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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매점에서 저키와 빌통을 보고는 문득 이 둘이 어떻게 다른지가 궁금해져 비교 시식차 그 다음날 수퍼마켓에서 사 왔습니다. 저키는 먹어 본 적이 있는데 빌통은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먼저, 저키. 영국 사의 비프 저키 성분: Beef (150g of raw meat per 100g of finished product), Seasoning (Sugar, Flavouring (Soya), Maltodextrin, Sunflower Oil, Flavour Enhancer (Mono-sodium Glutamate), Spices, Garlic Powder, Onion Powder), Salt, Acidity Regulator (Trisodium Citrate), Antioxid..
잉글랜드 남부 끝자락 정중앙쯤 되는 곳에 싸우쓰햄튼 대학교University of Southampton가 있습니다. 볼일이 있어 갔다가 물 사러 학생 매점에 들렀는데, 뙇, 학생 매점이 취급하는 식품의 종류가 어마어마합니다! 깜짝 놀랐죠. 전세계의 이름난 장류condiment, sauce는 거의 다 들어와 있는 것 같았고, 여러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이 각자의 고국에서 즐겼을 만한 인기 군것질거리들도 많았습니다. 우리 한국의 된장, 고추장, 쌈장, 간장, 김치, 두부(찌개용, 부침용 둘 다 취급), 과자, 라면들도 있었고, 튜브에 든 일본 와사비도 있고, 태국 피쉬 소스에, 서양 소스들에, 그 좁은 공간에 없는 게 없더라고요. 육포도 미국 ☞ 저키만 있는 게 아니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 빌통도 있고, 심..
영국인들은 광고를 참 잘 만듭니다. 전에도 한 번 소개해 드렸었는데, 요리책을 이런 식으로 광고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무슨 대하드라마 시작하는 줄 알았습니다. 영국의 패션 브랜드 Bionda Castana>가 만든 아래 광고도 기발합니다. (수위가 좀 높습니다. 애덜은 가라.) 가만 보니 영국인들은 스토리와 반전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광고에도 이런 요소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저도 반전 있는 광고를 좋아하지만, 아니, 어떻게 구두 광고를 이렇게 찍을 생각을 다 합니까. 저런 신발은 발 아파 신지도 않는 사람인데 막 사고 싶어지잖아요. 돈과 시간 많이 들인 쟁쟁한 광고들은 주로 크리스마스 때 선을 보입니다. 얼마 전 영국의 패션 브랜드 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공들여 찍은 브랜드 ..
큰 사진이 가진 힘이란. ☞ 2014년 4월 23일의 한국 ☞ 2016년 11월 12일의 한국 ▲ 광화문 광장의 추모 종이컵 양초 대신 바쓰 애비Bath Abbey의 초 봉헌대 사진으로.
아아, 또 일년이 지나간 건가요. 작년 크리스마스 광고를 걸어 놓고 낄낄거렸던 게 엊그제 일 같은데 영국 백화점들과 수퍼마켓들이 올해의 크리스마스 광고를 또 하나 둘씩 내놓기 시작했네요. 백화점과 백화점의 광고를 차례로 걸어 드릴 테니 어느 쪽이 더 마음에 드시는지 골라 주셔요. 근사하게 장식된 위의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은 백화점의 제품들로만 꾸민 광고 사진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만 보면 엄마와, 돌아가신 영감님과, 오라버니들과,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떠난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과, 어린 시절이 생각 납니다. ☞ 2015년 - 화재로부터 인간을 구한 고양이 영웅담의 실상☞ 2014년 - 1차대전 발발 100주년 기념☞ 2011년 -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꼬마
(반말 주의) 궁금해서 별 두 개, 세 개 받은 한식당들 방문기를 찾아서 찬찬히 봤는데, 양식 어법과 재료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한국스럽게 잘 내던데? 잘하는 집 제대로 잘 뽑았구만, 뭘. 그런데도 미슐랑 하면 다짜고짜 "니들이 우리 음식에 대해 뭘 알아?" 하면서 화부터 내는 한국인이 왜 그리 많냐. 내가 좋아하는 해장국집 안 뽑아 줘서? ☞ [SBS] 미슐랭 별 딴 한식 - 홍보 기회 vs 외국인 입맛☞ (댓글들이 가관) 이건 ☞ 허영만 화백 "내가 뽑은 최고의 한식 미슐랭은 감동 담긴 백반"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 (왼손 마우스질이라 글씨가 저 모양.) 한 나라의 식문화를 외국에 퍼뜨리는 건 통념과는 달리 드라마, 영화, 만화 같은 문화 콘텐츠가 아니라, 그 나라에 체류했다가 돌아간 방..
▲ 날씨가 쌀쌀해진 기념으로 (별걸 다 기념) 맨 밑에깔린 스포드Spode 디너 플레이트 두 장 샀습니다. 어제 백화점 가서 그릇을 또 사 왔습니다. 나아 참. 한국에 어떻게 다 가져가려고 자꾸 그릇을 사아. 누가 나 좀 말려 줘요. 돈 없어 비싼 그릇은 못 사고 떨이 그릇, 저가 그릇을 딱 두 장씩만 삽니다. 수퍼마켓표 그릇도 잘 삽니다. (비싼 그릇이라고 사진발을 더 잘 받는 건 아니라는 거, 잘 아시죠?) 그런데 저는 영국에서 그릇 살 때마다 늘 '뻘쭘'해집니다. 왜냐? 그릇 가게에서 그릇에 흠 없나, 전사에 문제는 없나 살피고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영국인들은 그릇 살 때 "이거 예쁘네, 하나 사야지." 하고는 흠이 있는지 살피지도 않고 그냥 하나 쑥 집어들고 바로 계산대로 갑니..
제대로 된 치피(chippy, 피쉬 앤드 칩스 전문점) 하나 없는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전국에 치피가 무려 만 개가 넘게 있다는데 이렇게 불운할 수가 있습니까. 대학가라서 하나 있으면 장사 잘 될 것 같은데도 없네요. 시내까지 나가기 귀찮아 종종 수퍼마켓에서 £2.50짜리 피쉬 앤드 칩스 레디 밀ready meal을 사다가 오븐에 구워 먹곤 하는데 '가성비'가 꽤 괜찮아서 그나마 위로를 삼습니다. 영국인들 체감 물가로는 2천 5백원쯤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싸죠? '레디 밀'이라고는 해도 30분 이상 시간 들여 오븐에 구워 줘야 합니다. 감자튀김을 먼저 넣고 굽다가 15분쯤 뒤에 생선튀김을 투입해 20분간 구워 줘야 바삭하게 되니 성질 급한 사람은 기다리다 숨 넘어가겠습니다. 생선튀김과 감자튀김만 구우..
(오늘은 글이 깁니다. 사진도 많지만 글도 많아요. 쉬엄쉬엄 보세요.) ▲ 1605년 잉글랜드 국회 의사당 건물을 폭파시키려다 발각돼 처형된 구교도 테러리스트 가이 폭스Guy Fawkes 쟈킷 포테이토 특집 'Jacket'을 영국인들은 '쟈킷'이라고 발음합니다. 재킷도 아니요, 쟈켓도 아니요, 쟈킷. 'Barbour jacket'은 '바버 쟈킷'. 자자자, 입에 붙게 골백번 되뇌어 보세요.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쟈킷... 껍질째 먹는 구운 감자를 '쟈킷 포테이토'라고 합니다. 섬유질 많고 고소한 감자 껍질을 그냥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죠. 오븐에 갓 굽혀 나온 감자를 반 가르면 그 모습이 꼭 쟈킷을 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쟈킷 포테이..
탐나는 수퍼마켓, . BBC 방송국, 공원과 함께 귀국할 때 떼어서 갖고 가고 싶은 3대 영국 '명품'입니다. 소비자들의 경험 증진, 내공 증진을 위해 농산물이든 공산품이든 여러 품종, 여러 종류를 부지런히 구해다 진열해 놓는 아주 바람직한 습성이 있는 수퍼마켓이거든요. 잘 팔리는 것 한두 가지만 내지 않고 많이 안 팔리는 것도 꿋꿋이 진열을 해 놓습니다. 사과 철에는 사과를 50종 넘게 선보이기도 합니다. ☞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사과들 ☞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쌀 ☞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녹차 ☞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올리브 ☞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냉장 생소세지들 ☞ 영국 수퍼마켓에서 볼 수 있는 치즈용 비스킷들 설탕과 크림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고추..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7ekXJ/btryxy4s4nk/uGbmhKvYMjXdh4LEUJDf8K/img.jpg)
작지만 고풍스러운 연주홀, 소박한 종이에 인쇄한 프로그램, 수수하게 차려입었지만 빛나는 눈을 한 연주자. 내가 좋아하는 연주회의 모습. 맞은편에는 거대한 로얄 알버트 홀.
길을 걷다가 뚝. 타탄 입은 멋진 차를 맞닥뜨렸습니다. 맞아, 나 지금 영국에 있지. 다시금 상기했죠. 영국인들은 굉장히 점잖으면서 보수적일 것 같고, 색도 어둡고 칙칙한 것만 좋아할 것 같죠? 천만에요. 영국에서는 빨간색, 형광색, 밝은 원색 가방 멘 남자들을 길에서 자주 봅니다. 한국인들보다 훨씬 과감하고 다채롭게 색을 즐기는 경향이 있어요. 어떻게 버스를 빨갛게 칠할 생각을 다 합니까. 햐, 바퀴에까지. 이 차를 보고는 ☞ 쇼트브레드 생각이 나 집에 오는 길에 한 통 사 왔습니다. 타탄은 그 패턴 수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타탄 패턴도 절차를 거쳐 등록을 해야 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면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가문마다 고유의 타탄 패턴이 있어 아무 타탄이나 쓰지 않고 자기 가문..
검보라색 당근이 눈에 많이 띄는 걸 보니 할로윈이 또 오는 모양. 그런데, 당근은 원래 보라색이 원조인 것 아시죠? 주황색은 개량으로 나온 거랍니다. 한국에는 아이든 어른이든 당근 싫어하는 사람이 참 많은데, 영국에서는 밥상 필수 요소쯤으로 여겨져 접시 위에 정말 자주 올라옵니다. 저는 당근을 주로 다음과 같이 먹습니다. 영국인들한테 배웠습니다. ☞ 캐롯 케이크 ☞ 글레이즈드 캐롯 캐롯 케이크는 티타임에 홍차와 함께, 글레이즈드 캐롯은 주로 로스트한 짭짤한 고기 요리에 곁들입니다. 단맛을 가진 재료이므로 한식에서처럼 이 단맛을 억누르거나 어정쩡한 상태로 둘 생각말고 영국인들처럼 십분 살리거나, 꿀, 메이플 시럽 등에 버무린 뒤 오븐에 수분 날려가며 꼬들꼬들해지도록 오래 구워 단맛을 증폭시켜 먹는 쪽이 좀..
다쓰베이더가 주말에 코니쉬 페어링을 구워 주었습니다. 잉글랜드 남서부 끝자락에 있는 콘월Cornwall의 전통 과자입니다. 생강을 비롯한 이런저런 향신료로 매운 맛과 복잡한 향을 내는데, 영국인들이 생강을 무척 좋아해 생강으로 맛낸 비스킷과 케이크는 영국 어느 지역이든 자기들 판을 다 따로 갖고 있을 정도입니다. 사람 모양을 한 매콤한 진저브레드 맨 비스킷도 튜더 궁정에서 나왔지요. 옛 시절엔 장fair에서 팔던 온갖 종류의 기념품들을 'fairing'으로 총칭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생강과 향신료로 맛낸 비스킷 기념품으로 그 뜻이 한정되었다고 합니다. 장에 갔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사다 주거나, 연인들 사이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로 사 주던 과자라고 합니다. 시판 전통 제품들은 지름이 5cm 정..
오늘은 난이도가 제법 있는 무화과 활용 요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영국의 비스킷 회사가 소개하는 레서피입니다. 완성된 요리에서 얇고 바삭해 보이는 호밀 과자rye crispbread가 보이는데, 그걸 만든 과자 회사에서 영국 요리사Phil Fanning와 협업해 펴낸 레서피입니다. 과자 겨우 네 장을 소비하게 하려고 무화과 십수 개를 요구하고 있으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큽니다. 과자 회사보다는 무화과 생산자 조합 같은 곳에서 내는 레서피라고 해야 더 어울릴 것 같아요. ㅋ 난이도 3.5짜리 전식starter입니다. 만드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공정이 많아 번거로우므로 난이도를 다소 높게 매겼습니다. 채식주의자용 전식으로도 훌륭합니다. 무화과와 염소젖 치즈 전식 [4인분] 난이도 3.5 ★★★½☆ 1...
무화과가 제철을 맞았습니다. 영국에서는 관상수로 심는 집은 많아도 식용으로 진한 맛 나도록 맛있게 재배하기에는 기후가 잘 맞지 않아 대개 터키나 중동에서 수입을 해 옵니다. 자기네 땅에서는 잘 되지도 않는 과일을 예로부터 부지런히 수입해다 자기네 과일인 양 즐기고 있으니 영국인들 재미있죠. 레몬과 오렌지, 복숭아, 포도도 그렇고요. 껍질은 검보라색을 띠고 속은 저렇게 빨간 것이 잘 익은 거랍니다. 캬핫, 사진이 무슨 ☞ 카라바지오 정물화 같은 빛을 하고 있네요. 아무 짓도 안 하고 그냥 셔터만 누른 건데요. 유럽 와 살면서 비로소 유럽 'old master'들의 명화에 담긴 빛을 이해한 단단. ☞ 터너 풍경화 같은 하늘을 보고 경이로움에 휩싸일 때도 있습니다. 창밖이 정말로 터너 그림에 나오는 것과 똑같..
한국에서는 어쩌면 앞으로 수 십년간 여성 대통령이 다시 안 나올지 모른다. 우리 권여사님과 대구에 사시는 시부모님 두 분 다 지난 대선 때 순실봇의 당선에 일조하셨을 게 분명하다. BBC는 이번 일을 아예 다룰 가치도 없는 한심천만한 일로 여기는지 한국 대통령 이야기는 일절 꺼내지를 않고 있다. 추이를 좀 더 지켜보면서 기사 쓸 자료를 꼼꼼히 모으는 중이겠지. 양파 까듯 만행이 새록새록 드러나니 어쩌면 좋으냐. 평생 살면서 내 이렇게 사리 분별, 공사 구분 못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 곳간에 쵸콜렛 쿠키가 차곡차곡. 반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짐. 우리 집 영감이 생긴 건 우락부락 산적인데 성격은 온화하면서 나이에 걸맞지 않게 해맑은 데가 좀 있어요[반전]. 그런데 또 손은 의외로 매섭고 야무집니다[반전]. 그래서 요리를 하거나 접시에 음식을 담으면 '비주얼'이 아저씨스럽지가 않고 제법 그럴싸하게 나옵니다. 그런데 또, 버터 칠한 손가락butterfingers이라서 물건은 무지 잘 떨어뜨려요[거듭 반전]. 결혼해서 지금까지 다쓰베이더 손에서 탈출 당해 손괴된 재물의 양이 엄청납니다. 아끼는 그릇을 하도 많이 깨서 단단이 한번은 속상해 눈물을 다 흘린 적도 있어요. ☞ 흑흑, 이 그릇도 깼어요 그래서 여행 중 그릇 가게를 발견하면 들어가기 전에 신신당부를 합니다. "손은 절대 대지 말고..
▲ 요리책 ☞ 에 담긴 'Peanut flapjack'. 귀리의 나라 영국. 귀리를 써서 만드는 영국음식 중 오늘은 두 번째로 만들기 쉬운 것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기웃이: 첫 번째는 뭔데요? 단□단: 아침식사로 먹는 귀리죽porridge이요. 것두 소개해 드릴게요. 귀리강정인 플랩잭은 재료가 거의 고정되다시피한 클래식이어서 요리사별로 비율만 조금씩 다를 뿐 레서피들이 다들 고만고만합니다. 어떤 레서피로 만들든 다 맛있으나 그래도 만들어 먹어 본 것들 중에서는 마커스 웨어링Marcus Wareing 것이 가장 맛있었으니 그걸로 소개해 드립니다. 시판 고급 제품들보다도 맛있습니다. 땅콩을 추가로 넣고, 단맛도 설탕 중에서는 맛이 가장 풍부한 머스코바도 슈가를 써서 냅니다. 비정제 설탕이라 사탕수수의 풍미..
▲ 분쇄한 뒤 납작하게 누른 귀리rolled oats. 포리지porridge와 제과 등에 쓰인다. 귀리의 나라 영국. 잉글랜드 북부와 스코틀랜드 쪽에서 특히 잘됩니다. 귀리는 영양은 풍부하나 값은 매우 싸서 영국의 많은 가정들이 비축하고 있는 곡물이기도 합니다. 저희 집 '곳간'에도 1년 365일 귀리가 놓여 있죠. 통곡을 그대로 누른 것과 분쇄한 것, 두 종류를 두고 씁니다. 비교적 튼튼한 작물이라 재배하기가 쉬워 2천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지구 곳곳에서 식용의 흔적이 발견됩니다. 로마 시대의 폼페이에서도 귀리를 갈던 맷돌이 발견되었으며, 영국에서도 각기 다른 시대의 귀리 관련 유물들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습니다. 2차대전 전까지는 귀리가 영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곡물이었으나, 교통과 곡물 분쇄 기..
▲ William Banting [1796-1878] 빅토리안들은 현대 영국인들보다 두 배나 많은 열량을 섭취했으나 그 시절엔 다들 활동량도 그만큼 많아 비만인 사람이 매우 드물었다고 합니다. ('빅토리안'이란 빅토리아 여왕이 재위하던 시기[1837-1901]의 영국인들을 말합니다.) 워털루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던 웰링턴공과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었던 알버트공, 빅토리아 여왕의 장례를 맡았던 당대 유명한 장의사 가문의 윌리엄 반팅(William Banting, 1796-1878)이란 남자는 그러나 당시로선 매우 드물게 거구였다고 하는데, 얼마나 몸이 비대했는지 계단을 뒤로 돌아서서 내려와야 할 지경이었다는 기록이 다 있습니다. 그는 1863년에 자비로 출판한 소책자 《대중에게 부치는 비만에 관한..
▲ 우리 집 생선 도감에 있는 대구. 대구 요리 두 번째 시간이 되겠습니다.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menthal의 레서피로 소개해 드립니다. 맛은 레스토랑 퀄러티이지만 수퍼마켓과 손잡고 선보이는 가정요리라서 만들기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그간 여러 번 만들어 먹으면서 재료와 공정에 손을 좀 보았습니다. 리크 소스를 곁들인 코드와 감자 [2인분] 재료 • 생선육수 300ml • 감자 중간 크기의 것 한 개, 1cm 정도의 정육면체로 깍둑 썰기 • 무염 버터 10g • 양파 반 개, 가늘게 채 썰기, 갈아서 소스로 만들 것이므로 모양 중요치 않음 • 리크leek 160g, 길이로 반 가른 뒤 가늘게 채 썰기, 이것도 소스로 갈릴 운명 • 소금·흰후추 • 면보에 싼 향신료와 향초 보따리 • [제 취..
쟌느 님과 매니아 님께서 치커리 커피 글에 덧글로 언급하셨던 보리 커리가 몹시 궁금해 한 병 사 보았습니다. (궁금한 건 못 참아요.) 캠프 커피 글 쓴 이후로 수퍼마켓이나 식품점 가면 대용 커피들에 무엇무엇이 있나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제품들이 나와 있습니다. 그 소리인즉슨, 커피는 마시고 싶으나 몸이 안 받아 줘서 못 마시는 사람이 많다는 거지요. 제법 커피 비슷한 느낌들은 내지만 역시 커피가 가진 깊고 진한 향미는 완벽하게 재현해 내지 못 하는 것 같아요. 특히 고소한 맛이요. 그러나 이것들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대용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즐길 만한 매력들이 있어요. 커피와 비슷한 맛과 향을 내지만 우리가 보리차, 메밀차, 둥글레차 마시듯 각자가 지닌 고유의 맛이 ..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릴 때면 저는 마법이 풀릴 때까지 카페인 섭취를 일절 금합니다. 쵸콜렛 한 조각도 안 먹습니다. 하루에 최소 두 잔씩 꼬박꼬박 마시던 밀크티를 못 마시니 마음이 그렇게 헛헛할 수가 없어요. 특히 요즘 같은 쌀쌀한 계절에는 마음까지 다 시립니다. 저는 안타깝게도 커피가 몸에 맞지 않는 사람입니다. 기분상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정말 몸에 안 맞아요. 심장이 막 두근거려서 일에 오히려 집중을 할 수가 없고, 많이 마신 날은 손도 다 떨립니다. 목도 따가워지면서 신물도 올라옵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도 커피와 안 맞는 유전자가 따로 있다는 기사가 났었죠. PDSS2 유전자의 발현률이 높은 사람, 쉽게 말해, 카페인에 매우 예민하고 효과를 오래 지속시키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카페인 섭..
영국인들이 펍에서 맥주ale 마실 때 흔히 곁들이는 안주들을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는 돼지껍질로 만든 과자를 소개해드렸지요. 맥주 안주에 땅콩이 빠지면 섭섭합니다. 톰 케리지Tom Kerridge의 레서피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영국의 펍 음식들pub grubs로 미슐랑 2-스타를 받은 요리사입니다. 재료 [4인분 이상] • 영국식 커리 파우더 1큰술 [1큰술 = 15ml] • ☞ 집에서 직접 조제하는 법 • 고운 소금table salt 2작은술 [1작은술 = 5ml] • 카이옌 페퍼cayenne pepper 1작은술 • 큐민 가루 1작은술 • 강황 가루 1/2작은술 • 물 4~6작은술 • 땅콩 500g, 껍질 깐 것으로 만들기 1. 오븐을 180˚C로 예열한다. 팬 오븐은 160˚C. 2. 커..
▲ 시판 마른 오징어 가공품 중 단단이 가장 좋아하는 것. [일본산] '치맥'이 인기를 얻기 전에는 소박한 마른 오징어와 땅콩이 오랫동안 맥주 친구가 돼 주었었지요. 영국인들은 맥주ale를 마실 때 양념땅콩, 감자칩crisps, 돼지껍질로 만든 과자 등을 곁들입니다. 돼지껍질 과자는 돼지껍질을 갈아 넣은 밀과자나 쌀과자가 아니라 돼지껍질 자체를 과자처럼 바삭하게 굽거나 튀겨서 만든 것을 말합니다. 수퍼마켓들도 1인분 소포장 제품들을 팔고, 펍들도 직접 만들어 내거나 시판 제품들을 준비해 놓습니다. 영어로는 '포크 스크래칭스', '포크 크래클링' 등으로 부릅니다. 미국에서는 그냥 '돼지껍질pork rind'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영국에서는 아직 익히지 않은 생껍질일 때만 '포크 라인드'라고 부릅니다..
▲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meat and two veg' 형식의 밥상 - trout, artichoke, green beans. 대학 교수들도 연구 실적이란 걸 계속해서 내줘야 잘리지 않고 학교에 붙어 있을 수 있다. 어느 작곡과 교수가 일년 내내 썼다 고쳤다를 반복해 가며 죽을 고생을 해서 20분짜리 대편성 오케스트라 곡을 완성했는데 동료 모 교수의 2분짜리 가곡 한 곡(피아노 반주와 성악, 두 명의 연주자로 구성)과 같은 연구 실적 점수를 받더라며 허탈하게 웃던 기억이 난다. 어느 성악과 교수가 여름 방학 내내 '셰익스피어 시에 의한 가곡 연구'로 논문을 써 발표를 했는데 동료 모 교수가 잠깐 시간 내 부산에 내려가 부산 갈매기 축제에서 노래 한 곡 불러 주고 온 것과 같은 연구 실적 점수를 받더라는..
한국에 있을 때는 모과를 주로 승용차 뒷좌석 머리맡에 방향제로 놓은 것과 과일차의 형태로 접했었는데, 영국 와서 보니 여기 사람들은 모과를 젤리로 만들어 즐기고 있네요. 영국 사의 모과 젤리 성분: quince juice, sugar, citrus pectin, citric acid. 끝. 모과 젤리 100g을 만들기 위해 모과 86g 사용. 참고로, 영국에서는 과육째 넣고 졸인 것은 잼, 즙만 짜서 졸인 것은 젤리라고 부릅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모과를 묵으로 만들어 먹습니다. 젤리보다는 좀 더 단단한 단묵(요깡羊羹) 비슷한 질감입니다. 영어로는 'quince paste', 혹은, 'quince cheese'라 부르는데, 영국에서는 과채로 만든 묵을 치즈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