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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사 먹은 학생식당의 4파운드짜리 특대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입니다. 구성 요소가 뷔페식으로 되어 있어 먹고 싶은 것만 골라 담을 수가 있는데, 저흰 늘 이렇게 담아 둘이 나눠 먹습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것들은 양을 두 배로 담아 달라 하고 돈을 더 내면 됩니다. 홍차는 무료입니다. 양이 많아 달걀 프라이와 베이컨이 묻혔는데, 이 정도 양과 구성에 이 값이면 자선사업과 다름없는 겁니다. 여기 사람들 체감 물가로 치면 우리돈 약 4천원꼴. 이건 최고급 재료들 사다 집에서 준비한 저희 집 풀 브렉퍼스트입니다. 고기와 달걀 모두 밖에 풀어 놓아 건강하게 키운 것들로부터 얻은 것이고, 나머지 재료들도 최대한 좋은 걸로 구입했습니다. 재료비가 많이 들었어요. 예산이 초과돼 향긋하고 맛있는 블랙 푸딩은 ..
▲ 수퍼마켓의 트라이플 레서피. 야, 이거 근사하다. ▲ 당장 만들어 봄. 영국인들의 명절상, 잔칫상에 단골로 오르는 트라이플을 이제야 소개합니다. 1500년대에 이미 그 기록이 있는 오래된 디저트입니다. 조린 과일compote과 크림으로 만드는 풀fool에서 진화한 것으로 영국의 음식사학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풀은 그간 두 번에 걸쳐 소개해 드렸지요. 풀과 비슷하지만 조린 과일 대신 절인 생과일을 쓰는 이튼 메스Eton mess도 소개해 드렸고요. ☞ 루바브 풀 ☞ 구즈베리 풀 ☞ 이튼 메스 트라이플은 풀보다 공정이 훨씬 복잡하고 보기에도 더 화려합니다. ☞ 트라이플의 다양한 모습 위에 올린 사진들은 일인용으로 담은 거라서 다소 자유분방해 보이는데, 원래는 굽 높은 거대한 유리 그릇 안에 여러 재료들을..
영국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소개합니다. 이름이 '크리스마스 케이크'입니다. 파네토네(이태리), 슈톨렌(독일), 뷔쉬 드 노엘(프랑스)처럼 별도의 이름이 있는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자기 이름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수퍼마켓들이 일제히 크리스마스 식품 떨이에 들어가는데, 반값 이하로 떨어져 있길래 하나 사 왔습니다. 영국에는 수퍼마켓 체인 수가 많고 경쟁이 치열해 다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잘 냅니다. 저는 올해는 수퍼마켓 것으로 샀습니다. 진짜 금을 입힌 설탕 공예 리본이 근사해서 안 살 수가 없었어요. 얼마나 무겁냐면요, 저 작은 케이크 하나가 자그마치 2kg가 넘습니다. 조각을 잘라 보겠습니다. 어째 밀가루보다 과일이 더 많이 든 것 같죠? 프룻 케이크라서 비싼 건과일과 향신료가 여러 종..
영국인들은 와인뿐 아니라 영국 전통 사과술인 싸이더로 크리스마스 음료를 조제해 마시기도 합니다. 사과 주산지인 잉글랜드 남부에서 많이 찾죠. 한국의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가 아니라 사과로 만든 술을 뜻하니 혼동 없으시기를 바랍니다. 멀드 싸이더의 조제법은 멀드 와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국 미슐랑 스타 갸스트로펍gastropub 셰프인 톰 케리지Tom Kerridge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립니다. 멀드 싸이더 [8잔 분량] 재료 향신료 주머니 • 카다멈cardamom 10개 • 팔각star anise 4개 • 생월계수잎 3장 • 시나몬 스틱 큰 것 1개, 반으로 부러뜨려 놓을 것 • 흑후추알 1작은술 [1작은술 = 5ml] • 질 좋은 싸이더 2리터 [cloudy, clear, 어느 것이든 상관없음..
술 일절 안 마시는 단단이 웬일로 영국의 명절 조제술인 멀드 와인을 다 소개해드리겠다고 합니다. 동사 'mull'이 '(주류를) 데워 단맛이나 향료를 가하다' 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포도주에 설탕과 향신료를 넣고 끓인 음료는 'mulled wine'이 되는 거지요. 조제 사과술인 'mulled cider'도 있습니다. 멀드 와인은 무려 1390년 영국 요리책에 기록이 돼 있는 매우 오래된 음료입니다. 다쓰 부처는 둘 다 술을 마시지 않으므로 멀드 와인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최근 무알콜 와인이란 게 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호기심에 한 병 사다 조제해보았습니다. 제대로 발효·숙성시킨 술에서 어떻게 알콜을 빼낼 수 있는 걸까요? 디카페인 커피도, 무알콜 와인도, 신기합니다. ..
수퍼마켓이 고객들한테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만찬상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물어서 나온 1위는 바로, . . . . . . 로스트 포테이토. 크리스마스 터키도 아니요, 크리스마스 구스도 아니요, 크리스마스 햄도 아니요, 로스트 포테이토. 평소에는 삶은 감자, 버터와 우유 넣고 으깬 감자mashed potatoes, 납작하게 썰어 버터에 지진 감자, 피쉬 앤드 칩스에 올라오는 것 같은 튀긴 감자chips, 껍질째 구운 감자jacket potatoes를 먹다가, 선데이 로스트와 크리스마스 만찬 때는 꼭 로스트 포테이토로 먹어야 한다네요. 감자 이게 말이죠, 단순한 감자구이가 아닙니다. 겉은 바삭하다 못해 마치 겉에 유리막이 한 겹 씌워진..
▲ 달걀 두 개에 훈제연어 25g과 파spring onion 한 대 송송 썰어 넣어 만든 스크램블드 에그 프랑스 사람들은 아침을 크화썽과 커피 한 잔으로 참 간단하게 먹지요. 영국인들은 아침에 달걀이나 단백질을 꼭 먹어 줘야 한다는 강박증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맞벌이 가정이 많아진 오늘날에는 드문 일이 되었지만 옛 시절엔 훈제 생선들도 아침 식사로 많이들 먹었습니다. 훈제 대구인 아브로쓰 스모키Arbroath Smokies나 훈제 청어인 키퍼kippers 같은 게 흔히 올라 왔죠.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아놀드 베넷 오믈렛, 케저리kedgeree 같은, 시간 많이 걸리고 번거로운 음식들은 이제 주말에 브런치로나 겨우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아침에는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는 기본 생각들은 여전히..
오늘은 영국인들의 게 취식법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영덕대게나 붉은대게, 꽃게를 먹지요. 영국인들은 'European Brown Crab'을 먹습니다. 줄여서 그냥 '브라운 크랩'이라고 합니다. 나라들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를 테니 학명을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Cancer pagurus'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 게를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름이 '유러피안' 브라운 크랩이니 태평양 쪽에서는 잡히지 않는 모양입니다. 우리는 게를 쪄서 껍데기가 얇은 대게는 가위로 다리를 갈라 살을 쏘옥 빼 먹거나, 껍데기가 단단한 것들은 게 전용 포크를 이용해 후비적후비적 발라 먹거나, 해물탕이나 꽃게탕을 끓여 먹거나, 간장게장을 담가 먹는데, 영국인들은 게를 '드레스dress' 해서 먹습니다. 게살도 몸..
오늘은 셀러리가 들어가는 샐러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펜랜드 셀러리 철이 짧아 단기간에 아주 뽕을 뽑고 있습니다. 셀러리를 매일 먹고 있어요. 3중 셀러리 샐러드 왜 '3중 셀러리'인고 하니, 셀러리 대, 셀러리 잎, 셀러리와 같은 과 작물인 셀레리악celeriac을 같이 쓰기 때문입니다. 샐러드 • 좋아하는 고기 아무거나. 햄, 소세지, 베이컨 등도 됨. 잘게 썰거나 결대로 찢기 • 셀레리악 1/4~1/2개, 껍질 벗기고 2㎠ 크기로 깍둑 썰기 • 셀러리 2대, 1cm 굵기로, 어슷 썰지 말고 직각으로 썰기 • 셀러리 잎 소량 • 올리브 오일 1큰술 [1큰술=15ml] • 달걀 2개 • 수란용 식초 1/2큰술 - 몰트malt 비니거 또는 화이트 와인 비니거 • 소금·후추 드레싱 • 싸이더cider 비..
으아아아, 영국 진짜 너무 한다! >_< 셀러리 철을 맞아 제가 며칠 전에 셀러리 스콘을 한 판 구웠습니다. 구워 놓고 자연광에 의지해 사진을 좀 찍어보려 했는데, 아, 며칠 동안 해가 나질 않는 거예요. 꽈당 하도 컴컴해 3일간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집에 냉동고가 없으니 스콘 상할까 봐 하는 수 없이 둘이서 몇 끼에 걸쳐 다 먹어치우고 엊저녁에 다시 한 판을 구웠습니다. 어휴. 영국에서 겨울에 블로그질 하기 진짜 힘듭니다. 북유럽이 다 마찬가지이겠지요. 도대체가 해를 볼 수가 없어요. 요리도 일기예보를 보고 해야 할 판입니다. 저희는 비타민D 오일을 따로 챙겨 먹습니다. 미네랄 많은 영국 석회질 수돗물 마시고 영국음식 먹고 살면 칼슘이 부족할 일은 없는데, 해를 못 보니 대신 비타민D를 신경 써서 따..
셀러리 좋아하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 서양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작물이 이 셀러리이지요. 바깥쪽 튼튼한 줄기는 수프나 스튜, 오븐구이 등에 쓰고, 안쪽의 뽀얗고 여린 줄기는 샐러드에 썰어 넣거나 치즈보드에 올려 생으로 즐기고, 잎은 또 수프나 샐러드에 얹어 멋을 냄과 동시에 맛과 향을 더하게 합니다. 게다가, 뿌리도 먹는다는 사실. 얇게 저며 생으로 먹습니다. 버릴 곳 하나 없는 소중한 채소예요. 어느 나라든 이제는 연중 내내 볼 수 있는 흔한 채소가 되었지만 영국의 캐임브리지셔, 노포크, 서포크, 이 세 개 주county에 걸쳐 있는 펜랜드 지역에서 겨울철에 출하하는 것들은 '펜랜드 셀러리'라고 따로 이름을 붙이고 유럽연합이 특별한 작물로 보호를 합니다. ☞ 요크셔 포스트 루바브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11월 11일. 오늘 빼빼로 데이죠? 일본 과자 베낀 과자 팔아먹느라 만든 날인데, 하필 오늘이 한국에서는 농업인의 날이랍니다. 그래서 빼빼로 대신 우리쌀로 만든 가래떡 홍보하느라 재미있는 만화가 한 편 떴습니다. ☞ 달콤 쌀쌀한 신혼 부부 오늘 하루동안 우리쌀 홍보하느라 여기저기서 가래떡 레서피가 막 쏟아졌는데, 그 중 압권은 이것. ☞ 떡빼로 그,그냥 떡볶이나 떡꼬치 양념해 먹는 게 낫지 않을까;; 맛있는 음식 놔 두고 왜;; 저는 영국에 있으니 빼빼로나 가래떡 대신 치즈 스트로를 사 먹기로 했습니다. 이 치즈 스트로가 아무리 늦어도 1870년대 이전부터 존재하던 영국 전통 음식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어느 나라든 콕테일 파티에 빼놓지 않고 꼭 내는 거잖아요? 영국의 고급 수퍼마켓인 의 설..
오늘은 영국 새우와 영국의 옛 시절 식품 저장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사진에 있는 녀석들이 영국에서 잡히는 새우인데, 작은 몸집에 걸맞게 학명도 귀엽습니다. '크랭곤 크랭곤crangon crangon'. 영국에서는 '브라운 쉬림프brown shrimps'로 불릴 때가 더 많지만요. 우리가 흔히 보는 일반 새우가 옆에 놓여 있으니 크기와 생김새를 한번 비교해 보세요. 왜 브라운 쉬림프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실 겁니다. 몸 길이는 약 3cm 정도로 작은데 맛은 얼마나 진한지 모릅니다. 인건비 비싼 영국에서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까야 하니 값이 비쌉니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서 이 브라운 쉬림프를 즐기는데, 영국에서는 이 맛난 새우가 영국 서쪽 바다, 동쪽 바다, 양쪽 모두에서 납니다. ..
사과 철이 돌아와 사과돌이 다쓰베이더가 행복해하고 있다 아, 사과 철이 돌아왔습니다. 사과 써서 베이킹 한 번 해야죠. 오늘은 영국 사과의 대모격인 '콕스 오렌지 피핀Cox's Orange Pippin'을 써서 베이크웰 타트를 구워 보겠습니다. 콕스 애플은 오늘날 수많은 사과 품종의 모체가 되는 매우 중요한 품종입니다. 맛은 참 좋은데 안타깝게도 병충해에 약해 재배하기가 까다롭고 저장성이 좋지 않아 보기가 좀 힘들어요. 콕스 애플 맛보려면 정신 바짝 차리고 대기하고 있다가 수퍼마켓 선반에 보이기 시작하면 부지런히 사다 먹어야 합니다. 영국에 계신 분들은 꼭 맛보시기를 권합니다. 가지에서 충분히 익혔다 딴 'tree matured cox'로 사 드세요. 베이크웰 타트 영국 제과 중에 '베이크웰 타트'라는 ..
머핀을 드디어 소개합니다. 진작에 소개했어야 하는데요. 오븐 없이도 구워 즐길 수 있는 다재다능한 빵입니다. 한국에서도 많이들 보시죠? 한국에 계신 분들은 아마 이 영국 빵을 맥도날드의 아침 메뉴를 통해 처음 접하셨을 겁니다. 미국 유학을 하셨거나 체류하셨던 분들은 위 사진에 있는 음식을 통해 먼저 접하셨을 테고요. 에그(스) 베네딕트eggs benedict죠? 잉글리쉬 머핀에 햄이나 베이컨, 염지한 소혀 저민 것 등을 취향에 따라 얹고 수란을 올린 뒤 올랑데즈Hollandaise 소스를 끼얹어 먹는 음식입니다. 맛은 기가 막히나 설거지가 끔찍하고 만들기 번거로워 한 번 해먹고 나면 다시는 직접 해먹고 싶지 않은 음식 상위권에 드는 음식입니다. ㅋ 저는 딱 두 번 해먹어 봤습니다. 어휴, 그 버터 묻은 ..
▲ 영국 유학생 여러분, 당장 웨이트로즈 수퍼마켓에 달려가 이렇게 생긴 자두를 사십시오. 품종이 금방금방 바뀌니 지체말고 지금 나오고 있는 저 길죽한 흑자색의 자두를 사 드세요. 플럼트리氏의 플럼 사랑 제가 성이 '자두나무'입니다. '오얏나무 이李'씨예요. 영어로는 '플럼트리Plumtree'씨가 되겠습니다. 영국에도 실제로 있는 성입니다. 자두나무씨라서 제가 자두를 좋아합니다. 내 새끼 같달까요. 쿨럭;; (자두의 'laxative effect'는 유명하죠. 효과 끝내줍니다.) 조선 왕조 오백년 동안은 벚꽃을 닮은 저 예쁜 ☞ 오얏꽃이 국화 노릇을 했었고, 고종의 결정으로 한때 황실 문장으로 쓰이기까지 했었다는데, 어찌된 일인지 현대에 와서는 멋대가리 없어 아무도 찾지 않고 진딧물이나 바글바글 꼬이는 무..
▲ 광고 이미지들 ▲ 단단이 구매한 제품 포장 실물 요즘 말로는 '지름기'라고 해야 합니까? 지르긴요, 필요한 물건 사는 건데. 저도 '주방용품 사용기'란 걸 다 올려 봅니다. 달걀 삶는 게 하도 성가셔서 달걀 찜기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냄비에 달걀 삶는 거, 은근히 신경 많이 쓰이죠. 일단 삶을 달걀의 개수에 맞춰 냄비 크기를 잘 선택해야 하고, 노른자가 쏠리지 않고 정가운데에 예쁘게 오게 하려면 삶는 동안 물을 천천히 휘저어 달걀이 계속 회전하게 해야 합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반대 방향으로 저어야 하고요. (→ 푸드 스타일리스트한테 얻은 조언임.) 다른 재료들도 준비해야 하는데 달걀 삶느라 꼼짝을 할 수가 있어야죠. 게다가 천천히 달아오르고 천천히 식는 우리 집 전열판 위에서는 불조절도 보통 ..
나아 참, 제목 좀 보세요. 서양 음식 이름 붙이기 힘듭니다;; 코쟁이들은 메뉴에 음식 이름을 길게 적고 음식 설명을 자세히 써 놓는 습관들이 있지요. 손님이 음식 고르는 데 도움을 주고, 또, 특정 재료를 못 먹거나 먹으면 큰일 나는 사람들을 배려해서 그런 거지요. 입이 짧은 저는 한국에서 백반집 갈 때마다 난처한 적이 많았는데, 반찬으로 뭐가 나올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내 돈 내고 음식을 사 먹으면서도 안 먹어 그대로 남기거나 돌려 보내는 반찬이 꼭 한두 가지씩은 있어 여간 돈 아까운 게 아니었습니다. 백반집들도 차림표에 반찬을 일일이 명기하고 손님이 골라 주문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돈 내고 음식 사 먹으면서 쌀밥을 빼고는 무슨 음식이 나올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니, 외국인들, 특히 서양인들로서는 ..
미슐랑 스타 셰프의 집밥 다섯 번째 시간 - 오늘은 제철 완두콩garden peas을 활용한 관자 요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결혼 기념일이 한여름에 있으니 좋은 점도 있네요. 식재료가 풍성해 '기념 요리질' 할 맛이 마구마구 납니다. 오늘 요리는 관자가 주인공인 것 같으나 실은 완두콩 퓨레가 더 인상적인 전식starter입니다. 레서피를 자세히 적어드리기는 하겠지만 아마 한국에서는 이 맛을 재현해 내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완두콩이 많이 다르거든요. 영국 완두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달고 맛있습니다. 우리가 마늘과 고추에 미쳐 이들 작물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것처럼, 영국인들은 완두콩에 미쳐 품종 개량, 재배, 수확, 가공, 유통망 등을 고도로 발달시켜 놓았습니다. 여기서 '썰'을 풀면 길어질 것..
미슐랑 스타 셰프 집밥 네 번째. 오늘은 오이냉국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뭣? 오이냉국?! 네, 오이냉국이요. 영국인들도 오이냉국을 먹습니다. 그런데 오이가 좀 달라요. 나라마다 기후 풍토가 다르니 오이도 각 나라 사정에 맞춰 재배를 하지요. 그래서 한국 오이는 영국에서 못 보고, 영국 오이는 한국에서 못 봅니다. 영국에서는 귀족들 사이에 여흥으로 온실재배가 유행을 해 17세기부터 온실재배법이 큰 발전을 하게 되었는데, 오이도 그 덕을 좀 보았습니다. 오늘날 학계에서 오이를 분류할 때 이 영국식 오이를 꼭 언급하는 모양입니다. 우리말로는 영국온실큰오이라 부르고 영어로는 'English cucumber', 'European cucumber', 'burpless cucumber', 'hot house cuc..
미슐랭 스타 셰프의 집밥, 세 번째 시간 - 이번에는 영국 서민 음식인 펍 음식pub grubs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평가 받는 톰 케리지Tom Kerridge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펍인데 미슐랑 2-스타를 받았습니다. 소위 '파인 다이닝'의 그 깍쟁이스러움을 배제하고 영국 특유의 푸짐함과 따뜻함hearty을 담아내기로 정평이 난 요리사입니다. 덩치도 크고 성격도 좋아서 영국인들이 좋아합니다. 저도 좋아합니다. BBC 요리 방송에 나와 가정요리를 많이 가르쳐줍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요리는 토스트 위에 슥슥 발라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일종의 맛버터입니다. 양이 많이 나오는데[8~10인분], 만들기 번거로우니 한 번 만들 때 많이 만들어 두었다가 두고두고 드세요. 토스트 위에 올려도 좋고..
미슐랑 스타 셰프 집밥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인 요리사 레이몽 블랑Raymond Blanc의 레서피입니다. 이번에는 제가 만들어 봅니다. 가지가 제철이니 손님 초대하실 분들은 전채로 한번 내 보세요. 참고로, 영국에서는 가지를 '에그플란트eggplant'라 부르지 않고 '오버진aubergine'이라고 부릅니다. 4인분을 만들기 위한 레서피인데, 이 양반이 좀 덜렁이라서 레서피가 부실합니다. 양을 안 준 재료들이 많아요. 맛을 봐 가면서 자신의 감각대로 해보세요. 가지 튀김 • 식용유 • 가지 2개, 개당 350~400g 정도 되는 것으로. • 소금 1. 기름을 160˚C로 데운다. 2. 가지를 2mm 두께의 원반으로 썬다. 1인당 9개, 합 36개가 필요하다. ※ 날을 잘 세운 ..
결혼 15주년을 맞았습니다. 미슐랑 스타 레스토랑엘 가면 차암 좋겠으나, 런던 가는 교통비와 식비를 감당할 수 없어 그냥 집에서 영국의 미슐랑 스타 셰프들 '집밥' 레서피로 직접 해먹기로 하였습니다. 결혼 15주년이므로 열 다섯 개의 음식을 만들어 기념하기로 했습니다. 레서피들 중 재료비 많이 안 들고 만만해 보이는 것들로 선택했습니다. 두 사람이 들어가기엔 부엌이 좁아 여러 날에 걸쳐 하루에 한 명씩 번갈아 들어가 음식을 만들어 주기로 하였습니다. 첫 번째 것은 다쓰베이더가 만들었습니다. 제임스 소머린James Sommerin의 입니다. 겉은 중국 딤섬집 디저트인 참깨 볼처럼 생겼는데 속은 체다와 차이브를 넣어 영국의 맛을 낸 재미있는 음식입니다. 퓨전인 거죠. 레서피 나갑니다. 2주 전, 아무리 늦어..
▲ 조리용 구즈베리cooking gooseberries. 영국인들이 끔찍히도 아끼는 구즈베리가 제철을 맞았습니다. 지금이야 파인애플, 망고, 천도복숭아nectarine 등 외국에서 들여오는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맛난 과일들이 많지만, 이런 것들이 없던 옛 시절엔 이 구즈베리가 딸기와 함께 여름철 영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하죠. 자타가 공인하는 가장 영국적인 과일 - 바로 이 구즈베리입니다. 영국의 기후는 딸기, 라즈베리, 블랙베리, 레드커런트, 블랙커런트, 구즈베리 등 베리류에 적합해 길을 가다가도 길가에 무심히 나 있는 이런 열매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국 디저트나 음식에는 이를 활용한 것들이 많아요. 햇빛 쨍한 남유럽은 레몬과 오렌지 같은 감귤류로 은총을 입고, 서늘하고 '촉촉한'..
▲ 홀스타인 프리지안 품종 소젖으로 만든 일반적인 더블 크림. 유지방 48%. 묽어서 거품기로 쳐서 써야 한다. ▲ 유지방 함량은 일반 더블 크림과 같으나 좀 더 뻑뻑한 엑스트라 띡 더블 크림. 거품기로 칠 필요가 없다. ▲ 더욱 진하고 고소한 저지 품종 엑스트라 띡 더블 크림. 유지방 48%. 거품기로 칠 필요가 없다. ▲ 더블 크림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유지방 23.8%의 하프-팻 엑스트라 띡 크림을 써도 무방. 이것도 거품기로 칠 필요가 없다. 요리할 시간 없는 바쁜 영국 유학생: 단단 님, 딸기철이라 이튼 메스가 먹고 싶긴 한데 학생이다보니 도깨비 방망이로 딸기 쿨리 만들고 거품기로 크림 치는 것조차도 저는 버거워요. 단단: 저도 도깨비 방망이와 거품기 쓰는 게 귀찮아서 약식으로 해먹을 때가 더 많..
한국은 딸기철이 지났나요? 영국은 지금이 제철입니다. 오늘은 딸기로 만드는 쉬운 영국 디저트를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난장판mess'이라는 재미난 이름을 달고 있는 맛있는 딸기와 크림 디저트입니다. 영국의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인 이튼 컬리지 학생들이 1930년대부터 학교 만찬에서 먹어 왔던 건데, 이제는 학교 밖으로 퍼져 영국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검은 연미복 교복 입은 남학생들이 난장판이라는 이름의 딸기 디저트를 만찬에서 먹고 있다니, 뭔가 엉뚱합니다. 고로, 이 음식은 미슐랑 스타 셰프들처럼 깔끔 떨면서 담아 내면 안 되고 이름처럼 최대한 '메씨messy'하게 담아 내야 제맛이 납니다. 실제로 맛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게 훨씬 맛있어요. 영국인들은..
피쉬 앤드 칩스 글을 쓰고 나서 수퍼마켓에 혹시 간편식ready meal으로 나온 게 있나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과자입니다. 꽈당 피쉬 앤드 칩스맛 과자가 다 있었다니, 이거, 나만 여태 몰랐던 거야?;; 알고 봤더니 1980년대를 풍미하다 사라진 추억의 과자라는군요. 최근 다시 발매가 돼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던 영국인들이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탕에 빠졌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불고기맛, 떡볶이맛 과자가 있으니 피쉬 앤드 칩스맛 과자도 안 될 것 없지요. 호기심에 당장 달려가서 사 왔는데, 포장 좀 보세요. ㅋ 저게 왜 신문 디자인의 포장을 하고 있는지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옛 포장 그대로라고 합니다. 나 미쵸, 정말 피쉬 앤드 칩스 모양이네. 으적으적 맛을 보니, >_< 아이고, 미쵸, 정..
한국인들이 영국의 대표 음식으로 알고 있는 피쉬 앤드 칩스. 얼마 전에 썼던 글 ☞ 영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열 가지에서도 소개했듯 이 피쉬 앤드 칩스는 10위를 차지해 겨우 체면을 세웠지요. 저희 동네에 있던 치피(chippy, 피쉬 앤드 칩스 전문점) 두 곳은 장사가 안 돼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자주 가서 사 먹어 주지는 않았지만 막상 셔터 내려진 걸 보니 몹시 서운했습니다. 미안하기도 하고요. 동네에 피쉬 앤드 칩스 집 하나 없다니. 전 국민이 예전처럼 목을 매고 먹는 음식은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이제는 오히려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는 음식이 되었죠. 그래도 아직까지는 다행히 피쉬 앤드 칩스 집이 맥도날드보다는 많습니다. 영국내 맥도날드 매장 수는 2월 집계에 따르면 약 1,200개, 치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