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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쌀 한톨 안 나는 나라이지만 쌀을 꽤 많이 소비합니다. 차는 그래도 잉글랜드 남부와 스코틀랜드에서 찔끔 재배하는 시늉이라도 하지만 쌀은 전량 수입입니다. 주로 인도, 파키스탄, 태국, 이태리, 스페인 등지에서 수입을 하는데, 인도와 파키스탄의 바스마티를 가장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질 좋은 바스마티를 수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습니다. ☞ 한국인보다 더 다양한 쌀을 먹는 영국인 오늘은 영국의 쌀요리를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아침 식사로 먹는 음식이라 이것도 훈제 생선과 달걀을 씁니다. 영국이 인도를 직접 통치하던 시기(British Raj, 1858-1947)에 전해져서 변형된 'Anglo-Indian food' 중 하나인데, 원형인 인도 ☞ 키차리와는 겉모습만 얼핏 비슷해 보일 뿐 맛과 향과 식..
다음 대문에 흥미로운 글이 하나 떴습니다.☞ 국가권력이 앗아간 밥그릇의 아름다움 그렇잖아도 저도 밥그릇 이야기를 좀 하려던 참이었는데 거 잘됐습니다. 제가 몇 달 전에 집에서 중국음식 몇 가지를 만들어 즐긴 적이 있었습니다. 밥도 기왕이면 중국 그릇에 담아 먹으면 좋겠구나 싶어 영국 이베이에서 중국 밥그릇을 좀 알아보았습니다. 주욱 둘러보다가 문득 '내친김에 일본 밥그릇도 알아볼까?' 해서 일본 밥그릇도 찾아보았습니다. 일본 그릇에는 도자기뿐 아니라 매끈하게 잘 깎은 나무 그릇들도 간간히 보입니다. 내구성은 좀 떨어지겠지만 그릇을 들어도 손이 뜨겁지 않고 입술을 대면 따뜻한 느낌이 들어 나름의 장점이 있구나 싶었습니다.그러다가 '영국인들이 혹시 우리 한국 밥그릇도 이베이에서 살 수 있을까?' 궁금해졌습니..
홋 크로스 번 이야기 소포요~ 소포 모양을 닮은 영국의 전통 빵 홋 크로스 번. 향신료와 꼬들꼬들 말린 과일들이 듬뿍 들어가는 고급 빵입니다. 빵 위에 십자가가 그어져 있어 누구든지 대번 알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향신료와 말린 과일 따위는 흔한 것이 되었지만 옛 시절엔 마치 오늘날의 트러플, 사프론, 캐비아와 같은 귀한 재료였지요. 그러니 서민들은 명절에나 겨우 먹어볼 수 있었던 음식입니다. 영국에서는 부활절 직전 금요일인 성 금요일Good Friday에 이 홋 크로스 번을 먹습니다. 이 시장이 아주 큽니다. 수퍼마켓들마다 심혈을 기울여 구워 내고, 신문과 잡지들은 성 금요일이 되기 한참 전부터 올해는 어느 수퍼마켓, 어느 티룸의 홋 크로스 번이 가장 맛있는지 일일이 맛을 보고 점수를 매겨 적나라하..
▲ 우리 집 생선 도감에 있는 해덕haddock (대구의 일종) ▲ 훈제 해덕 실물. 유럽연합이 PGI로 보호하고 있는 그림스비Grimsby 트러디셔날 스모크트 해덕. 훈제 해덕 요리 두 번째 시간입니다. 오늘은 영국인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아놀드 베넷 오믈렛'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어라? 오믈렛에 사람 이름이 붙었어요! 네에, 영국의 소설가 이름입니다. 약 100년 전인 1920년대에 런던의 사보이 호텔이 까탈스러운 소설가 투숙객을 위해 특별히 개발해 제공했던 아침 식사입니다. 아놀드 베넷(1867-1931)이 사보이 호텔에 머물며 소설을 쓸 동안 주방에 특별 주문해 아침마다 먹었다고 해서 오믈렛에 작가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오래 전에 죽고 없지만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는 지금도 메뉴에..
▲ 우리 집 생선 도감에 있는 해덕haddock (대구의 일종) 오늘은 영국의 국민 생선 중 하나인 해덕으로 스코틀랜드 전통 수프를 끓여보겠습니다. '컬런 스킹크'라니, 영어치고는 어감이 좀 낯설고 어딘지 악당 이름 같은 사악한 느낌이 들죠. ㅋ 그런데 맛은 꽤 익숙합니다. '컬런'은 스코틀랜드 북동쪽의 한 어촌 이름이고, '스킹크'는 원래 소 앞다리살shin을 뜻하는 그 고장 말이었는데, 바닷가 마을이다보니 쇠고기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훈제 해덕을 넣은 것 아닌가 추측들을 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수프라서 남쪽으로도 퍼져 이제는 영국 전역에서 먹게 되었습니다. 해덕은 흰살 생선입니다. 생물은 다양한 생선 요리나 피쉬 앤 칩스 만들 때 쓰고, 훈제한 것은 영국식 커리 볶음밥인 케저리kedgeree, 피..
아래 목록은 BBC가 최근 조사해서 밝힌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목록입니다. 영국음식으로 한정하지 않고 어느 나라 음식이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만 꼽으라고 해서 나온 결과입니다. 10위 Fish and Chips [영국] 9위 Chili con Carne [미국] 8위 Beef Steak [영국] 소고기를 상식하는 나라들은 거의 다 자기들 판을 따로 가지고 있음. 7위 Pork Steak [영국] 돼지고기를 상식하는 나라들은 거의 다 자기들 판을 따로 가지고 있음. 6위 Curry [인도, 태국 등] 5위 Stews / Casseroles [영국] 스튜도 어느 나라든지 다 자기들 판을 갖고 있음. 한국의 갈비찜, 닭도리탕도 이 범주. 4위 Spag Bolognese [영국-이태리] 영..
▲ 달걀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하고 블랙 푸딩까지 넣어야 정통임. 영국인들한테는 1인분, 다쓰 부처에게는 2인분. 오늘 문득 깨달았습니다. 영국음식 블로그라고 떡 하니 간판 내걸고서는 영국의 대표음식인 영국식 아침 식사를 아직 소개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요. 가장 준비하기 까다롭고 번거로운 영국음식 중 하나가 바로 이 영국식 아침 식사인 '풀 잉글리쉬 브렉퍼스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국인들은 줄여서 '풀 브렉퍼스트', '프라이-업fry-up', 혹은 '풀 몬티full monty'라고도 부릅니다. "이까짓 걸 요리라고 할 수 있나? 그냥 재료들 익혀서 접시에 담기만 하면 되지." 누리터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자주 봅니다. 그 "그냥 익혀서 내기만 하면 되는 재료들"이 바로 그 나라 식문화의 저력이란 걸..
루바브 활용 음식 - 마지막으로 오늘은 루바브 크럼블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우선 시판 제품을 하나 사 먹어 감을 잡고 기준점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헤스톤 블루멘쏠의 루바브 크럼블을 사 왔습니다. 재료를 보니 루바브만 쓰지 않고 식감을 보강하기 위해 아삭한 브램리 애플을, 색을 보강하기 위해 딸기를 더 넣었습니다. 유심히 관찰해 보니, 미슐랑 스타 셰프들은 단일 재료로 음식 만드는 걸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과일도 식감, 맛, 색을 모두 고려해 꼭 두어 가지를 섞거나, 치즈도 기본 두 가지 이상은 쓰는 것 같습니다. 크럼블 안에 파릇파릇한 잎이 듬성듬성 보이죠? 로즈마리를 넣었네요. 시식평을 보니 이 로즈마리 때문에 소비자 간에 호불호가 극명히 갈립니다. "로즈마리 맛밖에 안 나!" "짭짤한 고기 요리도..
오늘은 루바브로 콤포트compote를 만들어 여기저기 활용을 좀 해보겠습니다. 콤포트는 생과일을 설탕이나 기타 단 시럽과 함께 조린 것을 말합니다. 잼보다는 형태가 좀 더 살아 있어 요리에 활용하기가 낫습니다. 조릴 때 기호에 따라 이런저런 향신료나 부재료를 넣어 줄 수도 있습니다.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과거 설탕을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국가들이 콤포트를 즐겨왔습니다. 영국에서는 설탕이 들어오기 전인 중세 말부터 과일을 술에 조려 콤포트로 즐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조롱박 모양의 영국 배도 콤포트 재료로 많이 쓰긴 하지만 루바브나 구즈베리gooseberry 같이 단맛은 적으면서 신맛이 많이 나는 과채들이 콤포트로 만들면 특히 맛있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조려 만든 콤포트를 단독으로 먹지 않고 다른 것들에 곁..
영국인들이 아끼는 식재료 중에 '루바브'라는 것이 있습니다. 빨갛고 반짝반짝 세련된 윤기가 돌면서 날씬한 것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영국에서는 이 루바브가 매우 중요한 작물이어서 심지어 요크셔 쪽에 '루바브 삼각지The Rhubarb Triangle'라 불리는 독특한 방식의 루바브 재배지도 다 있습니다. 원래는 시베리아 원산으로 유럽 곳곳에서 재배를 하고 있지만 요크셔의 루바브 삼각지에서 재배한 것들은 특별히 유럽연합에 의해 PDO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유럽 곳곳에서 재배한다는데, 왜 요크셔 삼각지에서 자란 것들만 특별 대우를 할까요? 이 지역에서는 예로부터 특이한 방식으로 루바브를 재배하기 때문입니다. 루바브를 노지에 심은 뒤 2년간은 그냥 자라도록 둡니다. 이 기간 동안은 수확을 일절 하지 않습..
영국에 계신 유학생 여러분. 영국 땅을 뜨기 전에 영국의 칠리잼을 꼬옥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성상은 이렇습니다. 만드는 이마다 재료와 점도와 색상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성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사의 칠리잼 성분: Raw cane sugar, red chillies (19%), red peppers (19%), cider vinegar, onions, garlic, concentrated lemon juice, sea salt. 끝. 빵과 치즈 먹을 때 곁들이면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 겁니다. 저런, 먹다가 한 톨 흘렸네. 보석처럼 영롱하죠. 제이미 올리버의 2014년 새 요리책 ☞ Jamie's Comfort Food에서 보고 따라해본 치즈 샌드위치 토스트입니다. 만드는 법은 제가 전에 따..
▲ Still life with leeks by Carl Schuch, 1888, National Museum in Warsaw. 내 사랑 리크. 익혔을 때 양파 다음으로 맛있는 파가 이 리크가 아닐까 싶습니다. 달지만 고소하고 알싸하면서 우아한 맛이 납니다. 씹는 맛도 있고요. 영국 와서 처음 봤는데, 한국에서도 이제는 혹시 리크를 생산하고 있나요? 파 재배하는 나라라면 리크도 재배 못 할 이유가 없을 텐데, 우리나라도 리크를 생산하기를 간절히 염원할 뿐입니다. 얼마나 맛있는데요. 아래의 영국 동전 사진을 보세요. 리크는 웨일즈의 국가 상징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동전에도 들어가 있고, 우리 한국인들 대파 쓰듯 일상 식재료로 많이들 쓰고 있지요. 대파보다는 키가 크면서 몸통도 굵고 '터프'해 생으로는 안..
영국의 전통 피클인 호두 피클을 한 병 사 보았습니다. 18세기 중반에 이미 인기가 한창이었다는 기록이 있고, 1727년 영국 요리책에도 만드는 법이 실려 있습니다. 빅토리안 시대에 들어와서는 찰스 디킨스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도 언급이 될 만큼 진미delicacy로 통했었다고 합니다. 단단한 겉껍질이 형성되기 전 아직 연둣빛 꼬마일 때 따서 소금물과 촛물에 담가 삭힙니다. 영국에서는 대개 6월 하순에 따서 준비합니다. 뭣? 호두를 껍질째 먹는다고? 네에, 과육과 호두 껍질과 안의 호두를 모두 먹는 거죠. 신기하죠? 이렇게 연두색이었던 호두가 이렇게 검게 변하는 겁니다. 먼저 소금물에 10여일간 담갔다가 건져 공기 중에 말립니다. 이 자연 건조하는 과정에서 호두 열매의 색이 검게 변합니다. 그런 다음 피클..
영국 가정집 식품 선반cupboard에 꼭 있어야 하는 어니언 처트니. 체다 위에 얹어서, 소세지 롤 속에 발라서, 햄버거, 샌드위치, 타트 속에 넣어서. 양파 단맛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에나 잘 어울리므로 집에 꼭 있어야 합니다. 쓰임새가 무궁무진하죠. 영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식품이므로 어니언 처트니는 시판 제품들도 다들 잘 나옵니다. 집에서 만든 것처럼 첨가물 없이 성분도 좋고 맛도 좋아 굳이 시간 들여 집에서 만들 필요가 없어요. 저는 재미 삼아 집에서 한 번 만들어 보고 그 다음부터는 사서 씁니다. 제가 쓰는 어니언 처트니의 성분은 이렇습니다. 집에서 만들어 드실 분들을 위해 참고하시라고 올려 봅니다. 귀국해서 마음에 드는 제품 찾기 전까지는 저도 직접 만들어 먹어야겠지요. 의 어니언 처트니 성..
나는 새고기는 대체로 좋아하지만 칠면조는 싫다. 영국에도 이런 사람 많아요. 이런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칠면조 대신 다른 새고기를 먹습니다. 거위도 있고, 오리도 있고, 만날 봐서 지겹긴 하지만 닭고기도 있지요. 꿩이나 메추라기, 자고새, 산비둘기 등도 안 될 건 없죠. 값이 비싸서 그렇지, 영국인들은 이런 고기들도 잘 먹습니다. 평소엔 고급 레스토랑에나 가야 맛볼 수 있습니다. 꼭 새고기를 먹어야 해? 새고기가 싫은 사람은 네 발 달린 짐승을 먹으면 됩니다. 실제로 칠면조 대신 돼지고기나 쇠고기, 양고기, 토끼 고기, 사슴 고기 등을 먹는 집도 많아요. 고기 자체가 싫은 사람은? 다채로운 해산물을 즐깁니다. 수퍼마켓들이 화려한 모듬 제품으로 잘 내고 있습니다. 새고기도 싫고, 네 발 고기도 싫고, 해산..
▲ 크리스마스 만찬상의 칠면조 ▲ 전형적인 영국의 크리스마스 만찬상 ▲ 접시에 옮겨 담은 1인분 오늘은 칠면조나 거위, 닭고기 등에 끼얹어 먹는 소스gravy 만드는 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요리에 소질 있으신 '푸디foodie' 독자분들을 위해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menthal의 레서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2014년 세계 50대 레스토랑 선정에서 5위를 한 레스토랑의 셰프이자 미슐랑 3-스타 셰프이기도 합니다. 솜씨 있는 분들은 한번 도전해보세요. 맛 내는 핵심 무기로 닭날개와 탈지분유skimmed milk powder, 갈색 나도록 끓인 버터beurre noisette, 셰리 비니거sherry vinegar를 씁니다. 헤스톤의 가금poultry용 그레이비 재료 [4~6인분] • 닭날개c..
햄이나 생선 요리에 곁들이는 파슬리 소스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고든 램지 선생이었던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의 가정식 레서피로 소개해드립니다. 미슐랑 3-스타 셰프였습니다. 재료 • 무염버터 25g • 밀가루 25g • 우유semi-skimmed milk 500ml • 채수vegetable stock [저는 젤gel 성상의 농축된 ☞ Knorr Vegetable Stock Pot를 씁니다. 이걸 쓰면 소금이 이미 들어 있어 간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되나 집에서 직접 채수를 내서 쓸 분들은 농축시켜 물기를 최대한 줄이고 간을 따로 하셔야 합니다.] • 더블 크림double cream이나 싱글 크림single cream 50ml [더블 크림은 유지방 48%의 진한 영국 크림을 말합니다. 열에 의해 분리되지 않아 ..
▲ 영국 가정요리의 대모 딜리아 스미쓰Delia Smith ▲ 영국 가정의 필수품, 딜리아 스미쓰의 크리스마스 요리책 ▲ 이 책에 담긴 영국 전통 소스 '컴벌랜드 소스'. 허니 로스트 햄, 고기 파이, '콜드 컷' 등에 곁들인다. ▲ 컴벌랜드 소스 재료인 레드커런트 젤리 ▲ 레드커런트 ▲ 컴벌랜드 소스의 또 다른 재료, 잉글리쉬 머스타드 파우더 컴벌랜드 소스 재료 • 왁스 처리하지 않은 중간 크기 레몬unwaxed lemon 1개 • 왁스 처리하지 않은 중간 크기 오렌지unwaxed orange 1개 • 레드커런트 젤리redcurrant jelly 4큰술 수북이 [1큰술 = 15ml] 레드커런트 함량 높은 질 좋은 것으로 • 포트port 4큰술 • 잉글리쉬 머스타드 파우더 1작은술 수북이 [1작은술 = ..
영국인들의 크리스마스 만찬상에 오르는 소스, 두 번째 시간이 되겠습니다. 이름도 진부하기 짝이 없는 '브레드 소스'입니다. 중세 때부터 존재하던 '빵 소스'들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게 이 브레드 소스라고 하네요. 뼈대 있는 소스입니다. ㅋ 제가 영국의 크리스마스 음식들을 소개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 이 소스를 포함시킬 것인가를 놓고 잠시 고민을 했었습니다. 증점제thickener로 먹다 남긴 빵을 쓰다니, 안 될 것은 없다만, 다른 날도 아니고 하필 명절에... 명절인데 너무 '빈티' 난다고 생각했었죠. 다 만들고 나서 한입 먹어보고는 다쓰 부처 깜놀. 이거 소개 안 했으면 어쩔 뻔! 미슐랑 2-스타 셰프 톰 케리지Tom Kerridge의 레서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영국의 서민 음식인 펍 음식들pub..
다쓰베이더가 집에 오는 길에 생크랜베리 한 봉지를 덜렁 사 갖고 들어왔습니다. "아니? 시어서 생으로 먹지도 못 할 과일을 무엇하러 사 왔소?" 크리스마스 만찬상에 올리는 소스를 만들겠답니다. 크랜베리 소스는 그간 병제품으로 사 먹기만 했는데, 조리법을 보니 쉬워 보여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만들기 쉬운 소스를 소개해 자기도 이 블로그에 뭔가 기여를 하겠답니다. 안 말립니다. 익혀서 만드는 소스와 열을 가하지 않고 만드는 생 소스, 이렇게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둘 다 아주 맛있었습니다. 익힌 크랜베리 소스 재료 • 크랜베리 300g, 냉동이든 생이든 관계 없음 • 연한색 머스코바도 설탕light brown muscovado sugar 100g • 오렌지 즙이나 주스 100ml..
오늘은 영국의 크리스마스 만찬상 구성 요소 중 9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스터핑"이라고 부릅니다. 스터핑? 네에, 어딘가에 채워 넣는다는 소리죠. 크리스마스 칠면조의 '뻥' 빈 속cavity에 채워 넣는 양념 고기 소를 말합니다. 맛있게 양념한 소세지 고기에 양파와 세이지sage를 더 넣어 칠면조 속에 꼭꼭 채워 넣는 건데, 닭고기나 칠면조 같은 흰살 새고기들은 고기 자체의 맛이 밋밋해 맛있게 양념한 붉은 고기로 이렇게 속을 종종 채워 넣곤 합니다. 속을 채우고 남은 것은 돌돌 뭉쳐 위 사진에서와 같이 만찬상에 따로 곁들이기도 하는데, 이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서 칠면조는 안 굽더라도 이것만 별도로 준비해 먹는 사람도 많습니다. 오늘은 소세지 고기를 안 넣는 채식주의자 판으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영국인들의 크리스마스 만찬 음식을 일인분 옮겨 담은 모습입니다. 제가 12월 10일부터 만찬상 구성 요소들을 하나씩 소개해 오고 있는데요, 에, 어디 보자... 빼먹은 거 없나... 명절 나물은 이미 소개를 해 드렸고 [1, 2, 3] 소스도 소개해 드렸고 [4, 5, 6 - 브레드 소스는 이 접시에 안 올라와 있음] 터키도 소개해 드렸고 [7] 앗, 8, 9, 10이 아직 남았네요. 오늘은 8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름하여 '담요 두른 돼지들'. 첫 번째 사진에는 양념한 돼지고기를 미트볼처럼 동그랗게 만들어 베이컨에 말았는데, 대개는 바로 위 사진에서처럼 소세지를 말아서 만듭니다. 칠면조나 거위 구운 것 옆에 장식으로 조로록 두지요. 크리스마스 만찬상에 오르는 필수 요소이나 연말연시 콕테일 파티 때..
영국인들의 '고기 만두', 소세지 롤을 소개합니다. 일년 내내 볼 수 있지만 크리스마스 즈음엔 특히 많이 보입니다. 작게 만든 것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파티에 '핑거 푸드'로 내기 좋거든요. 소세지 빵은 한국의 제과점에서도 많이들 팔고 있죠? 발효시킨 푹신한 빵으로 소세지를 감싸도 되지만 영국인들은 파사삭 부서지는flaky 파이지로 만드는 걸 더 좋아합니다. 쇼트크러스트 페이스트리shortcrust pastry, 퀵 플레이키 페이스트리quick flaky pastry, 클래식 퍼프 페이스트리puff pastry,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고기소는 꼬들꼬들 씹히고 파이지는 "콰직" 소리 내며 먹을 때 막 부서져 떨어지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 잘 나가는 영국의 제빵사 폴 홀리우드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영국인들이 일년 중 훈제연어를 가장 많이 먹는 때가 크리스마스입니다. 스코틀랜드와 런던의 스모커리smokery들이 훈제연어 내느라 이때 무척 바빠지죠. 훈제도 잘하고 맛도 잘 내는데다 유럽연합국이라 연어 양식 기준도 노르웨이보다 높아요. 특히 런던 스모커리들의 훈제연어London Cure는 영국 정부가 현재 유럽연합에 PGI 신청까지 다 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연어를 좋아해 한국에 있을 때부터 숱하게 연어를 먹다 영국에 왔는데, 여기 와서 먹어 보니 한국에서 먹던 '훈제'연어는 명함도 못 내밀겠습니다. 제가 훈제라는 글자에 홑따옴표를 붙인 이유는, 한국에는 진짜 연기를 쏘여가며 장시간 훈제하지 않고 훈연액에 담그거나 살에 주삿바늘로 훈연액을 찔러 넣는 ☞ 엉터리 훈제연어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열 과..
미니양배추. 꼬마양배추. 방울양배추. 알양배추. 공식 명칭은 방울다다기양배추. 방울만 한 양배추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해서 방울다다기양배추. 이름 기차게 잘 지었죠. ☞ 식재료 우리말 이름 대체 누가 짓고 있는 겁니까? 영국에서는 브러쓸스 스프라우츠Brussels sprouts라고 부릅니다. 지금이 제철입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만찬상에 빠지지 않고 꼭 올라옵니다. 이름에는 벨기에의 브뤼셀이 들어 있지만 유럽에서 이 브러쓸스 스프라우츠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영국입니다. 영국에서는 무려 축구장 3,240개에 해당하는 면적에서 이 브러쓸스 스프라우츠를 재배하고 있어요. 품종도 110종이 넘는다고 하죠. 한국에서는 이제야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영국에서는 이걸 먹은 지가 벌써 수백년이 되었습니다. 한알..
기웃이: '브레이즈드braised'가 무슨 뜻인가요? 단 단: '브레이징braising'이란, 고기나 채소의 겉을 물기 없이 높은 온도에 잠깐 지져 겉면의 맛을 향상시킨 뒤 소량의 액체를 붓고 뚜껑 덮어 약한 불에 뭉근히 오래 끓이는 조리법을 말합니다. 브레이즈드 레드 캐비지는 다쓰 부처가 좋아하는 영국 채소 요리 중 하나입니다. 현대에 와서 육종을 통해 그린 캐비지에서 색 예쁜 레드 캐비지를 새로 개량해 낸 게 아니라, 영국에서는 이미 중세 때 이 레드 캐비지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브레이즈드 레드 캐비지를 꼭 영국음식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게, 북유럽과 독일 사람들도 같은 걸 즐깁니다. 특히, 독일에서는 이걸 연중 내내 먹는다고 하네요. 다만 조리법에는 차이가 좀 있어 보입니다. 독..
한국인들은 설과 추석을 쇠고, 미국인들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를 쇠지요. 영국인들은 크리스마스 하나에 '올인'입니다. 부활절도 있긴 하지만 크리스마스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영국의 크리스마스 만찬상은 정말 화려하고 푸짐합니다. 크리스마스 음식들만 담은 두꺼운 요리책도 다 나와 있을 정도예요. 오후 3시면 해가 지고 비까지 오는 음습한 겨울에 이 크리스마스마저 없으면 영국인들 죄 우울증 걸려 큰일날 겁니다. 크리스마스 만찬상의 주인공은 거위나 칠면조 구이입니다.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을 배불리 잘 먹이려면 몸집이 작은 거위보다는 덩치 큰 칠면조가 좀 더 낫다고 해서 칠면조를 먹는 집이 많긴 한데 맛은 거위가 더 낫다고 하죠. 영국의 미식가들과 미슐랑 스타 셰프들은 거위를 선호합니다. 고기..
저희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수퍼마켓의 냉장 생소세지들입니다. 5분 거리에 있는 수퍼마켓의 생소세지들은 너무 많아서 못 긁어 왔습니다. 종류가 다양해 골라 먹는 즐거움이 있어요. 조제 소세지는 또 따로 있는데, 그건 나중에 별도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소세지만 있나요, 햄도 있지요. 그것도 나중에 따로 소개를 해 드리겠습니다. 영국도 소세지가 상당히 발달해 있는 나라입니다. 아침부터 소세지를 찾으니(full breakfast) 소세지가 발달할 수밖에요. 특히, 돼지 사육 환경이 참 좋습니다. 품종도 다양하고요. 그 유명한 바크셔 돼지가 바로 영국 품종입니다. 쓰기는 'Berkshire'라고 쓰는데 발음은 '버크셔'가 아니라 '바크셔'라고 합니다. 'Derby'도 '다비'로 발음합니다. ▲ 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