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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제연어 샌드위치 이야기 하려고 오랜만에 베이글을 한 봉지 사 왔습니다. 어느 미국인이 "영국인들에게 뉴욕 베이글의 참맛을 보여 주겠노라." 단단히 결심하고 영국에 건너와 열심히 베이글을 만들고 있는데, 영국 소비자들 반응이 좋아요. 성분도 괜찮고 맛도 좋은데다 값도 쌉니다. 큼직한 베이글 한 개가 30펜스, 우리돈으로 약 450원, 여기 사람들 체감 물가로는 약 300원, 할인행사할 때 샀더니 약 200원. 베이글이 갖춰야 할 미덕인 치밀, 쫄깃, 고소, 가운데 구멍 뽕, 다 갖췄습니다. New York Bakery Co.의 Plain Bagels 성분: wheat flour, water, sugar, yeast, salt, rapeseed oil, calcium propionate (preservat..
영국의 수퍼마켓 샌드위치들 중 단단이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열거를 하자면요, • Waitrose>의 프론 마요prawn mayo 샌드위치• Marks & Spencer>의 코로네이션 치킨 샌드위치• 의 브리 앤드 그레이프brie & grape 샌드위치 밖에 나가 샌드위치를 많이 안 사 먹어봐서 잘 모릅니다만, 하여간 사 먹어본 몇 안 되는 샌드위치들 중에서는 위의 것들이 제 입맛에 잘 맞았습니다. 다쓰베이더는 저와 취향이 또 다르고요. 이전 글에서 코로네이션 치킨을 소개해드렸으니 오늘은 이를 활용한 샌드위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것도 클래식 샌드위치라서 티룸과 수퍼마켓 모두 취급을 합니다. 분석을 위해 에서 하나 사 왔습니다. 한 가지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은, 수퍼마켓의 런..
▲ 으악 맛있쩌.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영국음식을 소개하면서 닭고기 요리는 한 번도 다룬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맛있는 닭고기 요리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코로네이션 치킨. 우리말로 옮기면 '대관식 닭고기'. 현 여왕 엘리자베쓰 2세의 1953년 대관식을 기념해 대관식 만찬에서 첫 선을 보였던 요리입니다. 런던의 꼬르동 블루 요리학교 대표였던 로즈메리 흄Rosemary Hume과 컨스탄스 스프라이Constance Spry가 창작한 것으로 기록이 돼 있는데, 어떤 음식의 창작자, 창작 년도, 창작 목적이 정확하게 기록돼 있다는 것은 인류의 기나긴 식문화사를 놓고 볼 때 매우 드문 일이지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새 레서피일까요? 그럴리가요. 하늘 아래 새것은 없나니, 모든 레서피는 앞 세대 레서피..
클래식 중의 클래식, 아프터눈 티 테이블의 꽃과도 같은 오이 샌드위치를 또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중요한 샌드위치이므로 반복해서 다룰 가치가 있습니다. 우선 예전에 썼던 글들을 읽고 오세요. 오이 샌드위치의 의미와 쉬운 레서피 몇 가지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 아프터눈 티 테이블의 꽃, 오이 샌드위치 ☞ 영국인들은 왜 오이에 환장을 하는가 영국인들이 자국의 티 샌드위치 중에서 가장 귀족적이라고 여기는 샌드위치가 이 오이 샌드위치입니다. 티 샌드위치들 중에서도 잘 만들기 까다로운 편에 속하고요. 오늘은 김밥처럼 동그랗게 말아서 만드는 오이 샌드위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품이 좀 듭니다. 씨 없이 씨 자리만 있고 고른 녹색에 일정한 굵기로 쪽 곧아 요리에 쓰기 참 좋은 영국식 개량 오이. 서양의 요리사들..
영국과 벨기에,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스타 역인 세인트 판크라스 역. 브리티쉬 라이브러리와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 간 김에 들러 본 바입니다. 건물과 인테리어가 근사하다길래 호기심에 들렀습니다. 나무로 되어 있어 고풍스럽기 짝이 없는 저 회전문이 글쎄 유럽 최초의 대중시설 회전문이라고 하네요. 저도 다녀온 지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사진 찍어 두길 잘했죠. 네 칸으로 나뉜 오늘날의 회전문과 달리 세 칸으로 넓직하게 나뉜 이유는 당시 여인들의 풍성한 페티코트 드레스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는 전에 소개해 드렸던 영국의 미슐랑 2-스타 셰프 마커스 웨어링이 하는 곳인데, 안쪽에는 마커스 웨어링의 또 다른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마커스 웨어링의 솜씨를 맛보고 싶은 분들은 이 집보다는 벨그레이비아Be..
오늘은 클래식 샌드위치인 '햄 앤드 치즈 샌드위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재료들이 필요합니다. 갓 구운 촉촉한 식빵. 어니언 브레드를 쓰시면 좋습니다. 귀찮은 분들은 그냥 시판 흰 식빵을 사다 쓰셔도 되고요. ☞ 어니언 브레드 집에서 굽기 빵에 바를 새콤달콤한 처트니chutney. 이 샌드위치에는 마요네즈를 쓰지 않고 처트니를 씁니다. 식빵 한 면에만 발라서 쓰면 되는데, 수퍼마켓들은 주로 사의 모듬 채소 처트니인 '피클'을 쓰거나 이와 유사한 제품을 씁니다. 건더기가 제법 크니 잘게 다져서 쓰시거나, 아예 처음부터 잘게 다진 채소로 만든 제품도 있으니 그걸 사시면 됩니다. ☞ 브랜스튼 피클 이야기 한편, 호텔 티룸들은 모듬 채소 처트니인 '피클' 대신 맛이 좀 덜 강한 토마토 처트니를 쓰기..
▲ 돼지 뒷다릿살을 건염dry-salting하거나 수염brining한 뒤 뼈에서 떼어 둥글게 만 개먼 조인트gammon joint. 영국에서는 삼겹살 부위보다 돼지 뒷다리와 엉덩살 부분인 햄을 더 쳐줍니다. 여기서는 햄을 구울 때 채수vegetable stock에 먼저 익힌 뒤 표면에 꿀이나 당밀black treacle, 마말레이드, 메이플 시럽 등을 발라 오븐에 구워 단맛과 광을 내줍니다. 영국의 수퍼마켓 조제고기 및 '콜드 컷' 선반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이 'honey roast ham'이고, 시판 샌드위치들이나 티룸의 샌드위치들에도 허니 로스트 햄을 많이 씁니다. 기분 좋은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밤맛이 나서 아주 맛있어요. 집집마다, 요리사들마다, 햄을 익히는 채수와 표면에 발라 주..
▲ 다쓰베이더가 지난 겨울에 잔뜩 만들어 둔 토마토 케첩. 영국의 미식가들은 토마토 케첩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거나, 토마토 케첩 대신 토마토 처트니를 먹는다고 합니다. 저희도 토마토 처트니의 존재를 알고나서는 집에서 토마토 케첩 만드는 걸 그만두고 시판 토마토 처트니로 갈아탔습니다. 얼마나 맛있는데요. 케첩보다 더 고급스러운 맛이 나고 덜 자극적입니다. (그래도 토마토 케첩은 시판 제품이라도 집에 꼭 있어야 합니다. 다른 소스 만드는 데 재료로 많이 쓰이거든요.) 아래에 영국 수퍼마켓들이 취급하는 토마토 처트니 중 몇 개를 올려 봅니다. 생산자마다 재료와 맛의 뉘앙스가 조금씩 다릅니다. 사의 토마토 처트니 성분: sugar, tomatoes (20%), Bramley apples, white wine..
미국인들과 우리 한국인들은 '피클' 하면 으레 오이 피클을 떠올리는데, 영국인들은 사진에 있는 것 같은 혼합 채소로 만든 갈색 처트니chutney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사의 '오리지날 피클'이 원조이면서 가장 유명하고, 그 외에도 여러 제조사가 있으며, 수퍼마켓들도 자체 상표로 유사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한 가지 재료로 된 피클은 오이 피클의 경우, 'pickled cucumber', 'pickled gherkin', 불어인 '코흐니숑cornichon' 등으로 부르고, 오이뿐 아니라 'pickled onions', 'pickled beetroot', 'pickled eggs'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영국 와서 병에 든 달걀 피클 보고 무척 신기해했었죠. 브랜스튼 오리지날 피클 성분: Ve..
'눈물 나게' 맛있는 양파 식빵 레서피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맛있는 식빵인데 수퍼마켓들이 팔지를 않아서 집에서 직접 구워야만 합니다. 이거 구워서 따끈하고 촉촉할 때 주면 가족들, 친구들로부터 사랑과 찬사를 한 몸에 받을 겁니다. 용량 2파운드짜리 널찍한 금속 식빵틀loaf tin을 준비해 주세요. 1파운드짜리 틀을 썼더니 위로 불룩, 이티E.T. 머리가 됩니다. 재료 • 양파 1개, 곱게 다진 뒤 170˚C 오븐에서 20분간 말리기 [팬 오븐은 150˚C.] • 제빵용 강력분strong bread flour 250g • 유채씨유cold pressed rapeseed oil 25ml • 소금 7g [버터 발라 빵만 단독으로 즐길 용도면 7g, 햄이나 치즈 같은 간 있는 재료와 함께 즐길 목적이면 5g...
▲ 에그 앤드 크레스 샌드위치 재료들. 왼쪽부터, 영국식 커리 파우더, 새싹cress, 달걀, 저염 버터, 마요네즈. 오늘은 삶은 달걀과 쌉쌀한 새싹으로 만드는 에그 앤드 크레스 샌드위치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것도 클래식 중의 클래식 샌드위치라서 어느 수퍼마켓, 어느 샌드위치 전문점이든 취급을 하고, 티룸에서는 특히 채식주의자용 샌드위치로 자주 올립니다. 이 에그 앤드 크레스 샌드위치는 달걀 흰자와 노른자의 경쾌한 대비를 살리기 위해 부재료가 첨가되지 않은 흰 식빵을 씁니다. 핑거 샌드위치 12개를 만들기 위한 레서피입니다. 샌드위치 하나를 3등분해서 만들므로 식빵이 모두 8장 필요합니다. 즉, 샌드위치 4개 × 3등분 = 12개 핑거 샌드위치가 되는 거죠. 재료 • 달걀 알 굵은 것으로 4개 • 저염..
영국음식에 자주 쓰이는 영국식 커리 파우더 조제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시판 제품들의 성분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식품 회사들이 제품 성분을 포장에 밝힐 때는 많이 넣은 순서대로 적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보세요. 자체 상표 유기농 영국식 커리 파우더 성분: Turmeric, coriander, fennel, black pepper, mustard powder, cumin. 끝. 유기농 농장 의 영국식 커리 파우더 성분: Cumin, coriander, onion, turmeric, garlic, fenugreek, ginger, yellow mustard, black pepper, chilli, cinnamon, cardamom, cloves. 끝. 향신료 전문 회사 의 영국식 커리 파우더 성분:..
오늘은 치즈 앤드 어니언 샌드위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것도 클래식 샌드위치라서 어느 수퍼마켓, 어느 샌드위치 전문점이든 취급을 합니다. 소filling만 따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서 냉장 상태로 팔기도 하고요. 시판 소의 성분은 이렇습니다. 마요네즈 때문에 식용유가 맨 앞에 옵니다: Rapeseed oil, mature Cheddar cheese (milk) (20%), red Leicester cheese (milk, colour annatto) (19%), water, white onions (13%), pasteurised free range egg yolk, cornflour, spirit vinegar, sugar, salt, chives, white wine vinegar, mustard..
샌드위치의 고향 영국. 영국이 전세계 식문화에 끼친 가장 큰 공로는 아마 이 샌드위치가 아닐까 싶은데요, 참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거나 사 먹고 있으면서도 영국음식 흉을 보고 있으니 재미있습니다. ㅋ 매일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TV를 시청하고, 인터넷을 하면서도 이것들이 영국의 발명품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영국에 샌드위치라는 이름의 지역이 있습니다. '샌드위치 백작Earl of Sandwich'은 바로 이 고장 이름을 딴 호칭이지요. 옛 시절에는 귀족의 영지가 있는 곳의 지명을 따서 작위 앞에 붙이는 관습이 있었는데 요즘은 꼭 그 고장에 영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지명을 갖다 쓸 수 있습니다. 결혼한 윌리엄 왕세손의 새 공식 호칭은 '캐임..
영국에 계신 유학생 여러분, 영국도 요 며칠 꽤 더웠죠? 집에서 불 써가며 밥 해먹기 귀찮은 분들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수퍼마켓에 들러 냉장 식품 매대에서 이렇게 생긴 제품을 장바구니에 담으세요. 채소 매대로 가서 윤기 잘잘 흐르는 ☞ 아이스버그 레티스와 아보카도도 담으시고요. 헤스톤 블루멘쏠이 웨이트로즈와 손잡고 낸 프론 콕테일입니다. 새우가 소스 밑에 깔려 안 보이는데, 콕테일 새우를 담고, 그 위에 마리 로즈 소스marie rose sauce를 담고, 그 위에 카이옌 페퍼cayenne pepper를 뿌린 제품입니다. 잘 버무려서 씁니다. 집에서 새우 데치고 마리 로즈 소스 만들기 귀찮아하는 사람들, 바쁜 사람들을 위해 수퍼마켓들이 이런 제품을 팔고 있으니 잘 이용하시면 좋아요. 콕테일 잔에 담아 낸..
프랑스 중심부의 루와르 강 유역Vallée de la Loire은 예로부터 염소젖 치즈로 유명합니다. 프랑스에는 48개의 AOC (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치즈가 있는데, 그중 여섯 개가 이 루와흐 강 유역에서 탄생한 염소젖 치즈들입니다: • Valençay cheese (AOC 1998)• Crottin de Chevignol (AOC 1976)• Chabichou du Poutou (AOC 1990)• Pouligny St. Pierre (AOC 1972)• Selles-sur-Cher (AOC 1975)• Sainte-Maure de Touraine (AOC 1990) 왜 하트 모양인가 - 근처에 있는 마을 이름이 '쌍 발롱땅Saint Valentin'이라서 (네,..
▲ 프랑스 꾀흐 뒤 베리Coeur du Berry. 결혼 기념일을 위해 식후 치즈 코스용 (떨이) 치즈를 사 왔는데, 참나, 이거 또 하트 모양. 결혼 기념일 치즈로는 일견 더이상 적절할 수 없는 듯 보이나 이게 먹으려고 반을 가르면 참으로 안 적절한 상황이 된다는 거. 꽈당 두 사람이 치즈 '부위'를 공평하게 맛볼 수 있으려면 하트 모양 치즈는 이렇게 잘라 나눠 갖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런데 반 쪼개진 하트라뇨, 연인이나 부부에겐 참으로 대략난감 시츄에이션이죠. 발렌타인스 데이 즈음해서도 서양에서는 기분 내려고 하트 모양 치즈를 사는 사람이 많은데, 다들 자르는 일이 이만저만 고민이 아닌 모양입니다. 게다가, 치즈도 계절을 타는 것들이 있어요. 하트 모양 프랑스 무른 치즈들치고 발렌타인스 데이 즈음에 ..
"한식이 최고 맛있어요." 라고 하는 건 취향의 문제이니 그런가 보다 하는데, "한식은 최고의 건강식입니다. 서양인들처럼 먹다간 병 나요." 하는 데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한식은 건강식이 될 수 있다." "서양식은 건강식이 될 수 있다." 어느 식문화든 건강식 구성이 가능하므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맞다. 한식이 건강식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 보면, 한식은 최대한 짜지 않게 조리한 채소 중심의 정갈하게 잘 차린 밥상을 놓고 서양식은 꼭 파스트 푸드로 비교한다. 서양인들은 뭐 만날 파스트 푸드만 먹고 사는 줄 아는 모양. 공정하게 비교를 하려면 떡볶이나 국수 같은, 짜고 탄수화물만 잔뜩 있는 음식, 튀긴 뒤 맵고 짠 양념에 버무린 열량 높은 양념치킨 같은 걸 놓고 비교해야지. 게다..
오늘은 제철 체리를 활용한 크럼블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파이처럼 크럼블도 영국음식에서 거대한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BBC가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후식이나 간식으로 꼽힌 것이 이 크럼블이었고, 파리에 있는 영국 매장들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도 이 크럼블이라 하고, 셰프 레이몽 블랑은 TV에 나와서 프랑스인들이 요즘 영국의 크럼블에 푹 빠졌다는 이야기를 다 하고, 프랑스인이 한국어로 낸 프랑스 가정요리 책에도 크럼블이 다 들어가 있을 정도입니다. 얼마나 맛있는데요. 영국인들은 원래 아래 위 이중으로 반죽을 댄 'double crust pie'로 과일을 즐겼었는데, 식료품이 귀했던 2차대전 때 밀가루를 아끼려는 자구책에서 과일의 위쪽에만 크럼을 만들어 보슬보슬 뿌려 주었다고 ..
어우, 배 아파. 어느 벨기에 여인이 저처럼 영국음식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밤낮 고문헌 뒤져 가며 연구와 요리를 거듭하더니만, 얼마 전에 급기야 역사책 겸 요리책을 한 권 떠억 냈습니다. 368쪽에 책 두께가 무려 4cm. 똑같이 시간 들여 누구는 책 내 명성도 얻고 돈도 벌고, 누구는 블로그에서 이렇게 꼼지락거리고 있으니, 배가 아파도 너무 아픕니다. 그래픽 디자인을 하는 여인이랍니다. 제가 그랬죠, 예술가나 예술적 기질이 충만한 사람들은 예민하고 관찰력이 뛰어나 편견과 선입견에 매몰되지 않고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좋은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다고요. 영국 푸딩의 세계는 이렇게 두꺼운 책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방대합니다. 우리가 모르고 즐겨 먹는 단것들 중에도 영국 것들이 꽤 많고요..
요크셔 푸딩을 또 만들어 보겠습니다. 부푸는 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영국 요크셔 푸딩은 프랑스 슈choux보다 더 예측 불가하고, 자유분방하고, 호쾌하고, 박력 있습니다. 미감 차이가 여기서도 드러나죠. ㅋ 저는 슈보다 요크셔 푸딩이 더 바삭하고 고소해서 맛있더라고요. 고소하면서도 맛이 중립적이라 짭짤한 것과도 잘 어울리고 단것과도 잘 어울립니다. 대개는 선데이 로스트 시간에 로스트 비프와 함께 그레이비를 끼얹어 먹는데, 고기 굽기 번거로워하는 사람들은 위 영상의 제이미처럼 훈제 생선과 함께 먹기도 하고, 과일 콤포트를 곁들여 후식이나 간식으로 먹기도 합니다. 쓰임새가 무궁무진하죠. 뜨거운 기름을 써야 하므로 작업하는 주변에 아이들이 돌아다니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를 주시고 시작하세요. 반죽에 멍..
"예쁘기로는 B-1이 최고지." "무슨 소리, B-2가 낫지. 예쁘기만 하면 안 되고 여자she는 은밀한stealthy 맛도 좀 있어야." ▲ 폭격기bomber는 취향이 갈리는데, ▲ 전투기fighter는 취향 일치. 아름다운 스핏파이어. ▲ 이 아름다운 전투기를 개발하신 R. J. Mitchell. ▲ 이 집에 살 때 스핏파이어를 개발했다고 저런 블루 플라크가 붙음. ▲ 스핏파이어 개발자 집 근처의 어떤 양지 바른 정원 집. ▲ 고양이다 고양이. ㅋ ▲ "냐아앙~ 놓으란 말이닷." 고양이 꼬리 성애자 단단. ▲ 영국인들이 이 전투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스핏파이어 이름을 딴 맥주도 다 나와 있을 정도. ▲ 멋지구려. 두근두근. ▲ "보틀 오브 브리튼". 켁켁. ▲ 우리 집엔 이런 홍차 깡통도 다 있다는 ..
▲ 영국 덴비 밥그릇. 밥그릇에 밥 퍼 담은 것 보고 나는 그 사람의 손끝 감각과 살림 솜씨를 가늠한다. 쌀 소비가 줄어 걱정이라는 한국 ☞ 기사들을 보면서 마지막으로 내가 쌀밥을 먹은 게 언제였나 곰곰 생각해 보니... 지난 3개월간 쌀밥을 먹은 기억이 없다. 영국에도 쌀은 흔하다. 한국보다 오히려 종류가 더 많으면 많았지. (☞ 한국인보다 더 다양한 쌀을 먹는 영국인) 그런데도 3개월이 넘도록 쌀밥을 먹지 않았다. 한국인이 끼니 때 쌀밥을 먹지 않아도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영국 와 살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탄수화물을 주로 과일로 섭취한다. 어쩌다 찌개를 먹더라도 밥 없이 맨입에 먹을 수 있도록 건더기 많이 넣고 싱겁게 끓여 여기 사람들 스튜 먹듯 그냥 먹는다. 쌀밥 안 먹고도 잘 살아진다..
집에 중식 요리책이 꽤 있는데요, 이 책은 그 중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책입니다. ☞ 중국식 토마토달걀볶음 글에서 소개해 드린 적 있죠? 요리책 제목도, 표지의 쌀 그림도, 참 상징적이죠. 디자인 잘했습니다. 저자 이름인 '푸셔Fuchsia'는 제가 좋아하는 ☞ 영국의 꽃 이름이자 이 꽃에서 유래한 색상 이름이기도 합니다. 요리책 제목의 글자가 바로 이 'fuchsia' 색상으로 돼 있습니다. 오늘은 이 책에서 채소 요리를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중식의 특장점 중 하나로 채소가 서양에서처럼 고기와 생선의 들러리나 서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근사한 요리가 된다는 점을 꼽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우리 한국에서처럼 반찬 취급 받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요리로 대접을 받죠. ..
오랜만에 댓글 투표 실시해 봅니다. 아래의 두 사진은 각각 서양의 미슐랑 2-스타 레스토랑들이 전식starter으로 내고 있는 문어octopus 요리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이 우리 한식 느낌에 좀 더 가까워 보이는지 댓글 좀 달아 주세요. 어느 쪽이 더 맛있어 보이는지도 달아 주세요. 즉, 1. 둘 중 어느 쪽이 그나마 우리 한식 느낌에 좀 더 가까워 보이는가? 2. 둘 중 어느 쪽이 좀 더 맛있어 보이는가? 자자자, 댓글 주세요~ 남의 댓글에 휘둘리지 마시고 소신껏 느낌을 밝혀 주세요~ 어차피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니 자유롭게 의견을 밝혀 주세요~ ▲ 첫 번째 문어 요리. ▲ 두 번째 문어 요리.
솜 전투 참전 용사였던 아이작 로젠버그가 참호에서 쓴 시. © Bernard Wynick and Shelley Swade, British Library. BREAK OF DAY IN THE TRENCHES Isaac Rosenberg The darkness crumbles away. It is the same old druid Time as ever, Only a live thing leaps my hand, A queer sardonic rat, As I pull the parapet's poppy To stick behind my ear. Droll rat, they would shoot you if they knew Your cosmopolitan sympathies. Now you have tou..
▲ 우리 집 생선 도감에 있는 코드. 인간에게 잡힐 것을 예상 못 했는지 죽어서도 저렇게 놀란 눈을 하고 있다. 미안해, 고마워, 맛있게 잘 먹을게. 고기보다는 해산물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면역력이 약해 해산물을 날것으로는 못 먹고 익힌 것만 먹어요. (생굴과 회 못 먹는 촌스러운 인간임.) 익힌 것도 매운탕, 짬뽕, 조림, 오징어볶음, 낙지볶음 같이 과한 양념한 것들은 잘 안 먹고 최소한의 양념을 하거나 기름, 유제품 등을 써서 고소하게 조리한 것들을 좋아합니다. 즉, 재료는 비슷하지만 중화풍 칠리 새우보다는 스페인의 ☞감바스 알 아히요를 더 좋아한다는 거지요. 피쉬 앤드 칩스도 그래서 좋아합니다. 훈제 생선도 좋아합니다. 그간 소개해 드렸던 영국의 해산물 요리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중이다. (아직도 이번 사건을 곱씹고 있는 단단.) (그 왕성하던 식욕이 싹 달아나 며칠 새 살이 좀 빠졌음.) 인류 역사에서 내가 이해 못 하는 사건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뭐냐면, 그토록 빛나는 사상과 음악을 가졌던 독일에 어째서 저 히틀러 같은 사람이 나왔냐는 것이다. 나는 태교를 믿지 않는다. 이런 일을 목도하고도 '좋은 생각 하고 좋은 음악 많이 들으면 아기가 총명해지고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믿는다는 게 신기하다. (예술가는 인품이 훌륭해야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더 어이없는 사람도 보긴 했다만.) 그런데 그 히틀러가 선거로 버젓이 당선된 사람이라며? 내게는 이번 일도 그에 못지 않게 황당하다.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이 이토록 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