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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이 날라리 주부인 건 다들 잘 아시죠? ☞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아직도 헷갈린다 거기 밥상에서 제가 한 일이라곤 줄기콩 데친 것밖에 없었죠. 오늘 이 밥상에서도 제가 한 일은 1. 호두 조리기 2. 쌈장 만들기 이 두 가지가 전부입니다. ㅋ 그것도 매번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일주일치를 왕창 만들어 놓고 야금야금 꺼내 먹어요. 쌈장은 시판 쌈장 사다가 냉장고 냉동고에 있는 묵은 재료 다 때려 넣고 짠맛을 희석만 해줬어요. 반숙 맛달걀도 귀찮을 땐 그냥 시판 제품 사 먹어요. 밥도 즉석밥 사다 놓고 먹어요. 부부가 둘 다 쌀밥을 먹으려 들질 않아 밥을 지을 수가 없어요. 쌀 양이 지나치게 적으면 밥이 맛있게 안 되잖아요. 그래서 냉장고에 즉석 오곡밥을 쟁였다가 어쩌다 한 개씩 꺼내 전자..
잠깐, 잠깐. 제목을 '중년의 매력'으로 잘못 읽고 가슴 벅차 냉큼 클릭해 들어오신 중년분들, 눈 비비고 다시 잘 보세요. 눈 비벼도 잘 안 보이면 당장 ☞ 오메가3 복용 시작하세요. 사진은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어느 소박한 국숫집의 비빔국수입니다. 맛집이라서 찾아간 건 아니고 근처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국수와 만두를 판다길래 밥때 그냥 들어가 봤습니다. 싸고 맛있는 집이었습니다. ㅋ 싸고 맛있는 집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맛잘알' 주방이 저低비용 고高효율로 맛을 낸다는 거지요. 햐, 양념장에 콩나물과 지방 너덜너덜 붙은 저품질의 불고기만 올렸는데도 기찬 맛이 납니다. 면은 소면이 아닌 중면을 씁니다. 저는 밖에 나와 밀가루 소면이나 중면으로 만든 음식은 처음 사 먹어 봤습니다. 소면은 집에서 자주 ..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졌지만 지난 주 초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panic buying'을 해대서 마트의 신선식품 매대와 일부 저장식품 매대가 텅텅 비었었죠. 우유가 떨어져 이마트에 갔더니 글쎄, 그 넓은 냉장 선반에 달걀과 두부가 단 한 팩도 남아 있지 않은 겁니다. 텅 빈 매대를 보자 초현실감이 밀려왔죠. 채소 매대도 마찬가지여서 콜라비만 혼자 외로이 산처럼 쌓여 있고 나머지 채소들은 전부 품절. 콜라비는 왜. ㅋ 외래 채소치고는 값이 싼 편인데도 소비자들한테 아직은 생소한 거죠. 저도 콜라비는 귀국해서 처음 써 봤는데요, 이렇게저렇게 먹어 보니 생으로도 참 맛있습니다. 무보다는 결이 곱고 조직이 치밀해 식감이 좋고, 매운 맛 일절 없이 단맛이 아주 많이 납니다. 야, 이거 사탕무 변종이나 사촌 아니냐..
간단한 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워 있는 단단에게 반찬을 해다 준 이가 있어 고마운 마음에 몇 자 적습니다. (지난 여름의 일이었고, 지금은 멀쩡히 잘 먹고, 잘 돌아다니고, 일상생활 자알 하고 있습니다.) 모친 권여사님이 입원하셨을 때도 가만히 보니 권여사님 친구분들이 묵은지 등갈비찜 같은 기운 나는 맛난 요리나 탕, 반찬 등을 해서 주고 가시더라고요. 누리터에도 "병문안 반찬", "병문안 도시락" 제목을 단 글들이 많고요. 허허, 참으로 훈훈한 풍습이로고. 365일 식구들 음식바라지 하던 여자들이 아프면 난감하죠. 당분간 밥상 차릴 걱정 말고 몸이나 잘 추스리라고 여성 동지들 간에는 이렇게 반찬을 한 가지도 아니고 여러 가지를 해서 바리바리 안겨주는 겁니다. 혹은, 병원 저염식 먹고 맛없어 죽을상 하고 ..
▲ 2017년 런던 워털루역 근처. 중국계 싱가포르인이 주방장으로 있는 어느 허름한 판-아시아 음식점의 일본 텐동(모듬튀김덮밥). 밥맛이 예술이다. ▲ 2019년 서울 강남. 한국인이 주방장으로 있는 우리 동네 어느 작은 일식집의 토리 가라아게동(닭튀김덮밥). 밥맛이 예술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맛있는 쌀밥을 먹은 경험은 딱 두 번 있었는데, 그게, 두 번 다 공교롭게도 일본식 덮밥을 먹을 때였습니다. 음식값도 안 비쌌어요. 일부러 맛집을 검색해 찾아간 것도 아니고, 정말 길 가다 우연히 들어간 집이었는데 어떻게 두 집 다 밥알이 한알 한알 선명하게 느껴지면서도 너무 단단하지 않고 딱 기분 좋을 만큼만 찰지며 맛있을 수가 있죠? 쌀이 좋아서? 밥 짓는 기술이 특별해서? 둘 다? 아니면, ..
송화버섯.표고 맛에 송이 향이 나게끔 개량한 신품종이라고 합니다. 저는 귀국해서 이제야 발견하고 맛을 봅니다. 표고 중 백화고를 개량했다고 하네요. 고로, 백화고처럼 갓 색상이 연한 것, 갓주름이 열리지 않고 막힌 것이 상품上品이라고 합니다. 마트에서 시식을 하는데 정말 송이향이 납니다. 신기해서 한 봉지 사 왔는데, 표고보다 대가 길고 통통해 대까지 다 먹을 수 있습니다. 버섯 자체에 수분이 적어 생으로도 꽤 오래 갑니다. 몇 주씩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죠. 대 끝의 딱딱한 부분은 칼로 제거하고 손으로 찢어보았습니다. 어떤 대는 표고처럼 단단하고 어떤 대는 부드러워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복불복, 식감 차이가 많이 날 듯합니다. 버섯은 결대로 찢으면 향이 더 좋고 양념도 더 잘 밴다고 일본인 ..
여러분, 얼마 전에 썼던 ☞ 스위트콘 비교 글 기억 나십니까? 가장 맛있는 제품으로 의 '커클랜드 시그너춰 스위트콘'을 꼽았었죠. 이 제품입니다. 옥수수 사진이 이어지는 게 재미있죠? 한 상자 안에 이렇게 생긴 깡통이 열두 개 들었습니다. 참, 코스트코에서 상자에 든 깡통 식재료를 사실 때는 손으로 상자 표면을 꾹꾹 눌러 개수가 맞게 들었는지 확인해 보세요. 전에 토마토 깡통 한 상자 사서 집에 와 뜯어 보니 글쎄, 가운데에 깡통 하나가 빠져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건 고객센터에 말하기도 애매하죠. 믿어 줄 것 같지도 않고요. 누가 상자를 몰래 개봉해 하나만 쏘옥 빼고 다시 테이프로 붙여 놓은 거죠. 코스트코에 희한한 사람들 많아요. 본문으로 돌아와서, 이 스위트콘을 맛있으면서도 편하게 먹는 방..
▲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스위트콘 6종.기웃이: 으악, 단단 님, 또 시작하셨네, 주욱 늘어놓고 비교시식하기! 단□단: 귀국으로 모든 게 '리셋'됐으니 또 여기 사정에 맞춰 앞으로 쓰게 될 재료들을 골라야지요. ㅋ 단□단: (→ 취미: 비교시식) 스위트콘은 단단이 자주 쓰는 식재료이므로 수고스러워도 맛있는 걸 골라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크림과 달리 스위트콘은 그래도 선택지가 꽤 되니 다행입니다. ▲ 외형 비교를 위해 그릇에 옮겨 담은 스위트콘 일부(사진을 클릭해서 크게 띄워 놓고 들여다보세요.) 외형, 식감, 맛을 중심으로 비교해 봅니다. 가로 1,700 픽셀pixel짜리 큰 사진으로 올렸으니 빛깔, 색택, 크기, 형태 등의 외형은 독자분들께서 직접 판단하실 수 있겠습니다. 겉모습은..
"이번 설은 고생해서 내려오지 말고 여행을 가든, 집에서 쉬든, 다들 자유롭게 지내라. 명절이 두 번이니 한 번쯤은 이렇게 해도 되겠다. 우리도 좀 쉬자."라고 시부모님께서 말씀하셔서 단단은 십 수년만에 처음으로 본가에서 오라버니들과 함께 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은 명절에 포틀럭potluck 파티로 '아점' 한 끼만 먹고 헤어집니다. 이건 둘째 오빠네가 해 온 전채인 훈제연어무싹말이. 당근처럼 모양 낸 게 재미있죠. 이것도 둘째 오라버니네 작품, 아보카도 새우 샐러드. 헛, 바쁜 분들이 새우를 언제 버터플라이까지 하셨어. 큰 오라버니 댁 칠리새우. 공대에 진학하게 된 '어이구내새끼2'가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만들었어요. 큰 오라버니 댁 양장피. 생생한 현장감을 위해 어이구내새끼2가 겨자소스 끼..
▲ 30년간 한 자리에서 장사해 왔다는 동네 중식당의 짬뽕. 9천원. 그러고 보니, 중식을 좋아해 중식당 음식들은 대체로 잘 먹는 편인데 짬뽕만큼은 내 돈 내고 사 먹어 본 적이 없네요. 편견이 있거든요. 가족이나 친구가 먹는 걸 찔끔 얻어먹어 본 적 있는데 단 한 번도 맛있었던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편견이 생겼죠. 가장 큰 문제는 해산물. 고소한 맛과 단맛과 감칠맛이 나야 할 해산물이 역한 비린내가 나면서 설상가상 고무 질감을 하고 있거나, 맛 다 빠져 아무 맛 안 나면서 고무 질감을 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이고, 돼지고기를 볶아 넣기도 하고 돼지뼈 육수나 닭육수를 쓰는 집도 있다는데 하필 제가 맛봤던 것들만 죄 맹물을 썼는지 깊은 맛이라곤 전혀 없는 맹탕 국물에, 면 강화제를 지나치게 많이 넣어 ..
▲ 여의도 63빌딩 마라탕면. 13,000원. 어어? 마라탕면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었나? '마라麻辣'라는 단어 때문에 험한 음식이라 지레짐작하고 그간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이토록 복잡하면서 우아한 맛이 나는 음식이었다니. 화쟈오Sichuan pepper는 향은 라벤더 비슷한데 씹으면 유자 맛이 나면서 혀 끝에 짜르르 전율을 일으키는 매력적인 향신료입니다. 그 화쟈오의 맛과 향과 특성이 국물에 고스란히 담긴데다, 중식에 자주 쓴다는 말린 귤 껍질chenpi을 별도로 넣었는지 웅숭깊으면서 그윽한 감귤류 껍질 맛까지 납니다. 향기롭고 고급스럽기 짝이 없어요. 기분 좋을 정도로만 맵고요. 지금까지 먹었던 중식 탕면 국물과는 또 다른 맛이 나 단단은 이 날 몹시 신났었죠. 아직도 새로운 맛이 남아 있다니 인생..
▲ 양지 쌀국수. 8,000원. 단단면과 우육면을 찾아 먹고 나니 이제는 베트남 쌀국수가 궁금합니다. ㅋ 집에서 걸어서 갈 만한 가까운 거리에 가 있었다는 사실을 글쎄 이 동네 정착한 뒤 1년 반이 지나서야 알았지 뭡니까. 나도 참. 차림표에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에머이 쌀국수 맛있게 먹는 법 - 기호에 따라 고추, 마늘, 그리고 고수, 라임을 넣어 드세요." 단무지와 고추는 쌀국수와 함께 내고, 마늘절임은 식탁 위에 별도로 놓아 두었습니다. 고수는 따로 요청을 해야 주고, 라임은 500원 내고 4분의 1쪽을 사야 합니다. (동남아 식당이 라임에 비용을 청구한다니?) 저 베트남 고추는 소량만 넣어도 어찌나 맵던지 이제는 주문할 때 아예 "고추 안 주셔도 됩니다." 합니다. 마늘절임도 넣어 먹어 봤는데..
중국 란저우식 우육면 [8,000원] 길을 걷다가 이라는 간판을 보고는 다쓰 부처 둘 다 눈이 번쩍. "무엇이? 우육면이라고?" "마침 식사 때가 되었으니 닥치고 들어가보세." 얼마 전 우육면과 단단면을 처음 사 먹은 뒤로 관심이 생겨 이제는 평소에 못 보고 지나쳤던 2층 음식점의 우육면 간판도 다 눈에 들어옵니다. 감동. 8천원짜리 국숫집인데 이도 하나 빠지지 않은 예쁜 회회청回回靑 당초문 자기에 음식을 냅니다. 우육면이 원래 중국 회족Hui의 음식이라면서요. 이 프랜차이즈의 설립자도 우육면 본고장인 중국 서북부 간쑤성 란저우에 가서 수련하고 왔다고 합니다. 우리말로는 '란주우육면'이라고 부르죠. 고추기름 넣은 것과 안 넣은 것을 각각 하나씩 주문해보았습니다. 켁, 파가 너무 많아요. 얇게 송송 썬 파..
잠실 홈플러스점의 홍콩식 단단면 [6,900원]국물에 단맛이 많이 나는데다 산패된 땅콩이 전체 맛을 그르쳤다며 불평했던 그때 그 단단면입니다. 그래도 태어나 처음 맛본 단단면이어서 각별했습니다. 섞기 전에는 국물이 많아 마치 탕면처럼 보이는데 밑에 깔린 면을 들어올려 섞고 나면 자작한 정도로 국물이 줄어듭니다. 비빔면 형태를 목 메이지 않는 흥건한 소스면 형태로 바꾼 거죠. 한국에서 외식 음식의 단맛은 이제 어느 정도 체념하고 감수할 수 있으나 이 집 단단면은 달아도 너무 달아 아이들 음식 같다는 느낌이 다 듭니다. 이 단맛만 좀 바로잡으면 자주 가서 사 먹을 텐데요. 대신 향신료를 잘 써서 향은 좋았습니다. 뜨거운 국물에서의 계피향이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꾸미와 고명의 양이 충분해 면을 건져 ..
아니, 국수 이야기에 19금은 또 왜. 아래에 중국과 일본의 손국수 장인 작업 영상을 걸어 봅니다. 한숨 나올 정도로 관능적입니다. 완성된 국숫가락들도 아름답지만 작업 과정도 예술이에요. 15%와 0%라는 글루텐 차이가 작업 과정에 있어 저토록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니 신기합니다. 중국 장인의 수타면 작업 제가 중식을 참 좋아하는데요, 영상에서 그릇에 담긴 우육면과 도삭면 보시면 왜 중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우마미 짙은 발효장들을 쓰면서도 서양음식 못지않게 기름지니 동·서양인 모두를 아우르기에 손색이 없죠. 신맛 내는 데도 주저함이 없고요. 기름기 도는 탄력 있는 반죽, 꽈배기처럼 서로를 희롱하듯 합쳐지는 두 선, 물결치는 가닥들, 128개의 가느다란 가닥을 연인의 긴..
가 영국 저지 섬의 저지 품종 소 젖으로 만든 버터를 판다길래 신나서 다녀왔습니다. 저지 소는 ☞ 저지 크림을 다룬 글에서 소개해 드린 적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건물 위층에 단단면 파는 중식당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단 말이죠. 단단면? 영국에서 이름만 들어 봤던 그 'Dan Dan Noodles'? 참으로 음악적인 어감, 귀여운 이름일세. 먹어 보고 맛있으면 단단의 마스코트 음식 삼아야겠습니다. (손바닥 비비며) 기대가 됩니다. 필명이 '단단'인 푸드 블로거가 남들 다 아는 단단면을 이제야 맛보다니요. 위에 있는 것은 다쓰베이더가 주문한 우육탕면(이것도 처음 먹어 봅니다), 아래의 붉은 색 나는 것이 바로 단단면. 먼저 우육탕면. 농심 사발면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맛이 완전히 다르네요. ㅋ 오향 중에..
농산물 맛과 품질이 대체로 신통찮은 한국이지만 단단이 매의 눈으로 관찰을 해 보니 그래도 우리 한국이 잘하는 게 몇 가지 있기는 합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고구마를 꼽아 사진 찍어 올려 보았습니다. 서양인들이 먹는 고구마는(품종도 다른 것 같긴 하지만) 당도에 있어 우리 고구마에 명함도 못 내밉니다. 우리 고구마는 특히 군고구마 상태일 때 환상의 맛을 내죠. 영국은 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 고구마를 전량 수입해 먹다가 2015년에야 맞는 품종을 겨우 선발해 찔끔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생산하는 건 아니고 그냥 'tokenism' 차원에서요. 영국산 고구마는 맛을 못 보고 왔는데, 영국인들은 고구마를 식사 때 짭짤한 음식과 함께 먹는 걸 좋아해 너무 단 품종은 또 선호하지를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
1969년에 결혼한 우리 권 새댁. 풍류를 즐기며 주지육림 세상을 꿈꾸던 '파티 애니멀' 남편 탓에 살면서 손님상을 수도 없이 차렸다는데. 책 함부로 다루는 분 아닌데 요리책이 이렇게 너덜너덜 성한 곳 없는 까닭은,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삼한 애새끼를 무려 네 마리나 둔 엄마요, 실제로 부엌에 책 펼쳐놓고 부지런히 요리를 해댔기 때문이다. 사글세 살며 하도 이사 다니는 통에 앞 172개 쪽은 떨어져 나간 지 오래, 앞뒤 표지도 온데간데. 습기 많은 부엌에 두어 책장도 우글우글 얼룩얼룩. 그런데, 저 시절에 요즘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주방 가전들과 도구들이 한국에 있었다고? 오오... 겉모습이 크게 달라진 것이라곤 주방저울뿐이네. 요즘 주부인 단단은 닦기 편하고 수납하기 좋은 납작하고 매끈한 ..
단단은 안타깝게도 그 비싸고 맛있다는 회를 못 먹습니다. 면역력이 시원찮아 날음식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다고 의사가 그랬거든요. (의사 말 잘 듣는 모범생.) 그래도 익히지 않은 생선살이 주는 관능적인 식감이란 게 또 있잖아요. 잘 만든 냉훈cold-smoked 연어를 신음하며 먹어 본 적 있어 어렴풋이 알죠. 이런 냉훈 생선이나 식초·감귤류 즙에 절인 생해산물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해서 회 대신 이것들로 위안을 삼습니다. 영국에서 즐겼던 것들 사진을 몇 장 올려 봅니다. ▲ 단시간 연기를 씌운 냉훈 연어. ☞ 런던 에서 밥 먹은 이야기 ▲ 장시간 연기를 씌운 냉훈 연어. 수퍼마켓에서 사다 먹은 "London Cure Smoked Salmon". 영국 가시면 꼭 잡솨봐. ☞ 영국 훈제연어에 대하여 ▲ 감귤류..
▲ 다쓰베이더가 지진 갈치 한국. 일인당 수산물 섭취량 세계 1위. [2013~2015년 한국인 1인당 연 평균 58.4kg 소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통계] 게다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해산물을 먹죠. ☞ 개불도 다 먹잖아요. 으악 ㅋㅋ 영국은 섬나라인데도 반도국가인 우리 한국보다 해산물을 덜 다양하게 먹습니다. 사방이 목초지라서 예로부터 고기가 '펑펑', 해산물에 너무 의존하지 않아도 됐거든요. 그래서 피쉬 앤 칩스의 나라이면서 동시에 로스트 비프의 나라로 회자되는 거지요. (영국의 음식사학자들은 영국을 양고기의 나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것도 맞는 말입니다.) 당장 양국의 수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생선 가짓수를 비교해 봐도 차이가 확연히 납니다. 한국인들은..
한편, 먼지 많고 무더운 날에는 짜장면 대신 냉면을 먹기도 했는데, 이 냉면도 외국 살면서 가장 먹고 싶은 한국음식 중 하나로 꼽던 것이었다. 짜장면과 냉면 둘 다 집에서는 맛을 잘 낼 수 없는 음식이므로 사 먹는 것이 최선. 특히 짜장면의 경우, 화력은 차치하고 맨 정신에 자기가 먹을 음식에 자기 손으로 기름과 당을 그토록 많이 쏟아 붓는 건 불가능하므로 이런 건 그냥 눈 딱 감고 밖에 나와 사 먹어야 하는 것이다. 잘한다는 집을 일부러 찾아다니면서 먹지는 않으므로 냉면을 많이 경험해 보지는 못 했다. 단단이 강남에서 좋아하는 냉면집은 방이동의 . 귀국 후 두 번 가 봤다. 두 모금, 세 모금, 마실수록 고소한 맛이 혀에 쌓인다. 음악에 비유하자면 끝으로 갈수록 크레셴도poco a poco cresc...
오래 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빅 브라더를 맞아 동생들이 눈 초롱초롱 빛내며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무얼 먹고 싶었소?" 물었더니 그의 대답인즉슨, "짜장면." 짜장면? 고작 짜장면? 푸짐한 한정식도 아니고 짜장면? 세월이 흘러 영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단단이 가장 먼저 찾아 먹은 음식 역시 짜장면. 해외에 장기 체류했다 귀국하신 다른 분들은 어떤 음식이 가장 먹고 싶으셨는지 궁금하다. 영국에서 차오미옌chow mein이라는 중국 면을 먹어 보기는 했으나 볶음면인데다 단맛과 양파가 부족해 색은 까매도 한국의 짜장면과는 한참 다른 맛이 났다. 달고 끈적한 춘장 소스를 끼얹은 한국식 면은 영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다. 얼마나 그리웠던지. 요즘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음식이겠지만 내 세대(X-세대)와 이전..
"고기나 생선이라면 소금 하나로 충분하지만 야채는 그렇지가 않아. 때문에 마요네즈라든가 드레싱 같은 양념이 만들어지게 됐던 게 아닐까. 매장에 가서 살펴보니 놀랄 만큼 다양한 드레싱과 샐러드 소스가 진열돼 있더군. 그걸 보고 난 확신하게 됐네. 생야채를 먹는데 이렇게 다양한 드레싱이 필요한 것은 인간이 생야채를 본질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증거라고 말일세." - 34권 5화 '샐러드 승부' 인용한 위의 글에 다들 동의하시죠? 저도 익힌 채소는 양껏 먹을 수 있으나 생채소는 맛있는 드레싱이 있어야만 겨우 먹습니다. 아니면 베이컨이나 소세지, 안초비, 치즈 같은 기름지고 짭짤한 단백질 재료들과 함께 씹든가요. 저는 남들보다 쓴맛을 훨씬 증폭해서 느끼는 못된 혀를 장착하고 있어서 생채소, 특히, 색이 짙은 잎채소..
(반말 주의) 궁금해서 별 두 개, 세 개 받은 한식당들 방문기를 찾아서 찬찬히 봤는데, 양식 어법과 재료에 너무 의존하지 않고 한국스럽게 잘 내던데? 잘하는 집 제대로 잘 뽑았구만, 뭘. 그런데도 미슐랑 하면 다짜고짜 "니들이 우리 음식에 대해 뭘 알아?" 하면서 화부터 내는 한국인이 왜 그리 많냐. 내가 좋아하는 해장국집 안 뽑아 줘서? ☞ [SBS] 미슐랭 별 딴 한식 - 홍보 기회 vs 외국인 입맛 ☞ (댓글들이 가관) 이건 ☞ 허영만 화백 "내가 뽑은 최고의 한식 미슐랭은 감동 담긴 백반"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 (왼손 마우스질이라 글씨가 저 모양.) 한 나라의 식문화를 외국에 퍼뜨리는 건 통념과는 달리 드라마, 영화, 만화 같은 문화 콘텐츠가 아니라, 그 나라에 체류했다가 돌아간 방문객들, ..
▲ 요리책 ☞ 에 담긴 피쌀라디에르. 올리브와 안초비 이야기 한 김에, 프랑스 남단 니스Nice의 길거리 음식인 피쌀라디에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지나치게 맛있어서 길거리 음식으로만 남아 있기에는 아깝다는 중평이 있습니다. 술안주나 간식으로 내 보세요. ☞ 피쌀라디에르의 다양한 모습 양파를 곤죽이 될 때까지 몇 시간을 볶고 피짜 도우도 만들어야 하는데, 가정집에서 간식 하나 먹자고 몇 시간씩 양파죽 끓이고 있다가는 지구 작살나죠. 바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간단한 레서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간단하다고는 하나 이것도 기본적으로 시간이 좀 걸립니다. 피짜 도우 대신 파삭하게 부서지는 가벼운 퍼프 페이스트리를 쓰고(페프 페이스트리 구하기 힘든 분들은 식빵 토스트한 걸로 대체 가능), 양파는 그냥 볶지 않고..
영국인들이 아끼는 자국 요리사 중에 헤스톤 블루멘쏠Heston Blumenthal이라는, '매드 싸이언티스트' 삘 풀풀 나는 괴짜가 있습니다. 영국인들이 아끼는 수퍼마켓 체인 중에 라는 곳이 있습니다. 단단도 애용하는 곳입니다. 걸어서 3분도 안 걸리는 곳에 있어 매일 떨이 할 때쯤 가서 어슬렁거리다가 이것저것 건져 옵니다. 중상류 층을 위한 고급 수퍼마켓이라 통이 커서 그런지 영국의 그 어느 수퍼마켓들보다도 떨이 할인 폭이 큽니다. (월셋집 냉장고가 호텔방 미니 냉장고 수준이라 매일 장보러 가야 합니다. 냉동실도 없어요. 본의 아니게 항상 신선한 재료로 요리합니다. 유학 생활 초기에는 너무 힘들었으나 이제는 익숙해져 한국 가서도 작은 냉장고 쓸까 고민중에 있습니다.) 이 가 헤스톤 블루멘쏠과 손잡고 간..
집에 중식 요리책이 꽤 있는데요, 이 책은 그 중에서 제가 가장 아끼는 책입니다. ☞ 중국식 토마토달걀볶음 글에서 소개해 드린 적 있죠? 요리책 제목도, 표지의 쌀 그림도, 참 상징적이죠. 디자인 잘했습니다. 저자 이름인 '푸셔Fuchsia'는 제가 좋아하는 ☞ 영국의 꽃 이름이자 이 꽃에서 유래한 색상 이름이기도 합니다. 요리책 제목의 글자가 바로 이 'fuchsia' 색상으로 돼 있습니다. 오늘은 이 책에서 채소 요리를 하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중식의 특장점 중 하나로 채소가 서양에서처럼 고기와 생선의 들러리나 서는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독립된 근사한 요리가 된다는 점을 꼽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우리 한국에서처럼 반찬 취급 받는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요리로 대접을 받죠. ..
오랜만에 댓글 투표 실시해 봅니다. 아래의 두 사진은 각각 서양의 미슐랑 2-스타 레스토랑들이 전식starter으로 내고 있는 문어octopus 요리입니다. 둘 중 어느 쪽이 우리 한식 느낌에 좀 더 가까워 보이는지 댓글 좀 달아 주세요. 어느 쪽이 더 맛있어 보이는지도 달아 주세요. 즉, 1. 둘 중 어느 쪽이 그나마 우리 한식 느낌에 좀 더 가까워 보이는가? 2. 둘 중 어느 쪽이 좀 더 맛있어 보이는가? 자자자, 댓글 주세요~ 남의 댓글에 휘둘리지 마시고 소신껏 느낌을 밝혀 주세요~ 어차피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니 자유롭게 의견을 밝혀 주세요~ ▲ 첫 번째 문어 요리. ▲ 두 번째 문어 요리.