언가가 나쁘다고 흉보거나 싫다고 툴툴거리기 전에는 반드시 '혹시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편견에 의해 습관적으로 나쁘다고, 혹은 싫다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한 번쯤 점..
▲ 지금까지 출판된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책. 미국 시장과 영국 시장을 위한 책 제목이 다르니 구매시 주의. 남의 블로그나 요리책에 있는 레서피를 가져다 자기 블로그에 공개하면 저작권을 위반한 게 될까요? 남의 레서피를 가져다 공개하는 방법에도 네 가지 형태가 있죠. 1. 나는 양심 있는 사람이니 그래도 남의 레서피를 갖다 쓸 때면 레서피 원작자와 출처를 꼬박꼬박 밝혀 준다. 나 착하지? 2. 그러면 좋긴 하겠다만, 나도 나름 이름난 요리 블로거인데 이게 남의 레서피라고 밝히게 되면 어렵게 쌓아올린 내 명성에 흠이 갈까 두렵고 왠지 쪽팔려. 그냥 쌩까고 내가 고안한 요리인 양 쓰련다. 3. 요리책 레서피 대로 만들어 봤더니 이러이러한 점이 부족한 것 같아 내가 재료와 공정 몇 군데를 좀 바꿔 봤어. 그러니..
런던 하이드 파크 앞에 호텔이 있습니다. 그 안에 라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앗, 창 밖에 기마 근위병들이. 주방 총 책임자가 바로 영국의 유명 요리사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ementhal입니다. (블루멘'탈'이 아니라 영국인이므로 블루멘'쏠'로 발음합니다. 요리사 본인도 자기 이름을 블루멘쏠로 발음합니다.) 단단이 좋아하는 요리사예요. 재능이 대단한데,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충만하고 괴짜 기질이 좀 있습니다. 좌우간 씨니컬한 사람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제 굳은 신념입니다. 이 레스토랑은 특이하게도 14세기 말부터 현대에 이르는 다양한 영국 전통 음식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헤스톤의 재해석을 거쳐서요. ☞ 메뉴를 한번 보시죠. ☞ 음식은 이렇습니다. 허나, 다쓰 부처가 ..
▲ 단단이 좋아하는 담백·고소한 맛의 영국 전통 음식 . 저렴한 부위를 사다 써서 그런지 집에서 만든 건 요로코롬 예쁘게 사진이 안 나옴. 맛은 뭐 아주 좋음. 한식 안 먹고 산 지 5년이 넘었습니다. 몸과 마음에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 맵고 짜고 뜨거운 음식 안 먹으니 미뢰가 초등생 수준으로 도로 예민해짐. • 그래서 가리는 음식이 전보다 더 많아짐. 젠장 • 샐러드용 잎채소나 쌈채소가 너무 쓰게 느껴져 당최 먹을 수가 없을 정도임. • 아이들이 왜 채소를 안 먹으려 드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음. • 혀 둔한 어른들이 미뢰 예민한 아이들을 채소 안 먹는다고 밥상머리에서 마구 야단 치는 것은 아동학대 및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게 됨. • 한국 잠깐 방문했을 때 맛본 포장마..
▲ 다쓰베이더가 썰어 놓은 영국 햇사과 . 과육이 단단하고 새콤달콤하다. 영국 햇사과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빌라flat 정원에도 사과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아무도 따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아 새들이 다 쪼아 먹거나 그냥 땅에 떨어져 없어집니다. 농부가 제대로 키운 맛있는 사과들이 수퍼마켓에 그득하니 정원에 있는 건 야생동물을 위해 남겨두는 것 같아요. 영국에서는 사과가 아주 중요한 식재료입니다. 햇빛 좋은 지중해 쪽에서는 오렌지와 레몬 같은 감귤류가 잘되죠. 영국에서는 딸기, 라즈베리, 블랙베리 같은 장과류와 사과가 잘됩니다. 그래서 사과와 베리를 이용한 음식이 많고 잼이 발달해 있어요. ▲ 영국의 전통 디저트 . 바닥과 위를 모두 파이지로 감싸는 것이 정석. ▲ 파이지로 감싸기 번거로우면 ..
영국인들은 혼합blended 홍차 티백에 우유와 설탕을 넣어 먹습니다. 그래서 '밀크티'라고 하지요. 설탕은 꼭 넣지 않아도 되나 우유를 넣지 않으면 써서 못 마셔요. 밀크티용으로 조제된 홍차라서 그렇습니다. '브렉퍼스트'라 이름 붙은 홍차들도 우유를 꼭 넣어주셔야 합니다. 반면, 아쌈이나 다질링, 실론, 랍상수숑, 기문, 운남, 얼그레이, 아프터눈 블렌드는 우유와 설탕 없이 마시는 게 일반적입니다. 실론과 실론 찻잎을 기본으로 혼합하는 아프터눈 블렌드는 레몬을 썰어 잠깐 넣었다 빼 레몬 향을 입혀주는 것도 좋지요. 영국인들은 대부분 밀크티를 마십니다. 하루에 몇 잔씩 마셔요. 다쓰 부처는 영국 와서 처음 2,3년 동안은 우유 없이 마실 수 있는 다양한 (고급) 차들을 즐기면서 영국인들을 무시했었습니다...
▲ 스포드 크리스마스 트리 영국산. 단단은 영국 사의 '크리스마스 트리' 그릇을 좋아합니다. 집에 채리티 숍에서 집어온 시리얼 볼이 하나 있고, 불량소녀 님이 멀리 미국에서 보내주신 티포원tea for one과 머그가 각각 하나씩 있어요. 1938년에 첫선을 보였다는 그 유명한 크리스마스 트리 일러스트가 전사로 입혀져 있습니다. 저는 이 그림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제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생각나게 하거든요. 마치 동양의 붓으로 그린 듯한 전나무 바늘잎의 묘사가 일품이죠. 옛날 잡지 보는 것 같은 빈티지 느낌의 색감과 수채화풍의 차분한 분위기도 좋고요. 그래서 저는 금띠 두른 고가의 정찬formal dining용 그릇들보다 소박한 이 스포드 그릇을 더 좋아합니다. 이 사진은 채리티 숍에서 집어왔다..
▲ 잼을 맨 위에 올리면 사진발은 쥑이나 먹기에는 불편하다. 영국의 아프터눈 티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3단 접시에 내는 근사한 호텔식 아프터눈 티는 일상에서 자주 즐기기엔 거창한 면이 있어 영국인들도 생일이나 기념일,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 회포 풀 때, 파티할 때 등 특별한 날에나 즐긴다고 합니다. 일상에서는 '크림 티cream tea'라는 걸 더 많이 먹게 되지요. 쇼핑 센터나 관광지의 간이식당, 티룸, 카페 같은 데서 흔히들 제공합니다. 값도 쌉니다. 크림 티란 홍차와 스콘만으로 이루어진 간단한 찻상을 말합니다. 스콘을 덜렁 그냥 내면 안 되고 사진에서처럼 반드시 크림과 잼을 곁들여 내야 합니다. 크림은 또 아무 크림이나 내면 안 되고 반드시 클로티드 크림으로 내야 하고요. 크림을 홍차..
여자를 정신병에 이르게 하는 두 가지 방법 - 1. 옷을 잔뜩 사준다. 거울 없는 방에 옷과 함께 가둔다. 2. 영국에서 돈도 안 쥐어주고 그릇가게에 들여보낸다. 좌우간 여자들은 돈 없이 영국에 오면 안 된다. 지금부터 영국 그릇 열전. 일본풍 이마리 패턴으로 유명한 사의 '다알리 애비Darley Abbey' 패턴. 영국인들은 'Derby'를 '더비'라 하지 않고 '다비'라 발음한다. 단단은 과감하기 짝이 없는 의 이마리 패턴을 아주 좋아하는데, 내 집에 들이고 싶은 생각은 없어도 남이 열심히 모아 놓은 걸 보면 또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는 거라. 의 ☞ 수많은 패턴들 중에는 위 사진에 있는 것과 같은 덜 화려하고 우아한 패턴도 많다. 전형적인 리젠시 패턴이다. 의 패턴은 모두 마음에 든다. 패턴도 근사..
영국인들이 부활절 직전 금요일에 먹는 홋 크로스 번입니다. 그간 이것저것 맛보았는데, 다쓰 부처 입맛엔 수퍼마켓에서 파는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menthal의 얼그레이 향 씌운 홋 크로스 번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2013년 기준. 2014년 부활절 때는 레서피가 바뀌어 오히려 맛이 없어졌습니다. 2014년에는 제품이 가장 맛있었습니다.] 헤스톤 블루멘쏠은 분자요리의 대가입니다. 이 양반 가정요리 레서피 역시 난이도가 좀 높긴 하지만 아주 훌륭합니다. 성분표를 보니 맛 내느라 궁리 많이 한 것 같아요. 집에서 만들어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맛 내는 핵심 재료들만 한번 읊어 보겠습니다. • Wheat flour • Mixed vine fruits: Californian raisins, golde..
영국인들은 10월부터 크리스마스를 준비합니다. 추수감사절을 쇠지 않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장 큰 명절이 됩니다. 수퍼마켓과 백화점들이 벌써 크리스마스 식품과 용품을 갖다놓고 팔기 시작했어요. 올해의 '프리pre-크리스마스' 과자로는 영국의 전통 티타임 비스킷 모듬을 사보았습니다. 출시된 지 백년 넘은 진정한 클래식 과자들도 있고 1950년 이후 태어난 모던 과자들도 있지만 영국에서는 뭉뚱그려 '클래식 티타임 비스킷'으로 부릅니다. 버터가 잔뜩 든 쇼트브레드shortbread는 어쩐 일인지 클래식 비스킷 모듬에서 빠질 때가 많습니다. 수퍼마켓에서도 물론 팔긴 하지만 쇼트브레드는 기본적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는 '홈 메이드' 전통 과자로 분류가 되나 봅니다. 신문사나 과자 회사들이 수퍼마켓 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