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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은 수납을 매우 잘하고 삽니다. . . . . . 엄청난 귀차니스트이거든요. (꽈당) 귀차니스트는 일단 최초의 수납 설정을 잘 해 놓아야 나머지 시간을 귀차니스트답게 온전히 탱자탱자 할 수 있습니다. 찾는 물건이 아무리 늦어도 20초 안에는 내 손에 들어와 줘야 귀차니스트의 삶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어요. 소중한 내 인생, 빈둥거려야지 왜 물건 찾는 일 따위에 허비합니까? (기웃이: 오오, 일리 있어요.) 단단은 물건 찾는 데 20초 이상 시간이 걸리면 헐크처럼 변하면서 포악해집니다. 찢어먹은 옷이 한두 장이 아녜요. 오늘은 냄비와 찻잔, 조리용 소품들 수납한 걸 보여드릴게요. 수납이랄 것도 없이 그냥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눈에 보이게 주욱 늘어놓습니다. 편수 냄비나 벽에 걸 수 있는 납작한 냄비들 ..

▲ 단단의 시모께서 먼먼 옛날 혼수로 장만하셨던 접시들. 두 장 남은 것을 기념품으로 달라고 졸라 물려받았다. 표면에 흠집이 잔뜩 생기고 전사가 많이 벗겨졌다. '허니문 베이비'인 다쓰베이더도 이만큼 낡았다는 소리. 우리 영감님은 56세에 돌아가셨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심장이 멈추는 바람에 "얘들아, 나 간다, 안녕." 소리도 못 하고 그냥 가 버리셨다. 이십대였던 단단은 장례를 치르며 '남들보다 조금 일찍 가셨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나이가 든 지금에 와서야 그게 얼마나 이른 죽음이었는지 깨닫고 탄식에 탄식을 거듭한다. 56세라니. 이제 내 큰오라버니가 이 나이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형제나 사촌, 친지, 블친 중에서 56세가 되었거나 56세가 돼 가는 분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근심을 하게 되고 조..

단단이 아끼고 사랑하는 만화 (1975-79)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집에 갖고 있는 여섯 권짜리 '흑백 애장본'에서 오늘의 글 주제에 맞는 백파이프 장면들만 사진기에 담아 봅니다. 여섯 살의 캔디 모습, 한숨 나오게 귀엽죠. 제가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기나 꼬마를 보면 신비로워서 넋을 놓고 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정교한 미니어처 사람이 다 있죠? 작은데 꼼꼼히 살펴보면 있을 게 다 있어요. 손톱, 발톱, 속눈썹, 머리카락 등이 섬세하게 붙어 있고 심지어 손가락 같이 주름이 있어야 할 곳에 주름도 벌써 다 있어 볼 때마다 많이 놀랍니다. 성인이 돼서 이 만화를 다시 보니 인물들이 다들 동글동글, 앳되고 사랑스럽습니다. 순정만화에서는 길죽하게 뻗은 신체가 기본 설정인데 는 다르죠. 어릴 때 그렇게 ..

Who Shall Separate Us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Sir James MacMillan CBE (b 1959) composed for this Service (The Funeral of HM Queen Elizabeth II, 2022. 09. 19.) 엘리자베쓰 2세의 장례 예배를 위해 새로 작곡된 무반주 합창 성가 제임스 맥밀란 작곡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성가대와 왕실 직속The Chapel Royal, St James's Palace 성가대 연합 연주 킹 제임스 성경KJV에서 발췌한 가사 Who shall separate us from the love of Christ? Neither death, nor life, nor angels, nor ..

하... 사진을 발로 찍었어요. 수직으로 내려다보며 찍을 땐 손이 흔들리므로 조리개를 한껏 조여야 초점이 겨우 맞을까말까 한데 이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피사체에서 떨어져 찍은 뒤 여백을 잘라 내면crop 될 것을 뜬금없이 접사질은 또 왜. 독자들께 포장에 있는 작은 글씨의 정보를 드리고자 화면 가득 차도록 근접 촬영질을 한 모양인데, 결과물이 신통찮아 시식기 쓰는 걸 그간 미뤘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발샷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날은 켕겨서 밤에 잠도 잘 안 옵니다. 내 손이 내 이름에 먹칠을 합니다. (아니, 발로 찍었는데?) 그래도 영국에 있을 때 맛있게 먹었던 치즈이니 용기를 내서 시식기를 올려 봅니다. 한국에는 아직 수입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치즈는 '트리플 크림..

트러플로 맛내는 치즈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1) 브리 같은 흰곰팡이 연성 치즈 완성된 것을 가져다 반 갈라 트러플 크림 치즈 층을 삽입하는 샌드위치형이 있고, (2) 오늘 소개해 드릴 치즈처럼 아예 치즈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트러플 조각을 넣어 치즈와 함께 장기 숙성시키는 경성 치즈hard cheese 유형이 있으며, (3) 신선 치즈, 크림 치즈, 또는 고형분 상태일 때 유지방 함량 75% 이상이 되는 사악하기 짝이 없는 '트리플 크림 치즈' 등을 맛낼 때 쓰기도 합니다. 즉, 블루 치즈를 제외한 거의 모든 치즈에 트러플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수 개월 숙성시키는 하드 치즈에 넣는 트러플 조각은 치즈와 함께 숙성을 하게 되므로 완성된 브리에 넣어 바로 먹는 것보다 더 적은 양..

2016년 12월 24일 영국에 있을 때 맛보았던 치즈의 시식기를 뒤늦게 올려 봅니다. 완성된 브리 치즈를 반 갈라 그 사이에 크림crème fraîche + 마스카포네 + 트러플 조각 (2.5%) + 트러플향의 혼합물을 삽입한 맛치즈flavoured cheese입니다. 가운데에 이질적인 층이 보이죠? 트러플 브리라는 장르가 아예 따로 있어 트러플 산지의 가정집들이나 미식가foodie들이 직접 조제해 먹기도 하고 여러 브랜드에서 내기도 하는데, 브리는 강한 생양송이 향미를 가지고 있어 트러플과는 궁합이 좋습니다. 신음하며 먹었었습니다. 브리 스타일 치즈가 아니더라도 여타 치즈나 조제고기에 트러플을 소량 첨가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보시면 한 번쯤 맛보세요. 한국에는 트러플 새우깡도 다 나왔죠. 그것도 ..

▣ 제가 예전에 실없는 꿈 이야기를 한 적 있는데 기억하시는 분? 아래의 연결문서를 잠깐 보고 오십시오. ☞ 김정은 꿈의 배경으로는 당시로선 생소하던 '치즈 바'가 나왔었지요. 그 꿈 꾸고 나서 로또 당첨돼 거금 생기면 치즈 바 차려 주말마다 블친들 초대해 먹고 마시면 참 좋겠다 생각했었습니다. 아아,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여라. 그런데 2019년 9월, 위 사진과 같은 회전(!) 치즈 바가 런던에 생겼습니다. 제가 귀국하고 난 다음이죠. 애통 원통 분통. 나 없이도 런던은 잘 돌아가고 있구나. 세계 최초라죠? 영국에 있었으면 개업 소식 듣자마자 다녀왔겠지만 코로나 시국에 한국에 있으니 아래의 영상으로 대리만족해 봅니다. 영국산 치즈들로만 낸다고 합니다. 곁들이도 영국산 아티잔 식품들이 주를 이루고요. ▣ ..

밤 사이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방금 마치 내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듯 말했는데,영국에 10년 넘게 살면서 TV나 신문을 통해 늘 소식을 듣고, 동전·지폐·우표에 새겨진 얼굴을 보고, 크리스마스 아침마다 귀 쫑긋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대국민 덕담을 듣다 보면 남의 할머니도 내 할머니 같아진다. 유학생도 이럴진대 영국인들(과 영연방 사람들)은 더하겠지. 왕실에 아기들이 새로 태어날 때마다, 자라서 세례 받고 유치원 가고 학교 간다는 소식 들을 때마다, 내 일가친척 아이들 소식을 듣듯 반갑다. "아이구, 벌써 이렇게 컸어?" 그리고 그 아이들이 장성해 결혼을 하고 자기 아이를 낳는다. 내 가문이 이어지듯 이들 가문도 이어진다. 수많은 무슬림 및 타 종교 국민들이 있어도 영국의 국교는 어쨌거나 개신교Chur..

▲ Duke's Hall, Royal Academy of Music, London, 2007.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쇼팽의 음악은 감미로워요." 그런가요? 수줍음 많이 타고 혼자 있기 좋아하는 단단이 마찬가지로 내향적introvert이었던 쇼팽의 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것. 아찔한 속도Presto con fuoco, 긴장감 도는 반음계적chromatic 선율, 포르티시모ff 의 강한 음량과 수많은 강세(fz, >), "최대한 격렬하게con più fuoco possibile" 연주하라는 마지막 부분coda. 20대 초반 조용했던 청년의 광기. 헤비 메탈보다도 강렬한 200년 전 음악. 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1849. ▲ 시작하자마자 공격적..

비밥(Bebop) 글에 달린 덧글. 10년 넘게 블로그질 하면서 차단한 작성자 이름과 IP 주소가 전화번호부 분량. 노인들만 이 짓 하는 줄 알았더니 광고 덕지덕지 붙인 젊은 블로거들도 똑같은 짓 한다. 창의력 떨어지는 사람들. ▲ 시부모님 댁의 잘 자란 선인장.

날이 많이 선선해졌습니다.이번 가을에는 베이스가 근사한 음악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오늘은 비밥을 걸어볼게요. 저는 옛날 재즈, 모던 재즈, 현대 재즈, 다 좋아합니다. 뉴올리언즈 재즈와 스윙도 좋아하고, 비밥과 이후의 하드 밥, 쿨·모달 재즈, 라틴 재즈, 프리 재즈, 퓨전, 다 좋아요. 장르와 종류, 상관없이 뭐든 그 안에서 '잘 만든 음악'을 좋아합니다. 어느 실력 좋은 베이스 연주자가 비밥의 거장이었던 알토 색소폰 주자 찰리 파커의 에서 베이스 부분만 놓고 비밥에 대해 설명합니다. 요지인즉슨, 옛 거장들의 음악어법은 낡지 않았고 요즘 음악에 그 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져 살아 숨쉬고 있으니 여전히 존경 받아 마땅하다, 뭐 이런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베이스를 설명하는 영상이라서 드럼은 빠졌습니다. 연..

제가 말이죠, 가슴은 소박하나 엉덩이는 한국인에게 매우 드문 '애플'형입니다. 그런데 이 탱탱볼처럼 탱탱하던 애플힙이 운동을 하도 안 했더니 힘이 점점 빠져 의자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마치 엉덩이뼈가 의자에 직접 닿는 것처럼 얼얼하고 아프더란 말이죠. 그래서 지난 일년간 계단만 보았다 하면 운동 삼아 열심히 올랐었습니다. 한여름에도요. 너무 바빠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낼 수 없어 고육책으로 외출할 때마다 계단이라도 오른 건데 이게 해보니 은근히 재미있고 성취감도 있어요. 이제는 허벅지에 힘이 느껴지고, 무릎 시큰거리는 것도 없어졌으며, 엉덩이는 탄력을 되찾았고, 폐활량도 많이 늘었습니다. 여러분께도 강추. 얼마 전에는 지하철 객차 안에서 광고를 보고 '눈이 번쩍' 했었습니다. 이런 게 다 있었어?! 계단 ..

▣ ▲ 한국의 버섯. ▲ 표고. 우표 한 장 23×33mm. 세상 맛있는 버섯, 표고. 다들 반찬으로 어떻게 해 드세요? 채썬 양파나 다른 부재료 넣고 볶아 드시는 집도 있고 (권여사님) 들깨에 버무려 드시는 집도 있죠. (반찬가게에서 흔히 보는 스타일) 단단은... 좀 괴상하게 해먹습니다. 우리 집 표고 반찬 레서피, 수줍지만 공개. 재료는 단 네 개. ▣ 단단네 이상한 표고 반찬 재료 • 표고 (생표고든 건표고든 집에 있는 걸로. 전자는 보들보들 야들야들 식감이 더 부드럽고, 후자는 우마미 폭탄이라 맛이 더 좋고.) • 이금기 프리미엄 굴소스 • 생크림 (한국에도 200ml짜리 소포장 판매중. 가당 제품 사지 않도록 주의. 유지방 함량 대개 38%. 영국에 계신 분은 유지방 48%의 '더블 크림'을,..

▲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핵폭탄을 투하한 美 전략 폭격기 'B-29 수퍼포트리스'. 덕분에 한국은 해방을 맞을 수 있었다. 77년 전 오늘. "1944년 3월부터 일본이 무조건 항복할 때까지 B-29는 수백 회에 걸쳐 일본 본토를 맹폭격하여 66개 주요 도시를 말 그대로 불바다로 만들어 일본의 전쟁 수행 의지를 꺾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독일을 불바다로 만들었지만 약 30퍼센트가 격추되었을 만큼 많은 고초를 겪은 B-17과 달리 태평양 전선의 B-29는 호위기의 엄호도 없이 일본본토 구석구석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폭격을 해대었다. 대공포가 도달하지도 못할 고고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느긋하게 폭탄을 퍼부어대는 B-29 편대를 일본은 그냥 뻔히 쳐다보아야만 했다. 일본의 전투기들은 B-29의 비행..

'피할 수 없으면 견뎌라.' 혹은 '즐겨라.' 귀국한 해에 단단은 한국의 무시무시한 장마를 앞두고 비를 즐기기 위해 간지 나는 영국 장화를 샀었습니다. 지금까지 잘 신고 있죠. 제가 대중교통이 지나치게 좋은 곳에 살아 차를 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중교통 타는 데까지 늘 걸어 다닙니다. 비 오는 날도 얄짤없이 걸어야 합니다. 영국에서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거나, 부슬부슬 흩날리거나, 바람을 동반해 수평으로 내릴 때가 많아 사람들이 우산을 아예 쓰지 않고 다니기도 합니다. 장화도 비 때문에 신는 게 아니라 들판이나 공원, 시골길 산책을 위해 신고요. 질척이는 길이 많거든요. 특히 ☞ 글라스톤버리 뮤직 페스티벌 같은 '힙'한 행사에는 필수템입니다. 정원 일이나 텃밭 일 할 때 신기도 합니다. 한국은 장마철과..

PC 속 사진첩 정리하다가 발견한 어느 성격 테스트 결과지를 올려본다.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의 이론을 토대로 만든 것으로, 무려 243가지 유형의 성격으로 분화돼 있다.재미 삼아 한번 해보시라.☞ https://egogramtest.kr 다음은 단단의 결과.BAAAC형. 얼마 전 결혼기념일을 맞아 영감한테 나랑 사는 거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재밌어." 과연. 테스트 결과대로. 참고로, 나 정도면 엄청 잘 나온 편이다.☞ 에고그램 테스트의 뼈 때리는 다양한 결과 모음 이것도 다 맞고.☞ 과민한 사람 (highly sensitive person) 테스트 3년 뒤 다시 해봤더니 243개 타입 중 또 BAAAC형.;;

빠듯하게 생활하던 유학 시절에도 결혼기념일은 어김없이 돌아왔다. 돈 없는 다쓰베이더가 보석이 잔뜩 든 함을 어느 결혼기념일에 슬며시 찻상 위에 올려 놓았었다. 채리티 숍에서 75펜스, 우리돈 약 1천원 주고 집어 온 눈 결정 사진집이다. 미국에 계신 분들은 아마 이 대단한 일을 한 미국인의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지도 모르겠다. 윌슨 벤틀리(Wilson Bentley, 1865-1931)는 교사였던 어머니로부터 15세 때 현미경을 선물 받아 주변의 온갖 것들을 들여다보다가 눈 결정에 매료되었다. 처음에는 이를 그림으로 남겨 보려 했으나 금방 녹아 사라지는 특성상 지독한 어려움을 겪었고, 17세 생일에 현미경이 붙은 사진기를 선물 받고는 그림이 아닌 사진으로 남기기로 결심한다. 녹아 사라지는 것을 포..

누리터에 가끔씩 올라오는 성격이나 성향 테스트를 재미 삼아 꼭 해보는 편인데, 내게는 놀랍게도 예외 없이 다 잘 들어맞아 늘 신기해하곤 한다. 최근 해본 것은 외부의 자극들로부터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인지 알아보는 '과민도' 측정. 타인의 결과를 보고 나면 답하는 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 먼저 한번 응해 보시라. 5분도 안 걸린다. ☞ 과민한 사람 (HSP) 테스트 다음은 트위터에 올라온 여러 사람들의 테스트 결과를 무작위로 나열해 본 것. ▲ 타인 1 ▲ 타인 2 ▲ 타인 3 ▲ 타인 4 ▲ 타인 5 ▲ 타인 6 ▲ 타인 7 ▲ 단단 (켁) 해석하자면, 내외적 혼란한 상황이 내 정신과 내 생활을 잠식하도록 호락호락 내주지는 않는 강철 멘탈 쪽에 가깝지만 남들 무심히 지나치는 사물이나 현상에 혼..

(가로로 긴landscape 사진들은 클릭하면 큰 사진이 뜹니다.) ▲ 분홍색으로 표시한 대로大路가 테헤란로. 강남역에서 삼성역 넘어서까지 이어진다.검은점(●)으로 표시한 곳이 선릉역점. 블로그 이전 후 첫 음식글로는 무얼 쓸까 궁리하다가 지난 3월 초부터 7월 말까지, 5개월간 모은 집 근처 던킨 매장의 도넛과 간단한 끼닛거리 사진들을 올려봅니다. 종류가 많아 사진 보시는 동안 행복해질 거예요. 다들 'guilty pleasure' 음식 중 으뜸 가는 것으로 무얼 꼽으시렵니까. 저는 글레이즈드 도넛과 밀크 셰이크요. 심지어 글레이즈와 필링을 동시에 쓰면서 토핑까지 얹은 도넛도 다 있더군요. 지난 달에 사 마셨던 Shake Shack>의 밀크 셰이크는 열량 높은 셰이크 위에 휘핑..

"찰기는 감칠맛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이 패티는 육수와 함께 녹은 젤라틴질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어요. 인간의 몸에서 물리적 자극에 제일 민감한 곳 - 입천장 안쪽, 연구개. 그곳을 찰기 있는 패티와 걸쭉한 소스가 요염하게 자극하죠." - 시즌2, 제3화 햄버거 대결 중 아라토 히사코의 말. "식재료 보고 관능미를 느끼시는군요. 저도요. 종이처럼 얇게 썬 햄이 주름져서 접혀 있을 때, 살짝 가른 수란에서 끈적한 노른자가 쏟아져 나올 때, 아직 익히지 않은 상태의 영국 생소세지를 볼 때, 잘 숙성된 흰곰팡이 연성 치즈를 상온에 30분 두어 흰곰팡이 층 바로 밑에 매끄럽게 흐르는 속살이 생겼을 때, 관능적이고 예술적이죠." - , 단단의 답글. 상온에 30분 둔 로꺄마두르Rocamadour 치즈. "국수를 ..

블친 블루제이 님께서 그제 자정 넘어 다음과 같은 날벼락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쿵.다음 블로그가 언젠가 티스토리 블로그에 흡수될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시작되다니요.소식 들은 날부터 당장 이전 신청이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공지를 찬찬히 읽어보니 본문만 이전 가능하고 덧글과 방명록은 포기해야 한다고 해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10년 넘도록 쌓인 그 소중한 덧글들을 다 버리라고?내 집 덧글들은 본문보다 더 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 블루제이 님으로부터 통합 소식을 들은 게 7월 5일 새벽 1시경. 그때부터 덧글을 보존하기 위해 단순작업의 천재 다쓰베이더가 1,700개가 넘는 발행글과 미발행글 화면 전부를 html 파일로 저장하기 시작했고, 그 사이 단단은 새 집에 쓸..

▣ ▲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하틀그림스키르캬Hallgrímskirkja. 2022년 5월. ☞ 더가까이 님의 여행기에서. 나라 이름에 얼음이 들어있는 아이슬란드의 서늘하고 청명한 찬송가를 한 곡 소개해 봅니다. 13세기 중세 아이슬란드의 찬송시hymn에 700년이 지나 아이슬란드 작곡가 쏘르케틀 시퀴르표른손Þorkell Sigurbjörnsson, 1938-2013이 새로 곡을 붙였습니다. 이 아름다운 찬송시에 걸맞는 곡조가 없음을 안타까워한 작곡가가 어느 날 '영감'을 받아 하루도 안 걸려 선율과 화음을 지어 붙였다고 하죠. 대개의 찬송가가 그렇듯 가사 첫 줄'Heyr himna smiður'이 곡 제목이 됩니다. 3절로 되어 있으며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맨 앞 열은 중세 아이슬란드어, 두 ..

서울시청 앞에 있는 플라자 호텔의 한식당 에 생일밥 먹으러 왔습니다. (또?) 6월 한달 동안 잘 먹고 잘 놀기로 했다고 말씀드렸었죠. 올해 생일에는 왜 이렇게 유난을 떠냐면요, 최근 가까운 이들 중 무려 세 명이나 암 진단을 받아 제가 몹시 슬프고 심경이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윗세대 분들이 암에 걸렸다는 소식만 듣다가 나이가 들어가니 이제는 내 세대 사람들이 암 투병 한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저도 다음달에 암 검사 두 가지를 앞두고 있고요. 제가 지금 하늘에 대고 피켓 드는 거예요. 힘 닿는 한 잘 먹고 잘 놀아보겠다며, 고통과 슬픔을 '디폴트'로 준 조물주를 향해 시위하는 중입니다. 식당 입구. 저는 생일 맞은 단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식당 내부. 왼쪽에는 한식 재료들과 직접 담근 식초들. 아..

- 회색에 대하여 - ▣ 블친의 ☞ 아이슬란드 여행기에서 허락 받고 가져온 사진입니다.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보세요. 왼쪽에 녹색 풀이 보이는 걸 보니 컬러 사진은 맞는데 이 한 장의 사진에 얼마나 다채로운 회색이 들어있는지 보십시오. 암회색, 진회색, 연회색, 은회색, 청회색cool grey, 적회색warm grey, 갈회색brown grey... 각 회색 안에서도 채도와 명도가 다르고요. 너무 근사하지 않아요? 이제 장마가 시작되었죠. 비 오는 날의 회색빛 하늘, 우울해집니까? 제가 영국에 오래 살다 와서 회색을 즐길 줄 압니다. 영국과 가까워 기후가 비슷한 아이슬란드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영국인들은 우리가 '우중충하다'라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하늘을 보고 "How many different s..

(노스포) (반말 주의) 전투기 공중전dogfight 장면을 몹시 좋아하는 단단은 걸어서 갈 수 있는 집 근처 영화관을 두고 새벽에 일어나 눈 비비며 편도 한 시간 걸리는 데를 지하철 갈아타고 가서 보고 옴. 아이맥스 아니면 안 돼. 빨리 예매해. 1편 (1986) 꼭 보고 가고. 베테랑 중년이 시건방진 애송이(들) 한 수 가르치는 이야기는 언제 보아도 좋군. 중년 화이팅. 멋지게 나이 들고 있는 톰 크루즈 보니 내가 다 뿌듯. 중년에 살만 안 쪄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니 부지런히 살 빼자. 팝콘 먹을 겨를 없어. 사지 마. 내 주변에 팝콘 바께쓰로 담아 갖고 들어와 앉은 사람들, 거의 못 먹고 도로 들고 나갔어. 영화 끝나고 사 먹어. (졸리니 잠 좀 자고 일어나서 마저 수다를.) . . . . . ...

의 커피 드립백이 배송돼 왔습니다. 핸드 드립용 10g짜리 분쇄 원두 백 20개. 무언가 알록달록 모듬으로 들어있는 거, 신나지 않아요? 다 다른 산지의 원두와 블렌드가 무려 20종입니다. 각 원두별 소개 카드까지 사이사이 빠짐없이 끼워 놓았어요. 선물로 아주 좋겠습니다. 남양주시에 있는 레스토랑/커피하우스/박물관 소개. 커피 정기 구매 및 상품 소개. 핸드 드립 원두 정기 배송과 우리기 안내. 커피 음미하는 법. 이런 식으로 20종이 들어있습니다. 카드 뒤에는 원두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이, 드립백 포장 뒷면에는 우리기 방법이 인쇄돼 있습니다. 만행. 쓴맛을 못 견디는 저는 뜨거운 물로 핸드 드립 하지 않고 24시간 냉장고에 넣어 '콜드 브루'해 마시기로 했습니다. 20종 모두 시음 후 소감을 추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