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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성이 만일 (짝)사랑하는 여성에게 카톡으로 "하얗게 부서지는 꽃가루가 되어 너의 꽃 위에 앉고 싶어."라든가, "두둥실 떠가는 쪽배를 타고 너의 호수에 머물고 싶어.", "사르르 달콤한 와인이 되어 네 입술에 닿고 싶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면, 그는 나이브 + 올드 패션드 닭살 은유에 놀란 상대 여성으로부터 "오빠, 쫌..." 한숨 섞인 핀잔을 듣거나, 읽씹을 당하든가, 차단을 당할 게 분명하다. 갈무리 화면은 여초 커뮤니티의 조리돌림감으로 딱이다. "네가 만일 나를 떠나면 끝까지 따라갈 거야." 같은 메시지는 경찰서 각이다. 그런데 같은 문구가 노래의 가사가 되었을 때는 우리 모두 한없이 관대해진다. 아래의 시를 노래가락에 얹어 듣는 순간 우리는 더 잘 음미하기 위해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
'라떼는 말이죠' 대중가요 중간에 흐느끼는 듯한 인상적인 일렉 기타 솔로가 들어갔었습니다. 이 기타 솔로들, 지금은 어디로 갔나요. 단단은 날라리 중학생 시절, 기타 소리에 매료돼 공부는 내팽개치고 클래식 기타와 포크 기타와 일렉 기타 치며 돌아다녀 (세 종류 다 있었음) 화난 권여사님이 제 포크 기타 한 대를 부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명문고 갔어요. 그럼 됐죠, 뭐. 날라리 고등학생 시절에는 또 연애질하고 돌아다녀 부모님을 화나게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덜컥 임신할까 봐 걱정하셨는지 금족령도 내려졌고 감시도 당했었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명문대 갔어요. 그럼 됐죠, 뭐. (어, 얄미워.) 1980년대와 90년대 노래들에 삽입되었던 일렉 기타 솔로들 중 어떤 곡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앞 크리스마스 트리 보러 가서는 기분이 좋아져 지하 식품관에 내려가 10만원어치 쵸콜렛을 샀다고 했었죠. (꽈당) ☞ 2022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크리스마스 장식 그중 독일 리터 슈포트 쵸콜렛을 드디어 다 먹었습니다. 간략하게 시식기를 남겨봅니다. 요거트 Yogurt 요거트맛 쵸콜렛이라니요, 참신합니다. 신맛 부재료 쓴 쵸콜렛 중에서는 맛있는 편에 속합니다. 새콤한 요거트 층 맛이 아주 좋네요. 식감도 부드럽고요. 그런데 쵸콜렛맛은 거의 안 납니다. 쵸콜렛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안 될 것 같고, 티타임에 맛있는 갸또나 식후 디저트 대용으로 먹는다고 생각하면 훌륭하겠습니다. 이제는 갸또들이 너무 비싸져 당분간 티타임에는 이 3천원짜리 바 하나 사서 '버튼' 네 개씩 먹기로 했습니다..
어젯밤과 오늘 새벽에 달이 참 예뻤잖습니까?그래서 트위터 실트에도 "달이 너무"가 떴었고요.다들 손에 쥔 스마트폰이나 집에 있는 사진기로 고군분투 촬영한 것들을 올려 결과물은 시답잖아도 탐스러운 달을 같이 즐기자며 공유했었죠.저도 밖에 나가 달을 찍었습니다.작심하고 사진기에 달만 담아 보기는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너무 멀리 있는 콘트라스트 심한 오브제를 허공에 대고 팔 뻗어 담으려니 사진기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아 날도 추운데 한 시간 넘게 씨름하다 낙심하고 집에 돌아와 사진 선생님께 SOS.제시해 주신 다음의 조건으로 새벽 3시 20분에 다시 나가 여섯 장을 찍어 단 한 장도 망치지 않고 다 건졌습니다. • 캐논 EOS 700D + 캐논 EF 50mm [80mm] f/..
벌써 한 해의 마지막 달이라고요?세월 흐르는 속도가 아찔합니다.한 일도 많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바빴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다행히 12월은 제가 일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입니다.멋진 외투를 입을 수 있고,목도리를 계속 바꿔 두를 수 있고,크리스마스에 맞춰 나온 맛있는 간식거리들을 먹을 수 있고,밖에 나가면 여기저기서 전구들이 반짝이고,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거든요. 또,선물도 받을 수 있고요. 선물? 네. (끄덕) 벌써 받았습니다. 매우 특이한 선물요.제가 사진기와 렌즈 가지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꼴이 측은해 보였는지○○ 님께서 광각 단렌즈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셨습니다.크리스마스 선물로 렌즈를 주시다니 괴짜죠. 원래 좀 엉뚱하고 재미있는 분입니다. 스펙 갈무리 화면을 붙여봅니다. ..
지난 주에 고생하며 찍었던 여의도 사진을 다시 가져와 봅니다. 클릭해서 큰 사진으로 보세요. [Canon EOS 700D + Canon EF 50mm f/1.8] [F11 1/50 ISO1600] 사진 오른쪽으로는 손님용 공간이 있는데요, 제 사진 선생님께서 "1/초점거리 sec 이하는 손각대로 찍지 말라"는 중대한 가르침을 주셔서 이 날은 셔터 속도에 신경 쓰면서 촬영해 보았습니다. 즉, 환산화각 80mm 렌즈이니 1/80초 이하로는 찍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거죠. [50mm F4 1/250 ISO1600] 벽화(벽지)가 재미있어 보이니 왼쪽, 오른쪽을 각각 찍어 보겠습니다. 비스트로. [50mm F4 1/160 ISO1600] 아케이드 쇼핑몰과 레스토랑. [50mm F4 1/250 ISO1600] 벽화..
우마미 강한 하드 치즈에 매운 고추를 박아 넣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영국의 체다나 레드 레스터 같은 하드 치즈에도 고추가 박혀 출시되곤 하죠. 5주 숙성한 어린 하우다에 할라뻬뇨 고추와 해치 칠리Hatch Chile를 같이 넣었습니다. 할라뻬뇨는 잘 아실 테고, 해치 칠리는 미국 뉴멕시코의 해치 밸리에서 나는 녹색 고추를 말합니다. 할라뻬뇨보다는 살짝 더 맵다고는 하는데, 할라뻬뇨나 해치 칠리나 둘 다 고추의 세계에서 아주 매운 축에 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매,맵던데?;;) 해치 칠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 Hatch Chile Store 치즈 포장 뒷면의 식품 정보를 옮겨 봅니다. • 판매자 한글 표기: 빔스터 할라피뇨 치즈 • 식품유형: 가공치즈 • 살균여부: 75˚C 이상, 15초..
포장 뒷면의 식품 정보. • 판매자 한글 표기: 빔스터 머스타드 치즈 • 식품유형: 가공치즈 • 살균여부: 75˚C 이상, 15초 살균 • 제조원: Hazeleger Kaas BV • 원산지: 네덜란드 • 내용량: 250g (960kcal) • 원재료명: 우유, 머스타드 페이스트 4.3%(정제수, 겨자씨 20%, 젖산나트륨, 구아검, 잔탄검), 정제소금, 염화칼슘, 스타터컬처, 렌넷, 나타마이신. [껍질(노란 테두리)은 5mm 정도 제거하고 드시기 바랍니다.] 100g당 • 열량: 385kcal • 나트륨: 680mg (소금 1.7g) • 탄수화물: 0g 중 당류 0g • 지방: 31g 중 트랜스지방 0.8g, 포화지방 21g, 콜레스테롤 85mg • 단백질: 26g 5주 숙성한 어린 하우다에 씨겨자가 ..
가을 분위기에 잘 맞는 차분한 찬송가를 한 곡 걸어봅니다.한국의 개신교 찬송가집에 있는 645개 찬송가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 상위 10위 안에 드는 곡입니다.나머지 곡들도 차차 소개해드리겠습니다. Be Thou My Vision내 맘의 주여 소망되소서 아일랜드의 시인 댈런 포게일Dallán Forgaill, 530-598의 시를 매리 번Mary Byrne이 1905년 영어로 번역했고 1912년에 엘레너 헐Eleanor Hull이 현재 보는 것과 같은 찬송가 가사로 압축해 다듬었습니다. 이를 아일랜드 민요 선율에 결합시켜 1919년 『아일랜드 찬송가집Irish Church Hymnal』에 수록하고 출판해 미국과 한국에도 전해지게 되었죠. 선율tune에는 아일랜드의 지명인 "슬레인Slane"..
독일 쵸콜렛입니다. 집에서 시그마 표준 줌 렌즈로 이 사진을 찍을 때 쓴 촬영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Canon EOS 700D + Sigma DC 17-50mm 2.8 EX HSM OS / 28mm F5.6 1/20 ISO100 인공조명 도움도 받지 않는 저조도 실내에서, 삼각대도 없이, '노이즈' 싫다고 ISO도 100으로 두고, 긴 셔터 속도인 20분의 1초를, 자기 'steady arm' 하나 믿고 촬영하는 단단. 양궁 국가대표 해도 되겠지요? (그야말로 'shoot'.) 촬영을 마치고 나면 흔들림 없이 찍기 위해 참았던 숨을 한껏 몰아 쉬고, 샤워를 해야 할 정도로 온 몸에는 땀이 흥건, 마치 스쿼트를 하고 난 것처럼 힘들어하곤 하죠. 사진 촬영이 제게는 운동입니다. 삼각대를 쓰지 않으면 원하..
[Business Insider: Why Food Commercials Cost Hundreds Of Thousands Of Dollars] 보거나 들어서 알고 있는 음식 광고 사진/영상의 사기성 물질들을 대 봅시다. 단단 먼저. 에헴. • 구두약 - 고기 표면의 먹음직스러운 구운 색 • 글리세린 - 차가운 음료 캔 표면의 물방울 (자꾸 흘러서 없어지므로) • 아크릴, 유리 - 언더록 위스키의 얼음 (자꾸 녹으므로) • 매쉬트 포테이토 - 스쿱으로 동그랗게 뜬 아이스크림 대용 (자꾸 녹아서 결이 뭉개지므로) 엣세트라 엣세트라. ☞ 음식과 관능미 ☞ 식당 앞 음식모형만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꼭 사진 찍습니다
사진기와 촬영 기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블로그를 하겠다 하니 유학 시절 돈 없었던 다쓰베이더가 옛다 하고 보급형 크롭 보디 Canon EOS 700D와 가성비 렌즈라는 Sigma DC 17-50mm 2.8 EX HSM OS를 사서 안겨 주었습니다. 모델명도 몰라 블로그에 글 쓸 때마다 들여다보고 옮겨 적어야 할 정도로 자기가 쓰고 있는 기기에 대해 관심도 없고 무지합니다. 위 시그마 렌즈에 대해서는 애증이 교차합니다. 초점 맞추는 데 속도가 너무 느리고 시끄러워 식당 같은 저조도 환경에서는 음식 나오는 찰나를 당최 담을 수가 없어요. 색감도 푸르죽죽, 초점거리 가변 범위가 넓어 편할 때가 많긴 하지만 분위기 있는 사진이 나와 주지는 않고요. (그래도 그간 고마웠어.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해~)..
2017년 2월 24일에 찍은 사진입니다. 귀국을 앞두고 제가 영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들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었습니다. 만감이 교차합니다. 처음 유학 와서 V&A 앞 이 빨간 전화 부스에 들어가 기념 사진을 찍었었는데 귀국을 앞두고 같은 곳에서 또 찍습니다. 지금도 잘 있는지 궁금하네요. V&A에 들어갈 때는 늘 흥분 상태가 됩니다. 이 박물관은 의상을 포함한 공예품에 특화된 곳으로, 멋진 물건이 정말 많거든요. 권여사님의 지론 - 당장은 가진 돈이 없더라도 평소 좋은 것들을 부지런히 보고 안목을 키워 두어야 일확천금 했을 때 졸부 소리 안 듣고 우아하게 돈 쓸 수 있다. 영국에 있을 때 좋은 것 실컷 봐 두었습니다. 이제 돈만 생기면 되겠습니다. 이 글 쓰면서 박물관 누리집에 들어가 보았더니, 이게 ..
코로나를 조심하느라 수 개월째 외식을 하지 않았더니 정신 건강이 악화하는 듯하여 오랜만에 새 라멘집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라멘집은 대개 오타쿠스러운 젊은 남성들이 긴 식탁에 혼자 앉아 말없이 후루룩거리다 금방 자리를 뜨는 곳이니 그나마 안심이 된달까요. 그런데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맛집 블로거'는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진정한 맛집 블로거라면 독자들께 세심하게 정보를 드리기 위해 들어가면서 간판부터 찍고 글 끝에는 약도도 넣어야 하거늘, 식당 전면을 찍으려고 보니 주변이 어수선하고 사진이 예쁘게 나올 것 같지 않아 제 손이 또 본능적으로 촬영을 기피해 버린 모양입니다. 집에 와서 보니 가게 전면 사진이 없어요. ㅠㅠ 올해 초에 츠케멘만 내는 집으로 개업했다가 지금은 비빔면 두 가지를 추가했습니다...
1980년대 초 국민학교 입학식. 우리 권여사님, 딸 하나 있다고 인형놀이를 하셨구만. 상의와 타이츠, 코듀로이 원피스와 방울머리끈, 인형 모자·신발과 부츠 색상 맞춘 것 좀 보소. 나 나이 꽤 많은 사람인데, 저 시절 국민학교 입학식 때 저렇게 자유분방 간지나게 입은 애는 흔치 않았다. (프랑스제 원피스라고 함. 옷에 달린 인형 손발을 움직일 수 있어 복화술 하며 재미있게 갖고 놂.) 하얀 피부인데 살짝 드러난 이마와 손 까맣게 탄 걸로 보아 하루죙일 밖에 나가 영혼이 탈곡될 정도로 뛰어놀던 아이였음을 알 수 있다. 과격하게 얼굴을 가린 까닭은, 저 쬐맹이 때도 지금 얼굴이 고대루 다 들어 있기 때문. 가르치는 학생들이 이 블로그 알아볼까 봐 얼굴 철통 보안중이니 양해 바람. 아래와 같이 팔푼이처럼 웃..
[반말 주의] ▲ 어느 공연 예술가의 항변. 제 놈들이 해야 할 일 안 해 아수라장을 만들어 놓고는 애먼 남의 생업에 대고 하라, 하지 마라, 내가 지금 이번 주 수업 준비 때문에 바쁘니 주말에 다시 이어서 쓴다.
살다 살다 "할로윈 치즈 기프트 복스"는 처음. 식품에 주황색 색소 넣고, 조잡한 거미, 박쥐, 해골, 유령, 호박 모양의 소품 곁들이고, 포장지에 주황색, 검은색만 넣으면 닥치고 할로윈? 상자 안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치즈 이름에 "펌킨"이라고 쓰여 있네요. 향신료가 점점이 박힌 것으로 보아 하우다에 미국의 펌킨 파이 맛을 입힌 것 같은데, 그간 여러 종류의 맛치즈flavoured cheese를 경험해 보았어도 펌킨 파이 맛은 처음이라 기대가 됩니다. 포장 뒷면의 식품 정보를 옮겨 봅니다. • 판매자 한글 표기: 빔스터 펌킨 치즈 • 식품유형: 치즈 • 살균여부: 72˚C 이상 15초 살균 • 제조원: Hazeleger Kaas BV • 원산지: 네덜란드 • 내용량: 250g (960kca..
강의실 가는 길에 노랗게 빨갛게 물든 낙엽들이 많이 떨어져 있길래 가장 예뻐 보이는 것으로 하나 주웠습니다.느티나무 잎일까요? 그랜드 피아노 속을 들여다보신 적 있는지요.하프처럼 생겼죠.중음역과 고음역은 얇은 금속줄 세 개가 모여 한 음을 내고,저음역은 현 길이를 마냥 늘릴 수 없어 얇은 금속줄 하나에 구리선을 친친 감아 굵게 만들어 낮은 소리를 냅니다. 공간을 아끼기 위해 얇은 줄과 굵은 줄을 두 단으로 나누어 교차시킵니다.시각적으로도 근사하죠?토끼 귀felt hammer head 쪽은 또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는지 모릅니다.대단한 악기예요. 악기의 왕은 피아노라고 늘 생각합니다.(대학 졸업하고 피아노 조율 배워 둠. 집에 장비 다 있음.) 현들이 가하는..
저도 여러분께 눈 시원한 큰 사진을 보여 드리고 싶단 말입니다. 흑흑 그런데 본문에 사진을 크게 박으면 문단 폭이 같이 넓어져 글 가독성이 너무 떨어지더란 말입니다. 흑흑 티스토리로 이사 오면서 장고 끝에 큰 사진은 포기하고 독자분들의 편의를 위해 화면 폭을 830px로 설정했는데, 아아, 사진맛이 도통 살질 않아요. 다음 블로그의 막강 기능이었던 '원본 크기로 사진 보기'가 없어져 여간 아쉬운 게 아녜요. 그러던 어느 날, 단단은 다쓰베이더의 모니터를 우연히 보고는 몹시 놀랐었습니다. 제 블로그 사진들을 글쎄 대문짝만 하게 띄워서 보고 있는 겁니다! 저는 웹 브라우저 창을 항상 최대 크기로 띄워 놓고 보거든요? [창 오른쪽 최상단에 네모 아이콘이 두 개 겹쳐 뜨면서 커서를 갖다 대면 "이전 크기로 복원..
식초도 직접 담가 드시는 '푸디' 시모께서 정성 들여 만들어 보내주신 흑마늘. 시간도 시간이지만 마늘 값도 만만찮게 들었다는.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넙죽) 서양의 요리사들 사이에서도 요즘 '힙'한 식재료로 각광받고 있죠. 태어나서 흑마늘은 2016년 런던 에서 처음 봤습니다. 원래 한국 거잖아요? 영국에 오기 전에는 식당에서도, 마트나 시장에서도 흑마늘을 본 적이 없는데, 서양의 요리사들이 흥분하고 떠드니 한국에서도 알음알음으로 먹던 것을 뒤늦게 유행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21년, 한국 중식당의 '광동식 훈제 돼지 목살'에 흑마늘 소스가 곁들여 나왔었습니다. [코스 요리 속 1인분] 즉, 동서양 가리지 않고 유행중인 재료라는 거지요. 제가 지금까지 흑마늘이 파인 다이닝에 쓰인 예는 위의 중식을 ..
1962년. 영국의 한 제과 회사가 민트 오일로 맛을 낸 퐁당(fondant, 설탕, 물, 유지, 젤라틴 등을 써서 만든 과자)에 다크 쵸콜렛을 입혀 당시로서는 나름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당과를 출시합니다. 집집마다 디너 파티 때 입가심용으로 활용하라는 뜻에서 'After Eight'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과연 1960년대와 70년대 가정집 디너 파티에 이걸 내는 게 대유행을 했습니다. 이후 이 제품은 'Mint Chocolate Thins'의 대명사가 되어 지금까지 생산되고 있으며, 1988년 거대 다국적 식품 회사 네슬레가 사 들여 지금은 네슬레 상표를 달고 나옵니다. 평소에는 종이 상자에 담아 유통시키지만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되면 잠깐 동안 깡통tin에 담아 '특별판'을 출시합니다. 귀국 전에 ..
10월 12일은 '(모든 종류의) 베이스 연주자 안아주기 날'입니다. 내 주변의 베이스 연주자를 찾아서 꼬옥 안아주셨나요? 이번 가을에는 베이스가 근사한 음악들을 소개하기로 했었죠. 두 번째 시간입니다. 재즈 베이스 연주법 중에 4분음표(♩)나 8분음표(♪)를 연속으로 사용해 마치 사람이 성큼성큼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양한 음가duration로 조합된 리듬을 쓰는 게 아니라 한 가지 음가만 연속해서 쓰니 유유자적 흐르거나 머무는 느낌보다는 전진하는 느낌을 주지요. 이를 'walking bass'라고 부릅니다. 워킹 베이스는 (1) 화음chord을 구성하는 음들에 (2) 화음 구성음이 아닌 음non-harmonic tone들을 적당히 섞어 도약과 순차 진행을 골고루 갖춘, 균형 있으면..
단단은 수납을 매우 잘하고 삽니다. . . . . . 엄청난 귀차니스트이거든요. (꽈당) 귀차니스트는 일단 최초의 수납 설정을 잘 해 놓아야 나머지 시간을 귀차니스트답게 온전히 탱자탱자 할 수 있습니다. 찾는 물건이 아무리 늦어도 20초 안에는 내 손에 들어와 줘야 귀차니스트의 삶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어요. 소중한 내 인생, 빈둥거려야지 왜 물건 찾는 일 따위에 허비합니까? (기웃이: 오오, 일리 있어요.) 단단은 물건 찾는 데 20초 이상 시간이 걸리면 헐크처럼 변하면서 포악해집니다. 찢어먹은 옷이 한두 장이 아녜요. 오늘은 냄비와 찻잔, 조리용 소품들 수납한 걸 보여드릴게요. 수납이랄 것도 없이 그냥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눈에 보이게 주욱 늘어놓습니다. 편수 냄비나 벽에 걸 수 있는 납작한 냄비들 ..
▲ 단단의 시모께서 먼먼 옛날 혼수로 장만하셨던 접시들. 두 장 남은 것을 기념품으로 달라고 졸라 물려받았다. 표면에 흠집이 잔뜩 생기고 전사가 많이 벗겨졌다. '허니문 베이비'인 다쓰베이더도 이만큼 낡았다는 소리. 우리 영감님은 56세에 돌아가셨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심장이 멈추는 바람에 "얘들아, 나 간다, 안녕." 소리도 못 하고 그냥 가 버리셨다. 이십대였던 단단은 장례를 치르며 '남들보다 조금 일찍 가셨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나이가 든 지금에 와서야 그게 얼마나 이른 죽음이었는지 깨닫고 탄식에 탄식을 거듭한다. 56세라니. 이제 내 큰오라버니가 이 나이에 가까워지는 중이다. 형제나 사촌, 친지, 블친 중에서 56세가 되었거나 56세가 돼 가는 분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근심을 하게 되고 조..
단단이 아끼고 사랑하는 만화 (1975-79)의 명장면 중 하나입니다. 집에 갖고 있는 여섯 권짜리 '흑백 애장본'에서 오늘의 글 주제에 맞는 백파이프 장면들만 사진기에 담아 봅니다. 여섯 살의 캔디 모습, 한숨 나오게 귀엽죠. 제가 아이가 없어서 그런지 아기나 꼬마를 보면 신비로워서 넋을 놓고 봅니다. 어떻게 그렇게 정교한 미니어처 사람이 다 있죠? 작은데 꼼꼼히 살펴보면 있을 게 다 있어요. 손톱, 발톱, 속눈썹, 머리카락 등이 섬세하게 붙어 있고 심지어 손가락 같이 주름이 있어야 할 곳에 주름도 벌써 다 있어 볼 때마다 많이 놀랍니다. 성인이 돼서 이 만화를 다시 보니 인물들이 다들 동글동글, 앳되고 사랑스럽습니다. 순정만화에서는 길죽하게 뻗은 신체가 기본 설정인데 는 다르죠. 어릴 때 그렇게 멋져..
Who Shall Separate Us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Sir James MacMillan CBE (b 1959) composed for this Service (The Funeral of HM Queen Elizabeth II, 2022. 09. 19.) 엘리자베쓰 2세의 장례 예배를 위해 새로 작곡된 무반주 합창 성가 제임스 맥밀란 작곡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성가대와 왕실 직속The Chapel Royal, St James's Palace 성가대 연합 연주 킹 제임스 성경KJV에서 발췌한 가사 Who shall separate us from the love of Christ? Neither death, nor life, nor angels, nor ..
하... 사진을 발로 찍었어요. 수직으로 내려다보며 찍을 땐 손이 흔들리므로 조리개를 한껏 조여야 초점이 겨우 맞을까말까 한데 이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피사체에서 떨어져 찍은 뒤 여백을 잘라 내면crop 될 것을 뜬금없이 접사질은 또 왜. 독자들께 포장에 있는 작은 글씨의 정보를 드리고자 화면 가득 차도록 근접 촬영질을 한 모양인데, 결과물이 신통찮아 시식기 쓰는 걸 그간 미뤘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발샷 사진을 블로그에 올린 날은 켕겨서 밤에 잠도 잘 안 옵니다. 내 손이 내 이름에 먹칠을 합니다. (아니, 발로 찍었는데?) 그래도 영국에 있을 때 맛있게 먹었던 치즈이니 용기를 내서 시식기를 올려 봅니다. 한국에는 아직 수입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치즈는 '트리플 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